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 대통령을, 왜 괴롭히는 걸까

● Hot 뉴스 2014. 9. 27. 16:44 Posted by SisaHan

FTA와 항공협정: 캐나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하퍼 총리가 22일 최태열 외교부 2차관과 에트 패스트 캐나다 국제통상장관이 항공자유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박대통령 동선 따라 동시다발 시위… 조국현실 비판

“미안하지만… 마냥 환영할 수는 없다. 정말 조국 현실이 안타깝다” 
반갑게 환영해야 할 모국 대통령이 환영받지 못해 안타깝게도 국내의 어두운 그림자가 해외 한인사회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실감케 했다. 물론 관변단체 인사들과 공관의 배려로 초청받아 동포간담회에 참석한 한인들은 대통령 방문과 만남을 제각기 영광스러워하며 반겼다. 
그러나 세월호 정국을 필두로 퇴행과 답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정치 상황과 국민들의 답답한 가슴을 보고 전해들은 해외 한인들은 ‘우리 대통령’을 반기기에 앞서 독선적인 리더쉽과 무능력한 지도력에 아쉬움을 토해냈다.
 
박근혜 대통령이 오타와를 방문한 20~22일, 토론토에서 원정시위에 나선 캐나다 한인 진보네트워크 희망21 회원들과 ‘세월호를 기억하는 토론토 사람들’ 회원, 몬트리올과 오타와에 거주하는 한인동포들이 박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대선부정선거, 세월호특별법 회피, 공안탄압과 과거 독재회귀, 대선공약 파기 및 공기업 민영화를 비판하며 항의시위를 벌었다.
이들은 20일 오후 국회의사당과 동포간담회가 열린 샤토로리에 호텔 앞, 총독관저인 리도홀 등에서 행진을 하며 ‘박근혜 OUT’ 을 외치고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 일행은 시위대를 피해 호텔 정문이 아닌 후문으로 행사장에 들어갔다고 시위대는 밝혔다. 시위참가자들은 당시 한국정부 관계자들이 대형버스를 동원해 대통령 시야를 가렸고,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집회 참가자들을 몸으로 막아서자 캐나다 경찰이 물러서도록 제지하는 영상도 찍어 공개했다. 박 대통령 방문 중에 오타와 외에도 토론토와 밴쿠버, 에드먼튼, 캘거리 등에서도 세월호특별법 등과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소규모 시위들이 동시에 벌어졌다.
 
미국에서도 유엔을 방문하는 박 대통령 일정에 맞춰 뉴욕과 LA 등 각지에서 항의시위가 동시다발로 이어졌다. 특히 한인 여성 커뮤니티 ‘MissyUSA’는 뉴욕타임스에 제3탄 비판광고를 게재했다. 제1탄 광고는 지난 5월 뉴욕타임스 및 워싱턴포스트에 실었고, 제2탄은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소환 및 기소권을 가진 독립위원회 구성을 주장하는 ‘진실은 가라앉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전면 광고였다. ‘MissyUSA’는 한국 언론이 아니라 뉴욕타임스에 광고하는 이유를 “슬프게도 한국의 주류 언론에서는 더는 대통령이나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특별법 제정을 지지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총영사관 앞


노스욕 멜라스트먼 광장


오타와 호텔과 총독관저




“수사·기소권은 사법체계 훼손…대통령이 결단할 일 아냐”
2차합의안 ‘마지노선’ 제시…국무회의 빌어 유족요구 거부
‘민생법안 처리 못하면 세비 반납’ 국회 강도높은 비난도

세월호 참사 5개월을 맞은 16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 설치될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달라는 세월호 유가족의 요구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서도 ‘특별검사 추천위원회의 여당 몫 추천위원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를 거쳐 추천한다’는 여야의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었다”며 추가 협상 불가 방침을 분명히 했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국회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3개월여 침묵하던 박 대통령이 결국 유가족들의 요청을 모질게 거절한 것이어서, 세월호 특별법으로 교착상태에 빠진 정국은 더 극심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박 대통령 발언에 대해 “유가족·국민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다”며 “청와대 앞에서 (농성을 하며) 대통령의 답을 기다린 지 26일째인데, 정작 돌아온 대답은 여야가 유가족과 국민의 뜻을 무시한 ‘2차 합의안이 마지막 결단’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유족들이 요구하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주장은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금의 세월호 특별법과 특검 논의는 본질을 벗어났다. 세월호 특별법은 ‘순수한 유가족’들의 마음을 담아야 하고, ‘외부 세력’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족들의 요구를 ‘외부 세력의 정치적 이용’이라고 규정하며 향후 타협과 절충의 여지를 없애버린 것이다.
박 대통령은 회의에서 세월호 참사 사후처리에 관한 자신의 인식도 분명히 드러냈다. 그는 “(참사와 관련해) 그동안 대부분 문제점이 드러났고, 이제 국가혁신 추진해야 할 때”라며 “하루빨리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유가족 피해보상 처리를 위한 논의에 시급히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 및 구조 과정에서 빚어진 정부의 부실 대응이 명백히 밝혀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진상이 대부분 규명됐다’고 보고 보상문제를 언급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이날 “(미국에서 구속된) 유병언 측근인 김혜경씨가 속히 국내에 들어와서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법무부에 지시한 것도, 박 대통령이 참사 원인과 관련해 ‘유병언 책임론’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민생법안 처리’를 앞세워 국회에 대한 비판 수위도 끌어올렸다. 박 대통령은 “시급한 민생법안이 전혀 심의되지 않고 묶여 있으며, 민생도 경제도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며 “국회가 국민에 대한 의무를 행하지 못할 경우 (국회의원은) 그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부 수장이 입법부의 자율성을 침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박 대통령은 최근 국회에서 사고 당일 자신의 행적을 둘러싼 의혹 제기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 날 선 발언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도 그 도를 넘고 있다”며 “이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위상 추락,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준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여당의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을 언급하며 “국회도 마비되고 야당도 파행을 겪는 상황까지 됐는데, 여당이라도 나서서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석진환 서보미 기자>


세월호 유족들의 슬픈 추석

● Hot 뉴스 2014. 9. 11. 19:25 Posted by SisaHan

추석인 8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부곡동 하늘공원에 단원고 희생자들이 안치된 납골묘를 찾은 한 유가족이 아이의 영정사진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15일 대전 유성구 노은동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대축일 미사에서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 쪽으로 다가가자 가족들이 울먹이며 손을 내밀고 있다.

17일 고 이승현 군 아버지 이호진씨에 세례성사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숙소인 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이호진(56)씨에게 세례를 주기로 했다.
지난달 8일부터 같은 유가족인 김학일씨와 함께 십자가를 메고 안산 단원고를 출발해 진도 팽목항을 돌아 대전에 온 단원고생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는 15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봉헌된 미사 전 세월호 유가족들과 함께 만난 교황에게 영세를 받고 싶다고 청했고, 이를 교황이 수락했다.
교황청 롬바르디 대변인은 “청을 받고 처음엔 교황도 깜짝 놀랐지만 (일정상)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청을 수락했다”며 “교황이 영적으로나, 마음으로 세월호 유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교황께서 한국에서 새로운 신자를 탄생시킨다는 것은 이번 방한의 아주 놀랍고 멋진 결과일 것 같다. 아주 작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호진씨는 애초 16일 교황에게 직접 세례를 받은 뒤 곧이어 교황이 집전하는 시복식 미사에 가톨릭 신자 자격으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세례 일정이 하루 미뤄졌다. 교황은 시복식 행사에 세월호 유가족 600명을 초청했다.
이씨는 15일 밤 <한겨레>에 “좋은 정도가 아니다”라며 한국인 평신자로는 처음으로 교황으로부터 ‘단독 세례’를 받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씨는 교황의 한국 방문으로 당장 뭔가 달라지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털어놨다. 다만 “아직도 세월호 참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교황을 통해 한명이라도 더 진실을 알게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 아울러 세례 이후 주어질 ‘교황과의 만남’ 시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는 “바티칸 미사는 세계로 알려지니까, 바티칸 미사에서 세월호 얘기를 꼭 해달라고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3년 전께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한 이씨는 애초 두 가지 세례명을 염두에 뒀다. 하나는 세월호 유가족인 김학일씨의 조상이기도 한 가톨릭 성인 김성우 안토니오의 세례명이다. 다른 하나는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큰 힘을 준 손석희 <제이티비시>(JTBC) 앵커의 세례명인 마르첼리노다. 그러나 교황이 이례적으로 직접 세례를 해주는만큼, 교황이 내려주는 세례명을 받기로 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김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