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0 연방총선에서 한인 후보들이 모두 고배를 마셔 험난한 중앙정계 진출의 벽을 다시 실감케 했다.
지난 2019 총선에서 153표 차이로 신승해 첫 한인 하원의원의 꿈을 이뤘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포트무디-코퀴틀람 선거구의 보수당 넬리 신(신윤주)후보는 신민주당(NDP) 당선자에게 2천여표 차이로 패해 2위에 그쳤다.
대부분 자유-보수당 후보간의 양자대결 구도를 보인 다른 선거구과 달리 자유당과 보수당에 NDP 후보까지 3파전의 호각지세로 치러진 넬리 신 후보의 지역구는 NDP의 Zarrillo 후보가 37.0%(17,521표)를 획득해 당선됐고, 넬리 신 후보가 32.0%(15,425표), 그리고 자유당 Will Davis 후보는 27.0%(12,958표)를 얻었다.
넬리 신 후보의 낙선으로 연방의회의 한인 하원의원은 다시 제로가 되며 다음 기회로 넘어가게 됐고, 한인사회의 중앙정치 통로역할은 상원의 연아 마틴(김연아) 의원이 또 도맡게 됐다.
한편 온타리오에서 토론토 지역은 거센 자유당 바람에 보수당으로 나온 한인후보들도 모두 낙선했다.
윌로우데일 선거구에 재출마한 보수당 다니엘 리(이기석) 후보는 경쟁 자유당 후보에 17%포인트, 5천여표 차이로 완패했다. 선거전 초반 접전세를 보이다 후번으로 갈수록 하락세를 보였던 다니엘 리 후보는 34%(13,174표)를 얻는데 그쳐 자유당 현역의원인 알리 에사시(Ali Ehsassi) 후보 51%(19,588표)에 예상보다 큰 표차로 고배를 마셨다.
박빙대결이 예상됐던 뉴마켓-오로라 선거구의 해롤드 김(김종수) 보수당 후보는 4%포인트 2천4백여표 차이로 졌다. 해롤드 김 후보는 39%(19,843표)를 얻은 반면 상대후보 자유당 Van Bynen 후보는 43%(22,282표)를 획득해 당선됐다.
한인 하원의원 배출에 실패한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한인사회에서는 실망을 감추지 못하면서 한인동포들이 선거 때만 잠시 캐나다 정치에 관심을 보이는 태도를 벗어나 좀 더 정치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정권을 적극 행사하는 한편 일상에서 정치신인들을 발굴해 육성하고 지원하는데 동포사회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일 실시된 제 44대 캐나다 연방총선에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자유당 정부가 승리해 집권 3기를 이어가게 됐다.
그러나 자유당의 당초 의도대로 과반 다수 의석을 얻지 못하면서 조기 총선을 치른 의미가 퇴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유당은 이날 하원 전체 338개 의석 중 158개 의석을 획득, 119석을 얻은 보수당의 도전을 따돌린 것으로 99% 개표결과 잠정 집계됐다. 자유당은 이번 선거에서 지난 2019 총선 때보다 3석이 추가되는데 그쳐 하원의 과반(170) 의석에 12석이 부족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보수당은 의석에 변화가 없어 트뤼도의 팬데믹 선거 패착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유당과 보수당에 이어 블록퀘벡당이 종전보다 2석을 늘린 34석, 좌파성향의 신민주당(NDP)은 1석이 늘어난 25석, 녹색당이 2석을 각각 얻었다.
한편 전국적 득표수로는 보수당이 543만2천여 표(33.9%)를 얻어 자유당 515만 5천여 표(32.2%)보다 27만여 표를 더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NDP는 득표수에서 17.7%(283만 1천여 표)를 획득했음에도 의석 25석을 차지했으나, 퀘벡당(BQ)은 득표수가 7.7%(123만 9천여 표)에 그쳤는데도 의석은 34석을 차지해 인구가 밀집한 도시지역의 득표가 의석수를 좌우하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녹색당(2.3%)과 인민당(PPC: 5.1%) 등 소수 정당은 합계 10%에도 이르지 못했다.
20일 총선 패배 후 연설하는 에린 오툴 보수당 대표.
트뤼도 총리는 이날 지지자들 앞에서 "여러분은 캐나다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다시 일할 명백한 권한을 줬다"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가 승리를 선언했지만 자유당이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국정 운영에서 다른 정당의 도움을 계속 받아야 할 상황이다.
몬티리올의 맥길대 정치학 교수인 다니엘 벨런드는 "트뤼도는 (의회에서) 다수를 얻기 위한 도박에서 졌다"며 "이것은 그에게 씁쓸한 승리"라고 AP 통신에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15일 자유당 소수 정부의 입지 탈피를 위해 하원을 해산, 조기 총선의 승부를 걸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4차 확산이 한창인 가운데 불필요한 선거라는 여론의 역풍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됐다.
또 이번 선거 결과는 하원 해산 당시 자유당과 보수당이 각각 보유했던 155석과 119석의 의석 분포에서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선거 초반 자유당은 33~34%대 지지도로 27~28% 수준에 그친 보수당에 우위를 과시했으나 즉각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점령되는 돌발 악재로 고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트뤼도 총리는 팬데믹 와중에 치르는 조기 총선의 명분과 이유를 뚜렷이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보수당 에린 오툴 대표는 조기 총선이 코로나19 와중에 치러지는 정치적 낭비라는 공세를 펴는 한편 낙태 선택권 지지 등 중도 노선의 정책 공약을 제시, 부동층 공략에 나섰으나 자유당을 꺾지 못했다.
오툴 대표는 총선 패배를 인정한 뒤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늘었지만 캐나다인들의 믿음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퀘벡당 BQ의 Yves-Francois Blanchet 당수.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결국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경제 회복을 위해 자유당 정부 재집권을 허용하되 과반 다수 의석은 유보하는 냉정한 선택을 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선거 기간 여야는 주택난, 기후변화, 보육 복지 정책 등을 놓고 공방을 거듭했으나 핵심 쟁점으로 부각하지 못했다.
자유당은 2015년 총선에서 정치 명문가 출신의 쥐스탱 트뤼도 대표를 앞세워 집권 보수당을 꺾고 다수 정부를 구성, 정권 탈환에 성공했으나 2019년 선거에서 소수 정부로 입지가 약화했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로 선거 당일 투표소 직접 방문을 기피한 유권자들이 늘어나면서 사전 투표에 기록적인 580만 명이 참여했고 우편 투표도 120만 표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캐나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우편 투표 개표를 21일부터 시작할 예정이지만 최종 집계를 완료하기까지 2~5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철수를 완료함으로써, 20년 전 9·11 테러 직후 시작된 아프간 전쟁 종료를 선언했다. 그러나 미국이 역사상 최장기 전쟁 수렁에서 군화발을 뺀 것만으로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테러와의 전쟁’이 만들어낸 미국의 치부인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는 일이 남아있다. 쿠바 관타나모만의 미 해군기지 안에 있는 이 수용소에는 9·11 테러 용의자 5명을 포함한 39명이 수감중이다. 불법 감금과 가혹 행위 등 인권 유린의 흑역사로 얼룩진 이 시설을 바이든 대통령은 약속대로 임기 내에 폐쇄할 수 있을까?
가혹행위 무법천지…“지구상 가장 비싼 교도소”
관타나모 수용소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각종 테러 용의자들을 수감하고자 이듬해 1월 쿠바 관타나모만에 있는 미 해군기지 안에 급조한 시설이다. 아프간, 파키스탄 등 주로 중동에서 테러리스트로 의심되는 이들이 이곳에 구금됐다. 경비 병력 1800명이 배치됐다. 현재까지 누적 수감자 수는 770명이며, 부시 정부 시절인 2003년에는 한때 677명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법치는 실종되고 인권 유린이 난무했다. 용의자들 상당수는 체포 동의 등 적법한 절차 없이 수감됐다. 부시 정부는 이들을 ‘적 전투원’으로 분류해 국제협약에 따른 포로 대우에서 제외시켰고, 민간 법정이 아닌 새롭게 만들어진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도록 했다. 부시 정부 시절 이곳에서 구타, 물고문, 수면박탈 등 가혹행위가 ‘향상된 심문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다. 최소 9명의 수감자가 숨졌고 이 가운데 6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관타나모 수용소에서 약 15년간 구금돼 있다가 2016년 무혐의로 풀려난 모하메드 울드 슬라히(50)는 지난 12일 <뉴욕 타임스> 인터뷰에서 2003년 여름 이 수용소에서 고문 당한 기억을 털어놨다. 그는 교도관들이 맹견으로 자신을 위협하며 구타해 갈빗뼈가 부러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조사관이 테러에 공모했다고 인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인정하지 않으면 네 어머니를 납치해서 성폭행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말했다.
이 수용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교도소’로 불리기도 한다. <뉴욕 타임스>는 이 시설에 40명이 수감돼 있던 2018년 기준으로 교도소와 관련 시설, 경비 인력, 부속 군사법원 등을 유지하는 데 5억4000만달러가 들었다고 2019년 보도했다. 1인당 약 1300만달러(약 152억원)가 들어간 셈이다.
현재 이곳에는 알카에다 전 작전사령관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 등 9·11 테러 설계에 가담한 용의자 5명을 포함해 39명이 수감돼 있다.
오바마, 폐쇄 실패…바이든은 할 수 있을까
불법 감금과 고문이라는 오명 때문에 인권 단체 등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할 것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이 수용소를 처음 만든 부시 행정부에서도 약 540명의 수감자를 파키스탄, 아프간, 사우디아라비아 등으로 송환하며 규모를 줄였다. 그 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관타나모 수용소를 1년 이내에 폐쇄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수감자들을 뉴욕연방법원으로 이송해서 재판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물론이고 민주당 안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테러리스트를 미 본토로 들여서는 안 된다며 반대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예산안은 부결됐다. 오바마는 재임 8년 동안 수용소 폐쇄는 하지 못한 채, 수감자 197명을 석방하거나 제3국으로 옮겨 40명으로 줄이는 데 그쳤다.
2017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의 방침을 뒤집었다. 그는 2018년 1월 국정연설에서, 관타나모 수용소를 유지할 것을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게 명령했다고 밝혔다. 미국 보호에 필요하다면 이곳에 수감자를 추가로 보내겠다고도 했다.
지난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관타나모 숙제를 넘겨받았다. 그는 ‘임기 내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공약했다. 그 첫 걸음으로 미 국방부는 지난 7월 관타나모에 수감중이던 압둘 라티프 나시르를 본국인 모로코로 돌려보냈다. 앞서 지난 4월에는 미 상원의원 24명이 바이든 정부에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국내적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또한 오바마가 넘지 못한 장애물을 마주하고 있다.
공화당의 상원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넬과 상원 군사위 간사인 제임스 인호프 의원 등은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는 미국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관타나모에 있는 수감자들을 미국 본토로 옮기는 것 또한 오바마 시절 의회가 법으로 금지해 어렵다.
<워싱턴 포스트>는 11일 바이든 정부가 출범 8개월이 됐지만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과정에 오바마가 마주했던 법적, 정치적 장애물을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대한 계획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폐쇄로 가는 길이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오바마 정부 때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특사였던 클리프 슬론은 바이든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전담해서 부처 사이에 조율을 할 수 있는 비슷한 직제를 설치해야 한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또한 현재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으로 양분하고 있는 상원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쪽으로 기울기 전에 바이든 정부가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9일 관타나모 수용소에 대해 “이것은 말 그대로 비용이 많이 들 뿐 아니라 우리의 국제적 입지에서도 비용이 많이 드는 시설”이라며 백악관이 이 수용소의 운용상황 검토를 지휘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지난 6월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레토리아에서 한 시민이 백신이 필요하다는 팻말을 들고 있다. 프레토리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 사는 리사 브랜든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백신을 맞지 않은 자신의 두 아들이 코로나19에 걸려 한날 사망했기 때문이다. 브랜든은 자식들에게 백신을 접종하라고 설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백신 접종 권유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백신 접종률이 최근 들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이들 세 나라는 아스트라제네카(영국)와 화이자(독일, 미국), 모더나(미국) 등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와 연구소가 있는 국가로, 일찌감치 인구 수보다 많은 백신을 확보해 접종에 들어갔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올해 초 백신 접종을 시작한 미국은 지난 5월31일 백신 접종률 50%를 기록했지만, 이후 속도가 느려지면서 지난 14일 기준 63%에 머물고 있다. 석 달여 동안 13%포인트 증가한 데 그친 것이다.
지난해 말 세계 최초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도 상황이 비슷하다. 영국은 지난 5월31일 백신접종률 58%를 기록했지만, 14일 현재 13%포인트 늘어 71%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유럽 최대국 독일도 5월31일 백신접종률이 43%였는데, 석달이 지난 14일 66%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 세 나라의 백신 접종률이 최근 들어 크게 상승하지 않는 것은 백신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탓이다. 미국 여론조사 업체 ‘모닝컨설트’ 조사를 보면, 미국의 백신 기피율은 27%이고, 독일이 19%, 영국이 12%다. 한국은 이 조사에서 16%로 조사됐는데, 백신 확보 측면에서 이 나라들에 뒤진다.
저소득국, 전세계 투여 백신의 1.9%…세계 평균은 42.4%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백신을 쌓아두고도 맞지 않는다면, 아프리카와 동남아 등 저소득국들은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맞지 못하고 있다.
14일 아워월드인데이터를 보면, 1인당 국내총생산 1천달러 이하 저소득국가의 백신 접종률은 1.9%에 머물고 있다. 전 세계 70억명이 넘는 인구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을 한 차례라도 맞은 인구가 42.4%에 이르고 약 57억9천만 회분의 백신이 투여됐지만, 저소득국은 백신 접종률이 세계 평균의 2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아프리카 국가인 에티오피아가 1.9%, 탄자니아 0.6%이고 케냐는 4.1%에 머물고 있다. 백신 개발 과정에서 주요 임상 시험장이 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18%로 다소 높지만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한 자릿대에 머물고 있다. 방글라데시와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도 각각 13%, 17%, 25%, 27%로 아프리카보다는 낫지만 세계 평균의 절반 안팎에 머물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낮은 아프리카는 백신 구매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린다. 아프리카연합(AU)의 코로나19 특사인 스트라이브 마사이와는 14일 세계보건기구(WHO)의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아프리카는 인구 60%에 접종할 백신 절반을 구매하고, 나머지는 (국제백신 공동구매·배급 조직인) 코백스 등을 통해 조달할 계획을 세웠다”며 “제약사들에게 구매 문의를 타진했지만 우리에게는 적절한 접근권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추가접종, 제약사는 ‘필요’ FDA ‘불필요’
한발 나아가 선진국들은 백신 접종을 완료한 뒤 추가 백신을 맞는 이른바 ‘부스터샷’을 추진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달부터 부스터샷 접종을 시작했고, 미국과 영국도 부스터샷 접종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도 검토 단계에 들어갔다.
백신 제조사들은 자신들이 만든 백신의 예방효과가 빠르게 줄어든다는 보도자료를 내고 있다. 화이자는 1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한 자료에서 자사 백신의 효능이 2차 접종 완료 뒤 두 달만에 6%씩 줄어든다는 임상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모더나도 이날 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백신의 효능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12일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레토리아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프레토리아/신화 연합뉴스
두 회사의 발표는 제약사가 자신들이 만든 의약품의 효과를 스스로 깎아내린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지만,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자사 백신의 판매량을 더욱 증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미 식품의약국 등 전문가들은 부스터샷 접종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식품의약국은 15일 공개한 설명 자료에서 “전반적으로 볼 때, 현재 미국에서 승인받은 코로나19 백신이 중증 환자나 사망자 발생을 막는 보호 효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식품의약국 백신 전문가인 필 크로스 박사와 매리언 그루버 박사, 세계보건기구의 수미야 스와미나탄 수석 과학자 등 저명한 연구자들은 지난 13일 영국 의학학술지 <랜싯>에 기고한 글에서 일반인 대상 부스터샷 접종이 필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글에는 미국·영국·프랑스·인도·남아공 등의 주요 백신 연구자들도 저자로 참여했다.
G20 ‘백신 지원협약’ 맺었지만 효과는 의문
선진국들은 백신 불평등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5일 주요 20개국(G20) 보건장관들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의를 열고 저개발국들에 코로나19 백신을 공평하게 지원하는 내용의 ‘로마 협정’을 채택했다. 로베르토 스페란차 이탈리아 보건장관은 가난한 나라에 대한 보건·경제 지원을 확대하고 더 많은 백신을 제공하는 데 합의했다며 “(백신) 불평등 수준이 매우 심각하며 더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11쪽 분량의 로마 협정에는 가장 중요한, 경제 지원 방안이 구체적으로 담기지 않았다. 스페란차 장관은 이에 대해 구체적인 지원을 약속하면 “(행동을 제약하는) 구속이 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사실상 말뿐으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세계보건기구(WHO) 등은 지난해 초부터 백신 개발과 보급 등과 관련해 국제적인 공동 대응을 요구해 왔지만, 각국 지도자들은 호응하지 않았다. 코로나19 대응이 본인들의 정치적 평가와 직결되기 때문에 국제적인 공조에 제대로 응하지 않은 것이다. 미국과 인도 등 코로나19 백신을 많이 생산하는 국가들은 자국 내 수요가 충분해질 때까지 코로나19 수출을 허용하지 않았고, 인도는 아직도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수출을 통제하고 있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