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민주당 언택트 전당대회개막미셸·샌더스 등 출동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17일 대선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맨 왼쪽)이 델라웨어주에서 화상으로 연결된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왼쪽 두번째) 등 민주당원들과 인종차별 문제 등 현안을 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일까지 나흘간 계속되는 이번 전당대회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위스콘신주 밀워키에 있는 전당대회 행사장에서 전국 각지를 영상으로 연결해 진행된다. 밀워키/로이터 연합뉴스

      

수천명의 관중도, 포효하는 외침도, 쏟아지는 환호도 없었다. 하지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단합 호소는 4년 전보다 훨씬 화끈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미셸 오바마의 직격 펀치는 더욱 강력해졌다.

미국 민주당은 17일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11월 당의 대선후보로 지명하기 위한 나흘간 전당대회의 막을 올렸다. 코로나19로 말미암아 원격 화상으로 진행되는 사상 첫 언택트전당대회다.

첫날인 이날 밤 민주당은 정치인과 일반 시민들을 출연시켜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와 인종 불평등 문제를 부각하며, 바이든이야말로 미국을 위기에서 구해낼 지도자라고 추어올렸다. 가장 눈길을 모은 연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과 샌더스였다.

미셸 혼돈 끝낼 희망 가졌다면 바이든에게 투표를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지지 연설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첫날인 17일 밤 미셸의 이 연설을 앞두고 사전 녹화된 영상 일부를 미리 공개했다.

미셸은 2016년 대선 때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 연사로 나섰지만, 트럼프 4년을 겪고 난 이번 전대에선 한층 공격 수위를 높였다. 맨 마지막 연사로 나선 그는 연사들 중 가장 긴 18분 동안 한 연설에서 트럼프를 향해 잘못된 대통령이라고 직설을 날리며 이 백악관에 리더십이나 위안, 안정감의 겉모습이라도 기대할 때면 우리가 얻는 것은 혼돈과 분열, 완전한 공감 부족 뿐이라고 비판했다. 미셸은 또 4년 전 연설에서 그들이 (수준) 낮게 갈 때, 우리는 높게 가자고 했던 유명한 문구를 다시 끄집어내, “높게 간다는 것은 사악함과 잔인함에 맞닥뜨렸을 때 그저 웃으며 좋은 말 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더 힘든 길을 택하고, 증오에 맞서 맹렬하게 서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셸은 바이든은 믿음에 의해 인도되는 아주 깊이 품위 있는 사람이다. 그는 진실을 말하고 과학을 믿을 것이라고 트럼프와 대비시켰다. 그는 이 혼돈을 끝낼 희망을 갖고 있다면, 삶이 걸린 것처럼 조 바이든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샌더스 전례없는 위기에 전례 없는 대응 필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17일 화상 연설을 통해 우리가 직면한 전례없는 일련의 위기에 맞서 전례없는 대응을 해야 한다며 바이든 후보자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EPA 연합뉴스

바이든과 대선 후보 경선에서 맞붙었던 샌더스(무소속)는 전폭적인 바이든 지지를 외치며 단합의 상징으로 나섰다. 그는 4년 전에도 전당대회에서 클린턴 지지 연설을 했지만, 절망한 그의 지지자들 상당수는 클린턴에 등을 돌렸다. 샌더스는 이 악몽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듯,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며 우리가 직면한 전례없는 일련의 위기에 맞서 전례없는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00년만의 최악인 공중보건 위기,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붕괴, 구조적인 인종차별주의, 기후변화 위협과 트럼프 투표 방해 시도와 대선 불복 시사 등을 위기 사례로 나열했다. 그는 네로는 로마가 불탈 때 바이올린을 켰다. 트럼프는 골프를 친다는 말도 했다.

샌더스는 나의 친구들, 그리고 경선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한 모든 이에게, 그리고 지난 대선 때 트럼프를 찍었던 이들에게 말한다우리 민주주의, 경제, 세상의 미래가 위태롭다. 우리는 힘을 합쳐 트럼프를 물리치고 바이든과 카멀라 해리스를 대통령과 부통령으로 선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옛 지지 시민 트럼프 믿은 대가로 목숨 치렀다

트럼프에 등 돌린 공화당 사람들도 눈길을 모았다. 2016년 트럼프와 당내 경선을 벌였던 존 케이식 전 오하이오 주지사는 나는 평생 공화당원이지만 그 애착은 조국에 대한 책임감 다음으로 두번째라며 바이든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정상적 시기였으면 자신이 민주당 전당대회에 나타나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정상적 시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찍었으나 바이든으로 마음을 바꾼 일반 시민들도 다수 출연했다. 일반인 중에서는 지난 6월 코로나19로 아버지를 잃은 여성 크리스틴 우르퀴자가 아버지의 유일한 기저질환은 트럼프를 믿었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목숨을 치렀다고 말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전당대회는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라틴계 배우 에바 롱고리아가 진행했다. 수십개의 사전 녹화 또는 생중계 영상을 잇따라 내보내고, 주요 인사의 연설 뒤에는 일반 시민들이 집 안에서 박수치는 모습을 연결해 기존의 환호를 대체했다. 바이든은 둘째날인 18일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고, 20일 수락 연설을 할 예정이다.

                     

미국 민주당 잔칫날, 트럼프는 바이든 비방재뿌리기

바이든은 좌익 극단주의자들의 꼭두각시

내가 지는 유일한 경우는 선거가 조작될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위스콘신주 오시코시를 방문해 연설하고 있다. 오시코시/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주당 전당대회 첫날인 17일 주요 경합주들을 방문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비난했다. 113일 대선 경쟁자의 축제 기간에 의도적으로 재뿌리기 행보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시작되기 전인 이날 낮 미네소타주와 위스콘신주를 차례로 방문했다. 미네소타주는 2016년 대선 때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에게 근소한 차로 진 곳이고, 위스콘신주는 박빙 승리한 곳이다. 특히 위스콘신주는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곳이다.

트럼프는 위스콘신주 오시코시에서 바이든을 사회주의 트로이의 목마라며 좌익 극단주의자들의 꼭두각시라고 몰아부치며, “이번 대선은 역대 가장 중요한 선거다. 우리는 이 급진좌파 미치광이들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을 세계 정상급 체스 플레이어라고 부르며, 바이든이 이들을 상대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최근 각종 여론 조사에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다소 준 것으로 나타나자, 중도 성향인 바이든에게 극좌 이미지를 덧씌우며 적극 공세에 나선 것이다. 특히 정치전문 여론조사 기관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지난 315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를 취합한 결과를 보면, 바이든은 5개 경합주(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애리조나)에서는 트럼프를 26%포인트가량 앞섰지만, 노스캐롤라이나에선 0.6%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는 18일과 20일에도 각각 경합주인 애리조나주와 바이든의 고향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을 방문하며, 민주당 전당대회에 쏠리는 관심을 분산시키기에 전력한다는 계획이다. 그 분위기를 24~2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로 이어갈 방침이다. 그는 이날 민주당 전당대회의 주요 연설들이 녹화 영상으로 진행되어 흥분되는 게 없다고 비꼬면서 자신은 오는 27일 백악관에서의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생중계로 하겠다고 말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교도통신> 게이오 대학병원 진찰 보도

통상의 건강 체크” “피 토했다건강이상설 증폭

      

아베 신조 일본 총리.

          

건강이상설에 시달렸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7일 병원에서 검진을 받고 있는 것이 포착됐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이날 오전 1030분께 도쿄 게이오대학 병원에 들어가 진찰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상 주변에서는 통상의 건강 체크라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NHK>휴가를 이용해 당일 검진을 받고 있다고 아베 총리 비서관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최근 건강이상설이 계속 나오는 속에서 정밀 검진을 받은 지 두 달여 만에 검사를 또 받아 아베 총리의 건강을 둘러싼 의문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게이오대학 병원에서 6개월에 한 차례 정도 정밀 검진을 받는데, 최근에는 지난 613일 받았다.

일본 언론에서는 지난달 아베 총리가 피를 토했다는 보도에 이어 그의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느려져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관방장관은 토혈 문제에 대해선 즉답을 피한 채 아베 총리의 건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아베 총리는 제1차 집권 말기인 20079월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한 것을 이유로 내세워 총리가 된 지 약 1년 만에 퇴진한 바 있다. 아베 총리는 20122차 집권 후에는 건강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신약 덕분에 좋아졌다고 말해 왔다. < 김소연 기자 >


트럼프, 인종차별적인 버서음모론에 불을 지피려다 역풍

CNN “논란 부추기고, 코로나 대응부실 주의분산 의도 명백

           

‘birther: 버락 오바마의 출생지가 미국이 아니어서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부통령 후보.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를 음해했던 버서(birther)’ 세력이 타깃을 미 역사상 첫 주요 정당 흑인 여성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로 바꿔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오바마 출생지 음모론을 조장하다가 2016년 대선 직전 마지못해 입장을 바꾼 전력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도 인종차별적인 버서음모론에 불을 지피려다 역풍을 맞았다.

버서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을 말한다. 계속되는 소란 끝에 하와이 보건당국이 20114월 오바마의 하와이 출생을 증명했지만, 버서 세력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 여전히 오바마는 아버지의 고향인 케냐에서 태어났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2008년 대선 캠페인 때는 물론 오바마의 재임기간 내내, 심지어 퇴임 이후까지 집요하게 오바마의 대통령 자격, 나아가 시민권을 문제삼았다. 이른바 버서 운동(birther movement)’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오바마의 출생지는 물론 종교(크리스찬이 아니라 무슬림이라는 주장)와 관련된 음모론도 적극적으로 퍼날랐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후보에 대한 버서 음모론은 지난 12일 보수 성향 변호사이자 채프먼대 교수인 존 이스트먼의 칼럼 카멀라 해리스의 자격에 관한 몇 가지 질문으로 촉발됐다. 이스트먼은 시사 잡지 <뉴스위크>에 게재한 칼럼에서, 해리스가 출생할 당시 자메이카계인 아버지와 인도계인 어머니의 이민 자격에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주장을 폈다. (칼럼을 쓴 이스트먼과 관련해 <CNN>“2010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겸 검찰총장)에 도전했으나 공화당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고, 민주당 소속 해리스가 그해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에 당선됐다고 소개했다.)

다음날인 13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해리스의 후보 자격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상당한 신빙성이라도 있는 주장이라는 듯 답했다. 트럼프는 그녀가 (부통령 후보)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오늘 들었다그 글을 쓴 변호사는 고도의 자격요건을 갖춘 매우 재능있는 변호사라고 답변해 논란을 키웠다. 트럼프 캠프 법률고문 제나 엘리스도 이스트먼의 글을 리트위트했다.

이와 관련 <CNN>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트럼프의 버서 거짓말이 그의 선거캠프에서 인종차별적 주제를 확대시킨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가 (버서 음모론으로) 논란을 부추기고, 자신의 서툰 코로나 대응과 그로 인한 미국인 168천여명의 죽음으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분석했다.

해리스는 19641020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태어났다. 현행 미 수정헌법 제14조는 부모 국적과 관계없이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은 누구나 미국 시민이 되는 속지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해리스에 대한 버서음해는 근거의 실마리조차 전혀 없는 가짜 뉴스인 셈이다.

바이든 캠프 대변인은 이메일 성명에서 트럼프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인종차별주의적 버서 운동의 지도자였으며, (트럼프는 자신의) 재임 기간 내내 날마다 인종차별주의에 기름을 붓고 이 나라를 갈기갈기 찢어놓으려 했다고 일갈했다.

여당인 공화당 내부에서도 해리스에 대한 버서음모론과는 선을 긋는 분위기다. 친트럼프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마저 트위터에 글을 올려 그녀가 미국 시민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쟁점이 될 게 전혀 없다그녀는 합법적으로 거주했던 부모에게서 1964년 미국에서 태어났다. 헌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라 그녀는 명백히 미국 시민이라고 밝혔다.

해리스의 후보 자격 음모론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자, 이스트먼의 칼럼을 옹호했던 <뉴스위크>인종차별적 음모론에 불을 붙이려는 것이 아니라는 기존 태도에서 물러나 공식 사과했다. <뉴스위크>14편집자 노트를 통해 이 칼럼은 일부에 의해 인종주의와 외국인 혐오를 영속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스트먼의 칼럼은 미국에서 타고난 시민의 정의에 대한 지엽적인 법적 논쟁을 모색해보려는 취지였으나, 많은 독자들에게 필연적으로 비백인 여성이자 이민자의 자녀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어떤 식으로든 진정한 미국인이 아니라는 추악한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해명이다. < 전정윤 기자 >


대선 D-80 우편투표 논란 증폭연방우체국, 46개 주 송부 지연될 수도

유권자 76% 대선 때 우편투표 가능트럼프 재앙주장, 예산지원도 반대

 


대선(113)80일 앞둔 미국에서 우편투표가 연일 논쟁꺼리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는 선거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가운데, 미 연방우체국(USPS)이 대선 때 우편투표 용지가 제때 도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연방우체국, “투표용지 제때 도착 못 할 수 있어

트럼프는 15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 소유 골프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또 우편투표를 비판했다. 그는 보편적 우편투표는 재앙이 될 것이다. 미국을 전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편투표의 가장 큰 문제는 (개표 지연으로) 선거가 언제 끝잘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그걸 정확하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우편투표의 조작 가능성과 개표 지연 등을 문제 삼으며 대선 연기까지 언급했다가 거둬들인 바 있다.

연방우체국은 실제로 대선 때 업무 폭증으로 우편투표 송부가 늦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연방우체국은 최근 50개 주 가운데 46개 주와 워싱턴디씨(이하 워싱턴)에 최근 서한을 보내, 유권자들의 우편투표 용지가 개표 시점에 맞춰 도착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알렸다고 <워싱턴 포스트>14일 보도했다. 대선 때 투표용지 발송과 기표가 된 용지 송부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각 주들이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도록 신경쓰라는 취지다. 우편투표가 유효하려면 선거 당일까지 당국에 도착해야 한다. 도착 지연은 곧 소중한 선거권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 된다. 2016년 대선 때 우편투표의 0.25%가 늦게 도착해 집계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우편투표가 조작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미 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다.

우편투표 사상 최고치 예상

투표 용지가 제때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는, 연방우체국이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에 시달리는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올해는 각 주들이 우편투표를 더 용이하게 만들어, 업무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이번 대선에서 우편투표를 할 수 있는 미국인의 비율이 미 선거 역사상 최고치인 76%라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등 9개 주와 워싱턴 유권자들에게는 선거일 전에 우편투표 용지가 보내진다. 플로리다 등 33개 주는 유권자들이 코로나19를 사유로 부재자 투표를 요청할 수 있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도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게 했다. 이들 42개 주와 워싱턴 유권자는 약 15800만명이다. 텍사스 등 나머지 8개 주는 부재자 투표를 하려면 코로나19 외에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신청한 사람에게만 투표용지를 보내면 부재자 투표,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등록 유권자 모두에게 투표용지를 보내면 보편적 우편투표로 불린다. 그러나 우편으로 송부된다는 점에서 부재자 투표나 보편적 우편투표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트럼프와 부인 멜라니아도 이번 대선을 위해 주소지인 플로리다주에 부재자 우편투표를 신청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트럼프 우편투표는 민주당 유리우체국 예산 지원 안 돼

트럼프는 보편적 우편투표가 민주당에 유리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우편투표 확대로 투표율이 높아지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다. 트럼프는 지난 13일에는 <폭스 비즈니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편투표를 방해하기 위해 연방우체국 추가 예산 지원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이 코로나19 경기부양안에 연방우체국에 250억 달러 지원과 각 주·시에 36억 달러 지원을 포함시켰는데, 트럼프는 민주당은 수많은 표를 자신들이 몽땅 가져가기 위해 우체국이 일하게 하려면 그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들이 그 두 가지 예산을 못 가져가면 그건 보편적 우편투표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런 태도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4일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투표하지 못하도록 노골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대통령은 현대 정치역사에서 유일무이하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트럼프맨연방 우체국장도 논란 부추겨

트럼프 충성파로 불리는 루이 드조이 연방우체국장의 행동도 논란이 되고 있다. 드조이 국장은 지난 6월 취임 뒤 규정을 바꿔 초과근무를 없애 일부 우편물 배송 지연을 불렀다. 일부러 트럼프의 우편투표 반대 방침에 협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물류업체인 뉴브리드로지스틱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드조이는 트럼프 취임 이후 공화당에 2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지난주 미국 일부 지역 우체국들에서 우편물 분류 기계가 제거되고 주거지역의 우체통들이 사라졌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와, 드조이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거세졌다. 연방우체국 감사관은 드조이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트럼프는 15일 기자회견에서 드조이에 관한 질문에 그는 환상적인 사람이다. 그는 우체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고 두둔했다.

민주당은 연방우체국 지원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해, 다음달 중순까지 예정된 의회 휴회를 앞당겨 끝내자고 공화당에 요구하고 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