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조사 6일만에 “권한남용·비밀누설 등 사안 중대”
대부분 범죄 혐의 부인… 향후 증거인멸 우려 상존”

21시간20분간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마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가 27일 뇌물수수 혐의 등을 적용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지 6일 만에 내린 결정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29일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 특수본은 이날 “피의자(박 전 대통령)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 그동안 다수 증거가 수집되었지만, 대부분의 범죄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며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밝혔다. 이어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 된 점에 비추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런 사유와 제반 정황을 종합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소환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해 왔다. 그간 수사팀 내부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인 만큼 구속영장 청구를 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었다고 한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이 같은 수사팀 의견 등을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을 소환한 지 6일 만에 ‘최종 결단’을 내렸다. 김 총장은 지난 23일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오로지 법과 원칙, 수사상황에 따라 판단돼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음은 검찰 특수본 구속영장 청구 관련 발표자료 전문

그동안 특별수사본부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기존 검찰 수사 내용과 특검으로부터 인계받은 수사기록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지난 주 조사 결과 등을 종합하여 전직 대통령의 신병 처리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했다.

검토한 결과, 피의자는 막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하여 기업으로부터 금품을 수수케 하거나 기업경영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권력남용적 행태를 보이고, 중요한 공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등 사안이 매우 중대하다.

그동안의 다수의 증거가 수집되었지만 피의자가 대부분의 범죄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등 향후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상존한다. 공범인 최순실과 지시를 이행한 관련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 된 점에 비추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반한다.

위와 같은 사유와 제반 정황을 종합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법과 원칙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서영지 기자>


416국민조사위, 대통령기록물 공개 유지 촉구
“유출·폐기 못하게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하라”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국민조사위)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청와대의 세월호 관련 자료 폐기와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의 대통령 기록물 지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4·16세월호참사국민조사위원회(국민조사위)가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기록물의 불법 유출과 무단 폐기를 막고 온전하고 조속하게 대통령기록관로 이관하는 것”이라며 “그래야만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낱낱히 밝혀내고 참사 당시 대통령에 대한 미비한 보고 및 지시사항을 반면교사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논란이 된 지난해 9월 이후 문서파쇄기를 26대 구입했다는 보도가 최근 나오면서, 당일 출입기록 등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규명할 자료 등도 폐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다.

또한 검찰 수사 등이 이뤄지기 전에 황 권한대행이 청와대 자료를 비공개로 지정해 짧게는 15년 길게는 30년간 봉인시켜 진실 규명의 가능성을 봉쇄해버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인용 결정 후 나흘만인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의 대통령기록물에 대한 이관작업을 시작했다. 대통령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지만, 비공개로 지정하면 15~30년 동안 공개되지 못한다. 예외적으로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을 때, 관할 고법원장이 해당 기록이 중요 증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하는 경우에는 공개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절차가 매우 까다로워지는 것이다. 국민조사위는 “세월호 참사와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을 밝힐 증거기록이 대통령지정기록으로 지정될 경우 당장 검찰 수사가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날 국민조사위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줄 증거자료의 불법유출·무단 폐기 등을 막고 주요 기록물들이 온전히 이관하는 계획 등이 있는지 밝혀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질의서를 황 권한대행 쪽에 우편으로 발송했다.
<박수지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10일 오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주변에 모여 중계방송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헌법재판관 만장일치로 박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이 내려지자 환호하며 기뻐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문체부 문책 인사 등 책임 인정 안했지만
이정미 권한대행 “박대통령, 최씨 국정개입 철저히 숨겨”


최순실이 갈랐다. 헌법재판소는 세월호 참사 관련 책임 등에 대해선 ‘탄핵사유가 되지 않는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 국정개입에 함께 했다며 만장일치로 탄핵을 결정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10일 박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청구 사건 선고에서 국회 탄핵소추 의결 과정 적법했는지 여부에 대해 “탄핵소추사실이 피청구인이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돼있다”며 “사실관계 조사 여부도 국회의 재량”이라고 말했다. 또 토론 없이 국회 표결 이뤄진 점에 대해서도 “국회법상 반드시 토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헌재 재판관 8인으로 이 사건을 심리하는 점에 대해서도 “8명이 심리하는 데 헌법과 법률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권한대행은 국회가 “직업공무원제도와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에 관한 헌법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 문책성 인사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사익 추구에 방해가 됐기 때문에 문체부 공무원 인사를 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고, 유진룡 전 장관이 면직된 이유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6명의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또,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 해임에 압력을 행사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증거를 종합해도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박 대통령이 관여했다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생명권 보호의무와 직책성실 의무에 관해서는 탄핵 소추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권한대행은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재난상황이라고 해서 대통령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성실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추상적이어서 추상적 의무규정을 위반한 이유로 탄핵 소추를 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을 파면으로 이끈 건 최순실이었다. 이 권한대행은 “대통령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권한을 행사해야 하고 공무수행을 투명하게 공개해야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개입을 숨겼고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덮었다. 이로 인해 국회 등 헌법기관의 견제와 언론의 감시가 제대로 작동 안됐다”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의 헌법·법률 위배는 재임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져 사실을 은폐하고 관련자들 단속했다”며 “박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규명에 협조하겠다고 했으나 검찰과 특검 조사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런 이유를 들어 “박 대통령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밝혔다.

<김원철 박태우 기자>


뤼차오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 “신뢰 없어 경제협력 불가능”
중 외교부 대변인 “모든 뒷감당 한국과 미국이 부담해야”
중국 롯데마크 1/3 영업정지… 교민들 불안 커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 한국 배치에 강하게 반대해 온 중국은 사드 일부가 이미 한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에 보복조처를 다짐하는 분위기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뒤, “(사드 배치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뒷감당은 한국과 미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뤼차오 랴오닝성 한반도연구센터 연구원도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구체적 배치 과정이 시작된 이상 중국의 압박이나 보복조처는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전략적협력동반자로서 진행했던 외교 분야의 각종 협력이 모두 영향받을 것이고, 추가적 진전이 있다면 군사적 보복조처도 예상할 수 있다. 정치적 신뢰가 없어 밀접한 경제협력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싱크탱크 소속 외교 전문가는 “한국이 사드 배치를 이렇게 빨리 해치울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중국에선 한국도 필리핀처럼 차기 정부가 들어서면 이 문제가 유리하게 풀릴 수 있다는 낙관론도 있었는데, 이젠 돌이키기 힘들어졌다”고 당혹감을 토로했다.

중국 내 롯데 사업에 대한 압박도 계속됐다. 베이징시 발전개혁위원회는 차오양구의 한 롯데슈퍼마켓에서 허위가격 표기 등을 통한 판촉 활동이 8건 적발됐다며 50만위안(약 8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베이징청년보> 등이 전했다. 원래 판매가격을 실제보다 높게 표시해 할인 폭이 큰 것처럼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중국 내 99곳 롯데마트 점포 가운데 영업정지 건은 5일 4곳, 6일 23곳, 7일 39곳으로 계속 늘었다. 이제 중국 롯데마트의 3분의 1이 영업정지로 문을 닫은 셈이다. 지난 1월 일부 항공사들의 전세기 신청이 중국 민항국으로부터 불허 조처를 받은 데 이어, 제주항공이 신청한 3월 한국행 전세기 운항도 또 거절됐다.

베이징에서 한인 학생이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도는 등 교민 불안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베이징에 7년째 살고있는 ㅈ씨는 “2012년 일본계 점포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일본 차량이 부서질 때도 크게 염려치 않았는데, 이젠 우리 일이 됐다”며 우려했다. <환구시보>는 7일치 사설에서 “한국 스스로 중-미-러의 대국게임에 경솔하게 뛰어든 것으로, 한국의 미래에 깊은 영향을 주게 될 중대한 선택을 했다는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날 오전 한국 국방부를 인용해 사드 체계의 일부가 이미 한국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속보로 전하면서도, ‘한국 정부가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배치를 강행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