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당원 전체 문자 메시지 보내

“걱정과 심려 끼쳐드려 송구하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23일 오후 울산시당 이전 개소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자신의 ‘전두환 옹호’ 발언 관련 논란을 암시하며 “어떤 것도 저들의 공격거리가 될 수 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전두환 발언을 사과하고 ‘개 사과 사진’이 잘못됐다는 점을 인정한 직후의 글이어서 ‘본인은 잘못한 게 없다는 윤 전 총장 본심이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전 총장은 지난 23일 당원들에게 보낸 단체 문자메시지에서 “최근에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떤 것도 저들의 공격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더 경계하고 더 단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두환 옹호’ 발언에 대한 비판을 ‘부당한 공격’으로 규정한 것으로, “호남인들을 화내게 하려고 한 얘기도 아닌데 내 발언을 곡해한다”는 초기 반응과도 맥을 같이 한다.

 

이에 유승민 캠프는 “윤석열 후보가 본심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캠프의 이수희 대변인은 24일 “결국 ‘전두환 정치 잘했다’ 발언은 잘못한 게 아니고, 본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공격거리로 트집잡은 것이라고 계속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용빈 더불어민주당 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공식적으론 ‘송구하다’며 잘못을 구하는 척 하다가, 자기 편 앞에서는 ‘저들의 공격거리’라며 마치 희생양이 된 듯 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자신이 자초한 ‘전두환 망언’에 대해, ‘개 사과’에 대해 무엇이 잘못인지조차 여전히 모르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캠프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실언·망언 25개 항목’을 정리·발표하며 ‘윤석열 발언 리스크’를 부각했다. 홍준표 캠프는 최근 ‘전두환 옹호 발언’을 비롯해 △청약통장 모르면 치매환자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페미니즘이 악용돼 건전한 이성교제 막아 △일주일 120시간 바짝 일할 수 있어야 △코로나19 확산, 대구 아니었으면 민란 났을 것 등의 윤 전 총장 발언을 상기시키며 “만일 윤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우리 국민들은 4개월 간 또 어떤 실·망언이 터질까 가슴 졸이는 자세로 윤 후보의 입만 처다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호남에 공을 들인 지가 30년이 넘는다. 엉뚱하게 날아들어온 후보가 30년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그런 짓을 했다. 해당행위다. 국민을 개처럼 여기고 조롱감으로 만들었다. 후보 자격이 있냐”며 윤 전 총장을 직격했다.

 

지난 19일 ‘전두환 옹호’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윤 전 총장은 ‘돌잡이 사과 사진’으로 논란을 키우고 21일에야 “송구하다”며 사과한 뒤에도 ‘개 사과 사진’과 “공격거리“ 발언으로 비판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일일이 문제삼으면 그럴 수도 있지만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의) 전체적 취지는 앞으로 조금 더 조심하겠다는 뜻”이라며 “단순한 적들의 공격거리로만 생각하고 반성을 안 한다는 분석은 조금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연서 기자

 

 민주 "윤석열, 천공스님도 패밀리 비즈니스도...  '최순실식 사고' 연상“

"신성한 주권행사 폄하"…전두환 발언·개 사과 논란에 "광주 방문이 면죄부?"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24일 '전두환 옹호' 발언과 '개 사과 SNS 사진' 등으로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대권주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갔다.

 

특히 최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윤 전 총장이 책임 당원들에게 '어떤 것도 저들의 공격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더 경계하고 더 단련하겠다'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알려지자 "겉과 속이 다른 가식적인 태도"라고 질타했다.

 

이용빈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해당 보도 내용을 거론하며 "윤 전 총장의 진짜 속내가 어떤 것인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식적으로 '송구하다'며 잘못을 구하는 척하다가 자기 편 앞에서는 마치 희생양이 된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무엇이 잘못인지조차 여전히 모르는 태도"라고 쏘아붙였다.

 

윤 전 총장이 관련 논란이 불거진 이후 광주를 찾겠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스스로 면죄부를 주겠다는 계산이었다면, 결과적으로 광주 시민과 대한민국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라며 "광주 방문을 자신의 죗값에 대한 알리바이로 삼지 말라. 뻔뻔함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이날 윤 전 총장이 '개 사과' 사진에 부인 김건희 씨가 관여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선거가 원래 패밀리 비즈니스'라는 취지로 답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청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국민들의 신성한 주권 행사를 패밀리 비즈니스로 폄하했다"며 "이는 선거 모독이고 국민 모독"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가족 사업이면 대통령은 가족회사 사장이냐. 정권 잡아서 장모와 부인의 가족회사를 차리겠다는 거냐"며 "국민은 패밀리 비즈니스의 사업 대상이나 가족회사 종업원쯤으로 보이느냐. 국민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불쾌하다"고 했다.

 

이재명 대선후보 대변인인 박찬대 의원도 논평을 내 "어안이 벙벙하다"며 "천공 스님도, 패밀리 비즈니스도 모두 '최순실식 사고'를 연상케 한다. 대선이 패밀리 비즈니스여서 부인 김건희 씨가 데려온 무당과 천공을 스승으로 모시고 '손바닥 왕 놀음'을 하는 거냐"고 비꼬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SNS에 올려 논란이 된 '개 사과' 사진 [윤 전 총장 반려견 SNS '토리스타그램' 캡처]

 

여권은 윤 전 총장이 SNS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부패의 구더기들'이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서도 맹공했다.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저급한 단어와 비유"라며 "그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은 바로 윤 전 총장"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대장동 비리의 근본은 2011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부산저축은행 사건 부실 수사에 있고, 당시 해당 수사의 주임 검사가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다"며 "대장동 투기의 원천 자금을 윤 전 총장이 대준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구석에 몰린 범죄자의 초조함이야 이해한다만, 거짓으로 일관하는 욕망의 구더기가 할 말은 아니다"라고 직격했다.

 

윤석열의 ‘치명적 망언들’…이재명이 집중 공격하는 까닭은

    ‘천박한 역사의식’에 ‘정치 무지’

    ‘호남 편견’과 ‘공감능력 부족’도

    국민의힘 경선 유 · 불리 엇갈려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도대체 왜 그랬을까요? 잘 몰라서 실수로 그랬을까요? 표를 얻기 위해서 일부러 그랬을까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두환 전 대통령 발언과 그 이후 ‘개 사과’ 이야기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전두환 발언과 ‘개 사과’ 내용을 되풀이하지는 않겠습니다. 그 자체가 짜증 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윤석열 전 총장 발언 배경에 어떤 인식이 깔렸는지에 대해서는 좀 자세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윤석열 전 총장의 전두환 발언은 새삼스러운 얘기가 아닙니다. 그 세대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은 박정희나 전두환에 대해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최고 권력에 대한 맹목적 동경입니다. 둘째, 박정희나 전두환 시대에 저항하지 못하고 굴종한 사람들의 자기합리화 기제입니다.

 

“박정희가 쿠데타로 정권 잡고 독재를 했지만, 정치는 잘했지. 정치가 뭐 별거 있어? 국민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게 정치지.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전두환이 광주에서 사람 죽였지만, 정치는 잘했지. 아랫사람들한테 다 믿고 맡겼다니까? 청와대 경제수석한테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했지. 그래서 5공 때 우리나라가 호황을 누린 거야. 대통령은 그렇게 하는 거야. 알아?”

 

60~70대 ‘아재’들의 술주정 가운데 단골 메뉴입니다. 여기에 호남에 대한 비난을 슬쩍 끼워 넣습니다.

 

“사실 전라도 사람들 문제가 있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김대중한테 90%를 몰아줘? 여기가 뭐 공산당인가? 호남은 그렇다고 치고, 노무현하고 문재인한테 표를 더 몰아주는 건 또 뭐야? 결국 호남은 종북인 거야.”

 

이 사람들 도대체 왜 그럴까요? 박정희·전두환 정권은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하기 위해 호남을 타자화하고 소외시켰습니다. 절대 권력을 동경하고 불의에 저항하지 못한 비겁한 사람들이 박정희 전두환 정권의 호남 차별에 슬며시 올라타려는 것입니다.

 

나치가 유대인들에게 독일이 안고 있는 문제를 몽땅 뒤집어씌우고, 다른 종족들이 그 흐름에 동조한 것과 마찬가지 현상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 10월19일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한 첫 번째 발언은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였습니다. 그는 여기에 한마디를 붙였습니다. 바로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는 대목입니다.

 

저는 앞부분보다 뒷부분에서 더 충격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이 굳이 호남을 끌어들인 것은 ‘전두환의 피해자인 호남에서도 전두환의 리더십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호남 사람이 아닙니다. 전두환 쿠데타의 피해자인 호남의 아픔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습니다. 서울대 법대 시절 모의재판에서 12·12를 일으킨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으로 그런 말을 할 자격을 취득했다고 착각하면 안 됩니다.

 

호남에서도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한다고요? 세상에! 한국 사회에서 호남과 5·18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윤석열 전 총장의 이번 발언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지는 오해를 낳고, 오해는 증오를 낳고, 증오는 폭력을 낳습니다. 극우 세력과 태극기 부대의 호남과 5·18에 대한 공격도 처음에는 무지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극우 세력의 호남과 5·18에 대한 공격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이 글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전라도 사람들, 호남인 아니면 높은 자리에 오르기는 하늘의 별 따기로 변해버렸다. 그 까닭은 어디에 있는 걸까? 그 중심에 광주 5·18 사건이 자리하고 있다면?

 

그렇다. 5·18 사건은 철저한 베일에 가려져 있고, 5·18 유공자들은 기막힌 우대와 상상할 수 없는 귀족들로 변모해 있다. 어떻게 5·18 유공자가 되었는지조차 비밀에 감추어진 게 우리 국민에겐 통탄스런 현실이다. 5·18 유공자가 누구인지를 공개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한민국의 진짜 금수저는 바로 이들이다.

 

(중략)

 

출신지가 전라도가 아닌 대한민국 국민은 열심히 벌어서 5·18 유공자를 섬기는 나라가 될 것이다. 도대체 유력층 금수저 재벌가, 황금 수저 넘어 초특권 다이아몬드 수저 같은 5·18 유공자 혜택과 가산점이 뭐란 말인가? 5·18 유공자 가산점 때문에 5·18 유공자와 그 자녀들은 금수저를 넘어 황금 수저가 되어 취업과 시험 전선에서 그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중략)

 

또한 호남에서는 5·18 유공자가 많아 그들(5·18 유공자)만의 경쟁이 워낙 심하여 이제는 같은 전라도 사람도 다른 지방으로 가서 시험을 본다고 한다. 그렇게 되어서 이 나라 방방곡곡에는 호남인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지금도 극우 성향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런 종류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입니다. 무지막지한 호남 혐오의 토양을 제공하는 것은 바로 대한민국 일각의 호남 차별 의식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장삼이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 검찰총장을 지냈고,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매우 중요한 공인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발언과 인식은 그래서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이번 발언은 ‘천박한 역사의식’, ‘정치에 대한 무지’, ‘호남에 대한 편견’, ‘부족한 공감 능력’을 한꺼번에 보여준 것입니다.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른바 보수 신문에서도 사설로 윤석열 전 총장을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 부적절한 ‘전두환 옹호’ 발언, 윤석열 실언 몇 번째인가(10월 21일, 중앙일보)

☞ 윤석열의 전두환 관련 발언, 화법 아닌 소양의 문제다(10월 21일, 동아일보)

☞ ‘왕(王)자 무속’ 이어 ‘개 사과’ 윤석열의 이해 못 할 행태(10월 23일, 조선일보)

☞ 윤석열의 괴이한 ‘개 사과’ 사진은 “상식 초월” 그 이상이다(10월 23일, 동아일보)

그렇다면 이제 윤석열 전 총장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이른바 보수 성향 신문들이 일제히 윤석열 전 총장을 비판하고 있으니 대선주자 지지도가 떨어질까요? 당내 경선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알 수 없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전두환 관련 첫 발언은 10월19일 화요일에 나왔습니다. ‘개 사과’는 21일 밤, 정확히는 22일 금요일부터 화제가 됐습니다. 전두환 발언 및 ‘개 사과’의 영향은 이번 주 월요일, 10월25일 이후 나오는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봐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엠브레인 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회사에서 매주 발표하는 전국지표조사가 있습니다. 그동안 ‘보수 진영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매주 내놓았습니다. 오랫동안 윤석열 후보가 홍준표 후보를 앞서 있었는데, 9월 둘째 주에 역전된 뒤 10월 둘째 주까지 홍준표가 앞섰습니다.

 

그런데 10월 셋째 주에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적합도’를 물었더니, 윤석열 후보가 ‘25% 대 22%’로 홍준표 후보를 다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차범위 이내에서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10월 셋째 주 조사 기간은 10월18일부터 20일까지였습니다. 전두환 발언 및 개 사과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입니다.

 

10월 넷째 주는 10월25일부터 27일까지 조사해서 10월28일에 발표할 것입니다. 전두환 발언 및 개 사과의 여파가 반영될 것입니다.

 

10월28일 발표되는 전국지표조사 결과는 국민의힘 경선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민심 형성에 거꾸로 영향을 미치는 밴드왜건 효과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경선은 책임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입니다. 책임당원 투표는 11월1일부터 2일까지 모바일 투표로, 11월3일부터 4일까지 자동응답 전화로 합니다. 여론조사는 11월3일과 4일 양일간 실시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윤석열 전 총장의 전두환 발언 및 ‘개 사과’로 윤석열 전 총장이 경선에서 홍준표 후보에게 크게 밀릴 것으로 전망하십니까?

 

저는 “영향은 있겠지만, 그 정도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도층이나 합리적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민심은 악화하겠지만, 극우 성향의 유권자들이 윤석열 전 총장 지지로 몰리면서 지지도 하락을 상쇄하거나, 오히려 유리해질 수도 있습니다. 민심이나 당심은 가끔 비합리적이고 무척 변덕스럽습니다.

 

조대원 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이 지난 10월19일 홍준표-유승민 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며 성명을 냈습니다. 경선 판세에 대해 이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이미 전국 당협위원장 70%가 직·간접적으로 윤석열 캠프에 줄을 선 이상 당원투표 비중이 50%로 확대되는 최종 투표에서 홍준표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상승세를 타던 홍준표 후보의 일반 여론조사 수치가 더는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고, 그러한 일반 여론조사 상승세의 정체는 당원들로부터 더 이상의 지지 후보 변경을 이끌어내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대체로 윤석열 전 총장이 결국 경선에서 이길 것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근거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국민의힘 의원들이나 당협위원장 다수가 윤석열 전 총장에게 줄을 섰기 때문입니다. 둘째, 홍준표 의원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 아직도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여권의 시각입니다. 청와대나 민주당 사람들에게 ‘누가 야당 후보가 돼야 이재명 지사가 이길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답변이 엇갈립니다.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윤석열이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근거는 “윤석열이 후보가 되면 홍준표 지지층의 일부는 투표를 하지 않겠지만, 홍준표가 후보가 되면 윤석열 지지층을 100% 흡수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재명 지사가 최근 들어 윤석열 전 총장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대목도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이재명 지사가 윤석열 전 총장을 공격하면 윤석열 전 총장 지지가 올라갈까요, 떨어질까요? 대통령 선거 본선에서는 몰라도 당내 경선에서는 올라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재명 지사의 ‘맞수’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지사는 최근 홍준표 의원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철저히 무시하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10월23일 ‘경선 결선 투표에 임하는 입장문’에서 “지금 민주당이 유독 윤석열 후보만 공격하는 것은 비리 후보끼리 대선 구도를 만들어 ‘이재명 물타기 대선’을 획책하려는 의도”라고 했습니다. 설마 그럴 리가요? 하지만 여권이 윤석열 후보를 좀 더 쉬운 상대로 여기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결과는 11월5일에 나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습니다. 옛날 표현으로 개봉박두(開封迫頭)입니다. 성한용 기자

캠프 영입·가족 역할·경선 룰 놓고 사사건건 충돌 '위험수위'

상대 '실언 · 망언' 리스트 25건 작성해 공개 공방전

유승민 "피장파장·도긴개긴" 싸잡아 비판…윤석열 당원문자 비판 가세

 

윤석열-홍준표= 국민의힘 윤석열 (오른쪽),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15일 저녁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1대1 맞수토론'에 앞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양강'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 사이의 공방이 24일 난타전을 방불케 할 만큼 최고조로 치달았다.

 

특히 상대방 부인을 경선판으로 끌어들여 공세의 소재로 활용할 만큼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는 등 양측의 충돌이 점입가경이다.

 

최종 후보 선출을 약 2주 앞두고 승부에 쐐기를 박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는 모습이다.

 

홍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의 캠프 공동선대위원장 영입에 대해 "광역단체장 공천을 미끼로 중진 출신들을 대거 데려간다"며 "줄 세우기 구태정치"라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그는 윤 전 총장 캠프에 합류한 국민의힘 김태호·박진 의원과 심재철 전 의원, 유정복 전 인천시장을 겨냥, "공천 미끼에 혹해 넘어가신 분들은 참 측은하다"고 저격했다.

 

이에 윤 전 총장은 국회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답변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윤 전 총장 측 권성동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원팀 정신을 해치는 자해행위"라며 "과거에 공천을 무기로 줄 세우기를 해봤다는 홍 후보의 자기 고백"이라고 반격에 나섰다.

 

논란의 '개 사과' 인스타그램 글을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 씨가 게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의 여진도 이날까지 이어졌다. 이례적으로, 서로의 부인을 겨냥한 설전이 날카롭게 오갔다.

 

이번엔 윤 전 총장이 취재진에게 "어떤 분들은 가족이 후원회장도 맡는데, 제 처는 다른 후보 가족들처럼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다"며 홍 의원에게 먼저 날을 세웠다.

 

홍 의원의 대선 예비후보 후원회를 부인 이순삼 씨가 맡은 점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개 사과' 논란과 관련, 김건희씨 관여 논란이 불거지자 홍 의원 쪽에 화살을 돌리며 역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자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소환 대기 중 공식 석상에 못 나오는 부인보다 유명인사가 아닌 부인을 후원회장으로 두는 것이 아름다운 동행"이라고 쏘아붙였다.

 

윤 전 총장 부인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끄집어낸 것이다.

 

경선 룰을 둘러싼 신경전도 계속됐다.

 

홍 의원이 전날 페이스북에서 "기상천외한 여론조사를 고집한다면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데 대해 윤 전 총장이 이날 기자들에게 "중대 결심을 하든 말든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받아치면서다.

 

윤 전 총장 측은 가상 양자 대결 방식, 홍 의원 측은 4지 선다형 방식의 여론조사를 각각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 측은 이날 "윤 후보가 본선 후보가 된다면 가슴 졸이는 자세로 윤 후보 입만 쳐다봐야 할 것"이라며 앞서 윤 전 총장이 구설에 오른 사례를 '실언·망언 리스트 25건'으로 작성해 배포하기도 했다.

 

이에 윤 전 총장 측은 "'욕설은 이재명, 막말은 홍준표'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라며 홍 후보의 '망언·막말 리스트 25건'을 배포해 맞불을 놨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논란이 된 발언을 총망라했다.

 

공방이 과열되자 유승민 전 의원은 "정말 가관"이라며 윤 전 총장과 홍 의원을 싸잡아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상대방의 전과, 비리, 막말, 망언을 두고 이전투구하는 모습"이라며 "피장파장이고 도긴개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유 전 의원 측은 윤 전 총장이 이날 책임당원들에게 보낸 지지 호소 메시지에서 "어떤 것도 저들의 공격거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한 대목을 문제 삼으며 공방에 '참전'했다.

 

이수희 캠프 대변인은 논평에서 "결국 '전두환 정치 잘했다'는 발언은 잘못한 게 아니고, 본인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이 공격거리로 트집 잡은 것이라고 계속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홍준표 ‘친박계 모시기’ 과열…단체장 공천 미끼 비판도

윤 캠프, 김태호·심재철·유정복 등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

홍 캠프는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 “공천 미끼가 새 정치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공동선대위원장 및 공정과혁신위원회 위원장 영입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상진 공존과혁신위원회 위원장, 박진ㆍ김태호 공동선대위원장, 윤 후보, 심재철ㆍ유정복 공동선대위원장.

 

다음달 5일로 다가온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을 앞두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의 선두 다툼이 치열해지면서 세 불리기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전·현직 중진 의원 중진들을 영입하자 홍 의원은 “광역단체장 공천을 미끼로 한 줄 세우기 구태정치”라며 견제구를 날렸다. 경선 국면에서 친박 정치인까지 득세하면서 당내에서는 ‘새누리당 회귀’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윤 전 총장은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태호(3선)·박진(4선) 의원과 심재철(5선) 전 의원, 유정복(3선) 전 인천시장을 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신상진(4선) 전 의원은 캠프 내 공정과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윤 전 총장은 유 전 시장을 거론하며 “친박 좌장영입이라는 상징적 의미 갖는 이번 인선으로 화합형 캠프로 위상을 높였다”고 자평했다. 유 전 시장은 2007년 박근혜 대선 경선 후보 비서실장, 2014년 박근혜 정부 초대 안전행정부 장관이었다.

 

당원투표 비중이 50%로 늘어나는 본경선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열성 당심을 공략하기 위한 ‘친박계 모시기’가 치열해진 모양새다. 윤석열 캠프는 유 전 시장 외에도 지난 17일 옛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을 총괄특보단장으로 영입했다. 홍준표 캠프는 이에 맞서 친박계 핵심이었던 홍문종 친박신당 대표를 영입해 ‘반윤석열’ 목소리를 높였다.

 

홍문종 대표는 지난 22일 홍 의원 지지 기자회견에서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우파 인사들을 감옥에 보내고 박 전 대통령에게 45년을 구형했는데 탄핵에 대해 한 번도 국민 앞에 사죄하지 않았다. 탄핵 검사 출신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론 정권교체가 힘들다”며 윤 전 총장을 겨냥했다. 앞서 지난 15일 박사모 등 박근혜 지지단체 총연합회는 홍 의원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최종 경선을 앞두고 친박 세력의 표심을 놓고 양쪽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 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열린 2030 자원봉사단 ‘홍카단’ 임명장 수여식이 끝난 뒤 자원봉사단의 환영을 받으며 사무실로 들어서고 있다. 홍준표 캠프 제공

 

하지만 징역형을 선고받거나 재판 진행 중인 친박 인사들이 마구잡이로 영입되면서 이들의 활동이 대선 본선에서 국민의힘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홍문종 대표는 지난 2월 사학재단 경민학원 이사장과 총장 재직 당시 뇌물수수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은 피한 채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다. 윤상현 의원도 지난해 10월 ‘함바왕 선거공작’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선 전 유죄가 확정되면 대선 판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 친박계 정치인들이 정치적으로 활동할 공간이 열리면서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한겨레>에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는 게 우리 당으로서는 중도층 표심을 고려했을 때 절대 유리한 구도가 아니다”라며 “당장은 당원 표가 급하겠지만 결국에서 본선을 생각하면 소탐대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이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가 거론되는 중진 전·현직 의원들을 캠프 중책에 기용한 데 대한 비판도 나왔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광역단체장 공천을 미끼로 중진 출신들을 대거 데려가면서 선대위에 뒤늦게 영입하는 것이 새로운 정치냐. 줄 세우기 구태정치의 전형이 돼버렸다”며 “각종 공천 미끼에 혹해 넘어가신 분들은 참 측은하다”고 비판했다. 홍 의원 비판에 윤 전 총장은 이날 캠프 인선 발표 뒤 기자들과 만나 “답변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장나래 기자

 

외환보유고 동결·생필품 가격 상승…스웨덴 개발장관 "붕괴 진행중"

유엔아프간지원단에 도움 요청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이 철수한 뒤 재집권한 탈레반 정부가 안정적으로 정권을 유지하기 어려울거라는 경고음이 국제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20일 아프간 수도 카불 빵집 앞 부르카 쓴 여성들 [AFP=연합뉴스]

 

24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이 지난 8월 15일 정권을 잡은 뒤 두 달이 지났으나 통치 인력·자금·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극단주의 테러단체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이 잇따라 아프간 곳곳에서 대형 테러를 저지르며 민심을 동요시키고 있다.

 

페리 올슨 프리드 스웨덴 개발장관은 "아프간은 붕괴 직전에 있고, 붕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전날 말했다.

 

그는 아프간의 경제 상황 악화가 테러 집단이 번성할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스웨덴이 탈레반 정부를 통해 자금을 지원할 수는 없고 아프간 시민단체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늘리려 한다고 덧붙였다.

 

국제사회에서 탈레반을 옹호하고 나선 파키스탄은 아프간이 붕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국제적 고립이 아니라 국제적 포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파와드 차우드리 파키스탄 정보·방송부 장관은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재앙을 막으려면 탈레반 정부와 협력하고 동결한 아프간 정부 자산을 풀어주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촉구했다.

 

    "카불 주민들, 생필품 사려고 가재도구 내다 팔아" [AFP=연합뉴스]

 

탈레반 재집권 후 미국 등에 예치된 90억 달러(10조4천억원) 상당의 아프간 중앙은행 외환보유고가 동결됐고, 달러 송금도 막혔다.

 

그 결과 아프간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서 생필품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국제기구들의 원조도 줄줄이 중단되면서, 수도 카불 주민 등은 생필품 구매를 위해 가재도구를 내다 파는 상황이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아프간의 빈곤율이 2022년 중반까지 97%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동결한 아프간 정부 자금을 풀어주지 않으면 탈레반이 통치자금 마련을 위해 다른 나라에 마약과 무기를 내다 팔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탈레반 정부 인정을 두고 딜레마에 빠진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일단 인도주의적 지원은 이어가기로 입장을 정했다.

 

지난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주재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아프간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대한 고위급 회의'에서 미국과 독일 등 국제사회는 10억 달러(약 1조1천750억원)를 아프간에 지원하기로 했다.

 

탈레반이 임명한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장관은 전날 데보라 라이온스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 대표와 회담했다.

 

탈레반 측은 라이온스 대표가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 나서는 동시에 동결 자산을 풀어 아프간의 은행시스템을 회복할 수 있도록 미국을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탈레반 임명 외교장관,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 대표와 회담 [아프간 외교부 대변인 트위터 캡처]

1966년 독립 이후 첫 대통령 선임…영국 왕실과 관계는 유지

 

바베이도스 초대 대통령이 되는 산드라 메이슨 총독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AFP 연합뉴스 ]

 

카리브해 섬나라 바베이도스가 독립 55년 만에 영국 여왕을 대신해 국가 원수 자리에 오를 초대 대통령으로 현 여성 총독을 선임했다.

 

이로써 영국 식민지였던 바베이도스는 영국 여왕을 국가원수로 둔 입헌군주국 시대를 지나 공화국 출범 채비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21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현지 매체에 따르면 바베이도스 의회는 전날 상·하원에서 3분의 2 동의를 얻어낸 샌드라 메이슨(72) 총독을 초대 대통령으로 선임했다.

 

미아 모틀리 바베이도스 총리는 메이슨 총독의 당선 직후 "바베이도스의 여정에서 중대한 순간"이라면서 초대 대통령 탄생을 반겼다.

 

메이슨 총독은 바베이도스 내 법, 정치, 외교 분야에서 여러 차례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은 입지적인 인물이다.

 

1978년 바베이도스 여성 최초로 판사로 임명된 그는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다가 1992년에는 베네수엘라 대사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이어 2008년 바베이도스 여성 최초로 항소심 법원 판사로 임명됐으며, 2014년에는 바베이도스인 최초로 영연방 사무국 중재 재판소 위원이 됐다.

 

이후 4년 뒤 여왕의 추천을 받아 바베이도스 8대 총독으로 취임했다.

 

            바베이도스 초대 대통령이 되는 산드라 메이슨 총독 [AFP 연합뉴스]

 

메이슨 총독은 바베이도스가 공화국으로 첫발을 내딛는 내달 30일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하며 4년 임기를 시작한다.

 

11월 30일은 바베이도스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55주년 되는 날이기도 하다.

 

인구 28만 명가량의 섬나라 바베이도스는 과거 대서양 노예무역을 통해 형성된 국가로 17세기 영국에 점령됐다.

 

식민지 시절 영국 농장주와 흑인 노예들이 섬으로 이주했고, 지금도 인구의 90%가 아프리카계다.

 

1966년 영국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했으나 계속 입헌군주국으로 남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군주이자 국가 원수로 섬겨왔다.

 

앞서 1998년 헌법 검토 위원회가 공화국 선포를 권고한 이래 몇 차례 공화국 전환을 추진해온 바베이도스는 지난해 "식민지 과거를 완전히 뒤로 할 때"라며 올해 11월을 기점으로 공화국 전환을 선포했다.

 

이는 영연방 소속 입헌군주국 가운데 1992년 모리셔스에 이어 30년 만에 등장한 공화국 전환 사례다.

 

앞서 영국의 식민지였던 카리브해·남미 국가 중엔 가이아나가 1970년, 트리니다드토바고와 도미니카가 각각 1976년과 1978년에 공화국이 됐다.

 

바베이도스는 공화국 전환 이후에도 영연방 국가로 남아 영국 왕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