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EU 공동성명, “홍콩 민주주의 훼손 우려”

‘파이브 아이즈’, “보안법은 비판세력 탄압 도구”

<인민일보>, “민주 앞세워 공격…검은 손 거두라”

‘친중파 아닌 유일한 당선자’?…행적은 친중파 밀착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내세운 선거법 개정 이후 처음으로 입법의원 선거가 치러진 지난 19일 홍콩 완차이 지역의 한 투표소 앞에서 유권자들이 길을 늘어서 있다. 홍콩/신화 연합뉴스

 

범민주 진영이 철저히 배제된 채 치러진 홍콩 입법의원 선거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영어권 국가 정보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가 비난성명을 낸 데 이어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까지 이 흐름에 가세하자, 중국은 ‘내정 간섭’을 그만두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21일 <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주요 7개국은 외교장관은 전날 주제프 보레이 유럽연합 외교안보 담당 고위대표와 함께 낸 공동 성명에서 “홍콩에서 민주주의가 크게 훼손되고 있음에 극히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홍콩 반환과 관련한 중-영 공공선언에 따라 행동하고, 홍콩인의 기본적 권리와 자유를 보장한 홍콩 기본법을 이행할 것을 중국 당국에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중국과 홍콩 당국은 홍콩의 정치 제도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민주적 가치를 지키려는 이들에 대한 탄압을 중단하고, 기본권과 자유를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7개국과 유럽연합의 공동성명이 나온 직후 미국은 홍콩 주재 중국 중앙정부 연락판공실(중련판) 당국자 5명을 추가 제재 명단에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통과된 홍콩자치법에 따라 이들의 미국 내 자산은 동결되며 미국인·기업은 이들과 거래하는 것이 금지된다.

 

미국 주도로 호주·영국·캐나다·뉴질랜드 등 5개 영어권 국가가 참여하는 정보공유 동맹인 파이브 아이즈도 전날 공동성명을 내어 “비판 세력의 의미 있는 선거 참여가 배제되면서, 홍콩 유권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정치적 관점이 심각하게 제한당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6월 발효된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 범민주 진영을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홍콩보안법 위반으로 지난 2월 기소된 범민주파 정치인 47명을 포함해 홍콩 재야 정치인 상당수가 외국으로 망명했거나, 수감된 채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 같은 비난 성명에 중국 외교부는 즉각 반박 성명을 냈다. 중국 외교부는 “영국은 홍콩 식민지배 당시 장기간에 걸쳐 강력한 압박 정책을 시행했으며, 홍콩인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를 누리지 못했다”며 “이번 입법의원 선거 결과는 사회적 안정이 유지돼야 한다는 홍콩인의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난 성명을 낸 국가 정치인들은 자기들 방식을 따르라고 주장하며 홍콩 주류 여론에 반대한다. 정의를 거스르는 이들의 행태는 굴욕을 당하게 될 것이며, 그 결과 또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이날치 사설에서 파이브 아이즈를 특정해 “홍콩 일에 간섭하려는 검은 손을 거두라”고 맹비난 했다. 신문은 “파이브 아이즈는 민주주의를 내세워 악의적으로 홍콩 선거제도를 공격하고, 입법의원 선거를 모해하고 있다”며 “이는 홍콩 민주주의에 대한 그들의 관심이 거짓이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홍콩 정치에 개입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해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란 점을 보여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9일 홍콩 입법의원 선거는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내세운 선거법 개정에 따라 범민주파 정치인의 참여가 철저히 배제된 채 치러졌다.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투표율(30.2%) 속에 예상대로 ‘친중파’가 사실상 전 의석을 ‘싹쓸이’했다. 일부 홍콩 매체들은 “사회복지 직능대표로 출마한 틱치위안이 차기 입법의원 90명 가운데 ‘친중파’가 아닌 유일한 당선자”라고 전했지만, 그의 ‘정체성’에 대한 상반된 평가도 나온다.

 

애초 범민주파 최대 정당인 민주당 소속이던 그는 지난 2015년 중국 중앙정부가 제시한 ‘정치개혁 방안’ 찬성을 주도하다 당내 반발에 밀려 탈당한 바 있다. 군소정당인 ‘신사유’를 창당한 그는 범민주 진영과 친중파 사이 ‘중도 노선’을 주장하지만, 지난 2016년 입법의원 선거 당시엔 친중파 진영의 지원을 받았다. 또 2018년 보궐선거 때는 공개적으로 친중파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그는 지난 9월 실시된 선거위원회 선거에서도 “1500명 위원 가운데 ‘친중파’로 분류되지 않은 유일한 당선자”로 소개됐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미국 성인의 3% 가까이 ‘새로 무장’

“가정에 총기 두면 사고 위험 커져”

 

미국 미시간주 학교 총격 사건으로 4명을 숨지게 한 고교생의 아버지(오른쪽)와 어머니(왼쪽)가 지난 14일 법정에 출석해 있다. 이들은 아들이 총기를 찾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관리에 소홀해 사건을 방조했다는 이유로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AFP 연합뉴스

 

미국에서 2020년 이후 1년여간 500만명 이상이 신규 총기 소지자가 됐다는 집계가 나왔다.

 

<가디언>은 노스이스턴대의 맷 밀러 교수가 <내과학 연보> 기고에서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생애 처음으로 총기를 소유하게 된 미국인을 500만명 이상으로 집계했다고 20일 보도했다. 2019년에 생애 최초로 총기를 취득한 인구가 24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이후 총기 구매가 폭증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밀러 교수는 2019년 이래 신규 총기 보유자 수 약 750만명은 미국 전체 성인의 2.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540만명이 그동안 총기가 없었던 집에 총을 보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미국인들의 전체 총기 구매량은 전년에 견줘 280만정 증가한 1660만정을 기록했다. 2년간 총기 구매자의 반가량은 여성이었고, 또 반가량을 유색인종이 차지했다. 밀러 교수는 “신규 총기 구매자들 중에는 흑인과 여성 비중이 높다”고 분석했다.

 

밀러 교수는 미국인들의 집에 총기가 많아짐으로써 더 많은 가족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밝혔다. 성인들뿐 아니라 2019년 이후 집에 총을 갖게 된 500만명으로 추산되는 어린이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이후 총기 구매가 급증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밀러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2020년 3월 팬데믹(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유행) 상황을 선언한 것과 총기 판매의 극적 확대는 시기적으로 일치한다”면서도, 바이러스 확산과 총기 판매 급증의 연관성은 설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신원조사 때 구매 동기를 기록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밀러 교수는 가정에 총기가 늘어난 것은 분명한 위험 요소라고 설명했다. 밀러 교수는 “집에 총을 들여놓으면 소지자의 자살 위험은 4배 증가하고, 어린이를 비롯한 다른 가족의 안전 문제도 커진다”며 “당장 총기를 이용한 자살이나 사고 사례가 전반적으로 증가하지 않더라도 그런 가정이 큰 위험에 놓이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본영 기자

 칠레의 신자유주의 노선 전환해

“거대한 변화” 만들어낼 수 있을까

 

페루 대통령 당선인 가브리엘 보리치가 19일 당선이 확정된 뒤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우리는 더는 가난한 사람들이 칠레 사회의 불평등의 대가를 치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산티아고/EPA 연합뉴스

 

학생운동가 출신의 35살 좌파 정치인 가브리엘 보리치가 19일 칠레 대통령에 당선됐다.

 

칠레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보리치 후보가 55.9%를 얻어 안토니오 카스트 후보(44.1%)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극우를 대변하는 카스트 후보는 곧바로 패배를 인정하고 보리치에게 축하 전화를 건넸다. 당락이 확정되자, 수도 산티아고 등 여러 도시에서 많은 칠레인이 거리로 몰려나와 보리치의 승리를 축하하는 구호를 외치고 경적을 울리며 자축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칠레 역사상 최연소 당선자가 된 보리치는 내년 3월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후임으로 취임해 4년간 칠레를 이끈다. 보리치는 이날 승세가 굳어진 뒤 “나에게 투표했던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모든 칠레인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보리치는 1986년 남극을 마주하는 칠레 최남단 푼타아레나스에서 태어났다. 2004년 수도 산티아고로 옮겨와 칠레대학에 다니며 학생연맹을 이끌었다. 그는 2011년 무상교육 확대 등 교육개혁을 요구하는 대규모 학생시위를 주도하면서 명성을 얻었다. 2013년 고향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돼 본격 정계에 입문했으며, 2017년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애초 ‘다크호스’ 정도로 여겨졌다. 대선 출마에 필요한 서명도 3만5천명을 겨우 채워 등록했다. 그러나 좌파연합 후보 선거에서 유명한 공산당의 다니엘 하두 산티아고 레콜레타 구청장을 꺾으며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지난달 대선 1차 투표에서도 카스트에 2% 포인트 차이로 뒤져 2위로 결선에 올랐으나, 막판 승부를 뒤집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보리치의 승리는 2년 전 칠레 사회를 뒤흔든 대규모 불평등 시위의 연장선에 있다. 2019년 10월 정부가 지하철 요금을 전격 인상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는 곧바로 교육·의료 등 극심한 불평등을 낳는 사회체제 전반의 개혁에 대한 요구로 번졌다. 칠레는 2018년 기준 1인당 지디피(GDP·국내총생산)가 1만6천달러가 넘는 등 라틴아메리카에서 경제 모범국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지니계수는 0.46(2017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을 정도로 빈부격차가 심하다. 시민들은 시위 과정에서 과거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부정권(1973~1990년) 시절 도입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거부감을 쏟아냈고, 이는 피노체트 시절 제정된 헌법 개정으로 이어졌다.

 

13일 이뤄진 마지막 토론에서 보리치 당선자는 부자 증세를 통한 국가의 역할 강화, 카스트 후보는 감세를 통한 기업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 등 작은 정부를 내세웠다. 두 노선 사이의 경쟁에서 칠레인들이 택한 것은 보리치가 내세운 “우리 정부는 거대한 변화를 추진할 것이다, 한걸음씩, 누구도 빼놓지 않고”라는 구호였다. 보리치는 민영과 공영으로 양분된 의료보험의 단일화, 민간에 맡겨진 연금제도의 공영화, 기초연금제 도입, 부자 증세, 노동권 강화 및 주 40시간 근무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제 2년 전 칠레 시민이 제기한 개헌과 사회 전반에 대한 개혁 요구는 보리치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필생의 과업이 됐다. 그는 이번 선거 유세에서 “칠레가 신자유주의의 요람이라면 이제 신자유주의의 무덤이 될 것”이라며 사회복지 시스템 건설과 증세, 정부 지출 증가 등을 약속했다. 당선이 확정된 뒤 첫 연설에선 “우리는 더는 가난한 사람들이 칠레 사회의 불평등의 대가를 치르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박병수 기자

BBC “미얀마 군경, 민간인 40여명 학살 뒤 암매장”

● WORLD 2021. 12. 21. 02:2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7월 사가잉시 카니 마을 4곳에서 발생

군경, 시민방위군 활동에 대한 보복 차원

 

지난 5월 미얀마 양곤의 한 어린이가 반쿠데타 시위에 참여했다가 숨진 엄마의 시신 앞에서 울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지난 7월 중부 사가잉주에서 민간인 40여명을 학살해 암매장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19일 자체 취재 결과를 토대로 보도했다. 저항 세력이 꾸린 시민방위군(PDF)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 보복을 위해 이런 일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비비시>는 사가잉주에서 군부가 민간인을 대량 학살했다는 미얀마 내부 언론의 보도를 토대로 생존자와 목격자들의 증언을 확인해 이날 보도에 나섰다. 방송에 따르면, 군부 학살은 미얀마 사가잉주의 카니 마을 4곳에서 진행됐다. 이 지역은 쿠데타 이후 시민들의 반쿠데타 운동이 활발했던 곳으로, 무기를 든 시민방위군 활동도 많았다.

 

가장 큰 학살은 인 마을에서 벌어졌다. 이곳에서 최소 14명의 남성이 고문이나 구타를 당한 뒤 사망한 채로 숲이 우거진 계곡에 버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들은 사망한 이들이 죽기 전까지 밧줄로 묶인 채 두들겨 맞았다고 전했다. 형제와 조카, 시동생 등 일가족 다수가 살해당한 한 여성은 “우리는 그 광경을 지켜볼 수 없어 고개를 숙이고 울었다”고 말했다. 한 생존자는 “결박된 채 돌과 총 개머리판으로 두들겨 맞았고, 하루 종일 고문을 당해 지쳤었다”며 “일부 군인은 17~18살로 어려 보였지만, 일부는 꽤 늙어 보였다. 그들과 함께한 여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빈드윈 마을 인근에서는 지난 7월 말 얕은 무덤에서 집단으로 암매장된 12구의 주검이 발견됐다. 어린이로 추정되는 작은 주검과 장애인의 주검도 있었고, 일부는 훼손된 상태였다. 자두나무에 묶인 채 숨진 60대 남성의 주검에선 고문당한 흔적이 확인됐다. 이 남성의 가족은 “미얀마군이 마을에 들어왔을 때 아들과 손자는 도망갔다. 나이가 많아 별다른 위험이 없을 것으로 믿고 남았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최근 수개월 동안 미얀마 전역에서 미얀마군과 시민방위군 간의 충돌이 거세지면서 비슷한 집단 학살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미얀마 언론은 8일 전날에도 사가잉주 한 마을에서 10대 청소년을 포함해 민간인 11명이 미얀마군에 붙잡혀 불태워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를 보면 쿠데타 이후 군경의 폭력으로 숨진 이들은 20일 기준 1346명에 이른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