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만장 카다피: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지난 14일 수도 트리폴리 시가지에 나타나 차량 바깥으로 상체를 드러내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 모습을 리비아 TV가 방영했다.
혁명 확산 ‘주춤’
지난해 12월16일 저녁 튀니지 중부의 소도시 시디 부지드. 가족의 생계를 위해 노점상을 하고 있는 청년 무함마드 부아지지는 어머니에게 들뜬 표정으로 “내일 팔 사과와 오렌지가 이제껏 본 것 중 최고”라고 자랑했다. “과일을 팔아 선물을 사드릴게요. 내일은 좋은 날이 될거예요.” 부아지지는 그것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말이 될 줄도, 다음날이면 자신이 아랍 민주화 혁명의 불씨가 되리란 것도 까마득히 몰랐다.
다음날 새벽 장터로 나선 부아지지는 단속경찰의 거듭된 행패와 멸시에 항의해 분신했고, 지난 1월4일 끝내 숨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흘 뒤인 8일 튀니지 전국에선 거센 반정부 민주화 시위가 시작됐다. 4월18일로 민주화 시위 100일을 넘겼다.
부아지지의 분신 이후 지금까지 아랍에선 100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엄청난 변화가 진행중이다. 튀니지에선 시위 일주일 만에 자인 엘아비딘 벤알리 대통령의 24년 독재가 무너졌고, 2월에는 이집트에서도 호스니 무바라크 정권의 30년 철권통치가 막을 내렸다.
두 나라의 민주화 시위는 인접국 리비아와 모로코뿐 아니라, 요르단·시리아·사우디아라비아·예멘·오만·바레인 등 아랍 전역으로 확산됐다. 기득권층의 부패와 억압, 극심한 빈부격차에 수십년 억눌려온 절망과 분노가 ‘두려움의 장벽’을 허물고 폭발했다. 부아지지의 어머니는 최근 몇몇 외신 인터뷰에서 “우리는 돈도 전기도 차도 없지만, 아들의 죽음은 가난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요구 때문”이라며 “아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런 민중 혁명의 열기는 그러나 대다수 나라들에서 독재정권들의 완강한 저항에 막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리비아 사태는 국제사회가 무력 개입한 내전으로까지 번졌고, 시리아·예멘·바레인 등의 집권층은 튀니지와 이집트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 온갖 유화책과 강경책을 병행하고 있다. 이집트와 튀니지도 독재 축출엔 성공했으나, 정권교체와 체제 전환을 향해 더딘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집트 최고 행정법원은 16일에야 무바라크의 집권당이었던 국민민주당(NDP)의 해체와 재산 몰수를 명령했다. 앞서 13일에는 이집트 검찰이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구속했고, 튀니지 과도정부 검찰도 뒤늦게 벤알리 전 대통령에 대해 살인, 반란 모의, 마약 사용 등 18가지 혐의를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신자유주의 전도사였던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아랍권 민주화와 경제 지원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세계은행은 튀니지 과도정부에 정부계약 개선, 공공지출 정보 공개, 공정사회 강화 등 일련의 개혁을 조건으로 5억달러를 공여하고 인근 국가들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이집트와 튀니지에 대한 지원은 향후 많은 중대한 결과를 낳을 것이란 점에서 그들 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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