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제 판사를 선거로 뽑아야 할까?

● 칼럼 2020. 12. 28. 03:14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시론] 이제 판사를 선거로 뽑아야 할까?

 

최한수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법관은 어떻게 판결을 내릴까? 법현실주의에 따르면 판사 역시 여느 일반인처럼 특정 목적을 위해 판결을 내린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목적은 무엇일까? 일본 사법부에 대한 분석에서 하버드대학의 마크 램자이어 교수는 그것은 판사들의 승진에 대한 열망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일본 사법부의 연공서열주의에 기반한 승진제도가 판사들의 이러한 열망을 이용하여 정치적 판결을 내리게 만드는 통로라고 보았다. 실제 램자이어 교수는 자민당에 우호적인 판결을 내린 판사들이 이후 좋은 보직을 거쳐 더 빠르게 고위 법관으로 승진했음을 밝혀냈다.

이러한 통찰은 양승태 대법원 시절의 사법농단에서 보듯 한국의 사법부에도 적용된다. 이 사건은 인사권을 이용하여 권력집중을 꾀한 대법원장과 엘리트 코스에 있던 몇몇 행정처의 비윤리적 판사들의 합작품이었다. 그런데 재판 농단보다 더 유감스러운 사실은 이후 김명수 대법원장이 제대로 된 징계나 유의미한 제도 개선을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로써 국민들은 법원이 자정 능력이 있는 조직이 아님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국회가 판사를 탄핵하지 않는 한 주권자가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단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국민들의 법원에 대한 불신은 더 커져갔다. 자율성은 높아졌는데 책임성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눈에서 보면 판사는 권한만 누리되 책임은 지지 않는 법조 귀족이다. 혹자는 자율성은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에 근거한 것이라 말하겠지만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법시험이나 변호사시험을 통해 임용된 법관에게 국민의 직접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 수준의 정당성이 주어지지 않는 것은 자명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권자가 법원에 거는 최소한의 기대는 사법적 자제다. 행정부의 재량이 인정되는 사항에 대해 그 정당성을 존중하는 절제의 모습이 있을 때 법원의 자율성 역시 인정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의 법원의 모습은 이와 거리가 멀다. 법원은 충분한 근거도 없이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있다는 이유로 검찰총장의 2개월 정직에 대한 집행정지를 인용하였다. 이로써 권한을 남용하고 있는 검찰총장에 대한 통제수단인 대통령의 징계권은 사문화되었다. 법원 논리에 따르면 이제 검찰총장에 대한 대통령에 의한 인사권의 통제는 감봉과 견책만 가능하다. 그 이상의 인사상 통제는 이제 모두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총장의 정치적 독립성이 개인의 권한 남용까지 면책할 정도로 중요한 헌법적 가치이며 그 직위 역시 대통령에 비할 만한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 기관인가? 그리고 이러한 판단을 본안 재판이 아닌 집행정지 결정에서 내리는 것이 옳았는가?

이것만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 환송심은 집행유예라는 결론을 정해놓고 달려가고 있다. 재판 초기에는 미국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준법감시위원회 설치를 권하더니만, 이제는 수박 겉핥기 식의 전문심리위원 보고서를 채택하였다. 여러 법률 전문가들은 내년 2월 선고에서 이를 근거로 재판장이 집행유예를 선고할 것이라 예측한다. 재판장의 소신에 따른 치료적 사법? 이는 그냥 원색의 유전무죄.

이처럼 법원이 파워엘리트의 입장을 자율성이란 이름으로 정당화하려 할 때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장 티롤과 에릭 매스킨이란 두명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는 2004판사를 언제 언제 선거로 뽑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은 판사 선거제도가 사회적으로 늘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판사로 하여금 당선을 위해 유권자의 입맛에 맞는 잘못된 판결을 내릴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동시에 법관이 특별한 계층의 이익을 대변할수록 선거제도는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민에게 공익의 수호자가 되기를 포기한 법관을 징벌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법원의 판결은 너무나 중요하다. 이것이 판결을 법관 3200명의 손에만 남겨둘 수 없는 이유다. 국민은 잘못된 판결에 대해서는 비판할 권리가 있다. 또한 잘못된 판결이 법원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이라면 그것이 선거이든 다른 무엇이든 간에 주권자에게 이 문제를 교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 이것은 국회의 몫이자 의무다. 그 전이라도 법원 또한 이러한 불신과 우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절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하루키 "각국 코로나 대응 비교해보니…일본 정치인 최악"

● 토픽 2020. 12. 28. 03:05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자신의 언어로 말 못해종이에 쓰인 것을 읽고 있을 뿐"

"아베노마스크·여행 장려 바보같은 잘못"아베·스가 비판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의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일본의 정치가가 최악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무라카미는 일본 주간지 다이아몬드 온라인판에 27일 보도된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문제에 각국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비교해 본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것을 못 한다"고 일본 정치인의 가장 큰 문제를 꼽았다.

코로나19는 처음 겪는 일이므로 실수하거나 전망이 틀리는 것을 피할 수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정치인이 자신의 메시지를 내놓지 못해 상황을 더 꼬이게 한다는 것이다.

무라카미는 "이런 혼란이므로 사람이 실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면 '아베노마스크를 배포한 것은 바보 같은 일이었다', '고투를 지금 하는 것은 잘못한 것이었다'고 제대로 말로 인정하면 된다"고 예를 들었다.

아베노마스크는 아베 정권이 밀어붙인 천 마스크 배포 사업을, 고투는 스가 정권이 공을 들인 여행장려 정책 '고투 트래블'(Go To Travel)을 의미한다.

무라카미는 "그런데도 많은 정치가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지 않느냐. 그러니까 쓸데없이 정치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는 것이다. 일본 정치가의 근본적인 결함이 코로나19로 드러났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본 스가 총리

그는 자신의 언어로 유권자와 소통하려고 노력했던 정치인으로 미국 대통령이던 존 F. 케네디와 일본 총리를 지낸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등을 꼽고서 "이런 사람들과 비교하면 지금 많은 일본 정치인은 어떻게 봐도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것이 서툴다"고 평가했다

무라카미는 "지금 총리도 종이에 쓰인 것을 읽고 있을 뿐이지 않냐"며 기자회견이나 국회 답변 때 질문과 상관없이 준비된 원고를 마냥 낭독하는 스가 총리를 꼬집었다.

그는 스가 정권이 학문의 자율성을 훼손한 사례로 비판받고 있는 일본학술회의 인사에 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무라카미는 학자나 예술가가 주류와 다른 발언을 하는 것을 배제하면 "세상이 유연성을 잃게 된다""학술회의에 총체(總體·사물 전체)의 의견과 다른 무언가 문제가 있더라도, 오히려 그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스가 총리는 일본 정부 정책에 반대한 학자들을 학술회의 회원 임명에서 배제하는 전례 없는 결정을 내렸는데 이를 비판한 셈이다.

영국 MI6 요원으로 옛소련에 정보 제공

체포 뒤 영국감옥 수감 도중 탈옥해 소련행

“6·25 전쟁 때 미군 무차별 폭격보고 전향

       

영국과 옛소련의 이중 스파이였던 조지 블레이크가 2001628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출판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모스크바/AP 연합뉴스

       

냉전시대의 전설적 이중 스파이 조지 블레이크가 25일 러시아에서 98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1950년대 영국 대외정보기관 MI6의 요원으로서 옛 소련(이하 소련)에 기밀 정보를 넘겨줬던 블레이크가 이날 사망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특별한 용기로서 인고의 세월을 겪은 뛰어난 전문가라고 애도했고, 러시아 대외정보국(FIS)은 이날 블레이크는 우리 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했다고 기렸다.

블레이크는 1950년대 영국 정보기관 요원으로 일하면서 9년간 소련에 기밀정보를 전달하다가 체포돼, 42년 형을 선고받았다. 1960년부터 영국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1966년 영화처럼 탈옥해 소련으로 도망가는 또 하나의 전설을 남겼다.

그는 1922년 네덜란드에서 셰파르디(스페인계 유대인)로 태어났다. 2차 세계대전 때 18살의 나이로 나치 독일에 맞서는 레지스탕스 운동의 연락책으로 일하다가 3개월간 복역했다. 영국으로 도망간 그는 정보기관 암호 요원으로 활약했다. 전쟁 뒤에는 베를린에서 대소련 첩보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냈고, 영국에서 러시아어를 배우는 등 본격적인 소련통으로 활약했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6·25 전쟁은 그의 인생을 바꿨다. 한국에 파견된 그는 1·4후퇴 때 서울에서 나오지 못하고 체포됐다. 이 때 그가 세뇌됐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는 당시 미군의 무차별적인 폭격에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나중에 밝힌 바 있다. 수감중 소련대사관이 보내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보고서, 자발적으로 전향해 소련을 위해 일하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는 1953년 귀국 때부터 체포될 때까지 500여명의 서방 스파이들을 소련에 노출시키고, 그 중 42명의 목숨을 잃게 하는 정보를 누출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폴란드 비밀요원이 서방으로 망명한 뒤 영국 정보기관 내에 이중스파이가 있다고 제보해 블레이크의 이중스파이 행각은 끝이 났다.

그는 당시 기준으로 14년 형을 선고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종신형 다음인 42년형을 받았다.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그의 탈옥을 돕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는 1966년 반핵 활동가 2명과 동료 재소자의 도움으로 탈옥했다. 그는 여러 집에 숨어지내다 동독으로 밀항에 성공한 뒤 소련으로 망명했다.

블레이크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고, 강고한 마르크스-레닌주의자로서 생을 마쳤다. 그는 배신자라는 비난에 대해 배반하려면 먼저 어디에 속해야 하는데, 나는 결코 어디에 속한 적이 없다는 주장으로 변명, 조국없이 떠돈 유대인으로서 신산하고 복잡한 삶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의길 기자

 

 

박정희 정권 간첩조작 중정 고문피해 재일 김승효 씨 별세

● COREA 2020. 12. 28. 03:00 Posted by 알 수 없는 사용자

일본에서 서울대 유학 와 74년 간첩 몰려 6년 옥고

‘20여년 정신병원’ 고통 재작년 무죄 판결 누명 벗어

    

영화 <자백>에 나오는 김승효씨 모습. ‘자백화면 갈무리

 

박정희 정권 시절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 자백의 주인공 김승효(70)씨가 별세했다.

고인과 함께 재일동포 간첩조작 사건의 또 다른 피해자인 강종헌씨는 김씨가 26일 새벽 일본 교토에 있는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고 응급실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재일동포인 김씨는 1974년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유학하던 중 북한의 지령으로 반정부 투쟁을 선동했다며 간첩으로 몰려 중앙정보부에 끌려갔다. 그뒤 가혹한 고문을 이기지 못해 간첩이라는 거짓 자백을 했고 이듬해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 등으로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6년이 지난 19818월 가석방됐지만 김씨는 조현병 등 고문 후유증을 겪으며 20여년간 정신병원 생활을 해야 했다.

2018년 서울고법 형사11부는 김씨의 재심에서 장기간 불법구금 상태에서의 진술은 법적 증거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4월엔 무죄 판단을 받은 김씨에게 국가가 81100여만원의 형사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결정도 나왔다. 44년 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었지만 정작 김씨는 한국정부에 대한 두려움 탓에 재판에 출석하지도 못했다.

김씨의 재심 변호를 맡았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장경욱 변호사는 27<한겨레>한평생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 속에 살다 떠나셨다. 이제는 비극적 삶에서 벗어나 영혼의 안식을 누리시길 바란다고 전했다. 영화 자백을 연출했던 최승호 뉴스타파피디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평생의 고통에서 벗어나 영원히 안식하시길 바란다고 추모의 뜻을 전했다. 김씨의 장례식은 오는 30일 일본 교토에서 비공개로 열릴 예정이다. 박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