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 억제 증거 잇따라…기생충이 아토피, 관절염, 치매 막아줘

 

 장내 기생충은 더럽고 징그럽고 부끄러운 존재였지만 이제 노인질환을 막아 줄 해결사로 떠오르고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제공.

 

1960년대 기생충 박멸 사업이 전국적으로 벌어졌을 때 교과서에 실린 상피병 사진은 공포를 극대화했다. 인도 동부에 만연한 기생충인 사상충에 감염돼 코끼리 다리처럼 부어오른 사람의 다리 사진이었다.

그러나 사상충은 사람을 괴롭히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염증 관련 질병을 막아주기도 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앓는 이 지역 주민 207명 가운데 사상충에 감염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건강한 대조군의 222명 가운데 무려 40%가 이 기생충에 감염됐다.

 

사상충(위)과 사상충에 감염됐을 때 인체가 과잉반응해 림프부종을 일으킨 모습. 사상충이 류머티스성 관절염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브루스 장 등 (2021) ‘이 라이프’ 제공.

 

만성질환에 걸리지 않고 오래 살려면 없던 기생충에 일부러 감염돼야 할지도 모른다. 브루스 장 등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대(UCL)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이 라이프’ 최근호에 실린 최근 연구 성과를 종합한 논문에서 “기생충이 없으면 류머티스성 관절염 등 염증 질환이 늘어난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며 “임상연구 결과는 기생충을 장내에 복원하는 치료법이 염증 관련 질환 억제에 효과적임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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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 가설’

 

대변에 든 다양한 장내 기생충의 성체와 알 모습. 인류는 기생충과 함께 서로 적응하며 진화해 왔다. 일방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는 관계이다.

 

기생충은 인류가 진화하는 과정에서 늘 함께한 ‘오랜 친구’여서 사람의 면역반응을 노련하게 조절해 살아가고 또 사람도 그다지 큰 해를 입지 않는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한다. 이른바 ‘오랜 친구 가설’이다.

사람의 면역체계는 더러운 세상에 가장 잘 적응하도록 진화했는데 함께 살던 미생물과 기생충을 제거하자 병적인 면역 과잉반응을 초래했다는 얘기다. 연구자들은 특히 기생충의 복원이 알레르기와 자가면역 질환뿐 아니라 노화와 관련한 염증을 막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노인질환과 관련해 주목받는 ‘염증 노화’는 염증 유발인자와 억제인자 사이의 균형이 깨져 낮은 정도의 염증이 지속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병원체 감염과 무관하고 나이가 들수록 정도가 심해진다.

염증 노화는 심장질환, 치매, 암, 골다공증 등 노화와 관련한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데 기여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 감염 증상이 악화하는 데도 작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염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장내 세균집단의 변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지만 지금까지는 장내 생태계를 이루는 큰 동물들 곧 흡충, 조충, 선충 등 기생충의 기여를 소홀히 다뤄왔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연구 결과 기생충 감소와 염증 질환의 관련성이 밝혀지고 있다. 천식, 아토피성 습진, 염증성 장 질환, 다발성 경화증, 류머티스성 관절염, 당뇨병 등에서 그런 연관이 드러났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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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분비물을 치료제로

그렇다면 기생충을 치료에 활용하는 길은 없을까. 기생충에 자연적으로 또는 인위적으로 감염돼 질병을 완화하거나 막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예를 들어 우간다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구충 감염이 아기의 아토피 습진을 막는 효과가 드러났지만 구충제를 먹은 임신부에서는 그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치료용으로 쓰일 기생충 후보인 편충. 브루스 장 등 (2021) ‘이 라이프’ 제공.

연구자들은 “염증을 억제하는 가장 비용이 덜 들고 효과적인 방법은 기생충에 지속적이고 낮은 수준으로 감염돼 있는 것”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그렇지만 기생충 감염으로 인한 안전성 문제(일부 기생충은 암을 일으킨다)와 심리적 거부감을 피하기 위해서는 기생충에서 얻은 단백질을 치료에 쓰는 방법이 유력하다.

실제로 기생충의 분비물을 치료제로 활용하는 주목할 연구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제니 크로우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자 등은 선충의 단백질을 이용해 쥐의 항염증 반응을 일으켜 노화를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데이비드 젬스 교수는 “말할 것도 없이 위생 향상과 기생충 박멸은 인류에게 헤아릴 수 없는 혜택을 가져왔지만 면역 기능의 비정상화라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며 “이제 기생충이 인류 특히 노령화 인구를 위해 무슨 혜택을 줄 수 있는지 찾아야 할 때”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한국사람 대부분이 감염됐던 기생충 회충의 모습.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제공.

한국에서는 1966년 기생충 질환 예방법이 제정되면서 전국적인 기생충 박멸사업이 시행됐다. 기생충학자들이 한국을 ‘기생충 왕국’이라 부를 정도로 감염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미군정이 해방 뒤 실시한 조사에서 감염률은 회충 82.4%, 편충 81.1%, 구충 46.5% 수준이었다.

정준호 서울대 의대 교수의 2016년 대한의사학회지 논문 ‘1960년대 한국의 회충 감염의 사회사’를 보면 기생충 감염은 그 이전에도 일상적이었지만 더럽고 징그럽고 수치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영조는 회충을 토한 뒤 이렇게 말한 것으로 ‘승정원일기’에 기록돼 있다. “회충은 사람과 함께하는 인룡이다. 천하게 여길 것이 없다.”   조홍섭 기자

유럽 각국, ‘코로나백신 증명’으로 ‘여행 자유’ 추진
일부 국가는  ‘일부 계층에 특권 부여’ 이유로 반대
개인별 여행 자유와 백신 유효성, 시민평등권 ‘문턱’

  

 

“코로나백신 맞으면 해외 여행 떠나도 될까?”

질병관리청은 오는 26일부터 국내 생산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시작으로 전국민 대상 백신 접종이 순차적으로 실시된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백신 접종 이후의 일상생활 범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 백신 접종을 통해 면역을 형성하게 되면, 코로나 감염에 대한 불안이나 자가격리 기간 등의 절차로부터 자유로운 여행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해 12월부터 영국 등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됨에 따라 일부 국가들을 중심으로 개인별로 ‘백신 접종 사실’을 증명해 해외 여행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백신 여권(Vaccine Passport)’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아이슬란드, 지난달부터 ‘백신 증명서’ 발급

실제로 올 1월26일부터 아이슬란드는 백신 접종을 마친 자국민 수천명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비자없이 유럽연합 국가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조약’ 가입국인 아이슬란드는 자국민만이 아니라 ‘코로나 백신 증명서’를 소지한 유럽 시민에게도 입국을 허용할 방침이다. 전국민 약 40%가 이미 1차접종을 실시한 이스라엘은 코로나 백신 접종사실을 증명해 일상활동의 범위를 확대하는 ‘녹색 여권’을 발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덴마크 재무장관대행도 이달초 “서너달 안에 출장용도 등의 디지털 코로나19 여권이 준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솅겐조약 누리집에는 유럽 각국의 ‘코로나백신 여권’ 도입 상황을 소개하고 있다. 키프로스는 백신 접종자에 대한 검역 면제방침을 가장 먼저 발표했으며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슬로바키아 등은 백신여권 도입을 지지하고 있으며 구체적 절차를 준비중이다. 헝가리의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거나 면역을 형성한 경우 플라스틱카드를 발급해, 저녁 8시 이후 출입이 제한되는 식당 등 다양한 시설을 출입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하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로이터 연합뉴스

 

IATA 총장 “백신증명서로 자가격리 없이 자유여행 가능”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사무총장은 최근 유럽 집행위원회(EC) 우르술라 본 데르 레옌 총재에게 편지를 보내 “디지털 백신 접종 인증 체계를 유럽연합 모든 회원국들이 긴급히 채택해야 한다”며 “백신 접종은 국경개방을 안전하게 재개하고 경제회복을 촉진하는 중요한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 유럽에 걸쳐 상호 인정되는 백신접종 증명체계는 각국 정부가 국경을 안전하게 재개방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여행객들은 검역과 자가격리 등의 제한 없이 여행을 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드 주니악 사무총장이 말한 ‘디지털 백신 접종 인증(COVID-19 vaccination certificate) 시스템’이 바로 ‘백신 여권’이다

‘백신여권’으로 불리는 ‘코로나 백신 접종증명서’는 국가간 여행만이 아니라, 코로나 상황에서 면역 증명서로 통용되며 일상생활에서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용도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스라엘와 덴마크는 ‘백신 접종 증명서’를 여행만이 아니라 식당, 영화관, 음악회, 대규모 스포츠행사 참석을 가능하게 하는 출입증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스포츠경기장, 식당 등 ‘공공장소 출입패스’ 기능도

민간 차원에서도 ‘백신 접종 증명서’를 발급해 ‘백신 여권’의 기능을 수행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코로나 백신접종 또는 면역 보유 사실을 증명하는 ‘디지털 여행패스’ 스마트폰 앱을 다음달 출시할 계획이다. 에미레이트항공과 에티하드항공이 수주 안에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

<뉴욕타임스>의 지난 4일 보도에 따르면, IBM은 국제항공운송협회 앱과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백신접종 여부 등을 담은 ‘디지털 헬스 패스’를 개발해왔다. IBM은 이를 항공여행, 대학, 일터, 스포츠경기장 같은 공공장소 접근을 허용하는 용도로 제공할 계획이다. 백신접종자와 증명 수단이 늘어남에 따라, 백신을 맞은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는 공공생활도 나타날 전망이다.

하지만, ‘코로나백신 여권’ 발급과 실행은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다. 국가별로 상황이 다르다. ‘코로나백신’을 아프리카 많은 국가들이 입국시에 요구하는 황열병 백신 접종, 말라리아 예방약 복용과 같이 여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새로운 차원의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특정 국가를 방문하는 사람의 감염을 막기 위해 요구되는 백신 증명과 달리, 코로나백신 증명은 접종자에게 일상생활에서 일종의 ‘특권’을 부여한다는 문제 때문이다.

 

독·영·프 “백신 여권은 특권 부여하는 차별적 정책” 반대

‘여권’은 시민들에게 차별없이 평등하게 발급되어야 하고, ‘비자’는 국가간에 호혜적으로 발급되는 게 기본원칙이다. 그런데 ‘백신 여권’은 일부 계층과 산업계의 수요를 앞세워 이러한 무차별 원칙을 훼손할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영국 언론 <가디언>의 지난 7일 보도에 따르면, 독립기구인 독일 윤리위원회(Germany Ethic Council)는 백신 접종자에게 특권을 부여해서는 안된다고 정부에 권고했다. 독일 윤리위원회는 “백신 접종자가 전염력이 없는지에 대한 증거가 부족하고 접종자에게 특권을 도입하는 것은 사회적 불안(독일어에서 ‘팔꿈치로 밀쳐내기’ 현상)을 가져올 수 있다”며 “우선권이 필요하다면 남다른 보살핌이 필요한 요양원 거주자들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클레망 보네 유럽담당 장관도 백신이 아직 모든 사람들에게 접종되지 않았기 때문에 ‘평등’을 이유로, 백신 여권에 대해 반대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보네 장관은 “일부에게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한 권리가 있다는 생각은 충격적이고, 프랑스는 그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BBC의 지난 9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나딤 자하위 백신담당장관은 방송에서 “백신 여권이 차별적이 될 것이며 (백신 접종이후)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 또한 명확하지 않다”며 백신 여권을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달 14일 회의에서 “백신을 접종한다고 해서 국제 여행객들에게 여행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조처의 준수를 면제해서는 안 된다”며 ‘백신여권’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인천국제공항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들이 서 있다.

 

변이 바이러스, 면역 유효기간, 개인정보 등 문턱 넘어야

 

현재 추진되고 있는 ‘코로나백신 여권’은 스마트폰에 디지털 앱 형태로 개발되고 있는데 위·변조 그리고 개인정보와 데이터 집적, 해킹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다. 출입국 심사를 위해 여권에 담기는 개인정보 이상의 건강 상태 정보까지 디지털 앱으로 유통되는 상황에 대한 우려다.

코로나 백신의 유효성 문제도 백신여권 도입의 문턱이다. 독일·영국 보건당국의 우려처럼 백신을 통한 면역 보유자가 바이러스 전염 위험이 100% 사라지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항체 형성력은 백신마다,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에 백신과 별도로 개인별 면역보유 증명이 필요할 수 있다. 또한 남아공·영국 등 새로운 코로나 변이바이러스의 출현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개발된 백신이 유효성을 갖는지도 미지수다. 백신 개발사상 유례없이 단기간에 속성개발, 접종되는 만큼 백신의 효과가 얼마동안 지속되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다. ‘백신 여권’이 국제 여행 패스로 인정받기 위해서 답변해야 할 문제들이다.

 

국내에선 “백신 접종 이후 검토할 문제”

 

<한겨레> 취재결과, 국내는 아직 ‘백신 여권’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단계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에미레이트항공 등 코로나 마케팅에 적극적인 일부 항공사들이 관련 앱을 준비하고 있지만, 우리는 비슷한 것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의 항공정책 관계자는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 중앙방역대책본부 차원에서 질병관리청, 외교부, 국토교통부 간의 협의를 통해 방향이 잡힐 것”이라며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집단면역이 형성된 나라가 없는 상태다. 아직은 ‘백신 여권’을 검토하진 않았다. 국가나 도시별로 방역 상태와 면역 상태에 따라서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본권 기자

 

‘한국의 아마존’ 쿠팡 뉴욕증시 상장 추진

● COREA 2021. 2. 15. 03:36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자금출처 · 경영진 · 기업문화…쿠팡 미국 증시행은 ‘예정된 절차’

지난해 매출 1년새 90% 증가 경영진 보상체계도 철저히 미국식

 

설연휴 마지막날인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 건물 앞에 쿠팡배송 차량이 세워져 있다.

‘한국의 아마존’이라 알려진 쿠팡의 미국 증시행은 ‘예정된 절차’였다. 한국의 쿠팡은 미국 델라웨어주에 있는 기업(쿠팡LLC)의 ‘한국 지점’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잇단 쿠팡 물류·택배 노동자의 과로사에도 경영진 대응이 굼뜬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한국에서 기업하기 힘들어 미국에서 상장한다”는 얘기를 쏟아낸다. 그러나 자금 조달 방식과 경영진, 기업 문화 등이 모두 ‘미국식’인 이 회사가 한국 소비자를 상대로 영업활동을 하고 한국인을 대규모로 고용하는 점에서 과거 국내 대기업들의 미국 증시행 및 그 시도와 결을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쿠팡 베일을 벗다

14일 쿠팡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증권신고서(S-1)에는 베일에 싸여 있던 쿠팡의 진면목이 담겨 있다. 우선 영업 현황이다. 지난해 매출은 119억6734만달러(약 13조2500억원)로 한 해 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특수를 누린 사실이 뚜렷하게 확인된다. 영업손실도 한 해 전보다 22% 감소한 5억2773만달러(5842억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경영진 면면이다. 쿠팡 한국지점은 비상장사라는 이유로 경영진 구성이 담긴 정기보고서를 지금까지 금융감독원에 내지 않았다. 그 탓에 쿠팡을 움직이는 핵심 인물이 누구인지 명확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쿠팡 한국지점은 일부 임원의 영입 사실만 뒤늦게 언론에 전하는 데 그쳤다.

신고서엔 이사진과 핵심 임원 명단과 프로필이 담겨 있다.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 김범석(43)씨 외에도 공유택시 우버 시스템을 만든 투안 팸(52)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 아마존 출신 고라브 아난드(45)다. 집행 임원 중 비교적 이른 2017년부터 쿠팡에 몸담았다. 비상임이사로는 미국에서 벤처캐피털을 운영 중인 닐 메타(36)가 2010년부터 맡고 있고, 지난 1월에 정보기술 기업을 운영 중인 해리 유(61)가 최근 결합했다.

이들을 포함해 핵심 임원들이 모두 미국을 주무대로 삼아 활동했거나 미국 현지 경험이 많은 이들이다. 경영진 중 드문 한국 국적 인사도 마찬가지다. 한국지점 대표(경영총괄)인 강한승씨는 한국에서 법관과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냈으나 주미대사관(사법협력관)에서 근무했다. 김범석 의장도 일찌감치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나 미 하버드대에서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마친 뒤 주로 미국에서 활동했다.

 미국 관행 뼛속 깊이

쿠팡 주요 주주 중 한국 국적의 벤처캐피털리스트는 알려진 바 없다. 미국에서 모은 자금으로 한국에서 사업을 한 구조다. 김 의장이 이런 기업 지배·사업 구조를 짠 이유를 놓고 그간 여러 해석이 무성했다. 본사를 미국에 둔 이유가 자본 조달이 더 유리해서라는 분석이 그 예다. 하지만 이번 신고서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증권신고서에 담긴 쿠팡의 보상 체계는 전형적인 미국 관행을 따른다. 정액 급여(salary)보다 조건이 붙은(vesting) 스톡옵션·그랜트(장려금) 등 다양한 형태의 주식보상(스톡 어워드)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미국은 전세계적으로 경영자에게 가장 파격적인 보상을 하는 국가로, ‘경영자 천국’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 예로 지난해 가장 큰 보상을 받은 임원인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는 지난해 9월 영입 후 두달 만에 2700만달러(약 300억원) 상당의 주식보상을 받았다. 그의 정액 급여(약 9억원)의 30배를 웃돈다. 쿠팡이 산정한 주식보상의 가치는 공정가액 기준인 터라 실제 상장에 성공해 쿠팡 주가가 오르게 되면 더 불어난다. 주식보상을 매개로 공격적으로 쿠팡이 인재를 영입한 흔적이다. 강한승씨도 입사 보름 만에 50억원 상당의 주식보상을 받았다.

창업주 김범석 의장에게만 부여된 차등의결권도 국내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김 의장은 자신이 보유한 주식(클래스B)의 1주당 의결권을 일반 주식(클래스A)의 29배 보장받았다. 가령 1% 지분만으로도 29%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김 의장의 정확한 지분은 알려진 바 없다. 김 의장으로선 미국에 본사를 둬, 경영권 방어와 1천억원 상당의 주식보상 혜택을 모두 거머쥐게 됐다. 한편 신고서에는 김범석 대표 남동생 내외가 쿠팡에서 근무 중인 사실도 나타났다. 부부가 각각 최대 연봉을 47만5천달러(약 5억2500만원), 24만7천달러(약 2억7300만원) 받은 것으로 기재됐다. 박수지 기자

미국서 한국 배터리업체 소송전…SK, LG에 패해 궁지

● WORLD 2021. 2. 15. 03:32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수조원대 합의금 vs 미 10년 수입금지… SK 배터리 ‘사면초가’

미 대통령 거부권 검토기간 2달 내 합의여부가 마지막 선택지

 

 SK이노베이션 미국공장 건설지.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에서 완패를 받아들면서 수조원대 손해를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미 대통령의 거부권이 마지막 협상 카드로 남아 있지만 업계는 이마저도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이번 소송이 향후 에스케이의 배터리 사업에 끼칠 파장이 주목된다.

14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은 대통령 검토 기간 동안 협상을 끝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60일간 국제무역위 결정을 검토한 뒤 정책상의 이유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거부권을 발동하지 않은 채 기한이 끝나면 ‘10년 수입금지’ 등의 조처는 즉시 효력이 발생한다. 기아의 니로 EV 판매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두달은 에스케이가 어느 정도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시기”라고 말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크지 않다. 2013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삼성-애플 사례와는 달리, 이번에는 국제무역위가 이미 공익을 고려한 일종의 구제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의 거래처인 독일 폴크스바겐과 미국 포드는 각각 2년과 4년의 유예기간을 받았다. 그 안에 대체 공급사를 찾으라는 취지다.

미국 업계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최종결정 직후 포드와 폴크스바겐 모두 빠른 합의를 촉구하고 나선 이유다.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는 지난 11일 트위터에서 “두 공급사가 자발적으로 합의하는 것이 미국 제조사와 노동자들에게 궁극적으로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폴크스바겐도 입장문을 내어 “궁극적으로는 두 공급사가 법정 밖에서 합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거부권 행사를 언급한 건 아직까지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지사뿐이다.

 

증권가에서는 최종결정으로 인해 합의금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본다.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CS)는 최근 보고서에서 “(최종결정 이전에는) 엘지(LG)화학이 2조∼3조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제 합의금은 최소 5조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엘지에너지솔루션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웅재 법무실장은 지난 11일 간담회에서 “에스케이의 기술 탈취로 인한 피해는 유럽, 한국 등 다른 국가에서도 발생했다고 판단한다”며 “(다른 국가에서도 소송을 제기할지는) 기본적으로 에스케이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에스케이이노베이션으로서는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모양새가 됐다. 수조원의 합의금을 내게 되면 아직 적자 단계인 배터리 사업이 동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 지난해 배터리 사업의 매출은 약 1조6000억원, 영업손실은 약 4000억원에 이른다. 당장의 금전적 손실 외에도 위기 요인이 많다. 오랜 기간 이어진 불확실성으로 완성차 업체와의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거론되는 액수를 실제로 물면 사업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진다”며 “두 기업이 협력하면서 엘지도 보상받을 수 있는 안을 제시한 뒤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