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의 입장을) 조정 · 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 필요”

 트럼프 압박에도 '아펙 시한' 두지않고 협상 서두르지 않을 뜻 비쳐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이 29일로 확정 발표되면서, 회담에서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과의 막판 협상에 힘을 쏟아온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까지 최종 타결이 안될 수 있다’며 ‘아펙을 협상 시한’으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공개된 싱가포르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면서도 “인위적인 마감 시한을 정해두는 것은 경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미국 시엔엔(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양국의 입장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날 새벽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이제 추가로 대면 협상할 시간은 없고, 아펙은 코앞”이라며 “날은 저물고 있는데 만약 아펙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핵심 쟁점에 대해서는 양국의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관세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조하는 것은 협상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교적 줄다리기’ 성격도 있어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가 이번 아펙과 한미 정상회담까지 반드시 타결해야 한다고 시한을 설정하고 서두르면 우리 카드는 더 줄어들고 미국의 요구에 말려들기 때문에 시한을 너무 강조하지 않는 듯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의 접점이 많이 좁혀졌지만, 가장 민감한 3500억달러 대미 투자의 현금 비중을 놓고 미국의 요구가 완강하고 우리도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러트닉 상무장관과의 협상을 마치고 이날 새벽 귀국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곧바로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해 “미국이 3500억달러(약 500조원) 선투자를 요구했던 부분은 (요구를) 접었다”며 한미 관세 협상 상황을 설명했다.

김 장관은 “어느 정도(투자 규모)가 적정한 수준인지를 놓고 양 국가가 대립하고 있다”며 “우리 입장에선 규모가 작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미국에선 ‘그것(우리 주장)보다는 좀 더 많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해 양쪽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등 국내 금융기관은 우리나라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이 연간 150억달러(약 22조원)를 최대라고 판단하고 10년 장기 분할 투자 방식을 미국 쪽에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향후 한국의 현금 투자 금액을 2000억달러(약 290조원) 선으로 정하고, 이를 8~10년에 분할 투자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금 투자액과 투자 기간 외에 수익 배분 방식, 투자처 선정 등이 모두 연동돼 움직이고 있어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간 담판과 정치적 결단이 합의 여부를 가늠할 열쇠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스트레이츠 타임스 인터뷰에서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상호 간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대통령은 한미 산업 협력 확대가 양국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면서도 “우리 국내 산업 공동화를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당은 공세를 벼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관세협상과 관련해 “일방적인 대한민국의 희생이나 양보를 국민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 정부가 협상에 어려움을 겪는 근본 원죄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덜컥 약속한 7·31 졸속 합의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관세분야가 타결되지 못할 경우 한미간 합의된 안보 분야 합의부터 문서화하는 플랜 비(B)도 여전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안보 분야는 양국 간 일정한 양해가 이뤄진 게 사실인데 이번 회담 계기에 합의문이 나올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 노력은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원자력 협정과 동맹 현대화 등 지난 8월 1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안보 분야 내용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우선 발표하고 관세 협상을 이어가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미국은 관세협상이 완료돼야 안보 합의도 함께 발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관세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 문서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 박민희  엄지원  이재호 기자 >

 

미 “한국이 적절한 조건 수용하면 무역협상 타결…김정은 만남 일정은 없어”

 

 
 
2017년 11월 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고위 관계자가 ‘한국이 미국의 조건을 수용하는 즉시 가능한 한 빨리 협정을 체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는 일정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24일(현지시각) 아시아 순방 관련 사전 언론 전화 브리핑에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한국과 합의를 체결하기를 매우 열망한다”면서도 “한국이 우리가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조건들을 수용하는 즉시(as soon as they're willing to take the commitments that we think are appropriate)”라고 덧붙였다. 양국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합의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한국과의 투자 협정은 구매 및 투자의 성격상 대부분 상무부에서 주도하고 있다”며 “무역보다 투자 성격이 강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관세 합의 때 한국이 약속한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과 이행 방안 등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29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무역 합의를 발표할 가능성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하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조선업은 지난 수십 년간 크게 위축되었고, 대통령은 이를 되살리고 복원하는 데 매우 헌신하고 있다”며 “일본 같은 파트너들로부터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들의 기술력, 자본, 그리고 일반적인 협력을 환영한다. 이들은 미국의 제조업, 방위 산업, 조선 및 잠수함 건조 역량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아시아 순방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은 미래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순방 일정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면서도 “물론 상황은 변동될 수 있다(Obviously things can change)”라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양자 회담을 부산에서 ‘주최’(host)한다”라고도 밝혔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무효표 유도·투표소 인근 집회 계획 등 혐의

 

 
 
황교안 전 총리가 24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영상을 올려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황교안티브이 갈무리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의 불법 선거운동 혐의를 수사하는 경찰이 24일 부방대 관계자 강제수사에 나섰다.

 

경찰 설명과 황 전 총리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대장 조광현)는 이날 부방대 관계자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이들은 참고인 신분이지만, 황 전 총리의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27일 황 전 총리와 부방대를 공직선거법상 유사기관 설치, 투·개표 간섭 및 방해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황 전 총리는 올해 6·3 대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전국 부방대 회원을 동원해 집회를 벌이는 등 선거 운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또 회원들에게 ‘(기표가 금지된) 투표관리관 날인란에 기표하고 투표관리관을 찾아가 투표록에 이를 기록해달라’고 해 무효표 발생을 유도하고, 사전투표일에 투표소 100m 안에서 집회 개최를 계획했다는 혐의도 받는다.

 

공직선거법은 정당이나 후보자가 설립·운영하는 단체가 선거일 180일 전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와 사전투표소에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에 간섭한 사람, 사전투표 사무원을 협박한 사람, 사전투표소 100m 안에서 소란스러운 언동을 한 사람들을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앞서 경찰은 지난 8월20일 서울 용산구 부방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문서 등 내부 자료도 확보했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유튜브 채널 영상을 통해 “정치 영장에 의한 표적 수사”라고 반발했다.                                             < 장종우 기자 >

정성호 법무, 검찰 ‘자체 감찰’ 한계 판단
2021년 세월호 진상규명 이어서 두 번째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8월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광복절 특별사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4일 ‘관봉권 띠지 폐기와 쿠팡 불기소 의혹’ 사건 수사를 위해 상설특검을 가동하겠다고 나섰다. 2014년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상설특검법) 제정 이래 두 번째 사례다. 법무부는 검찰 자체 감찰만으로는 충분한 의혹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상설특검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이 상설특검을 가동하고 나선 배경엔 검찰 수사와 관련된 해당 의혹들을 자체 감찰만으론 말끔히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정 장관은 이날 퇴근길에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검찰청에서) 나름 관련자들이라든가 관련자들 진술도 많이 확보하고 증거들도 조사해봤지만 어쨌든 대상자가 검사이기 떄문에 결국 ‘제식구 감싸기’ 측면이 있지 않겠나, 이런 의심 거두기는 쉽지 않지 않겠냐”며 “국민적 의혹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선 객관적이고 제3자적인 위치에서 상설특검이 수사하는 게 좋을 거 같다 그래서 요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나의 상설특검이 두 사건을 수사하는 이유에 대해선 “관봉 띠지 사건은 복잡한 구조가 아니고 쿠팡 사건도 마찬가지”라며 “상당 정도 감찰이 돼있고 일부 수사도 돼있기 떄문에 상설특검이 두건을 같이 해도 크게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나 경찰이 수사하는 방법도 있지만 고질적인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공수처와 검사에게 영장을 신청해야 하는 경찰 수사로는 온전한 진상규명이 어렵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설특검은 △국회가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본회의에서 의결하거나 △법무부 장관이 이해충돌을 피하고 공정성 확보를 이유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가동된다. 현재 운영 중인 이른바 ‘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은 국회가 개별 사건 별로 법안을 의결해 수사 대상과 기간, 수사팀 규모가 결정되지만, 상설특검은 수사팀 규모(검사 5명, 파견 공무원 30명 이내), 수사 기간(90일 이내)이 법에 정해져 있다.

 

법률 제정 뒤 상설특검은 2021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이 유일한데, 이때는 국회 의결로 가능했다.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사건 수사를 위한 상설특검 가동을 의결했지만 특별검사 후보자 2명을 추천해야 하는 대통령 권한대행(한덕수·최상목)이 이를 거부하면서 법률 위반 논란이 일었고 결국 무산됐다. 내란 수사는 일반 특검 형태로 시작됐고, 이재명 정부 들어 검사 관련 비위 의혹이 불거지면서 두번째 상설특검이 출범하게 됐다.

 

관봉권 띠지 폐기 의혹은 서울남부지검의 ‘건진법사’ 전성배씨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 전씨의 집에서 한국은행 관봉권 다발을 발견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관봉권을 묶은 띠지를 폐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의도적으로 핵심 증거를 인멸했다는 의혹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이에 대검은 자체 감찰을 벌인 뒤 최근 법무부에 ‘띠지 훼손에 윗선 등의 고의나 지시는 없었다’는 취지의 감찰을 결과를 보고한 상태다.

 

쿠팡 불기소 외압 의혹은 부천지청이 지난 4월 ‘쿠팡 일용직 노동자 퇴직금 미지급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는 과정에서 엄희준 당시 부천지청장이 기소에 근거가 되는 핵심 내용을 누락한 뒤 대검에 보고했고, 담당인 문지석 검사에게 불기소를 강요했다는 내용이다.

                                                                                                         < 강재구 기자 >

중국 외교부 공식 발표...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습. EPA 연합
 

중국 정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월30일부터 11월1일까지 한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24일 시 주석이 “10월 30일부터 11월 1일까지 한국 경주를 방문하여 제3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대한민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발표했다. 시 주석의 방한은 지난 2014년 7월 이후 11년만이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과 한국은 이웃 국가이자 협력 파트너”라며 “중국은 중한 관계를 중시하고, 대한국 정책은 안정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궈 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시진핑 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에서 진행하는 국빈 방문이며,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중한 정상의 첫 만남”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지키고 선린 우호와 호혜 윈윈을 견지하면서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끊임없는 전진·발전을 추동할 용의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시 주석은 이재명 대통령과 11월 1일 정상회담을 한다고 우리 정부가 밝혔다. 미-중 무역 갈등 관련해 이목을 모으고 있는 미-중 정상회담도 시 주석 방한 기간에 열린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목요일(30일) 아침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 회담을 한다”고 밝혔다.

 

차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국인 중국의 정상인 시 주석은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연설도 할 예정이다.             <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