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일자리 보호와 보이지 않는 적의 공격 고려

  민주당위기 이용해 반이민 밀어붙이려 해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미국으로의 이민을 당분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밖으로 돌리면서 이 위기를 자신의반이민정책 강화에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트위터에우리 위대한 미국 시민들의 일자리를 보호할 필요성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적(코로나19)의 공격을 고려해, 나는 미국으로 이민을 잠정적으로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민 중단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 언제 행정명령에 서명할지 등 구체적인 설명은 덧붙이지 않았다.

미국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속에 국경을 차단해왔다. 또 지난 1월 말 중국발 외국인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유럽 국가 여행객들의 미국 입국을 차단했다. 또 북쪽의 캐나다, 남쪽의 멕시코와도 사실상 국경을 차단했다. 전세계 모든 대사관과 영사관에서 일상적인 비자 서비스도 일시 중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민 중단 조처는 이런 국경 봉쇄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번 조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반이민정책에 대한 보수층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는 “‘중국 바이러스때문에 지난달 2200만명의 미국인이 일자리를 잃었다. 외국인을 더 수입하기 전에 미국인들이 일자리로 돌아가는 것부터 돕자”(톰 코튼 상원의원, 트위터)며 코로나19 파장과 반이민을 연결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강력 비판했다.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의원은 트위터에이 행동은 트럼프의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인명 구조 실패에 대한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시도일 뿐만 아니라, 위기를 이용해 자신의 이민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권위주의적인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도 트위터에트럼프는 첫날부터 이 위기를 심각하게 다루는 데 실패했다. 이제 그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자신의 반이민 의제를 강화하기 위해 정치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37달러' 5월물 WTI, 만기일에도 마이너스권

국제유가의 가파른 폭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요가 사실상 실종되면서 수급 거래 자체가 붕괴한 모습이다.

2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오전 920분 현재 배럴당 29.6%(6.05달러) 내린 14.38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글로벌 벤치마크 유종인 브렌트유는 20달러 선이 깨졌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22.96%(5.87달러) 하락한 19.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유례없이 강한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넘쳐나면서, 유가 수준과는 무관하게 더는 원유를 저장할 공간이 없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정유업계나 항공업계의 실수요자는 아예 사라진 상황이다. 실수요자가 아닌 선물 트레이더들로서는 최대한 인수를 늦추면서 장기계약으로 갈아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6월물을 건너뛰고 곧바로 7월물로 갈아타는 움직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물 만기(5 19)까지도 코로나19 사태 및 원유공급 과잉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만기일(21)을 맞은 5월물 WTI는 여전히 마이너스권이다.

비슷한 시각, 5월물 WTI는 배럴당 33달러가량 오른 -4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날 '-37달러'라는 기록적인 수준에서 종가를 형성한 바 있다.

인간 전쟁서 몸값 올린 석유, 바이러스와 전쟁에 무릎꿇다

양차대전으로 석유가 최고 전략자원으로 부상
현대 지정학적 격변에 석유가 배후
2008
년 금융위기 이후 석유 가치 하락
코로나19과의 새로운 전쟁이 석유 조락에 쇄기

현대의 최고 전략자원 석유의 운명이 역사적 변곡점에 들어섰다.

인류 역사상 최대 전쟁으로 석유 가치가 치솟았고, 인류 초유의 전쟁이 그 가치를 바닥으로 밀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는 세계대전으로 최고 전략자원으로 등극했으나, 코로나19와의 싸움으로 전략적 가치가 급감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유가의 기준인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 인도분이 20일 거래에서 -37.63달러라는 석유 거래 사상 첫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한 것은 조락하는 석유 운명을 상징한다. 물론 석유 저장 능력이 한계에 도달한 상황에서 선물거래 5월 만기일(21)이 겹쳐 벌어진 일시적인 상황이나, 수요가 급감하고 공급이 초과하는 최근의 석유 시장 상황을 그대로 드러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이동제한 및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급감이 근본 원인으로, 이런 추세가 달라질 요인은 단기적론 보이지 않는다.

석유가 현대에서 최고 전략자원으로 떠오른 결정적 계기는 영국이 1913년 주력 전함으로 제작한퀸 엘리자베스호가 최초로 석유 동력 엔진을 장착하면서부터다. 퀸 엘리자베스는 기존의 석탄 동력 전함에 비해 월등한 기동력과 효율을 과시해, 영국 해군의 경쟁력을 배가했다. 퀸 엘리자베스가 가동될 때에 이미 미국에서는 텍사스 등지에서 유전이 개발됐다. 포드는 대중적 자동차인 포드-T를 출시해 1914 50만대 이상을 판매했다. 군수와 민수 양 분야에서 석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곧 영국의 해군장관이 되는 윈스턴 처칠은 미래의 전략자원이 석유임을 간파했다. 그는 한창 유전이 개발되기 시작하던 중동에 대한 영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열렬한 마지막대영 제국주의자가 됐다. 2차 대전의 승패를 가른 스탈린그라드 전투도 나치 독일이 당시 소련의 유전지대인 카스피해로 진출해, 중동까지 나아가려는 전략 때문에 벌어졌다. 나치 독일은 무리하게 이 전선에 집중하다가 스탈린그라드에서 대패하며, 몰락의 길로 갔다.

2차 대전 전승국 지도자들은 얄타 회담으로 전후 세계 분할을 논의했다. 얄타 회담 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귀국길에 병환의 몸을 이끌고 신생 사우디아라비아 국왕 이븐 사우드를 만난 것은 석유 때문이었다. 이란의 민족주의 성향 모하마드 모사데크 정부가 석유 국유화를 단행하자 미국이 중앙정보국(CIA)을 동원해 전복시킨 것도 석유 때문이었다. 그 후 미국이 중동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원한 것 역시 모두 석유가 첫번째 동인이었다.

석유가 배후 요인이던 중동분쟁 와중에서 발발한 1973년 오일쇼크는 석유의 전략적 가치를 최고로 고조하며, 지정학적 격변도 불렀다. 자본주의 경제는 10년 이상의 장기불황에 돌입해, 서방 선진국들은 지식경제와 신자유주의 체제로 전환해 나갔다. 넘쳐나는 오일달러로 사우디 등 중동국가 내에서는 빈부격차와 성속갈등이 고조돼, 이슬람주의가 분출했다. 이란에서는 최초로 이슬람 혁명에 이은 이슬람공화국이 성립됐다. 이미 1960년대부터 중공업 경제가 정체됐던 소련은 석유값이 오르자 오히려 제3세계 분쟁에 더 개입하며 영향력을 확장하려 했다. 1979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대표적 예다. 하지만 1980년대 중반 들어 석유값이 폭락하자, 소련은 과잉전개된 국력을 수습하지 못하고, 몰락의 길로 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석유지정학의 절정이었다. 미국은 중동민주화라는 미명 하에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키고 중동 전체에서 미국에 우호적인 질서를 만들려다가, 수렁에 빠졌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철수하던 2008년에는 금융위기로, 석유값이 역사적인 저점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셰일 석유가 개발돼, 본격적으로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비용과 환경오염이 문제였지, 그 매장량은 미국의 한 셰일 유정에서만 100년 이상이나 쓸 수 있는 양으로 측정됐다. 비관적으로 보였던 전통적 유전이나 천연가스도 예상 이상으로 개발돼, 시장에 석유나 가스 등 화석연료 공급은 넘쳐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산업 동력과 친환경 개발 욕구에 바탕한 대체에너지 개발도 활발해졌다.

금융위기 이후 하향 안정화를 보이던 석유값은 지난 3월초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인류가 서로 떨어져야 하는이동제한이어서, 석유 수요는 하루 3천만배럴이나 급감했다.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30%에 해당된다. 석유값이 배럴당 20달러를 맴돌자, 50달러 이상이어야 수지가 맞는 셰일 석유 기업이 파산위기에 몰리고, 전통적 석유 메이저들도 비틀거리고 있다.

핼리버튼의 위기가 석유의 위기를 대표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전쟁 용병들을 투입하고 이라크 석유 이권을 거의 독점했던 석유 장치 기업인 핼리버튼은 올해 1분기 10억달러의 적자를 봤다. 이라크 전쟁의 주역인 딕 체니 당시 미 부통령이 최고경영자였던 핼리버튼은 이라크 전쟁의 배후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석유지정학이 만든 기업이었다.

이번마이너스 유가사태는 원유저장 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물 투자자들이 일제히 5월물을 팔아치우고 6월물을 사들이면서 일시적으로 빚어졌다. 석유를 싸게 사서 쌓아둔 투자자들은 올 가을 이후대박을 전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위기가 잦아들어도, 석유에 대한 욕구가 전처럼 회복될 전망은 어둡다. 공급이 넘쳐나는 데다, 코로나19가 제기한 환경위기와 새로운 삶의 양식이 그 수요를 반감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이라는 인류에게는 초유의 전쟁이 석유의 가치를 극적으로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 정의길 기자 >

돈 줄테니 석유 가져가라첫 마이너스 유가 어디로 가나

                             

서부텍사스중질유 5월분 가격 -37.63달러

저장 시설 꽉찬데다 선물만기 겹쳐

세계 저장능력 60% 소진현재 유조선에 14100만배럴                        

국제 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돈을 줄테니 석유를 가져가라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석유 수요가 줄어들자, 넘쳐나는 석유를 저장할 수 없어 벌어진 사태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05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유(WTI)가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석유값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석유 1배럴을 가져가면, 37.63달러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 305% 폭락한 수치다.

이날 서부텍사스유 5월분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여파로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상황에서 원유시장의 선물 만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5월 인도분이 거래 만기일 21일을 하루 앞두고 팔리지 않고 남은데다, 기존 구매자도 이를 인수를 하기보다는 6월물로 앞다퉈 갈아타는 롤오버를 했기 때문이다.

석유 저장시설이 한계에 달한 상황에서 5월분 물량이 인수되지 않고 남아돌자 가격이 마이너스로 급격히 곤두박질했다. 팔리지않은 5월분을 저장하는데 돈이 더드는 상황이 되자, 석유를 가져가면 돈을 준다는 마이너스 가격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 서부텍사스유는 내륙에서 생산되는 까닭에 저장 비용이 더 많이 든다.

현재 전 세계의 석유 저장 능력을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수요가 급감해 팔리지 않은 석유가 저장되면서, 68억배럴 상당의 전 세계 석유 저장 능력 중 60%가 소진된 상태라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3월말 현재 바다에 떠도는 유조선에는 약 1900만배럴이 저장돼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석유 거래회사 를 인용해 전했다. 이는 지난 1714100만배럴로 늘었다.

특히, 미국의 상황이 심각하다. 선물시장에서 거래된 석유가 인도되는 오클라호마 쿠싱의 전략석유비축시설의 저장능력은 8천만배럴이다. 쿠싱에는 현재 2100만배럴의 여력이 있는데, 이는 미국 석유 생산량의 이틀치 분량 밖에 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정부가 전략석유비축을 7500만배럴 더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의 전략석유비축은 63500만배럴이다. 문제는 석유를 비축하는데도 하루에 50만배럴정도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이 7500만배럴을 더 비축하면서 시장에서 석유를 거둬들이려해도, 5개월이나 걸린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석유값 회복은 연말이나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국제유가의 기준치인 브렌트유의 11월 인도분은 36.89달러, 서부텍사스중질유 11월분도 31.66달러였다.

이번 석유값 마이너스는 서부텍사스중질유 5월분에 한정된 일시적 현상이다. 서부텍사스유 6월 인도분도 18%가 떨어지는 했으나, 20.4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비록 마이너스 유가가 시장 상황이 왜곡되면서 일부 품종에 한정된 현상이기는 하나, 석유값이 역사적인 변곡점을 맞고 있음을 상징한다.

코로나19이 전 세계적으로 본격 확산된 3월 이후 전 세계 석유 수요는 하루 3천만배럴이나 급감했다. 1억배럴 내외인 전 세계 생산량의 30%에 해당하는 수요가 감축됐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오펙) 회원국과 비오펙 산유국으로 구성된 오펙+’가 지난 12일 하루 970만배럴을 직접적으로 감산하고, 다른 산유국과 선진국들도 감산에 동참하기로 하며, 하루 최대 2천만배럴의 감산 효과를 내기로 한 바 있다. 이 합의가 지켜져도 여전히 1천만배럴이나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다.

이런 석유 공급 초과 현상은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에서 새로운 유정이 예상 이상으로 개발되는데다, 셰일유 등 셰일에너지가 2010년 이후 시장에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예견됐다. 코로나19 위기가 잦아들어도, 공급 초과로 인한 저유가 현상이 해결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에서 최대 산업 중 하나인 석유산업과 기업들의 위기도 심화되고 있다. 석유 관련 거대 장치 기업인 핼리버튼은 20일 올해 1분기 10억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보고했다. 핼리버튼은 지난해 동기에는 15200만달러의 흑자를 봤다. 핼리버튼은 이라크 전쟁 뒤 이라크 석유 개발 이권을 따낸 기업이다.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이 최고경영자로 재직한 회사로, 이라크 전쟁의 최대 수혜자이자 심지어 배후 조정을 했다는 의혹을 샀다.

석유값이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조금 더 지속되면, 미국 텍사스의 수백개 중소 석유회사들은 80%가 파산하고, 25만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가 석유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전했다. 30달러대가 되면, 석유 산업을 살아남을 것이나 많은 석유기업들이 망할 것일고 신문은 전했다. , 석유값이 30달러 이하면 산업 자체가 붕괴 위기가 된다는 것이다. < 정의길 기자 >


한국산 진단키트 맞으러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 나간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 주지사와 유미 호건 여사

"한국에 큰빚졌다"50만회 진단키트 공수 '한국사위' 미 주지사

 지금껏 7만여회 검사한 미 메릴랜드주작전명까지 붙여 22일간 확보 매진

 한국계 아내 유미 호건 여사도 역할주지사, 한국말로 거듭 "감사합니다"

 

"메릴랜드주는 한국인에 감사의 큰 빚을 졌습니다. 감사합니다"

20일 브리핑에서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주 주지사는 오른편으로 몸을 돌리더니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한국 정부 대표로 브리핑에 참석한 주미 한국대사관 홍석인 공공외교공사를 향해서였다.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 50만회가 가능한 진단키트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검사 건수가 7만건 정도인 메릴랜드주로서는 상당한 분량이다.

한국산 진단키트는 토요일인 지난 18일 대한항공 여객기에 실려 볼티모어-워싱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호건 주지사와 한국계인 아내 유미 호건 여사가 직접 공항에 나가 '귀한 진단키트'를 맞았다.

'한국사위'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호건 주지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50만회 검사가 가능한 진단키트를 한국에서 살 수 있었던 과정을 자세하게 소개했다.

한국 진단키트 확보를 위한 노력은 지난 328일 시작됐다. '오래가는 우정'이라는 작전명까지 붙일 정도로 절실한 상황이었다.

호건 주지사는 이수혁 주미대사와의 통화에 유미 호건 여사를 동참시켜 한국 진단키트를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진단키트 물량 확보가 쉽지 않고 연방정부와의 조율도 녹록지 않아 주마다 아우성을 지를 때였다.

한국쪽 파트너와 메릴랜드 당국 간 논의가 시작되면서 거의 매일밤 통화가 이뤄졌다. 13시간의 시차와 언어 장벽 때문에 종종 밤을 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진단키트를 실은 대한항공기가 메릴랜드에 착륙할 때까지 꼬박 22일이 걸렸다. 호건 주지사는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우리를 지원해준 한국 파트너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호건 주지사는 "개인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 이수혁 대사, 홍 공사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지난 2월 전미주지사협회 리셉션이 주미 한국대사관저에서 열렸을 때 문 대통령이 영상 메시지를 보내 자신을 한국 사위라고 칭할 때 영광이라고 생각했지만 두 달이 지나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진단키트를 내준 랩지노믹스사()를 비롯해 이번 '작전'에 기여한 이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사의를 표했다. 특히 아내를 "이번 작전의 챔피언"이라고 치켜세우며 고마움을 보였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오른쪽)와 유미 호건 여사

미국에서는 각 주지사가 경제정상화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충분한 검사가 이뤄지느냐가 관건인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단키트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면서 주지사들에 경제정상화 결단을 압박하는 한편 주별로 알아서 진단키트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라고 재촉해왔으며 호건 주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완전히 사실과 다른 말을 하고 있다고 각을 세워왔다.

메릴랜드주가 공수한 진단키트에 대해서는 미 식품의약국(FDA) 등 당국의 승인이 이뤄졌으며 메릴랜드주 각지에 설치된 진단센터에 배포될 예정이다.

메릴랜드주는 지금까지 71500여건의 검사를 실시했으며 500여명의 사망자와 약 14천건의 감염사례가 나온 상태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50만회의 테스트가 신속히 환자를 가려내는 메릴랜드주의 능력을 극적으로 늘리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짢은 반응.. 호건 지사 "주정부 알아서 하라 해놓고"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한국에서 구매한 메릴랜드 주지사를 향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메릴랜드 주지사가 같은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자신의 코로나19 대응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한국에서 키트를 사들여 연방정부의 검사능력 확대 노력을 퇴색시킨다는 언짢음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연방정부의 검사 능력 확충과 주정부 지원을 한참 강조하는 와중에 메릴랜드의 한국산 검사 키트 다량 확보가 화제로 떠올랐다.

한 기자는 브렛 지로어 보건복지부 차관보를 향해 "충분한 검사가 가능한데 메릴랜드 주지사는 왜 한국에서 키트를 가져왔느냐"고 물었다.

지로어 차관보는 "메릴랜드 주지사가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며 "그러나 (미국에는) 매일 초과 검사능력이 있다"고 답했다.

이 기자가 "메릴랜드주는 충분한 키트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고 재차 묻자 "가장 심하게 타격받은 주들은 한국을 훨씬 초과하는 검사를 하고 있다"고 엉뚱한 대답을 했다.

이번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나서서 "알아보겠다. 언제 한국에서 주문했는지 알지 못하고, 그나 의료 담당 공무원을 시기하지 않겠다"며 연방 정부도 검사 시설 개방 등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회견 전 주지사들과 화상 회의를 했지만 호건 주지사의 한국 검사키트 확보는 전해듣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엔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어 호건 주지사가 펜스 부통령에게 먼저 연락했더라면 검사키트 확보에 필요한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연방정부가 마련한 대책을 따랐더라면 비용을 아낄 수 있었을 거란 취지다.

이에 기자가 "호건 주지사가 한국을 접촉할 필요가 없었다는 말이냐"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 그가 그럴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그가 약간의 지식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가 코로나19 추가 검사를 할 5천개의 연구실 리스트를 주 정부에 제공했다며 "일례로 메릴랜드 주지사 같은 일부 주지사는 정말로 리스트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뭐가 일어나고 있는지 잘 이해 못 했다"고 호건 주지사를 비판했다.

호건 주지사는 이후 CNN에 출연해 "대통령이 뭘 언급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무엇이 일어나는지 꽤 잘 이해하고 있고, 그의 팀이 제공한 정보에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판을 주고받고 싶진 않다며 확전은 피했다.

주지사연합 회장인 호건 주지사는 지난 19일 한 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검사 능력이 충분하고 주지사들이 임무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절대적인 거짓"이라고 원색적으로 반박한 바 있다.

그는 이날 한국의 검사 키트 확보 관련 회견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주 정부가 나가서 스스로 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분명히 했다"며 정부 지침을 따른 행위였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호건 주지사의 한국 키트 구매는 브리핑에 참석한 당국자들의 허를 찌른 것 같았다"고 말했고, 인터넷 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호건이 한국에서 검사 키트를 사고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공격해 화가 났다"고 표현했다.

 

 

슈피겔, 코로나19 대응 관련 "한국은 모범학생, 미국은 문제학생"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에 맞서 독일, 다자주의 강조한국과 맞닿아

독일, 동아시아에서 한국에 비중 안 둬와코로나19, 외교 새로운 계기

독일 언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미국 때리기'에 한국을 활용하고 있다.

독일 주요 언론들은 한국을 코로나19 대응의 모범 사례로 꼽아왔다. 독일에서 초기 대응 실패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면서 이런 경향이 강해졌다.  한국의 신속한 검사, 감염자 및 접촉자 추적관리, 사회적 거리 두기 준수 등에 대해 호평해왔다.


독일 내무부의 코로나19 대응전략 보고서에서는 한국을 롤모델로 삼는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4·15 총선에 대해서도 독일 언론은 '역사상 가장 위생적인 무균 선거'(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표시'(쥐트도이체차이퉁), '팬데믹도 한국 선거 못막아'(타게스차이퉁)라고 제목을 뽑았다.

최근 독일 언론은 한국의 상황을 그대로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과의 비교 모델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실패 해부…"한국, 질풍같이 검진체계 구축"


일간 타게스차이퉁은 지난 17일 자 '한국 총선은 미국을 위한 모범 사례'라는 기사에서 "미국은 이 동맹국(한국)을 잘 살펴봐야 한다. 미국에서는 곧 획기적인 대통령 선거가 열린다"면서 "미국의 절망적인 바이러스 위기관리 상황을 보면 한국과 같이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면서 문제없이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표현했다.

주간 슈피겔은 이번 주 호 코로나19 시대에 대한 커버스토리 기사에서 한국을 '모범 학생', 미국을 '문제 학생'이라고 지칭했다.


슈피겔(맨 위 사진)은 지난 10 '트럼프는 어떻게 미국을 코로나 붕괴로 몰아가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도 미국과 한국의 첫 확진자 발생일이 1 20일로 동일한 데 "한국은 질풍 같은 속도로 검진 체계를 구축해 하루 1만 건의 진단을 한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같은 달 26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우리는 상황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대해 철저히 해부했다.

특히 기사에서는 "바이러스는 세계강국 미국을 무덤으로 밀어 넣을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2019년 프랑스에서 열린 G7 정상회의 기간에 만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 총리

독일, 코로나19 통제 가능 이후 미국에 목소리 높여

독일의 미국에 대한 비판은 독일이 이달 초부터 코로나19 확산 상태가 안정권에 접어든 이후 강해졌다. 내부의 큰불이 잡히면서 밖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은 한 주 검사 수를 60만건으로까지 확대했다. 8월부터는 마스크를 매주 5천만 장 정도씩 생산하기로 할 정도로 부족한 방호용품 문제도 발 빠르게 대응했다.

누적 확진자 수가 20일 오후 기준으로 146600여 명에 달하지만, 신규 일일 확진자 수는 최근 2천명대 수준으로 내려왔다. 신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았을 때는 7천 명대에 육박했었다. 치명률도 3.2%로 유럽의 강국인 영국, 프랑스에 비해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에 독일은 이날부터 면적 800㎡ 이하 상점의 운영 금지를 해제하며 공공 생활 제한 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독일 언론이 미국을 비판하면서 표적으로 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해 민주적 가치가 하락하고 고립주의가 강해졌는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더욱 극명히 보여줬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미국의 건강보험 제도도 비판의 대상이다. 탄탄한 공보험 제도를 갖추고 있는 독일과는 극명히 대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독일은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와 대척점에 서서 다자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독일 역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을 때는 외부와의 '연대'를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대국민 TV 연설에서 유럽연합(EU)의 연대 이야기가 빠졌다.

하이코 마스 외무장관은 지난 11일 이런 지적에 대해 "항공기에서 비상사태 시 산소호흡기를 먼저 착용해야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다"면서 "우리가 국내 문제에 봉착해 있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를 도울 수 없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메르켈 독일총리

 "한국 등 아시아권 대상 독일의 협량한 인식제고 계기"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상당히 통제하기 시작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대응 부실과 중국 편향성 등을 들어 미국의 자금 지원을 중단한 데 대해 강력하고 조율된 국제적 대응만이 팬데믹을 물리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WHO를 지지했다.

독일이 추구하는 다자주의 관점에서 한국은 맞아떨어진다.

미국을 비판하면서 한국을 활용한 데에는 한국이 민주적 체제에서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데다 경제적, 지정학적 관점에서 다자주의를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진 베를린 정치+문화연구소장은 "전 지구가 코로나19가 뒤흔들리는 혼돈 속에서 다자주의를 강조해야 하는 독일 입장에서 민주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한 한국의 가치를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우리 당국은 독일의 이러한 움직임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한국과 독일 간의 우호 증진을 위해 독일의 이런 외교적 입장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 및 통일 레퍼런스이자 유럽의 최대 경제국인 독일에 구애를 보내왔다.

한국의 대통령들은 대부분 취임 이후 베를린을 방문해 대북정책 기조를 밝혀왔다. 정치인들과 공직자들이 관광지이기도 한 베를린의 분단 및 통일 관련 명소를 찾는 것은 관례화돼 왔다.

그러나 독일의 동아시아 외교에서 한국 비중은 크지 않다. 독일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에 주파수를 맞춰왔다. 메르켈 총리는 임기 15년 가까이 거의 매년 중국을 방문하거나 중국의 주석이나 총리의 방문을 받았다. 독일과 같은 주요 7개국(G7) 일원인 일본에 대한 비중도 만만치 않다.

독일의 분단 및 통일 경험의 교류와 관련해서도 서독이 '서서갈등'을 극복하면서 신()동방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통일의 발판을 마련한 것은 독일 입장에선 30∼50년 전 기억이다.

독일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도 유연하지 못한 태도를 보인다는 지적도 현지 한국 전문가들로부터 받아왔다. 동서독 분단 시절 서독의 유연한 외교 전략이 주는 교훈은 우리에게 중요하지만 독일 입장에선 성공한 과거사일 뿐이다.

이진 소장은 "향후 지켜봐야 하지만 최근 현상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의 협량함을 재고하게 될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