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 인사'에 고검장들 반발…총장 기수역전 진통 해석도

 

사의 표명한 이용구 법무차관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조상철 서울고검장 등 법무부·검찰 고위 간부들이 28일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면서 '물갈이' 검찰 인사의 신호탄이 올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찍어내기' 인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총장 기수 역전에 따른 '진통'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이용구 차관과 강호성 범죄예방정책국장, 이영희 교정본부장이 사의를 밝혔다고 전하며 '조직 쇄신'과 '인사적체 해소' 차원임을 강조했다. 이들 3명 모두 비검찰 출신이지만, 보직은 직제상 검사의 보직 범위이거나 과거 검사가 맡았던 고위직이다.

 

법무부 차관에는 통상 고검장급 검사들이 보임해왔다. 지난해 12월 이 차관의 법무부 입성은 60년 만에 비검찰 인사로 주목을 받았다.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은 여전히 직제상 대검 검사급(검사장) 이상 검사의 보직 중 하나로 남아있다. 교정본부장은 과거 검사 몫이었지만 1999년 이후 비검찰 출신 공무원이 맡아왔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런 점에서 이들의 전격 사퇴가 전날 검찰인사위원회를 통해 예고된 대규모 검찰 간부 인사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사위에서는 검찰 인사적체를 해소하기 위해 고검장·지검장 구분 없이 탄력적으로 인사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르면 내주 후반께 검찰 간부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인사에서 명퇴로 공석이 된 범죄예방정책국장 등 법무부의 검사장급 직위 일부로 고검장들이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는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 반하는 만큼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이번 법무부 고위 간부의 줄사퇴가 현직 고검장들에게 '사퇴 압박' 신호가 되고 있다는 점은 검찰 내부에서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법무부 간부들의 줄사표 5시간 만에 조상철 서울고검장이 "떠날 때가 됐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 가운데 첫 사의 표명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 인사 논의 과정에서 고검장급에 대한 사퇴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박범계 장관이 점검·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보직제 개선안의 윤곽이 나오면 고검장급 사퇴가 잇따를 수도 있다.

 

한 고검장급 간부는 "'탄력적인 인사'라는 것은 고검장을 지검장급 보직으로 보낸다는 뜻"이라며 "고검장 중 일부는 사표를 쓰게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의 '찍어내기' 인사가 자칫 소송전으로까지 비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명퇴 수당 등 처우가 다른 고검장·검사장 보직을 섞게 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는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탄력적 인사' 방침에 대해 "검사들은 말을 듣지 않고 사표도 내지 않는 고검장들을 쫓아내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검사장들이 보임된 지 1∼3년 정도밖에 안 된 것으로 아는데 도대체 무슨 인사적체가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무부에 설명을 요구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난 27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31일까지 보내달라고 국회에 다시 요청했다.

 

반면 검찰 간부 인사를 둘러싼 논란은 검찰총장의 기수 역전에 따른 불가피한 진통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사법연수원 20기)는 전임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23기)보다 3기수 위다. 전임 총장보다 선배 기수가 후임 총장에 지명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에는 신임 총장이 임명되면 총장의 동기·선배 기수의 고검장들이 '용퇴'하면서 검찰의 진용을 새로 짜는 물갈이 인사가 단행되곤 했다.

연설서 민주주의-권위주의 싸움 부각

한국전 참전 전 상원의원에 감사도

 

현충일 앞두고 공군기지 찾은 바이든 대통령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35년 이전에 미국을 이길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햄프턴의 랭리-유스티스 공군기지를 방문, 연설을 하면서 "우리는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싸움 속에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나는 다른 어떤 정상들보다 시 주석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통역만 두고 24시간 동안 개인적 만남을 했고 1만7천 마일을 날아갔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는 중국이 2035년 이전에 미국을 패배시킬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권위주의에서는 결정을 빠르게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은 독특하다"며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했다.

중국의 추격에 맞서 국방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각종 연설에서 중국 견제 발언을 거의 빼놓지 않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여러분은 인구의 1%로서 나머지 99%를 지킨다. 우리는 여러분에게 빚을 졌다"며 감사를 표했다.

미국에서 31일은 '메모리얼 데이'로 한국의 현충일 격이다. 주말과 붙여 연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를 방문해 백신 접종 확대 성과를 홍보하는 연설도 했다.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 지침이 대폭 완화된 뒤 첫 연휴를 맞아 시민들이 나들이에 나서는 시점에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접종 성과를 부각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5일 세상을 떠난 존 워너 전 상원의원을 거론하면서 "명예로운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를 깊이 그리워할 것"이라고 기리기도 했다.

워너 전 의원은 한국전쟁에 참전했으며 버지니아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을 30년간 지냈다. 공화당 소속이었지만 지난해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2022회계연도 예산안 6조달러 의회 제출 예정
기존 발표한 4조달러 인프라·복지 예산 포함
‘작은 정부’에서 ‘큰 정부’로 전환 반영
공화당은 “미 사상 최고 부채 비율” 반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경제를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그는 경기부양안에 찬성하지도 않은 공화당 의원들이 성과를 자랑하고 다닌다면서 “누군가를 망신스럽게 하려는 건 아니지만 여기 명단이 있다”며 종이 한 장을 들어 보였다. 클리블랜드/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10월부터 적용되는 2022회계연도 예산안으로 6조달러(약 6700조원)를 제안할 것이라고 미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정부 지출 규모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바이든 정부의 ‘큰 정부’ 기조를 보여준다.

 

백악관은 28일 6조달러 규모의 2022회계연도 예산안을 의회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관련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 처음 제시하는 예산안이다.

 

6조달러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제시한 2조250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미국일자리계획’과 보육·보건을 위한 1조8000억달러 규모 ‘미국가족계획’을 포함한 규모다. 기존에 발표한 것 이상으로 새로운 정책이나 투자 계획은 추가되지 않았다. 매년 의회가 갱신해야 하는 군, 교육, 기타 프로그램 등을 위한 재량지출은 1조5000억달러 반영됐다. 국방예산은 에너지부 등 관련 부문 예산까지 합쳐 7530억달러로 2021회계연도보다 1.7% 늘었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억지를 위한 핵전력 현대화와 미래 전력 개발에 초점을 뒀다고 전했다.

 

6조달러 예산안은 코로나19 이전에 견줘 3분의 1 정도 높은 수준이다. 예컨대 지난해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2021회계연도 예산안으로 4조8000억달러를 의회에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예산안은 상당 기간의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정부 지출을 늘려 중산층 이하를 돕고, 기업과 고소득자의 세금을 올려 비용을 충당한다는 기조를 반영한 것이다.

 

백악관은 정부 지출이 2022회계연도 6조달러로 시작해 2031년까지 8조2000억달러로 늘어나는 청사진을 그렸다. 향후 10년간 연간 재정 적자는 1조3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연방정부의 부채 규모는 2027년 국내총생산(GDP)의 117%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계획대로 하면 미국 경제 전체에서 정부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로, 2차 세계대전 때의 40% 수준 이후 최대치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더 힐>은 이번 예산안을 두고 “정부를 성장·기회의 방해물로 규정했던 (로널드) 레이건 혁명으로부터 무게추가 얼마나 멀리 움직였는지 보여주는 신호”라고 짚었다.

이번 예산안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의료보험 퍼블릭 옵션(정부 운영 보험서비스) 등은 반영하지 않아, 다음번 예산안 제안 때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이 제시한 예산안은 의회 심사와 의결을 거쳐야 10월부터 발효된다. 이번 예산안을 두고 공화당은 재정 적자를 우려하며 강력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신시아 루미스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바이든의 예산안은 미 역사상 최고 수준의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 비율을 안고 있다”며 “의회는 정신 차려야 한다”고 적었다.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의 2조2500억달러 인프라 법안에 대해서도 이날 그 절반 이하인 9280억달러 규모의 역제안을 내놨다.

 

민주당은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이긴 하지만,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기 위한 60석에는 못 미친다. 하지만 백악관은 의회의 특정 절차를 활용해서 민주당만으로도 예산안의 상당 부분을 관철해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의회에서 조정권을 발동하면 예산안을 필리버스터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단순 과반으로 처리할 수 있다. 9월 말까지 의회에서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중지)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미국은 그간 연방차원 증명에는 부정적

당국자 "타국이 설정한 요건충족 보장 의미"

 

             코로나19 백신 접종 [AFP=연합뉴스]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28일 국제여행을 위한 백신여권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마요르카스 장관은 이날 ABC 방송에 출연해 미국으로 오가는 항공편을 위해 어떤 문서를 만들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우리는 이를 매우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며 "전염병 대유행 내내 우리를 이끈 원칙 중 하나는 다양성과 형평성, 포용성의 가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백신 접종에 관해 제공하는 어떤 여권도 모두에게 접근 가능해야 하고, 누구도 권리를 박탈 당해선 안 된다"며 검토 사실을 재차 언급한 뒤 "근본적인 부분이 있는데, 이는 모든 사람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제 사회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을 마친 사람들에게 백신 여권을 발급해 여행 편의를 높이고 공중 보건도 동시에 달성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영국과 스페인 등 유럽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에게 접종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모바일 앱 등 다양한 형태의 여권을 발급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백신 여권 (전자 예방접종 증명서)

 

그러나 미국은 백신 접종 상태를 확인하는 어떤 형태의 연방 문서를 만드는 것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

일례로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4일 언론 브리핑에서 "우리는 연방정부 차원에서 백신 여권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 당국자는 마요르카스 장관의 이날 발언에 대해 미국인 여행객이 백신 접종 상태를 보여주는 옵션을 포함해 다른 나라가 설정한 입국 요건을 충족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임을 언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어느 누구도 그들이 백신을 접종했는지를 입증하도록 의무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여권을 두고선 격리와 검사 요건을 없애거나 완화해 정상 상태로 빨리 돌아갈 수 있다는 찬성론과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반대론이 혼재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