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파키스탄 vs 미국-인도, 치열한 외교전

왕이 중 외교부장, 톈진서 탈레반 대표단 접견

“아프간 주권 존중”…“평화 · 재건 참여바란다”

 칸 파키스탄 총리 “미국이 아프간 망쳐놨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아프간 탈레반 지도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28일 톈진에서 만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톈진/AFP 연합뉴스

 

미군 철수 종료를 앞둔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싸고 중국-파키스탄과 미국-인도 간 외교전이 한창이다. 급속도로 장악력을 높이고 있는 탈레반 쪽은 대중국 밀착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29일 중국 외교부 발표를 종합하면, 왕이 외교부장은 전날 오후 톈진에서 탈레반의 2인자로 통하는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대표단을 접견했다. 바라다르는 아프간 평화회담 탈레반 쪽 수석대표다.

 

왕 부장은 이날 접견에서 “미군과 나토군 철수는 미국의 아프간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며 “아프간 인민이 평화와 발전을 위한 중요한 기회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은 아프간의 중요한 군사·정치 세력이며, 아프간의 평화와 화해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 주권과 영토를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왕 부장은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근거지로 하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에 대해 “중국의 국가안보와 영토보존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정한 테러단체”라며 “탈레반이 이 단체와 분명한 선을 긋고, 지역 안전과 평화 발전을 위한 장애물을 제거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바라다르는 “중국은 언제나 아프간 인민이 믿을 수 있는 좋은 친구”라며 “탈레반은 어떤 세력도 아프간 영토를 이용해 중국에 위해를 가하는 일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중국이 아프간 평화·재건 과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재건과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희망한다”며 “탈레반은 이를 위한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도 “지난 20년여 군사적 해법에만 골몰했던 미국이 아프간을 완전히 망쳐놨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전날 미 <피비에스>(PBS)와 한 인터뷰에서 “미국 철수 이후 아프간에서 내전이 벌어진다 해도, 기지 제공 등 미국에 협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칸 총리는 지난 2018년 집권 이후 일대일로 사업 참여 등 친중국 행보를 유지해왔다.

 

반면 미국과 인도는 탈레반을 겨냥한 ‘경고 발언’을 내놓으며, 공동전선 구축에 나선 모양새다. 전날 인도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수브르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평화롭고 안정된 아프간은 양국 공통 관심사”라며 “탈레반이 무력으로 정권을 장악한다면, 아프간은 ‘왕따 국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파키스탄과 각별한 탈레반 대신 아프간 정부만 상대해온 인도는 미군 철수 뒤 탈레반이 집권하면 지역 내에서 자국 영향력이 약화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후보 간담회 참석자만 11명

강성현 · 심동보 · 오승철 · 장기표 등 군소후보도

선관위 · 정당 후보 등록 기탁금만 총 6억원 소요

 

내년 3월9일에 실시될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설 예비 후보자 등록이 12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지난 12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마련된 접수처에서 후보들이 대선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29일 오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는 대선 경선 후보 간담회가 열립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는 후보자는 11명. 아직 당 밖에 있는 야권 대선주자 1위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을 제외하고도 이미 열 손가락을 넘어선 숫자입니다. ‘쩐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대선판. 너도나도 출마를 선언한 이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넘쳐나는 대선 후보들, 그들은 누구인가

 

국민의힘은 이날 경선 후보 간담회 행사에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태호·박진·윤희숙·하태경·홍준표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안상수·유승민 전 의원, 최재형 전 감사원장과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후보 등이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면면을 놓고 보면 정치 경력도 적지 않고, 유명세도 있는 분들인데요. 현역, 중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이들이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여론조사 지지율로 보면 1%대를 넘어서지 못한 후보들이 다수입니다. 지난 22일 전국지표조사 결과(조사 기간 19∼21일, 성인 1003명 대상,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를 보면 국민의힘 소속 대선주자 중 홍준표 의원이 4%로 가장 앞섰고, 최재형 전 원장(3%), 유승민 전 의원(2%), 황교안 전 대표(1%) 등이 조사 결과표에 이름을 올렸습니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정치권에선 ‘마의 5%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아쉬운 지지율을 받아들고도 후보들은 공약을 발표하고, 캠프를 꾸리고, 대선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아예 예상도 못했던 ‘군소후보’들도 이번엔 여럿 대선 경선에 참여할 뜻을 보였습니다. 지난 27일에는 국회 전시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누드 풍자화를 파손한 혐의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심동보(67) 해군 예비역 준장이 출마를 선언했고요. 지난 5일에는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이기도 한 ‘노동운동가’ 출신 장기표(76) 신문명정책연구원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먼저 후보 등록을 마친 이도 있습니다. 20대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국민의힘 소속 인물 중에선 직업을 “시장 상인”이라고 소개한 강성현(56)씨, 정치리더십연구회 회장이라고 소개한 오승철(64)씨가 그 주인공입니다. 무소속으로는 윤석열 전 총장과 함께 최대집(49)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김기천(62) 닥터김 대표 등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습니다.

 

대선후보 기탁금 선관위에만 3억원, 당에도 3억원인데…

 

공직선거법 제56조에는 선거 기탁금에 대한 내용이 적혀있습니다. 대선 기탁금 제도는 후보자 난립을 방지할 목적으로 1987년 처음 도입됐습니다. 처음엔 5천만원(무소속은 1억원)이던 기탁금이 1992년 3억원, 1997년 5억원으로 늘어났습니다. 그러던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는 “5억원의 기탁금은 대통령 선거 입후보예정자가 조달하기에 매우 높은 액수임이 명백하다”며 “개인에게 현저하게 큰 부담을 초래하고, 재산의 다과에 따라 공무담임권 행사 기회를 차별한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2011년 12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공직선거관계법심사소위에서 대통령 선거 기탁금을 3억원으로 내리기로 합의하면서 기탁금은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억’ 소리가 납니다. 이번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이들이 중앙선관위에 예비후보로 등록할 때는 기탁금 3억원의 20%를 내야 합니다. 윤 전 총장, 최 전 원장은 이미 ‘대선 출마’ 입장료로 6000만원을 썼습니다.

 

기탁금은 당선된 경우, 후보자가 사망한 경우,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을 득표한 경우에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유효투표 총수의 10% 이상, 15% 미만을 득표할 경우에는 기탁금의 절반만 돌려받게 됩니다. 본선에 진출한 후보들이 10% 벽을 넘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당에 소속돼 대선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당 기탁금도 추가로 내야 합니다. 국민의힘 경우엔 지난 27일 경선준비위원회 회의에서 경선 기탁금을 총 3억 원으로 책정했는데요. 주자들은 컷오프 단계별로 1억 원씩 내게 됩니다. 한 번에 3억원을 내는 것보다 후보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네요. 그래도 당 경선을 통해 대선에 출마하려면 기탁금만 6억원이 필요한 겁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비경선 1억원, 본경선 3억원 등 총 4억원을 내야 했습니다. 컷오프 전 정세균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통해 스스로 물러난 이광재 민주당 의원은 국민 면접, 티브이(TV) 토론회에 참석하는 값을 1억원을 쓴 셈이죠.

 

대통령 당선 말고 ‘다른 노림수’가 있다?

 

정치는 ‘쩐의 전쟁’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 알 것 같습니다. 출마하겠다는 의사만으로 수억 원씩 들어가는 대통령 선거에 너도나도 출마하려는 이유, 무엇일까요. 특히 20대 대통령 선거를 7개월여 앞둔 현재, 여야 모두 어느 때보다 후보 ‘풍년 상태’입니다.

 

돈 없인 엄두도 못 낼 대선에 출마하는 이들 중엔, 실제 당선 말고도 다른 ‘기대감’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대선 경선에 출마하는 일은 이름을 알리고, 인지도도 쌓고, 주요 정치인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죠. 특히 내년 6월엔 전국동시지방선거도 예정돼 있습니다. 한 번이라도 이름을 더 알려야 하는 정치인들에게 대선은, 솔깃한 이벤트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군소후보를 돕는 한 관계자에게 출마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의제를 알리기에 대선만큼 좋은 선거는 없다. 언론에 언급되고, 토론회를 하면서 인지도가 오르는 것에 비하면 기탁금은 큰 부담은 아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특히 20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후보가 넘쳐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를 두고 여야 모두 굳건한 ‘오너’가 없다는 점이 후보 숫자를 늘렸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춘추전국시대에 너도나도 출사표를 던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죠.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한겨레>에 “누구나 출마해 어느 정도의 리더십을 구축하면 당내 입지를 세울 수 있다는 생각이 출마를 독려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굵직한 ‘보스 정치인’보다 ‘스몰 리더십’이 주목받는 사회 분위기, 20·30세대 등 지지층의 분화와 변화, 다양한 요구들이 강하게 분출되면서 여러 주자가 도전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고 짚었습니다. 김미나 기자

‘조국 수사’의 오염된 증거가 말하는 것

● 칼럼 2021. 7. 30. 04:14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브레이디 판결’은 미란다 원칙을 정립한 ‘미란다 판결’(1966년)과 함께 형사절차의 현대적 원칙을 빚어낸 최고의 판결로 평가된다. 캐나다 대법원도 1991년 ‘국가는 피고인의 혐의 입증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법정에 제출할지 여부와도 상관없이, 수집된 모든 증거를 피고인 쪽에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캐나다 대법원은 “수사를 통해 얻은 정보는 유죄 판결을 얻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국민 모두의 소유물이다”라고 밝혔다.

 

 

박용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

 

A는 절도 혐의로 수사를 받는다.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다. 절도가 벌어진 시각에 다른 장소에서 파티에 참석하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알리바이를 증언해줄 사람을 찾지 못한다. 그러던 중 파티 참석자 한 명이 검찰에 와서 조사를 받는다. 파티에서 A를 봤다는 말을 잠깐 언급한다. 검사는 이 진술을 사건 기록에만 넣어두고 변호인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A를 기소한다.

 

미국에서는 검사의 이런 행위는 직권남용으로 위법이다. 검사는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하거나 형량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증거·증언을 확보했을 때 피고인 쪽에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는 1963년 연방대법원 판결(브레이디 판결)로 확립된 원칙이다. 이를 어겼을 때는 무죄가 선고되거나, 기존 검찰 쪽 증거를 배척하고 재판이 진행된다.

 

미국변호사협회의 윤리강령도 ‘검사는 무죄나 감경 사유가 되는 증거 및 정보를 얻었을 때는 지체 없이 변호인과 법원에 알려야 한다’고 규정한다. 검사도 한 명의 변호사로서 변호사협회의 규율을 받는 미국에서는 이 규정을 심각하게 위반할 경우 변호사 자격이 박탈돼 검사직을 잃을 수도 있다.

 

‘브레이디 판결’은 미란다 원칙을 정립한 ‘미란다 판결’(1966년)과 함께 형사절차의 현대적 원칙을 빚어낸 최고의 판결로 평가된다. 캐나다 대법원도 1991년 ‘국가는 피고인의 혐의 입증에 대한 유불리를 떠나, 법정에 제출할지 여부와도 상관없이, 수집된 모든 증거를 피고인 쪽에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캐나다 대법원은 “수사를 통해 얻은 정보는 유죄 판결을 얻기 위해서만 사용하는 국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용해야 할 국민 모두의 소유물이다”라고 밝혔다.

 

우리 대법원도 2002년 “검사가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발견하게 되었다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법원에 제출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도 제출해야 한다는 건 이렇게 문명국가의 보편적 형사절차 원칙으로 자리잡았다.

 

지난 2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부의 재판에서 나온 조 전 장관 딸 친구들의 증언을 보며 이 원칙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조 전 장관 딸 조아무개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가 허위라는 게 검찰의 기소 내용이고, 이와 관련해 2009년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 조씨가 참석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의 하나다. 이는 공범으로 기소된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도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세미나에서 조씨를 봤다는 여러 증언을 배척하고, 당시 세미나에 참석했던 조씨의 친구 박아무개·장아무개씨의 ‘현장에서 조씨를 본 기억이 없다’는 증언을 받아들여 유죄 이유로 삼았다. 정 교수는 세미나 장면을 찍은 동영상 속의 여학생이 딸 조씨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23일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박씨가 “검찰 조사에서 동영상을 보자마자 ‘저건 조씨다’라고 말했다”며 “검사가 ‘증거들을 보면 아니지 않겠느냐’고 질문해, ‘그럼 아닐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또 “명확하게 조씨를 그(세미나) 자리에서 봤다는 기억이 있다면 검사 질문에 ‘아니다, 조씨다’라고 말했겠지만, 10여년 전 상황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아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저건 조씨다’라는 진술과 ‘그 자리에서 봤다는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서로 모순되지 않는다. 같은 자리에 있었어도 보지 못했을 수 있다.

 

더구나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는지 여부’를 증명하는 데 있어, 당시 현장을 찍은 동영상 속 인물이 조씨인지 여부와 그 자리에서 조씨를 본 기억이 있는지 여부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명확하고 객관적인 증거인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전자라고 판단할 것이다. 그런데 검찰은 동영상을 ‘보자마자’ 나온 친구 박씨의 ‘저건 조씨다’라는 진술은 기록조차 남기지 않은 채, 검사의 추가 질문 끝에 나온 희석된 진술들만 증거로 제출했다. 박씨의 애초 진술을 변호인 쪽에 알려주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또다른 친구 장씨도 이번 재판에서 “동영상에서 확인된 여학생이 99% 조씨가 맞다”고 증언했다. 장씨는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현장에서 조씨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이 저는 없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조씨가) 아예 오지 않았다’라고 한 것”이라며 “저의 증오심과 적개심, 인터넷으로 세뇌된 삐뚤어진 마음, 즉 우리 가족이 너희를 도와줬는데 오히려 너희들 때문에 내 가족이 피해를 봤다라는 생각이 그날 보복적이고 경솔한 진술을 하게 한 것 같다”고 했다. 장씨는 조씨를 논문 제1저자로 등재한 단국대 장아무개 교수의 아들로, 장 교수는 검찰 조사를 받고 출국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조씨가 세미나에 참석했다는 진실을 덮은 것이 박씨나 장씨의 잘못은 아니라고 본다. 검찰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언도 객관적으로 다루는 공정한 태도를 지녔다면 이 사안은 기소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저건 조씨다’라는 진술이 기록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부터가 검찰의 객관성을 허문다.

 

조 전 장관 수사는 이 밖에도 여러 형사절차적 문제를 노정했다. 검찰이 주요 증거인 동양대 강사휴게실 피시(PC) 포렌식 결과를 일부만 선별 제출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는 또다른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의 제출 원칙’ 위반일 수 있다. 이 피시에서 증거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절차를 위반했다는 법원의 판단도 나온 바 있다.

 

이러한 문제는 조국 개인에 대한 비난과 옹호로 열뜬 논란에서 한발 떨어져 봐야 할 다른 차원의 사안이다.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형사절차의 원칙과 실행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씨와 장씨처럼 친구 부모의 수사·재판에서 사실대로 진술하는 게 어떤 이유로든 어려웠다면 그것은 문명사회의 형사절차가 아니다. 동영상이 증거로 남아 있는데 거기에 찍힌 인물이 조씨라는 기초적인 사실을 확인하는 데 결과적으로 2년 가까운 법정 공방이 필요했다는 이 비합리성을 어떻게 설명할 건가. 조 전 장관의 딸은 지난달 법정 증인으로 나와 “재판에 유리한 정보를 줄 수 있는 친구들도 연락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으로 형사절차가 객관성을 잃어버린다면 전근대적 여론재판과 다를 게 없다.

 

이럴 때 중요한 게 형사절차를 개시하고 끌고 가는 능동적 주체인 검사의 역할이다. 사회적 지탄을 받는 피고인일지라도 검사는 그와 대립하는 상대방의 위치에 머물지 말고 객관성과 공정성의 담지자가 돼야 한다. 그런 검찰의 역할에서 바로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의 제출 원칙’이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 속에서 검찰은 결과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수사를 하는 집단이고, 그 전형의 하나가 조 전 장관 수사였다.

 

이번에 박씨와 장씨의 ‘오염된 증언’이 바로잡힌 것은 조씨의 세미나 참석이라는 단편적 사실을 확인했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검찰이 이 사건 수사에 임한 태도의 문제점을 극명히 드러내줬다. 수사는 사냥에 비유되기도 하지만, 형사절차는 야수의 본능이 아닌 인간의 이성이 지배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두 젊은이의 고백적 증언은 조 전 장관 부부의 유무죄에 미치는 영향보다 아직 야만의 티를 벗지 못한 우리 형사사법제도의 현주소에 대한 경종으로 더 큰 울림을 준다.

 

자가 또는 부대서 1주일 휴식…11명은 '경증'이나 추가 판단 필요

음성 29명, 내달 3일 격리 해제… 8월 초부터 차례로 백신 접종

 

생활치료센터 들어가는 청해부대원 탑승 버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병원과 시설 등에서 격리 중이던 청해부대 34진 부대원 272명 중 261명이 완치 판정을 받고 이르면 오는 31일부터 가족 품으로 돌아간다.

 

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군 수송기를 타고 지난 20일 조기 귀국한 지 11일 만이다.

 

국방부는 29일 청해부대 34진 확진자 중 261명은 감염전파 우려가 없다는 의료진의 임상적 판단에 따라 오는 31일께 병원에서 퇴원하거나 시설에서 퇴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부대로 복귀하지 않고 간부와 병사 구분 없이 개인 희망에 따라 자가 또는 부대 시설에서 약 1주일간 휴식 기간을 갖게 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방역 당국 지침에 따라 완치 판정을 받은 261명은 추가 검사 없이 격리에서 해제된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확진자 11명은 국군수도병원(1명)과 국군대전병원(3명), 민간병원(2명), 국방어학원(5명)에 있는 인원으로, 모두 경증이지만 기침, 인후통 등의 증상이 있어 의료진이 오는 31일 퇴원(퇴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음성 판정을 받고 경남 진해 해군시설인 진남관에서 격리 중인 장병 29명은 다음 달 2일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음성이면 이튿날 격리에서 해제된다.

 

이들은 지난 26일 중간 PCR 검사에서 전원 음성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국방부는 "확진자 대부분은 20∼30대 젊은 연령층이며 환자 치료도 원활히 이뤄져 현재 위중한 환자는 없는 상황"이라며 "청해부대 34진 장병이 완치 후 정상적으로 임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정성껏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해부대 34진은 전체 부대원 301명 가운데 272명(90.4%)이 확진된 바 있다.

 

한편, 군 당국은 다음 달 초부터 청해부대 34진 부대원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방침이다. 음성 판정을 받고 격리된 29명은 다음 달 3일 격리 해제 직후, 오는 31일 퇴원하거나 퇴소하는 인원은 8월 둘째 주에 화이자 백신을 맞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