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이 윤 초대…'극우세력 모으는 것' 비판

김문수, 눈치 없이 옹호 "선거 공정해야 한다"
국힘 의원들 "선거에 부정적 영향 미칠텐데"

이재명 "당사자가 이긴 선거 아닌가"
민주당 "윤석열 후안무치한 대선 개입하는 것"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있다. 2025.05.21. 연합

 

윤석열 씨가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와 부정선거론 다큐멘터리 영화를 관람해 '극우 세력을 모으려는 행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헌법재판소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결한 부정선거론을 재탕한 내용이다. 윤 씨의 이런 행보를 두고 국민의힘조차 "제발 자중해 달라"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내란 우두머리가 있을 곳은 영화관이 아니라 감옥"이라고 했다. '긍정적'인 반응을 한 것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뿐이다. 

 

파면된 전직 대통령 윤석열 씨는 21일 오전 서울시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다. 파면 이후 내란 재판을 제외하면 47일 만의 첫 공개 일정이다. 윤 씨는 이 영화를 기획, 제작한 이영돈 PD와 극우 유튜버 전한길 씨 등과 함께 나타났다. 꾸준히 부정선거론을 주장했던 무소속 황교안 대선 후보도 함께했다. 전 씨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어제(20일) 영화 관람을 하자고 윤 씨에게 요청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공명선거에 도움이 된다면 흔쾌히 참석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이날 오전 9시 40분쯤 어두운색 정장 차림에 경호원을 대동하고 영화관에 나타났다. 전 씨는 트렌치 코트를 입고 흰색 상·하의를 입고 윤 씨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윤 씨는 바로 영화관 쪽으로 올라갔고 전 씨는 그의 뒤를 따랐다. 기자들이 윤 씨를 향해 '어떤 경위로 오게 됐나' 등 질문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윤 씨는 영화관에서 전 씨와 나란히 앉아서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 관람 중 부정선거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환하게 웃으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 영화가 끝난 뒤 소감을 묻는 취재진에게 "좋았어요"라고 답했다. 

 

윤 씨가 6.3 대선기간 중 이 영화를 관람한 것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겨 극우 세력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그가 12·3 비상계엄에 대해 전혀 사과할 마음이 없음을 재확인한 셈이다. '사과하지 않으려는 그의 태도'는 지난 19일 내란 관련 재판에서도 나타난다. 그는 재판이 진행되는 6시간 동안 피고인석에서 눈을 감고 10분 이상 조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고 영화관을 나서고 있다. 2025.5.21. 연합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윤 씨의 영화 관람에 대해 명확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윤 씨의 부정선거 주장을 두둔하는 입장이었다. 김 후보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완전하게 일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러 간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어떤 영화인지는 모르겠다"며 "대한민국 선거가 공정하게 돼야 한다.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는 해명 노력을 계속해야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윤 씨와 김 후보의 '부정선거론'으로 발칵 뒤집혔다. 윤 씨가 이미 국민의힘에 탈당했기에 당과 무관하다고 의견을 냈지만, 대선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해 당과 관계없는 분"이라며 "개인적 입장에서 봤을 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에 대한 반성·자중을 할 때 아닌가"라고 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윤 전 대통령은 저희 당을 탈당한 자연인"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코멘트해 드릴 것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단체 대화방에는 윤 씨의 부정선거 영화 공개 관람에 대해 우려가 쏟아졌다. <S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소속 영남권 중진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 오늘 오전 부정선거 영화를 공개 관람하실 것이라는 언론사 정보 보고가 있다"며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판단한다. 가능하신 의원님들께서 간곡하게 만류해 주십시오"라고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일부 의원들이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문수 캠프에서 요직을 맡고 있는 또다른 영남권 의원 역시 "좀 자중하시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씨가 영화관에서 박수 치며 웃는 사진을 올리고 "…"라는 '말줄임표' 메시지를 남겼다. 이 후보는 또한 인천 남동구 유세를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의 행보를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그 선거 시스템으로 본인이 선거에서 이긴 것 아닌가"라며 "이를 부정선거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 이해가 안 된다"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씨의 이날 행보에 대해 '후안무치한 대선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한민수 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파면된 내란 수괴 윤석열이 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모자라 부정선거 망상을 유포하는 다큐멘터리를 공개 관람하며 대선에 직접 개입하려 나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윤 어게인' 캠프를 꾸린 데 이어 윤석열까지 전면에 나서 극우 세력을 결집하려는 것"이라며 "반성은커녕 극우 망상을 퍼뜨리고 대선을 망치려는 내란 수괴의 후안무치한 대선 개입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대변인은 "지금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가 있어야 할 곳은 영화관이나 거리가 아닌 감옥"이라고 강조했다.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선관위, 윤석열 관람 ‘부정선거’ 조목조목 반박…“음모론 유감”

 

 
 
윤석열 전 대통령(오른쪽 두번째)이 서울 동대문구 한 영화관에서 부정선거를 다룬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오른쪽은 전한길 강사, 왼쪽은 이영돈 전 피디. 이승욱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관람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추겨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22일 ‘부정선거 의혹 영화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영화에서 다루고 있는 의혹 대부분은 이미 설명했거나 법원 판결로 해소된 사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 방식으로 진행되며, 정보시스템과 기계장치 등은 이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모든 선거 과정에는 정당 후보자의 참관인 또는 정당추천 선관위원이 참여하며 공정성과 보안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적용되고 있다. 부정이 개입될 소지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가짜 투표용지’ ‘사전투표·결과 조작’ 3가지 억지주장

 

영화에 등장하는 주장도 하나하나 반박했다. ‘해커가 선관위 도장을 위조하고 사전투표용지를 무단 생성해 가짜 투표용지를 찍어낼 수 있다’는 주장에는 “전국 모든 선관위 사전투표관의 도장 이미지를 사전에 확보해야 하고, 24시간 모니터링되는 사전투표함 보관장소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시스템을 중지시켜야 하는 등 사전투표 과정에서 적용되는 공정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들이 모두 배제된 상황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사전투표용지 부정 인쇄를 이용한 선거결과 조작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사전투표와 선거일 투표 간 득표율 차이가 사전투표 조작 증거’라는 주장에는 “사전투표와 선거일투표에 참여하는 유권자 집단은 무작위 추출 방법으로 선정되지 않아 모집단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며 “사전투표와 선거일투표 간 정당별 후보자별 특표율이 반드시 유사하거나 같아야 한다는 주장은 성립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대법원 또한 2022년 관련 판결에서 이 같은 현상이 “이례적이거나 비정상적이라 볼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투표지 분류기로 개표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에도 선관위는 “투표지 분류기는 랜카드가 장착되지 않아 외부와 통신이 단절돼 해킹 조작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며 “분류기를 통과한 투표지는 전량 수작업과 육안으로 다시 확인하며 위원검열, 위원장 공표 단계를 거치게 된다. 또한 개표과정에는 수많은 공무원, 일반 선거인 등으로 구성된 개표사무원과 참관인이 참여해 해킹을 통한 분류조작은 불가하다”고 했다.

 

선관위는 “영화와 유튜브를 통해 선거에 대한 감정적이고 자극적인 주장·정보를 접할 경우, 선관위가 배포하는 설명자료를 참고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선관위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한겨레 전광준 기자 > 

 

캐나다 1만5천, 토론토 6천여명.. 25일까지 '소중한 한 표' 행사

공관 신설 쿠바·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룩셈부르크 첫 현지투표

유권자들  "혼란스러운 시국 안정" 기대…"국익 도모해 달라" 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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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한표 행사…21대 대선 재외투표 시작= 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 첫날인 20일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2025.5.20 
 

 내달 3일 치러지는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해외에 거주하거나 체류하는 유권자들의 재외투표가 20일 캐나다를 비롯한 미주지역과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등 세계 곳곳에서 시작됐다.

이번 대선 재외투표는 전 세계 118개국 223개 투표소에서 오는 25일까지 엿새간 진행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대선 재외투표 유권자 수는 총 25만8천254명으로, 지난 20대 대선 때보다 14.2% 늘었다.

 

대륙별로는 아시아 지역이 12만8천932명(49.9%)으로 가장 많고, 이어 미주 7만5천607명(29.3%), 유럽 4만3천906명(17.0%) 등의 순이다.

 

캐나다의 경우 유권자수는 모두 1만5천423명이며, 토론토 총영사관 관내는 6천214명이다.  토론토 총영사관에 설치된 재외투표소는 20일 오전 8시 투표 시작과 함께 참관인으로 등록된 한인들이 먼저 투표를 시작해 투표권을 가진 동포들이  줄을 이었다. 

 

토론토 총영사관 투표소는 25일까지 재외투표 전 기간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투표를 할 수 있으며, 주말인 24일(토)과 25일(일)은 편의를 위해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노스욕 핀치에서 총영사관 투표소까지 하루에 4차례 왕복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토론토 한인회관에 설치된 추가 투표소는 21일(수)부터 23일(금)까지 사흘간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투표 할 수 있다.  교통편은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한편 날짜변경선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투표가 시작된 뉴질랜드에서는 한인 예비 대학생 김현서씨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이번 대선의 첫 투표자로 이름을 올렸다.

 

뉴질랜드에 이어 재외유권자가 특히 많은 중국과 일본에서도 투표가 잇달아 개시됐다.

일본에서는 도쿄 미나토구 민단 중앙회관 강당에 마련된 투표소를 비롯해 요코하마, 오사카, 고베, 삿포로, 센다이, 후쿠오카 등지에 투표소가 설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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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주중대사관에서 투표하는 국민= 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 첫날인 20일 중국 베이징 주중 한국대사관에 설치된 재외투표소에서 유권자가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2025.5.20 

 

중국에서는 베이징 주중대사관을 비롯해 광저우·상하이·선양·시안·우한·청두·칭다오·홍콩 총영사관과 다롄 출장소 등 모두 10곳에 투표소가 마련됐다.

 

선관위는 베이징 한인타운 왕징(望京)과 근교 톈진(天津) 등에 교민 수송 셔틀버스를 배정해 투표소 이동을 돕기도 했다.

 

중국에서 20년가량 미용업을 했다는 김무영(50)·황순재(37) 씨는 투표를 마친 뒤 "개인과 당의 이익보다는 국익을 위해 정치를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파견 근무 중인 주재원 임영아(42) 씨는 "요즘 국내외 정국이 너무 시끄러워서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람을 뽑고 싶었다"며 "정권에 따라 한중 관계와 정책이 많이 바뀌는데,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을 만들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역대 최다인 1만6천693명이 투표를 위해 국외 부재자 신고를 했다.

 

하노이의 주베트남 대사관 재외투표소에서 투표한 최영삼 대사는 "한국-베트남 관계 발전에 따라 교민사회가 커진 데다 이번 대선에 대한 베트남 교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국외 부재자 신고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투표를 위해 수백㎞나 되는 먼 길을 달려온 유권자들도 있었다.

 

영국 런던의 주영국대사관 재외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한 윤모(44) 씨는 온 가족과 함께 기차로 2시간 30분 거리인 요크에서 왔다고 했다.

 

윤씨는 "나라가 어려우니 뭐라도 해야 할 텐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투표라서 왔다"며 "(차기 대통령은)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면 된다"고 말했다.


런던에서도 소중한 한표 행사= 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 첫날인 20일 영국 런던 주영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재외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5.5.20 [주영한국대사관 제공]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도 재외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대선부터는 지난해 신설된 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룩셈부르크 공관에도 투표소가 마련돼 유권자들이 몇 시간씩 주변 국가의 투표소로 이동하지 않고도 현지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됐다.

 

주러시아대사관도 재외선거가 개시된 직후 차분한 분위기에서 많은 교민이 투표에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프리카와 중동의 한국대사관에서도 재외국민 투표가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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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에서도 소중한 한 표 = 제21대 대통령 선거 재외투표 첫날인 20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주남아공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재외투표소에서 교민 윤문수(56) 씨가 투표하고 있다. 2025.5.20 

 

미국에서도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시카고, 애틀랜타 등지의 투표소에서 재외투표가 시작됐다.

 

이 가운데 1만341명의 유권자가 등록한 LA총영사관 재외투표소는 이날 오전 8시 문을 열자마자 유권자들의 발길이 잇따르면서 입구가 북적였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에서 방문 연구원으로 머물고 있다는 정재호(44)씨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하나일 것"이라며 "대통령 탄핵이 벌써 두 번째 있었고, 지금 여러모로 어수선한 상황인데 아무쪼록 대한민국을 위해서, 국민들을 생각해서 나라를 잘 부탁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미국에서 8년째 살고 있다는 하정호(60)씨는 "우리 국민들이 너무 애를 쓴 결과로 하게 된 투표이기 때문에, 그 과정이 너무 힘겨웠다는 생각을 하니 투표하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이 잘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중남미 지역의 주멕시코대사관과 브라질 주상파울루 한국교육원, 주아르헨티나 대사관, 재칠레 한인회관, 주파라과이 대사관, 주페루 대사관, 주볼리비아 대사관 등지에서도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1월 대사관 문을 연 쿠바를 비롯해 중남미 일부 다른 국가에서는 오는 22일부터 재외투표가 개시된다.  <연합 종합>

 

미국 LA총영사관 재외투표소에 이어지는 유권자들의 발길=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총영사관에 마련된 재외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자신의 투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동포, 광주학생 등 150여명 참석, 희생 기리며 오월정신 되새겨

4자랑스런 민주한인상’ 시상...민주원로 임승철 · 추현구 2명 수상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내란세력 단죄, 화해와 평화 선도등 결의문도

 

 

모국 국가기념일이며 세계 기록유산인 5.18 민주화운동 제45주년 캐나다 동부 기념식이 5월18일 오후 6시 토론토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한인동포들과 특별히 5.18 항쟁지 광주에서 온 학생 20여명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민주주의를 위해 산화한 5.18 영령들을 추모하고 항쟁정신을 기리며 감동을 나눴다.

 

이날 참석자들은 ‘선언 및 결의문’을 채택, 5.18 정신의 조속한 헌법전문 수록과 진상규명 완결 및 모욕행위 엄벌, 12.3 내란세력 단죄 등을 촉구하고 오월정신으로 번영하는 동포사회와 문화선진의 통일조국을 위해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 나가자고 결의했다.

 

‘아! 오월, 다시 만난 오월’ (Ah May, The May We Meet Again) 이라는 주제로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가 주최해 열린 이날 기념식은 영상 ‘다시 만난 오월 - 세계인이 주목하는 5.18 민주화운동’ 상영으로 시작해 국민의례에 이어 캐나다에서의 5.18 항쟁기념 약사를 범민주원탁회의 오근 위원이 하고, 대통령 대행 기념사를 김영재 토론토 총영사가 대독한데 이어 김정희 한인회장과 김종천 범민주원탁회의 의장이 각각 추념사를 했다.

 

캐나다 기념약사 소개에서 오근 위원은 “캐나다의 5.18 기념행사는 1981년 5월31일 Sunnybrook 공원에서 열린 ‘광주의거 1주년 추도회’로 부터 시작됐다”며 “1986년 5월26일 한맘성당에서 거행된 6주년 추도회에는 6백여명이 참석하고 현장에서 8천여 달러의 성금을 모아 광주 피해 유족에게 전달하는 등 당시 동포들 참여와 열정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 때 한인회가 장소사용을 거부해 한인회관 앞 야외에서 기념식을 가진 적도 있다“고 돌아보고 “캐나다 범민주원탁회의는 민주열사들의 고귀한 뜻과 희생을 기리고, 민주, 정의, 인권, 대동평화의 오월정신을 우리들 가슴에 새기며 공동체의 가치와 비전으로 승화되어 가기를 소망하면서 올해로 아홉 번째 기념식을 주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주호 대통령 대행의 기념사를 대독하는 김영재 토론토 총영사

 

김정희 회장은 “5.18 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으며 해외동포로써 조국을 위해 해야할 일을 다시 생각해 보고 지난 아픔이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교훈이 되도록 화합하고 번영하는 조국과 동포사회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 5.18정신을 살리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김종천 의장은 “우리는 12.3 내란사태를 겪으며 5.18을 다시 만났다. 노벨상 작가 한강의 말처럼 5.18 광주에 큰 빚을 졌기에 이렇게 45년이 지난 오늘도 모여 그 정신과 가치를 되새기는 것”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공포 속에서도 대동평화의 세상, 민주주의의 참된 원리를 실천하고 보여 주었기에 광주를 민주의 성지라고 부르는 것일 것”이라면서 “광주시민들이 일깨운 오월정신을 우리 사회와 인류의 공동체 가치로 승화시켜야 할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캐나다에서 엄혹했던 조국의 민주주의와 민권신장을 위해 앞장서 헌신해 오신 민주원로 선배들이 자랑스럽다”고 감사를 표하고 “우리가 할 일은 조속한 진상규명의 완결과 오월정신을 공동선의 철학으로 재다짐하며 진실의 힘으로, 시대의 빛으로 구현해 나가는 것” 이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임승철 수상자를 대신해 상을 받은 아들 Raymon Yim, 가운데는 추현구 수상자, 왼쪽은 김종천 의장.

 

이어 특별순서로 임승철·추현구 씨 두 원로에게 주는 제4회 ‘자랑스런 민주한인상’ 시상순서가 있었다. 김종천 범민주원탁회의 의장은 “캐나다에서 민주와 정의와 평화를 위해 진실되고 의롭게 살아오신 분들에게 드리는 ‘명예의 훈장’”이라고 시상 취지와 공적소개를 하고 김정희 회장과 함께 기념패와 기념품, 꽃다발을 전해 헌신의 삶을 칭송했다.

 

서독광원 시절부터 유신반대 등 민주활동가였던 임승철(82) 수상자는 캐나다 이민 후에도 ‘민건’과 ‘광주의거 기념사업회’ 등을 통해 조국의 민주화와 민권을 위해 헌신했고, 배구협회장 등 한인사회 체육발전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불치의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해 이날 상은 가족이 대신 수상했다.

 

추현구(88) 수상자는 이민사회 초창기 한인사회를 위해 헌신해오며 특히 두 차례의 호남향우회장을 지낼 때 광주항쟁을 맞아 전두환 신군부를 강하게 비판하고, 광주의거 기념사업회에 참여해 반독재 운동을 뒷받침하면서 5.18 피해자들을 위한 모금운동에도 앞장섰다. 또 범민주원탁회의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내란사태 규탄에 나서는 등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어 9번째 수상자가 됐다.

 

두 번째 특별순서는 ‘광주학생들의 5.18’이었다. 광주 학생 방문단을 인솔한 김용일 광주 학생독립기념회관장의 인사에 이어 고교생 20명은 ‘임을 위한 행진곡’과 ‘아리랑’을 플래시 몹으로 연출하고 영어로 5.18항쟁을 소개한 ‘Memorials of that May’를 프리젠테이션해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학생들은 새벽에 미국에서 출발해 피곤한 여정에도 불구하고 기념식 후 참석자들에게 발랄한 K-Pop도 선보여 인기를 모았다.

임을위한 행진곡과 아리랑 플레시 몹 및 영어 프리젠테이션을 마친 학생들이 5.18항쟁 소개 영어책자를 참석자들에게 나눠주고 있다.

 

이어진 기념영상은 ‘한강 작가가 만난 5.18항쟁’으로. ‘소년이 온다’의 5.18 피해 주역들을 통해 “과거가 현재를 돕는다”고 느낀 노벨상 작가 한강의 고백을 담은 화면이 참석자들에게 큰 감명을 불렀다.    추모시 낭송은 정봉희 한인문인협회 전 회장이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창작시 ‘망월동 가는 길’을 들려주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기념공연은 앞서 이상아 캐나다 판소리센터 대표가 판소리 ‘춘향가’ 중 갈까부다’ 를 불렀고, 한국무용연구회 김미영 예술감독과 회원들이 전통춤 ‘넋을 기리며’ 로 추모의 무대를 장식했다.   사월의 꿈 합창단(지휘 강세현)은 ‘Butterfly’를 부른 뒤 결의문 채택에 함께 하고 마지막 순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선창해 참석자들과 힘찬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날 ‘선언 및 결의문’ 은 캐나다 한인동포들과 민주시민, 연대단체들의 의지를 결집하는 뜻으로 이동환(사월의꿈 합창단장)· 장은숙(촛불 시민단체 대표)· 이승재(호남향우회 전 부회장) 씨 등 3명이 공동으로 낭독했다.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제목의 선언 및 결의문은 “40여년 전 5.18의 의로운 영적 계시가 12.3 내란을 제압하는 현장에 살아 역동하는 놀라운 체험들을 했다. 민족적 위기를 막아 낸 것은 ‘산 자여 따르라’던 선열들의 함성이었고, 제2의 5.18을 저지한 것이 바로 40여년 전 5.18의 힘이었다”고 지적, 지금이야 말로 오월의 꿈을 펼칠 때다. 민족의 찬란한 미래상을 의로운 피로 일궈낸 5.18 민주영령들의 의기와 함성을 가슴마다 뜨겁게 품고 힘차게 나아가기를 제창한다.고 선언, 뛰는 심장으로 결의하고 촉구한다면서 5개항을 외쳤다.

즉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으로 민주헌정 지표와 공동선의 규범이 되게 하라, ▲진상규명 조속 매듭과 5.18 모욕자들 일벌백계하라, ▲12.3 내란세력 발본색원과 엄중 단죄 촉구한다, ▲전쟁과 대결 종식, 화해와 평화의 대동세상을 선도하자, ▲5.18 정신을 공동체 가치로 번영하는 동포사회와 문화선진 통일조국을 위해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 나가자는 등의 요구와 다짐이다.

 

이날 기념식 참석자들이 채택한 선언 및 결의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선언 및 결의문: 전문5.18 민주화운동 제45주년 캐나다 동부 기념식 선언 및 결의문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 된다”

 

오월의 영령들은 “세월은 흘러도 산천은 안다” 면서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고 절규했습니다.

오늘 우리들은 그 절절한 외침과 기억을 되살리며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하는” 초현실적 감동을 나눴습니다. 바로 40여년 전 5.18의 의로운 영적 계시가 12.3 내란을 제압하는 현장에 살아 역동하는 놀라운 체험들을 했기 때문입니다.

 

설마 이 시대에 친위 쿠데타라니, 설마 5.18이 살아 있을 줄이야, 어느 누가 장담했습니까. 그러나 “기억하지 않은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습니다. 오월의 고귀한 희생이 밑거름되어 피와 땀과 눈물로 일군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하루아침에 군홧발에 짓밟혀 질식할 뻔한 국가적-민족적 위기를 막아낸 것은 “산자여 따르라”던 선열들의 함성이었습니다. 하마터면 파멸의 수렁에 빠졌을 제2의 5.18을 저지한 것이 바로 40여년 전 5.18의 힘이었으니, 되살아 난 역사의 섭리가 참으로 경이롭지 않습니까.

 

민주· 정의· 인권· 대동평화의 빛을 발한 5.18 항쟁의 의의와 정신은, 세계인류가 인정하는 우리 민족의 자부심입니다. 겨레의 혼과 맥에 살아 숨쉬는 의로운 저항의 기개로 민초들이 불의에 항거한 파사현정의 몸부림이었고, 한국 민주주의를 살려 낸 여명의 횃불이었습니다. 그 정신을 우리들 머리와 가슴에 새기고, 공동체 가치와 위대한 비전으로 다짐할 것을 다시한번 가르쳐 줍니다.

 

우리들 삶이 위태롭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가 무너져 내립니다. 정의와 인권과 평화가 짓밟힙니다. 헌정과 법치가 무시 당합니다. 권력과 특권 카르텔이 국민주권 위에 군림합니다. 거짓과 몰상식과 파렴치가 득세하여 동물적 적자생존 각자도생의 정글이 되어 갑니다. 오죽하면 시대착오적 내란까지 등장합니까. 영토전쟁, 체제전쟁에 관세전쟁까지 국제정세는 얼마나 암담합니까.

 

지금이야 말로 오월의 꿈을 펼칠 때 입니다. 모두가 공평을 누리며 함께 어울려 민주와 자유와 정의를 구가하고 꽃피우는 대동세상, 바로 오월정신에서 찾아야 합니다.

 

오늘 5.18 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가 다시 만난 오월정신을 되새기며 시대적 교훈으로 삼아야 할 연유입니다. 민족의 찬란한 미래상을 의로운 피로 일궈낸 5.18 민주영령들의 의기와 함성을 가슴마다 뜨겁게 품고 힘차게 나아가기를 제창하며, 뛰는 심장으로 다음과 같이 결의하고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 하나, 5.18 항쟁 정신의 헌법전문 수록은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하루빨리 헌법전문에 올려 민주헌정의 지표와 공동선의 사회적 규범이 되게 하라!

 

● 하나, 5.18 항쟁을 왜곡 폄훼하는 일부의 언동은 미진한 진상규명 때문이다. 진상과 의혹을 조속 규명하여 관련자 처벌을 철저히 매듭짓고, 5.18을 모욕하는 자들은 일벌 백계하라!

 

● 하나, 우리는 제2의 5.18이 될 뻔한 12.3 내란획책과 주모자들을 규탄하며, 반민주 반헌법적 국가변란이 다시는 없도록 여전히 준동하는 공조세력 발본색원과 엄중한 단죄의 문책을 촉구한다!

 

● 하나, 5.18 정신은 평화와 공존이다. 우리는 세계 각지의 전쟁과 대결의 종식은 물론, 남북간의 적대관계 해소를 촉구한다. 이제 동족이 하나되어 한반도에도 지구촌에도, 평화가 가득한 대동세상을 선도해 가자!

 

● 하나, 우리는 대한 민족의 자존과 민주· 정의· 인권· 평등· 대동 평화의 5.18 정신을 공동체 가치로 심지에 새겨, 함께 번영하는 동포사회와 자랑스런 문화선진의 통일조국을 후세에 물려줄 수 있도록 지혜와 역량을 결집해 나가자!

                                                                                                             2025년 5월18일

                                       5.18 민주화운동 제45주년 캐나다동부기념식 참석자 일동

“80년 광주가 오늘의 우리를 구했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을 마친 유족이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

 

5·18 광주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일에 “1980년 광주가 우리를 구했다”며 12·3 내란 사태를 다시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18일 시민은 물론 정치권도 내란 사태를 통해 유명해진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린다’는 화두를 떠올리며 ‘80년 광주’에 감사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광주에서 스러져 간 수없이 많은 광주 영령들이 수없이 많은 사람을 일깨워서 12월3일 내란을 진압하지 않았느냐”며 “80년 5월 광주의 역사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다시 구한 것”이라고 상기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라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구절을 인용하면서 “광주의 시간은 끝나지 않았고, 그날의 외침은 지금도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3일, 또다시 계엄령이 시도됐던 그 날 우리가 무너지지 않았던 이유 역시 5·18의 정신이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애도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20대 시절 일기장 맨 앞에 항상 적어 놓았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이 화두는 알려졌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가 지난해 12월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 제안 설명을 하면서 이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저는 이번 12·3 내란사태를 겪으며 ‘그렇다’고 답하고 싶다”라고 연설했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새기자는 움직임도 정치권 전반에서 나오고 있다. 이날 5·18 기념식에 참여한 이재명 후보는 “국민주권주의 주권재민의 사상을 목숨을 바쳐가면서 실행했던 광주 5·18 정신을 반드시 헌법 전문에 수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도 “오월정신을 이어가는 시민들이 오월정신을 모욕한 윤석열을 쫓아내고 처음 맞는 5·18이다”라며 “오월정신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진보의 역사를 이끌어가는 고귀한 씨앗입니다. 이 정신을 헌법에 새겨넣어야 한다”고 다짐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도 “80년 오월의 광주가 있었기에 민주공화정을 지켜낼 수 있었다”고 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적극 추진해 국가가 책임지고 역사적 정의를 완성할 수 있도록 5월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도 각자의 5·18을 떠올리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과거의 광주’에 감사했다. 류영재 의정부지방법원 남양주지원 판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광주 시민들, 그들과 연대한 시민들을 기억합니다. 특히 그분들이 다시 한 번 살린 오늘을 살자니 마음이 복잡합니다.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적었다. 7살 남짓에 ‘광주학살의 진상’이란 사진첩을 처음 본 순간이 잊히지 않는다는 양승훈 경남대 교수(사회학)는 “윤석열은 계엄을 결심하던 순간부터 집행하는 순간, 실패하는 순간까지 무력 사용에 거리낌이 없었다”며 “전두환과 신군부에 대한 단죄처럼, 2024년 내란 세력을 정확하게 치죄하는 문제는, 우리의 일상을 지켜내기 위해 꼭 필요한 한 걸음이다”라고 강조했다. < 신윤동욱 기자 >

 

이재명 “내란 이겨낸 국민 저력, 5월 광주 피·눈물에 빚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서 유가족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맞은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내란의 어둠을 빛의 혁명으로 이겨낸 우리 국민의 저력은 80년 5월, 광주의 피와 눈물에 깊이 빚지고 있다”며 “광주의 정신을 기억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5월을 향해 두려움 없이 나아가자”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45주년 기념식 참석 뒤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에서 “인간의 한계와 두려움을 뛰어넘은 숭고한 희생과 헌신 앞에서 오늘도 또 한번,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다”고 추모했다. 그는 “지난 12월3일 계엄의 밤, 제 마음속에는 45년 전 광주의 안내방송이 울려 퍼졌다”며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하여 목숨을 걸고 가두방송을 했던 분들의 용기가 제 가슴을 울렸다”고 돌아봤다. 1980년 5월 시민군 가두방송 차량에 설치된 확성기를 통해 광주 거리에 울려퍼졌던 “우리를 잊지 말아달라”던 호소를 상기시킨 것이다.

 

이 후보는 이어 “그 밤, 기적처럼 모여든 국민들은 장갑차와 군인들 앞에 오직 용기 하나만을 무기로 맞섰고 동이 트기도 전에, 시대착오적 계엄은 찬란한 빛의 혁명으로 무너져 내렸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국민이 주인인 나라, 너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더불어 사는 대동세상, 서로가 앞장서 이웃을 지키고 보듬고자 했던 고귀한 인간성의 실천은 또 한 번 살아있는 승리의 역사를 만들었다”고 기렸다.

 

이 후보는 “내란을 완전히 종식해야 분열과 갈등, 극단의 대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진보와 보수, 이념과 진영을 넘어설 때, 하나 된 국민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적었다. < 엄지원 기자 >

 

스카이데일리, ‘5·18 북한개입 보도’ 사과…오월단체 “끝까지 단죄”

신문 1면 사고 내어 “5·18은 민중항쟁 인정” 사과
법적 단죄 나선 5·18기념재단·광주시 “끝까지 간다”

 
 
‘5·18 북한 개입설’을 보도한 스카이데일리 5·18 특별판. 스카이데일리 누리집 갈무리

 

극우 성향 매체 스카이데일리가 광주 금남로에서 ‘5·18 북한 개입’ 특별판을 배포했다가 오월단체와 유족들의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등에 직면하자, 지난 16일치 신문 1면에 사고를 내어 공식 사과했다. 하지만 5·18기념재단과 광주시가 꾸린 ‘5·18 미디어 왜곡 티에프(TF)’는 “끝까지 간다”며 법적 단죄 방침을 밝혔다.

 

18일 스카이데일리 ‘5·18 보도 사과드립니다’ 사고를 보면, 이 매체는 “본지는 그동안 5·18 북한 개입설 등을 보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를 위해 헌신하신 희생자와 유족들께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라며 “본지는 5·18 45주년을 맞아 광주민주항쟁이 시민폭동 사태가 아닌 시민의거이고 민중항쟁이었음을 인정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해와 억측을 불러일으킨 북한군 개입설 등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의혹에 대해선 철저하게 검증할 방침”이라며 “세간에 화제가 된 중국 간첩 체포설에 대해서도 사실여부를 재조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5·18 미디어 왜곡 티에프’ 관계자는 “스카이데일리가 ‘북한군 개입설 등 진실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과 의혹에 대해선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데, ‘5·18 북한군 연루’는 진실이 아니란 게 이미 정부 조사를 통해 수차례 검증됐는데도 검증을 빌미로 왜곡 보도를 이어나갈 것이란 의심이 든다”며 “(법적 대응으로) 강하게 나가고 나서야 꼬리를 내리는 것 같으니, (법적 단죄로) 끝까지 간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앞서 스카이데일리 쪽은 지난 14일 5·18유족회 사무실에 직원을 보내어 5·18 왜곡 기사에 대한 사과와 정정보도를 거론했으나, 유족회 쪽은 듣기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매체는 5·18기념재단에도 방문할 뜻을 전했지만, 재단 쪽이 거부했다.

 

지난 1일 광주시 서구 5·18기념재단에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유족들이 허위 사실을 유포한 극우 매체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용희 기자 
 

스카이데일리는 지난해 연초에 ‘5·18은 김대중 세력과 북한이 주도한 내란’이란 주장을 머릿기사로 실은 40면짜리 ‘5·18 특별판’을 발행한 데 이어, 1월10일치 1면에 사고를 내어 이 특별판을 꾸준히 업데이트 해서 1천만부를 실비로 보급하는 캠페인을 한다고 알렸다. 이후 문제의 특별판은 올해 2월15일 보수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개최한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도 배포돼 큰 논란을 불렀다.

                                   스카이데일리 누리집 갈무리

한편, 5·18기념재단은 지난 15일 언론중재위원회에 5·18 특별판을 배포한 스카이데일리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5천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 5·18 당시 계엄군 총격으로 숨진 조사천씨와 임신부 최미애씨 유족들, 5·18기념재단, 광주광역시도 특별판 왜곡보도와 관련해 스카이데일리 등을 지난 1일 광주경찰청에 고소·고발했다. < 정세라  김용희 기자 >

 

‘내란 동조’ 안창호 자리는 없다…5·18기념식 왔지만 입장 막혀

광주시민·유족 거센 항의
“미소 띠고 경호원에 둘러싸여 광주 조롱”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기념식장에 도착한 뒤 시민 단체의 항의에 발길을 돌리고 있다. 연합
 

윤석열의 12·3 내란사태에 동조했다는 비판을 받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시민 항의에 기념식장에 입장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18일 오전 9시35분 안 위원장은 5·18민중항쟁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광역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 들렀다. 차에서 내린 안 위원장은 경찰 20여명에 둘러싸인 채 민주의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앞서 일부 5·18단체가 항의 집회를 예고하자 안 위원장은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을 발견한 일부 시민들은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고 말하며 안 위원장의 입장을 제지하기 위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 안내를 받아 민주의문에 들어선 안 위원장은 다시 5·18 유공자 항의를 받았다. “여기가 어딘데 들어와” “안창호는 물러가라” “나가”라는 날 선 비판이 이어졌고 몇 유공자는 이동 경로를 막았다. 

 

결국 안 위원장은 민주의문에 들어섰으나 묘역 입구에 설치된 검색대를 통과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안 위원장은 발길을 돌려나오는 과정에서 강한 항의를 받았다. 이를 본 일부 야당 위원들은 “결국 못 들어갔구먼”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안면이 있는 국회의원과 악수를 하기도 했다.

 

안 위원장은 취재진이 입장을 묻자 잠시 발걸음을 멈췄지만 “빨리 떠나라”는 시민단체 목소리가 크게 들리자 고개를 끄덕이며 오전 9시 44분께 자리를 떴다. 차를 타기 전 보좌진과 경찰에게 악수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 민주의 문으로 입장하는 도중 시민단체 회원들의 항의를 받고 있다. 신소영 기자 
 

한 5·18유공자는 “안 위원장은 시종일관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우롱하는 태도였다”며 “항의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광주를 찾은 것을 보면 ‘5·18기념식에 참석했지만 유공자 반대 때문에 입장을 못했다’는 명분 쌓기용이 아니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성명을 낸 5·18서울기념사업회와 오월어머니집도 “안 위원장은 굳이 불청객으로 오면서 경찰에 공식적으로 신변보호를 요청하고 보란 듯이 경호요원에 둘러싸여 입장하겠다는 것은 그 의도가 뻔하다”며 “분노한 5·18 피해자들에게 욕을 먹고 봉변당하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연출해 자신을 극우 보수의 수난자처럼 행세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안 위원장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말라”는 입장문을 냈다.

 

인권위는 2월10일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윤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등을 담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일부 수정 의결하며 안 위원장 등 일부 위원은 내란에 동조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 한겨레 김용희 기자 > 

 

언론은 5·18 정신 잊지 말자 [사설]

 
▲1980년 5월 광주 시민들. 촬영자=나경택, 사진=5·18기념재단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며 수년간 허위 정보를 유포하며 희생자와 유족을 폄훼한 스카이데일리가 대표이사 교체 후 지난 16일에서야 광주 시민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그간 유족에게 남긴 상처와 허위정보 유포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사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스카이데일리는 자사가 자행했던 허위 보도의 전말을 낱낱이 밝히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 성실히 임해야 할 것이다. 

 

2013년 채널A는 1980년 광주에 침투했던 북한군이라며 탈북자 김명국(가명)씨 인터뷰를 내보낸 뒤 김씨의 거짓말이 밝혀진 뒤에도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 5·18 정신을 왜곡했던 다른 언론사들도 스카이데일리처럼 늦더라도 사과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오늘의 민주주의를 있게 만든 영령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나아가 모든 언론은 5·18 허위정보가 한국의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유튜브나 광장에서 쏟아지는 왜곡과 혐오에 보도로 맞서야 한다. 

 

12·3 내란 사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5·18 정신이 소중한 시기다. 헌정질서를 파괴하려 했던 극우 세력을 제대로 심판하지 않는다면 1980년 광주는 폄훼당하고 민주주의는 짓밟힐 것이다. 언론은 내란 이후 보도에서 광주 정신을 잊지 말고, 주요 대선후보들이 모두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에 찬성한 만큼 이에 대한 의제 설정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미디어 오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