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허리 아래’ 문제에 관대하기로 유명한 프랑스에서도 이번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사건은 말 그대로 ‘충격’인 분위기다.
그동안 프랑스는 정치인의 여성 편력 등 섹스 스캔들에 유독 관대한 편이었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은 혼외 딸의 존재가 드러나자 이를 시인했지만 별 탈 없이 임기를 마쳤고, ‘샤워 포함 3분’이란 별명까지 붙었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의 여성 편력도 라디오 시사코너의 단골 소재에 지나지 않았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경우, 취임 직후 이혼과 염문, 재혼을 두루 겪으며 ‘뜨거운 토끼’(바람기가 많다는 뜻)란 별명까지 얻었지만, 프랑스인들은 “그래서 뭐 어떻다는 거냐”라는 시큰둥한 반응만 보였다.
하지만 스트로스칸 총재의 사건을 대하는 태도는 다르다. 단순한 사생활 문제가 아니라 엄연한 범죄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선 “프랑스의 수치”란 분위기가 역력하다. 내년 대선에서 그를 내세워 17년 만에 정권 탈환을 노렸던 사회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대선 출마설까지 나도는 스트로스칸 총재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질 않는다며 ‘음모론’까지 제기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사건이 일어난 호텔이 프랑스 자본이 소유한 ‘소피텔’이라는 점, 값비싼 포르셰를 모는 사진 등 ‘샴페인 좌파’(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좌파)란 비판 보도가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도 정치적 함정이란 의혹을 부채질한다.
하지만 이날 프랑스 북서부 오트노르망디주 외르 지방의회 부의장인 안느 망수레 의원은 스트로스칸 총재가 2002년 자신의 딸(트리스탄 바농)을 성폭행하려고 했다고 주장해, 스트로스칸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내년 4월 프랑스 대선 판도를 둘러싼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미테랑 전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자크 아탈리 전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총재는 “설령 무죄가 입증된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결과가 어쨌든 (스트로스칸 총재가) 대선에 출마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당에선 마틴 오브리 당 대표와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표, 세골렌 루아얄 전 대선 후보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사르코지 대통령보다 지지율이 낮다. 사르코지가 이번 사건 최대 ‘수혜자’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뉴욕형사법원은 16일 그의 보석을 불허,독방에 구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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