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버지니아주, 광주시와 자유 수호 역사 공유 기념해 선물한 의사당 깃발

강기정 광주시장 "권력 남용자 반드시 파멸, 동서고금 진리"

 

'폭군은 언제나 이렇게 되리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오전 광주시청 청사에 '폭군은 언제나 이렇게 되리라'는 문구가 새겨진 미국 버지니아주 주(州) 깃발이 게양돼 있다. 광주시는 전날 미국 버지니아주 주지사가 보낸 깃발을 전달받고 내걸었다. 2025.1.3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광주시청에 '폭군의 최후'를 상징하는 깃발이 게양됐다.

광주시는 이날 오전 청사 게양대에 미국 버지니아주 주지사가 보낸 주(州) 깃발을 내걸었다.

버지니아주 정부는 광주시가 식품 산업 교류 협력 방문단을 환대해 준 것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두 도시가 자유 수호 역사를 공유한 점을 기념하고자 주 의사당에 게양했던 버지니아주기를 최근 광주시에 선물했다.

버지니아주 깃발에는 고대 로마 선의 여신 버츄스(Virtus)가 독재의 신 혹은 폭군을 쓰러뜨리고 밟는 모습과 'Sic semper tyrannis'라는 라틴어가 쓰여 있다.

버지니아주의 슬로건이기도 한 이 문구는 '폭군은 언제나 이렇게 되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버지니아주는 영국이 1607년 첫 식민지를 건설한 곳이자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된 연설이 의회에서 이뤄진 곳이다.

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낸 토마스 제퍼슨 전 미국 제3대 대통령이 깃발 도안을 만들면서 식민지 착취를 강행하는 영국 왕을 상징하는 왕관을 그려 넣었다.

미 버지니아주에서 보낸 감사 증서= 광주시는 미국 버지니아주 주지사로부터 식품 기술 분야 협력과 관련한 감사 증서와 주(州) 깃발을 받았다고 3일 밝혔다. 감사 증서와 깃발에는 '폭군은 언제나 이렇게 되리라'는 버지니아주의 슬로건이 담겨 있으며 광주시는 이날 오전 깃발을 청사에 게양했다. 2025.1.3 [광주시 제공] 

 

글렌 영킨(Glenn Youngkin) 버지니아 주지사는 친필 서명이 담긴 감사 증서를 함께 보냈다.

광주시 방문단이었던 조셉 거스리(Joseph Guthrie) 버지니아 농업 및 소비자 서비스부(VDACS) 청장은 친필 서한을 통해 "간담회가 매우 생산적이었고 광주시청을 방문했을 때 미국 국기를 게양해 주셔서 감사했다. 광주에서 받은 환대를 베풀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초대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사진과 글을 올리고 "폭군 윤석열을 체포하는 아침, 버지니아주 주지사가 보낸 주 깃발과 감사 증서가 도착했다"며 "깃발에 쓰인 문구가 의미심장하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권력을 남용하는 자는 반드시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라고 말했다.        < 연합 장아름 기자 >

 

전광훈 집회에서 "계엄 해제했으니 계엄령 아냐"
국힘 "무리하게 체포 영장을 내서 국민과 싸운다"
"적법하지 않은 법 집행에 강한 의사 표시할 것"

홍준표도 가세  "이재명 탄핵소추권 남용은 왜 침묵?"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이 지지자들과 경찰로 북적이고 있다. 2025.1.3. 연합
 

윤석열 대통령 체포가 무산되자 극우 단체들은 '승리했다'고 외치며 '이제 이재명을 체포해야 한다' '공수처의 체포 영장은 불법'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국민의힘도 이들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

3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전 목사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공수처의 체포영장에 대해 비난하며 체포를 막았던 대통령경호처와 육군 수방사 55경비단에 대해 '잘 하고 있다'는 칭찬까지 했다.

전 목사는 대통령경호처와 수방사를 향해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면 가차없이 (행동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체포영장에 대해) 법대로 할 것이다. 탄핵은 무효"라고 외쳤다.

전 목사는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계엄에 성공하려면 새벽에 해야 한다"며 "아침에 탱크가 집마다 있는 게 계엄이다. 밤 10시 30분에 계엄령을 선포한 것과 계엄령 해제를 받아들였으니, 계엄령이 아니다"고 황당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중 절반이 가짜 국회의원"이라며 "그나마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정책에 보조를 맞추면 되는데 전부 탄핵했다. 국정을 마비시킬 정도로 탄핵했기 때문에 대통령의 오른손이 잘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도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것을) '셀프 사면'하면 된다"며 "바이든 대통령도 자기 아들의 죄 때문에 '셀프 사면'을 했다. 미국이 그러니 우리도 그렇게 하면 되는 거다"라고 덧붙였다.

 

3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윤석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2025.01.03. 유튜브 신의한수 갈무리
 

전 목사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윤 대통령의 탄핵에 동의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은 탄핵을 일주일에 한 번씩 했다"며 "이재명도 방해가 됐지만, 한동훈 때문에 탄핵이 결의된 것이다. 국민의힘이 탄핵 법안을 국회에 올렸을 때 참석을 안 했던 게 맞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거는 이재명 때문"이라며 "대한민국이 (이재명이라는) 미꾸라지 한 명 때문에 힘들다. 조국은 감옥에 갔고, 한동훈은 아웃됐다. 이재명만 처리하면 대한민국은 자유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밝히며 이재명을 체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역시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것에 대한 반발했다. 권선동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공수처는 왜 일을 이렇게 하는가"라며 "무리하게 영장을 집행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국민과 싸우려 들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철규 의원은 페이스북에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불법·월권"이라고 지적한 헌법학자의 글을 공유했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오전부터 한남동 관저를 찾아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항의했다. 국민의힘은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 자체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이날 대법원을 항의 방문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영장 발부 판사) 탄핵까지는 신중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적법하지 않은 법 집행에 대해서는 강한 의사 표시는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탄핵 심판 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 2024.12.17 연합
 

홍준표 대구시장은 같은 맥락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대통령의 비상 계엄권 남용에는 전 국민이 들고 일어서는데 이재명의 탄핵소추권 남용에는 왜들 침묵하고 있느냐"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의)대통령 탄핵소추 이외에 28건의 탄핵소추 남용에 이유가 있었느냐"고 적었다. 

그는 "비상 계엄권 남용으로 나라가 혼란해졌다면 탄핵소추권 남용으로 나라는 무정부상태로 가고 있지 않으냐"고도 했다.

홍 시장은 "적대적 공생관계로 나라를 이끈 지 2년 6개월이 되었는데 한쪽은 처벌되어야 한다고 난리고 한쪽은 권력을 잡겠다고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며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또 다른 글에서는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것과 관련 "애초부터 판사의 직권남용이 가미된 무효인 영장이었다"고 밝혔다.

홍 시장은 "군중심리를 이용한 무리한 수사를 하지 마시고 박근혜 탄핵 때처럼 탄핵 절차를 다 마친 후 수사 절차에 들어가시기를 바란다"며 "그게 헌법재판소법 제51조의 취지다. 판사의 집단광기에 휩싸이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다"고 덧붙였다.

다만 초선인 김상욱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공수처의 영장 집행은 파괴된 민주주의, 헌정 질서 회복의 중요한 단계"라며 당내 주류 의원들과는 다소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AP "윤석열, 장시간 대치 끝에 영장 견뎌내"

BBC "윤 체포 시도 중단, 긴박한 하루 끝나"
CNN "반항하는 궁지 몰린 윤석열과 대치"
알자지라 "계엄령, 한국 정치 위기 빠뜨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처장 오동운)가 3일 '내란 우두머리(수괴) 등의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하자, 주요 외신들은 곧바로 관련 소식을 보도했다.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동시에 달성하고 10위권의 경제국을 자랑해온 대한민국이 적법한 영장도 집행 못하는 불편한 진실을 세계에 널리 알린 셈이다. 한마디로 망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을 태운 차량이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 2025.1.3 연합
 

AP "윤석열, 장시간 대치 끝에 영장 견뎌내"

AP 통신은 이날 '탄핵소추된 한국의 대통령이 장시간 대치 끝에 영장을 견뎌냈다'란 제하의 기사에서 "한국 수사관들은 6시간 가까이 대치한 이후 대통령 관저를 떠났다. 한국의 정치를 마비시키고 한 달 새에 두 명의 정부 수반을 탄핵했던 최근의 정치적 위기에 대항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을 구인하려는 수사관들의 시도를 견뎌냈다"고 보도했다.

AP는 한국의 반부패 기구(공수처)는 "대통령 경호처가 수 시간 대통령관저 진입을 봉쇄한 이후 안전을 우려해 수사관들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직 검사였던 윤석열이 지난 몇 주 동안 공수처의 신문 시도를 거부해왔다는 점도 소개했다.

로이터 통신도 '한국 당국이 대통령 경호처와의 대치로 인해 탄핵소추된 대통령 윤석열 체포에 실패했다'란 기사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로이터는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이날 아침 공수처가 대통령관저에 도착했으며, "관저 바깥에 있던 (윤석열 지지) 시위군중을 피했지만, 관저 안에서 경호처 인력들과 대치를 하게 됐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7. 연합
 

CNN "반항하는 궁지 몰린 윤석열과 대치"

AFP 통신도 '수사관들이 경호처와 대치한 끝에 한국 대통령 윤석열 체포 시도를 중단했다'란 기사에서 "한국 수사관들이 대통령관저에서 대치하면서 계엄령 실패로 인해 탄핵소추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체포 시도를 중지했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CNN은 "한국 수사관들이 극적인 대치 끝에 대통령 구인 시도를 중단했다'란 기사를 내보냈다. CNN은 "한국 수사관들이 장시간 대치 이후 궁지에 몰린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도를 중단했다"며 이날 오전 약 80명의 경찰과 공수처 수사관들이 대통령관저 구내로 진입했지만, "반항하는, 궁지에 몰린 윤석열"과 대치했다고 전했다. CNN는 "비겁하게 숨어있는 관저에서 걸어 나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성명을 소개했다.

영국 BBC는 '한국 대통령 윤(석열) 체포 시도 중단'이란 기사에서 "대통령관저 밖에서 벌어진 경호팀과의 6시간의 대치 끝에 수사관들이 쫓겨난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체포 시도를 중단함에 따라 한국의 긴박한 하루는 끝났다"고 보도했다. BBC는 단명으로 끝난 윤석열의 계엄령 선포를 수사해온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고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한국 당국이 대치 끝에 탄핵소추된 대통령에 대한 체포 시도를 포기했다'란 제하의 기사를 내보냈다.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시작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전경. 2025. 01. 03. 사진 이호 작가
 

알자지라 "계엄령, 한국 정치 위기 빠뜨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계열 매체인 '디스위크 인 아시아'도 '한국 수사관들 장시간 대치 끝에 윤석열 체포에 실패했다'란 기사에서 "한국 수사관들이 한국 정치를 마비시킨 최근의 정치적 위기에 맞서면서 근 6시간 대통령 경호처와의 대치 끝에 탄핵소추된 대통령 윤석열을 구인하는 데 실패했다"고 전했다.

아랍의 알자지라도 '한국 당국이 장시간 대치 후에 윤석열 체포 시도를 중지하다'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관련 소식을 전했다. 알자지라는 윤석열은 한국을 "수십 년 만에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로 빠뜨린 12‧3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 내란과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이날 아침 일찍 수사관들이 대통령관저에 도착해 "궁지에 몰린" 윤석열 체포를 시도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과 영국, 일본을 포함한 세계 주요 통신과 방송들은 이날 아침부터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관저로 진입한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경찰 지원인력이 대통령 경호처 직원과 대치 중인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해 긴박한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윤석열 체포 시도에 오르다 무산 소식에 꺾인 증시

내란 우두머리 제거 기대에 증시 훈풍


체포 무산 소식 전해지자 상승 폭 줄어
헌재 탄핵 속도 내자 금융시장 안정세

외국인 투자자 순매수…환율도 약보합
윤석열 빠른 구속이 시장 안정에 도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나서고,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 구성 이후 처음으로 오는 6일 재판관 회의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진 3일 금융시장에는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시 30분 이후 대통령 경호처의 방해로 윤석열 체포가 무산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의 상승 폭이 확 꺾이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12.3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대통령 관저에 있는 한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을 이날 금융시장이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국내 주식 시황 (PG). 연합
 

윤석열 체포 시도와 무산에 요동친 금융시장

대통령 윤석열 비롯한 내란 세력이 극우 유튜버를 동원하면서까지 저항하고 있으나 탄핵과 단죄는 기정사실이다. 그 일정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며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는 모습이다. 3일 국내 증시는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되는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큰 폭으로 올랐다.

미국 증시에서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주의 주가가 오르는 등 대외 호재도 작용했다. 하지만 새해 들어 국내 정치 불안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날 미국의 고용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을 알리는 지표가 발표돼 달러가 강세인 상황에서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지는 않았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3.64포인트(0.15%) 오른 2402.58로 거래가 시작됐다. 공수처의 윤석열 체포 가능성이 커지면서 코스피는 상승 폭을 키웠다. 오후 1시 30분 무렵에는 55포인트 이상 뛰며 2454를 돌파하기도 했다. 5포인트만 더 오르면 내란 사태 이전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공수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했다는 소식에 상승세가 꺾였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42.98포인트(1.79%) 오른 2441.92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더 극적인 흐름을 보였다. 전장보다 1.41포인트(0.21%) 오른 688.04에 개장했고 1시 30분 무렵에는 18.92포인트 오른 705.55로 치솟았다. 하지만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되자 잠시 7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헌재가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내는 등 내란 세력이 저항해도 헌법적 절차에 따라 이번 사태가 종료될 것이라는 인식이 다시 시장을 지배했다. 그 결과 전장보다 19.13포인트(2.79%) 오른 705.76에 장을 마치며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종가 기준으로 700선을 회복한 것은 지난해 11월 12일(710.52)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내란 우두머리 제거 가능성에 돌아온 외국인 투자자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섰다. 외국인은 2800억 원 이상, 기관은 3100억 원 이상 순매수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전날보다 2.4원 상승한 1469.0원으로 출발한 후 1470대를 재차 돌파했으나 1460원대로 다시 안정세를 찾았다.

윤석열 체포 시도와 헌재의 탄핵 심판 시계가 빨라진다는 기대가 없었다면 환율은 더 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전날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12월 22~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전주보다 9000건 줄며 시장 전망치인 22만 5000건을 밑돌았다. 이 영향으로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장중 109.55까지 치솟았다. 달러 강세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약보합세를 보인 것이다.

 

3일 코스피 지수 흐름. 오후 1시 30분 윤석열 체포 무산 직후 지수가 확 꺾였다. 네이버 갈무리
3일 코스닥 지수 흐름. 오후 1시 30분 윤석열 체포 무산 직후 지수가 확 꺾였다. 네이버 갈무리
 

헌재 탄핵 심판 속도 내자 금융시장 안정세

12.3 내란 사태 이후 정치 불안에 대한 우려로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비상계엄 선포 직전 각각 2500과 690선이었다. 통상 주가는 연말을 앞두고 오르는 양상을 보인다. 연말연시 모임 등으로 소비가 늘고 새해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를 밀어 올린다. ‘산타 랠리’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 미국 증시만 해도 테슬라와 브로드컴, 넷플릭스 등 주요 종목의 주가가 오르면서 투자자들은 산타 랠리를 즐겼다.

하지만 윤석열 내란 사태로 국내 증시는 산타 랠리는커녕 국회의 탄핵소추안 불발과 가결 등 정치 상황에 따라 요동쳤다. 국민의힘이 표결에 불참하며 1차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불발된 직후인 12월 9일 코스피는 2360, 코스닥는 621까지 급락했다. 내란 사태 이전과 비교해 하락률은 코스피가 5~6%, 코스닥은 10%에 달했다. 주가가 가장 많이 하락했을 때 시가총액은 100조 원 가까이 증발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13일 윤석열 탄핵안의 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증시는 내란 사태 이전으로 회귀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대통령 경호처 방해로 체포가 무산됐으나 윤석열 구속은 시간문제다. 내란 혐의가 사실로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헌재도 탄핵 심판에 속도를 내고 있으니 시간이 갈수록 정치적 불안 요인은 제거될 것이다.

 

박근혜-윤석열 탄핵 당시 경제 상황 비교. 연합
 

박근혜 탄핵 인용된 이후에도 유사한 패턴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을 돌아봐도 정치 불안이 해소되면 금융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헌재가 박근혜 탄핵안을 인용했던 2017년 3월 10일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6포인트 이상 뛰었다. 외국인도 국내 증시에서 2000억 원가량 순매수했다. 원화 가치는 올랐고 국가부도 위험을 평가하는 지수(CDS 프리미엄)도 하락했다. 

다만 박근혜 탄핵이 인용된 2017년 당시에는 대외 여건이 지금보다는 우호적이었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성장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비해 지금은 정치 불안이 해소된다고 해도 증시를 추동할 동력이 약하다.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로 내수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데다 수출 전망도 좋지 않다.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전에 예측한 것보다 0.4%포인트나 내린 1.8%로 하향 조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당면한 내란 사태를 잘 해결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헌법적 절차에 따라 탄핵과 내란 책임자 처벌 등을 끝내고 대선을 통해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다. 체포영장 집행이 무산됐음에도 안정세를 보였던 3일 금융시장은 가장 먼저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루빨리 내란 사태를 끝내고 정치적 안정을 이루는 것이다.  

< 민들레 장박원 기자 >

 

국민 허탈 무기력…작전상 한 번 더 숨 고르기?
체포 재시도 또는 구속영장 바로 청구할 수도
경호처장·차장 입건하고 4일 출석 통보 압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공수처 수사관 등이 내려오고 있다. 2025.1.3. 연합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를 수사 중인 공조수사본부가 3일 윤석열 대통령 체포에 어이없게 실패했다. 대통령 경호처 측의 저항으로 크고 작은 몸싸움을 벌이며 대치 상황이 5시간 가까이 이어지자 현장 수사 인력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하고 관저에서 철수한 것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가 참여하는 공조본은 이날 오후 1시 36분쯤 공지를 통해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돼 오후 1시 30분쯤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며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가 불발된 구체적 이유에 대해 군인과 경호처 인력 200여 명이 '인간 벽'을 세우고 물리적으로 저항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관저 200m 이내까지는 접근했는데 버스나 승용차 등 차량 10대 이상이 막은 상태였고 경호처 직원과 군인 200여 명이 겹겹이 벽을 쌓고 있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또 "오늘 영장 집행 인력이 공수처 20명, 경찰 80명 등 총 100명 정도 규모였다. 경호처와 협의 끝에 이대환 부장검사를 포함한 공수처 검사 3명이 관저 200m 앞 철문까지 갔지만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나와 불법적인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관저 200m 단계에서는 군인과 경호처를 포함해 200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인원이 팔짱을 끼고 막아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희가 집행하는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집결한 상황에서 안전 우려가 커 집행을 중지하기로 했다. 단계별로 크고 작은 몸싸움이 계속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호처 직원과 군 인력이 실탄 소지를 했는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 관계자는 "몸싸움 단계에선 없었다"면서도 "관저 앞에 개인화기를 휴대한 인원들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야간에 다시 체포영장 집행을 재시도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 단계는 지금 말할 수 없다"며 "절차에 대해선 검토해 보고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대통령 경호처 인원들이 철문 앞을 차량으로 막고 있다. 2025.1.3. 연합
 

앞서 공수처와 경찰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위해 이날 오전 8시 2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으로 들어가 8시 4분부터 곧바로 체포영장 집행에 돌입했다. 대통령 경호처 측이 정문 안쪽에 미니버스를 대고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관저 입구를 막자 공수처와 경찰 관계자들은 40여 분간 대기하다 차에서 내려 걸어서 관저로 진입했다.

이날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투입된 수사 인력은 공수처 수사관 30명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 120명 등 150명이다. 이 가운데 공수처 30명과 경찰 특수단 50명 등 총 80명이 먼저 관저에 진입했고, 나머지 경찰 특수단 70명은 관저 밖에서 대기하다 일부가 추가 합류했다.

관저 안으로 들어간 인력은 경내에서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으로 추정되는 군부대 병력과 1시간 이상 대치했다. 대통령 경호처 직원이 아닌 수방사 일반 사병들이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동원됐으며, 이들은 관저 경비를 맡고 있는 55경비단 병력으로 알려졌다. 55경비단은 대통령경호법 등에 따라 경호처의 지휘통제를 받는다.

공수처 측은 오전 9시 50분쯤 경비단의 1, 2차 저지선을 뚫고 관저 건물 앞으로 접근했으나 다시 경호처 직원들의 방해에 가로막혔다. 공수처 측은 체포 및 수색 영장을 제시하며 협조를 요청했지만 박종준 경호처장은 경호법과 경호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박 처장은 경찰대(2기)를 나와 경찰청 차장을 지낸 인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소형 전술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2025.1.3. 연합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극렬 반발했다. 이들은 체포영장 집행 도중 <위헌‧위법적 영장 집행에 대한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의 입장>이라는 언론 공지문을 내고 "주석 형사소송법에 의하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를 통제하는 책임자의 승낙이 있어야 압수·수색이 가능한 경우, 영장 발부 전에 불승낙의 의사가 명백할 때는 영장을 발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법원실무제요는 영장 집행 단계에서 책임자가 중대한 국익을 해하는 경우를 이유로 승낙을 거부하는 경우에는 승낙을 강제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밝혔다"면서 "서울서부지법이 영장을 발부한 것은 그 자체로 학계와 법원의 일반적인 견해에 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석 형사소송법은 현행 형소법의 적용에 관한 해석과 설명을 담은 주석서다. 노태악 대법관을 비롯해 판사들이 편집했다. 법원실무제요는 법원행정처가 펴내는 일선 법관의 가이드라인 격 실무지침서다.

대리인단은 나아가 "위법적 영장을 공수처가 집행하고 경찰이 이에 협조했다면, 공수처와 경찰은 형법 제124조 불법체포죄의 범죄 행위를 저지른 것"이라며 "집행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한다면 독직폭행과 공무집행 방해죄를 자행한 것이다. 이 경우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영장 없이 체포될 수 있다"고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윤 대통령측 김홍일(오른쪽), 윤갑근 변호사가 도착하고 있다. 2025.1.3. 연합
 

이번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발부한 이순형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에 대한 공격도 반복했다. 대리인단은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재판관 후보로 추천한 정계선 서울서부지방법원장과 마은혁 부장판사 모두 (서울서부지법에) 근무 중이고, 두 사람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그래서 국민들이 '영장·판사 쇼핑'이라고 지적하는 것이고, 우리는 단순한 오비이락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석동현 변호사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수처 직원이 대통령 관저 정문 안으로 들어갔지만, 오늘 체포영장 집행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 공수처가 정말 미친 듯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안하무인·안하무법으로 설친다"면서 "공수처장부터 수사 경험이 극히 빈약하고, 한 줌 인원도 안 되는 공수처가 이렇게 경박하고 무도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공수처를 중심으로 한 공조수사본부가 정말 무능해서 국민적 기대를 저버리고 윤 대통령 체포를 허탈할 정도로 무기력하게 포기한 것인지, 아니면 무장한 경호처를 상대로 단계별 조치가 필요해 작전상 한 번 더 숨을 고른 것인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의 유효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공수처가 이번 1차 실패를 통해 좀 더 강력한 물리력을 동원할 명분을 쌓고 영장 재집행에 나설 수도 있지만, 위험 부담이 큰 2차 체포 시도 대신 바로 법원에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공조수사본부는 이날 집행 저지에 앞장선 경호처장과 차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입건하고 4일까지 출석하라고 통보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윤 체포 불발 뒤엔…국가 말아 먹는 최상목의 '부작위'

경호처 지휘감독권 행사 외면 '328분 대치극' 방치

"적절히 판단,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걸로 본다?"
세계가 주목한 그 시간 한가하게 기업인 신년 인사
이 기회에 책임 회피해 온 관료문화 환부 도려내야

 

"이게 나란가?" "저게 대한민국인가?"

고위공무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바리케이드를 통과한 시간은 3일 오전 8시 2분. 그러나 5시간이 넘도록 끝내 관저 건물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12.3 내란의 수괴로 지목된 대통령 윤석열(이하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이 저지된 것.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오른쪽)가 3일 서울 여의도 종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종수기업 신년 인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3. 연합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하루가 멀다고 해괴한 일이 벌어졌지만, 이날을 기준으로 책임 소재가 달라진다. 윤석열이 이전까지 국민적 우려의 장본인이라면, 이날 혼란의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최상목에게 돌아간다. 그 시간 최상목은 놀랍게도 중소기업인들과의 신년 인사회에 자리했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로 이동해 덕담을 내놨다. "중소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중소, 중견 기업 대상으로 임시 투자세액공제를 도입하고 시설투자 가속상각 특례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의 민생 신속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내수 회복을 적극 지원하겠다"라고도 했다던가.

대통령 경호처가 정당한 법 집행을 가로막는 기막힌 대치 장면이 하냥 길어지는 가운데 최상목이 내보인 한바탕 부조리극이자, 부작위의 극치였다. 전 국민은 물론 세계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벌어졌다. 윤석열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 계엄군을 보낸 장면에 세계가 놀랐다면, 공수처-경호처의 대치 장면은 세계를 의아하게 했다. 최상목은 2일 "대통령실과 경호처에서 적절하게 판단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으로 본다"라는 입장 아닌 입장을 내놓은 뒤 입을 닫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체표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과 실랑이를 하고 있다. 2024.1.3. 연합
 

국민의 억장을 무너뜨리는 건 물론 세계의 상식을 저격한 한마디였다. 대통령 경호처에 대한 지휘와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그가 던진 유체 이탈 '법어'였다. 그리곤 체포영장 집행 당일 인사회를 찾아간 게 3일, 권한대행의 중책을 맡은 최상목의 작태였다. 그사이 일개 경호처 따위가 대한민국 사법부의 권위를 뭉갰다. 공수처가 오후 1시 30분쯤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집행 중지를 발표하기까지 최상목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호처는 비상계엄 해제 뒤에도 수 차례 대통령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해 왔다. 익히 예상된 공수처-경호처의 대치 상황을 예방하려면 진즉 경호처장 박종준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했어야 했다. 최상목이 보여준 '부작위'의 핵심이다. 

기회 있을 때마다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안정 궤도로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해 온 그의 지론에도 어긋나는 부작위였다. 윤석열 체포영장이 집행된다는 소리에 증시가 오르고, 환율이 내려갔다. 드디어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이 걷힐 수도 있다는 기대심리에서였다. 최상목은 그러한 기대심리를 꺾은 건 물론 불확실성을 키웠다. 그런 그의 평생 직업이 '경제 관료'이다. 윤석열만 세계를 놀라게 한 게 아니다. 최상목도 그 대열에 자발적으로 들어갔다.

한 발 떨어져서 보면, 그의 행태는 그러나 대한민국 내부에서 켜켜이 곪은 환부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내란 이후 국무총리 한덕수(이하 한덕수)에 이어 최상목이 보여 온 '관료다움'의 테두리 안에 머무는 행태의 연장이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경내에서 대통령 경호처 인원들이 철문 앞을 차량으로 막고 있다. 2025.1.3. 연합
 

국회의 내란 수괴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안 1차 표결(12.7)이 무산된 뒤 9일 부총리 자격으로 국회를 찾은 그는 내년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사용처가 명확하지 않은 정부 예비비를 정부안대로 증액한 예산안을 그대로 달라는 강짜였다. 필요할 때 숨는 관료의 유전자는 불필요할 때 발휘됐다. 지난달 27일,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3명 임명조차 거부한 직전 권한대행 한덕수에 대한 탄핵요구안이 표결 전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소추와 다름없다"라는 기이한 논리로 탄핵소추 재고를 요구했다.

한덕수에 이어 권한대행 자리에 앉은 뒤의 행태는 점입가경이었다. 전임 한덕수처럼 '여야 합의'를 주워섬기며 입법부에 호령했다. 지난달 29일 초유의 헌재 재판관 쪼개기 임명이 1차 하이라이트였다. 여야가 합의해 더불어민주당 2인, 국민의힘 1인 각각 추천한 결정을 거슬러 '여야 합의'를 핑계로 1인의 임명을 보류한 것. 야당과 여당 사이에서 줄타기한 초유의 잔꾀였다. 그 탓에 양쪽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다. 국회의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 혐의에 대해서도 헌재 심리가 진행 중이다.

 

29일 서울 명동 환전소의 모습. 원화가치가 한 달 새 5% 추락하면서 환율이 1,500원선에 바짝 다가가고 금융위기 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 속에 이달 초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국내 정국 불안까지 더해진 여파다. 2024.12.29. 연합
 

대한민국 엘리트 관료의 특성은 성실하고 영민하되 최대한 책임을 피하는 것으로 회자된다. 오죽하면 "관료는 한쪽 주머니에는 (특정 조치가) 되는 이유를, 다른 쪽 주머니에는 안 되는 이유를 각각 서너 개 들고 다니다가, 상황에 따라 꺼낸다"라는 말이 수십 년째 내려오겠나. 한덕수, 최상목은 전형적인 엘리트 관료의 한 명일 뿐이다.

12.3 내란의 '망외의 기대 소득'은 대통령 권력과 군, 관료 사회에 뿌리내린 '환부'를 도려낼 기회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45년 전 계엄령 선포 당시로 돌아가면 관료들의 제 몸 지키기 행태는 최규하에서 비롯됐다. 국무총리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다시 8개월 동안 대통령을 거쳐 건국공로훈장을 달고 국정자문회의 의장 등 순탄한 삶을 살다가 87세로 사망했다. 그 뒤를 이으려는 게 한덕수의 길이다. 두 차례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지만, 질긴 관료 습성을 버리지 못했다. 한동훈 당시 여당 대표와 함께 야당 당사에서 공동 국정운영을 운운하더니 탄핵안 가결로 집에 돌아갔다. 물론 자신은 다치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최규하처럼 그런대로 괜찮은 관료 생활을 했다고 자위할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3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2.31.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윤석열의 내란 시도가 군사반란의 수괴이면서도 평안하게 살다 간 전두환의 자연사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화합' 따위로 국사범의 죄를 덮을 일이 아니었다. 출세지상주의에 사로잡혀 친위 쿠데타의 손발이 된 육사 출신 군 지휘부 역시 대수술 해야 한다. 더 넓게 퍼져 있는 관료의 환부에도 '칼'을 대야 한다.

더 이상 "국가를 맡겨달라"는 관료집단에 막연한 기대를 가져선 안 될 일이다. 기회주의적 줄타기로 평생 관료의 꽃길을 걷다가, 연금 '따박따박' 받으며 안락한 노후를 살겠다는 꿈을 제도적으로 깨야 한다. 전두환의 자연사와 대통령 1인에 대한 군의 맹목적 충성 문화를 방관한 후과를 국민이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관료의 난'도 싹을 잘라야 한다. 헌법과 법률, 무엇보다 공직자의 책임을 회피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영예도 허락하지 말아야 한다. 한덕수에 이어 최상목이 온몸으로 내보이는 국가의 치부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