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정부 출범 뒤 첫 북미접촉 시도 공식 확인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현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왼쪽 둘째)한테 미국과 협상 경과를 보고하고 지침을 받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가운데)의 모습.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18일 “미국은 2월 중순부터 뉴욕을 포함한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와의 접촉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응부해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 제1부상은 또 “이미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 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조선중앙통신>으로 공표된 담화에서 밝혔다.

이번 담화는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응답을 받지 못했다’는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의 15일(현지시각) 발표 내용을 확인하는 것으로,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한 17일에 작성된 형식을 띄고 있다. 최 제1부상의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발표됐고, 북쪽 인민들이 접할 수 있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이로써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50여일 만에 북-미의 첫 접촉 시도가 공식 확인된 셈이다. 북-미 모두 ‘침묵’을 뒤로 하고 초반 기세 잡기와 접점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탐색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최 제1부상은 미국 쪽의 접촉 시도 방법과 관련해 “여러 경로를 통해 전자우편과 전화통보문을 보내” 오고 “합동군사연습을 벌려놓기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어떤 수준이든 북-미 당국자의 직접 접촉은 없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최 제1부상은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울려나온 소리는 광기어린 ‘북조선위협’설과 무턱대고 줴치는 ‘완전한 비핵화’ 타령뿐”이라며 “미 군부는 은근히 군사적 위협을 계속 가하고 우리를 겨냥한 침략적인 합동군사연습을 버젓이 벌려놓았다”고 밝혔다. 요컨대 미국이 “강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서 접촉 시도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어 최 제1부상은 “조미 접촉을 시간벌이용, 여론몰이용으로 써먹는 눅거리수(물건을 싸게 팔거나 사는 수법)는 스스로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와 한번이라도 마주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일본을 행각(방문)한 미 국무장관이 여러 압박수단 혹은 완고한 수단 등이 모두 재검토 중이라고 떠들며 우리를 심히 자극했는데 이제 남조선에 와서는 또 무슨 세상이 놀랄만한 몰상식한 궤변을 늘어놓겠는지 궁금해진다”고 덧붙였다. 짐짓 어투는 강경하지만, 블링컨 장관의 한국에서의 대북 발언 내용을 주시하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 제1부상은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며 “미국은 자기들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제1부상의 대미 담화는 “조미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루어 나가기 위한 도구로 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고 밝힌 지난해 7월4일 담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이제훈 기자

 

북, 블링컨 방한 전날 한-미 훈련 맹비난…남 때려 미에 경고

김여정, 한미훈련 비난 담화 “3년 전 봄날 다시 오기 힘들 것”

 

김여정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오른쪽)과 친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지난 8일 시작된 한-미 군사연습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며 “‘붉은선’(Red Line·한계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고 16일 비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담화에서 “전쟁연습과 대화, 적대와 협력은 양립할 수 없다”며 “대남대화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와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교류협력)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남조선 당국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2018년 9월19일) 북남군사분야합의서 파기 대책도 예견하고 있다”고 했다. 남북관계를 대화와 교류협력이 없던 대결시대로, 상황 전개에 따라서는 군사적 갈등·충돌의 시기로 되돌릴 수도 있다는 엄포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 하루 전이자 일본 방문 당일 아침에 맞춰 나왔다. 김 부부장의 담화가 “남조선 당국”을 주된 비난의 표적으로 삼고 있지만,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향한 ‘말걸기’이기도 하다는 방증이다. 실제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편안한 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8차 당대회 연설(1월5~7일)의 ‘대미 정책 기조’를 배경으로, 대상을 “미국의 새 행정부”로 특정한 북쪽의 첫 공개 발언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남북관계를 흔들어 미국을 움직이겠다’는 김정은 총비서의 대남·대미 정책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 하지만 “동맹 중시”와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공언해온 바이든 정부가 남북관계 악화에도 북한과 적극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김정은 총비서의 속내가 어떻든, ‘남북관계를 희생양 삼은 대미 접근’ 시도는 오히려 북-미 관계의 추가 악화로 이어져 한반도 정세에 먹구름을 드리울 위험이 있다. 미국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5일(현지시각)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에 접촉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는 최근의 언론 보도를 확인하고, “외교가 최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번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이례적으로 노동당 중앙위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을 통해 내부에도 대대적으로 전파됐다. 대남·대미 ‘경고’와 함께 내부 정치적 수요도 고려했음을 방증한다. 인민들한테 공표된 터라 ‘말’을 ‘행동’으로 이어가는 후속 행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15일 백악관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대답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이는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사태’ 때의 북쪽 행보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북쪽은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김여정 담화’(6월4일)→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 폭파(6월12일)→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4대 군사조처 발표(6월17일)→김정은 위원장의 “대남 군사 행동 계획 보류”(6월24일)로 남북관계를 뒤흔들었다. 아울러 평양시당위원장 등 각계각층의 노동신문 연쇄 기고와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등의 “항의군중집회”로 대남 적개심을 부추겼다.

 

‘9·19 군사합의’ 파기 땐 남북·북미관계 연쇄 파장 ‘먹구름’

이번에도 노동신문 연쇄 기고와 항의군중집회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대외환경의 악화와 ‘3중 악재’(제재·코로나19·자연재해)로 더욱 나빠진 경제 상황, “자력갱생식 정면돌파전”의 장기화 등에 따른 인민의 불만을 대남 적개심 고취로 돌리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남정책의 내부정치화’인데, 남북관계에 치유하기 쉽지 않은 상처를 남길 위험이 있다.

김 부부장이 담화에서 예고한 대남 조처 가운데 한반도 정세에 전략적 함의를 지니는 내용은, 대남 대화·교류협력 기구 폐지 엄포보다는 ‘한반도 평화의 안전판’ 구실을 해온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경고다. 9·19 군사합의 파기 조처가 실행된다면, 문재인-김정은 시기 남북관계의 지형을 뿌리부터 흔들며 한반도 정세에 연쇄 파장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북쪽은 지난해 6월 ‘대북전단 사태’ 때도 “있으나마나한 북남군사합의 파기”(6월4일 김여정 담화) 운운하곤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지피) 재건과 접경지역 군사훈련 재개 등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 발표”로 군사합의 파기를 예고했으나 김정은 중앙군사위원장의 ‘보류 지시’로 멈췄다. 이번에도 김여정 부부장은 조평통·금강산국제관광국 폐지는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며 실행이 임박했음을 내비치면서도 ‘군사합의서 파기’는 “남조선 당국이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일단 뒤로 미뤄두는 시늉을 했다.

하지만 북쪽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해안포 사격 재개 등 다양한 9·19 군사합의 위반 행위로 실질적 파기 수순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제재 탓에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같은 전략적 군사행동을 김정은 위원장이 선택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을 움직일 카드로 9·19 합의 파기 행동에 나설 수 있다”고 짚었다. 다른 고위 관계자는 “북쪽은 대남 공세가 북-미 관계도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며, 한·미 정부는 조속히 포괄적 대북 협상 방안을 마련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재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통일부 “한-미 훈련 군사긴장 조성 계기 돼선 안돼”

서욱 국방장관 “방어적 · 연례적인 연습 비난 유감”

 

서욱 국방부 장관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통일부는 16일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내놓은 한-미 연합훈련 비난 담화와 관련해 “한-미 연합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김 부부장 담화 관련 기자들 질문에 “남북관계가 조기에 개선되고 비핵화 대화가 빠른 시일 안에 재개돼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 이번 훈련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뒷받침하는 방향에서 시행되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며 이렇게 답했다. 이 당국자는 “남북 적대관계 해소는 대화에서 시작해 협상에서 마무리되고 협력을 통해 확대된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정부는 어떤 경우에도 대화와 협력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서욱 국방부 장관은 김 부부장의 한-미 연합훈련 비난과 관련해 “방어적이고 연례적인 연습에 대해 비난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군사합의가) 준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측은 북측의 우려 제기에 9·19 군사합의에 포함된 내용을 충분히 상기시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며 “북한도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대화 호응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게 국방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부 대변인은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선 “특별히 설명할 만한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병수 이제훈 기자

 

<노동신문> <중통> “3년 전 봄날 돌아오기 어렵다”
한미연합훈련 비난…“‘붉은 선’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
조평통 ·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대남기구 폐지 검토 언급
미국엔  “잠 설칠 일거리 만들지 않는 게 좋을 것” 경고

 

지난 1월5~12일 열린 조선노동당 8차 대회 때 주석단에 앉은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뒤편에 김여정 부부장이 서 있는 모습이 보인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8일 시작된 한미군사연습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 규정하고 “‘붉은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고 16일 비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개인 담화에서 “우리 당중앙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따라 3년 전의 봄날과 같은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것이 북남관계의 마지막 기회로 될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경고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은 ‘따뜻한 3월’이 아니라 ‘전쟁의 3월’ ‘위기의 3월’을 선택했다”며 “우리에 대한 비정상적인 적대감과 불신으로부터 출발한 피해망상”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미국의 새 행정부에도 한마디 충고한다”며 “앞으로 4년간 발편잠을 자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면 시작부터 멋없이 잠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16일은 미국의 안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한국 방문 하루 전이자 일본 방문 당일 아침에 맞춰 나왔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은 물론, ‘인민 필독매체’인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으로도 공개됐다. 한국과 미국을 향한 ‘경고 발언’의 성격뿐만 아니라 내부 정치적 수요도 그에 못지 않게 고려한 담화라는 방증이다. 인민들한테 공표된 담화라, 앞으로 어떤 형식과 내용으로든 추가 조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부부장은 “이런 상대와 마주앉아 그 무엇을 왈가왈부할 것이 없다는 것이 우리가 다시금 확증하게 된 결론”이라며 염두에 두고 있는 구체적인 대남 조처를 열거했다. 우선 “현정세에서 더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를 적으로 대하는 남조선당국과는 앞으로 그 어떤 협력이나 교류도 필요없으므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비롯한 관련 기구들도 없애버리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부장은 “이러한 중대조치들은 이미 우리 최고수뇌부에 보고드린 상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부부장은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며 감히 더더욱 도발적으로 나온다면 북남군사분야 합의서도 씨원스럽게 파기해버리는 특단의 대책까지 예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관계의 핵심 안전판이자 군사적 충돌 방지 장치인 ‘군사분야 합의서’ 파기를 거론하되 일단은 후순위로 밀어둔 셈이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지난 2018년 2월 청와대를 방문했을 당시 방명록을 작성하는 모습이다.

통일부에 조응하는 북한의 내각 기구인 조평통의 ‘폐지’를 거론한 것은 남북 당국 간 대화 창구를 없애겠다는 엄포에 다름 아니다. 다만 조평통은 2019년 12월 위원장이던 리선권이 외무상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후임 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았고 공개 움직임도 없었다. 교류협력 “관련 기구들”의 폐지도 검토한다는데, 그간 남북 교류협력에 깊이 관여해온 여러 기구들이 아닌 이미 여러 차례 자체 개발 방침을 강조해온 금강산관광사업과 관련한 “금강산국제관광국”을 적시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김 부부장은 “행동에는 결과가 따르는 법”이라며 “임기말기에 들어선 남조선 당국의 앞길이 무척 고통스럽고 편안치 못하게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이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명백히 천명된 바와 같이 대가는 노력한 것만큼, 지불한 것만큼 받게 돼있다”고 재확인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붉은 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 운운 등 짐짓 발언 수위가 매우 높고 강경하지만 한미훈련에 대한 대응 행동으로 ‘군사 행동’을 언급하지 않았고, “앞으로 남조선 당국의 태도와 행동을 주시할 것”이라는 단서가 달린 점도 함께 염두에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이번 한미군사연습을 국방부 등이 “연례적, 방어적” “규모와 내용을 대폭 축소한 지휘소훈련”이라 설명한 것과 관련해 “참으로 유치하고 철면피하며 어리석은 수작”이자 “미친개를 순한 양으로 보아달라는 것과 다름 없는 궤변”이라 비난했다. 김 부부장은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그리고 그 형식이 이렇게저럭헤 변이되든 동족을 견냥한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과 성격은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제훈 기자


국방부, 김여정 한-미훈련 비난에 “북한도 유연해져야”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청사.

 

국방부는 16일 북한이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위협에 대해 “군사합의가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김여정 부부장이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특단의 대책을 예견하고 있다’고 한 것에 대한 국방부의 입장을 묻자 “군사합의가 한반도의 평화 안정에 기여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부 대변인은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측면에서도 남북 간의 합의에 따라서 준수되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지속적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 대변인은 또 북한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한-미연합훈련, 한-미연합지휘소훈련은 누차 말씀드렸듯이 연례적으로 실시해 온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우리 측은 북측의 우려 제기에 9·19 군사합의에 포함된 내용을 충분히 상기시키며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며 “북한도 한반도에서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 대화 호응 등 유연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게 국방의 입장”이라고 발했다.

부 대변인은 북한군 동향과 관련해선 “특별히 설명해 드릴 만한 특이동향은 식별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날 개인 담화를 내어 한-미연합훈련을 “공화국(북)을 겨냥한 침략적인 전쟁연습”이라고 강력 비난하고 9·19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 등을 거론하며 위협했다. 박병수 기자

CFO는 '코인마스터' … 비트코인 매수와 관련있는 듯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가 경영진의 공식 직함을 장난스럽게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15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이날부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직함을 '테슬라의 테크노킹'으로 바꾼다고 공시했다.

또 잭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마스터 오브 코인'이라는 새 직함을 얻게 됐다.

이러한 공식 직함과 무관하게 머스크와 커크혼은 계속 CEO와 CFO 직을 유지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테슬라는 어떤 이유로 머스크 CEO와 커크혼 CFO에게 이러한 직함을 추가했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CNBC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테슬라가 지난 1월 15억달러(약 1조7천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점이 커크혼 CFO의 새 직함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월 시가총액 8천억달러를 돌파했던 테슬라의 주가는 비트코인 매수 발표 후 비트코인 시세에 일정 부분 연동돼 가격이 출렁거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테슬라는 이날 별도 공시를 통해 제롬 길렌 자동차 부문 사장이 트럭 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밝혔다.

길렌 사장은 2017년 12월 프로토타입이 처음 공개된 세미트럭 개발 프로그램을 이끌 예정이다.

공시 발표에 따르면 길렌 사장은 지난해 테슬라 주식 8만2천주를 팔아 5천만달러(약 567억원)의 수익을 챙겼고, 대부분의 지분 매각은 최근 6개월 사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을 매도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30년새 출산 비중 0.9%서 1.2%로 껑충… 태아 · 산모 위험에 잇단 규제

한국, 증가율 3배 넘어 세계 최고, 출생아 절반 감소때 쌍둥이 30% 증가

 

 

1978년 세계 최초로 시험관아기를 탄생시킨 체외수정(IVF) 기술은 자연임신이 안 돼 애태웠던 난임부부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축복을 안겨다줬다. 첫 시험관아기가 탄생한 이후 40년 동안 이 기술 덕분에 생명을 얻은 아기가 800만명을 넘고, 이 기술을 개발한 의학자에겐 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주어졌다. 체외수정 기술은 시험관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한 뒤 배아를 자궁에 이식한다고 해서 시험관아기 시술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 기술은 또 다른 현상을 낳았다. 임신성공률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쌍둥이를 임신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요즘엔 주변에서 쌍둥이를 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전체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반면 쌍둥이는 오히려 늘어나는 나라도 있다. 한국이 그런 사례다. 한국의 출생아 수는 2000년 63만명에 2019년 30만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쌍둥이는 1만700명에서 1만4천명으로 30%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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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연간 166만쌍…신생아 42명 가운데 하나꼴

세계적인 저출산 고령화 추세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쌍둥이 붐이 역사적 정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크리스티안 몬덴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이 165개국의 1980~2015년 통계 등을 분석해 지난 12일 유럽인간생식발생학회의 국제학술지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쌍둥이 출산률은 30년새 0.9%에서 1.2%로 30% 이상 높아졌다. 신생아 수 기준으로 보면 전체의 2.4%가 쌍둥이다. 지구상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42명 가운데 한 명은 쌍둥이라는 얘기다.

한 해 태어나는 쌍둥이들이 1980~85년 연평균 116만5천쌍에서 2010~2015년엔 166만3천쌍으로 43%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 중 전체 출생 횟수는 연간 1억2880만에서 1억3860만으로 약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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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쌍둥이 아기 비율 4.6%…아프리카, 유전적 요인으로 쌍둥이 많아

연구진은 1980년대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쌍둥이 비율(출산 횟수 기준)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쌍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율이 아시아에선 32%, 북미에선 71%였다. 특히 한국의 경우 1980년대 초반 0.5%에서 2010년대 초반 1.54%로 증가율이 무려 3배에 이른다. 한국에서 첫 시험관 아기가 탄생한 해가 1985년인 점을 고려할 때 매우 가파른 증가세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한 2019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수에서 차지하는 쌍둥이 비율은 4.6%에 이른다. 이를 근거로 추정하면 현재 한국의 쌍둥이 출산 비율은 2%를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웃 중국과 일본도 이 기간 중 쌍둥이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증가율은 한국에 크게 못미친다. 일본은 같은 기간 0.61%에서 0.96%로, 중국은 0.65%에서 0.98%로 높아졌다.

시험관아기 시술이 활발하지 않은 아프리카에선 쌍둥이 비율에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서는 쌍둥이가 태어나는 비율이 매우 높아 현재 1.7%에 이른다. 몬덴 박사는 아프리카의 높은 쌍둥이 비중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전적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고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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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출산도 한 요인…30대 후반 산모 쌍둥이 비율 가장 높아

늘어난 쌍둥이 대부분은 이란성 쌍둥이다. 이란성 쌍둥이는 두 개의 난자와 두 개의 정자가 각기 수정해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걸 뜻한다. 따라서 이란성 쌍둥이는 동시에 태어났을 뿐, 서로 다른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

이란성 쌍둥이가 늘어나는 것은 난임부부들의 임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과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로 한 번에 두개 이상의 난자를 채취해 수정한 뒤 자궁에 이식하기 때문이다.

쌍둥이가 늘어나는 또 하나의 원인은 출산 연령의 고령화다. 선진국이나 중진국의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결혼 시기와 출산 시기도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난포자극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져 한 번에 두개의 난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의 경우 30대 후반(35~39살) 산모에게서 쌍둥이 비율이 6.9%로 가장 높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전 세계적인 쌍둥이 증가 현상은 체외수정의 영향이 고령출산에 의한 것보다 평균 3배 더 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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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보조생식 기술 규정 강화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우려할 점은 쌍둥이를 임신했을 경우 조산 및 저체중아 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점이다. 산모에게도 임신성 당뇨, 산후 우울증 등 임신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에선 모성 보호를 위해 2000년께부터 보조생식 기술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영국에선 불임 클리닉에서 체외수정 시 하나의 배아만 자궁에 이식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시험관아기 시술시 이식할 수 있는 배아 수를 최대 5개에서 3개로 제한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쌍둥이 비율은 선진국의 경우 2010~2015년에 정점을 찍고, 이후 10년 안에 하락세로 돌아섰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그 근거로 유럽에서 단일 배아 이식 횟수가 1990년대엔 10% 남짓이었으나 2017년엔 40%로 높아진 점을 들었다. 또 2개 이상의 배아를 이식하는 경우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55% 안팎이지만, 이 가운데 3개 이상 배아를 이식하는 사례는 감소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는 앞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이 얼마나 시행되느냐에 따라 상쇄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곽노필 기자

 

시상식서 한국가수 첫 단독 공연…한국계 앤더슨 팩 · 용재 오닐 수상

빌리 아일리시 등 본상 전원이 여성, 흑인인권 다룬 곡들도 상 휩쓸어

 

제6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단독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을 순간이동으로 오가는 듯한 무대였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선보인 단독무대는 앞서 사전시상식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이너마이트처럼 뜨거운 무대

방탄소년단은 그래미를 상징하는 ‘그라모폰’(초기 디스크 축음기) 구조물 앞에서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를 부르며 등장했다. 그라모폰 나팔관 안에서 춤추며 노래하던 이들이 무대 뒤 검은 커튼을 열고 들어가니 레드카펫이 깔린 그래미 포토월이 나왔다. 마치 그래미 시상식장에 있는 듯했다. 또 다른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 계단을 오르니 탁 트인 옥상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강과 서울 여의도 마천루 야경이 펼쳐졌다. 공연이 끝난 뒤 시상식 사회자 트레버 노아는 “여기 오고 싶지만 올 수 없어 한국 서울에 세트를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상을 줘야 한다”며 감탄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최고 권위 음악상인 그래미 시상식에서 단독공연을 선보인 건 한국 가수 최초다.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도 올랐으나 트로피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돌아갔다. 그럼에도 그래미는 이들의 높은 인기를 의식한 듯 시상식의 절정인 끝에서 두번째 공연자로 배치했다.

방탄소년단은 소속사를 통해 “그래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염원하던 단독공연까지 펼쳐 영광스럽다. 모두 아미 여러분 덕분이다. 다음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2019년 시상자로, 2020년 합동공연 멤버로, 올해 후보 및 단독공연으로 그래미와 가까워지는 단계를 잘 밟아왔다. 앞으로도 후보에 꾸준히 오르고 수상까지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검은 외침으로 가득한 시상식

시상식의 노른자라 할 수 있는 본상인 ‘올해의 레코드’는 빌리 아일리시(‘에브리싱 아이 원티드’), ‘올해의 앨범’은 테일러 스위프트(<포클로어>), ‘올해의 노래’는 허(‘아이 캔트 브리드’), ‘최우수 신인상’은 메건 디 스탤리언에게 돌아갔다. 전원 여성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눈여겨볼 지점은 지난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 전역으로 번진 흑인 인권 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에 대한 조명이다.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을 제목으로 한 허의 ‘아이 캔트 브리드’가 올해의 노래로 선정됐고, 흑인 행동주의에 연대를 표한 비욘세의 ‘블랙 퍼레이드’가 ‘최우수 아르앤비(R&B) 퍼포먼스’ 상을 받았다. 한국계 래퍼 앤더슨 팩은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담은 ‘록다운’으로 ‘베스트 멜로딕 랩 퍼포먼스’ 부문에서 수상했다. 래퍼 릴 베이비는 비엘엠 시위 기간 발표한 노래 ‘더 비거 픽처’ 무대에서 흑인이 백인 경찰에게 폭력적으로 제압당하는 장면과 분노에 찬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 등을 연출했다. 밴드 블랙 퓨마스도 인종차별을 다룬 노래 ‘컬러스’를 무대에서 선보였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이날 시상식은 컨벤션센터 근처 야외 세트에서 무관객으로 진행했다. 후보들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 채 수상자 호명을 기다렸다. 공연은 실내에서 진행하거나 미리 촬영한 영상을 트는 방식으로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공연장 관계자들이 시상자로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계 미국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사전시상식에서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먼털 솔로’ 상을 받았다.

 

BTS 그래미 수상 불발…그래도 희망을 봤다

레이디 가가 등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수상이 불발됐다.

그래미 상을 주관하는 미국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NARAS)는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제63회 그래미 시상식에 앞서 사전시상식(프리미어 세리머니)을 열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자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팝 장르 세부 시상 분야의 하나로, 듀오·그룹·컬래버레이션 형태로 팝 보컬이나 연주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음악가에게 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를 차지한 노래 ‘다이너마이트’로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타이니의 ‘운 디아’,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 등과 함께 이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대중가수가 그래미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이날 수상 불발로 미국 3대 음악상을 모두 받는 대기록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와 함께 미국 3대 음악상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각각 3년과 4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김영대 평론가는 “보수적인 그래미 선정위원들에게 방탄소년단은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이어서 불리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수상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이 워낙 훌륭하기도 했다”며 “그래도 방탄소년단이 2018년 그래미 뮤지엄 행사에 처음 초청받아 인터뷰를 했고, 2019년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 시상자로 섰고, 지난해 시상식 축하 공연을 한 데 이어, 올해는 후보에 오르고 단독 공연까지 했다는 건 그래미와 가까워지는 단계를 잘 밟아왔음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그래미 후보에 꾸준히 오르고 수상까지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전시상식에서 한국계 미국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먼털 솔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데이비드 앨런 밀러가 지휘하고 미국 알바니 심포니가 함께 연주한 테오파니디스의 비올라와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으로 영예를 안았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