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악 가뭄에... 사람도 동물도 비명

● WORLD 2021. 12. 16. 06:3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기린 여섯마리가 뒤엉켜 죽어 있었다…이 비극의 시작과 끝은?

케냐 북동부, 저수지 찾아 헤매다가

기린 4천마리 가뭄에 멸종위기 우려

국토 절반이 메말라…사람도 사투

케냐 “기아 위기 놓인 인구 210만명”

 

케냐 북동부 마을 저수지에서 가뭄 때문에 숨진 채 발견된 기린들. 사진기자 에드 람이 촬영했다. 게티이미지

 

아프리카 케냐 북동부 와지르카운티 인근 저수지에 기린 여섯 마리가 나선 모양으로 엉킨 채 숨진 광경이 발견됐다.

 

사진기자가 공중 촬영한 참사 장면은 케냐의 극심한 가뭄을 보여주며, 사람들과 동물들이 물과 식량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가디언>이 15일 보도했다.

 

케냐 북동부 와지르카운티의 한 마을 촌장이 죽은 기린 사체들을 가리키고 있다. 게티이미지(Ed Ram 촬영)

 

이미 야윌대로 야윈 기린들은 근처 저수지를 찾아 헤매다 진흙 속에 갇힌 채 숨진 것으로 보인다. 기린 사체들은 저수지 물이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 외곽으로 옮겨졌다.

 

위기에 놓인 건 동물뿐이 아니다. 지난 9월 케냐 가뭄관리당국은 전 국토의 절반에 심한 가뭄이 들어 210만명이 기아에 직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은 14일 케냐에서 인도적 지원이 긴급한 인구가 여전히 290만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특히 일부 지역의 강수량은 최근 수십년래 최악의 수준으로 적었다고 유엔은 설명했다.

 

유엔 인도지원조정국은 조사보고서에서 “사람과 가축이 필요로 하는 수자원이 고갈돼 가족들은 물을 구하기 위해 더 먼 거리를 걸어야 한다. 특히 가뭄은 지역사회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역 언론인 <스타뉴스>는 누리집에서 4천마리의 기린이 가뭄으로 멸종 위기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기린 보호구역의 한 직원은 “농부들이 강변에서 농사를 짓는 바람에 야생동물이 물에 접근할 수 없어 상황이 더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쿠데타 이후 첫 확인된 사진기자 사망

시위 참가자 등 현재 1330명 이상 숨져

 

숨진 미얀마 사진 기자 소에 나잉이 취재에 나섰던 지난 10일 침묵 시위 때, 양곤에서 텅빈 거리에 자전거를 탄 시민 1명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양곤/AP 연합뉴스

 

미얀마 사진 기자가 군사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취재하다가 체포된 뒤 숨졌다.

 

타이 방콕에 본부를 둔 미얀마 민주화단체가 발행하는 온라인 매체 <이라와디>는 프리랜서 사진 기자 소에 나잉이 지난 10일 양곤 중심가에서 시위 현장을 취재하다가 군인들에게 체포 당한 뒤 숨졌다고 14일 전했다. 소에 나잉은 당시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벌어진 침묵 시위를 취재하다가 군인들에게 동료와 함께 잡혀갔다.

 

지난 10일 양곤에서는 2월1일 군부 쿠데타에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시민들이 외출과 출근을 하지 않고 거리에서 침묵하는 무언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시위는 최근 몇개월 동안 벌어진 반쿠테다 시위 중 최대 규모였다. 영국 <가디언>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소에 나잉이 체포된 뒤 심문을 받다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했다는 사실을 군부가 유족들에게 알려왔다고 보도했다. <이라와디>는 소에 나잉의 원래 직업은 그래픽 디자이너였고 쿠데타 이후 반대 시위 취재에 자주 나서 사진 기자들 사이에는 상당히 알려진 인물이었다고 전했다.

 

소에 나잉은 쿠데타 이후 군부에 붙잡혀 사망한 언론인으로 확인된 첫 사례다. 국경없는기자회는 14일 “소에 나잉이 폭력적인 심문 뒤 구금 상태에서 사망했다는 것을 알고 매우 충격을 받았다”고 군부를 비판했다. 소에 나잉의 나이는 30대로 유족으로는 아내와 4살 아들이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 쿠데타 뒤 미얀마에서는 시민들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고 군부는 이를 힘으로 누르고 있다. 미얀마정치범지원협회(AAAP) 집계에 따르면 15일까지 군부의 탄압으로 숨진 이들은 1339명에 이른다. 조기원 기자

프 검찰, 쿠르드족 16명 등 희생자 26명 신원 확인

아프간·에티오피아 출신도…7살·16살 아이들도 포함

 

지난달 24일 영불해협에서 구조단체가 이주민들을 영국 해안으로 안내하고 있다. 던지니스/로이터 연합뉴스

 

프랑스 당국이 지난달 24일 영국과 프랑스 사이 해협에서 일어난 고무보트 침몰 사고로 숨진 이주민 27명 중 26명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프랑스 검찰은 14일 신원이 확인된 26명 중 대다수는 이라크 쿠르드족(16명)이었고 아프가니스탄인(4명), 에티오피아인(3명), 소말리아인, 이란인, 이집트인 등이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연령대로 보면, 7살 소녀와 16살 청소년도 사고에 휘말려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은 전했다. 이 참사는 2014년 관련 통계가 수집되기 시작한 뒤 영불해협에서 일어난 최악의 참사다. 사고 직후 프랑스 칼레시 시장은 ‘희생자 중에 임신부도 있었다’고 밝혔지만, 이번에 신원이 확인된 이들 중에 임신한 여성은 없었다.

 

    레즈완 하산. <비비시> 누리집 갈무리

 

18살 레즈완 하산과 27살 아프라시아 모하메드는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라니아라는 이름의 같은 쿠르드족 마을 출신이었다. 하산의 조카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목수였던 하산이 영국에서 더 나은 삶을 꿈꿨다고 말했다. 하산이 그에게 마지막으로 연락해온 것은 사고 당일 저녁이었다. 하산은 “영국에 도착해서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고,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오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설사 죽음을 부를지라도” 영국에 가겠다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로부터 불과 몇시간 뒤 하산은 목숨을 잃었다. 같은 마을 출신 모하메드의 유족도 고인이 “더 나은 삶을 위해 간다고 했다. 거기(영국)에는 인권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족은 “그것들(더 나은 삶과 인권)은 쿠르드족 지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프라시아 모하메드. <비비시> 누리집 갈무리

 

사고 직후 쿠르드 언론 등에서 약혼자를 찾아갔다가 숨진 24살 여성 등 희생자로 추정되는 이들의 이름과 사연 등을 보도한 바 있다. 이번 발표는 프랑스 당국이 20일 넘는 조사 끝에 희생자들의 신원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다.

 

영불해협은 중동 출신 이주민들이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몰래 건너가는 통로로 유명하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찬 바다, 붐비는 해상교통 때문에 고무보트나 구명정 같은 작은 배로 건너기엔 위험하다. 지난달 사고 때 구조된 2명이 영국 언론들에 남긴 증언에 따르면, 고무보트에 33명이 타고 있었으며, 바다에 빠진 뒤 떠내려가지 않기 위해 서로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러나 구조대가 오지 않아 대부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손을 놓았다.

 

사고 이후 영국과 프랑스는 서로 상대의 탓을 하기 바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영불해협 이주민 문제 해결을 위한 제안이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마크롱 대통령은 “정상들은 이런 사안에 관해 트위터나 공개편지로 소통하지 않는다”고 발끈했다. 조기원 기자

 

 

중-러 화상 정상회담…‘군사동맹’ 수준 근접하나 주목

미-중, 미-러 회담 직후 만나 대만·우크라 긴장 등 현안 논의

“베이징 올림픽 때 회담할 것” 덕담 주고받으며 연대 과시

 

“(러시아와 중국이) 21세기 국가 간 협력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핵심적 이익을 지키려는 중국의 노력을 강하게 지지해줘서 감사하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15일 오후(중국 시각) 열린 화상 정상회담에서 서로에게 덕담을 건네는 훈훈한 분위기에서 회담을 시작했다. 미국이 지난 9~10일 중·러를 겨냥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개최한 직후였기 때문에 두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대만과 우크라이나라는 ‘두개의 전선’에서 미국에 맞서는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오후 4시7분께 회담이 시작되자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며 친근감을 과시했다.

 

 

시 주석은 모두발언에서 “세계는 격동과 변혁의 시기로 접어들었지만, 중-러 관계는 시련을 견디며 그 생명력을 입증한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국익을 지키기 위한 중국의 노력을 강력히 지지했으며, 양국 관계를 흔들려는 시도를 확고하게 반대했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와 중국은 상호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서로의 이익을 존중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었다”며 “양국 관계는 21세기 국가 간 협력의 진정한 모범”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양국은 스포츠와 올림픽 운동을 정치화하려는 시도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포함해 국제 스포츠 협력 분야에서 늘 서로 지지해왔다”며 “베이징겨울올림픽 개막식 참석에 앞서 (시 주석과) 회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두 나라가 지난달 15일과 지난 7일 각각 미국과 정상회담을 한 뒤 열린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본격화된 ‘중국의 부상’과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격변을 계기로 중-러는 중요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미국에 맞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9년 6월 정상회담 때는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지난 8월 말 전화 회담에선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사태에 대해 의견을 모으고 공동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회담에선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대한 대응과 내년 초 ‘전쟁설’이 나오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이 ‘핵심적 이익’으로 꼽는 대만 문제 등과 관련해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 주석은 “최근 일부 세력이 ‘민주’와 ‘인권’을 내세워 중-러 양국 내정을 간섭하고, 국제법과 국제관계의 준칙을 난폭하게 짓밟고 있다”며 “중-러는 ‘다자주의’와 ‘규칙’의 탈을 쓴 패권적 행동과 냉전적 사고를 단호히 반대하기 위한 공동 대응에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당한 입장을 확고히 지지하며, 어떤 세력이든 대만 문제를 빌미로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할 것”이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어떤 형태의 ‘작은 울타리’를 구성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하며, 각국의 진정한 민주적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관심사는 중·러가 대미 공조 방안을 놓고 구체적인 합의를 이뤄냈을지 여부다. 양국은 미국·북대서양조약기구가 전략무기 운용 훈련인 ‘글로벌 선더’를 실시한 직후인 지난달 23일, 화상으로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군사 협력 강화에 합의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중-러가 군사동맹에 다가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두 나라는 2001년 ‘선린우호 협력조약’을 맺었으며, 조약 체결 20주년을 맞은 지난 6월 이를 연장했다. 하지만 상호방위 의무를 지고 있는 동맹국은 아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