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포영장 기한 오는 6일  “원칙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예정”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이 1일 과천정부청사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전날 법원이 발부한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에 대해 “기한 내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 기한은 오는 6일까지다.

오 처장은 “계엄령 선포를 한 윤 대통령에 대해 3회에 걸쳐 소환요구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대통령은 소환에 불응해 체포·수색영장을 청구해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았다”며 “원칙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했다.

대통령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 오 처장은 “집행을 방해할 경우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특수공무집행 방해죄로 의결할 수 있음을 엄히 경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경호처에 어제 전달했다”고 강조했다. 또 “경호처가 대통령실 출입구를 바리케이드로 막거나 철문 등을 잠그는 등 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것 자체를 공무집행 방해라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오 처장은 “큰 반발 없이 집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사전 준비도 하고 있고 어쨌든 그런 반대가 있더라도 저희는 적법한 절차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쪽이 주장하는 ‘수사권 논란’과 관련해 오 처장은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 및 내란죄에 대해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과 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며 “수사 건에 대한 논의는 법원의 그러한 결정으로 종식됐다”고 일축했다.

체포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을 묻는 말에는 “그런 부분은 조사가 이뤄진 다음에 공조수사본부 차원에서 결정할 것이고 적법한 절차에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처장은 집행 시점에 대해선 “특별히 공개할 수는 없다”며 “기한 내에 집행하도록 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곽진산 기자 >

윤석열 체포영장 불응 예고…“경호처 영장집행 거부땐 공무집행 방해”

공수처 ‘윤 체포’ 순탄할까

 
 
31일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루터교회 앞에서 ‘대통령 수호 집회’를 열며 질서 유지선을 뚫고 골목으로 나가기 위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봉비 기자
 

31일 법원이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실제 집행까지는 여러 난관이 예상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내란죄 수사권이 없어 위법수사다’라는 이유로 출석 요구에 불응해온 윤석열 대통령은 “체포영장 발부 역시 불법 무효”라고 주장하며 여전히 조사에 응할 뜻이 없음을 밝혔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대통령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법원이 발부한 영장 집행을 막는 건 공무집행방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수처 내란 수사권 논란 일단락?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을 때 가장 첨예한 쟁점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공수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직권남용과 관련된 범죄로 내란죄까지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윤 대통령 쪽은 “꼬리(직권남용)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몸통(내란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셈”이라며 위법수사라고 반박했다.

법원은 영장 발부로 일단 공수처 쪽 손을 들어줬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발부 자체가 수사권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며 수사권 문제가 해소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권한 없는 기관에서 청구한 영장이 발부된 것이 놀랍다. 불법·무효 영장이 틀림없다”며 권한쟁의심판을 통해 헌법재판소에서 체포영장의 효력을 다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변호사가 주장하는 권한쟁의심판이 헌재에서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권한쟁의란 국가기관 상호 간 권한 다툼이 있을 때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라며 “체포영장은 범죄 수사를 위해 부득이하게 개인의 주관적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지, 대통령이라는 국가기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건 전혀 아니다. 각하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짚었다.

공수처-대통령경호처 충돌 예고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 윤 대통령이 공수처와 협의해 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지만, 윤 대통령 쪽이 법원 판단조차 부정하고 나서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공수처는 “발부된 영장은 집행이 원칙”이라며 추가 소환통보는 없다는 입장이고, 대통령 경호처 역시 “영장 집행 관련 사항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상황이다.

경호처는 ‘적법 절차’를 강조하고 있지만, 경호처가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거부할 법적 근거는 없다. 경호처는 그동안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110조 등을 근거로 대통령실의 압수수색을 거부했지만, 체포영장은 해당하지 않는다. 하지만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를 위해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진입하는 것을 현직 대통령 경호를 앞세워 막을 가능성은 있다.

법조계는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경우 공무집행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을 규정은 없다. 경호처가 만약 막으면 당연히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성립한다”고 말했다. 공수처 역시 경호처에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는 경고 공문을 보낼 계획이다. 공수처는 만료일인 1월6일까지 체포영장이 집행되지 못할 경우,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 곽진산  임재우   강재구 기자  >

첫 현직 대통령 체포영장…윤석열 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윤석열 대통령이 4월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한 뒤 단상에서 먼저 내려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수괴) 및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31일 발부했다. 현직 대통령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윤 대통령 쪽은 “불법적인 영장 청구는 무효”라며, 헌법재판소에서 체포영장의 법적 효력을 다투겠다고 예고했다.

내란사태 수사를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수단) 등과 함께 공조수사본부(공조본)를 꾸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이 31일 오전 발부된 것을 확인했다”며 “영장의 구체적인 집행 시기와 방법은 공조수사를 하는 경찰 국수본과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1월6일까지로, 수색영장이 발부된 장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외 복수다.

체포영장 발부 사유와 관련해 공수처는 “피의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수사기관의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이 발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과 25일, 29일에 ‘정부과천청사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는 공수처의 출석 요구를 모두 거부한 바 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은 발부받은 이상 집행이 원칙”이라며 경호처와 별도 협의 없이 체포영장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에 대한 추가 소환 요구 없이 영장을 집행하겠다는 뜻이다.

대통령 경호처는 이전의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에 응할 뜻이 없음을 예고했다. 대통령 경호처는 “영장 집행과 관련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경호 조치가 이뤄질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공수처는 공조본을 함께 꾸린 경찰과 협의해 경호처와 물리적 충돌에 대응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윤갑근 변호사는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기관에서 청구된 영장이 발부된 것이 놀랍다. 법 규정이나 절차를 봤을 때 불법·무효 영장이 틀림없다”며 “체포영장 발부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체포영장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수처는 법원의 영장 발부로 수사권 논란이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  곽진산  임재우 기자 >

법원, 윤석열 체포영장 집행 거부해 온 ‘경호처 논리’ 치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발부받은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및 수색영장에는 ‘형사소송법 제110조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문구가 담겨있는 것으로 1일 확인됐다. 대통령실 등은 그 동안 ‘비밀을 요하는 장소를 압수·수색하려면 책임자의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형소법 조항을 근거로 압수수색 등을 거부했고 대통령 경호처도 이 조항을 제시하며 윤 대통령 체포를 막을 거라는 관측이 나왔는데, 법원이 예상되는 혼란을 말끔히 정리해준 셈이다.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법이 전날 새벽 내란 우두머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 영장을 발부하면서 ‘이 영장의 경우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적시했다고 1일 밝혔다.

경호처는 형사소송법 110·111조를 근거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부해왔다. 110조는 군사상 비밀을, 111조는 직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의 경우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단서도 함께 있지만 대통령실 등은 기계적으로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체포·수색영장을 받아낸 공수처는 유효기간인 이달 6일 안에 윤 대통령을 체포할 계획이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경호처에 공문을 보내고 직권남용과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의율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며 “바리케이드나 철문 등을 잠그고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지 않는 자체가 공무집행방해 행위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정혜민 기자 >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체포영장’ 윤 관저 앞 긴장 고조…보수단체 회원, 경찰차 앞 눕기도

 
31일 신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들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 루터교회 앞에 연 ‘대통령 수호 집회’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봉비 기자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둘러싸고 영장 집행을 촉구하거나 막으려는 양 진영 시민들이 대통령 관저 주변에 몰리며 아찔한 상황이 이어졌다. 경찰이 평소보다 경력 배치를 늘리고 바리케이드를 치며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일부 보수단체 회원은 경찰 차량을 영장 집행 차량으로 오해해 차 앞에 드러눕는 위험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31일 윤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고 가장 먼저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주변에 자리잡은 건 신자유연대 등 격앙된 모습의 보수단체 회원들이었다. 이들은 관저 인근 루터교회 앞에서 1만명(주최 쪽 추산, 경찰 비공식 추산 5000명)이 참여한 ‘대통령 수호 집회’를 열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영장 무효”를 외쳤다. 무대에선 “좌파 세력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해 절체절명의 위기다.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외침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12·3 내란 사태 이후 줄곧 관저에 머문다.

이날 일부 보수단체 회원들은 경찰 버스가 관저로 향하는 골목에 들어서는 것을 보고 움직이는 차량 앞에 그대로 누워버리는 아찔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체포 영장 집행을 위한 차량으로 오해했기 때문인데, 해당 버스는 단순히 경찰 이동을 위한 것이었다.

격앙된 시민 모습에 관저 주변을 경비하는 경찰도 긴장한 모습이다.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평소보다 경력 투입 규모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관저로 올라가는 7~8미터 정도 되는 짧은 골목에만 20여명의 경찰이 늘어섰다. 특히 윤대통령의 체포를 요구하는 시민들과 이를 막으려는 보수단체 회원 사이의 충돌 우려가 컸다. 앞서 보수단체 회원들은 ‘윤석열 하야’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이들을 향해 “빨치산이 윤석열 대통령을 체포하려 한다”며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은 관저로 향하는 골목을 기준으로 상반된 주장을 하는 양쪽 사이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고 거리를 벌렸다.

주요 시민단체들은 이날 일제히 윤대통령의 ‘즉각 체포’를 촉구하며 영장 집행을 가로막는 것은 헌정 질서 유린이자 특수 공무집행방해라고 경고했다. 전국 1500여개 단체가 모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입장을 내어 “공수처는 즉각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한다”며 “만약 경호처가 불법으로 집행을 막아선다면 특수공무집행방해죄 현행범으로 체포해 끌어내서라도 법치주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체포영장 발부는 범죄 혐의의 상당성과 증거인멸 우려라는 법적 요건이 충족되었음을 의미한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한 정치적 공방이 아닌 헌정질서 수호의 문제”라고 짚었다.  < 한겨레 정봉비 기자 >

 

 

 ‘민간인 비선’이 계엄 선포 전 두 달간 정보사를 움직인 전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가운데 마스크 쓴 이)이 2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선관위 체포조) 인원 준비는 다 되었냐.”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예.” (문상호 정보사령관)

지난 12월1일, 경기 안산시 상록수역 인근 롯데리아에서 만난 전·현직 정보사령관 사이의 ‘서열’은 분명했다.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노 전 사령관이 이처럼 정보사령부를 주무르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탈취 계획을 주도했던 정황이 담긴 구체적인 진술들을 확보했다. 31일 한겨레가 취재한 정보사 관계자 진술을 보면, 민간인 신분이었던 노 전 사령관이 쏟아낸 위험천만한 지시는 계엄 당일 실현 직전까지 갔다. 노 전 사령관은 대법관인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해 선관위 직원들을 야구방망이로 위협해 ‘부정선거’에 대한 실토를 받아내겠다는 ‘선 넘은’ 구상까지 꺼내 들었지만, 정보사는 이를 저항 없이 따른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인 비선’이 계엄 선포 전 두 달간 정보사를 움직인 전말을 관계자 진술을 바탕으로 재구성해봤다.

“내가 (진급을) 도와주겠다. 내가 장관 잘 안다” 

노 전 사령관이 별다른 인연이 없던 정보사 정성욱 대령에게 텔레그램 전화를 걸어온 건 지난 10월 초순 무렵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진급’을 미끼로 건 그가 대뜸 꺼낸 말은 ‘부정선거론’이었다. 부정선거론을 신봉하는 예비역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 (대수장) 교육용 자료로 쓰겠다며 각종 부정선거 관련 유튜브 내용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10월 중순께 노 전 사령관은 정 대령에게 “특별한 임무가 있을 수 있으니 사업(공작) 잘하고 똘똘한 놈을 선발하라”며 ‘별동대’ 구성을 지시한다. 정 대령은 “인원 선발은 여단장이나 사령관에게 보고해야 한다”며 에둘러 거절했지만, 며칠 뒤 직속상관인 문상호 사령관이 ‘사업 잘하는 인원 15명을 알려달라’며 똑같은 지시를 내리자 결국 이에 따랐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수뇌와 함께 호흡하는 ‘살아있는 권력’이라는 사실을 짐작한 순간이었다.

선관위 탈취 계획·체포 직원·도구 담긴 ‘노상원 문건’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탈취’ 구상이 또렷하게 정보사에 전달된 것은 11월9일 무렵이다. 이날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가 윤석열 대통령이 국방부장관 공관 만찬에서 “특별한 방법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계엄을 강하게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고 지목한 날짜다.

정보사 수뇌부 역시 숨 가쁘게 움직였다. 문상호 사령관은 이날 정 대령에게 “(김용현) 장관님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 중대한 일이 있을 것이다. 중앙선관위에 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같은달 9∼10일 무렵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한 에이(A)4 용지 10여장 분량의 문건이 ‘별동대’ 선별 임무를 맡은 정보사의 정성욱·김봉규 대령에게 전달된다. 이 문건에는 부정선거와 관련됐다는 선관위 직원 30명의 이름과 함께, 이들을 체포해 수도방위사령부에 감금하라는 ‘지시’도 담겨있었다고 한다. 또 문건에 니퍼·드라이브·케이블타이·송곳·망치 등 수상한 준비물들과 함께 ‘계엄’이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진술이다.

12.3 내란사태 당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국방부 조사본부 고위직 출신인 김용군 전 육군 대령을 만난 것으로 의심되는 경기 안산의 롯데리아 영업점. 채윤태 기자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 다 나온다”

11월17일, 안산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정 대령과 처음으로 모인 날, 노 전 사령관이 호기롭게 말을 꺼냈다. “부정선거와 관련된 놈들은 다 잡아서 족치면 부정선거했던 게 다 나올 것이다.” 노 전 사령관은 이 자리에서 문건에 적힌 물건들을 아직도 사지 않은 정 대령을 질책한 뒤, 야구방망이·니퍼·케이블타이 등을 준비하라고 재차 지시했다고 한다.

이 수상한 물건들의 용도는 12월1일 두번째 롯데리아 회동에서 드러났다. “(선관위에서) 저항하는 놈들이 있으면 케이블 타이로 묶어놔” “노태악이는 내가 확인하면 된다. 야구방망이는 내 사무실에 가져다 놔라. 제대로 이야기 안 하는 놈은 위협하면 다 분다.” “선관위 홈페이지 관리자 그런 놈을 찾아서 홈페이지에 부정선거 자수하는 글을 올려라.”

현직 대법관을 직접 야구방망이로 위협하겠다는 대담한 말을 쏟아낸 노 전 사령관이 자리를 뜨자, 남은 세 사람은 보다 은밀한 장소가 필요해졌다. 정 대령의 자동차로 자리를 옮긴 뒤 문 사령관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장관님의 지시, 명령이 있으면 군인이니까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 일어나지 않길 바라지만, 만일 계엄이 선포되면 장관님 명령을 수행해야 하지 않겠느냐.”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공개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체포조가 준비한 도구(송곳, 안대, 포승줄, 케이블타이, 야구방망이, 망치 등)
 

비상계엄 디데이, 선관위 탈취 문턱까지…체포 리허설도

12월3일, 계엄이 선포되기 6시간 전인 오후 4시30분께, 문 사령관은 “오늘 중요한 임무가 있을 수 있다”며 공작요원·특수임무대(HID)·여군 등으로 구성된 별동대 요원들을 경기도 판교의 100여단 본부로 소집한다.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에는 두 명의 ‘손님’도 100여단에 도착한다.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과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티에프(TF)장이다. 두 사람은 모두 ‘원스타’로 장성급이다. 밤 9시께에는 문 사령관의 지시로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이라는 명찰 40개가 제작된다. 노 전 사령관이 구상한 별동대가 계엄 뒤 합동수사본부에 꾸려질 ‘제2수사단’이라는 사실이 이렇게 드러났다.

밤 10시25분께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문 사령관은 별동대 인원들을 대회의실에 소집했다. 첫 명령이 떨어졌다. “방송을 다 봤느냐. 계엄법에 따라 장관님 지시·명령으로 중앙선관위에 내일 아침에 가야 한다. (새벽) 5시30분에 출발해 6시30분까지 가면 된다. 장관님 명령이니 군인으로 따라야 한다.”

선관위 직원을 체포할 방법을 두고는 리허설도 이어졌다. 일부 인원들이 직접 케이블타이로 손을 묶어본 뒤 “묶이지도 않고 잘 끊어진다”, “강압적으로 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고, 별동대는 결국 케이블타이를 쓰지 않고 양팔을 붙잡아 선관위 직원들을 옮기기로 했다고 한다. 요원들은 얼굴이 노출될 것을 우려해 선관위 직원 머리에 씌울 신발주머니를 직접 써보기도 했다. 신발주머니가 작아 머리에 들어가지 않고 찢어지자, 선관위 직원들에게는 수면안대를 씌우고 별동대들은 마스크를 쓰는 것으로 정리했다는 게 관계자의 진술이다.

12·3 내란사태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하고 사전모의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문상호 정보사령관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
 

“노 전 사령관 물건이 두 개 있다”

국회가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4일 새벽 4시27분 비상계엄이 공식 해제되면서, 실행 직전 단계까지 갔던 ‘노상원의 구상’은 그 자리에서 멈췄다. 한 시간 뒤인 새벽 5시30분, 문 사령관은 선관위 탈취 문턱까지 갔던 별동대 요원들을 모아 다독였다. “임무를 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니 문제가 없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날 아침, 두 명의 손님은 100여단을 떠났다. 구삼회·방정환 중 한명이 문 사령관에게 물었다. “노 전 사령관 물건이 2개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 문 사령관은 “노 전 사령관님께 갖다 드리면 되지 않겠냐”고 답했다고 한다. 손님이 언급한 온 노 전 사령관의 ‘물건’이 무엇인지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 한겨레 임재우 기자 >

심리정족수 7명 채워 정당성 논란 차단
최상목 ‘선택적 임명’에 법조계 비판

 
3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경찰이 배치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불복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헌법재판관 2명 임명으로, 헌법재판소가 ‘8인 체제’를 갖출 수 있게 되면서 ‘내란죄 피의자’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헌재는 지난 10월 ‘심리정족수 7인 조항’의 한시적 효력중지를 통해 ‘6인 체제’로 심리를 진행해왔지만 ‘6인 체제로 탄핵심판 선고까지 가능하냐’를 놓고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논의를 계속 진행해왔다. 대통령 탄핵 같은 중요한 사건을 ‘한시적 효력 정지’ 근거로 6명이 결정하는 것은 ‘신뢰성과 정당성 확보’ 차원에서 부담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8인 체제로 전환되면서 헌재는 안정감 있게 심리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심리정족수 7인을 지킬 수 있는데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건 역시 박한철 당시 헌재 소장의 퇴임으로 8명이 결정한 전례가 있어 정당성 논란도 일축할 수 있다.

최 권한대행이 재판관으로 임명한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더불어민주당 추천)과 조한창 변호사(국민의힘 추천)는 각각 진보와 보수로 분류된다. 두 사람의 합류로 헌재 구도는 진보 2명, 중도·보수 3명, 보수 1명 구도에서 진보 3명(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중도·보수 3명(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 보수 2명(정형식·조한창 재판관)으로 재편됐다.

윤 대통령 파면 여부 결정은 이들의 손에 달린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처럼 주요 사건에서 정치적 이념 등 재판관 성향은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관측이 많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헌재 재판관 구성은 진보 2명, 중도·보수 1명, 보수 5명으로 분류됐지만, 전원 일치로 파면이 결정됐다.

최 권한대행 부총리의 재판관 2명 임명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법조계에선 선택적 임명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김승대 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추천 재판관 임명은) 국회의 자율권에 속하는 부분이고, 대통령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합의제 기관인 국회가 결정해 대통령에게 통보했을 때는 대통령이 헌법 조항에 따라 임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역시 “대통령뿐만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선별적으로 임명할 권한은 없다. 일부 헌법재판관만 임명한 것은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가 탄핵심판을 지연시키고, 위헌적인 행위라는 비판을 피해 탄핵소추를 모면하려는 기괴하고 비겁한 행태에 불과하다”며 선별 임명을 비판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방식의 ‘임명권 불행사’는 행정 부작위로, 청구인의 공정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지난 28일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사건이 청구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국회에서의 정쟁으로 사실상 헌재의 기능이 마비되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 오연서  김지은 기자 >

 

 대통령실장·수석, 최상목에 일괄 사의...헌법재판관 임명 항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2025년 새해 첫날인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수석비서관 이상 대통령실 참모진들이 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4일 아침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뒤 일괄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아침 “대통령 비서실과 정책실, 안보실의 실장, 외교안보특보 및 수석비서관 전원은 1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거듭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최 대행이 이날 아침 8시 국립서울현충원 참배에 대통령실 참모진들이 함께 했는데, 참배가 끝나고 1시간여 뒤에 이러한 입장을 언론에 알렸다.

현재 대통령실 참모진은 윤 대통령 직무정지에 따라 최 대행을 보좌하는 업무를 한다. 대통령실은 이날 사의를 다시 밝힌 것에 대해 추가적인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전날 최 대행이 공석인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했는데 이에 대한 항의를 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전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일부 언론에 최 대행의 결정에 대해 “권한대행의 대행 직위에서 마땅히 자제돼야 할 권한의 범위를 넘어선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박근혜 청와대 참모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된 직후인 2017년 3월13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당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허원제 정무수석 등 수석 비서관 9명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당시 황 대행은 허원제 수석의 사표를 4월에 수리했지만 나머지 인사들의 사표는 바로 수리 하지 않았다. < 한겨레 이승준 기자 >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 "지난 6월부터 무인기 공작 준비" 주장... 안보실 "법적 조치 등 진행"

 
 
북한, 평양에서 한국군 무인기 잔해 발견 주장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에서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지난 10월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군부깡패들의 중대주권침해도발사건이 결정적 물증의 확보와 그에 대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명백히 확증되였다"고 발표했다. 오른쪽 사진은 2023년 9월 26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열린 국군의날 시가행진에 등장한 무인기(원거리정찰용소형드론). ⓒ 연합
 


지난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주도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국가안보실이 적극 부인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윤석열내란 진상조사단(단장 추미애)은 지난 30일 "지난 10월 평양 무인기 침투는 국가안보실이 드론작전사령부에 직접 지시했으며 그 과정에서 합동참모본부와 방첩사령부 등도 관여했다는 다수의 제보가 접수됐다"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제보를 종합한 결과, 지난 10월 초 국가안보실은 공식적 명령 계선인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를 건너뛰고 직접 드론작전사령부에 평양 무인기 투입 준비 등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부임한 인성환 2차장 주도로 무인기 평양 투입 준비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진상조사단은 "드론작전사령부는 지난 6월부터 북한 침투 무인기 공작을 준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초에는 인성환 2차장 주도로 준비하다가 8월 12일부터는 새로 취임한 신원식 안보실장이 관여한 의혹이 제기된다"며 "6월부터 무인기 투입이 추진된 것에 대해 실무자들은 5월 28일부터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를 시작함에 따라 군이 북한에 무인기를 투입해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또 진상조사단은 제보를 인용해 지난 10월 초 새벽 드론작전사령부 인근인 연천·파주에서 한 주민이 추락한 북 침투 의혹 무인기 기체와 삐라통을 발견했고 이를 신고해 5군단, 지상작전사령부 그리고 전략사령부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부대 상황일지에 관련 내용이 담겨 있음에도 보안유지를 목적으로 은폐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가안보실은 이날 오후 기자단 공지를 통해 "국가안보실이 북풍 공작을 주도했다는 민주당 의원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소위 북풍 공작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안보실은 또 "접수된 제보라며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국가안보실은 물론, 합참과 우리 군을 매도하는 이 같은 행태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며 "명백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해당 의원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 오마이 김경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