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음모의 스모킹건 확보하고도 침묵

'수첩'은 괴담 아니라 실체적 진실 담겨
수사기관 대응은 미온적이고 무기력해
민주주의 파괴 음모를 방조한 책임져야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단장 추미애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심우정 검찰총장과 박세현 특별수사본부장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공식 고발했다. 이 사건의 중심에 민주헌정질서를 송두리째 파괴하려 한 구체적 시도와 실행계획, 이른바 ‘노상원 수첩’이 있다.

 

이 수첩은 음모론적 괴담이 아니라 실체적 증거다. 국가기관을 동원한 조직적 쿠데타 시나리오였고,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체계적 폭력 계획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수첩이 확보된 후에도 수사는 묻혔고, 책임자들은 침묵했다는 점이다. 과연 우리는 이 침묵을 묵과할 수 있는가?

 

30일 SBS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상원 수첩에서 '비상입법기구' 메모가 발견됐다. SBS 보도 영상 캡처.

 

‘노상원 수첩’은 국가전복계획의 실체적 진실

 

이 수첩이 폭발력을 지는 것은 단순한 허위정보나 낙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무력화하려는 구체적 실행계획이 담겨 있다. 몇 가지 사례만 보더라도 그 충격은 가늠할 수 있다.

 

“좌파세력 수거대상 명부 작성, 출금조치, 총기휴대”
“여의도 매복, 언론/민노총/전교조 주요인물 500명 이상 일괄체포”
“실미도·연평도 등 격리 수용지 확보 및 사전답사 완료”
“총선승리 후 긴급입법, 특별수사본부 설치로 법적정당성 확보”

 

이 문건에서 이미 실행 단계에 가까운 작전문서 수준의 구체성과 조직도를 볼 수 있다. 정치적 반대자들을 사법적 절차조차 무시하고 물리력으로 제거하며, 나아가 군사력과 사법체계를 동원해 영구집권의 기초를 마련하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는 단순한 협박성 문구를 넘어 반헌법적 내란음모이자 국가 반역 행위로서 수사당국이 즉시 착수했어야 할 중대 사안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왼쪽)과 박세현 특별수사본부장. 

 

심우정과 박세현, 왜 책임을 져야 하는가?

 

‘노상원 수첩’이 국가기관의 손에 들어온 것은 이미 수개월 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이후 수사기관의 대응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미온적이었고, 무기력했다. 단 한 차례의 공식수사 발표는커녕, 참고인 조사나 증거보완 시도조차 없었다.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는 입장은 방패막이처럼 반복됐다.

 

이러한 태도는 다음과 같은 중대한 법적·윤리적 책임을 수반한다.

 

직무유기: 내란을 구체적으로 기획한 문건을 확보하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것은 헌법수호의 책무를 방기한 명백한 직무유기다.

 

직권남용: 정권에 불리한 증거를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공익보다 정치적 유불리를 앞세운 권력남용이다.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 수첩내용이 특정 정파를 표적으로 한 점이 명확한데도, 이를 수사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정치적 공범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심우정 총장과 박세현 본부장은 수사를 회피함으로써 반헌법적 기획의 방조자가 됐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헌법기관이라면 이들은 지금 이 순간 책임을 져야 한다.

 

수첩의 내용은 헌법의 붕괴를 예고했다

 

수첩에서 반복되는 단어들은 충격 그 자체다. ‘수거’, ‘격리’, ‘매복’, ‘총기’, ‘강제연행’, ‘포승줄’, ‘무인도 이송’ 등은 민주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는 단어들이다. 특히 아래와 같은 구체적 계획들은 민주주의의 뿌리를 흔드는 시도임이 분명하다.

 

기본권 침해: 수천 명의 언론인, 야당 인사, 판사, 시민단체 활동가가 출금·연행 대상자로 거론됨.

 

군사력 동원: 특전사, 기무사, 경찰특공대 등을 동원해 주요기관 점거 및 시민검거 시나리오 작성.

 

사법 장악: ‘좌파판사 명단’을 작성해 조기 사법 통제 계획까지 명시. 사법부 독립성과 재판절차가 완전히 무력화되는 구상이다.

 

이러한 계획은 군사쿠데타와 다름없는 반국가 행위이며, 명백한 헌법파괴 시도다. 수첩의 존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가까이 헌정붕괴의 벼랑 끝에 섰었는지를 보여주는 스모킹건이다.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자들과 방조자들

 

내란은 총을 들고 국회에 진입하는 것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헌법과 법치를 무력화하려는 기획, 그를 묵인하는 방조, 그리고 그 위에 쌓이는 침묵이 바로 내란의 또 다른 얼굴이다.

 

노상원 수첩은 바로 그런 기획의 전모를 보여준다. 수첩 속에서 국민은 ‘적’이고, 법은 ‘우회 대상’이며, 권력은 ‘정적제거의 수단’으로 쓰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도 이 문건이 외부고발자에 의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검찰은 묵묵부답이었다.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위기다. 범죄자보다 더 큰 책임은, 그 범죄를 알고도 침묵한 자에게 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모습. 2025.6.5. 연합

 

우리는 다시 묻는다, 헌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묻고 있다:

검찰은 누구의 편인가?
대한민국 헌법은 누구를 지키고 있는가?
심우정과 박세현은 내란을 방조한 것이 아닌가?

 

민주주의는 종이 위에 있는 글자가 아니다. 국민이 일상 속에서 지키고, 기관이 사명을 다해 보호해야 비로소 살아있는 가치다. 노상원 수첩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다시 일깨운다.

 

검찰의 침묵이 용인된다면, 다음 ‘수첩’은 더 은밀하고 더 위험한 형태로 등장할 것이다. 법 위에 권력이 존재하고, 정의 대신 충성이 선택된다면, 그건 더 이상 민주공화국이 아니다. 우리는 끝까지 요구할 것이다. 진실은 침묵으로 덮이지 않는다. 헌법은 기억하고 있고,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    < 김성수 기자 >

이재명과 룰라, 참 닮은 두 지도자의 삶과 투쟁

● Hot 뉴스 2025. 6. 21. 13:3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가난과 역경 뚫고 성취 이룩한 공통점

극한 탄압을 민중의 지지로 돌파 복귀
개인의 시련을 사회적 연대로 이겨내
자신의 영광보다 민중의 행복 우선시

 

인생은 때때로 잔인하다.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 사회는 더 깊고 날카로운 상처를 남긴다. 그러나 가난이 운명이 아닌 투쟁의 출발점이 될 때, 우리는 그 속에서 인간의 위대한 가능성을 본다. 한국의 이재명 대통령(1963- )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1945- ) 대통령, 이 두 사람의 이름은 그 자체로 ‘밑바닥에서 피어난 희망’의 상징이다. 단지 성공한 정치인이 아니라, 진짜 삶을 살아낸 사람이라는 면에서 그들의 삶은 서로 닮아 있다. 가난, 노동, 억압, 그리고 민중을 향한 한결같은 마음까지.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기념촬영 후 룰라 브라질 대통령 어깨를 감싸며 퇴장하고 있다. 2025.6.18. 연합

 

불공정한 시작선에서 시작한 인생

 

이재명은 경북 안동의 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성남으로 이주했다. 그의 유년은 '먹고 사는 문제' 그 자체였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초등학교 졸업 후 공장에서 일해야 했다. 기계프레스에 손이 눌려 뼈가 휘고, 화상과 고통이 그의 어린 몸에 새겨졌다. “소풍 한 번 가보는 게 소원이었다”고 회고하는 그의 말에는, 당시 수많은 서민 가정의 고단함이 배어 있다.

 

룰라 대통령의 삶도 이에 못지않게 척박했다. 브라질 북동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 중 하나인 페르남부쿠 주에서 태어난 그는 여덟 남매 중 일곱째였다. 다섯 살 때 가족과 함께 나무 짐마차를 타고 13일 동안의 여정을 거쳐 상파울루로 이주했다. 물도, 전기도, 집도 없던 삶. 그가 처음 한 일은 구두닦이였다. 그조차도 직업이라기보다는 생존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주어진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딛고 일어섰다. 이재명은 검정고시를 거쳐 어렵게 대학에 진학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룰라는 야간학교를 다니며 문맹을 극복했고, 금속노동자로 일하며 노조운동에 뛰어들었다. 그들이 향한 방향은 다르지 않았다. ‘나’만 살아남는 삶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나아가는 길이었다.

 

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가 3일 브라질리아의 플라나우투궁에서 환경의 날을 기념하는 대통령령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

 

고통의 기억이 만든 정치적 감수성

 

두 지도자에게 공통적으로 흐르는 감정은 ‘분노’다. 그러나 그것은 파괴적 분노가 아니라, 억울한 이들을 향한 정의로운 분노였다. 이재명은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변론을 자처하고, 성남시장 시절에는 전국 최초로 청년배당과 무상교복 정책을 시행했다. 룰라는 노조지도자로서 브라질 군부독재에 저항했고, 그로 인해 투옥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감옥에서 더 강해졌다. 브라질 노동자당(PT)의 창당, 대중운동의 조직, 정치세력화, 이는 룰라가 만든 '아래로부터의 정치'였다.

 

이재명 역시 ‘하위 90%’를 위한 정치를 철학으로 삼았다. 계급적 감수성이 뚜렷하고, 항상 약자의 언어로 말하는 정치인. “정치는 눈물의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살아온 삶에서 체득한 신념이다.

 

룰라도 "배고픔이야말로 인류가 반드시 극복해야 할 가장 야만적인 현실"이라며, 대통령 재임 중 수천만 명의 빈곤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민중의 삶’을 중심에 둔 정책철학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들은 변하지 않았다. 룰라는 재임 중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ília)’라는 혁신적인 복지프로그램을 통해 수천만 브라질 국민을 절대빈곤에서 해방시켰다. 그의 임기 동안 실업률은 급감하고, 중산층이 두 배로 증가했다. 그는 "브라질의 진짜 영웅은 고통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국민들"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복지와 재정 정의에 있어 아주 뚜렷한 입장을 가진 인물이다. 기본소득, 토지공개념, 불평등해소, 금융개혁 등 그의 정책은 하나같이 ‘민중의 삶’에서 출발한다. 그는 단호히 말한다. “세금은 부자가 더 많이 내야 하고, 국가재정은 약자를 위해 써야 한다”고. 성남시장 시절 시 예산을 절감해 청년배당과 공공 산후조리원 등을 실현한 사례는 그 철학의 진정성을 보여준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19. 연합

 

정치적 탄압, 그리고 민중의 지지

 

흥미로운 것은 두 사람이 모두 극심한 정치적 탄압과 조작의혹 속에서도 민중의 지지로 복귀했다는 점이다. 룰라는 2018년 조작된 부패혐의로 수감되었으나, 브라질 연방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복권되었고, 2022년 극우 보우소나루를 꺾고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재명 또한 기득권층의 견제와 수사를 받으면서도 2022년 대선에서 아깝게 패한 후에도 민심을 얻어 꾸준히 정치적 존재감을 유지했고, 결국 올해 6.3대선 이후 재기하며 정치 중심에 복귀했다.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민주주의의 눈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눈물은 단지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다시 ‘사람 사는 나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희망이었다.

 

시련이 만든 지도자의 품격

 

두 지도자의 공통점은 단순히 가난한 출신이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개인적 아픔을 사회적 연대로 승화시켰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타인의 고통을 어루만지는 법을 배웠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본소득'을 통해 모든 국민의 존엄을 지키려 하는 것도, 룰라가 '보우사 파밀리아(가족수당)' 정책으로 수많은 가정을 빈곤에서 구해낸 것도 모두 자신들이 겪은 절망적 가난에 대한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희망은 포기하지 않는 자의 것

 

두 지도자의 인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좌절하지 않았던 그 순간들이다. 이재명이 세 번의 수능 실패 후에도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을 때, 룰라가 세 번의 대선패배에도 다시 일어섰을 때. 그 순간들이 모여 오늘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들의 인생은 우리에게 묻는다.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한 번 더 일어설 것인가. 그리고 성공했을 때, 그 성공을 홀로 누릴 것인가, 아니면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것인가.

 

진짜 지도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이재명과 룰라, 이들은 우리에게 묻는다. 진짜 지도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기득권 가문? 명문대학? 화려한 언변? 아니다. 이들은 우리에게 말한다. 진짜 지도자는 삶에서 온다고. 고통에서, 노동에서, 눈물에서 온다고. 그리고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이들과 눈을 맞출 줄 아는 사람이 진정 국민을 이끄는 자격이 있다고.

 

민주주의가 흔들릴 때, 권력이 민중의 삶에서 멀어질 때, 우리는 이 두 지도자의 발걸음을 떠올려야 한다. 그들은 수많은 장애물 앞에서도 굴하지 않았다. 억압받는 사람들, 소외된 이들, 배제된 다수의 손을 끝내 놓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는 위기를 겪고 있고, 한국사회 또한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다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당신은 누구의 편입니까?"

 

그 질문에 이재명과 룰라는 분명히 대답한다.

“나는 민중의 편에 선다.”       < 김성수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한·브라질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2025.6.18 [공동취재] 연합

"검찰, 대통령 공약이행 절차 형식 못 갖춰"

"방통위, 반성없이 새 정부 공약 이행하겠나"
해수부는 보고자료 사전유출 경위 설명 못해
30~90분 만에 보고 중단시킨 뒤 "재보고하라"

20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정치행정분과 검찰청 업무보고에 대검찰청 관계자들이 참석해 있다. 2025.6.20. 연합
 

이재명 정부 인수위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위원장 이한주)가 진행 중인 부처별 업무 보고 사흘째인 20일 검찰, 방송통신위원회, 해양수산부의 업무 보고를 중지시켰다. 검찰은 이재명 대통령 공약의 이행 절차라는 형식을 갖추지 않았으며, 방통위는 앞뒤 맞지 않거나 불성실한 답변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보고자료가 사전에 유출된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3년간 공직사회가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조승래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은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열린 검찰 업무보고가 30분 만에 중단 된 직후 브리핑에서 "다시 보고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업무보고가) 정책공약집과 (관련된) 대통령 발언을 근거로 삼아서 공약 이행 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공약 이행 절차라는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업무보고를) 다시 작성해서 제출하고 추후 다시 보고받는 것으로 논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의 기소권 남용을 통제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구두 보고에는 생략됐으나 나중에 제출한 자료에는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지만, 조 대변인은 이에 대해서도 "핵심적인 내용은 다 빼고 보고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국정기획위원들은 질의 순서를 앞두고 논의를 거쳐 '재보고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국정위는 오는 24일까지 추가 자료를 제출받은 후 25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2차 업무보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조 대변인은 "검찰이 지금과 같은 행태를 보인다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좋지 않다"며 "묵묵하게 자기 역할과 임무를 다하는, 일선에서 고생하는 검찰 직원들, 검사·수사관·행정직원들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와 상식을 갖고 정의를 구현하는 수사기관이 될 수 있도록 검찰은 개전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위는 이날 검찰 업무보고를 시작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권 배제' 방침을 공식화했다. 이해식 정치행정분과장은 "검찰의 직접 수사권 배제를 전제한 상태에서 형사절차의 공정성, 신뢰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보고가 있기를 희망한다"며 "이제 검찰 권력을 개혁하지 않으면 민주공화국 헌정질서 자체가 유지될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한주 국정기획위 위원장은 "국민이 막강한 검찰권을 가질 자격이 없다고 판단할 때 검찰은 권력을 내려놓을 수도 있다"며 "검찰은 지난 날의 과오를 반성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환골탈태할 때가 됐다"고 경고했다.

 

김영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사무처장 직무대행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20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홍창남 국정기획위원회 사회2분과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5.6.20. 연합
 

같은 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진행된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는 1시간 30분 만에 중단됐다. 공개 보고에 이은 비공개 보고에서 지난 정권 1·2인 체제에서 벌어진 방통위 의결 사항과 이후 법원에서의 '줄패소' 문제를 놓고 기획위원들의 질타에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무보고는 26일에 다시 받기로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정위는 방통위와 방심위,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시청자미디어재단의 기본적인 업무보고는 받았으나 이어진 질의응답 과정에서 분위기가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위원들은 방통위 실·국장마다 이전 정권에서 진행된 업무들에 문제가 있는데 그에 대한 명확한 설명 없이 새 정부의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보고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대부분이 공무원으로서 상급자 명령에 따랐다거나 답변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소극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정위는 방통위 같은 합의제 조직에서 공무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려면 어떤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고도 질의했으나 대부분 답을 못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방심위 측에도 정치적 방송 심의와 이후 법원에서의 패소에 대한 입장을 물었으나, 사무총장이 심의는 위원회 의결 사항이라 답할 이유가 없고, 자신에게는 사상의 자유가 있으며 정권에 부역한 적도 없다고 답하면서 결국 중단 사태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창남 국정기획위 사회2분과장은 앞서 모두발언에서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각 부처) 업무보고를 다시 받아야 할 수준이라고 말했는데 오늘 방통위 보고가 그릇된 상황에 정점을 찍지 않을까 시작부터 우려가 크다"고 했다. 

 

김현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 방송·통신분과장은 방통위 이진숙 위원장을 저격해 "TV 수신료의 경우에 방통위가 용산 비서실로 전락해 분리 징수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전파하는 나팔수가 됐었는데 오늘은 통합 징수를 하겠다면서 설명이 한 줄도 안 붙어있다"며 "이 업무보고에 대해 이진숙 위원장이 동의했는지 궁금하다. 위원장 소신과 다른 이야기들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또 법원에서 부당하다고 한 방통위의 KBS 감사 임명에 대해 재항고했다는데, 이런 방통위가 현 정부와 궤를 같이하는 조직이냐"고 비판했다.

 

해양수산부의 업무 보고도 중단됐다. 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해수부 보고가 오후에 진행됐지만 그전에 보고자료가 일방적으로 유출됐다"며 "그 경위에 대해 해수부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태도가 불명확해서 더이상의 보고가 무의미하다고 판단, 분과장이 보고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 김민주 기자 >

2002년 정치자금 사건의 시작은 SK그룹 수사 

SK분식회계 사건이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확대


안대희·이인규·윤석열·한동훈 등 정치 자금 수사
대검 중수부, 수사 중 SK 회장 회유·압박 정황
"김민석이 건 얘기하지 않으면 놔주지 않겠다"

"가학적인 수사"했던 특수부…결국 김민석 기소
2003년 대선자금 수사팀 2009년 노무현 수사
정치 검찰들, 박연차 구속한 날 김민석 구속기소

2003년 대선자금 수사부터 본격적으로 정치화
김민석 정치자금 수사는 우검회 일당 '첫 작품'
대를 잇는 특수부 …민주당 계열 정치인 사냥

총리 청문회, 신상털기 아닌 표적 수사 밝혀야

2008년 우검회 단체 사진. 출처 중앙일보 보도 갈무리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과거 정치자금법 사건은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팀 소속 검사들이 중심이 된 '우검회(우직한 검사들의 모임)' 일당들의 '정치 표적 수사'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안대희 대검찰청 중수부장, 이인규 전 서울지검 형사9부장 등을 중심으로 한 대선자금 수사팀은 대한민국을 흔든 100억 원 대선자금 사건의 발단이 된 에스케이(SK)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 SK그룹을 압수수색하고 그룹 임원들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김 후보자의 정치 후원 관련 진술을 확보해 재판에 넘긴 것으로 보인다.

 

또한 당시 이 사건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정치권 100억 원대 유입' 진술을 확보한 수사 검사(평검사) 중 한 명이 한동훈 검사(전 국민의힘 대표)였으며, 같은 수사팀 팀원으로 광주지검에서 파견된 윤석열 검사(전직 대통령) 등도 한솥밥을 먹었던 사실도 확인됐다.

 

아울러 이들 특수부 소속 검사들은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그치지 않고, 2008~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간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김 후보자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해 피선거권까지 박탈했다.

 

대선자금 수사팀을 중심으로 모인 이들 특수통 검사들은 김 후보자를 표적수사했을 뿐 아니라, 계보를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뒤에도, 한명숙 전 국무총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재명 대통령 등에 대한 수사에서 자신들의 힘을 과시했다.

 

2013년 SK그룹 횡령사건에 연루된 총수 형제 동반 구속 당시 SK그룹 본사의 모습. 2013.9.27. 연합뉴자료사진

 

2002년 정치자금 사건의 시작, SK그룹 수사

 

20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김 후보자의 2002년 정치자금법 사건의 흐름을 추적한 결과, 김 후보자의 정치 자금 사건은 22년 전인 지난 2003년 벌어진 SK그룹-JP모건간 'SK증권주식 이면거래' 의혹이 발단이 됐다.

 

당시 참여연대는 최태원 회장과 손길승 SK그룹 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했고, 증권 분야를 다루는 특수부 역할을 했던 서울지검 형사9부가 이 사건을 맡게 됐다.

 

형사9부를 이끌었던 이인규 부장검사는 수석검사였던 이석환 검사, 초임과 다름없었던 한동훈 검사 등을 이끌고 2003년 2월 17일부터 SK그룹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SK그룹의 비밀 장부를 확보했다. 이른바 '검찰 캐비닛'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이 수사는 곧바로 정치 자금 관련 사건으로 확대되지 않고 한동안 SK 분식회계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수사가 진행된다. 형사9부는 SK 분식회계 혐의를 포착한 뒤, 그해 3월 5일 손길승 SK그룹 회장을 소환해 자정까지 조사를 벌이는 등 주요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했다.

 

2003년 3월 11일 ​SK 1차 수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당시 한동훈​. 출처 중앙일보 보도 갈무리​​

 

SK 분식회계 수사가 SK 비자금 수사로

 

검찰의 수사기조 변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시점은 2003년 3월 9일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였다.

 

SK그룹 수사가 한창이던 당시, 해당 사건을 맡았던 이석환 검사는 '검사와의 대화'에서 참석해 노 대통령에게 "외부인으로부터 외압이 있다"고 주장했고, 노 대통령은 젊은 평검사였던 이 검사에게 "소신껏 판단하면 될 것"이라며 "원칙대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

 

2003년 3월 9일 '검사와의 대화'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악수하는 이석환 검사의 모습. 국가기록사진

 

이 검사가 언급한 외압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는 대화 맥락에서 파악할 순 없지만, 노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 이틀 뒤인 3월 11일 SK 수사팀은 최태원 회장과 김창근 구조조정추진본부장 등 2명을 구속 기소하고, 손길승 회장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SK그룹 임원 등 사건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기고도 수사는 계속됐다.

검찰은 그해 4월 10일 서울지검 형사9부를 '특수부'에 편입하고 극비리에 정치권 수사를 진행했다. SK그룹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비밀 장부를 토대로 정치권 비자금 수사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 절차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겨레 21>은 SK그룹 수사와 관련, "검찰은 최(태원) 회장을 구속기소하는 것과는 별도로 4월에도 SK 핵심 관계자들을 계속 불러 조사했다. 극비리에 수사가 계속되자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정치권 수사자료를 축적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2003.11.4. 대선자금 수사팀 보도. YTN 보도 화면 갈무리

 

대검 중수부, SK 비자금 수사 본격화

안대희·이인규·윤석열·한동훈 등 참여

 

그 뒤 SK그룹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오른 것은 2003년 7~8월이었다. 검찰은 그해 7월 SK 관계자들의 출국을 금지하고, 8월 본격적으로 SK 비자금 정치권 유입 수사를 했다.

 

2003년 초만 해도 'SK증권주식 이면거래 의혹 사건'이었던 SK그룹 사건은 'SK 분식회계 사건'로 바뀌었다가, 그해 여름 'SK 비자금 수사'로 확대됐고, 사건 담당도 관할인 서울지검 특수부가 아닌 검찰 특수부를 아우르는 대검 중수부로 바뀌었다.

 

초기 SK 비자금 수사팀은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검사장급)과 문효남 중수부 수사기획관(차장검사급), 남기춘 중수1과장, 유재한 중수2과장(이상 부장검사급) 등이 지휘부를 구성했고, 그 아래 윤석열·조재연·정준길·박찬호·이명순·김헌범·양부남·박진만·이병석 검사 등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검사들이 파견돼 수사 실무를 맡았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팀 MBC 보도 화면 갈무리

 

이후 SK 비자금 수사팀은 최태원 회장을 구속하는데 일등공신이었던 '특수통' 이인규 전 서울지검 형사9부장과 그의 수족이었던 한동훈 검사, 서울지검 금융조사부 유일준·김옥민 검사 등을 추가로 파견 받으면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으로 대폭 확대했다.

 

대선자금 수사팀은 단일 사건 수사팀 규모로는 당시 전두환 신군부를 수사한 12·12 특수본 이후 역대 최대였다. 전국에서 파견받은 검사와 수사관만 100명에 이르렀다.

 

정치권 100억대 제공 진술과 한동훈

 

2003년 8월부터 본격화한 SK 비자금 사건이 불법 대선자금 사건으로 확대된 결정적 계기는 대선자금 수사팀이 확보한 'SK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100억 원 전달' 진술이었다.

 

대검 중수부는 그해 10월 손길승 SK그룹 회장과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 등 그룹 관계자들을 소환해 밤샘조사까지 벌였다. 그 결과, 한나라당 최돈웅 의원이 100억 원을 SK로부터 현금 수수하고,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양도성예금(CD) 11억원을 건네 받았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

 

100억 원대의 비자금이 유입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은 수사팀으로서는 여야 정치인들의 목덜미를 움켜쥘 수 있는 큰 성과였다.

다만 검찰이 이같은 진술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상당한 회유와 압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인규 전 서울지검 형사9부장은 지난 2023년 낸 회고록인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에서 자신이 어떻게 수사했는지를 상세하게 공개하며, SK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던 2003년 3월 최태원 회장에게 "거절하지 못할 요구"를 했다고 밝혔다.

 

회고록에 따르면 당시 수사팀은 구속돼있던 최 회장을 불러 "계속 수사하면 경영권을 잃을 수 있지 않느냐"며 "수사를 확대하지 않을테니 정치권에 제공한 정치 자금 내역을 밝힐 수 있겠냐"고 했고, 이에 최 회장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수사팀은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을 통해 '결정적 진술'을 받게 된다.

 

이인규 회고록 '나는 대한민국 검사였다'. 조갑제닷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당시 수사팀 막내로,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 등으로부터 진술을 받아내는데 일조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의 과거 수사 과정을 다룬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SK의 한나라당 100억 제공' 진술은 이인규 전 형사9부장과 한동훈 검사가 합작해서 받아냈으며, 당시 막내였던 한 검사는 김창근 본부장의 진술을 용산 전자상가에서 구매한 디지털 녹음기로 녹음해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

 

정치 검찰들의 압박과 2억 원 후원금

 

아울러 대검 중수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팀은 손길승 SK그룹 회장과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을 회유하고 압박하는 과정에서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정치자금 후원과 관련한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워치독>이 입수한 김 후보자의 2002년 정치자금법 사건 1심 판결문을 분석해보면, 사건의 핵심은 모두 손길승 회장과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의 진술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2억 원의 정치 자금을 건넨 사람이 손길승 회장의 지시를 받은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이었기 때문이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2002년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1심 판결문. H그룹 = SK그룹, I회장 = 손길승 회장, 구조조정본부장 J=김창근. 2025.6.20.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김 후보자도 자신의 저서 <3승>에서 담당 검사로부터 들은 손 회장의 진술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김 후보자의 저서에 따르면 당시 수사팀은 손길승 회장을 불러 "김민석이 건을 얘기하지 않으면 놔주지 않겠다"고 했고, 손 회장은 한참 고민하더니 "이건 아닌데…(김민석)본인이 (돈을) 달라 한 것도 아니고 중앙당에서 요청한 건데…젊은 사람 앞길을 막는 거 아닌가"하며 주저하다가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대선자금을 수사하던 검찰이 김 후보자를 정치자금 사건으로 엮기 위해 적극적으로 압박한 정황으로 보인다.

 

이는 회고록과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이인규 전 서울지검 형사9부장과 한동훈 당시 검사가 진술을 받은 과정 등과도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SK의 목줄을 쥐고 흔드는 과정에서 검찰은 모종의 이유로 김 후보자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검사들의 압박 수위도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검사는 나중에 주변인들에게 특수부였던 서울지검 형사9부 당시를 이야기할 때, 반농담조로 "상당히 가학적 수사를 했다"고 말하고 다녔다고 한다(2025년 2월 18일자, 중앙일보 보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안대희(가운데) 중수부장과 문효남(오른쪽) 수사기획관, 이인규 원주지청장. 2004.3.9.

 

영수증 처리하지 않은 이유로 집행유예

 

당시 정치 자금에 대한 관행을 보더라도, 검찰이 김 후보자의 정치 자금 사건에 대해 이미 방향을 정해놓고 수사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김 후보자가 서울시장에 출마한 2002년은 '삼김(三金, 김대중·김영삼·김종필)' 정치가 막을 내리던 무렵이자, 아직 정치자금법을 개정하기 전으로, 지금과는 달리 중앙당 차원에서 공공연하게 기업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요청하고 관리했다.

 

김 후보자의 경우도 당시 본인이 아닌 민주당 중앙당 간부들이 SK에 서울시장 선거를 목적으로 지원 요청했다. 김창근 SK 구조조정본부장이 "위에서 얘기해서 왔다"며 김 후보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사실에서도 이같은 정황은 확인된다.

 

김 후보자도 당시 불법이라는 인식이 없었던 만큼 SK로부터 받은 2억 원의 수입과 사용을 선관위에 보고했다.

 

그러나 대선자금 수사팀은 2004년 5월 김 후보자가 SK로부터 2억 원을 받았다며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재판에서는 김 후보자 본인이 정치 자금을 요청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정됐다. 그러나 해당 자금을 영수증 처리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됐고, 법원은 "SK그룹이 피고인을 돕기 위한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궁극적으로 귀속시킬 목적으로 교부한 것이 인정된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추징금 2억원)을 선고했다.

 

수사팀은 2004년 5월 김 후보자 등을 기소하면서 약 9개월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수사팀은 SK그룹뿐 아니라 삼성, LG, 롯데 등 주요 재벌 기업과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수사했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여야 정치인들을 구속하거나 재판에 넘겼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이었던 안희정 씨와 후원자였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등도 대선자금 수사 당시 구속됐으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도 재판에 넘겨졌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9년 4월 30일 검찰조사를 받기 위해 김해 봉하마을 사저를 떠나는 모습. 연합

 

2008년 김민석 사건과 박연차 게이트

 

김 후보자의 2008년 정치자금 사건 역시 2002년과 마찬가지로 검찰이 '표적 수사'한 정황이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이 시기에 벌어진 사건을 대검 중수부를 중심으로 다시 바라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박연차 게이트 수사와 김민석 수사가 함께 진행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와 김 후보자에 대한 수사가 함께 진행된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김 후보자에 대한 정치자금법 수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진 시기는 이명박(MB) 정권이던 2008년 9~12월이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 검사는 윤석열 변호인단에 속한 윤갑근 변호사였으며, 윤갑근 부장검사가 이끈 특수2부는 2008년 9월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김 후보자를 출국금지하고, 같은 해 10월 26일 소환하며 본격적으로 수사했다.

 

김 후보자는 이후 검찰의 표적 수사에 반발해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 내에서 농성을 하며 검찰의 구속 시도에 저항했지만 법원은 11월 24일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그해 12월 12일 김 후보자는 2007년 대선과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지인 3명에게서 7억 2000만 원의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2008년 11월 12일 검찰의 정치자금 구속 시도에 저항하며 민주당사 내에서 농성하는 김민석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의 모습. 연합 자료사진
 

다만 공교롭게도 이 시기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어진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와 겹친다.

 

국세청은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 사건 수사가 이뤄졌던 그해 7월 30일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을 세무조사하고, 같은 해 9월 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게이트의 초기 사건인 세종증권 매각비리와 관련해 내사에 착수했다.

 

윤갑근 부장검사의 특수2부는 이에 맞춰 11월 박연차 회장이 세종증권 매각비리에서 얻은 양도차익으로 농협 자회사(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했다는 의혹을 수사했고, 사건 자료들을 대검 중수부에 넘겼다.

 

이후 검찰은 12월 4일 세종증권 인수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구속한 데 이어, 김민석 후보자가 정치자금법으로 구속기소됐던 날인 12월 12일 박연차 회장을 세금 포탈 및 농협 자회사 휴켐스 인수 입찰 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변호인단인 윤갑근 변호사가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3.13. 연합
 

당시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 사건과 박연차 회장의 세금 포탈 사건 등을 수사했던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은 대검 중수부(부장 박용석)의 컨트롤을 받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같은 날에 김민석 구속기소와 박연차 구속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판단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결국 김 후보자는 이듬해인 3월 1심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추징금 7억2000만원을 선고 받았고(나중에 2010년 대법원에서 벌금 600만원, 추징금 7억2000여 만원으로 확정, 피선거권 5년간 박탈), 김 후보자가 선고를 받았던 3월을 기점으로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가족들을 수사하며 '죽음의 굿판'을 벌였다.

그 결과는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어진다.

 

2003년 SK 수사팀 → 2009년 노무현 수사팀으로

 

2009년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수사를 한 수사팀 역시, 김 후보자를 수사했던 2003년 SK그룹 및 대선자금 수사팀의 핵심 인물들이 주도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박용석 대검 중수부장은 박연차 게이트 초기 수사를 한 뒤, 2009년 1월 대선자금 수사팀의 핵심 인물이자 SK그룹 수사 당시 최태원 회장을 구속한 장본인인 이인규 중수부장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노무현 수사팀을 이끌게 된 이인규 중수부장의 오른팔·왼팔 역할을 할 중수1과장에는 훗날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을 지낸 우병우 검사가 임명됐으며, 중수2과장에는 이인규와 함께 2003년 SK그룹을 압수수색하며 동고동락했던 이석환 검사가 임명됐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또 2003년 대선자금 수사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재연 검사는 부부장검사로 노무현 수사팀에 합류해 실무 관리를 했으며, 그 밖에도 부산지검 이선봉, 수원지금 주형, 대구지검 김형욱 검사 등이 검찰 내 '젊은 피'로 대거 투입됐다.

이인규 중수부장에게 자리를 넘겨준 박용석 부장은 부산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겨 부산에서 2009년 4월 권양숙 여사를 소환하는 등 노 전 대통령 가족 수사를 지휘했다.

 

박연차 게이트 단초 제공한 한동훈

 

우검회로 귀결되는 대선자금 수사팀 멤버들은 수사팀 안팎에서, 또는 박연차 게이트 사건을 전후로, 노 전 대통령으로 향하는 수사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인물 중 한 명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다.

 

노무현 정권 말이었던 2007년 부산지검 검사였던 한 전 대표는 당시 뇌물수수 혐의를 받던 전군표 국세청장을 구속했다. 이 사건으로 전군표 국세청장이 물러남에 따라 후임으로 한상률 국세청장이 임명돼 MB정권까지 연임했으며, 한 청장은 박연차 게이트의 시작점이 되는 태광실업 세무조사 등을 주도했다.

 

한상율 전 국세청장이 그림로비, 연임로비, 태광실업 특별세무조사 과정의 직권남용 등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1.2.28. 연합
 

이후 그림 로비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었던 한 청장은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이 노무현 수사팀을 꾸렸던 2009년 1월 사의를 표하고, 그해 3월 돌연 미국으로 출국했다. 그의 출국으로 수사는 표류했고, 2011년 귀국하면서 재수사가 이뤄졌지만, 2014년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무죄를 선고받으며 사건은 종결됐다.

 

대를 잇는 특수통…이재명 대통령 수사까지

 

2003~2004년 SK비자금 및 대선자금 수사팀이었던 특수통 검사들은 한국 정치사와 검찰 역사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 이전까지 '권력의 시녀'쯤으로 여겨졌던 검찰은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를 기점으로 사실상 정치화한다. 이른바 '검찰당'이 태동하던 시기다. 

 

그 시작점에서 표적 수사를 당한 김민석 총리 후보자는 그들의 '첫 작품' 중 하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2003~2004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멈추지 않았다. 정권 교체된 뒤인 2008~2009년에도 정치판 전면에 등장해 노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수사를 진행했다. 이 시기 김 후보자 역시 또다시 특수통 검사들에게 철저하게 수사를 받고 피선거권까지 박탈 당했다.

 

이뿐 아니라 이들은 특수통 계보를 이어가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부터 이재명 대통령까지 주요 정치인들을 타깃으로 수사했다.

 

한명숙 전 총리가 2010년 3월 31일 오전 '5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 재판의 피고인 신문에 참석하기 위해 강금실 전 장관, 유시민 전 장관 등 참여정부 인사들과 함께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0.3.31 연합
 

2008년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 사건과 박연차 회장 세금포탈 사건 등을 수사했던 윤갑근 검사는 2011년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근무하며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수사했다. 그 밑에서 일을 배운 엄희준 검사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또 일찍부터 특수통으로 키워진 엄희준 검사는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대장동·백현동 의혹 사건에도 투입된다. 그리고 그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2003년 당시 대선자금 수사팀 막내였던 한동훈 검사는 법무부 장관이 돼 제1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구속 시도를 주도했다. 그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대통령은 2003년 대선자금 수사팀 파견검사였던 윤석열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또다른 '정치 보복 수사'인 쌍방울 대북송금에는 대선자금 수사팀 파견검사였던 조재연 변호사가 등장한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회유·압박한 전관 변호사로 지목받고 있는 조 변호사는 지난해 6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옥상 가든 파티'에 참석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상용 검사 탄핵 청문회에서 수원지검장 출신인 조재연 변호사(가운데)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왼쪽)이 옥상 가든파티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이 공개됐다. 해당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이 공개했다. 2024.10.2. 시민언론 뉴탐사

 

노무현 수사팀에 파견됐던 이주형 검사는 2020년 라임 사태에 김봉연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을 회유·압박한 전관 변호사로 등장한다.

 

김 전 회장 증언에 따르면 이주형 변호사는 김 전 회장과 면회에서 "(서울)남부지검 라임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끝났다"며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 후 조사가 끝나고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주겠다"고 회유했다.

 

20여 년 전 구속 기로에 놓여있던 손길승 SK회장에게 "김민석이 건을 얘기하지 않으면 놔주지 않겠다"며 회유하고 압박했던 그들의 '정치인 사냥' 수법이 계속해서 대물림되는 모습이다.

 

신상털기 아닌 정치 검찰의 표적 수사 밝혀야

 

그러나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은 검찰의 표적 수사라는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다루지 않고 있다.

 

그가 이재명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떠오르자 야당과 언론은 '검증'이라는 이름으로 2002년과 2008년에 벌어진 사건을 마치 어제의 일처럼 재현하고 있다.

 

실상은 표적 수사였던 정치자금 사건의 본질은 외면한 채 오로지 '신상털기'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다. 그가 두 차례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유죄를 받았음에도 국민의 선택을 받아 지난해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는 사실은 외면받고 있다.

 

김민석 총리 후보자. 
 

김 후보자의 정치자금 사건 본질을 짚어보기 위해서는 2003~2004년 당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손길승 SK그룹 회장 등을 오는 24~25일에 열리는 청문회에 증인으로 반드시 소환할 필요가 있다. <워치독> 취재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손 회장의 증인 채택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야는 이날 증인·참고인 채택 여부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날은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서를 청문회 5일 전까지 발송해야 한다는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여야가 협상을 마감할 마지막 날이었다. 여야가 증인·참고인 채택에 이르지 못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밝힐 이들의 출석 여부 역시 불투명해졌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국민의힘 이종배 서울시의원이 김 후보자를 뇌물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앞서 국민의힘 인사청문회특별위원들은 "김 후보자의 공식 수입은 5년간 세비 5억 1000만 원이 전부"라며 "지출은 확인된 것만 최소 13억 원으로 5년간 공식적으로 번 돈보다 8억 원을 더 쓴 점을 국민 앞에 성실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부의금 또는 강연료 등 수입이 있었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 허재현 · 김성진 · 김시몬 · 조하준 워치독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