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저항 5만도시 서부 친주 민닷 상황 악화

"정글 대피 수천 명 음식 · 의약품 부족 심각"

 

미얀마군이 강경하게 진압에 나선 서부 친주 민닷 지역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발한 지 100일을 훌쩍 넘긴 가운데 사망자도 800명을 넘어섰다.

18일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까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이는 802명이었다.

체포·구금된 이의 숫자는 5천210명에 달했다.

 

미얀마 전역에서 유혈진압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군경이 공세를 집중하는 서부 친주의 민닷 지역의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군경은 대포와 자동화기 그리고 로켓추진수류탄 등 중화기를 동원해 사냥용 소총 등으로 맞서는 시민방위군 진압에 나서고 있다.

 

군경 총격에 집에 숨어있던 10세 소녀가 총탄에 맞아 위독한 상태라고 AAPP가 밝혔다.

군경은 또 민닷 시민들의 집이나 가게를 닥치는 대로 부수고 재산을 약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주민 수천 명이 정글로 피했지만, 음식이나 의약품은 물론 몸을 피할 대피 시설도 심각하게 부족한 상태라고 AAPP는 전했다.

 

AAPP는 인구가 약 5만명에 불과한 소도시를 상대로 군경이 이처럼 강경하게 폭력 진압에 나서는 이유와 관련, 다른 도시나 마을도 군사 정권에 대항하면 이런 처지가 될 것이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닷을 위해 기도한다는 미얀마 시민의 손팻말.[SNS 캡처]

 

한편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군부가 민닷을 장악한 뒤 이날 오전 물 공급을 끊었다고 민닷 주민이 전했다.

SNS에서는 군부의 이같은 야만적 폭력행위를 중단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해달라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유니세프 미얀마 지부는 성명을 내고 민닷 지역에 남아있는 모든 이들, 특히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의료 및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군부에 촉구했다.

"진정한 사과 · 용서 · 위로 통해 국민통합"  메시지

광주 국립 민주묘지서…코로나-19 고려 99명 참석

 

김부겸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 발전에 분수령을 이룬 5·18 정신을 기리는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18일 거행됐다.

기념식은 이날 오전 10시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국가보훈처 주관으로 열렸다.

기념식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김부겸 국무총리와 여야 지도부, 5·18 유공자 및 유족, 각계 대표 등 99명이 참석했다.

 

김 총리는 기념사에서 "화해와 용서는 지속적인 진상 규명과 가해자들의 진정한 사과, 살아있는 역사로서 '오월 광주'를 함께 기억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며 당사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과 가해자들의 사과를 촉구했다.

김 총리는 "광주에 투입됐던 공수부대원이 지난 3월 자신의 총격에 희생당한 고(故) 박병현 씨 유가족을 만나 사죄했다"며 "당사자와 목격자 여러분, 더 늦기 전에 역사 앞에 진실을 보여달라. 내란목적 살인죄를 저지른 핵심 책임자들도 진실을 밝히고 광주 앞에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이어 광주시민들이 군부 독재에 맞서 싸우는 미얀마 시민들을 응원하고 지난해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을 당시 가장 먼저 병상을 내주고 도움을 준 점을 언급하며 '오월 정신'을 강조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정의당 여영국 대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도 기념식장을 찾았다.

 

인원 제한으로 여당 대권 주자 등은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묘역을 참배했다.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들인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이 이날 오전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5·18 구묘역)을 참배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이날 오후 광주 동구청에서 기본소득지방정부협의회 소속 광주 5개 구청장과 간담회를 한 뒤 묘역을 참배했다.

 

올해 기념식 주제는 '우리들의 오월'로, 41년 전 광주의 오월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오월이라는 의미가 담겼다.

5월의 아픔에 대한 진정한 사과·용서·위로를 통해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그 정신을 전국화·세계화해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공연 1막 '광주의 오월'이 펼쳐지고 있다.

 

기념식은 헌화 및 분향, 국민의례, 경과보고, 기념공연(1막), 기념사, 기념공연(2막),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순으로 47분간 진행됐다.

1막 공연에서는 올해 41년 만에 사진이 발견된 고(故) 전재수 군과 5·18 당시 투사회보의 필경사로 활약한 고(故) 박용준 열사의 사연을 담은 영상이 상영됐다.

 

'기록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유네스코 기록물로 등재된 5·18 당시 일기 등을 활용한 독백 형식의 공연과 비올라 5중주의 '바위섬' 추모 연주가 이어졌다.

2막 공연에서는 미얀마 등 전 세계 민주주의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표현하는 영상이 상영됐다.

또,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 참가자인 바리톤 김주택과 합창단 시함뮤(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가 가수 송창식의 노래 '우리는'을 합창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왼쪽 두번째)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기념식은 여야 지도부와 참석자 전원이 일어나 주먹을 쥐고 손을 흔들며 5·18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것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5·18 기념일은 1980년 신군부의 폭압을 거부하고 민주화를 요구하며 일어났던 5·18민주화운동의 민주·인권·평화의 숭고한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1997년 5월 9일 제정됐다.

 

문대통령 "광주의 진실, 그 마지막 향해 다가간다"

진상규명·명예회복 강조…"미얀마에도 희망 되길"

        올해는 5·18 기념식 참석 대신 SNS 메시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2020년 5월 18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4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5·18 민주화운동 41주년인 18일 SNS에 글을 올려 "희망의 오월은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으로 열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인권유린과 폭력, 학살과 암매장 사건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다. 올해 3월에는 계엄군이 유족을 만나 직접 용서를 구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지난주에는 시민을 향해 기관총과 저격병까지 배치해 조준사격을 했다는 계엄군 장병들의 용기있는 증언이 전해졌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이렇게 우리는 광주의 진실, 그 마지막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문 대통령은 "시민군, 주먹밥, 부상자를 실어나르며 이웃을 지키고자 했던 마음이 민주주의"라며 "그 마음이 촛불을 지나 자랑스러운 민주주의가 되고 코로나를 극복하는 힘이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5·18 당시 손글씨로 광주시민 소식지인 '투사회보'를 만든 박용준 열사의 필체를 본뜬 '투사회보체'가 제작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계엄군의 총이 앗아간 그의 삶이 '박용준체'를 통해 우리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미래 세대들을 위한 오월의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오늘 미얀마에서 어제의 광주를 본다. 오월 광주와 '택시운전사'의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기자정신이 미얀마의 희망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며 "민주, 인권, 평화의 오월은 어제의 광주에 머물지 않고 내일로 세계로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2017년과 2019년, 5·18 40주년이었던 지난해까지 세 차례 광주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김부겸 총리 "오월 정신, 국민통합 정신으로 계승해야"

"완전한 진실 규명될 때까지 결코 포기 하지 않을 것"

 

김부겸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기념사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5·18 민주화운동 41주년인 18일 "오월 정신을 국민통합의 정신으로 계승해나가자"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기념사에서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서로를 믿고 의지한 오월 광주의 정신은 코로나19 위기를 맞고 있는 지금의 대한민국에 너무나 절실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지난해 대구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했을 당시 광주 시민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달빛 동맹'을 언급, "이곳에 분열과 갈등이 들어설 자리는 없다. 거짓으로 국민을 갈라놓는 일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아직도 찾지 못한 시신들, 헬기 사격, 발포책임자 규명 등 아직 밝혀내야 할 진실들이 많다"며 "대한민국은 '오월 광주'에 대한 완전한 진실이 규명될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18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1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김 총리는 "5·18민주화운동과 그 정신은 혼돈의 시대를 밝힌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라며 "민주주의를 열망하며 투쟁하고 있는 전 세계 시민들에게도 광주는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를 언급, "비단 미얀마뿐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서든 부정과 불의, 민주주의를 짓밟는 세력에 저항하는 모든 시민이 광주와 함께 반드시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NLD 의원 피살…'저항 운동' 시인 휘발유 테러 당해 숨져

같은 수치 이끌던 당 소속 의원도 군부에 체포돼

 

        피살된 NLD 소속 하원의원인 사이 깐 눈 [이라와디 사이트 캡처]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폭력중단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괴한에 의한 테러가 연일 발생해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17일 현지매체인 이라와디에 따르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하원의원인 사이 깐 눈이 지난 15일 오후 샨주의 코 야웅 마을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시뽀 지역에서 출마해 당선된 그는 피습 당시 여행중이었다.

아직까지 용의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뒤 NLD 소속 정치인을 대상으로 발생한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NLD 마궤 지역위원장과 17살된 조카딸이 군부와 연계된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들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군부에 의해 체포된 3명의 NLD 소속 정치인들도 구금중 사망한 바 있다.

 

괴한이 머리에 불을 질러 숨지게 한 시인 세인 윈. [SNS 캡처]

 

지난 14일 오후에는 중부 사가잉 지역의 몽유와에서 시인 세인 윈(60)이 괴한으로부터 휘발유 테러를 당해 숨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괴한은 윈의 머리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인뒤 달아났다.

윈은 즉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결국 숨졌다.

그는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몽유와에서 반군부 거리 시위에 참여했으며, 젊은 시위 지도자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정치범 석방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한명이 군부에 의해 추가로 구금됐다.

NLD 소속인 틴 민 투 의원이 이틀전 집에서 체포됐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에야와디주의 판타나우 지역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구금된 사람은 3천998명에 달한다.

 

미얀마군 포탄·자동소총에 시민군 19세기 엽총으로 맞서

 "정부군, 민닷서 인간방패 내세우고 민간인 조준 사격“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길어지면서 "스스로 목숨을 지키자"며 전국 곳곳에서 시민방위군과 자경단이 조직되고 있다.

정부군이 포탄·자동소총에 헬기·드론까지 띄워 시민군 토벌 작전을 벌이는 반면 시민들은 19세기 기술로 만든 조악한 사제총기로 맞서는 상황이다.

 

17일 이라와디 등 미얀마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정부군은 지난 15일 서부 친주 산악지역 민닷(Mindat) 지역을 포위하고 헬기를 투입한 공중작전과 지상 작전을 펼쳐 민간인 최소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또, 민닷 지역 시민군 8명이 숨지고, 20명 정도가 다쳤다.

 

약 2만명의 주민이 사는 민닷 지역은 쿠데타 발생 후 주민들이 시민군을 조직해 군경과 무력 충돌을 빚어왔다.

미얀마 군부는 민닷 지역에서 군경 사망자가 늘자 이달 13일 해당 지역에 계엄령을 내린 뒤 병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시민군 소탕 작전을 벌였다.

 

민닷 지역 시민군은 "군부가 포탄과 헬리콥터를 사용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는 바람에 민간인들을 구하기 위해 전술적으로 후퇴했다"고 발표했다.

친주의 인권단체(CHRO)는 "군인들은 민닷 지역을 공격하면서 민간인을 조준 사격하고, 인간방패로 내세우는 등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정부군은 민닷 지역 시내로 진입하면서 주민들을 무차별 검거한 뒤 최소 18명을 '인간 방패'로 내세웠고, 시민군들이 이들 때문에 반격할 수 없어 퇴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닷 지역 시민군은 16일 오전 정부군 150명을 수송하는 차량 9대를 공격하며 반격에 나섰다.

 

 사제 공기총으로 군경과 맞서는 미얀마 시위대 [AP=연합뉴스]

 

이처럼 시민군이 목숨을 걸고 정부군에 저항하고 있지만, 무기부터 차이가 크다.

시민군이 들고 싸우는 무기는 19세기 방식으로 집에서 만든 엽총, 사제폭탄뿐이지만 정부군은 기관총과 자동소총, 수류탄, 유탄발사기까지 동원해 진압하고 있다.

 

군경은 시민들의 무장 저항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싹을 잘라야 한다'는 전략으로 초기 진압에 집중했지만, 총을 드는 시민은 점점 늘고 있다.

 

칼레이 지역 시민군은 "우리는 제대로 된 무기가 없다. 대원 10명이 있다고 치면 6명만 사냥총, 공기총이 있고 나머지는 그마저 없다"며 "하지만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카니 지역 시민군은 "정부군과 맞붙은 날 우리 대원 중 일부는 공기총을, 나머지는 새총을 들고 있었다"며 "우리가 가진 공기총은 한 번 쏘고, 다시 장전해 쏘는데 3분이 더 걸린다. 재장전하는 동안 새총을 열심히 쏘긴 했지만, 약 4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증언했다.

 

민닷 지역 시민군 소탕 작전을 접한 양곤 주재 미국 대사관은 "군부는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 민간인에 대한 전쟁 무기 사용은 정권이 권력 유지에 얼마나 깊이 빠져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성명을 냈다.

AT&T, 3년만에 사실상 미디어시장 철수…합병회사 가치 171조원 추산

 

미국 최대 통신사 AT&T의 댈러스 본사 [AFP=연합뉴스]

 

미국 최대 통신사 AT&T의 콘텐츠 자회사 워너미디어와 케이블 TV 채널 사업자 디스커버리가 하나로 합쳐 스트리밍 시장에서 활로 모색에 나선다.

AT&T와 디스커버리는 17일 양사의 미디어 콘텐츠 자산을 통합하는 데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뉴욕타임스(NYT)와 CNBC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합의에 따라 AT&T는 워너미디어를 기업분할한 뒤 디스커버리와 합쳐 새로운 미디어 회사를 출범시킨다.

 

신생 상장회사의 가치는 부채를 포함해 최대 1천500억 달러(약 171조 원)에 이를 것으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추산했다.

AT&T는 이번 계약으로 현금과 부채를 합쳐 총 430억 달러(약 49조 원)를 받는다.

지난 2018년 워너미디어 전신인 타임워너를 인수할 때 지급한 850억 달러(약 97조 원)의 절반 수준이다.

 

콘텐츠 제작부터 유통까지 '수직계열화'하겠다는 의도로 타임워너를 인수한 AT&T는 케이블 채널에서 스트리밍 시장으로 급격히 이동하는 미디어 소비 행태를 따라잡지 못하다 3년 만에 사실상 발을 뺐다.

지난 3월 말 현재 AT&T의 순부채는 1천690억 달러(약 192조 원)로 금융기업들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수준이다.

 

워너미디어-디스커버리 합병회사를 이끌 데이비드 재슬라브 디스커버리 CEO [로이터=연합뉴스]

 

워너미디어와 디스커버리의 합병 작업은 2022년 중반에 마무리될 전망이고, 신생 합병회사의 지분 71%는 AT&T 주주들이, 나머지 29%는 디스커버리 주주들이 각각 보유한다.

합병회사는 데이비드 재슬라브 디스커버리 최고경영자(CEO)가 이끈다.

 

워너미디어는 케이블채널 CNN, HBO, 시네맥스, TNT, TBS와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러더스를 거느리고 있고, 디스커버리는 동명의 케이블채널과 애니멀플래닛, HGTV 등을 소유하고 있다.

워너미디어는 HBO맥스, 디스커버리는 디스커버리+라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각각 운영 중이지만 경쟁사들에 비하면 한 발 뒤처져 있다.

 

HBO맥스 구독자는 6천400만 명, 디스커버리+ 구독자는 1천500만 명으로 2억 명이 넘는 넷플릭스나 출범 1년여 만에 1억 명을 돌파한 디즈니+에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이번 합병은 AT&T가 '리얼리티 TV 제국'인 디스커버리와 미디어 자산을 결합함으로써 넷플릭스와 디즈니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사업체를 만들려는 취지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분석했다.

 

재슬라브 디스커버리 CEO는 "이처럼 역사적인 브랜드, 세계적인 수준의 언론매체, 상징적인 프랜차이즈를 한 지붕 아래 통합하게 돼 너무나 신이 난다"며 양사의 미디어 자산이 "함께 함으로써 더 가치 있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새 회사는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뉴스, 스포츠까지 통합 제공함으로써 넷플릭스, 디즈니+와 차별화할 수 있다고 재슬라브 CEO는 자신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HBO '왕좌의 게임' 벽화 앞에서 사진 찍는 한 주민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