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의 남북관계 조망

 

1991년 7월 노태우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테니스를 치고 있다. 6개월 뒤인 1992년 1월6일 부시 대통령은 서울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한테 ‘북한이 핵무기 개발 포기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보일 때까지 한국은 북한과 협상을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조용히 경고”했다고 당시 외무장관 이상옥은 증언했다.

 

‘북핵 문제’란 비대칭 탈냉전기 북한의 위험천만한 생존전략 탓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소련이 사라진 동북아에서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며 ‘잠재적 지역 패권국’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필요한 ‘북한 악마화’와 더불어 남북관계를 제어할 목적으로 동북아 국제정치에 깊이 심어놓은 ‘트로이 목마’이기도 하다.

 

1991년 9월27일 오후 8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텔레비전에 나와 “세계 각지에 배치된 미국의 지상·해상 발사 전술핵무기를 모두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소련의 상응 조처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지 않은, 패권국 미국의 전례 없는 일방적 행동 계획이었다. 놀란 건 저녁 식탁을 물리고 나른한 행복감에 빠져들던 미국 사람들만이 아니다.

 

북한은 바로 다음날 “미국이 실지로 남조선에서 핵무기를 철수하게 되면 우리의 핵담보협정(국제원자력기구 핵안전조처협정) 체결의 길도 열리게 될 것”이라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으로 화답했다.

 

부시의 이 발표는 1990년대 초 비대칭 탈냉전 시기 남-북, 한-미, 북-미 양자관계에 연쇄 반응을 일으켜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남·북·미 삼각관계’를 성립·작동시킨 역사적 원점 구실을 했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을 몰고 온다는 카오스 이론의 비유처럼.

 

발표의 직접적 원인은 한달 전 소련 보수파의 쿠데타다. 그들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 겸 공산당 서기장을 흑해 연안 크림반도 포로스 별장에 50시간 동안 감금했다. ‘사흘 천하’로 막을 내린 이 쿠데타는 휘청이던 소련을 연방 해체의 낭떠러지로 떠민 결정타가 됐다. 미국의 전략가들은 소련의 핵무기가 ‘불량국가’ 등에 흘러드는 악몽의 현실화를 막으려 ‘전술핵무기 일방 철수’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부시 회견 여드레 뒤인 10월5일 고르바초프는 “전술핵무기 폐기를 포함한 광범위한 감축 조처를 취하겠다”고 화답했다.

 

30년 전 일을 새삼스레 꺼낸 까닭은, 부시가 ‘세계 전술핵무기 철수 발표’와 별도로 지시한 한반도 관련 ‘극비 명령’ 때문이다. 한국에 있는 40개 남짓한 포병용 더블유(W)-33 포탄과 함정용 전술핵무기는 물론, 군산 공군기지의 에프(F)-16기에 장착한 60여기의 비(B)-61 핵탄두를 제거·철수시키라는 명령이다. 공군의 전술핵무기는 당시 주한미군 핵전력의 알짬인데다, 애초 부시가 철수 지시를 한 ‘지상·해상 발사 전술핵무기’가 아니다. ‘북의 우호적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유인책이었다.

 

북은 부시 회견 얼마 뒤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4차 남북고위급회담(1991년 10월22~25일)에서 ‘긴급제안’이라며 ‘조선반도의 비핵지대화에 관한 선언(초안)’을 내놨다. 북쪽 단장 연형묵 정무원 총리는 1·2차 회담에서 “미군과 그의 핵무기 철수”를 언급했으나 정작 3차 회담 때 내놓은 ‘북남 불가침과 화해협력에 관한 선언(초안)’에선 주한미군 핵무기 철수를 요구하지 않은 터다. 1~3차 회담에서 핵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지 않던 북의 이 ‘긴급제안’은 이례적이었다. “남조선 배치 핵무기가 완전 철수되면 핵사찰에 응하겠다”는 연형묵의 4차 회담 발언은, 부시의 ‘전술핵무기 철수’ 발표를 기정사실화하려는 회담 전략 전환이라 할 수 있다.

 

남쪽 수석대표인 정원식 총리는 4차 회담에서 “귀측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고 모든 핵물질과 시설에 대한 국제기구의 사찰을 무조건 받아들여야 한다”고 짚었다. 하지만 정원식의 A4용지 11쪽 분량 기조연설문에서 ‘북한 핵문제’ 관련 언급은 세 문장 아홉 줄이 전부다. 핵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언급한 정도에 그친 셈이다. 남이 ‘한반도 비핵화 등에 관한 공동선언(초안)’을 ‘긴급제안’으로 제시해 북의 핵문제 회담 의제화 전략에 적극 호응한 시점은 1991년 12월10일 서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5차 회담 첫날 전체회의였다.

 

남은 4차 회담 이전엔 ‘핵문제’의 의제화를 애써 피했다. 1~3차 회담 수석대표인 강영훈 총리의 기조연설문엔 “핵”이라는 단어가 아예 없다. 남이 1~3차 회담에서 ‘핵문제’의 의제화를 회피한 데에는, 긴급현안이 아니라는 판단과 함께 이를 전면에 내세우면 남북관계 진전이 어려우리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다고 이상옥 당시 외무장관은 회고록(<전환기의 한국외교>, 420쪽)에 적었다.

 

노태우 정부가 4차 회담부터 ‘핵문제’를 의제로 다룬 데에는 “요청”이라는 외교적 수사로 포장된 미국의 집요한 압박이 있었다. 폴 울포위츠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1991년 5월10~12일), 로널드 리먼 국무부 군축처장(1991년 6월4~6일) 등이 잇따라 방한해 ‘재처리시설 포기 확약’ 등 핵문제를 남북고위급회담 의제로 다루라고 압박한 것이다.

 

부시의 ‘전술핵무기 철수’ 명령과 4~5차 고위급회담 때 남북의 회담 전략 전환을 동력으로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그 뒤 30년째 한반도의 평화와 8천만 시민·인민의 삶을 인질로 잡을 ‘핵문제’가 그렇게 한반도의 자궁에 똬리를 틀었다.

 

남북은 5차 고위급회담 직후 ‘핵문제 협의 대표접촉’(1991년 12월26·28·31일, 판문점)을 벌였고, 12월31일 3차 접촉 때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유엔 동시·분리 가입과 ‘남북기본합의서’ 체결에 이어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1991년을 희망차게 마무리한 것이다.

 

그런데 남북은 ‘비핵화 공동선언’에서 국제비확산체제가 요구하는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자기 포박’을 확약했다. “핵무기의 시험, 제조, 생산, 접수, 보유, 저장, 배비,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1항)에 더해 “핵재처리시설과 우라늄농축시설을 보유하지 아니한다”(3항)고 선언한 것이다. 핵재처리·우라늄농축시설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목적 이용”(2항)에도 필요한 것이라, ‘핵무기의 비확산에 관한 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안전조처협정’도 금지하지 않은 시설이다. 당시 남북이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에 중대 난관을 초래할 재처리·농축 시설 포기를 공개 선언한 게 ‘비핵평화’라는 숭고한 가치 때문은 아니다. ‘미국의 압력’이 가장 큰 요인이고, 이를 뿌리치지 못한 노태우 정부, ‘워싱턴(북-미 관계 정상화)으로 가는 길’을 어떻게든 뚫으려 한 북의 양보가 두루 뒤엉킨 전략적 선택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우리가 재처리시설을 갖겠다고 하면 한-미 동맹 관계가 깨지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었다고 회고록(<노태우 회고록> 하권, 371쪽)에 적어, 재처리·농축 시설 포기가 미국의 압력 때문임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앞서 노 대통령이 1991년 7월2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한테 밝힌 ‘한국 단독 비핵화 선언 구상’엔 재처리·농축 시설 포기가 없었다. 다만 1991년 5월 방한한 울포위츠 국방차관이 ‘남북이 핵재처리시설을 포기하는 방안을 남북대화에서 협의해달라’고 하는 등 미국의 압박은 집요했다. 요컨대 미국의 한반도 비확산 정책의 표적은 ‘북핵’을 넘어 ‘남북한 모두의 핵능력 제거’였다.

 

미국은 ‘핵’을 빌미로 남북관계에 깊이 개입했다. “상호 상대방이 선정하는 자기측 지역의 군사 및 민간 시설에 대한 동시사찰 실시”를 5차 고위급회담 남쪽 수석대표 기조연설문에 담게 하더니, 부시는 1992년 1월6일 청와대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 개발 포기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보일 때까지 한국은 북한과 협상을 너무 서두르지 말라’고 노 대통령한테 “조용히 경고”했다고 당시 외무장관 이상옥은 증언했다(<전환기의 한국외교>, 494~495쪽). 1992년 2월23일 더글러스 팔 백악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서울에서 김종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압박해 ‘북한의 핵문제가 해결돼야만 본격적인 남북 간의 경제협력을 추진한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노태우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핵문제 해결 병행 추진 기조’를 꺾고 ‘핵 포기 먼저 전략’을 관철한 것이다.

 

이렇듯 ‘북핵 문제’란 비대칭 탈냉전기 북한의 위험천만한 생존전략 탓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소련이 사라진 동북아에서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며 ‘잠재적 지역 패권국’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필요한 ‘북한 악마화’와 더불어 남북관계를 제어할 목적으로 동북아 국제정치에 깊이 심어놓은 ‘트로이 목마’이기도 하다.

 

이게 ‘편견에 찬 반미적 분석’이라 여겨지는 이들은, 부시 행정부가 1990년 4월 발표한 ‘동아시아 전략구상’(EASI Ⅰ)을 되짚어보는 게 좋겠다. 이 구상의 “동북아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 8개항”엔 “역내 헤게모니 국가의 출현을 막을 힘의 균형 유지” “미국의 정치경제적 접근성 유지” “핵확산 억지” 따위가 목표로 적시돼 있는데, 이후 순서대로 △중국 견제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 거부·차단 △‘1차 북핵위기’로 현실화했다. 이제훈 한겨레신문 통일외교팀 기자

▲이제훈 기자는= 1993년 한겨레에 들어와 1998년부터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사업의 시작과 중단, 다섯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여섯 차례의 북한 핵시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죽음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3세 승계’,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사상 첫 남·북·미 정상 회동 등을 현장에서 취재·보도해왔다. 반전·반핵·평화의 한반도와 남북 8천만 시민·인민의 평화로운 일상을 꿈꾼다.

 

전직 전염병연구소장 “치명적 실수”

세계 최고 방역 모범국 지위 잃어

차이잉원 총통 “통절한 아쉬움” 사과

 

    지난 8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장을 보고 있다. 타이페이/로이터 연합뉴스

 

“백신이 필요없다고 생각했다. 중대한 실수다.”

 

연일 수백 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세계 최고 방역 모범국 지위를 잃은 대만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쑤이런 전 대만 국가위생연구원 전염병연구소 소장이 “올해 초까지 대만의 코로나19 통제는 매우 효과적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백신이 필요 없거나 더 나은 백신을 기다릴 시간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며 “이는 중대한 실수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만은 지난달 중순까지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가 1500여명에 불과했으나, 이후 폭증하기 시작해 이날 존스홉킨스 대학 통계 기준 1만2900여명에 이른다.

 

현재 정부에 자문하는 싱크탱크인 국민건강연구소포럼을 이끄는 쑤 전 소장은 “중앙전염병 지휘센터가 미리 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이 치명적 실수였다”며 대만의 백신 주문이 다른 나라보다 4~5개월 늦었다고 말했다.

 

대만은 이달 초 일본과 미국이 백신 200만 회분을 지원하기 전까지 확보한 백신이 87만 회분에 불과했다. 이는 대만 인구(2385만명)의 3.6%가 접종할 수 있는 양이다.

 

대만 지도자인 차이잉원 총통도 지난 11일 생중계 담화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심지어 목숨을 잃은 국민은 모두 대만이라는 대가정의 일원”이라며 “가장 통절한 아쉬움과 사과를 표한다”고 말했다. 대만 <중앙통신>은 백신 확보와 백신 접종 지연,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규모 검사 미시행 등으로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번 사과 담화가 나왔다고 전했다.

 

차이 총통은 “정부는 일체의 노력을 다해 코로나19를 통제하고, 모두가 건강하고 평안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만은 뒤늦게 백신 확보와 자체 백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대만 매체는 대만 의약업체 메디겐바이오로직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임상 2상에서 당국의 안전 및 효능 기준을 충족했다며 이르면 7월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차이 총통도 “오는 7월부터 국산 백신의 배포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현준 기자

아시아 최초…내년 카라얀 아카데미 50주 기념 공연서 첼로협주곡 초연

베를린필 상임지휘자 "신동훈과 다시 조우…동시대 작곡가 작품에 중점을"

 

작곡가 신동훈이 아시아 출신 최초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산하 재단이 수여하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을 받았다.

그가 위촉받은 첼로협주곡은 내년 베를린필의 카라얀아카데미 50주년 기념공연에서 베를린필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로 초연된다.

 

                                                    작곡가 신동훈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4일(현지시간) 한국인 작곡가 신동훈(37)에게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이 수여됐다고 밝혔다.

엘리자베트 힐스도르프 베를린필 대변인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인 작곡가 신동훈에게 아시아인 최초로 여섯 번째 클라우디오 아바도 작곡상이 수여됐다"면서 "그가 작곡한 첼로협주곡은 내년 카라얀 아카데미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에서 초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에 이어 1989∼2002년 베를린필의 상임지휘자였던 클라우디오 아바도를 기리기 위해 제정된 이 상은 베를린필 산하 카라얀 아카데미 후원재단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젊은 작곡자에게 비정기적으로 수여한다. 신동훈은 이 상의 여섯 번째 수상자이자 첫 아시아 출신 수상자로 선정됐다.

 

신동훈은 수상과 함께 첼로 협주곡을 위촉받았다. 이 곡은 내년 5월 카라얀 아카데미 창립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에서 베를린필 상임지휘자인 키릴 페트렌코의 지휘로 카라얀 아카데미에 의해 초연된다. 카라얀 아카데미 출신이자 베를린필 수석 첼리스트인 브루노 델러펠레어가 협연자로 나선다.

 

기자회견하는 키릴 페트렌코 베를린필 상임지휘자[베를린필 기자회견 중계 갈무리=연합뉴스]

 

키릴 페트렌코 베를린필 상임지휘자는 이날 2021∼2022년 연간 프로그램 발표 기자회견에서 "카라얀 아카데미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베토벤 교향곡 5번을 지휘할 수 있게 돼 큰 영광"이라며 "한국 출신 젊은 작곡가 신동훈의 첼로협주곡도 초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곡가 신동훈의 작품을 초연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로, 다시 조우하게 됐다"면서 "베를린필은 동시대에 사는 작곡가들의 작품에 대해 중점을 두는 것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카라얀 아카데미는 앞서 2019년 신동훈의 체임버 오케스트라곡 '쥐와 사람에 관해(Of Rats and Men)'를 위촉해 페터 외트뵈시의 지휘로 초연한 바 있다.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하고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박사학위 과정에 재학 중인 신동훈은 세계적인 작곡가 조지 벤자민, 페터 외트뵈쉬, 진은숙 등에 사사했다. 그는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 스페인 국립 오케스트라와 작업했고, 통영국제음악제에도 참가했다.

서울시향은 오는 10월 신동훈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2019년 위촉곡인 '카프카의 꿈'을 아시아권 최초로 연주할 예정이다.

 

[베를린필]

"미국 정부, '중국서 원전 누출' 신고 분석중"<CNN>

● WORLD 2021. 6. 15. 05:12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중국 원전 소유주인 프랑스 기업이 미 정부에 지원 요청

"원전 폐기 막으려고 당국이 핵분열기체 허용량 계속 늘려"

 

중국 광동성 타이산 원자력 발전소의 2013년 모습 [AFP=연합뉴스]

 

중국의 한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는 신고를 미국 정부가 받고 관련 내용을 분석 중이라고 CNN 방송이 14일 보도했다.

신고는 문제의 원전을 일부 소유한 프랑스 업체가 한 것으로, 중국 안전 당국이 원전 폐기를 막기 위해 방사선 수치 허용량을 지속해서 늘린다는 내용이다.

 

미국은 아직 관련 문제가 심각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CNN은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지난달 말 프랑스 원전장비업체 '프라마톰'은 미국 에너지부에 중국 광둥성 타이산 원전에서 핵분열 기체가 누출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해당 원전을 정상상태로 돌려놓기 위해 미국의 기술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프라마톰은 미 에너지부에 "이 지역과 주민들에게 방사성 위협이 닥치기 직전인 상황"이라고 경고했다고 CNN은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해당 원전에서 내보낼 수 있는 핵분열 기체 허용량을 지속해서 늘리고 있다고 고발했다.

 

원전 운영사로선 당국이 지정한 허용량을 초과하면 원전을 폐기해야 하는데, 초과하는 사례가 쌓이다 보니 당국이 허용량 자체를 최초수준보다 2배 이상 늘렸다는 것이다.

프라마톰은 중국 당국이 앞으로 핵분열 기체 허용량을 추가로 늘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은 미 국무부가 해당 서한을 입수한 후 즉시 프랑스 정부, 유관기관과 이 문제를 논의해왔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와도 접촉 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이와 관련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가 수차례 소집되기도 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로선 상황이 '재앙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분석한다고 관계자가 CNN에 전했다. 다만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으며 감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CNN의 보도가 나가자 프라마톰은 AFP 통신에 서한을 보내 해당 원전과 관련한 '업무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확인했다.

 

프라마톰은 "상황을 분석하고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관련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국영 에너지기업이자 프라마톰의 모회사인 EDF는 원자로 냉각 시스템 일부를 언급하며 "특정 비활성 기체의 농도가 증가했다"고 AFP통신에 밝혔다.

 

화학적 상호작용에 관여하지 않는 비활성 기체로는 헬륨, 네온, 아르곤, 크립톤, 크세논, 라돈 등이 있다.

EDF는 시스템 내 비활성 기체의 존재는 "원자로 운용 과정에 있어서 알려진 현상"이라면서도 모든 자료를 관리하고 필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임시 이사회 개최를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원전의 국영 운영사인 중국광허그룹은 이날 성명을 내고 "타이산 원전과 인근 지역의 환경 관련 지표는 정상 수준"이며 "원전은 핵 안전 규정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외국 기업이 중국 국영 동업자가 문제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에 일방적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일은 이례적이라고 CNN은 평가했다.

이어 방사성 물질 누출이 지속하거나 더 심해지면 미국 정부가 복잡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