브라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통역 담당 수행원과 현지 보안 요원들이 10초가량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외신 생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혔다.
영국 스카이뉴스 유튜브 갈무리
영국 스카이뉴스 유튜브 갈무리
영국 스카이뉴스 유튜브 갈무리
이 같은 소동은 19일(현지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지20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이 입장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각국 정상이 의전차량에서 내린 뒤 레드카펫을 따라 회의장에 입장하는 장면을 생중계했다.
당시 생중계 영상을 보면, 윤 대통령을 따라 뒤에서 레드카펫을 걷던 통역 담당 수행원은 보안 요원이 동선을 안내하는 듯 말을 걸어도 답하지 않고 레드카펫을 가로질러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이에 보안 요원도 수행원을 따라 이동해 다시 한번 말을 걸었지만 이 수행원은 답변을 하지 않는 듯 보였고 계속 앞으로 걸었다.
수행원은 방향을 바꿔 다시 한번 레드카펫을 가로질렀고 이때 또 다른 보안 요원이 수행원의 입장을 제지하면서 물리적 충돌이 시작됐다. 수행원은 목에 메고 있던 출입증을 들어 보였지만 보안 요원들은 수행원의 허리 부분을 잡고 입장을 막았다.
상황을 알아챈 윤 대통령은 당황한 듯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이 장면을 지켜봤다. 이후 해당 수행원은 보안 요원들을 뿌리치며 윤 대통령보다 앞서 걸어 나가다가 보안 요원에게 무어라 항의했는데 여기서 중계 화면은 리우데자네이루의 풍경으로 전환됐다.
이에 대해 20일 외교부는 “19일 지20 정상회의 제3세션 시작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열리게 돼 우리 쪽 통역요원이 대통령과 함께 회의장에 입장해야 하는 상황임을 브라질 쪽 연락관을 통해 사전에 협조 요청을 했다”며 “이를 전달받지 못한 현장 경호원의 착오로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브라질 연락관이 경호 쪽에 상황을 다시 설명해, 우리 쪽 통역요원은 대통령과 함께 회의장에 정상적으로 입장했다”며 “브라질 경호원의 실무적 착오로 우리 통역요원의 입장이 일시적으로 제지된 데 대해 브라질 연락관이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최윤아 기자 >
전국 각 대학의 교수들과 시민사회단체, 현직 장학사, 민주사회를 위한 종교인 네트워크 등 종교인 단체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작가회의 소속 1056명의 작가들이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작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를 채울 자격이 없다’ 제목의 선언문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명령하고자 한다. 대통령 윤석열 씨는 당장에 자연인 윤석열 씨가 되는 것이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가 아끼고 살아야 할 대한민국의 융성과 자존을 위하여,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 권리를 위하여, 무능, 무도하고 반성을 모르는,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국가수반으로서 헌법 수호의 의지도, 소소한 준법의식조차도 없는 20대 대통령 윤석열은 스스로 물러나기를 결연히 요구한다”고 했다.
다음은 한국작가회의가 발표한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2024년 11월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는 작가선언>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를 채울 자격이 없다”
1974년 11월 15일, 우리 선배 작가들은 유신 치하에서 구속된 문인들과 민주인사들의 석방,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자유민주주의 정신과 절차에 따른 새로운 헌법 마련 등을 요구하는 문학인 선언문을 낭독하는 시위를 결의했다. 이틀 만에 무려 101명의 문인들이 참여했고 11월 18일 광화문에서 연명한 선언문을 낭독하자 박정희 정권은 주모자급 7명을 급히 검거하고 나머지 문인들은 연행당한 문인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농성을 이어갔다. 선언에 연명한 문인들은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의 초기구성원이 되었다. 폭압의 시절, 지사적 결기로서 목숨을 걸고 싸웠던 그분들의 결단과 헌신은 한국작가회의는 물론 우리나라 작가들의 명예를 대의하는 단단한 초석이 되었다. 그 시작과 여정은 영광의 길이 아닌 고난의 행군이었으나 후배 작가들도 그 길에 동참하며 오늘에 이르렀다.
50년이 지난 오늘, 작가적 양심으로 목숨을 걸고 암흑에 맞섰던 선배 작가들은 오늘 하루하루를 어떤 마음으로 견딜까를 생각한다. 우리는 부채감과 동시에 통절한 시대적 소명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시민들이 촛불혁명으로 바꾼 나라는 고스란히 그때의 집권세력들보다 악질적인 검찰카르텔과 사익세력의 품으로 되돌아갔다. 사람됨과 적격성을 분별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로 실기한 지난 정권의 나태함과 무기력함에 대해서도 엄중히 비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권력이든 시민사회의 감시와 참여가 동시에 수행되어야 함을 뼈저리게 느낀 지난 몇 년이었다. 찬바람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광장 속에서 함께했던 우리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리는 문학의 기본으로 돌아가 폐허 속에서도 신생을 꿈꾸는 마음으로 무너져가는 이 나라의 회복과 변화를 꿈꾸는 일 말고는 달리 살아갈 방법이 없음을 통감했다. 배를 띄우는 것은 시민이지만 배를 전복시키는 것도 시민이라는 ‘군주민수(君舟民水)’의 진리를 정도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엄중한 시국에 이르렀다는 자각과 책임감에 이르렀다.
11월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은 목불인견 그 자체였다. 반성하고 사과한다면서도 사과의 핵심이 없었고 반말, 비속어 사용, 거들먹거리는 태도 등 국민을 공손히 모셔야 할 대의자로서 있을 수 없는 오만불손한 태도를 세계만방에 공연하였다. 무엇보다 본인의 음성으로 확인된 공천개입 범죄에 대해서조차 뻔뻔한 궤변으로 부정하거나, 부인의 국정개입에 대해서도 핸드폰을 바꾸겠다느니, 부부싸움을 더 하겠다는 식의 눙치는 화법으로 본질을 회피하는 중언부언을 일삼았다. 터무니없이 모자란 어휘력도, 간결함과 핵심이 없는 발언도, 국어사전을 다시 써야한다는 발언도 모국어를 아끼는 우리에게는 참담한 부끄러움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후보 시절부터 위언을 일삼았고 어떤 사후적 책임을 지지 않았다. 그 주변은 범죄자들과 사익만을 도모하는 자들이 곳곳에 암세포처럼 포진하고 있었다. 무능과 무지보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거짓말을 거짓말인 줄 모르고 할 수 있는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공인으로서 대통령의 역할과 사인으로서 남편의 역할에 대한 최소한의 분별심조차 없는 사람이 날짜까지 못 박아 임기를 끝까지 수행하겠다고 하였다. 이렇듯 끝까지 무모하고 무도하게 자신과 죄 많은 가족과 맹동적인 소수의 친위세력들만을 데리고 민의와 대척하며 태풍이 이는 난바다를 헤쳐 가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밝혀진 범법 사실과 곳곳에서 돌출되는 의혹만으로도 그는 이미 대한민국호의 선장이 될 자격이 없다.
현 정권의 국정운영은 실망을 넘어 참담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서울 이태원의 거리에서 수많은 청년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거리에서 죽어갔음에도 참사의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커녕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인사 그 누구도 유족들에게 진정성을 갖고 사과조차 하지 않았다. 게다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정의 가장 근본 목적인 국민의 안전조차 책임지지 못하는 현 정권의 무책임함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또한 현 정권은 국가 범죄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있는 자들을 문화예술행정의 수장과 핵심에 복귀시켰다. 노벨문학상, 아카데미 작품상, 에미상 수상자 등이 포함되어 있는 이 명단을 작성한 자들이 이끌어가는 문화예술의 융성은 도대체 어떤 모습인가?
나라살림도 마찬가지다. 올해 재정적자는 2024년 7월 기준 83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국가재정의 파탄위기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부자감세를 통해 특정계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직 대통령 부인이 주가조작 범죄의 핵심 의혹 당사자임에도 이에 대한 특검을 거부하여 주식시장과 국가신인도에도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의대증원 2천명으로 촉발된 공중보건의 위기는 국민 스스로 그저 운 좋게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아서 병원에 갈 일을 줄이는 게 상책이라 할 정도로 각자도생의 환난을 지속하고 있다. 야당과 전공의 단체가 참여하지 않는 허울뿐인 여야의정협의체를 만들어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윤석열 정부의 불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나아가 일본과의 굴욕외교를 비롯하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신냉전 상황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한반도를 비극적 전쟁의 당사자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는 군사적 모험을 추진하는 것은 그가 국민의 생명이 담긴 외교의 전장에서 적합한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문제인 것은 이러한 의도가 더이상 국정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낮은 지지율에 기인하여 국내의 정치위기를 회피하고자 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쩌다 우리의 나라가 사이비 종교지도자, 여론조사 조작 협잡꾼, 식민가해국 일본을 조국으로 삼을 기세인 자들과, 자국의 이익이 우선인 극우에도 미치지 못하는 허접한 세력에게 포섭되었는지, 그 괴이한 서사는 수십 권의 책으로 써도 모자랄 것이다.
임기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권은 세계 국가수반 지지율 최하위를 달성했다. 중도층의 절대 다수의 찍어준 사람들까지 임기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스스럼없이 말하고 있다. 대통령의 동맹자이자 방조자인 여당의 대표는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색깔론을 도포하고 있지만 옮겨 붙으며 타들어가는 그 불은 절대 끌 수가 없을 것이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확산되는 불꽃으로 당신들은 심판되고 있다. 그 누가 대통령을 하더라도 당신보다는 낫다는 것이 민심의 핵심이고 어떤 암수를 쓰더라도 이를 회복해낼 수 없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늘 위기 상태에 있지만 그때마다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단단한 민주주의로 회생한다.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해서. 국가폭력의 피해자들 편에 서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을 위해서 애쓰다 투옥되고 고문당하고 심지어 절명한 선배 작가들의 고혼이 오늘을 살아가는 작가들의 원고지 위에 얼룩져 남아 있다. 아프고 억울한 역사를 외면하지 않는 문학의 서사가, 생동하며 진화하는 리얼리티가 노벨문학상에 이르렀듯이 시대에 대한 우리의 고뇌가 문학의 근력으로 작동할 것임을 또한 믿는다. 진실하고 절박한 문자의 힘, 언어로서 소통하고 결의하는 힘이 뻔뻔한 위언과 궤변보다 위대한 힘을 갖고 있음을 또한 믿는다.
우리가 사람으로 사는 한, 작가의 양심을 품고 사는 한, 오늘 우리가 한사람의 작가이자 시민으로서 책임져야 할 일들이 누군가 대행해 줄 것이 아님을 안다,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명령하고자 한다. 대통령 윤석열 씨는 당장에 자연인 윤석열 씨가 되는 것이 당신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유일한 길이다. 그리고 응당히 요구한다. 우리가 아끼고 살아야 할 대한민국의 융성과 자존을 위하여, 시민들이 행복하게 살 권리를 위하여, 무능, 무도하고 반성을 모르는,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국가수반으로서 헌법 수호의 의지도, 소소한 준법의식조차도 없는 20대 대통령 윤석열은 스스로 물러나기를 결연히 요구한다.
한국작가회의가 지난 11월16일 서울시청앞 촛불집회에 참여해 높이 올린 깃발의 모습. 한국작가회의 제공
전주대 교수들 “김건희 특검, 윤석열 퇴진”…104명 시국선언
전북 전주대학교 교수 등 전임교원들이 19일 전주대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2년 반 동안 대한민국이 총체적인 위기에 빠졌다"며 윤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
전북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시작됐다.
‘시국을 걱정하는 전주대학교 교수 일동’은 19일 학생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대통령은 국격 훼손과 국정 농단의 책임을 지고 즉각 퇴진하라”고 밝혔다. 이날 시국선언에는 교수 등 전임교원 339명 중 104명이 동참했다.
교수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품격에 국민이 의구심을 갖게 된 것은 이미 오래됐다. 국민은 대통령의 무게와는 너무도 동떨어진 그의 언행에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그의 거친 품격에도 불구하고, 그가 사회 각 분야에서 공정과 상식을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거라는 일부 국민의 기대 역시 2년 반 만에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며 “그는 애당초 공정함이 무엇이고 상식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처럼 대한민국의 대내외 시스템을 급속도로 망가뜨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구한 변명과 품격 없는 반말로 끝났던 기자회견 이후 국민은 이제 윤석열 김건희 부부에 대한 인내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스스로 말했던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는 말을 실천해 즉각 김건희를 특검하고 대한민국의 법치를 훼손하고 범죄를 비호하여 국정농단에 이르게 한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 한겨레 천경석 기자 >
중앙대 교수 169명 “윤 대통령 사과하고 임기단축 개헌하라” 시국선언 발표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주최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김건희 특검 수용, 국정농단 규명! 윤석열을 거부한다 시민행진' 집회에서 참석자가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엘이디 전등을 흔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중앙대 교수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임기단축 개헌 등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있는 조치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중앙대 교수 169명은 19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중앙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문’에서 “1987년 민주화 이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어떤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민주주의의 퇴행이 일상이 되어버렸다”며 “이는 단지 정권의 무능이나 정책의 실패를 논하는 단계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처한 누란의 위기”라고 규정했다. 이어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파괴, 국정농단의 일상화, 민생 경제 파탄, 의료대란 속 국민 생명의 위협, 역사 정의 위협, 언론 자유 말살로 인해 반국민적·반민주적·반역사적 행태가 윤석열 정부에 의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성명에 참여한 교수들은 △윤석열 대통령은 헌정질서 파괴와 국정 농단에 대해 깊이 사과하고, 임기단축 개헌을 비롯하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 △권력형 비리 척결을 위한 김건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관련 특검을 즉각 수용할 것 △서민경제와 민생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을 지체없이 시행하고, 부자감세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고,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수립할 것 △친일 편향 외교와 역사 정의 훼손을 즉각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선의 역량을 집중할 것 △언론 탄압을 즉각 중단하고, 공영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다음은 시국선언 전문. < 한겨레 고경태 기자 >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는 중앙대학교 교수들의 시국선언
대한민국이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오늘 우리의 위기는 정권의 무능이나 정책의 실패를 논할 단계를 넘어섰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마주한 것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와 민주주의의 붕괴 위험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어떤 정권에서도 볼 수 없었던 민주주의의 퇴행이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처한 누란의 위기에 직면하여 우리 중앙대학교 교수들은 비장한 심정으로 시국선언에 나선다.
헌정질서와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은 취임 이후 헌법이 보장하는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처음으로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것을 비롯해, 국회가 의결한 법안들을 무차별적으로 거부하며 입법권을 무력화했다. 검찰권을 남용함으로써 사법 질서가 어지럽혀지고, 공정한 수사를 한 수사관들이 좌천되거나 기소당하는 기막힌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국정농단이 일상화되고 있다.
대통령 배우자와 측근들에 의한 국정 개입이 도를 넘어섰다. 명품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공천 개입 등 각종 비리 의혹들이 제기되었으나, 검찰은 이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며 법치주의를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국정농단이 단순한 비리나 부패를 넘어, 국기를 흔드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비선 실세들의 국정 개입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민생경제가 파탄에 이르고 있다.
서민경제가 파국적 상황에 처해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서 서민들의 삶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더욱이 2025년 국가채무가 1,22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속에서도 정부는 법인세, 상속세, 종부세 인하 등 부자 감세로 일관하며 재벌과 기득권 세력의 입장만을 대변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곳곳에서 폐업한 점포들이 속출하는 데도 정부의 실질적 대책은 나오지 않고, 서민을 위한 복지예산만 삭감되고 있다.
의료대란 속에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의료계의 반발을 초래하고 국민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젊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실망하며 병원과 강의실을 떠났는데도, 정부는 해결하려는 노력은 없이 증원이라는 명분에만 매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의료공백이 발생하고, 남아 있는 의료진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중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참사가 빈발하고 있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절대로 병에 걸리지 말아야 한다”는 냉소적인 말이 국민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실정이다. 정작 필요한 공공의료 확충이나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는 논의의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정부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역사 정의가 위협받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친일 편향적 외교와 역사 정의 훼손은 국민에게 치욕과 수치심을 안겼다.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용인, 일본의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지지 등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로 민족 정체성의 근간을 흔들었다. 대통령실과 주요 정부 요직은 물론 한국학중앙연구원, 동북아역사재단, 독립기념관 등 주요 역사기관에도 ‘뉴라이트’ 계열 인사가 등용되었다. 국가안보실의 주요 인사는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며 전범 국가 일본의 과거사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해 국민들을 기함케 했다. 민족해방을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들을 바라볼 면목이 없을 지경이다.
언론 자유가 말살되고 있다.
공영방송에 대한 장악 시도가 금도를 넘어섰다. 윤석열 정권은 KBS, YTN, TBS를 차례로 장악한 데 이어, 이제는 마지막 보루로 남은 MBC마저 굴복시키려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동원한 압박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임에도, 현 정부는 이들 방송을 권력의 나팔수로 복속시키려 하고 있다. 검찰을 동원한 언론인 탄압 또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정 기자나 언론사를 상대로 한 무분별한 수사와 압수수색으로 취재의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반국민적, 반민주적, 반역사적 행태가 버젓이 자행되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우리는 다음 사항을 엄중히 요구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헌정질서 파괴와 국정 농단에 대해 깊이 사과하고, 임기단축 개헌을 비롯하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
-권력형 비리 척결을 위한 김건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등 관련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
-서민경제와 민생회복을 위한 비상대책을 지체없이 시행하고, 부자감세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
-의료대란 해결을 위해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고,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실질적인 계획을 수립하라.
-친일 편향 외교와 역사 정의 훼손을 즉각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선의 역량을 집중하라.
기원전 213년,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를 세운 진의 시황제는 실용서를 제외한 책들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생매장해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잘 알려진 '분서갱유(焚書坑儒)' 사건이다.
이 사건은 오랫동안 7개의 나라로 갈라져 싸웠던 전국 시대를 종식하고, 강력한 중앙 집권 국가를 만들기 위해 저질러진 것으로, 당시 불태워진 책들은 대부분 이른바 제자백가라고 불리는 중국 고대 사상가들의 책들, 그리고 진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의 역사서였다.
그런데 '분서갱유' 사건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분서갱유'의 대상이 된 책 중에는 시경(詩經), 서경(書經)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상가, 역사서들과 함께 시 등 문학 작품들도 '분서갱유'의 대상이 되었다.
'분서갱유'만이 아니다. 이후에도 전제 정권이 사상을 탄압하고 지식인들을 숙청하는 일들은 역사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는데, 이 과정에서 예술가와 예술 작품이 그 탄압의 대상이 된 경우는 동서와 고금을 막론하고 비일비재했다.
얼핏 생각하면 권력에 위협이 되는 정치사상가, 혁명가들이 아니라 예술인들이 탄압의 대상이 될 이유가 없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정치가들만큼이나 예술인들도 권력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정조의 '문체반정(文體反正)' 사건이다.
왕권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벌어진 사건
정조는 성군으로 칭송받는 군주이지만, 어디까지나 전제 왕정 국가의 왕이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정조는 극심했던 붕당의 대립을 통제하기 위해 왕권 강화에 애썼던 통치자였다. 영리했던 정조는 능숙한 정치 기술로 왕권을 확립했는데, 이 과정에서 벌어진 "분서" 사건이 '문체반정'이었다.
당시 조선의 지식인들 사이에는 정조 무렵을 기준으로도 2000년 이전의 문헌인 논어 등의 한문체를 탈피하여, 좀 더 구어체에 가까운 새로운 문체가 유행하고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른 정조는 이를 패관 문체라고 불렀는데, 패관은 본래 세간의 정보를 정리하여 왕에게 보고하던 중국의 관직 이름이었다.
업무의 특성상 패관이 작성하는 정보 문서들은 저잣거리의 구어체로 작성될 수밖에 없었고, 이런 패관 특유의 문체가 중국에서 유행하던 소설들의 문체가 되어, 결국 조선까지 영향을 준 것이었다. 정조는 이런 패관문체가 유교에 바탕을 둔 조선왕조의 정당성을 흔든다고 생각했고, 패관 문체로 작성된 책들을 불태울 것을 지시하였다.
재밌는 것은 당시 신식 문체로 가장 유명한 지식인 중 하나가 연암 박지원이었다는 사실이다. 정조가 무도한 왕은 아니었기 때문에 박지원이 ' 문체반정'으로 처벌받지는 않았지만, 반성문을 써서 정조에게 제출해야 했다.
'문체반정'의 원인에 대해서는 학자들의 견해가 분분하지만, 대체로 견해가 일치하는 부분은, '문체반정'이 단순히 글을 쓰는 스타일을 문제 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들어온 새로운 문화가 조선의 전통적인 전제 왕권을 흔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속성 확인
▲2017년 11월 28일 배우 문성근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피해자 국가배상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문화예술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아니, 무관할 수 없다. 정치적 문제에 대해 특별한 의식을 갖지 않고 창작하는 예술인인 경우에도, 그렇게 만들어진 작품이 사람들에게 깨우침을 주고,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 떨쳐 일어난 계기가 된 경우는 적지 않다.
독재자들은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군사정권 시절 벌어진 검열과 문화 탄압도 그렇게 벌어진 것이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도 결국 그 근본은 이러한 문화예술의 속성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국정농단 사건이 워낙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더 또렷이 기억하지만, 박근혜 블랙리스트 사건은 이명박이 작업한 블랙리스트 사건을 이어받아 실행한 것에 불과하다. 박근혜 블랙리스트 사건은 대통령실이 주도한 건이라 그나마 수사가 가능했지만, 이명박 블랙리스트 사건은 당시 국가정보원이 원장 원세훈의 지휘를 받아 주도하였기 때문에 지금도 관련 정보에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명박, 원세훈 등이 저지른 행위는 어느 정도 밝혀졌지만, 그들의 지시를 받아 구체적으로 블랙리스트 범죄를 저지른 자들은 특정조차 못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검찰조차 관련 정보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대상이 국가정보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문화예술 탄압의 역사를 생각하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 탄압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두 정권이 군사정권 출신들이, 독재자들을 추종하는 자들이 만든 정권이기 때문이다. 이는 뒤집어 말해, 블랙리스트 등의 방법으로 문화예술 분야를 탄압했다는 사실에서,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속성이 확인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블랙리스트 사건이 결국 권위적, 비민주적 정권의 본질 때문이라면, 이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결국 권력을 쥔 자들에게 있다고 보아야 한다. 블랙리스트 사건의 경우 이를 실무 지휘한 몇몇 사람들에게 비판이 집중되었지만, 그 모든 범죄의 책임은 이명박과 박근혜에게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권위적, 비민주적 정권이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을 일삼는다면, 정권이 그렇게 변질되었을 때는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탄압이 거의 필연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밖에 없다. 말하자면 문화예술인들은 이 사회의 "탄광의 카나리아"인 셈이다. 그들이 탄압받는 세상은 단순히 문화예술인들에게 부당한 세상인 것만이 아니라, 정권 자체가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세상인 것이다.
책임은 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물어야
▲지난 8월 12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용호성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주요행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우려되는 것은, 현 정권에서 다시 문화예술에 대한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이명박 시절 블랙리스트 건으로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했던 행정 전문가들이 복귀했다. 윤석열 정권은 이명박 정부의 인물을 대거 등용했는데, 그렇게 등용된 인물 중에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한 인물들이 있다는 것은 언론 보도 등을 통해서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지원을 위한 예산들도 크게 삭감되었음은 물론, 문화예술 작품에 대한 수사, 손해배상 청구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특히 많은 예술인이 국가의 지원으로 힘겹게 예술 작업을 이어간다는 점을 생각하면,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 문제는 문화예술인들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블랙리스트 사건이 매우 교묘하고도 악질적이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국가의 문화예술 지원에서 정권이 "찍은" 문화예술인을 의도적으로 배제하여, 그들의 생존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벌인 기술자들이 돌아오고,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축소가 이루어졌다. 이명박 정권의 블랙리스트 사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진행형인 현 정권의 문제이므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정권의 의도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이는 현 정권의 본질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항이라고 볼 수 있다. 아직 확인된 것이 아니어서 가정적으로 말하는 것이기는 하나, 이 정권에서도 문화예술인에 대한 조직적인 탄압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라면, 이에 대한 책임은 정부의 수장이자 권력의 정점인 대통령에게 물어야 한다.
얼마 전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결정한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의 이 평가는, 문화예술의 가치가 어디에서 오는지, 왜 독재자들이 하나같이 문화예술을 탄압하는지 간명하게 보여준다. 한림원이 말한 "역사적 트라우마"가, 이젠 진정한 의미에서 "역사"적 사건으로, 과거의 일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 김필성 변호사, 오마이뉴스 >
경찰 폭력 대응으로 "6명 연행, 9명 부상" 촛불행진 10만명 "대국민 사기 담화" 성토
민주당 2차 장외집회…"무릎 꿇게 만들자"
윤석열 대통령의 반성없는 대국민 담화에 분노한 노동자와 촛불시민, 야당 당원 등 수십만 명이 주말 서울 도심, 한자리에서 한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을 규탄하고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을 요구했다. 지난주 30만 명이 거리에 몰려나온 데 이어 이번 주도 수십만 명이 집회에 나서면서 탄핵 열기가 끓어 오르는 모습이다.
9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중구 숭례문 앞과 세종대로 일대에서는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 행동의 날 등 집회가 연쇄적으로 개최됐다. 차도뿐 아니라 인도까지 발디딜 틈 없이 시민들이 몰려나왔다.
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9. 연합
'윤석열 퇴진 광장' 문을 연 민주노총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오후 4시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를 개최하고 대정부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노동조합원과 농민, 청년, 일반 시민 등 10만여 명(주최 측 추산)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 "노동자가 앞장서서 윤석열 정권 끝장내자"라고 외쳤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분노한 시민들은 이 나라 대통령이 김건희인지 명태균인지 묻고 있다. 그런데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윤석열 정권은 눈과 귀를 닫고 제멋대로 폭주를 멈추지 않겠다 한다"면서 "이틀 전 대통령의 끝장토론(대국민 담화)은 이 정권의 끝을 보여주었다. 권력 주체인 국민들이 틀렸다, 바꾸라 요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못하겠다, 안 하겠다 답했다. 이제 나가라 물러나라 퇴진하라 외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을 몰아낸 자리에 노동자 민중의 권력을 세우자" "새로운 세상을 윤석열정권 퇴진 광장에서부터 만들어가자"면서, "전두환의 군사독재보다 더욱 악랄한 검찰독재 정권, 이명박의 비즈니스 프랜들리보다 더욱 탐욕스러운 부자퍼주기 정권, 박근혜의 국정농단보다 더욱 파렴치한 국정파괴 정권,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우리의 힘으로 멈추자"며 "노동자 민중의 나라를 우리의 힘으로 세우자"고 외쳤다.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산별 노조와 지역에서도 윤석열 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퇴진에 한목소리를 냈다. 공공운수노조 박경득 의료연대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오히려 의료를 시장에 내맡기고, 민간보험을 활성화하고, 건강보험은 축소하는 민영화 방안이 들어있다"며 "대통령 말대로 의사를 아무리 늘려도 지역·필수의료에 단 한 명도 배정할 수 없는 게 의료개혁의 진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요구한다. 국공립공공의대를 만들어 공공의사를 양성하자 그리고 시장의료를 공공의료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자연구자 협의회(민교협) 사회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지금 전국대학에서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윤석열이 집권하자마자 2년 만이라는 단시일 내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 걸쳐서 반동과 퇴행을 자행했다"라면서 "그것도 모자라 국정농단을 하고 전쟁위기까지 조장한다"면서 "이런 대통령은 당장 퇴진시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오후 4시 노동자대회에 앞서 민주노총 16개 산업별연맹은 서울 도심 14곳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이후 각 연맹은 다른 경로로 행진해 본 대회가 열리는 숭례문 앞으로 결집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에 참가하려는 노조원과 시민들을 경찰이 강제로 막으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시민들은 "열어라" "폭력경찰 물러나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9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경찰은 본 대회 중에도 노조원과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집회 장소인 차도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이에 노조원과 시민들도 경찰 펜스를 들어 올리고 차도 밖으로 경찰을 밀어내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11명이 현행범 체포됐고, 100여 명이 부상 당했으며 일부는 병원으로 후송됐다. 집회도 예정보다 1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노동자와 야당을 이어준 촛불대행진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은 시작부터 힘찬 구호로 문을 열어젖혔다. 10만 여명(주최 쪽 추산)의 촛불시민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김건희를 구속하라" "여론조작 불법선거 윤석열을 탄핵하자" "대국민 사기 담화 범죄자 윤석열을 탄핵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기조발언을 통해 "윤건희(윤석열+김건희) 일당의 추악한 범죄행각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을 참칭하는 윤석열 김건희 사기꾼 일당들의 범죄 천국이 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똑똑히 보고 있다"며 "그러나 윤건희 일당은 명백한 범죄증거 앞에서도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전국민을 상대로 실시간으로 사기친다"고 힐난했다.
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권 공동대표는 또 "국힘당 한기호와 신원식 안보실장이 주고받은 문자에서 보듯이 이자들은 우크라이나 참전으로 한반도 전쟁을 만들려는 자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쟁을 (우리 땅으로) 수입하겠다는 완전히 미친 자들"이라며 "이 모든 수순이 김건희 방탄용 전쟁기획이다. 김건희 범죄 덮자고 전쟁까지 시도하는 윤건희 일당을 용납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남은 것은 탄핵뿐"이라고 표효했다.
이에 시민들은 "범국민항쟁으로 전쟁광 윤석열을 탄핵하자" "전쟁으로 돌진하는 윤석열을 탄핵하자"라고 화답했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윤석열은 대국민 담화에서 2027년 5월 9일까지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며 "다른 말로 하면 2027년 5월 9일까지 내가 왕이라고 국민 앞에 뻔뻔하게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도 모르는 윤석열 왕 밑에서 2027년 5월 9일까지 버티고 살겠나. 저는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부끄러워서 그렇게 못산다"며 "윤석열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9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김세동 도봉촛불행동 대표는 "윤석열이 2027년 5월 9일 임기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날짜까지 이야기하는 거 보면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것 아니겠냐"며 "윤석열 임기는 윤석열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정한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들, 민주당 당원들, 촛불시민들이 드디어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다"며 "나라를 구하려는 애국의 마음 하나로 굳게 뭉쳐서 올겨울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탄핵하자"고 했다.
"국민에 복종 안 하면 무릎 꿇게 해야"
집회장의 열기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범국민대회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노동자와 촛불시민, 민주당원 등 20여 만명(주최 쪽 추산)은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성토하고, 윤석열·김건희 부부 국정농단 심판과 김건희 특검 등을 촉구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조국혁신당 신장식 원내부대표 등 야4당 당대표와 의원들도 참석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대국민 담화가 아니라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아무리 불법을 저질렀어도 수사받을 순 없다, 대한민국의 실질적 통치차는 김건희다, 그러니 찍소리 말고 가만히 있으라, 이것이 대국민 담화의 본질이었다. 단언컨대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범국민대회에서 안귀령 도봉갑 지역위원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렸다. 신소영 기자
박 원내대표는 "국민은 충분히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며 "이제 관망은 끝났다. 더 이상 관용은 없다. 이제 행동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은 김건희 윤석열 부부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입증하자"며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반드시 이행하겠다. 역사를 믿는다"고 다짐했다.
야 4당 대표의 연대사도 이어졌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이제 가장 빠른 방식으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며 "국회는 김건희 특검과 탄핵소추뿐 아니라 어떤 방식이든 합법적으로 국민주권을 실현해내야 한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이제 국정농단 증거는 나올 만큼 나왔다. 우리에게 놓여있는 선택지도 하나뿐"이라며 "이 무도하고 무책임하고 무자격한 정권을 내쫓자"고 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8년 전 박근혜를 탄핵시킨 게 누구냐. 바로 우리 국민들 아니겠느냐"며 "이 싸움은 대한민의 주인이 누구인지 판가름하는 역사적 순간이다. 검찰, 언론, 사법, 정치권력,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 주권자임을 똑똑히 보여주자"고 힘주어 말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원내부대표는 "조국혁신당 쇄빙선은 더 빠르고 단단하게 움직이겠다"며 "민주의 함대는 더 강력하게 움직여달라"고 했다.
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범국민대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이재명 대표는 "국가는, 국가 권력은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고, 이 나라가 평화를 유지할수 있게 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더 많은 기회를 우리 국민들이 누리면서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바로 국가 권력이 해야할 일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인 국가권력의 원천은 국민이고, 이제 국민이 위임된 권력을 남용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면서 "국민의 어려운 삶을 살피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의 명령에 그들이 복종해야 한다. 스스로 국민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그들을 우리 앞에 무릎 꿇게 만들자"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첨병이다. 우리로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대한민국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란 것을 우리가 이 현장에서, 삶의 현장에서 증명해나가자"고 했다. 그는 "역사의 거대한 변화도 누군가 한 사람의 가슴으로부터 시작했다. 오늘 눈에 보이는 우리 이웃만도 우리 동지만도 이렇게 참으로 많지 않은가"라며 "가족의 손을 잡고 우리 이웃과 토론하고 현장으로 함께 나가자"고 했다. ( 이재명 대표 연설 https://youtu.be/CstC1NO4yUk )
9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민주당 범국민대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이어서 촛불행동이 진행하는 도심 행진에 참가했다. 숭례문→한국은행 앞 교차로→명동입구→을지로입구역→더 플라자 호텔→시청역 경로를 행진하며 "멈추지 않는 국정농단 윤건희를 끌어내리자" "김건희 방탄용 전쟁음모 탄핵으로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탄핵 집회의 열기는 다음 주에도 이어진다. 민주당은 야당, 시민사회 등과 연대하며 함께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16일 개혁신당을 제외한 야5당이 공동 대회를 개최한다. 1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처리가 관측되는 만큼 다음 주 집회에서는 특검 촉구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15차 촛불대행진도 예정대로 열린다.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오는 20일 2차 총궐기를, 다음 달 7일 3차 총궐기를 열 예정이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