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노무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이 열리고 있다. 2024.5.23. 연합
2009년 5월 23일의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가눌 수 없을 만큼 심장이 뛰고, 피가 솟구쳐 올랐다. 깊은 추도와 묵상을 했고, 이어 조사(弔詞)를 썼다.
16년 지난 지금도 생각해 본다. 노무현 대통령은 누구인가?
강산이 두 번 가까울 만큼 변했지만, 내가 생각하는 지도자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때나 이제나, 또 우리 역사를 통털어, 지도자란 민인(民人)을 뜨겁게 품을 수 있어야 한다. 국민 높이의 삶 그 아래로 내려가 민인을 뜨겁게 품는 지도자를 만나고 싶다. 옛말에도 대천이물(代天以物)이라 하여 지도자란 민(民)인 하늘(天)을 섬기고 품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던가.
지도자가 그래야 하듯 국민 또한 지도자를 아낌없이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사랑받는 지도자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통절한 역사가 16년 전에 벌어졌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 하면 지금도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가슴 여민다. 다른 한편,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세력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쳐 오른다. 우리 역사상 그토록 서민적이고 민주적인 대통령을 본 적이 있는가?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대통령을 가까이 한 적이 있는가? 마음 씀에 있어 그토록 상대를 배려한 대통령을 본 적이 있는가? 없다.
그런데도 그런 대통령을 왜 지켜주지 못했는가? 왜 그 잘난 자들의 허위에 맞서 분노하고 싸우지 않았던가? 생각할수록 부끄러울 뿐이다. 그래서 지도자를 추모하는 국민의 일원으로서 세월이 갈수록 연민의 정이 더해진다. 너무나 안쓰럽고 울컥해 목이 멘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목 놓아 울고 싶어진다.
보라, 사랑하는 이를 지켜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역사는 이미 천길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져 있을 텐데. 반역의 세월이, 퇴행의 역사가 짙게 어둠을 드리우고 있는데….
16년 전 썼던 조사에 인용한 다산 정약용의 <솔피 노래(海狼行)>를 다시 읽는다. 물고기의 왕 고래가 솔피 무리의 공격에 비참하게 죽음을 당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시다. 1800년 정조대왕의 갑작스럽고, 의문스런 죽음을 에둘러 묘사하며 탄식한다.
<솔피 노래(海狼行)>
솔피란 놈, 이리 몸통에 수달 가죽 가는 곳마다 열 마리 백 마리 무리 지어 다니는데 물속 날쌔기가 나는 듯 빠르기에 갑자기 덮쳐오면 고기들 알지 못해.
큰 고래 한입에 천석 고기 삼키니 한번 지나가면 고기 자취 하나 없어 솔피 먹이 없어지자 큰 고래 원망하여 큰 고래 죽이려고 온갖 꾀를 짜내었네.
한 떼는 앞쪽에 들이대고 한 떼는 뒤를 에워싸고 한 떼는 왼편 노리고 한 떼는 오른편 공격하고 한 떼는 배를 올려치고 한 떼는 등에 올라탔네. 상하 사방 일제히 고함지르며 살가죽 찢고 깨무니 얼마나 잔혹한가.
고래 우뢰처럼 울부짖으며 물을 내뿜어 바다 물결 들끓고 푸른 하늘 무지개 일더니 무지개 사라지고 파도 차츰 가라앉아 아아! 슬프도다 고래 죽고야 말았구나.
혼자서는 무리의 힘 당해낼 수 없어라 약삭빠른 조무래기 드디어 큰 짐 해치웠네. 너희들 피투성이 싸움 어찌 여기까지 이르렀나 본뜻은 기껏해야 먹이싸움 아니더냐.
큰 바다 끝없이 넓기만 하여 지느러미 날리고 꼬리 흔들며 서로 좋게 살 수 있으련만 너희들은 어찌 그리 못하느냐.
피투성이 싸움에서 고래의 죽음은 다산에겐 노론 벽파가 정조를 사정없이 물어뜯던 모습으로 비쳤으리라. 완성되지 못한 개혁의 종착점이 고래의 죽음으로 상징된 것이다.
어떤가? 민주주의가 압살되는 형국이나, 노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직접적인 세력을 고발하는 것 같지 않은가? 그의 죽음을 통한 항거와 그다운 명백함의 의사 표현을 구경거리 삼아온 우리의 졸렬한 자화상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오늘 불현듯, 다산의 글을 다시 떠올리며, 지금 우리는 민족사의 어느 파고를 헤쳐 나가고 있는지 묻게 된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역사에서 정의로움은 패배당하고 마는가? 진실이 승리하는 역사를 어떻게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숱한 상념이 고개를 수그릴 줄 모른다.
뿌리 깊은 사대와 작은 기득권의 끊임없는 강화가 민족사를 어지럽힌 주범이라면, 이 처연한 슬픔은 행동으로 넘어서야 하리. 그것이 죽음을 삶으로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이기에. 해서 노무현 대통령의 유서 한 대목을 살펴본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29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열린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제가 끝난 뒤 한 시민이 자신의 마음이 담긴 문구가 세겨진 종이를 들며 화장장으로 떠나는 장례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2009.5.29. 연합
주변에 미안해하고, 삶과 죽음이 ‘한 조각’이라는 망자의 처연함 뒤엔 문득, 광주 망월동을 외로이 지키고 선 무수한 혼령들의 작은 빗돌처럼 그의 ‘오래된 생각’이 비친다.
노 대통령을 공격해 죽음으로까지 몰고 간 그 ‘솔피 무리’는 16년 지난 지금도 여전히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그것이 지난 12월 3일 국민들이 잠자리에 들 시간에 벌어진 일대 폭거가 아니겠는가?
어찌하여 우리는 똑같은 질곡의 역사를 16년 지난 지금 이렇듯 또다시 반복하는가? 또 어떻게 국민들은 공격받은 민주주의를 다시 들쳐업고 분연히 일어나는가? 자연히 숙연해진다.
이제 반복되는 반역의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 6월 3일. 무거운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아니 윤 정부가 들어서고부터 무너져온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인가.
지난한 겨울의 어둠을 뚫고 다시 봄이 왔듯, 이제 우리는 퇴행의 역사를 밀어내고 새로운 각오로 내일을 다짐할 수 있어야 한다. 민주주의 만세! 라고 다시 외쳐 불러야 한다. <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장 >
이재명 “노무현 보며 성남시장 출마…‘사람 사는 세상’ 이어가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22일 경남 양산 워터파크공원에서 열린 현장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2006년,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이재명이 지방선거 출마를 용감히 결단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노무현 대통령 덕분”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노무현 대통령께서 꿈꾸던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여정. 지역균형 발전을 이루고,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 특권과 반칙이 없는 사회, 국민이 주인 되는 ‘진짜 대한민국’에 가닿겠다”며 이렇게 적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은 저 이재명의 길을 만드는데 두 번의 큰 이정표가 되어 주셨다. 개인의 성공과 사회적 책무 사이에서 남 모르게 번민하던 (사법)연수원 시절, 노무현 인권 변호사의 특강은 제 인생의 방향에 빛을 비춰 주었다”고 했다.
이어 “아무도 선뜻 나서지 못했지만, 과감히 실행하셨던 정치개혁은 제 인생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되었다”며 “돈과 연줄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진심만 있다면, 얼마든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신 등대지기 노무현의 희망의 빛을 따랐고 어느새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평생에 걸쳐 기득권에 맞서고, 편견의 벽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꿈. 지역주의의 높은 산을 기어코 넘고, 특권과 반칙이라는 바위를 지나, 끝내 민주주의라는 바다를 향해 나아간 그 큰 꿈. 이제 감히 제가 그 강물의 여정을 이으려 한다”며 “노무현은 없지만 모두가 노무현인 시대, ‘깨어있는 시민’들의 상식이 통하는 사회, 국민이 주인인 나라, 모두가 함께 잘사는 대동세상을 만들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권오혁 "계엄 직전 윤석열과 통화 인물들 위주" "선포 계획 듣고도 말리지 않았으니 윤과 한통속" 구본기 "모두 처벌해 내란 없는 나라 물려줘야"
촛불승리전황행동은 22일 오후 3시 서울시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내란방조 내란가담 김문수, 추경호, 나경원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연 뒤 고발장을 들고 국가수사본부에 들어가 고발장을 접수했다. 2025.05.22. 촛불행동TV 유튜브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이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고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과 직접 통화했지만 비상계엄 해제를 방해한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 추경호 전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을 내란 방조 및 가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내란 방조 자체가 범죄를 도와준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표는 다음 세대에게 '내란 없는 대한민국'을 물려주는 것. 이를 위해서 12·3 비상계엄 관련자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
촛불행동은 22일 오후 3시 서울시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내란방조 내란가담 김문수·추경호·나경원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촛불행동은 기자회견을 연 뒤 고발장을 들고 국가수사본부에 들어가 바로 고발장을 접수했다. 고발장에는 12·3 비상계엄 상황과 지금까지 있었던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 추경호 전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의 '내란 방조 행위'가 세밀히 적혀있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에 관한 동조 발언,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 행위, 허위사실 유포 등의 내용이다. 이 세 명은 윤석열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으로 결정됐다.
촛불행동 권오혁 공동대표는 "경찰이 윤석열의 통화 목록을 분석했는데 통화 대상자가 김문수, 추경호, 나경원"이라며 "내란을 가담, 동조, 옹호했고 탄핵을 반대했던 대표적인 정치인을 고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문수는 비상계엄이 '불가피했다'고 계속 말하고 있다"며 "비상계엄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이었는데 윤석열 파면 이후 장관직을 탈퇴하고 출마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김문수는) 계엄 당시 국무위원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했다.
권 대표는 추 전 원내대표에 대해 "비상계엄 당시 추 전 원내대표는 윤석열과 1분가량 통화를 했다"며 "이후 추 원내대표는 본인도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다른 의원들이 표결하러 가지 못하도록 적극 방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나경원은 윤석열과 계엄군이 국회에 투입되기 직전에 통화했다"며 "계엄 해제에 불참했고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며 계엄을 옹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경원은 계엄 표결에 불참한 이유로 민주당 지지자들한테 포위당해서 그랬다고 거짓말까지 했다"고 했다.
형법 제 32조에는 '타인의 범죄를 방조한 자는 종범으로 처벌한다'고 나와 있다. 윤석열에게 직접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들었는데도 말리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범죄를 도와줬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권 대표는 "내란 종범은 처벌 대상"이라며 "국가수사본부가 이들의 행위를 파악하고 처벌해 줄 것"이라고 요청했다.
촛불행동 구본기 공동대표는 "아직 12·3 비상계엄이 끝나지 않았다"며 "관련자가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 대표는 "내란수괴 윤석열은 거리를 돌아다니고 어제는 극장에서 영화까지 봤다"며 "이들을 모두 처벌해서 다음 세대들에게는 내란 없는 깨끗한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한다"고 했다.
촛불행동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내란방조 김문수, 추경호, 나경원' 고발장을 국가수사본부에 제출하고 있따. 2025.05.22. 촛불행동TV 유튜브
구 대표는 "최근 밝혀진 사실을 토대로 윤석열과 한통속으로 보이는 자들을 고발한다"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사회라고 하지 않을 테니 죗값을 받아라"고 했다. 그는 이어서 "내란죄는 공소시효가 없다"며 "마지막 한 명이 처벌받는 그날까지 함께해달라"고 말했다.
촛불행동이 제출한 고발장에는 김 후보, 추 전 원내대표, 나 의원에 대한 '내란방조의 죄'를 기록해 놨다. 먼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지속적으로 윤석열의 계엄을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발언을 정리해 놓았다. 김 후보는 지난달 24일 국민의힘 2차 토론회에서 "젊은 사람들이나 정치 무관심층은 민주당이 얼마나 국회에서 포악한 일들을 많이 했는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계몽령'이라는 뜻이 나왔는데 상당히 센스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회에서는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사정에 대해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했다. 이는 모두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발언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상황에서 국회에 계엄군이 투입되기 직전인 밤 11시 22분쯤 윤석열과 약 1분 정도 통화했다. 그 후 국민의힘 소속 국회가 아닌 당사로 모이게 해서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할 수 없도록 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당시 국회에 있었지만,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계엄 해제 표결을 30분 늦춰달라고 요청하는 등의 방식으로 비상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했다. 윤석열과 통화를 한 상황에도 비상계엄을 해제를 막은 것이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비상계엄이 선포된 상황에서 국회에 계엄군이 투입되기 직전인 밤 11시 26분쯤 윤석열과 약 40초 정도 통화한 후 계엄 해제 표결에 불참해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는 등의 행동을 했다. 윤석열 탄핵 반대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지키기 위한 국회의원의 직무를 방임한 것이다.
촛불행동은 기자회견을 끝내고 고발장을 들고 뒤에 있는 국가수사본부에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오늘을 시작으로 내란 동조 정치인, 군부를 모두 고소·고발할 것"이라며 "내일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엄벌 탄원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편향된 설문으로 특정 응답 유도' 비판 샀던 조사 부실한 여론조사를 부실한 보도가 부추기는 꼴
'이재명-김문수 후보 간 오차 범위 내 접전'이라는 여론조사결과 보도들이 잇따르고 있다. 상당수 언론들이 이같은 결과를 인용해 내보내면서 마치 판세가 급변하고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보수층이 결집하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는 하지만 이들 조사는 신뢰성 논란을 일으켰던 기관들의 조사결과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한 보도라는 지적이 높다.
21, 22일에는 특히 여론조사공정과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의 조사 결과들이 적잖은 언론들에 의해 기사화돼 인터넷 포털의 주요기사에 배치됐다. 둘 다 그간 편향성 및 부실 조사 의혹을 샀던 곳들이지만 언론들은 그에 대한 설명 없이 이들 기관의 조사결과를 내보내고 있다. KOPRA가 아시아투데이 의뢰로 조사한 결과는 이재명 후보 46%, 김문수 후보 41%의 지지율을 보여 김문수 후보가 맹추격 양상인 것으로 보도됐다. 또 여론조사공정이 데일리안의 의뢰로 조사한 결과는 이재명 45.1% 대 김문수 41.9%로 3.2%p 차이의 박빙세인 것으로 인용됐다.
'이재명-김문수 후보 접전'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하는 언론의 제목들.
이 같은 결과들은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다수의 여론조사 기관들의 결과와는 크게 차이 난다. 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 쿠키뉴스-한길리서치,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 YTN-엠브레인퍼블릭의 조사결과에서는 이재명 김문수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9.4%p, 9.8%p, 9.5%p, 14%p로 오차범위 밖의 격차를 보였다. 이들 기관들의 조사에서도 투표일이 점점 다가오면서 김문수 후보를 중심으로 보수 결집 흐름이 확인된다. 또 전화 면접에 비해 응답자의 성향에 따른 차이가 두드러지는 자동응답방식(ARS)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그 결과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다(이상 여론조사 결과들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특히 ‘접전’을 내보내는 조사기관들과 의뢰 언론사는 그간 조사의 신뢰성에 대해 큰 의혹을 자아냈던 곳들이라는 점에서 이들 조사결과를 언론이 중계하듯 내보내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다.
여론조사공정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발표했던 여론조사 결과가 국민 일반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수치를 보여주며 '여론조작' 의혹까지 제기됐던 업체다. 탄핵 소추가 진행 중이던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를 넘어서고,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차 범위 밖에서 앞선다는 등의 결과는 당시 한국갤럽이나 리얼미터 등 주요 여론조사 기관의 결과와 큰 차이를 보였다.
공정의 조사는 설문 문항의 설계에서부터 큰 논란을 샀다. 지난 2월 전국 정당지지도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배치한 설문들은 특정한 방향의 답변을 유도하는 듯한 내용들이었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사법연수원 동기로 친밀한 관계임이 드러나고, 자신이 SNS계정에 작성했던 게시물들이 논란이 되자 계정을 삭제했습니다. 문 재판관의 행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를 비롯해 '이미선 재판관 임용 당시 주식 거래 논란' '민주당과 우리법연구회의 카르텔 주장' 등의 설문들이었다. 여당과 윤 전 대통령이 강조해 온 사안을 앞에 배치하고는 마지막에 윤 전 대통령 지지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배치했다. 이 조사에서 윤 전 대통령 지지 응답은 사상 최고인 51%까지 치솟았다.
공정이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4월 3일에 내놓은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총 9개 문항 중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2심 판결(무죄)에 대한 의견'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등 내각을 향한 야당의 연쇄 탄핵에 대한 의견' 등 야당과 관련된 질문이 4개였다. 또 여러 정치인을 나열한 뒤 가장 '폭력'적인 것 같은 사람을 꼽으라는, 다른 조사에서 전혀 본 적이 없던 문항까지 있었다. 이 문항에선 이재명 대표가 35.5%를 얻어 1위였다. '폭력'이라는 표현은 응답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고 이 대표를 흠집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배치된 문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KOPRA의 경우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 관련 조사를 놓고 편향성 논란이 컸다.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다른 주요 기관들이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를 중단했던 시기에 유독 높은 지지율을 발표했다. 이 조사 역시 설문 문항 설계에서 편향적인 의도가 작용했다는 의심을 샀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에 대한 불법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강제 연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언급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산시스템의 해킹 및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한 의혹 해소를 위해, 선관위 선거시스템 공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와 같은 질문들은 특정 주장을 전제하거나, 응답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가능성이 짙다는 비판을 받았다.
KOPRA는 특히 극우 성향 유튜브 채널인 '고성국TV'와 다수의 여론조사를 협업하면서 큰 논란을 낳았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통일당 비례 지지율 6%'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발표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다른 주요 기관들의 조사에서는 자유통일당의 지지율이 2%대에 머물렀고 실제 선거 결과 역시 2.26%에 불과했다. 이는 KOPRA의 조사에 대해 '맞춤형' 조사라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두 개 기관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설문들은 조사 응답자들로 하여금 조사의 객관성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질문들이다. 응답을 완료한 이들만의 결과로 집계되는 조사결과가 왜곡될 수 있는 것이다. “편향적 질문 3개가 이어지다 보니, 평균적 견해를 가진 사람은 전화를 끊고 이탈할 확률이 크고, 동의하는 사람들만 끝까지 대답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설령 앞에서 대통령 지지율을 물었다고 하더라도 후속 질문들에서 뭔가 의도 있는 조사가 아니냐며 전화를 끊고 나가는 사람들이 많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렇게 되면 끝까지 응답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집계를 하는 과정에서 편향된 사람들만 남아서 통계가 잡힐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설문의 의도와 반대 되거나 중립적인 성향의 응답자들은 설문 도중 이탈함으로써 특정 성향의 응답자들의 의견만 과대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설문의 내용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조사기관에 대한 평판이 편향된 표본에 치우칠 수 있다는 점이다. 신뢰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된 기관들에는 특정한 성향의 표본들 위주로 응답률이 치우칠 수 있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는 지난 1월 조사에서 '편향조사' 지적이 일자 설문 문항을 재설계했다고 했지만 이 기관의 조사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상황에서 애초에 평균적인 응답자 표본이 갖춰지긴 쉽지 않다.
여론조사기관들의 문제보다 더욱 큰 문제는 언론의 안일한 받아쓰기다. 상당수 언론이 이같은 점들에 대해 별 점검 없이 인용하고 있다. 뉴스 가치가 있다고 보고 보도하더라도 조사기관들에 대해 유의할 점이나 어느 정도 신뢰도를 인정받은 조사기관들의 조사 결과와의 차이점 등을 짚어줘야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부실한 여론조사를 부실한 언론보도가 더욱 부추기는 상황이다. < 민들레 이명재 기자 >
지난 2월29일 경기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순환배치부대 임무 교대식에서 미 육군 제3기병연대가 성조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수천명을 철수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군 약 2만8500명 중 4500여명을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 내 다른 기지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두 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이 구상은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한 비공식적인 정책 검토의 일환이다. 검토를 수행 중인 고위 관리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여러 아이디어 중 하나다”라며 “아직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 보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행정부가 계속해서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할지 등에 대한 명확한 그림이 나올 때까지 병력 수준에 대한 결정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부터 주한미군 규모 조정을 검토해온 바 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월스트리트저널 질의에 “공식 발표할 내용은 없다”고 답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피트 응우옌 대변인도 병력 철수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국방부는 논평을 거부했다.
앞서 지난달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주한미군이 없어지면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가 침공할 가능성이 커진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새뮤얼 퍼파로 미군 인도태평양사령관도 주한미군의 억지력 유지 필요성에 동의하며 “주한미군의 중대한 감축은 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감소시킨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만 한국에서 철수한 병력이 인도·태평양 지역 내에 계속 주둔하는 방식이라면 이런 우려를 줄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괌은 잠재적 분쟁 지역에 가깝지만 중국군이 접근하기에는 더 어려운 위치에 있어 국방부의 핵심 병력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 감축 문제는 현재 국방부가 수립하는 국방전략(NDS)과 함께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일 국방전략 수립을 지시하면서 미국 본토 방어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억제, 전 세계 동맹과 파트너의 비용 분담을 늘리는 것을 우선시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국방전략 수립을 이끄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한국이 재래식 방어의 부담을 더 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주한미군 철수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바 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국방부 “주한미군 4500명 감축 검토, 한미 간 논의 전혀 없어”
미국 언론이 미 정부가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23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의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군 전투 장비들이 모여 있다. 연합
국방부는 23일 미국이 주한미군 4500명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미국 언론 보도에 대해 “주한미군 철수아 관련해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날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핵심전력으로 우리 군과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해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억제함으로써 한반도 및 역내 평화와 안정에 기여해 왔다”며 “앞으로도 그러한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미측과 지속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미 국방부가 현재 한국에 주둔한 미군 약 2만8500명 가운데 약 4500명을 미국 영토인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직 이 방안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군’으로 재편하고 한반도 이외의 작전에 투입하는 ‘전략적 유연성’ 강화를 추진하면서 주한미군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집권기에도 주한미군 철수·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다가 실제 행동엔 나서지 않았는데, 미국 우선주의를 더욱 노골화한 2기 들어 다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성격 문제가 최우선 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 한겨레 박민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