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는 '코인마스터' … 비트코인 매수와 관련있는 듯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미국 전기차회사 테슬라가 경영진의 공식 직함을 장난스럽게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는 15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이날부터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직함을 '테슬라의 테크노킹'으로 바꾼다고 공시했다.

또 잭 커크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마스터 오브 코인'이라는 새 직함을 얻게 됐다.

이러한 공식 직함과 무관하게 머스크와 커크혼은 계속 CEO와 CFO 직을 유지한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테슬라는 어떤 이유로 머스크 CEO와 커크혼 CFO에게 이러한 직함을 추가했는지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CNBC방송과 블룸버그통신 등은 테슬라가 지난 1월 15억달러(약 1조7천억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수했다는 점이 커크혼 CFO의 새 직함과 관련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월 시가총액 8천억달러를 돌파했던 테슬라의 주가는 비트코인 매수 발표 후 비트코인 시세에 일정 부분 연동돼 가격이 출렁거리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테슬라는 이날 별도 공시를 통해 제롬 길렌 자동차 부문 사장이 트럭 부문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밝혔다.

길렌 사장은 2017년 12월 프로토타입이 처음 공개된 세미트럭 개발 프로그램을 이끌 예정이다.

공시 발표에 따르면 길렌 사장은 지난해 테슬라 주식 8만2천주를 팔아 5천만달러(약 567억원)의 수익을 챙겼고, 대부분의 지분 매각은 최근 6개월 사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을 매도한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30년새 출산 비중 0.9%서 1.2%로 껑충… 태아 · 산모 위험에 잇단 규제

한국, 증가율 3배 넘어 세계 최고, 출생아 절반 감소때 쌍둥이 30% 증가

 

 

1978년 세계 최초로 시험관아기를 탄생시킨 체외수정(IVF) 기술은 자연임신이 안 돼 애태웠던 난임부부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축복을 안겨다줬다. 첫 시험관아기가 탄생한 이후 40년 동안 이 기술 덕분에 생명을 얻은 아기가 800만명을 넘고, 이 기술을 개발한 의학자에겐 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주어졌다. 체외수정 기술은 시험관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한 뒤 배아를 자궁에 이식한다고 해서 시험관아기 시술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 기술은 또 다른 현상을 낳았다. 임신성공률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쌍둥이를 임신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요즘엔 주변에서 쌍둥이를 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전체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반면 쌍둥이는 오히려 늘어나는 나라도 있다. 한국이 그런 사례다. 한국의 출생아 수는 2000년 63만명에 2019년 30만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쌍둥이는 1만700명에서 1만4천명으로 30%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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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연간 166만쌍…신생아 42명 가운데 하나꼴

세계적인 저출산 고령화 추세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쌍둥이 붐이 역사적 정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크리스티안 몬덴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이 165개국의 1980~2015년 통계 등을 분석해 지난 12일 유럽인간생식발생학회의 국제학술지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쌍둥이 출산률은 30년새 0.9%에서 1.2%로 30% 이상 높아졌다. 신생아 수 기준으로 보면 전체의 2.4%가 쌍둥이다. 지구상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42명 가운데 한 명은 쌍둥이라는 얘기다.

한 해 태어나는 쌍둥이들이 1980~85년 연평균 116만5천쌍에서 2010~2015년엔 166만3천쌍으로 43%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 중 전체 출생 횟수는 연간 1억2880만에서 1억3860만으로 약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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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쌍둥이 아기 비율 4.6%…아프리카, 유전적 요인으로 쌍둥이 많아

연구진은 1980년대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쌍둥이 비율(출산 횟수 기준)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쌍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율이 아시아에선 32%, 북미에선 71%였다. 특히 한국의 경우 1980년대 초반 0.5%에서 2010년대 초반 1.54%로 증가율이 무려 3배에 이른다. 한국에서 첫 시험관 아기가 탄생한 해가 1985년인 점을 고려할 때 매우 가파른 증가세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한 2019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수에서 차지하는 쌍둥이 비율은 4.6%에 이른다. 이를 근거로 추정하면 현재 한국의 쌍둥이 출산 비율은 2%를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웃 중국과 일본도 이 기간 중 쌍둥이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증가율은 한국에 크게 못미친다. 일본은 같은 기간 0.61%에서 0.96%로, 중국은 0.65%에서 0.98%로 높아졌다.

시험관아기 시술이 활발하지 않은 아프리카에선 쌍둥이 비율에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서는 쌍둥이가 태어나는 비율이 매우 높아 현재 1.7%에 이른다. 몬덴 박사는 아프리카의 높은 쌍둥이 비중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전적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고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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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출산도 한 요인…30대 후반 산모 쌍둥이 비율 가장 높아

늘어난 쌍둥이 대부분은 이란성 쌍둥이다. 이란성 쌍둥이는 두 개의 난자와 두 개의 정자가 각기 수정해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걸 뜻한다. 따라서 이란성 쌍둥이는 동시에 태어났을 뿐, 서로 다른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

이란성 쌍둥이가 늘어나는 것은 난임부부들의 임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과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로 한 번에 두개 이상의 난자를 채취해 수정한 뒤 자궁에 이식하기 때문이다.

쌍둥이가 늘어나는 또 하나의 원인은 출산 연령의 고령화다. 선진국이나 중진국의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결혼 시기와 출산 시기도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난포자극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져 한 번에 두개의 난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의 경우 30대 후반(35~39살) 산모에게서 쌍둥이 비율이 6.9%로 가장 높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전 세계적인 쌍둥이 증가 현상은 체외수정의 영향이 고령출산에 의한 것보다 평균 3배 더 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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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보조생식 기술 규정 강화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우려할 점은 쌍둥이를 임신했을 경우 조산 및 저체중아 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점이다. 산모에게도 임신성 당뇨, 산후 우울증 등 임신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에선 모성 보호를 위해 2000년께부터 보조생식 기술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영국에선 불임 클리닉에서 체외수정 시 하나의 배아만 자궁에 이식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시험관아기 시술시 이식할 수 있는 배아 수를 최대 5개에서 3개로 제한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쌍둥이 비율은 선진국의 경우 2010~2015년에 정점을 찍고, 이후 10년 안에 하락세로 돌아섰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그 근거로 유럽에서 단일 배아 이식 횟수가 1990년대엔 10% 남짓이었으나 2017년엔 40%로 높아진 점을 들었다. 또 2개 이상의 배아를 이식하는 경우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55% 안팎이지만, 이 가운데 3개 이상 배아를 이식하는 사례는 감소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는 앞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이 얼마나 시행되느냐에 따라 상쇄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곽노필 기자

 

시상식서 한국가수 첫 단독 공연…한국계 앤더슨 팩 · 용재 오닐 수상

빌리 아일리시 등 본상 전원이 여성, 흑인인권 다룬 곡들도 상 휩쓸어

 

제6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단독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로스앤젤레스와 서울을 순간이동으로 오가는 듯한 무대였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선보인 단독무대는 앞서 사전시상식에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을 수상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이너마이트처럼 뜨거운 무대

방탄소년단은 그래미를 상징하는 ‘그라모폰’(초기 디스크 축음기) 구조물 앞에서 히트곡 ‘다이너마이트’를 부르며 등장했다. 그라모폰 나팔관 안에서 춤추며 노래하던 이들이 무대 뒤 검은 커튼을 열고 들어가니 레드카펫이 깔린 그래미 포토월이 나왔다. 마치 그래미 시상식장에 있는 듯했다. 또 다른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와 계단을 오르니 탁 트인 옥상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강과 서울 여의도 마천루 야경이 펼쳐졌다. 공연이 끝난 뒤 시상식 사회자 트레버 노아는 “여기 오고 싶지만 올 수 없어 한국 서울에 세트를 만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상을 줘야 한다”며 감탄했다.

방탄소년단이 미국 최고 권위 음악상인 그래미 시상식에서 단독공연을 선보인 건 한국 가수 최초다. 한국 대중가수 최초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도 올랐으나 트로피는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돌아갔다. 그럼에도 그래미는 이들의 높은 인기를 의식한 듯 시상식의 절정인 끝에서 두번째 공연자로 배치했다.

방탄소년단은 소속사를 통해 “그래미 후보에 오른 데 이어 염원하던 단독공연까지 펼쳐 영광스럽다. 모두 아미 여러분 덕분이다. 다음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2019년 시상자로, 2020년 합동공연 멤버로, 올해 후보 및 단독공연으로 그래미와 가까워지는 단계를 잘 밟아왔다. 앞으로도 후보에 꾸준히 오르고 수상까지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검은 외침으로 가득한 시상식

시상식의 노른자라 할 수 있는 본상인 ‘올해의 레코드’는 빌리 아일리시(‘에브리싱 아이 원티드’), ‘올해의 앨범’은 테일러 스위프트(<포클로어>), ‘올해의 노래’는 허(‘아이 캔트 브리드’), ‘최우수 신인상’은 메건 디 스탤리언에게 돌아갔다. 전원 여성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눈여겨볼 지점은 지난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미 전역으로 번진 흑인 인권 운동 ‘블랙 라이브스 매터’(BLM·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에 대한 조명이다.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을 제목으로 한 허의 ‘아이 캔트 브리드’가 올해의 노래로 선정됐고, 흑인 행동주의에 연대를 표한 비욘세의 ‘블랙 퍼레이드’가 ‘최우수 아르앤비(R&B) 퍼포먼스’ 상을 받았다. 한국계 래퍼 앤더슨 팩은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메시지를 담은 ‘록다운’으로 ‘베스트 멜로딕 랩 퍼포먼스’ 부문에서 수상했다. 래퍼 릴 베이비는 비엘엠 시위 기간 발표한 노래 ‘더 비거 픽처’ 무대에서 흑인이 백인 경찰에게 폭력적으로 제압당하는 장면과 분노에 찬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 등을 연출했다. 밴드 블랙 퓨마스도 인종차별을 다룬 노래 ‘컬러스’를 무대에서 선보였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이날 시상식은 컨벤션센터 근처 야외 세트에서 무관객으로 진행했다. 후보들은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를 한 채 수상자 호명을 기다렸다. 공연은 실내에서 진행하거나 미리 촬영한 영상을 트는 방식으로 선보였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규모 공연장 관계자들이 시상자로 나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계 미국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사전시상식에서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먼털 솔로’ 상을 받았다.

 

BTS 그래미 수상 불발…그래도 희망을 봤다

레이디 가가 등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수상이 불발됐다.

그래미 상을 주관하는 미국레코딩예술과학아카데미(NARAS)는 1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제63회 그래미 시상식에 앞서 사전시상식(프리미어 세리머니)을 열어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자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는 팝 장르 세부 시상 분야의 하나로, 듀오·그룹·컬래버레이션 형태로 팝 보컬이나 연주에서 뛰어난 예술적 성취를 거둔 음악가에게 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를 차지한 노래 ‘다이너마이트’로 제이 발빈·두아 리파·배드 버니·타이니의 ‘운 디아’, 저스틴 비버와 퀘이보의 ‘인텐션스’,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레인 온 미’, 테일러 스위프트와 본 이베어의 ‘엑사일’ 등과 함께 이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대중가수가 그래미 후보에 오른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이날 수상 불발로 미국 3대 음악상을 모두 받는 대기록은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그래미와 함께 미국 3대 음악상으로 꼽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와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각각 3년과 4년 연속 수상한 바 있다.

김영대 평론가는 “보수적인 그래미 선정위원들에게 방탄소년단은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이어서 불리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방탄소년단을 제치고 수상한 레이디 가가와 아리아나 그란데의 음악이 워낙 훌륭하기도 했다”며 “그래도 방탄소년단이 2018년 그래미 뮤지엄 행사에 처음 초청받아 인터뷰를 했고, 2019년 그래미 시상식 무대에 시상자로 섰고, 지난해 시상식 축하 공연을 한 데 이어, 올해는 후보에 오르고 단독 공연까지 했다는 건 그래미와 가까워지는 단계를 잘 밟아왔음을 의미한다. 앞으로도 그래미 후보에 꾸준히 오르고 수상까지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사전시상식에서 한국계 미국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은 ‘베스트 클래시컬 인스트루먼털 솔로’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데이비드 앨런 밀러가 지휘하고 미국 알바니 심포니가 함께 연주한 테오파니디스의 비올라와 챔버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으로 영예를 안았다. 서정민 기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감독·피디들, “내가 만난 윤여정“

                       
   ‘여배우들’ 이재용-“연륜에서 나오는 유머 매력적”
    ‘바람난 가족’ 임상수-“나이 상관없이 새로운 도전”
     ‘네멋…’ 박성수-“리액션 유연해 상대 배우 살려”
      ‘장수상회’ 강제규-“후배 꾸짖어도 뒤끝은 없어”
       ‘찬실이는…’ 김초희-“영화 포기 않도록 이끌어줘”


      윤여정 “교포2세 영화 참여 보람…모든 것에 감사”

 

                  배우 윤여정. 후크엔터테인먼트 제공

 

“매니저는 울었지만 나는 (멍해져서) 울지 않았다. (자가격리로) 매니저와 둘이서만 자축하려 하는데, 매니저는 술을 못 해서 나 혼자 마셔야겠다. 매니저는 내가 술 마시는 걸 구경만 할 거다.”

윤여정답게 솔직하고 유쾌한 소감이다. 그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티브이(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촬영차 방문한 캐나다에서 15일 한국으로 돌아온 지 한시간 만에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 지명 소식을 접했다. 그리고 이런 소감을 남겼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윤여정은 감정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툭툭 던지는 촌철살인의 말로 상대를 무장해제시키고 웃게 만든다. 과거엔 다소 까칠하고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했지만, 나영석 피디의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 <윤식당> <윤스테이> 등을 통해 정감 있고 유머 넘치는 면모가 알려지면서 젊은층에도 친숙한 이미지로 바뀌었다.

                 영화 <여배우들> 스틸컷. 쇼박스 제공

이런 참모습을 일찍이 알아본 이들이 영화감독이다. 이재용 감독은 2008년 윤여정을 처음 만났다. 이 감독은 “개인적으로 팬이었는데, 실제 만나보니 나를 포함해 사람들이 그분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세월과 연륜에서 나오는 촌철살인 유머가 흥미로웠어요. 이런 매력을 사람들과 나눠야겠다 해서 기획한 영화가 <여배우들>(2009)이었죠.” 세대별 여성 배우 6명이 모여 명확한 대본 없이 즉흥 연기를 펼치는 페이크 다큐는 윤여정에게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하지만 흔쾌히 수락했고 즐겁게 작업했다.

윤여정의 도전정신은 일찌감치 빛났다. 임상수 감독은 <바람난 가족>(2003)의 바람난 시어머니 역에 윤여정을 캐스팅했다. “다른 배우들은 ‘캐릭터가 너무 세다’며 거절했지만, 윤 선생님은 ‘재밌을 것 같다’며 수락하셨어요. 이후 <하녀> <돈의 맛> 등 파격적인 작품도 선뜻 출연하셨죠. 저는 그분을 ‘젊다’고 표현하고 싶어요. 나이와 상관없이 새로운 것, 안 해봤던 것, 잘 알지 못해도 감독을 믿고 가보는 것에 대한 모험정신이 살아 있거든요.”

                 영화 <하녀> 스틸컷. 싸이더스 제공

촬영장에서도 그는 상대를 배려하고 유머를 잃지 않는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2002) 등을 함께한 박성수 전 문화방송 피디는 “상대 연기에 따라 유연하게 리액션함으로써 상대 배우를 살아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영화 <장수상회>(2015)를 함께 작업한 강제규 감독도 “대선배님이시다 보니 저나 스태프들이 부담 갖고 긴장했는데, 농담도 하고 먹을 걸 싸와 나눠주며 편안하게 해주셨다. 후배 연기자가 늦거나 실수할 땐 따끔하게 꾸짖기도 하지만, 뒤끝 없이 툭 털어낸다”고 전했다.

1980년대 중반 가수 조영남과 이혼한 뒤 생계를 위해 연기를 다시 시작한 윤여정은 훗날 인터뷰에서 “살아가기 위해 목숨 걸고 연기했다. 아이를 키워내야 해 말도 안 되게 죽는 역할, 막장극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자식 키우는 일에서 해방된 60살 이후에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고 싶은 작품만 골라 출연하고 있다. 임상수, 이재용, 홍상수 등 한번 인연을 맺은 감독과 계속 작업하는 경향이 짙다.

                  영화 <죽여주는 여자> 스틸컷. 씨지브이아트하우스 제공

이재용 감독의 <죽여주는 여자>(2016)에서 노인을 상대로 성을 파는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한 것도 그래서다. 이 감독은 평소 윤여정과 대화를 나누며 나이듦과 죽음에 대해 곱씹으며 영화를 구상했다. 파격적인 주제에다 저예산 영화여서 망설일 법도 했지만, 윤여정은 감독을 믿고 또 한번 도전에 나섰다. 그 결과 국내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는 성과를 이뤘다.

“60살 넘으면서부터 웃고 살기로 했어. 전에는 생계형 배우여서 작품을 고를 수 없었는데, 이젠 좋아하는 사람들 영화에는 돈 안 줘도 출연해. 마음대로 작품을 고르는 게 내가 누릴 수 있는 사치야.” 윤여정이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의 김초희 감독에게 해줬다는 말이다. 홍상수 감독 영화의 프로듀서로 처음 윤여정과 인연을 맺은 김 감독은 “처음엔 서먹했다가 선생님께 밥을 해드리고 함께 식사하면서 가까워졌다. 내가 영화를 그만두려 할 때도 포기하지 않도록 이끌어주셨다”고 말했다. 윤여정은 김 감독의 단편 <산나물 처녀>(2016)에 이어 장편 데뷔작 <찬실이는…>에도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스틸컷. 찬란 제공

윤여정의 이런 태도는 <미나리>로 이어졌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이인아 프로듀서의 소개로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의 진심을 느끼고는 열악한 환경인 줄 알면서도 흔쾌히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그 결과 예상도 못 한 오스카 후보 지명을 받았다. 윤여정은 16일 소속사를 통해 이런 소감을 전했다. “교포 2세들이 만드는 작은 영화에 힘들지만 보람 있게 참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쁜 순간을 맞이하게 됐네요. 영화 시나리오를 전해주고 감독을 소개해주고 책임감으로 오늘까지도 함께해주는 제 친구 이인아 피디에게 감사합니다. 사람이 여유가 생기면 감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유가 없을 땐 원망을 하게 되지요. 제가 여유가 생겼나 봅니다. 지나온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네요.” 서정민 기자

 

윤여정, 한국배우 첫 아카데미 후보… ‘미나리’ 6개 부문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스티븐 연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 판씨네마 제공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미국 최고 귄위의 영화상인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그가 출연한 영화 <미나리>는 작품상, 감독상 등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아카데미상을 주관하는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15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를 발표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마리야 바칼로바(<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 올리비아 콜먼(<더 파더>), 어맨다 사이프리드(<맹크>), 글렌 클로스(<힐빌리의 노래>) 등과 함께 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감독상 등 4개 부문 상을 받고,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이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오른 바 있지만, 한국 배우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윤여정은 재미동포 리 아이작 정(한국 이름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영화 <미나리>에서 1980년대 미국 아칸소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손주들을 돌보러 한국에서 온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미나리>는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등 미국 안팎에서 90개의 영화상 트로피를 받았는데, 이 가운데 32개가 윤여정의 연기상이다.

<버라이어티> <골드더비> 등 미국 주요 매체의 아카데미 시상식 예측에서 윤여정은 올리비아 콜먼과 여우조연상 부문 1·2위를 다투고 있어 수상 기대감을 높인다. 만약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는다면 한국 배우로서 최초의 영예이며, 아시아계 배우로선 1957년 <사요나라>의 일본계 미국인 배우 우메키 미요시 이후 두번째다.

<미나리>는 또 작품상(프로듀서 크리스티나 오), 감독상·각본상(리 아이작 정),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음악상(에밀 모세리)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건 지난해 <기생충>과 같은 기록이다.

이와 함께 재미동포 에릭 오 감독이 연출한 한국 제작 애니메이션 <오페라>도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다. 에릭 오 감독은 픽사스튜디오에서 <도리를 찾아서> <인사이드 아웃> 등에 참여한 애니메이터로, 개인 단편 작품들로 세계 여러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수상한 바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4월25일 열린다. 서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