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폭력 미화이유 가렸으나 페북 진실 결정권 없다노출

상업 정치광고 게재 두고도 상반페북 이사회 트럼프 열성 지지자

                        

지난 29일 새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동시에 올린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메시지에 대한 두 소셜미디어 회사의 반응은 상반됐다. 트위터는 이 트위트는 폭력 미화 행위에 관한 트위터의 운영원칙을 위반했다며 해당 트위트가 보이지 않도록 조처했지만, 페이스북은 그대로 노출했다. 페이스북은 한 발 나아가,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가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폭스 뉴스>에 출연해 “(페이스북은) 진실의 결정권자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위터의 조처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최근 몇몇 사건으로 주목받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트위터의 갈등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정책을 트위터에 사전 공개할 정도로 트위터를 애용하지만, 트위터 운영진이 민주당에 편향됐다고 불만을 터트려 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트위터가 정치 광고를 금지하면서 양쪽 갈등은 증폭됐다. 트위터의 조처는 8103만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하루 10개 남짓 트위트를 날리는 트럼프 대통령 쪽에 불리한 것이었다. 해당 조처로 개인의 정치적 트위트까지 막히지는 않지만, 트위터를 활용한 정치 광고 등의 배달은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공화당은 트위터가 보수 진영을 침묵하게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고,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위한 올바른 결정이라며 옹호했다. 당시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였던 조 바이든 부통령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트위터 팔로워는 각각 570, 1200만명 정도였다.

이 때도 페이스북은 트위터와 반대의 길을 갔다.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상업적 정치 광고 게재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저커버그는 그해 10월 한 청문회에서 정치 광고를 철회할 것이냐는 질문에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기 위해 정치인의 발언과 개성을 알아야 한다며 정치 광고 금지를 사실상 거절했다.

트위터의 잭 도시 대표.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이런 차이는 회사 내외부적 상황이 매우 상반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 타임스>30일 트위터 내부 임직원들이 일찍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무리한 트위트에 손을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29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총격트위트를 올리자, 트위터 내부 변호사와 정책결정자 등 10여명이 모여 적절성을 논의한 뒤 문제가 된다는 판단을 내렸고, 잭 도시 대표도 이에 동의했다고 한다. 반면 페이스북의 보수적인 결정에는 이사회에 자리잡은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의 입김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해 12월 정치광고 허용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의 첫 외부 투자자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피터 틸의 조언이 받아들여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이 미 행정부의 반독점법 조사에 직면해 있는 반면, 트위터는 이런 위협에서 자유로운 것도 한 원인이 된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Vox)“(트위터는) 반독점법에 대한 정부의 조사 같은 것에 직면하고 있지 않다정부 계약이나 광고비 등에 수익을 의존하고 있지도 않다고 분석했다. 실제 페이스북은 미국 거의 모든 주에서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지만, 트위터는 그렇지 않다. 정부 광고도 한 해 수백만 달러에 불과해, 트위터 매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대선을 6개월 남긴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트위터의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는 지난 26우편 투표가 부정 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트에 경고 문구를 다는 등 먼저 조처를 취했다. 지난해 6월 팔로워 10만 이상 관료 등이 잘못된 트위트를 올릴 경우 경고 꼬리표를 달겠다는 방침을 밝힌 지 꼭 1년 만에 실천에 옮긴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비판하면서, 이틀 뒤인 28일에는 이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대한 소셜미디어 회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테드 크루즈 공화당 상원의원이 31일 트위터가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 등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이란 제재법을 어긴 것일 수 있다며 조사를 촉구하는 등 전선도 넓어지고 있다.

독일 연방 하원의원 토마스 자르좀벡은 여기서는 가짜 뉴스와 싸울 수 있고, 정부를 비판할 수 있다며 트위터 본사를 독일로 옮기라는 트위트를 본인 트위터에 올렸다. < 최현준 기자 >


528일 닛산자동차의 바르셀로나 공장 폐쇄로 일자리를 잃게 된 스페인 여성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스페인은 남부 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빈곤층에게 최저소득을 보장해주는 지원책을 6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남부 유럽 국가 최초, 1인 소득 ‘62만원 미달땐 차액 지급

 코로나19 충격을 심하게 받은 스페인이 남부 유럽 국가 중 최초로 빈곤층 약 230만명에게 최저소득을 보장하는 지원책을 6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30<로이터> 통신 등의 보도를 보면, 스페인 정부는 최근 월 최저소득을 가구 구성원 수에 따라 462유로(62만원)부터 1105유로(150만원)까지로 설정하고, 실업수당 등 공공 지원금을 포함한 소득이 여기에 못 미치면 차액을 지원하는 정책을 확정했다. 1인 가구 최저 기준인 462유로는 스페인 최저임금(1108유로)40% 수준이다.

지원 대상은 23~65살 스페인 국적자 또는 1년 이상 합법적 거주자이며, 아이를 키우면 18살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자산이 일정액(아이 두명 포함한 4인 가구 기준 약 5800만원) 이하여야 한다. 이 지원책으로 85만가구 230만명가량이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럽연합의 최신 자료를 보면, 스페인의 빈곤층(중위소득 60% 미만 등)은 전체 국민의 21.6%로 서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 등은 스페인 정부 차원의 소득 보전 대책 수립을 촉구해왔다.

스페인 정부는 오는 15일부터 지원 신청을 받되, 지원금은 61일 기준으로 소급해 지급할 계획이다. 또 구직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지원액이 확정된 이후 소득이 늘어도 기존 지원액수를 당분간 유지할 계획이다.

기본소득 옹호론자인 영국 요크대학 정치학과 루이즈 하그 교수는 이 정책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면 남부 유럽에서 (최저소득 보장) 흐름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신기섭 기자 >


전두환 재판 증언 "발사각도 볼 때 정지비행 헬기 가능성"

5·18 연구 교수 "경고방송·위협사격 지시한 기록 존재해"

                

전두환(89)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에 출석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문가가 광주 전일빌딩 10층에서 발견된 탄흔은 헬기사격 결과물일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증언했다.

1일 오후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공판기일이 열렸다.

재판에는 광주 전일빌딩 탄흔을 감정한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연구실장과 국방부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관으로 활동했던 김희송 전남대 5·18 연구소 교수가 검찰 측 감정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이들은 현장 탄흔의 각도와 주변 지형, 군 기록 등을 근거로 헬기사격이 있었을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했다. 또 전씨 측 변호인과 공방이 이어지면서 7시간 가까이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전일빌딩은 1980년 당시 옛 전남도청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2016년 리모델링을 위해 노후화 정도와 사적 가치를 조사하다가 10층에서 다수의 탄흔이 발견됐다.

국과수는 광주시의 의뢰를 받고 20169월부터 20173월까지 4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를 진행해 탄흔의 발사각도 등을 토대로 정지 비행 상태에서 헬기 사격 가능성을 제시했다.

국과수가 현장 조사 결과 전일빌딩에서 발견한 탄흔은 외벽 68, 실내 177개 등 245개였다.

김 실장은 이후 광주지법의 촉탁검증 등을 지속해 총 281개를 발견했고 하나의 총알이 여러 탄흔을 만들 수 있어 총 270개의 탄흔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김동환 실장은 "더 높은 곳에서의 사격이 아니면 건물 10층 바닥에 탄흔을 만들 수 없다. 당시 주변에 더 높은 건물이 없다면 당연히 비행체 사격이 유력하다는 것이 제 견해"라고 말했다.

그는 "주로 4050도 안팎의 하향 사격이 많았고 수평 사격, 상향 사격 흔적도 있었다""이런 식으로 각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비행체 사격밖에 없다. 총기 종류는 특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가능성에 대해서는 "10층 출입문에서 사격했다는 의견도 있는데 출입문에서 보이지 않는 기둥에도 탄흔이 있다""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왔을 가능성 역시 기둥에 탄흔이 50개가 넘는데 줄에 매달린 채 불과 50cm 앞 벽에 탄창을 바꿔가며 쏠 사람이 과연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전씨의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국과수가 탄흔의 정확한 생성연도 조사와 현장 탄흔 실험, 화약 성분 검출 실험을 하지 않았다며 5·18 당시에 생긴 흔적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있느냐고 질의했다.

김 실장은 "40년이 지나 화약물질이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 실험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 변호사는 일부 탄흔 사진을 제시하며 못 박기 등 다른 흔적이거나 상향 사격 흔적일 가능성을 질의했으나 김 실장은 사격 패턴과 탄흔의 형태, 과거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이를 반박했다.

정 변호사는 10층 창문 밑 사각지대에 속하는 테라조 바닥의 흔적을 탄흔으로 판단하지 않은 것을 두고 "예단을 가지고 하향 사격 가능성이 있는 것만 탄흔으로 본 게 아닌가"라고도 물었다.

김 실장은 "탄흔이 생길 수 없는 위치였고 테라조가 부식되기도 한다""30년간 양심을 걸고 공직에서 활동했다. 취향에 맞는 흔적은 취하고 아닌 것은 배제했다는 것은 국과수를 무시한 발언"이라고 항의했다.

그는 500MD6열 기관총을, 코브라 헬기는 20mm 벌컨포를 장착했다는 이유로 UH1H 헬기가 제자리 비행(호버링·hovering) 상태에서 고도만 상하로 변화하며 사격했을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추정했다.

김희송 교수는 탄흔의 존재, 1980521일 최고 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던 점, '경고방송하고 벌컨 위협사격을 실시해 시위대에 위협감을 조성하라'는 육군본부 작전 지침 기록 등을 근거로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김 교수는 "당시 1항공여단의 상황일지, 전투상보는 존재하지 않지만 작전 지침은 보안사 자료에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헬기사격 사망자 기록에 대해서는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신군부가 검시조서 작성을 주도했다. 511 연구위원회가 헬기사격으로 오해할 수 있는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과 같이 군 기록이 조작·은폐돼 헬기사격 사망 기록이 없다고 본다"고 발언했다.

그는 당시 수송용인 UH1H를 무장 헬기가 엄호하면서 헬기 사격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숙련된 사수라면 6열 기관총 사격을 몇 발씩 끊어서 사격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총 사격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추론했다.

전씨는 이날 재판부로부터 불출석 허가를 받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을 시작하면서 "형사소송법상 '장기 3년 이하 징역형'에 해당해 불출석을 허가했다""만약 피고인이 치매로 변별 능력이 없거나 질병으로 거동이 불가능하다면 공판 절차를 중지해야 하는데 그런 사유는 없다고 판단해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라며 전씨의 건강 상태를 염두에 둔 결정이 아님을 강조했다.

전씨는 2017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기소 됐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22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 열린다.

전씨 측은 백성묵 전 203항공대 대대장, 장사복 전 전교사 참모장, 이희성 전 육군 참모총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예정이다.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 30, 시민과 함께 할 방향을 고민하자

         위안부 운동 향후 진로’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이번 기회에 민간 단체 실정 맞는 표준회계 기준 만들어 지원을

 시민사회 위축 시민들 기댈 언덕이 하나둘 무너질까 두렵기 때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사건이 티브이의 유명 탐사 프로그램으로 방영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불쑥 걱정이 앞섰다. 사람들은 나눔의 집과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정의연 사건이 터진 상황에서 다시 나눔의 집 비리가 폭로되니 지금까지 애써 일구어온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중심으로 한 세계적인 전시 성폭력 고발 운동에 씻지 못할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진 않을까 걱정이 든 것이다.

그런데 정의연에 대해서는 없는 사실까지 악마의 편집 기술을 동원해 공격해대던 언론과 극우세력들이 너무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나눔의 집 회계부정에는 주목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지속적으로 원칙적인 입장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요구하는 정의연의 운동,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전시 성폭력과 성착취 문제를 공론화하고 국제연대를 펼쳐온 그 운동을 이번 기회에 지우고 싶은 것으로 생각되었다면 너무 심할까? 사실 위안부문제가 풀리지 않는 일차적인 책임은 책임을 계속 부인하는 일본 정부에 있다. 그리고 한국 정부도, 국회도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런데도 모든 책임을 정의연에 뒤집어씌우고 있다.

피해자에서 생존자로 그리고 인권활동가로 거듭나면서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제기해온 당사자인 이용수씨는 정의연을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할머니를 팔았다, 이용당했다는 기자회견을 두 차례나 했다. 극우세력들이 위안부운동에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칠 리가 없다. 그렇게 이 여성인권 평화운동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회계부정이 있었다면, 그리고 윤미향 의원이 부정한 방법으로 공금을 유용했다면 분명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은 아니어야 한다. 너무 성급하고 지나치다. 그 성급함과 지나침 속에서 이 운동을 이끌어온 피해자이자 생존자인 위안부당사자, 연구자, 전문가들은 씻지 못할 상처를 입고 있다. 활동가들은 지쳐가면서 동시에 두려움에 떨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20151228일 한-일 정부의 밀실합의 책임마저 윤 의원과 정의연에 돌리려는 술책은 정의연의 활동가들을 엄청난 스트레스에 내몰고 있다. 이전부터 이런 상황을 견딜 수 없었던 활동가들이 하나둘 이 운동을 떠나기도 했다. 그들에겐 이런 문제제기가 30년 동안 이 운동을 해오는 과정에서 당했던 그 어떤 모욕과 비난보다 더 아프고 힘들 것이다.

회계부정 의혹은 검찰에 공이 넘어갔으니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 그리고 이번 기회에 민간법인과 민간단체의 실정에 맞는 표준회계 기준을 만들고 전문성 부족으로 이런 일을 제대로 처리하기 힘든 민간법인과 민간단체의 회계 정리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자. 선진국들에서는 그렇게 한다. 시민사회가 위축되면 시민들이 기댈 언덕이 하나둘 무너지는 결과로 귀결될까 두렵기 때문이다.

지금은 앞으로 위안부운동, 전시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때다. 윤 의원은 이 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고, 이 운동을 대표했다. 이 운동에서 그의 자리는 너무 크다. 그런 그가 충분한 준비 없이 급히 서둘러서 자리를 옮겼다. 윤 의원이 몇몇 의혹에 대한 결백을 주장하는 것만으로 이 상황이 쉽게 마무리되지 않는 건, 30년 동안 이 운동에 책임을 진 자로서 윤 의원이 지고 가야 할 숙명 같은 것이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처럼 마지막까지 의혹 해소를 위해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해주기 바란다.

이용수씨도 자신이 인권활동가임을 자각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의 문제도 함께 느낄 수 있어야 한다. 피해 생존자로서, 그리고 인권활동가로서 하는 말은 무게가 다르다. 정의연 운동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 방법과 형식이 달라야 했다.

정의연은 30년 운동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운동의 원칙과 방향을 점검하고, 그 방향을 실현해갈 사람과 조직이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면 좋겠다. 피해자 민족주의, 소녀상으로 대표되는 고정화된 이미지와 피해자의 성역화, 여성주의적 관점의 부족, 운동의 독점 현상 등에 대한 비판을 귀 기울여 듣고 겸허히 성찰해야 한다. 외부의 공격에 맞서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내부에 억압으로 작용한 조직 문화는 없었는지도 돌아봐야 한다.

물경 30년이다. 혁신하려는 몸부림이 없는, 관성에 내맡겨온 운동이라면 그 운동의 미래는 없다. 이 운동을 책임지고 끌고 갈 사람을 키우는 일부터 뼈아프게 점검해야 한다.

나는 위안부운동을 30년 동안 이끌어온 정의연이라면 새롭게 거듭나는 해법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대협-정의연의 운동은 새로운 출발선에 놓여 있다. 이 운동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라면 나는 정의연과 함께 비를 맞는 심정으로 곁에 서겠다.

<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