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인 인도조례’(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 1주년을 맞은 9, 홍콩의 한 쇼핑몰에서 시위대가 젊은이들의 생명은 소중하다’, ’경찰이 진짜 폭력배다, 맞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경찰 강경진압·코로나로 동력 잃고, 중 보안법 꺼내 시위 구도 바뀌어

시민사회, 마땅한 대응책 못찾아노동·학생단체 파업 찬반투표 주목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 반대 100만명 시위 1주년을 맞은 9, 홍콩은 대체로 조용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지긴 했지만, 홍콩 시민 7명 중 1명꼴로 거리로 쏟아져나왔던 1년 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입법을 밀어붙이면서, 홍콩 시민사회도 뾰족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1년 전 송환법 정국의 문을 연 100만명 시위는 나흘 뒤 열린 입법회 포위 시위(612)를 경찰이 유혈폭력 진압하면서 200만명 시위(616)로 이어졌다.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도 수그러들지 않았던 저항의 기운은 11월 말 치른 지방선거(구의회)에서 전체 18개 지역 가운데 17개 구의회를 민주파가 장악하는 압도적 승리를 일궈냈다.

선거 승리 이후에도 홍콩 시민사회는 광범위한 민주화를 요구하며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연말을 지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첫째, 경찰의 시위 진압이 대단히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11월 크리스 탕 경무처장 취임 이후 본격화한 경찰의 시위 진압 방식 변화는 올 11일 새해 첫 시위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이날 평화로운 행진이 끝난 뒤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맞붙자 즉각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460여명을 체포했다. 중국의 홍콩 보안법 입법 추진 발표와 홍콩 입법회의 중국 국가 모독 금지법 최종 심의를 앞둔 527일에도 경찰은 대규모 병력을 사전 배치해 시위를 원천 봉쇄하는 한편, 시위가 본격화하기도 전에 360여명을 체포했다.

둘째, 코로나19 사태로 장기간 이어온 시위 동력이 약해졌다. 홍콩 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8명 이상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방식으로 아예 집회 시위를 차단했다. 천안문 시위 유혈진압 31주년을 맞아 지난 4일 열린 촛불집회가 사상 처음으로 불법 집회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홍콩 전역에서 추모집회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렸지만, 지난해와 같은 열기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셋째, 중국 당국이 송환법과는 비교할 수 없는 파급력을 가진 홍콩 보안법이란 칼을 직접 빼들면서 시위의 구도 자체가 바뀌었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는 홍콩 당국에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보안법은 중국 지도부가 직접 추진하고 있다. 에드먼드 청 홍콩시립대 교수(정치학)<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보안법은 홍콩 정부가 추진한 송환법처럼 철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시민사회도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라고 짚었다.

이런 상황은 홍콩 재계의 달라진 태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송환법 정국에서 폭력 시위만은 자제해달라”(홍콩 최대 부호 리카싱 전 청쿵그룹 회장)거나 노동자들의 정치적 성향에 간섭할 수 없다”(캐세이 퍼시픽 항공 경영진)는 태도를 보였던 기업·기업인들이 앞다퉈 보안법 찬성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홍콩이 아닌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홍콩 시민사회는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홍콩직공회연맹 등 20여개 노동단체와 학생단체는 오는 14일 이른바 3파투쟁(노동자 파업, 상인 철시, 학생 동맹휴업)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송환법 반대 투쟁의 성과인 풀뿌리 의회를 중심으로 보안법 입법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홍콩의 중국 반환 기념일인 71일에도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다. <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


코로나로 멈췄던 경제 정상화 과시지지층 결집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석달 남짓 중단한 대규모 대선 유세를 2주 안에 재개할 예정이라고 미 언론이 8일 보도했다. 5개월도 안 남은 대선(113)을 앞두고, ‘미국의 정상화를 과시하고 자신을 경제회복 대통령으로 부각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한 행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2주 안에 유세를 다시 시작할 계획이며, 참모들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장소와 안전 조처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재선캠프 선대본부장인 브래드 파스케일은 성명을 내어 미국인들은 다시 행동할 준비가 돼 있고 트럼프 대통령도 그러하다당신은 졸린 조 바이든은 꿈만 꿀 엄청난 인파와 열기를 다시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유세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 전역이 자택 대기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 32일 노스캐롤라이나 샬럿이 마지막이었다. 트럼프는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와중에도 경제 활동 정상화와 선거 유세 재개에 조급증을 내왔다. 최근에는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 및 항의 시위 국면까지 겹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두 자릿수 지지율 격차로 밀리면서 대규모 팬 미팅이 더욱 급해졌다.

트럼프가 지지자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자신이 코로나19로 문 닫았던 미국을 다시 열어 경제를 회복시킨 지도자라는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5월 비농업 일자리가 250만개 늘고 실업률이 4월의 14.7%에서 13.3%로 떨어졌다는 노동부의 5일 발표를 결정적 디딤돌로 삼고 있다. 8일 나스닥이 1.13% 상승한 9924.74에 장을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뉴욕증시에서 주요 3대 지수가 6일째 상승세를 이어간 것도 트럼프에겐 호재다.

그는 지난 5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회복이라며 브이(V)자 회복보다 더 좋다. 로켓추진선 같다고 자화자찬했다.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은 일시해고자결근 중으로 잘못 분류해 3월부터 실제보다 실업률이 낮게 잡혔다고 뒤늦게 시인했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는다.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유세는 최소 수천명이 운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대규모 유세 재개 방침에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참모들은 인종차별·경찰폭력에 항의하는 시위도 대규모로 열리고 있어, 진보진영에서 트럼프를 비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오른쪽 둘째)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맨 왼쪽) 등 민주당 의원들이 8일 미 의회에서 경찰개혁 법안을 발표하기 직전 846초 동안 바닥에 무릎을 꿇고 경찰의 과잉진압 도중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인종차별에 대한 항의 뜻을 담아 아프리카의 전통 문양이 새겨진 스카프를 목에 걸었다.

        

목조르기 금지, 면책특권 제한 등, 공화당은 반대대선 앞 쟁점 부상

        

미국 민주당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행사와 인종차별적 조처에 제동을 걸겠다며 경찰개혁 입법 추진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이 반대 뜻을 보이고 있어,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찰개혁 문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8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공권력 남용을 저지하고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경찰개혁 법안을 공개했다. 최근 몇년 동안 미 의회가 경찰의 치안활동에 가장 광범위하게 개입한 사례다. <뉴욕 타임스>는 경찰노조와 법 집행 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가 수십년 동안 요구한 많은 제안들이 담겼다고 평가했다.

134쪽 분량의 법안은 과도한 폭력 사용 등 경찰의 직권남용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제한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CNN> 보도를 보면, 최후의 수단일 경우를 제외하고선 경찰의 총기 등 살상무기 사용을 제한하고 목조르기 제압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 문제적 경찰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관할 구역을 옮기는 것을 막고자 전국 경찰 직권남용 등록부를 만드는 방안 등도 담겼다.

민주당 의원들은 10일 하원 법사위원회에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 등을 불러 경찰의 과도한 폭력 문제 등에 대한 증언을 청취하는 등 법안에 관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펠로시 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경찰개혁 법안을 발표하기 직전 미 의회 바닥에 846초 동안 무릎 꿇기를 했다. 플로이드의 죽음을 계기로 분출된 경찰개혁의 목소리를 반드시 법안에 담아내겠다는 의지를 다진 의식이다.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것(경찰개혁 법안)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죽기 살기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미 언론들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경찰개혁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도 일부 제도적인 손질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의회 차원의 광범위한 개입에는 반대한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은 급진적인 좌파 민주당이 경찰 예산을 끊어버리고 경찰을 폐지하려고 한다고 역공하며 이념 논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강력한 경찰 노조가 분명히 반대할 민주당의 개혁법안이 초당적 지지를 받을지 불명확하다많은 공화당 의원들은 이미 좌파 민주당과의 싸움이라고 묘사하며 정치적 전선을 그리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 이정애 기자 >


7일 뉴욕 맨해튼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뜻을 담은 무릎꿇기를 하고 있다. 미국의 항의 시위는 지난주부터 폭력성이 확연히 줄고 평화적인 분위기로 바뀌었다.

    

66개국 656개 인권단체와 공동서한유엔인권이사회 긴급회의 요구

        

미국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유족들과 인권단체들은 8(현지시간) 미국에서 발생한 각종 인종차별과 경찰 폭력 사건을 조사해달라고 유엔에 촉구했다.

플로이드의 아들 퀸시 메이슨 플로이드와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즈 플로이드는이날 전 세계 인권단체들과 함께 이같은 내용을 담아 작성한 연대 서한을 발표했다고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서한에는 미국시민자유연합(ACLU), 국제인권연맹(FIDH), 세계고문방지기구(OMCT) 66개국 656개 인권단체가 동참했다.

이들은 유엔인권이사회(UNHRC) 소속 47개 회원국에 발송한 서한에서 인권이사회긴급회의 소집, 조지 플로이드를 비롯한 미국 경찰의 폭력에 희생된 흑인 사망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요청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018년 유엔인권이사회에서 탈퇴했다. 이스라엘에 편견과 반감을 보여왔고, 자국이 요구한 개혁안 등을 외면했다는 이유에서다. 플로이드 유족과 인권단체들은 서한에서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미국 경찰과 백인 자경단이 비무장 흑인을 불법적으로 살해한 일련의 사건 중 하나"라며 "미국 경찰의 흑인 살해와 과도한 무력 사용은 국제인권조약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플로이드 동생 필로니즈는 성명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유엔 지도자들이 (숨지기 직전) 도움을 호소했던 플로이드의 외침에 응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플로이드 유족을 대리하는 벤 크럼프 변호인도 보도자료를 내고 흑인 인권유린 사건에 대한 검찰의 기소 미국 경찰 개혁안 권고 등을 요청하는 유족의 별도 서한을 유엔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크럼프 변호사는 "미국은 흑인의 생명권을 박탈해온 오랜 관행을 갖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경찰의 책임을 묻는 데 실패했다"며 각종 흑인 사망 사건에 유엔의 조사와 개입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