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 추정 빼곤 갈수록 오리무중

● WORLD 2014. 3. 23. 15:02 Posted by SisaHan

인도양에서 실종기 수색중인 해상초계기 P-8A 포세이돈의 미국 해군들.

말레이 실종기 수색… 위성신호 실낱단서

말레이시아 정부는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 MH370편이 실종된 지 일주일인 15일 ‘납치’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실종기를 누가 납치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등 ‘근본적인 물음’엔 여전히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왜 못 찾나? : 사건 당일인 8일 오전 말레이시아 공군 레이더에 미확인 비행물체가 포착됐을 때, 공군이 이를 추적하지 않은 것은 통탄할 대목이다. 이 비행물체는 나중에 실종된 MH370편으로 추정됐는데, 공군은 자국 영공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비행물체를 포착하고도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와 인근 국가들은 테러에 취약한 넓은 영공을 관리해야 하는데도 항공방어망의 수준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사고 초기에 실종기를 추적하지 못한 것이 ‘미스터리’의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사건 자체가 너무 난해하다는 지적도 많다. 실종기 수색에 참여한 미국 해군 제7함대의 대변인 윌리엄 마크스 중령은 이번 실종을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규정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실종기엔 여객기 수색에 활용되는 4가지가 모두 없다고 짚었다. 보통 여객기가 사라지면 주레이더와 보조레이더, 운항정보 교신시스템(ACARS)의 자동송신시스템, 조종사의 구두 보고를 활용해 찾는다. 지상의 주레이더는 비행기에 무선신호를 쏘아 반사되는 신호를 감지하고, 기내의 보조레이더는 항공기의 식별번호와 고도 신호를 발신한다. 자동송신시스템은 항공기와 지상 기지의 교신을 돕는다. 하지만 MH370편은 주레이더 탐지 영역을 벗어났다. 보조레이더와 자동송신시스템은 꺼져 있었다. 구두 보고도 없었다.
 
현재 의지할 곳은 2만2200마일 상공의 정지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서 포착한 데이터뿐이다. 국제해사위성기구(인마르샛)는 정지궤도에 인공위성 10대를 운영하고 있다. 위성 한대당 지구의 3분의 1을 커버하는데, 10대의 관할 지역이 겹쳐 신뢰도가 올라간다. MH370편은 인도양 상공의 위성과 한시간에 한번씩 통신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 데이터로는 비행지속시간 및 위성과 여객기 사이의 각도만 알 수 있을 뿐, 위치를 특정할 수는 없다. MH370편의 마지막 각도는 40도였다. 이를 근거로 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 국경에서 타이 북부를 잇는 북부항로나 인도네시아와 인도양 남부를 연결하는 남부항로 등 2개 항로 가운데 한곳에서 신호가 발신됐으리라 추정할 뿐이다. 인마르샛 전문가들이 수색을 돕고 있다. 하지만 제7함대의 마크스 중령은 “뉴욕과 캘리포니아 사이에서 사람 한명을 찾는 것과 같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 누구 짓인가? : MH370편이 8일 0시41분 이륙한 뒤 새벽 1시7분께 조종석의 보조레이더가 꺼졌다. 이후 1시19분께 “아무런 문제 없다. 잘자라”(올 라이트, 굿 나이트)라는 구두 메시지가 전달됐다. 1시21분 마지막 데이터 송신을 끝으로 자동송신시스템이 꺼졌다. 누군가 고의로 비행기를 납치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이다.
아맛 자우하리 야햐 말레이시아항공 최고경영자는 17일 “최초 조사 결과 (교신 내용을) 말한 것은 기본적으로 부기장이었다”고 밝혔다. 보조레이더가 꺼진 뒤 이상이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게 파릭 압둘 하밋(27) 부기장이었다면, 그가 비행기 납치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당국은 자하리 아맛 샤(53) 기장의 ‘반정부 성향’을 근거로 기장 쪽에도 무게를 두고 있다. 샤 기장이 야당인 국민정의당의 안와르 이브라힘 전 부총리의 지지자이고, 여객기 실종 전날 안와르 이브라힘의 항소심 재판도 방청했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샤 기장과 하밋 부기장을 아는 이들은 두 사람의 범행 가능성을 일축한다. 한 동료 조종사는 “샤는 비행기를 파괴하는 것 같은 일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밋 부기장은 조종사인 여자친구와 곧 결혼할 예정이었다. 미국의 항공기 사고 전문가인 조지 바이벨은 “아시아의 국제선 조종사들은 조종실 문을 잠그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이를 노린 항공기 납치범의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 전정윤 기자 >


푸틴, ‘신냉전’ 불사 강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우크라이나 크림 공화국과 합병 조약을 전격 체결했다. 서방의 반발과 제재에도 크림주민투표에서 러시아 합류에 약 97%가 찬성하고 크림자치공화국이 편입요청한 바로 다음날 신속히 조약을 체결하는 ‘강공’을 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러시아에 강력한 추가제재를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제재의 실효성과 내부 이견의 고민도 깊다. 언론들은 푸틴의 이번 크림합병을 소련 해체 이후 국제 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이라고 규정, 사실상 신냉전 시대의 개막이라고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공화국 총리와 크림의 러시아 합병 조약 서명에 앞서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크림은 떼어낼 수 없는 러시아의 일부였으며 러시아의 구성원으로 강력하고 안정적인 자주권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해서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원치 않는다. 러시아가 크림에 이어 다른 지역도 합병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러시아 상하원이 크림 합병안을 승인해도 푸틴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었지만, 푸틴은 예상을 뒤엎고 의회 논의 뒤 조약을 체결하는 통상적 절차도 밟지않은 채 합병을 강행했다.
 
합병 조약은 러시아 헌법재판소의 승인과 상하원의 비준을 얻어 발효된다.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조약 비준 절차가 이번 주말까지 완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 대통령이 ‘새로운 냉전’을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소련 해체 후 4반세기 가까이 지속돼온 국제질서에 직접적으로 도전했다고 분석했다. NYT는 또한 러시아가 자국과 주변국을 포함한 ‘안보영역’을 침범당할 경우 그에 맞서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EU등 서방 국가는 러시아의 크림 합병조약 서명을 일제 비난하며 추가제재를 경고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크림반도를 공식적으로 합병하려는 러시아를 규탄한다”며 “앞으로 제재조치를 추가하겠다”고 밝히고 주요 7개국(G7) 정상과 EU가 다음 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릴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한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크림 주민투표와 독립선언, 푸틴 대통령의 크림 합병 등이 모두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합병선언으로 긴장이 감도는 크림공화국 접경지역에서 중무장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경계를 펴고 있다.

캐나다, 러시아 부총리 등 10명 제재

캐나다는 17일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제재로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 등 10명에 대해 자산 동결 및 여행 금지 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이날 오후 캐나다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를 만나 크림 반도 위기를 논의하기 앞서 정부의 추가 제재 방침을 이같이 밝혔다. 제재 대상은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 외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보좌관과 고위 정부 관리, 세르게이 악쇼노프 총리 등 크림 자치공화국 관리 등 모두 10명이다.
앞서 하퍼 총리는 별도의 성명에서 크림 공화국 주민투표는 불법적이고 반헌법적이라면서 “그 결과는 러시아의 군사적 통제를 실증해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 미국·유럽연합(EU)과 함께 투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 대통령의 무모하고 일방적인 행위는 러시아에 경제 정치적 고립을 안겨줄 뿐”이라고 비난하고 캐나다 정부는 G7(주요7개국) 우방과 협력해 러시아에 군대 철수 압력을 강화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촉즉발 우크라 사태 한숨 돌려

● WORLD 2014. 3. 10. 16:31 Posted by SisaHan

푸틴, 러군 원대복귀 명령… 협상 채널 가동

크림반도를 사실상 장악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무력 충돌 위기로 치닫던 우크라이나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촉즉발’의 상황은 넘어섰지만 아직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긴장의 끈을 늦추기에는 이르다. 미국은 러시아군의 ‘크림반도 철수’를 주장하면서 압박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협상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러시아와 국제사회의 갈등이 마무리될 지가 판가름날 전망이지만 협상 과정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4일 인테르팍스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당장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할 필요성은 없지만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군사력 사용이 가능할 수도 있었던 크림의 긴장상황은 해소됐으며 이제 그런 필요성이 사라졌다”면서 우크라이나 인접지의 비상 군사훈련을 마무리하고 원대복귀를 명령했다고 전했다.

푸틴의 이런 발언으로 크림반도의 위기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최악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군의 충돌까지 예상됐던 ‘일촉즉발’의 상황보다는 긴장이 누그러졌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5일 나토-러시아 이사회(NRC) 특별회의를 개최하기로 러시아 측과 합의했다고 밝혀 이같은 분위기에 힘을 실었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도 키예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국 장관 간 협의가 시작됐다면서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케리 미 장관은 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를 방문, 우크라정부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공식 확인하면서 크림반도에 대한 러시아 군대의 파병을 ‘침략’이라고 공식 규정했다. 이어 “러시아가 긴장 완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우방국가들도 러시아를 정치·외교·경제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케리 장관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의 대치를 원하지 않으며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에서 합법적인 이익을 추구할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개입을 계속할 경우 서방과 함께 고강도 제재에 나서겠지만 대화 테이블로 나온다면 얼마든지 외교적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뜻을 전달한 것이다. 모처럼 조성된 대화 분위기에 뉴욕과 유럽 등 주요국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로 반응했다. 전날 러시아와 서방의 일촉즉발 위기로 급락했던 미국과 유럽, 러시아 증시는 이날 급반등했고 미국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의 가격은 하락했다.



일 도쿄 38개 도서관 장서… 인종범죄 관련 주목

누가, 왜 그랬을까?
최근 일본 도쿄도의 여러 공립도서관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건이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유대인 박해가 이뤄지던 나치 독일 치하의 고통스런 삶을 소녀의 시선에서 그린 안네 프랑크(1929~1945)의 <안네의 일기> 및 이와 관련된 연구서적들이 시내 여러 공립도서관에서 흉측하게 찢긴 채로 발견돼서다.
<아사히신문>은 경시청이 24일 이 사건을 기물파손 사건으로 분류해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용의자 검거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시청 수사1과의 말에 따르면 피해가 발생한 도서관은 신주쿠구를 비롯한 도쿄도의 북동부 5개 구와 그 외곽 3개 시에 자리한 38개 도서관이다. 피해를 본 책이 305권에 이른다.
가장 먼저 피해가 발견된 지역은 지난해 2월 도시마구의 도서관이지만, 스기나미구 등에선 이달 초순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도서관 쪽에서는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도서관 직원들이 책의 피해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약 5㎝ 두께의 책의 아랫부분을 100쪽 넘게 예리하게 찢어내서다. 3개 도서관에서 40권의 책에 피해를 입은 후지마키 고타로 신주쿠 중앙도서관장은 “강한 동기와 계획성이 있는 범죄”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건이 최근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이하 재특회) 등이 주도하는 ‘혐한 시위’(일본에선 ‘헤이트 스피치’라 부름)와 같은 일본 사회의 병적인 우경화 현상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본 우익은 재일조선인 학생들이 다니는 조선학교 주변에서 혐한 시위를 벌이거나 아이들한테 폭력을 휘두르는 인종 범죄(헤이트 크라임) 등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0월 교토에서 조선학교를 표적으로 한 혐한 시위는 인종차별이라는 판단 아래 재특회 회원들이 피해자한테 1226만엔(약 1억3000만원)에 이르는 고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라고 교토 지방재판소가 판결했지만, 혐한 시위 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 안네 프랑크의 사촌으로 안네 프랑크 재단 회장인 버디 엘리아스(88)는 “큰 충격을 받았다. 사태의 진상을 빨리 확인하고 싶다”는 의견을 일본 홀로코스트기념관에 알려왔다고 <마이니치>가 전했다.
< 도쿄=길윤형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