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부정 항의 시위 언론인 체포"…전투기까지 출격시켜

EU "용납못할 사건" 규탄…"여객기, 일부 민스크 남긴 뒤 재이륙"

 

강제착륙시킨 라이언 에어 승객들 짐을 검색하는 벨라루스 보안군

 

지난해 대선 부정으로 인한 정치 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에서 23일(현지시간) 해외에 머물던 반정부 활동가가 전격 체포됐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이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이동 중이던 외국 항공사 소속 여객기를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이를 위해 벨라루스 전투기까지 동원됐다.

 

타스·인테르팍스·AFP 통신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높은 야권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전(前) 편집장인 라만 프라타세비치(26)가 민스크 공항에서 보안당국에 체포됐다고 넥스타 측이 밝혔다.

프라타세비치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타고 여행하던 중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로 여객기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넥스타 측은 "여객기 점검 결과 폭탄은 발견되지 않았으며 모든 승객은 보안 검색을 받았다"면서 "프라타셰비치는 체포됐다"고 전했다.

친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풀 페르보보'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여객기 비상착륙을 지시했으며, 여객기 호송을 위해 미그(MiG)-29 전투기를 출격시키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해당 여객기가 즉각 벨라루스를 떠날 수 있도록 할 것을 촉구했다.

 

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이번 일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모든 승객은 (리투아니아) 빌뉴스로의 여행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의 안전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벨라루스 정부에 모든 승객과 해당 여객기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라고 경고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 [EPA=연합뉴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트위터에 "이는 심각하고 위험한 사건"이라면서 "국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라타세비치가 거주하는 폴란드의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이번 사건을 "국가 테러리즘 행위"라고 비판하며 24일 열리는 EU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에 대해 논의할 것을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모두 EU와 나토 회원국이다.

 

이날 오후 2시께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했던 여객기는 저녁 8시50분께 공항을 이륙해 리투아니아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에는 리투아니아를 포함해 12개국 승객 약 170명이 탑승하고 있다고 리투아니아 측은 밝혔다.

벨라루스 문화장관을 지낸 야권 인사 파벨 라투슈코는 그러나 승객 가운데 러시아인 4명과 벨라루스인 2명 등 6명은 민스크 공항에서 출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프라타세비치도 여기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건과 관련해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 측은 기내 폭발물 설치 정보를 받은 여객기 기장의 결정으로 여객기가 가장 가까운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했다고 주장했다.

라이언에어 항공사 측은 그러나 벨라루스 관제센터로부터 여객기를 착륙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라투슈코 전 장관도 "민스크 관제센터가 (비상착륙을 요구하며) 여객기를 격추하겠다고 위협했으며, 이를 위해 MiG-29기를 출격시켰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루카셴코 대통령과 경쟁했다가 대선 후 신변 안전 위협으로 리투아니아로 망명해 있는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벨라루스) 보안기관이 여객기를 납치하는 작전을 편 것이 명백하다"고 비판했다.

 

                    라만 프라타세비치 [리아노보스티=연합뉴스]

 

2019년 말 벨라루스 정부의 탄압을 피해 폴란드로 도피한 프라타세비치는 지난해 벨라루스에서 격렬하게 벌어졌던 대선 부정 항의 시위를 부추기고 반정부 선동을 주도한 혐의로 벨라루스 당국의 '테러활동 가담자' 목록에 올라있다.

대선 부정 항의 시위 당시 야권의 소통 플랫폼으로 이용된 넥스타도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됐다.

 

벨라루스 검찰은 지난해 11월 폴란드 법무부에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해 인도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해 8월 대선에서 30년 가까이 장기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몇 개월 동안 이어졌다.

 

올해 들어 야권 저항 시위는 상당히 수그러들었으나 완전히 멈추진 않고 있다.

야권은 루카셴코 대통령 사퇴와 새로운 총선 및 대선 실시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지난해 대선 이후 공식 취임한 루카셴코 대통령은 자국 군부와 권력기관의 충성, 러시아의 지원을 등에 업고 6기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반대파 잡으려 여객기 착륙시킨 '유럽 최후 독재자' 루카셴코

1994년부터 27년째 집권…비밀경찰 KGB 운영 야권 철저 감시

부정선거로 임기 연장하며 철권통치 이어가…각종 기행도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오른쪽). [AP=연합뉴스]

 

벨라루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76) 대통령이 야권인사를 체포하려고 비행 중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키면서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면모를 또 드러냈다.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많은 야권 성향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의 전(前) 편집장 라만 프라타세비치(26)가 24일(현지시간) 민스크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그가 탄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가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 때문에 공항에 비상착륙한 뒤 그가 체포됐는데 비상착륙은 루카셴코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벨라루스 초대 대통령으로 1994년부터 27년째 집권 중이다.

서방 언론에서는 그를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부른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옛 소련 국영농장(솝호스) 책임자로 일하다가 소련이 붕괴하기 직전인 1990년 정치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이듬해 소련을 해체하고 '독립국가연합'(CIS)을 창설하는 벨로베슈협정에 유일하게 반대한 정치인으로 이름을 알렸고 이후 '반(反)부패'를 내세워 인기를 얻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 안데르스 오슬룬드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루카셴코는 처음 벨라루스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만 해도 '별다른 정치적 계획이 없는 포퓰리스트'로 평가됐다.

그가 결선에서 득표율 80%를 기록한 당시 대통령선거도 자유롭고 공정하게 치러진 것으로 평가된다.

 

    벨라루스 민스크에서 열린 루카셴코 퇴진요구 반정부시위

 

권좌에 오른 루카셴코 대통령은 철권통치를 펼친다.

그의 통치방식은 옛 소련의 권위주의 통치방식을 연상시키며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의 후신이자 여전히 KGB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비밀경찰을 동원해 야권 인사를 철저히 감시하며 권력을 유지한다고 BBC방송은 설명했다.

경제와 언론에 대한 강력한 통제도 권력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꼽힌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집권을 연장한 2006년과 2010년 선거를 부정선거라고 낙인찍었다.

2015년 대선 뒤에도 부정선거라는 주장이 나왔으며 작년 대선 역시 부정선거로 규정됐고, 벨라루스 내 대규모 불복시위가 일었다.

부정선거를 이유로 루카셴코 대통령은 미국과 EU의 제재대상에 올라있다.

 

그가 '권력세습'을 노린다는 의혹도 나온다.

지난달 루카셴코 대통령은 대통령 궐위 시 법상 대통령직을 이어받는 총리 대신 국가안보회의가 국정과 관련한 결정을 내리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그의 아들 빅토르가 NSC 위원이어서 '권력세습'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기행으로도 유명하다.

2013년 거리에서 일제히 손뼉을 치는 항의시위를 금지했는데 당시 벨라루스 경찰이 이를 근거로 손이 하나인 남성을 체포해 논란이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우나와 운동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비과학적인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작년 7월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됐다.

 

오슬룬드 연구원은 루카셴코 대통령의 정치의제가 '시장경제 요소를 극소수만 도입한 소련식 경제체제 복원', '정치적 억압의 점진적 증가', '러시아와 깊은 정치적 관계 형성' 등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됐다고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매우 가깝게 지낸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그로선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가 마지막 남은 '동맹'이자 '구원자'인 셈이다.

양국은 1999년 연합국가 창설조약을 맺은 뒤 국가통합을 추진해왔다.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왼쪽)과 블라디 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연합뉴스]

 

라이언에어 CEO "항공기에 벨라루스 비밀경찰 탑승한 듯"

아일랜드 "항공 해적행위"…영국 "동맹들과 추가 제재 등 조율"

 

벨라루스 당국이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해 강제 착륙시킨 항공기에 애초에 비밀경찰이 타고 있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아일랜드의 유럽 최대 저가항공사인 라이언에어의 마이클 오리어리 최고경영자(CEO)는 24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뉴스토크 라디오 인터뷰에서 항공기 강제착륙은 "국가가 지원한 항공기 납치"라고 규정했다.

오리어리 CEO는 또 "당국의 의도는 기자와 그의 일행을 내리게 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벨라루스 KGB 요원들이 항공기에 타고 있다가 공항에서 같이 내린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벨라루스의 수도 민스크 공항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해외에 머물던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이동 중이던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벨라루스에서 인기가 높은 야권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전(前) 편집장인 라만 프라타세비치(26)는 이날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이 여객기를 타고 가던 중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신고로 여객기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에 비상 착륙한 뒤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오리어리의 발언은 민스크 공항에서 다른 승객 4명도 내렸다는 보도를 처음으로 공식 확인한 것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 보도로 프라타세비치가 보안요원들에게 미행당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오리어리는 유럽 항공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처음으로 안다고 말했다.

프라타세비치와 함께 러시아 국적으로 리투아니아에서 대학을 다니는 소피아 사페가(23)도 함께 비행기에서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벨라루스 정부는 그가 지난해 대규모 루카셴코 대통령 반대 시위를 선동했다고 비난해왔다.

빌뉴스의 대학은 학생인 사페가도 구속됐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프라타세비치의 친구는 BBC 라디오에 "우연일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프라타세비치가 아테네를 떠나기 전에 공항에서 미행당하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고 전하면서 "그의 여자친구도 함께 체포됐는데 그녀는 러시아 국적이다"라고 말했다.

 

아일랜드 정부는 벨라루스를 비난하면서 유럽연합(EU)에 강경대응을 촉구했다.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RTE 방송에 "이는 항공 해적행위라고밖에 부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일랜드 항공사에 폴란드에 등록된 항공기이며 EU 국가를 오가던 중이었다"며 "EU가 매우 명확한 반응을 하지 않으면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프라타세비치 즉각 석방을 촉구하며 벨라루스 추가 제재 등을 포함해 동맹들과 대응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라브 장관은 또 루카셴코 정권이 민간 항공사 안전을 보장하는 국제 규범을 무시한 것과 관련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긴급 회동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U, 벨라루스 대사 초치…여객기 강제착륙 규탄

영 · 독 · 이탈리아도 대사 초치…국제법 위반 규탄

 

 

유럽연합(EU)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대외관계청(EEAS)은 24일(현지시간) 벨라루스 당국이 전날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해 아일랜드 항공사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강제로 착륙시킨 것을 규탄하기 위해 EU 주재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했다고 밝혔다.

스테파노 사니노 EEAS 사무총장은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의 요청에 따라 알렉산드르 미흐네비치 EU 주재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했다.

 

EEAS는 이는 "민간 항공기를 강제로 민스크에 비상 착륙하게 하고 벨라루스의 독립적 언론인이자 활동가인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구금한 벨라루스 당국의 용납할 수 없는 조치를 규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EAS는 미흐네비치 대사에게 "EU 주요 기구와 회원국들이 승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위태롭게 한 벨라루스 당국의 강제적인 행위를 단호하게 규탄한다"는 점을 전하고 프라타세비치를 즉시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라만 프라타세비치 체포장면

 

이날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도 각각 벨라루스 대사를 초치해 강력히 규탄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벨라루스의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을 규탄하면서 이 사건이 부끄러우면서도 명백하게 국제법을 위반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강제착륙시킨 데 대한 벨라루스 정부의 설명은 터무니없고 신뢰할 수 없다"면서 "우리는 여객기내와 착륙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외무부도 프라타세비치를 납치한 것은 국제 항공운항규정을 심각히 위배한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라면서 벨라루스는 이에 대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선 부정으로 인한 정치 혼란이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야권 인사 프라타세비치가 타고 있던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프라타세비치는 해당 여객기가 착륙한 직후 현지 보안당국에 체포됐다.

 

해당 여객기가 소속된 라이언에어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기업으로, 역시 EU 회원국인 그리스 아테네에서 출발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향하던 중이었다.

사건 직후 EU와 회원국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규탄했다. 이날 열리는 EU 회원국 정상회의에서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벨라루스 제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EU 회원국 정상들 임시회의…벨라루스 제재 등 논의

 

지난해 12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회의장 모습.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 회원국 정상들이 24∼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 회의를 열고 벨라루스 제재와 러시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로이터, AFP 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저녁 열리는 회의에서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의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3일 야권 인사 라만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그가 타고 있던 그리스 아테네발 리투아니아 빌뉴스행 라이언에어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켰다.

라이언에어는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의 기업이며, 해당 여객기의 출발지, 도착지는 EU 회원국 수도로, 사건 직후 EU와 회원국들은 강력히 반발하며 규탄했다.

 

리투아니아와 프랑스는 국제 항공편의 벨라루스 영공 운항을 막고 벨라루스발 항공기가 EU 공항에 착륙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개인에 대한 제재를 넘어서는 조치를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벨라루스와 EU 회원국 간 육상 교통까지 중단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한 프랑스 외교 소식통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제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EU는 이미 지난해 벨라루스 대통령 선거 후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루카셴코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 탄압을 이유로 루카셴코 대통령을 포함해 벨라루스 인사 88명을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밖에 이번 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는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고 새 변이들이 확산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여름을 앞두고 회원국들이 조율된 대응을 계속할 것을 강조할 예정이다.

이들은 러시아, 영국 등 대외 관계, 6월 중순 예정된 EU-미국 정상회의 준비, 기후변화, 중동 문제 등도 논의한다.

 

벨라루스 "하마스가 폭파 위협해 여객기 비상착륙시켜" 해명 

"하마스, 이스라엘 지지 중단 요구하며 아일랜드 여객기 폭파 협박"

 

벨라루스 당국이 24일(현지시간) 전날 발생한 아일랜드 항공사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과 관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테러 위협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은 벨라루스 당국이 이 여객기에 탑승했던 자국 야권 인사를 체포하기 위해 전투기까지 동원해 항공기를 민스크 공항에 비상착륙시켰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벨라루스 교통부 항공국 국장 아르티옴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제 착륙 사건에 앞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로부터 아일랜드 라이언에어(Ryanair) 여객기를 폭파하겠다는 협박 서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스크 공항 메일로 영어로 된 (경고) 서한이 들어왔다"면서 서한 내용을 소개했다.

아르티옴이 공개한 서한에는 '우리 하마스 전사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유럽연합(EU)이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일을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어 "(5월 중순 그리스에서 열린) 델피 경제 포럼(Delphi Economic Forum) 참석자들이 (라이언에어) FR4978 편으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이 여객기에 폭탄이 설치돼 있으며 만일 우리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폭탄이 23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상공에서 터질 것"이라는 협박이 담겼다.

 

아르티옴은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 관제센터가 여객기 승객들에게 압박을 주지 않으면서 국제의무에 따라 여객기를 비상 착륙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날 벨라루스 당국은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자국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착륙시켰다. 이를 위해 자국 공군 전투기까지 이륙시켜 여객기를 호송했다.

 

그리스, 리투아니아, 아일랜드 등은 모두 EU 회원국이다.

벨라루스 측은 줄곧 이 여객기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접수돼 비상착륙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해당 여객기에 탑승했던 폴란드 망명 벨라루스 야권 인사가 민스크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벨라루스 당국이 그를 구금하기 위해 여객기를 납치했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독일 루프트한자 여객기, 테러 위협으로 벨라루스 출발 지연"

 벨라루스 당국 외국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 여파인 듯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운항할 예정이던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 소속 여객기가 24일(현지시간) 테러 위협으로 출발이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테르팍스·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민스크 국제공항 공보실은 앞서 이날 "공항 이메일로 민스크-프랑크푸르트 노선 루프트한자 LH1487편 여객기에 테러를 가하겠다는 신원미상자의 통보가 접수됐다"면서 "(이 여객기의) 이륙이 오후 2시 20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승객 탑승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공항 측은 "벨라루스의 항공안전 규정에 따르면 이런 경우 승객과 승무원, 항공기 안전 확보를 위해 공항 보안당국이 철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이와 관련 현재 항공기와 모든 운송물에 대한 재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승객들도 재차 보안검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루프트한자 항공사 측도 이날 벨라루스 당국의 경고를 받은 뒤 민스크-프랑크푸르트 노선 항공기의 출발을 중단했다면서 "현지 보안당국의 지시에 따라 항공기 재수색과 승객에 대한 보안검색을 다시 실시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검색 결과 테러 위협은 허위로 드러났다.

 

공항 공보실은 뒤이어 "승객과 화물, 항공기에 대한 검색이 완료됐으며 테러 위협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추가 보안검색을 마친 여객기는 프랑크푸르트로 출발했다고 러시아 리아노보스티 통신이 전했다.

이날 루프트한자 여객기 운항 차질은 전날 벨라루스 당국이 자국 야권 인사 체포를 위해 리투아니아로 비행 중이던 아일랜드 라이언에어(Ryanair) 소속 여객기를 전투기까지 동원해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 착륙시킨 사건으로 국제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벌어졌다.

루프트한자 여객기에 대한 테러 위협과 운항 차질도 전날 여객기 강제 착륙 사건의 여파로 보인다. 연합뉴스

쿠데타 넉달만에 변호인들 첫 접견…"어디서 지내는지조차 정확히 몰라"

군부 민주진영 정당 NLD 강제해산 방침 "국민 있는 한 존재할 것" 비판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75) 국가고문이 쿠데타 이후 벌어진 유혈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이 현재 가택연금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도 모를 정도로 철저한 '정보 통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수치 고문은 쿠데타 113일째인 24일 처음으로 가택연금에서 벗어나 수도 네피도의 특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부가 수치에게 뒤집어씌운 각종 범죄 혐의와 관련한 재판을 위해서다.

군부는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을 가택 연금했다.

 

수치 고문은 이후 불법 수입한 무전기를 소지·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를 비롯해 지난해 11월 총선 과정에서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어긴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 등 여러 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수치 고문은 이날 공판에 앞서 변호인단과 약 30분간 접견했다.

공판은 그동안 화상으로만 진행돼 수치 고문이 가택연금 이후 변호인단과 직접 만난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변호인단이 접견 후 언론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변호인단을 이끄는 킨 마웅 조는 접견 후 언론과 만나 수치 고문이 건강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치 고문은 현재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 가택연금 돼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또 수치 고문이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dpa 통신은 변호인단이 "수치 고문은 지금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수치 고문은 또 접견 과정에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은 국민을 위해 창당됐기 때문에 국민이 있는 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이는 지난 21일 군사정권 연방선관위가 작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총선에서 압승한 NLD에 대한 강제 해산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NLD는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 당시 수치 고문이 야당 인사들과 창당했으며, 이후 각종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군부에는 '눈엣가시'다.

 

한편 AFP 통신은 공판이 진행된 특별법정 인근에는 경찰 트럭들이 길목을 막아서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고 보도했다.

변호인들은 수치 고문과 접견장에 군부 측에서 배석하지는 않았지만,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 일원인 민 민 소는 수치 고문이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는 항상 머리에 꽃을 꽂았었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음 공판은 내달 7일로 예정됐다.

앞서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22일 공개된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수치 고문이 집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며 수일 내로 재판에 출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간 더타임스 “정보당국 조사 중”보도

“바이러스, 인위적으로 만들어” 논문도

 

중국 후베이성 성도 우한에서 지난해 5월 방역요원들이 출입이 통제된 주민들에게 전달할 식재료를 들고 거리를 걷고 있다. 우한/AFP 연합뉴스

 

영국 정보기관이 중국 우한의 연구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바이러스가 처음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해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더타임스가 보도했다.

더타임스는 30일(현지시간) 영국을 비롯한 서방 정보기관은 초기에 코로나19의 우한 연구소 기원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지만 재평가 결과 개연성 있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영국 정보기관들도 코로나19 우한 연구소 기원설을 현재 조사 중이다. 영국의 관련 조사에 대해 아는 한 서방 정보기관 소식통은 더타임스에 "우리를 한 방향으로 이끄는 증거들이 있고, 다른 방향으로 이끄는 증거들도 있다"면서 "중국은 어느 쪽에서나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의 정보기관은 중국 내에 인적 정보망(휴민트)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에서 나오는 정보의 수집은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접속 가능한 웹)에서 중국 정보기관원을 포섭하는 작업에 치중해 이뤄진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다크웹에서는 중국 측 정보원들이 당국에 체포될 위험이 없이 익명으로 자신이 가진 정보를 서방에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우한 연구소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영국 세인트 조지 대학교 앵거스 달글리시 의대 교수와 노르웨이 바이러스 학자 비르게르 쇠렌센 박사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 "자연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밝혔다고 일간 데일리메일과 미 폭스뉴스 등이 보도했다.

이들이 작성한 22쪽 논문에 따르면 인체 침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없는 유기화합물의 구조가 발견됐다. 스파이크에서 양전하(+)를 띠는 4개의 아미노산이 한 줄로 늘어선 배열이 발견됐는데, 이는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아미노산이 음전하(-)를 띠는 인체 세포에 자석처럼 달라붙게끔 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배열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야만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바이러스가 자연에서 시작되지 않았음을 가리키는 독특한 지문들이 발견됐고, 중국 연구기관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의 전염력을 강화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 적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지난해부터 이런 주장을 펴왔지만 학계에서 무시당했다며 국제학술지 'QRB 디스커버리(Quarterly Review of Biophysics Discovery'에 논문을 실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코로나19가 유출됐을 수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한 후부터 바이러스의 기원을 다시 조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WSJ는 지난 23일 비공개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 세 명이 첫 발병보고 직전인 2019년 11월에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아팠다고 보도해 실험실 기원설을 재점화했다.

이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정보당국의 코로나19 기원 판단이 엇갈린다며 90일 내 다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바이든, 코로나 기원 추가조사 지시…중 “미 실험실부터 하라”

‘우한연구소 유출설’ 놓고 대립...중국에 진실규명 협조 압박도

정보당국 뚜렷한 결론 못내자, 바이든 “90일안 다시 보고하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미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중국 실험실 유출설’을 다시 꺼내들자, 중국이 “미국 쪽 실험실부터 조사하라”며 맞불을 놓고 나섰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팀이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실험실에서 유출됐다는 가설이 사실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힌 뒤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미-중이 ‘코로나19의 기원’을 놓고 다시 첨예하게 맞붙는 모양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6일 성명을 내어 “정보당국에 분명한 결론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노력을 배가해 90일 안에 다시 보고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월스트리트 저널>이 “코로나19 첫 감염 사례가 보고되기 전인 2019년 11월 우한연구소 직원 3명이 코로나19와 같은 증상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보도해 논란에 기름을 부은 뒤, 바이든 대통령까지 직접 가세한 상황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정보당국에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에서 온 것인지, 실험실 사고로 발생했는지 등 기원에 대한 가장 최신 분석을 하도록 임무를 맡겨 그 결과를 이달 초 받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서 정보당국은 두가지 시나리오로 모아졌지만 분명한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보당국의 현재 입장에 대해 “정보당국 중 두곳은 전자의 시나리오(동물 유래설)에, 한곳은 후자(실험실 유래설)에 각각 낮거나 보통 수준의 확신을 갖고 기울어 있다”며 “정보당국의 대다수는 이 가운데 어느 하나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할 충분한 정보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며 진실 규명에 협조할 것을 압박했다. 그는 정보당국 추가 조사에 “중국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을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은 “중국이 완전하고 투명하며 증거에 기초한 국제 조사에 참여하고, 모든 관련 자료와 증거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전세계의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글로벌 타임스>는 27일 “올해 초 우한을 방문했던 세계보건기구 전문가팀은 중국 실험실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결론을 이미 내렸다”며 “미국은 동맹과 합세해 세계보건기구의 보고서를 ‘독립적이지도, 투명하지도 않다’는 딱지를 붙인 뒤 악의적인 정치적 선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신문은 “세계보건총회(WHA) 개막(5월24일~6월1일) 직전에 미 언론이 ‘정보당국’의 보고서를 근거로 코로나19 실험실 유출설에 불을 지핀 것이 우연의 일치인지 알 수 없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실험실 유출설을 ‘음모론’이라고 했던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장까지 나서 ‘코로나19가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주장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문은 “세계보건기구의 2단계 조사는 필요하지만, 중국 우한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특히 미국 포트 디트릭 연구소에선 2019년 이후 눈길을 끌 만한 정황이 포착됐으며, 미국이 아시아 각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물학 연구소 역시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긴급히 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메릴랜드주 프레더릭에 자리한 포트 디트릭은 미 육군에 딸린 고위험군 바이러스 연구소로 2019년 7월 ‘안전상의 이유’로 잠정 폐쇄된 바 있다. 이 연구소는 같은 해 11월 부분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해 3월 말부터 정상 운영되고 있다. 중국 쪽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 우한연구소 유출설’이 불거질 때마다 이 연구소 문제를 거론해왔다.

 

앞서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일부 미국인들은, 입으로는 진실을 원한다고 말하지만 마음속으론 정치적 조작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이른바 ‘실험실 유출설’을 비롯한 음모론과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행태는 세계보건기구 전문가팀의 과학 정신과 연구 결과에 대한 정면 도전이자, 세계적인 방역 노력과 연대를 모독하고 유린하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워싱턴 베이징/황준범 정인환 특파원

 

"중 우한연구소 연구원들, 코로나 첫 보고 직전 병원치료“

WSJ, 미 비공개 정보보고서 보도…'유출' 의혹 힘 실을 수도

연구소 측 "항체 나온 직원 없어…몇 명 아픈 것은 정상"

 

중국 우한(武漢)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EPA=연합뉴스]

 

중국 우한(武漢)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 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발병보고 직전인 2019년 11월 병원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아팠다는 정보를 미국이 확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미국 정부의 비공개 정보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는 코로나19를 일으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유출지'라는 의혹을 받는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 이 연구소 연구원들이 아팠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곳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릴 수 있다.

 

올해 3월 활동한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기원 조사팀은 우한 현장조사를 거쳐 나온 보고서에서 '실험실 유출설'은 사실일 가능성이 극히 낮은 가설이라고 밝혔다.

조사팀은 "2019년 12월 이전에 어떤 실험실에서도 코로나19와 밀접하게 관련된 바이러스에 대한 기록이 없다"라고 이유를 댔다.

다만 조사팀은 '직원의 우발적 감염으로 자연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실험실 밖으로 나온 경우'만 평가했을 뿐 고의로 유출했을 가능성 등은 고려치 않았다.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전 아팠다는 정보는 이전에도 나왔다.

미국 국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막바지인 지난 1월 15일 발간한 보고서(팩트시트)에서 "첫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오기 전인 2019년 가을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들이 코로나19 및 계절성 질병에 부합하는 증상을 보이며 아팠다고 믿을 근거가 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때 국무부에서 코로나19 기원 조사 태스크포스(TF)를 이끌었던 데이비드 애셔는 지난 3월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세미나에서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들이 아팠던 것이 '첫 번째 코로나19 집단감염'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루는 실험실 내 고도로 보호된 환경에서 일하는 3명이 같은 주에 독감(인플루엔자)에 걸려 입원하거나 중태에 빠질 정도가 됐는데 코로나바이러스와 관련이 없다는 것은 매우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중국 우한(武漢)의 우한바이러스연구소.

 

WSJ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 연구원들이 2019년 11월 병원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아팠다는 정보의 '신뢰도'에 대해 전·현직 관계자의 견해가 엇갈렸다고 전했다.

한 인사는 정보가 '한 국제적인 파트너'로부터 제공됐고 앞으로 의미가 있을 수는 있지만, 여전히 추가조사와 보강증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인사는 "여러 출처에서 얻은 매우 훌륭한 품질의 정보"라면서 "매우 정확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고서에 안 담긴 것은 연구원들이 아팠던 정확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정보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으나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을 통해 "중국 내 코로나19 기원을 포함해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상황과 관련해 심각한 의문을 계속 가지고 있다"라고 밝혔다고 WSJ은 전했다.

 

1월 15일 국무부 보고서에 대해서는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이 "전임 행정부 보고서는 코로나19 기원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았으며 기원과 관련해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점에 초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WSJ은 우한바이러스연구소와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입장을 표명해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소의 박쥐 코로나바이러스 최고 권위자인 스정리(石正麗) 박사는 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되지 않았다면서 WHO 조사팀 현장조사 시 연구소 직원 전원이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연구소 코로나바이러스팀에서 이직한 직원도 현재까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또 2019년 가을 연구소 직원들이 아팠다는 정보와 관련해선 "가끔 아픈 사람이 있는 것이 정상"이라면서 "한두 명이 아팠을 텐데 이는 확실히 별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WHO가 우한에서 추후 코로나19로 명명된 '정체불명의 폐렴'이 퍼지고 있다고 처음 확인한 시점은 2019년 12월 31일이다.

첫 확진자는 12월 8일 감염된 40대 남성으로 알려졌다.

 

다만 10월부터 12월 초 사이 우한이 속한 후베이성에서 폐렴 등 코로나19에 걸렸을 때와 유사한 증상으로 입원한 환자가 92명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국은 코로나19 초기상황과 관련해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고 비판받는다.

 

지난달 28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한 대학에서 시노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고자 줄선 대학생들. [AFP=연합뉴스]

피에몬테주 마조레 호수변 휴일 낮 사고

1978년 20명 숨진 이후 최대 인명 피해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알프스산맥 주변 관광지에서 23일 추락한 케이블카 주변을 구조대가 수색하고 있다. 스트레사/AP 연합뉴스

 

이탈리아 북부 피에몬테주 관광지에서 23일 케이블카가 추락해 적어도 어린이 한 명을 포함한 14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피에몬테주의 마조레 호수변 스트레사에서 모타로네산 정상까지 연결하는 케이블카가 이날 낮 12시30분께 정상 도착 직전 2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적어도 14명이 숨지고 어린이 한명이 크게 다쳤다. 현장에서 두 명의 어린이를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한명은 소생시키지 못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숨진 이들 가운데 5명은 이스라엘인이라고 이스라엘 외교부가 확인했다.

 

사고 케이블카는 코로나19 여파로 1년 이상 멈춰있다가 방역 완화에 따라 전날 운행을 재개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지 언론들은 정상에서 300m 지점의 케이블이 손상된 것으로 추정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현장 주변인들은 케이블카 운항 전에 철저하게 점검했다고 전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 케이블카는 유명 관광지인 마조레 호수와 주변 알프스산맥의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어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이날은 날씨가 좋아 관광객들이 꽤 몰린 것 같다고 <아에프페>가 현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 케이블카는 1970년 8월 운행을 시작했으며, 2014~2016년 전체적인 보수 작업이 이뤄졌다. 이날 사고는 1978년 낮게 날던 미군 비행기가 돌로미티산맥에 있는 스키장의 케이블카 케이블을 끊어뜨려 20명이 사망한 이후 최악의 케이블카 사고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사고 뒤 성명을 내어 “비극적인 사고 소식을 접하고 슬픈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희생자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드라기 총리는 24일 정부 관계자들을 현장에 보내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사망·부상자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