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부는 개혁바람…녹색당, 여론 지지 1위

● WORLD 2021. 5. 5. 04:2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창당 40년만에 집권 세력 부상
기후변화 의제 정당성 등 확보
집권 주도 세력으로 분위기 타

 

독일 녹색당의 지지율 선두로 오는 9월 총선에서 유력한 총리 후보로 부상한 아날레나 베르보크 당 대표. AP 연합뉴스

 

독일 정가에 변화의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독일 녹색당이 총선 5개월을 앞두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연립 여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에 앞서는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다. 독일 정치전략연구소가 3일 발간한 여론조사 종합을 보면, 녹색당은 2019년 6월 이후 처음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받는 정당으로 선두에 섰다. 녹색당이 창당 40년만에 집권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주간 실시된 10개 여론조사 중 6개에서 녹색당은 우위를 보였다. 지난 1일 발표된 여론조사 기관 칸타르와 일간신문 <빌트 암 손탁>의 여론조사에서 녹색당은 27%를 기록해, 기민련에 3%포인트 앞섰다.

 

독일은 오는 9월26일 총선을 치른다. 여당인 기민련이 15년 동안 집권해 유권자들에게 피로감이 있는데다, 메르켈 총리는 이번 총선을 마지막으로 정계에서 은퇴한다. 또, 기민련과 함께 독일 정치를 이끌어온 사민당의 지지율이 최근 저조하다. 녹색당은 현재 사민당을 대체하는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유럽연합(EU) 의회 선거에서 독일 녹색당은 20.5%를 얻으며 군소정당에서 독일 제2정당으로 발돋움했다. 녹색당에서 조만간 독일 총리가 배출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이때부터 나왔다. 올해 1월초 포르자, 엠니트 등 공식여론조사기관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기민련 27~28%, 녹색당 21~23%다. 사민당은 12~14%였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스테판 메르츠는 <가디언>에 현재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는 투표 의향은 2~3주가 지나봐야 그 지속성을 판단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독일 정당 위계질서가 수년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이제는 판이 바뀌는 역사적인 변곡점에 왔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들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 여당에 극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만연에 따른 봉쇄가 길고 비효율적으로 이어진 데다, 최근 백신 접종의 무질서도 독일 사회와 정부의 행정과 디지털 서비스 능력의 한계를 드러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녹색당은 지난달 아날레나 베르보크(40) 공동대표를 최연소 첫 여성 총리 후보로 선출하면서, 개혁을 화두로 하는 선거운동을 벌이고 있다. 녹색당이 표방하는 개혁에는 총리 임기 제한도 포함된다. 강력한 총리 후보로 부상한 베르보크에 대해 고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많다. 하지만, 주간 <슈피겔>은 “경험은 과거와 연결시키는 발목잡기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새롭고, 비전있는 생각들이 젊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베르보크를 높이 평가했다.

 

베로보크가 주도하는 운동의 핵심은 독일은 정치권보다 더 혁신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주 헌법재판소가 기후변화와 관련한 정부의 환경 목표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결하면서, 녹색당의 의제에 큰 정당성과 지지를 확보했다.

 

1980년 창당한 녹색당은 지난 1990년대 말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한 바 있다. 이번에는 연정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사민당의 지지율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사민당이 첫 번째 연정 대상이기는 하나, 자유민주당, 심지어 기민련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여론조사 전문가 메르츠는 “국민 다수가 백신 접종을 받아서, 영업장들이 재개하고 사람들이 휴일에 밖으로 나갈 때 녹색당이 계속 이런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며 “만약 국민 사이에서 초점이 경제 쪽으로 옮겨가면, 기민련은 잃어버렸던 지지를 회복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정의길 기자

델리 부총리, 군에 병원·응급실 운영 요청

한 병원선 산소부족으로 24명 숨지기도

 

 3일(현지시각) 인도 수도 뉴델리의 한 시크교 사원에 코로나19 환자들을 위한 임시 병동이 설치돼 있다. 뉴델리/UPI 연합뉴스

 

인도에서 3일(현지시각) 기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2천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의료용 산소 부족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수도가 위치한 델리주 당국이 군에 병원 운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 외신을 보면, 델리주 부총리인 마니시 시소디아는 이날 “통제불능”이라며, 군이 코로나19 치료시설과 중환자실 운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마니시 부총리는 총 1만명의 환자가 수용된 치료시설과 중환자실 1천 곳의 운영지원을 군에 요청했다고 <비비시>는 전했다.

 

무엇보다 심각한 산소 부족 현상이 군에 긴급 도움을 요청한 주된 이유였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은 저산소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추가적인 산소 공급이 필요하지만, 인도에서는 확진자가 워낙 빠른 속도로 증가해 산소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 인도의 산소 생산 업체는 델리에서 멀리 떨어진 동부 지역에 있는데, 운송 수단이 미비해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군이 나서지 않으면 마땅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2일 북부 카르나타카주의 한 병원에서 산소 부족으로 코로나19 환자 24명이 숨졌다고 <힌두스탄 타임스>가 보도했다. 지난달 하순에는 뉴델리에서 산소 공급이 끊어지면서 일부 병원의 환자 수십명이 숨졌고, 중부 프라데시주에서도 환자 4명이 산소 부족으로 숨졌다. 의료용 산소와 산소 발생기 등이 암시장에서 10배 넘는 가격에 팔리고 있기도 하다.

 

이미 인도 군은 민간 병원에 산소 공급을 지원하거나, 자체 군 병원 일부를 민간 환자들에게 개방하는 등 코로나 방역에 개입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지난달 29일 엠엠(MM) 나라바네 육군 참모총장을 불러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한편, 3일 인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미국(3247만명)에 이어 두 번째로 2천만명(2028만명)을 넘어섰다. 인도는 지난달 하순 1일 확진자 3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달 30일에는 세계 최초로 1일 확진자 40만명을 넘어선 바 있다. 이날 신규 확진자 수는 35만7천여명이었다. 이날 사망자 수는 3449명으로 최근 7일 연속 3천명을 넘었다. 최현준 기자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 이모저모
‘비트코인 가격 하락·공매도 승리’ 점쳐
멍거 “역겹고 문명의 이익에 반하는 것”

‘스페이스엑스 화성 여행자’ 보험 허용 묻자
자인 보험부문 부회장 “고맙지만 사양”
버핏 “머스크 승선 여부 따라 보험료 달라져”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왼쪽)과 찰리 멍거 부회장이 2019년 5월 3일 미국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 주주 쇼핑의 날에 모습을 드러냈다. 오마하/로이터 연합뉴스

 

해마다 5월의 첫 토요일이면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볼 수 있었던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가 올해는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이유는 뭘까?

 

지난해 오마하 주총장에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워런 버핏 회장을 제외하곤 한 명의 주주도 입장할 수 없었다. 버핏의 오랜 벗이자 조력자인 찰리 멍거 부회장도 불참했다. 멍거는 건강 문제로 엘에이 자택에 머물렀다. 둘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97살 멍거와 90살 버핏의 재회를 위해 올해엔 주총 장소를 엘에이로 바꾼 것이다. 지난 1일 열린 주총을 생중계한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둘은 늙은 부부인 양 무심한 듯 다정해 보였다. 버핏이 후계자로 지목한 그레그 아벨 부회장과 아지트 자인 부회장도 아들처럼 동석했다.

  

야후파이낸스가 소개한 온라인 주총 하이라이트를 보면, 버핏은 ‘쥐약’이라고 극언한 바 있는 비트코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이번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지금 주총을 지켜보는 사람들 중 수십만명은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을 것이고 공매도한 사람은 2명 있을 것”이라고 알쏭달쏭한 말을 했다. 이어 “수십만의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과 두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선택지를 찾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향후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공매도가 승리할 것이란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비트코인 매도자를 딱히 2명이라고 한 것을 두고선 버핏 자신과 멍거를 지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반면 멍거는 비트코인이 “역겹고 문명의 이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뚝딱 발명된 금융상품에 하루아침에 몇십억 달러를 퍼붓는 것은 ‘황소 앞에 붉은 깃발’을 흔드는 격”이라고도 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도마에 올랐다. 머스크가 화성 탐사를 위한 스페이스X 비행에 대한 보험가입을 요청한다면 수락할 생각이 있느냐는 한 주주의 질문에, 버크셔의 보험부문 부회장 아지트 자인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답했다. 그러자 버핏이 씩 웃으면서 “그 결정은 보험료에 달려있다. 머스크의 승선 여부에 따라 보험료가 크게 달라진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왼쪽)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1일 열린 온라인 주총에서 비트코인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알듯모를듯 에둘러 답변하자 찰리 멍거 부회장이 웃고 있다. 야후파이낸스 영상 갈무리

최근 미국 개미들의 투자 광풍에 대해 버핏은 “온라인 증권사 로빈후드가 도박을 충동질해 주식시장을 카지노판으로 만들어놨다”고 비판했다. 처음 여윳돈이 생긴 사람들에게 하루에 50번 거래를 해도 수수료가 공짜라며 데이 트레이딩(하루에 수차례 매수와 매도를 반복)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뒷문 상장’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의 합병 열풍에 대해서도 “좀 과장하면 도박판으로,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핏은 “스팩은 2년 안에 합병해야 하는데, 만약 여러분이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2년 내 어떤 기업을 사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방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애플 주식을 일부 판 것은 “아마도 실수였다”며 인정했다. 버크셔가 애플 주식을 사는데 들어간 원금은 310억 달러인데 보유 중인 애플 주식의 시가는 3월 말 기준 1110억 달러(약 125조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에게는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이 아닌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가는 펀드를 추천했다. 버핏은 “개별종목을 고르기보다는 지수를 사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내가 세상을 떠나면 아내에게 남긴 자금의 90%가 S&P500지수 펀드에 들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로 멍거는 “전체 주식시장보다 우리 회사를 선택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위험분산 명목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종목들을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면 오히려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으니 본인이 잘 아는 2~3개 종목을 찾는 게 훨씬 쉽다는 소신을 피력한 바 있다.

 

버핏은 “우리는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보고 있다”며 최근의 물가상승을 우려했다. 그는 “버크셔도 가격을 인상하고 다른 사람들도 우리에게 가격을 올리고 있는데 이게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가 정말 달궈지고 있는데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라고 했다.

 

앞서 버핏은 주총 개회사에서 “미국 경제가 지난해 3월 절벽에서 굴러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올 수 있었던 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와 의회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 덕분”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법인세 인상 계획에 대해선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며 “증세의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는 주장은 기업들이 지어낸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한광덕 기자

 

워런 버핏, 후계자로 캐나다 출신 그레그 에이블 ‘낙점’

버핏 “내게 무슨 일 일어나면 내일 아침 그레그가 경영 인수”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이 지난 1일 화상으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올해 91살 생일을 앞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후계자를 공개했다.

버핏 회장은 3일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에 출연해 “오늘 밤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내일 아침 경영권을 인수할 사람은 그레그(그레고리 에이블 부회장)가 될 것이라고 이사들이 동의한 상태”라고 말했다. 버핏 회장이 당장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날 생각을 밝힌 것은 아니다.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으로는 ‘버핏의 오른팔’ 찰리 멍거(97), 비보험 부문을 총괄하는 그레그 에이블(59), 보험 부문을 맡은 아지트 자인(69)이 있다. 버핏은 2012년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차기 최고경영자는 내부적으로 선출하고 있다면서도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다. 2018년 에이블과 자인이 부회장으로 지명되면서, 둘은 유력한 차기 최고경영자 후보로 떠올랐다. 지난 1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멍거 부회장이 버크셔해서웨이의 기업 문화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그레그가 문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답해 에이블 부회장이 후계자가 되리라는 관측이 커졌다. 버핏 회장이 이틀 만에 이를 확인한 셈이다.

 

에이블 부회장은 캐나다 출신으로 전력회사인 칼에너지 출신이다. 1999년 이 회사가 버크셔해서웨이에 인수되면서 버핏과 인연을 맺었다. 2008년부터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 분야 지주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 에너지’ 회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 부쩍 존재감을 키워왔다. 지난해와 올해 버크셔해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 버핏과 함께 등장해 파리기후변화협정에 따른 에너지 사업 분야 목표에 대한 질문에 답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1839년 설립된 미국 섬유업체였으나 현재는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지주회사가 됐다. 산하에 보험업과 제조업, 소매업 등 여러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버핏은 1962년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해 경영권을 획득했는데, 미 섬유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자 회사 경영 방향을 바꿨다. 버크셔해서웨이 보고서에 따르면 1964년부터 2020년까지 버크셔해서웨이 누적 수익률은 281만% 이상으로, 에스앤피(S&P)500 지수의 약 2만3000%를 앞선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인 룬치스자산운용의 회장 폴 룬치스는 “그(에이블)는 버크셔해서웨이를 이끌 완벽한 인물”이라면서도 “누가 이 일(후계자)을 원할지 모르겠다. 워런을 대체할 인물은 없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버핏의 명성 때문에 나온 발언이다. 신문은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직은 버핏의 아들인 하워드 버핏이 이어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조기원 기자

주정부 맺은 다윈항 99년 임대계약 ‘국가안보’ 이유 재검토 지시
미국 해병대 훈련 장소인 다윈항, 계약 당시엔 “안보 우려 없다”
앞서 ‘일대일로’ 양해각서 등도 파기…중국과 관계 더 악화할 듯

 

        2017년 4월21일 오스트레일리아 다윈항의 모습. 다윈/로이터 연합뉴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지방당국이 중국 기업과 체결한 항만 장기 임대 계약에 대한 재검토에 들어갔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조되고 있는 중국-호주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4일 <파이낸셜 타임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호주 국가안보위원회(NSC)는 노던테리토리 주정부가 중국 기업 랜드브리지(중국명 란차오지퇀)와 체결한 다윈항 운영권 장기 임대 계약에 대한 재검토를 국방부에 지시했다. 총리가 당연직 위원장인 호주 국가안보위원회는 법무·재무·외교·국방·내무 장관 등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외교·안보 관련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앞서 호주 노던테리토리 주정부는 2015년 공개입찰을 통해 5억600만호주달러(약 4397억원)에 다윈항 99년 임대 운영권을 랜드브리지 쪽에 넘겨줬다. 호주 중북부 끝자락에 자리한 다윈항은 2011년부터 미국 해병대가 6개월 단위로 순환 배치돼 훈련을 하는 곳이어서, 미국 쪽이 강력 항의하는 등 계약 체결 직후부터 논란이 불거졌다. 하지만 당시 국방장관이던 머리스 페인 현 외교장관은 “다윈항 운영권 임대와 관련한 안보 우려는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잠잠하던 다윈항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해 12월 호주 의회가 ‘대외관계법’을 통과시킨 뒤부터다. 해당 법은 중앙정부가 국가안보와 관련해 지방정부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외국 또는 외국 기관과 체결한 각종 계약을 재검토해 파기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호주 외교부는 지난달 21일 빅토리아 주정부가 2018년과 2019년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각각 체결한 일대일로 사업 관련 양해각서와 기본합의를 파기한다고 발표했다. 페인 장관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핵심 목표로 하는 외교 정책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쪽은 “호주 당국은 냉전적 사고방식과 이념적 편향을 버려야 할 것”이라며, 양국 관계 추가 악화를 경고했다.

호주 의회 무역·투자위원회가 대외관계법을 근거로 지난 3월 다윈항 임대 계약 재검토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스콧 모리슨 총리도 최근 다윈항을 방문한 자리에서 “국방부와 정보당국이 다윈항 문제에 대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윈항 운영권을 쥔 랜드브리지와 중국 당국의 연계설도 나온다. 이 업체 예청 총재는 임대 계약 체결 뒤 “다윈항이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업체가 본사를 둔 중국 산둥성 정부는 2013년 예청을 ‘국방산업 발전 공로자 10명’ 가운데 1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호주 정부에 딸린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의 피터 제닝스 소장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중국이 강압적 대외정책을 밀어붙이는 등 지난 2015년과 전략적 환경이 전혀 달라졌다”며 “호주의 중요한 기반 시설 운영권을 중국 기업에 맡기는 게 바람직한지를 물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