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위원회, “코로나19 백신 나오기 전 최고의 백신은 식량

무력 충돌 확산되며 이중고부자나라들은 제 앞가림에 바빠

 

데이비드 비슬리 세계식량계획(WFP) 운영위원장(가운데)과 관계자들이 9 아프리카 니제르 니아메이에서 세계식량기구의 노벨 평화상 수상을 함께 기뻐하고 있다. 니아메이/AP 연합뉴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9)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코로나19 충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저개발 국가들의 어려움을 전세계에 강력하게 호소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노벨위원회가 선정 배경을 밝히면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게 될 때까지는 식량이 혼돈에 대처하는 최고의 백신이라고 지적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노벨위원회는 예멘, 콩고민주공화국, 나이지리아, 남수단, 부르키나파소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폭력적 분쟁과 코로나19 대유행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을 기아의 위기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식량계획은 개발도상국들에 식량 원조를 제공함으로써 이들 국가의 경제·사회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1963년 활동을 시작한 유엔 산하기구다. 1995년부터 25년간 매달 100만명에 가까운 북한의 임신부와 어린이를 기르는 어머니, 어린이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 기관은 평균적으로 한해에 전세계 83개국 9140만명에게 도움을 줬는데, 지난해에는 이보다 많은 88개국 1억명가량을 지원했다. 지원 규모를 늘릴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전쟁과 무력 충돌의 확산 탓이 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85월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2417호 결의안에서 사상 처음으로 분쟁과 기아의 관련성을 직접 언급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저소득 국가의 상황은 전세계가 코로나19 충격에 휩싸인 올해 더욱 빠르게 어려워지고 있다. 세계은행은 7일 내놓은 전세계 빈곤 현황 보고서에서 올해 전세계 인구 8800만명에서 11400만명이 새로 극빈층으로 추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극빈층은 하루 생활비 1.9달러(2300) 이하의 수입을 버는 이들을 말하는데, 극빈층은 1989년 이후 31년 동안 꾸준히 줄다가 올해 처음으로 다시 증가할 상황이다.

지원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은 늘고 있지만, 세계식량계획 등 구호기관들은 충분한 재정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부유한 나라들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자국의 경제 회복을 위해 투여하는 데 집중하면서 국제 지원을 상대적으로 등한시하는 탓이 크다. 최근 국제노동기구(ILO)가 고소득 국가들이 자국 경기 부양책에 투입한 자금의 1%만 있어도 가난한 나라들의 고용 상황이 부자 나라들보다 더 나빠지는 걸 막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세계식량계획이 올해 평화상을 받으면서 평화상 수상 단체는 25곳으로 늘었다. 단체가 평화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까지 총 28차례이며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유엔난민기구(UNHCR)는 각각 3차례와 2차례 수상했다. 신기섭 기자


노벨평화상 받은 WFP는 재난·분쟁지역의 '구호천사'

재앙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세계 최대 인도주의 기구

 

"지구촌에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 곳이 세계식량계획입니다."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세계식량계획(WFP)은 지구촌의 굶주리는 사람이 전혀 없는 '제로 헝거'(Zero Hunger)를 목표로 삼는 유엔 산하 인도주의 기구다.

WFP는 식량을 배분하는 것을 넘어서 긴급재난 때 식량을 지원하고 식량안보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며 무너진 기반시설과 일상을 복원하는 데에도 진력하고 있다.

이처럼 WFP가 전 세계에서 지원하는 인구는 83개국 1억명에 달하며 인도주의 지원 규모는 세계 최대로 평가된다.

WFP는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조직 소개문에서 "매일 5천 대의 트럭과 20척의 선박, 92대의 항공기를 활용해 도움이 가장 절실한 사람들에게 식량 등 구호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지구촌에 전쟁, 홍수, 지진, 흉작 등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출동하는 단체가 WFP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얀마의 탄압 속에 인도주의 위기를 맞은 소수민족 로힝야에게 세계식량기구(WFP)가 배포한 식량[ AFP=연합뉴스]

남수단에 구호식량을 공수하는 세계식량기구.

WFP1961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당시 미국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설립된 뒤 주요 재난 및 분쟁지역에서 맹활약했다.

구호대원들은 가장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겉으로 주목을 받지 않는 '막후의 구호 천사'로 활동해왔다.

1980년대 에티오피아의 대규모 아사 사태, 1990년대 유고슬라비아의 파멸적 내전, 2004년 동남아시아를 덮친 쓰나미 재앙, 2010년 아이티를 기습한 대지진 때도 WFP는 현장에 있었다.

WFP20072008년 쌀과 밀 같은 곡물의 가격이 기록적으로 상승했을 때도 해결사로 나섰다.

식량부족에 폭동이 발생해 정정 불안까지 야기된 저개발국 수십곳에 한때 곳간이 바닥날 정도로 지원을 퍼부었다.

노벨평화상은 과거 공로 평가뿐만 아니라 향후 임무를 더 적극적이고 성공적으로 수행해달라는 메시지를 담아 시상하기도 한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대유행과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 때문에 전 세계 식량 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악화한 면이 있다.

특히 WFP의 주요 지원 대상인 분쟁지역에서는 보건, 기후 위협이 동시에 들이닥친 탓에 다른 지역들보다 훨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WFP는 코로나19 때문에 '식량 위기 팬데믹'이 우려된다며 전 세계 27천만명이 기아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WFP202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하면서 "혼란과 맞서 싸울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라고 강조했다.

노벨위는 "팬데믹에 맞서 WFP는 구호 노력을 강화해 인상적인 능력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보냈다.

스웨덴 싱크탱크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WFP의 수상이 매우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댄 스미스 SIPRI 소장은 dpa 인터뷰에서 "식량안보는 인간의 안전과 웰빙을 위한 토대"라며 "굶주림과 분쟁이 증가하는 시점에 WFP는 두 문제의 교차로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벨평화상 세계식량계획, 대북 인도주의 지원에도 앞장서

25년간 식량 보급·재난위험 완화·위기 대응 프로그램 가동

 

올해 노벨평화상을 받은 세계식량계획(WFP)은 전 세계 기아 해소를 위해 활동하면서 특히 북한을 인도주의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WFP는 생명을 구하고 어린이들의 영양 수준을 높인다는 목표로 1995년부터 지금까지 25년 동안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고 있다.

공식 웹사이트와 보고서들에 따르면 WFP는 영양 보급, 재난위험 완화, 위기 대응을 북한에 대한 3대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다.

영양 보급을 위해 매달 100만명에 가까운 임신부, 어린이를 보육하는 어머니, 어린이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한다.

이 특수식단은 곡물과 단백질이 함유된 과자, 여러 종류의 비타민과 미네랄 등으로 구성된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결정한 대북 인도지원 사업도 WFP의 북한 영유아·여성 지원사업에 1천만 달러(119억원)를 지원하기로 심의·의결한 것이었다.

대북지원을 '긴 호흡으로, 일관되게' 한다는 이 장관의 정책에 WFP의 단체 성격이 들어맞은 셈이다.

지난해에는 통일부와 WFP가 쌀 5t을 북한에 전달하려고 했었지만,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성사되지 못하기도 했다.

북한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외부 지원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WFP로부터의 지원은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WFP'코로나19 국제대응: 20209' 보고서를 보면, WFP는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북한 주민 54만명에게 영양 지원을 했다.

WFP는 또 북한의 탁아소, 병원, 소아병동, 일부 기숙학원 등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으며 식품공장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북한의 재난위험을 줄이는 분야에서 WFP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위협이다.

WFP는 인도주의 위험을 줄이고 농작물 피해를 해결해 식량안보를 지키고자 기후충격에 의한 북한 공동체의 취약성을 개선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제방 보수, 강바닥 준설, 나무 심기, 토양 비옥도 유지, 환경보호 등이 점점 더 악화하는 기후변화에 북한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에 포함된다.

WFP는 세계 각지에 재난이 닥쳤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는 단체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최근 수년간 심각한 인도주의 위기를 겪은 북한도 WFP의 위기 대응 지원을 받은 바 있다.

WFP2014, 2015년 북한에 큰 가뭄이 생겼을 때 130만명에게 구호에 동참했고, 20158, 20168월 심각한 홍수가 났을 때도 지원했다.

갖은 시련을 겪은 북한은 여전히 WFP의 지원이 가장 절실한 국가 가운데 하나다.

WFP는 올해 국가별 보고서에서 "북한은 식량과 영양을 확보하는 데에서 계속 광범위한 난제와 직면하고 있다""이는 그 나라에서 장기화하는 인도주의 위기를 가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찰·주의회 건물 공격도 모의7일 실제 폭발물 구입 계획

휘트머 주지사, 코로나19 ‘강력한 봉쇄로 극우단체 타깃돼

트럼프 물러서 대기해발언 행동 촉구로 해석된 것비판

 

그레첸 휘트머 미국 미시간주 주지사가 8일 랜싱에서 자신에 대한 납치 음모가 적발된 데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랜싱/AP 연합뉴스

          

미국 극우 무장단체 등이 내전을 시작하자며 민주당 소속 현직 주지사를 납치하려다가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편투표는 사기라며 대선 불복을 시사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을 25일 앞두고 극단주의자들의 실제 내전 모의가 적발되며 드러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납치를 모의한 혐의 등으로 13명의 남성을 체포했다고 <뉴욕 타임스> 등이 8일 보도했다. 이들 중 6명이 납치 계획을 짰고, 나머지 7명은 울버린 감시단이란 극단주의 무장단체 소속으로, 경찰과 주의회 건물 공격을 모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연방수사국은 잠복 요원과 비밀 정보원들을 통해 이들 일당의 암호화 메시지를 입수해 이번 납치 음모를 사전에 적발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연방수사국이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초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 폭력을 통해 주 정부를 전복하자 논의가 불붙기 시작하면서 납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오는 11월 대선 직전 휘트머 주지사를 납치한 뒤, 위스콘신주의 은거지로 옮겨 반역죄로 재판한다는 계획이었다. 200명을 모아 랜싱의 주정부 청사를 기습하자는 구상도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8, 9월 휘트머 주지사의 별장을 몰래 감시하는 한편, 사격 연습과 군사 훈련을 하고 건물 폭파 연습을 위해 수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납치 음모에 동참한 이들 중 1명이 지난주 테이저총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체포됐는데, 그는 7일 이들 일당이 폭발물을 살 계획이었다고 진술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마스크 의무화를 비롯한 강력한 봉쇄 정책을 펼쳐 전국적 주목을 받으며 한때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인물이다. 극우단체 등은 지난 4월 휘트머 주지사의 전면적 봉쇄 정책을 비난하며 주도 랜싱으로 몰려들어 반대 집회를 벌여왔다. 미시간은 총기 휴대를 허용하고 있어 집회에는 총을 든 극우주의자들이 참가하기도 했다.

휘트머 주지사는 자신을 겨냥한 납치 음모가 드러나자 “22개월 전 취임 선서를 할 때 힘들 줄은 알았지만 이런 일까지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적 발언이 극우단체들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첫 대선 티브이(TV) 토론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서서 대기하라라고 발언한 것 등을 문제 삼으며 증오 단체들은 대통령의 말을 비난으로 듣지 않고 집회를 열어라, 행동에 나서란 요구로 들었다고 한 것이다. 휘트머 주지사는 지난 7개월 동안 과학을 부정하며 불신을 심어준 대통령이 공포와 증오를 확산시키는 이들에게만 위안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11시께 발생 강한 바람타고 번져 주민 수백명 한밤 긴급 대피

한때 43명 화재 피해 옥상으로, 밤샘 9시간 넘게 진화 77명 구조

 

      8일 밤 117분께 울산시 남구 달동의 33층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큰 불이 나 화염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울산광역시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연기를 흡입한 주민들이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고, 수백명의 주민들이 한밤에 급하게 대피하는 등 큰 혼란을 겪었다.

울산소방본부는 8일 밤 117분께 울산 남구 달동의 33127세대의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소방본부는 불이 건물 3층 또는 12층에서 발생해 강한 바람을 타고 건물 위아래로 번진 것으로 파악하고 자세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울산소방본부는 “9120분 기준 20여명이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고, 화재를 피해 옥상에 대피해 있던 43명의 주민들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 조처됐다고 밝혔다. 병원으로 간 주민들은 단순 연기 흡입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강한 바람과 고가 사다리차가 도달할 수 없는 30층 이상의 고층으로 불이 번져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날 오후 울산 지역에는 강풍주의보가 발령된 바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2시간 만인 9일 새벽 1시께 건물 외벽 진화를 대부분 끝냈지만, 몇몇 세대 내부로 옮겨 붙은 불 때문에 진화 작업은 새벽까지 이어졌다. 주상복합 건너편 대형마트 옥상으로도 불이 번졌지만 이 역시 인명피해 없이 진화됐다.

앞서 밤 11시께 불이 나자 울산소방본부는 인근 소방서 소방력을 모두 동원하는 대응 2단계를 발령해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 수색과 구조 작업을 벌였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병원으로 후송된 주민들과 안전한 장소로 이동 조치된 주민들 외에 구체적인 인적·물적 피해는 추가로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찬 바람에 불길 번져9시간 넘게 밤샘 진화’· 88명 부상·77명 구조

 

8일 밤 발생한 울산의 33층 주상복합 아파트 화재로 인해 병원으로 옮겨진 부상자가 88명으로 늘었다. 소방 당국의 진화작업도 9일 오전까지 9시간 이상 계속됐다. 한밤에 경황없이 아파트 밖으로 대피한 주민들은 울산시가 마련한 근처 비즈니스호텔로 옮겨 밤을 보냈다.

불은 8일 밤 117분께 울산 남구 달동 33층 주상복합 아파트(127가구)12층 발코니에서 시작돼싸. 불은 강한 바람을 타고 건물 외벽을 따라 33층까지 삽시간에 번졌다. 울산지역엔 이날 오전부터 초속 15m 이상 세찬 바람이 불어 강풍주의보가 발령된 상태였다. 불은 한때 바람을 타고 도로 건너편 대형 마트 옥상에까지 옮겨 붙었다. 큰 불길은 2시간 만인 9일 새벽 1시께 잡혔다. 하지만 일부 층 내부로 옮겨 붙은 불 때문에 진화 작업은 9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소방청은 9일 새벽 건물 18층 부근에서 다시 화염이 솟자 아침 615분 고가사다리차·고성능화학차 등 특수 소방장비와 펌프차, 물탱크차 동원령을 내렸다. 소방청은 "건물 외벽이 알루미늄 복합패널로 시공돼 있고, 패널 속에 숨어 있던 불씨가 간헐적으로 불특정 층에서 되살아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부산·대구·경북·경남 등 인근 시·도 소방본부 특수장비 출동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날 날이 밝으면서 소방 헬기 1대도 진압에 동원됐다.

울산소방본부는 “9일 오전까지 주민 88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찰과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고, 화재를 피해 옥상이나 피난대피층에 있던 주민 77명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안전한 장소로 이동 조처됐다. 중상을 입은 주민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울산소방본부는 진화작업이 끝나는 대로 자세한 화재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전 고속열차(KTX) 편으로 화재 현장을 방문해 상황을 보고받고 현장을 점검했다. 신동명 기자

 

불길 퍼지며 창문 펑펑화재현장 주민들 혼비백산 맨발 대피

 

"갑자기 불길이 올라왔습니다. 창문이 깨지고 거실과 침실에 불이 붙었습니다." 8일 울산 남구 달동 주상복합건물 삼환아르누보에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이 혼비백산했다.

이 건물 14층에 사는 50대 주민은 "소방관 8명가량이 신고를 받고 출동해 13층부터 아래로 내려가면서 확인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위로 불길이 올라왔다""창문이 펑펑 소리를 내며 깨지고 거실과 침실에 불이 붙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주민은 소화기로 불을 끄면서 아내와 처제를 옥상으로 대피시키고, 스프링클러가 터지자 건물 밖으로 나왔다.

그는 "아내는 무사하다고 연락이 돼 천만다행"이라며 한숨 돌렸다.

그는 "건물 외벽에 샌드위치 패널이라 불이 벽을 타고 순식간에 위층들로 퍼진 것 같다"고 했다.

불길이 번지는 동안 주민들이 건물 밖으로 대비하는 과정에서 가족끼리 서로 흩어져 애타게 찾기도 했다.

한 주민은 "아이들을 먼저 내보냈는데 밖으로 나와보니 보이지 않는다"며 발만 동동 굴렀다.

일부 주민들은 급박한 상황에서 신발도 신지 못하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이 건물 1층 상가 상인은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다른 곳에 있다가 달려왔다. 아직도 가슴이 뛴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기가 퍼지면서 스스로 대피하지 못한 주민들은 소방관들이 도착하고 나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한 주민은 "TV를 보고 있었는데 대피 방송이 나와서 문을 여니 연기가 자욱해 나갈 수가 없었다""소방대원 도움으로 겨우 가족과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이 주민은 또 "옆집 사람은 잠을 자고 있었는지, 우리보다 조금 더 늦게 나와 걱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지하 2지상 33층 규모에 127가구와 상가가 입주해 있는 이 주상복합건물에선 8일 오후 117분께 화재가 발생했다.

불길이 강한 바람을 타고 건물 전체로 번지면서 이 건물과 인근 주민 등 수백명이 대피했다.

울산은 이날 강풍주의보가 내려졌다.

40여 명은 불길과 연기 탓에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옥상으로 대피했다가 소방대원에 무사히 구조됐다.

소방청은 현재까지 주민 77명이 연기흡입이나 찰과상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1시간 30여분 만에 큰 불길은 잡았다.

소방당국은 인명 피해 여부를 추가로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깜짝 출몰' 불청객 파리 23초 머물러, SNS 달구며 관심 집중

바이든 파리채 든 사진 트윗하며 '가세'"토론 최대 스타" 화제

 

TV토론 도중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의 머리 위에 앉은 파리 한마리

 

7일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진행된 미국 부통령 후보 간 TV토론에서는 뜻하지 않은 불청객이 '신스틸러'로 떠올랐다.

공화당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간 '격돌'이 벌어지는 와중에 무대 위에 '깜짝 출몰'한 파리 한 마리가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다.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날 TV토론 와중에 어디에선가 날아온 파리 한 마리가 윙윙거리다 펜스 부통령 머리 오른쪽에 내려앉았다. 펜스 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는 와중이었다. 그는 파리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 듯 보였다고 언론들이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아크릴 가림막이 설치될 정도로 주최 측이 방역에 각별한 신경을 썼지만, 파리의 '침투'를 막지는 못한 셈이다.

2분 남짓 머물다 무대에서 '퇴장'한 검은 색 파리는 단정하게 빗어넘긴 펜스 부통령의 은빛 백발, 그리고 그의 근엄한 표정과 대조를 이루면서 이목을 끌었다.

뉴욕타임스(NYT)는 캘리포니아 지역TV 기자가 잰 시간을 인용, 파리가 펜스의 머리 위에 있었던 '출연 시간'23초였다고 보도했다.

NYT는 파리가 펜스 부통령의 백발과 대조를 이룬 채 그의 머리 위에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가 날아가기 전에 조금 움직였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펜스 부통령의 발언과 몸짓, 무대의 뜨거운 불빛과 바이러스 예방용 아크릴 가림막에도 불구, 파리는 꿈쩍도 하지 않고 움직임 없이 있다가 저절로 날아가 버렸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후보도 즉각 가세했다.

그는 트위터에 주황색 파리채를 잡고 있는 자신의 사진과 함께 이 캠페인이 잘 날아갈 수 있도록(fly) 5달러를 기부해달라면서 기부 사이트를 링크하며 즉석에서 모금 운동에 나섰다. 곧이어 투표 캠페인 사이트로 연결되는 'flywillvote.com' 도메인을 트윗에 올렸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캠프가 'flywillvote.com' 도메인을 사들이며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진영의 랜드 폴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딥 스테이트(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내 주류 기득권 세력을 칭하는 표현)가 펜스에게 도청 장치를 심었다""불법 스파이 행위는 정말로 통제 불능"이라고 쓰기도 했다.

그 외에 "누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NBC 방송의 간판 코미디쇼)에서 파리 역할을 할 것인가", "이 파리도 수많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감염시킨 코로나19에 걸릴 것인가", "이 파리는 마스크 미착용으로 토론의 프로토콜을 어긴 것인가" 등의 농담이 쏟아졌다.

CNN 앵커 제이크 태퍼는 정상으로 돌아온 토론의 '최대 스타'가 됐다고 촌평했다. 폴리티코도 "한 불청객이 토론회의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았다""파리가 토론의 일약 스타가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리는 이전에는 대통령 후보 토론에도 등장한 바 있다. 지난 2016년 당시 트럼프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간 2TV토론에서 파리 한 마리가 클린턴 후보의 양쪽 눈 사이에 앉은 적이 있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 2009TV인터뷰 녹화 도중 윙윙 거리는 파리를 잡기 위해 잠시 녹화를 중단, 손으로 파리를 잡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