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군 최고 사령관, 헬기 추락 사고로 사망

● WORLD 2021. 12. 9. 05:4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지휘참모대 이동 중…부인 포함 13명 숨져

 

 8일 인도 타밀나두주 쿠누르에서 소방대원들이 추락한 MI-17V5 헬리콥터 주변에 서 있다. 이 사고로 인도군 최고사령관인 비핀 라와트 등 13명이 숨졌다. 쿠누르/AFP 연합뉴스

 

인도군 최고사령관인 비핀 라와트(63) 국방참모총장이 8일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숨졌다.

 

인도 공군은 이날 라와트 참모총장과 그의 부인을 포함한 13명이 “불행한 사고로 인해 숨졌다”고 발표했다. 인도 공군에 따르면 라와트 참모총장 등은 이날 남부 타밀나두주 쿠누르 지역에서 추락했다. 사고가 난 헬리콥터는 러시아제 MI-17V5로 타밀나두주 술루르 공군기지에서 웰링턴 지역의 군 교육 시설인 지휘참모대로 이동 중이었다. 탑승자 중 1명은 구조됐으나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지만 사고 당시 현지 기상 상황이 좋지 않았던 점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인도 언론에서 나온다.

   헬기사고로 사망한 인도군 최고사령관 비핀 라와트 국방참모총장

 

사고 현장 사진과 영상을 보면 사고 헬기는 완전히 부서지고 연기가 치솟고 있다. 라와트 참모총장은 군인 집안 출신으로 지난 2019년 초대 국방참모총장에 임명됐다. 조기원 기자

6일 모디-푸틴 정상회담 열어 AK소총 60만정 등 협력 합의

미 ‘적성국제제’ 경고 안 먹혀 미-중-러 갈등에 인도 변수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6일 인도 뉴델리에서 만나고 있다. 뉴델리/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인도가 정상회담을 열어 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미국, 인도는 중국과 대결을 벌이는 가운데 열린 이번 회담으로 인해 얽히고설킨 미-중-러의 3각관계에 인도까지 가세하는 복잡한 방정식이 만들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뉴델리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했다. 두 정상은 이 만남에서 인도가 구매를 결정한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 체계인 S-400, 공격용 소총인 AK-203 60만정 공급 등 군사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우리는 인도를 열강, 우호 국가, 오랜 세월 동안 입증된 우방으로 여긴다”고 말했고, 모디 총리는 “지난 몇십년 동안 세계는 많은 근본적인 변화를 했고 다른 지정학적 방정식이 나타났지만 인도와 러시아의 친선은 영원히 유지됐다”고 화답했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 방문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초 이후 이번이 두번째다. 지난 6월 이뤄진 첫 방문에선 제네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러시아는 이 회담을 통해 인도가 포함된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의체인 ‘쿼드’를 공고화하는 데 공을 들이는 미국과 인도와 오랜 긴장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중국을 동시에 견제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문제를 놓고 7일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담판을 앞두고, 인도와 오랫동안 쌓아온 전통적 우의를 뽐내는 데 성공했다. 인도는 냉전 시대엔 소련과 우호관계를 유지했지만, 2000년대 이후엔 미국과 관계를 확대해왔다. 최근 들어선 미국의 반중 포위망으로 해석되는 ‘쿼드’에 미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와 발을 담그고 있다. 중국과는 지난해 5월 히말라야 국경 지대에서 무력충돌을 벌이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인도는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불구하고 2018년 계약한 러시아제 S-400 방공미사일 체계 도입을 확정지으며 양국 군사협력이 다시 강화되는 계기를 잡았다. 하르시 바르단 슈링글라 인도 외교장관은 S-400 도입과 관련해 “공급이 이번달에 시작됐고, 계속될 것이다”라고 확인했다.

 

미국은 인도가 54억달러(약 6조3600억원) 규모의 S-400 도입을 강행하면, 러시아 무기를 구매하는 국가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근거인 ‘적성국가제재법’(CAATSA)에 따라 제재하겠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의 핵심 고리인 인도를 제재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된다. 미 국무부는 11월 말 이 문제와 관련해 “우린 인도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와 러시아는 또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 군사 합작회사를 설립해 향후 10년 동안 AK-203 소총 60만자루를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이 소총은 인도군이 30년 동안 사용해온 낡은 ‘인사스’(INSAS) 소총을 순차 대체할 예정이다. 인도는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중국·파키스탄 등 주변국과 군사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이 무기를 요구해왔다. 라지나트 싱 국방장관은 “지난해 여름 이후 코로나19의 유행, 주변국들의 유례없는 군사화와 무력 증강, 정당한 이유 없는 국경선 침범이 몇가지 도전이 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군사기술 협력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다.

 

인도는 세계 방위산업 교역에서 10%의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 2위의 무기 구매국이다. 냉전 시대엔 전체 70%를 모스크바에서 수입하다 40%대까지 줄였다. 최근엔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이 접근해오는 것을 계기로 미국과의 군사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인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미국과 30억달러 규모의 군사협력 계약을 맺었다. 정의길 박병수 기자

미국은 왜 인권 이슈를 내세우나 

미-중 경쟁 승리 위해 협력·경쟁 동시 추진

기후 문제 등엔 협력, 민주주의·인권엔 양보 없어

9~10일 ‘민주주의 정상회의’ 사흘 앞두고

민주주의-권위주의 가치 대결의 각 명확히 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6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2월 열리는 베이징겨울올림픽에 ‘외교적 보이콧’을 결정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194분에 걸친 미·중 정상의 첫 화상 정상회담이 끝난 뒤, 복잡미묘한 미-중 관계의 본질을 드러내는 엇갈린 보도가 이어졌다.

 

첫 보도는 ‘갈등’을 예고하는 내용이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회담 이튿날인 16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중국이 자행하는 인권 탄압 등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내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해 ‘외교적 보이콧’을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번째는 협력의 가능성을 점치게 하는 희망적 내용이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17일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양국이 함께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이 열달 만에 성사된 화상 회담을 통해 ‘갈등을 관리해 가자’고 뜻을 모은 직후 양국 관계의 미래와 관련한 ‘정반대’ 방향의 뉴스가 쏟아진 것이다.

 

예고대로 미국은 ‘외교적 보이콧’의 칼을 빼 들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바이든 정부는 신장 지역에서의 인종에 대한 지속적인 집단학살과 범죄, 그리고 다른 인권 유린을 고려해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경기에 어떤 외교적, 공식적 대표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시키되 정부 공식 대표단은 개·폐회식 등에 불참하는 것을 말한다. 사키 대변인은 “훈련하면서 이 순간을 준비해온 선수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것은 올바른 조처가 아니라고 본다”며 선수단은 올림픽에 참가하겠지만, 중국의 인권 유린을 고려할 때 “이번 올림픽을 대대적으로 축하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베이징 겨울올림픽은 내년 2월4~20일, 패럴림픽은 3월4~13일 열린다.

 

이 발표는 바이든 대통령이 9~10일 화상으로 주재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정상회의’를 사흘 앞두고 이뤄졌다. 미국은 이 회의에 한국과 대만 등 110여개국을 초대했으나 중국과 러시아 등은 제외했다. 유엔 총회 규모에 맞먹는 대대적 회의에 앞서 중국의 인권 상황을 이유로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하며,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가치 대결의 각을 선명하게 세운 것이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자신들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는 보이콧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 직후 뉴질랜드는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밝혔고, 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말했듯이 인권 옹호는 미국인의 디엔에이(DNA) 속에 있다. 우리는 중국과 그 너머에서의 인권 증진을 위해 계속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이 끝난 지 한달이 채 못 돼 ‘민주주의’와 ‘인권’을 내세워 중국과 전면 대결을 불사하려는 듯한 미국의 행보는 바이든 행정부가 거듭 강조해온 “경쟁해야 하는 영역에선 경쟁을 겁내지 않고, 협력할 부분에선 협력하겠다”는 대중 ‘투트랙 전략’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정상회담을 앞뒤로 미·중은 기후변화에 대해 협력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국제 유가 억제를 위해 전략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하는 등 일부 공조 기류를 형성했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과 경쟁하겠다고 공언해온 인권·민주주의, 대만, 첨단기술 분야에선 양보 없는 냉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정부들보다도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근본적 가치를 더욱 전면에 내걸고 있기에, 미-중 협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인권단체들과 공화당이 중국의 인권 탄압에 대응해 아예 올림픽에 선수단도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할 정도로 중국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초당적으로 형성돼 있다. 미국은 경쟁과 협력이란 투트랙을 내세우지만, 중국은 “서로 존중하는 윈윈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원트랙’을 굽히지 않으며 파열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중국은 크게 반발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백악관의 공식 발표 전인 6일(중국시각)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의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올림픽은 정치적인 쇼도, 이를 위한 무대도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한다”며 “노골적인 정치적 도발이자, 올림픽 헌장의 정신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며, 14억 중국 인민에 대해 무례한 처사”라고 분노했다. 이어 “미국이 독단적인 행태를 고집한다면, 중국은 단호한 대응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를 잊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이 자신들의 고유 가치로 내세우는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4일 자국의 제도가 가장 민주적이라는 주장을 담은 ‘중국의 민주’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간하는 등 반격을 시도했다.

 

문제는 한국의 대응이다. 정부는 이번 올림픽에서 남·북·미·중 정상이 한자리에 만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의 발판을 마련하는 ‘어게인 평창’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왔지만, 미국의 보이콧 선언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이 사실상 어려워졌다. 미·중의 전략 경쟁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부의 마지막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며, 청와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워싱턴 베이징/황준범 정인환 특파원

 

미-중 ‘대립각’에 외교시험대…‘종전선언’ 영향없나

 

2018년 2월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모습. 문재인 대통령과 미국·중국·북한 대표단 등이 함께 참석했다. 청와대 제공

 

미국이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에 대한 이른바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해, 문재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 여부를 포함한 한국 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평화의 상징’인 올림픽마저 미-중 갈등의 ‘희생양’이 될 분위기라, 한국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 쪽이 ‘선수단은 참가하되, 정부 대표단은 불참’하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터라, 베이징올림픽 계기에 남·북·미·중 4자의 ‘종전선언’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일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정부는 2018년 평창,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이번 올림픽이 동북아와 세계 평화와 번영, 남북관계에 기여하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기존 공식 견해를 재확인했다. 아울러 이 핵심 관계자는 “미국이 외교적 경로를 통해 (보이콧 결정을) 미리 알려 왔다”고 확인하고는, “다른 나라의 외교적 결정에 대해 특별히 언급할 사항은 없다”며 더는 언급을 피했다. “신장지역에서의 집단학살과 지속적 인권 유린” 등을 이유로 보이콧 방침을 밝힌 미국 쪽과 결이 사뭇 다르다.

 

청와대 쪽은 미국 정부가 한국에 베이징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동참을 압박하지는 않으리라 기대하는 듯하다. 예컨대 여러 청와대 관계자가 “미국이 한국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자재 공급망과 한한령(한류 제한령) 등 중국과 경제관계가 밀접한 한국의 처지를 미국이 마냥 외면하기는 어려우리라는 설명이다. 실제 미 백악관과 국무부는 “그들 각자가 결정하도록 맡겨둘 것”이라거나 “각국의 주권적 결정 사항”이라는 원론적 태도를 벗어나지 않았다.

 

정부 대표단의 베이징올림픽 개·폐막식 참석 여부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지만 ‘문재인 대통령 불참, 정부 대표단 참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우선 문 대통령이 무리를 해서라도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할 이유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미국이 보이콧을 선언한 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이징에 올 리가 없고, 베이징올림 계기 남·북·미·중 종전선언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아울러 코로나19 대유행에 맞서 23개월째 조·중 국경을 폐쇄하고 ‘농성 방역’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베이징에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도 거의 없다. 이렇듯 베이징올림픽이 ‘한반도 평화 과정’의 재가동을 위한 정상외교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지면, 문 대통령이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해야 할 이유도 없다. 앞서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당시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특별대표 자격으로 한정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서열 7위)을 보낸 터라, ‘격’을 맞추느라 대통령이 직접 움직여야 할 필요도 없다.

 

일단 정부는 체육 관련 주무장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참석자로 이미 제출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이는 대한체육회가 개막식 등 참석 명단을 알려달라는 중국 쪽 요청을 받고 통상의 관례에 따라 주무부처 장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다고 전산시스템에 등록한 것으로, 정부의 ‘최종 공식 방침’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베이징올림픽까지는 두달 가까이 시간이 남은 만큼 정부는 ‘최종 공식 방침’ 발표를 미루며 동향을 더 지켜보려는 분위기인 듯하다. 예컨대 청와대는 지난 3일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의 텐진 회담 결과를 전하며 “시진핑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 간 필요한 소통을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밝혔지만, ‘베이징 올림픽’ 관련 내용은 넣지 않았다.

 

문제는 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고민보다는 이를 계기로 한층 첨예해질 미-중 대립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공급망 재편과 ‘한반도 평화 과정’ 등의 문제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 당장 당사국인 남·북·미·중이 참여해야 하는 한반도 종전선언 추진부터 그렇다. 이번 베이징올림픽 계기에 당사국 간 만남 등 진전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섞인 있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미국이 내세운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에 대한 정부의 대응 수위도 거듭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신장 인권 문제는 정부도 주시하고 있고 관련 외교적 소통하고 있다”는 기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가치 외교’의 압박 수위를 높여간다면 정부로서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또 미국이 9∼10일 개최할 예정인 ‘민주주의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의 대중 견제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 등도 한국 외교에 숙제를 더할 것으로 보인다. 뉴질랜드가 이날 외교적 보이콧에 동참하겠다고 밝혔고, 영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도 이에 동참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완 김지은 기자

선수 20명, 감독 등도 절단장애인

내년 3월 ‘터키 월드컵’ 출전 목표

선수들  “국가에, 나에게 큰 성취”

 

3일 출범한 팔레스타인 절단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 팔레스타인 절단장애인 축구협회 페이스북 갈무리

 

하산 아부 카림(36)은 2006년 팔레스타인 한 난민캠프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한쪽 다리를 다쳤고, 곧 절단했다. 그에게 지난 3일은 잊지 못할 날이 됐다. 양손에 지팡이를 짚고 축구를 해온 그가 팔레스타인 절단장애인 축구 국가대표가 됐기 때문이다. 카림은 “팔레스타인을 대표한다는 것은 국가에, 그리고 저 자신에게 큰 성취”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최초로 출범한 절단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과 관련한 이야기를 <알자지라>가 지난 3일 상세히 보도했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로부터 수십년 동안 공격을 받아 팔다리가 잘린 절단장애인이 많다. 팔레스타인 보건부 추산으로 가자지구에만 1600여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절단장애인 축구가 비교적 활성화됐지만, 국가대표팀 출범까진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국제적십자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마침내 대표팀을 꾸릴 수 있게 됐다.

 

팔레스타인 전역에서 모인 선수는 모두 20명이다. 군사 공격이나 사고로 사지 가운데 하나를 잃은 이들로 대부분 이스라엘의 공격이 원인이 됐다. 골키퍼를 제외한 선수들은 한쪽 다리가 없다. 이들은 양손에 쥔 지팡이로 달리고, 성한 다리로 공을 찬다. 골키퍼는 두 다리는 있지만 한쪽 팔이 없다. 공을 차기도 쉽지 않지만, 막기도 매우 어렵다.

 

이제 갓 스물세살이 된 아흐마드 알코다리는 2019년 3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열린 ‘가자지구 귀환대행진’ 1주년 시위에 참여했다가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맞은 것이다. 당시 시위 참여자 중 200여명이 사망했고, 수만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그중에 알코다리처럼 손이나 발이 절단된 이들은 156명에 이른다. 알코다리는 “가자지구는 15년 가까이 이스라엘의 봉쇄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여하고 싶다”며 “국가대표가 된 것은 내 삶에 가치 있는 일”이라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배하고 있는 길이 50㎞, 너비 5~8㎞의 가자지구엔 무려 190만명이 바글바글 몰려 산다. 인구 45%가 만 14살 미만이어서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질 때마다 어린이를 포함한 무고한 희생자가 발생한다.

 

3일 출범한 팔레스타인 절단장애인 축구 국가대표팀. 팔레스타인 절단장애인 축구협회 페이스북 갈무리

 

2018년 가자지구 국경 시위 도중 이스라엘군이 쏜 총탄에 맞아 왼쪽 다리를 잃은 이브라힘 마디(30)는 3년 전 다리를 잃은 날을 본인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날”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국가대표가 된 것은 다리를 잃은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모두 보상해줬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은 사이먼 베이커(54) 유럽절단장애인축구연맹(EAFF) 사무총장이다. 영국 출신으로 본인도 한쪽 다리를 잃은 절단장애인이다. 베이커 사무총장은 2019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절단장애인 축구 선수들을 지도해 왔다. 팔레스타인 이전에는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에서 절단장애인 축구 선수들을 지도했다.

 

베이커 사무총장은 “여러 단계를 거쳐 20명의 팔레스타인 국가대표 선수를 뽑았다”며 “일단 아시아 대회에 출전해, 내년 터키 월드컵 출전 자격을 얻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에 산다는 사실 때문에 그들을 동정하고 불쌍히 여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장애인도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이라고 말했다.

 

절단장애인 축구는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됐다. 한 팀당 7명씩 출전하며 전·후반 25분씩이다. 2~4년 단위로 월드컵이 열린다. 2018년 대회 개최지는 멕시코였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