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5·18 주요 역할 허화평

빈소서  “사과할 입장 아니다”

행안부 “유족 쪽 명단 그대로”

박철언·허삼수·김용갑 등도 포함

 

30일 올림픽공원서 영결식

 

 허화평 씨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빈소 조문을 마친 뒤 나서고 있다.

 

“내가 반란 책임자인가? 내가 사과할 입장은 아니다.”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 허문도(사망), 허삼수와 함께 ‘쓰리 허’로 불리며 실세로 꼽혔던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이 29일 노태우씨 빈소에서 12·12 군사반란 및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과 관련해 한 말이다. 반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8년이 확정됐던 허씨는 노씨의 국가장 장례위원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12·12 및 5·18 관련 어떠한 책임 인정이나 사과도 하지 않는 이들이 유족 추천 몫으로 장례위원에 포함되면서 유족들이 노씨를 대신해 전한 ‘사과’의 진의도 의심받고 있다.

 

허씨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노씨 빈소를 조문한 뒤 ‘노태우씨가 5·18 유족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사과한 것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라고 말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족에게 사과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에게 묻지 말라.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12·12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 비서실장으로, 반란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된 허씨는 노태우씨 국가장 장례위원회 장례위원 352명에 포함됐다. 전날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장례위원 명단을 보면, 전두환 정권 실세로 불린 ‘쓰리 허’ 중 2016년 사망한 허문도씨를 제외한 허화평·허삼수(12·12 당시 보안사 인사처장) 두 사람이 나란히 포함됐다. 최세창씨 이름도 보인다. 최씨는 12·12 및 5·18 당시 3공수여단장이었다. 5·18 진압 공로로 무공훈장을 받기도 했다. 2019년 전두환씨의 12·12 군사반란 40주년 기념 오찬 논란 당시 참석자이기도 하다. 허삼수, 허화평, 최세창 모두 전두환, 노태우와 같은 재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이들은 2014년 ‘내란·반란죄로 받지 못한 군인연금을 달라’는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다.

 

이번 장례위원회에는 입법·사법·행정부 고위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방송언론계와 유족이 추천한 인사 등이 포함됐다. 허화평·허삼수 등은 유족 추천 몫으로 장례위원이 됐다고 한다. 이밖에도 6공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장관, 전두환 정권에서 국가안전기획부 기조실장을 맡았던 김용갑 전 의원 역시 포함됐다. 동교동계 인사로 꼽히는 정대철·한광옥 전 의원, 상도동계 최형우·김덕룡 전 의원 등도 장례위원으로 참여했다.

 

반란 참여자가 장례위원이 된 것과 관련해 행안부 관계자는 “관례에 따라 유족들이 전달한 명단을 그대로 넣은 것이다. 정부가 위원을 심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동명이인 여부에 대해서는 “이 역시 관례에 따라 유족이 경력은 안 주고 이름만 주고 있다”고 했다. 노태우씨 국가장 영결식은 30일 오전 11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진행된다. 영결식 후 유해는 경기 파주시 검단사에 안치된다. 박수지 김양진 기자

 

망언 정치가 권력을 얻으면 민주주의는 망한다

● 칼럼 2021. 10. 30. 02:3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끝나지 않은 학살의 기억’…망언이 권력을 얻을 때 민주주의 위협

윤석열의 실언, 실수인가 신념인가

전두환 옹호에 부마항쟁 논란까지

망언으로 지지자를 결속하는 정치

혐오배설자에게 윤리적 해방감 줘

 

이라영의 비평_망언 정치

 

이라영_ 예술사회학자.

 

‘침묵하는 다수’(the silent majority)라는 개념은 20세기 전까지는 대체로 망자를 뜻하던 말이었다. 로마 제국 네로 시대의 작가 페트로니우스의 표현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졌다. 이 세계에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죽은 사람들의 수가 많기에 죽음을 ‘다수에게 돌아갔다’고 완곡하게 표현했다. 게다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오늘날 사용하는 ‘침묵하는 다수’의 개념을 정치적으로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은 미국 대통령 리처드 닉슨이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미국 내에서는 반전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 1969년 취임한 닉슨 대통령은 전쟁을 지속할 명분을 얻어내기 위해 방송 연설에서 “침묵하는 다수의 미국인 여러분”에게 호소했다. 그는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 때문에 오히려 전쟁을 더 빨리 끝내지 못하고 있다는 암시를 주었다. 종전을 빨리 끌어내기 위해 미국인들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길 호소하며 반전을 외치는 사람들을 분란을 만드는 집단으로 왜곡했다.

 

그렇다면 이 ‘침묵하는 다수’의 실체는 있는가. 적극적으로 반전 운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전쟁에 찬성하는 ‘침묵하는 다수’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반전운동이 못마땅한 사람들에게 침묵하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전쟁을 지지해도 된다는 메시지는 충분히 준다. 보수 정치인들은 ‘침묵하는 다수’라는 가상의 집단을 언급하길 좋아한다. 특정한 이념을 가진 극성스러운 소수가 선량한 다수를 지배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도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 ‘침묵하는 다수’가 무시당한다고 주장했다.

 

‘침묵하는 다수’는 진짜 존재하나

 

최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예비 후보가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갑 당협 사무실을 방문해 당원들에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취지의 전두환 옹호 발언을 했다. 이어 “호남에도 이런 얘기 하는 분들이 꽤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단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차원을 넘어 호남에도 ‘꽤’ 있다는 언급을 통해 마치 호남에 ‘침묵하는 다수’가 존재하는 것처럼 왜곡시킨다. 광주민주화항쟁에 대해 증언하는 목소리, 전두환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 여전히 이어지는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눌려서 전두환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꽤’ 있다는 듯한 인상을 준다.

 

5·18기념재단 통계에 따르면 광주항쟁으로 사망한 사람만 260여명에 이른다. 아직도 ‘실종’이라는 이름으로 공식적 생사 확인조차 되지 않은 이들이 많아 원통한 곡성은 지금까지 이어진다. 학살에 대한 증언을 침묵시키는 권력이 있었고, 학살의 당사자인 전두환은 41년이 지나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런데 윤 후보는 사과를 요구하기는커녕 ‘그것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는 입장을 밝힌다. 이런 발언은 실수가 아니라 신념의 산물로 읽힌다. 발언 다음날 그는 페이스북에서 “어제 제가 하고자 했던 말씀은 대통령이 되면 각 분야 전문가 등 인재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제 역량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썼다. 인재 기용의 모범 사례로 들 만한 인물이 그에게는 전두환이라는 것이다.

 

발언에 논란이 일어나면 윤 후보는 매번 자신의 발언이 왜곡되었으며 자신의 의도는 그렇지 않다고 억울해한다. 그의 사과는 “아무리 ‘아, 이건 할 만한 말’이라고 생각했더라도, 국민들께서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시면 그 비판을 수용하는 게 맞다”였다. 풀어보자면, 나는 여전히 내가 틀린 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게 망언은 정치가 된다.

 

자유라는 이름으로 쏟아지는 증오

 

미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오늘날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받고 있어서 자신들이 침묵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무서워서 말도 못 하겠다며 억울함을 표한다. 거침없이 인종차별, 성차별 등의 발언을 쏟아내는 트럼프는 이들의 입에 자유를 준다.

 

망언을 통해 지지자들을 결속시키는 정치인이 정치적 힘을 가질 때 민주주의는 위협받는다. 사람들이 자꾸만 망언을 듣다 보면 사회에서 기본적으로 공유하는 윤리적 감각이 흔들린다. 역사를 왜곡하고, ‘침묵하는 다수’라는 실체가 있다는 믿음을 가진다. 결국 혐오 감정을 배설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권력자의 망언은 윤리적 해방감을 준다.

 

윤 후보의 출마 선언에서 여러번 중요하게 언급되는 개념이 ‘자유’였다. 모순되게도 보수 정치는 ‘자유’를 좋아한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노동자에게 일할 자유를 주기 위해 주 52시간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했다. 윤 후보는 가난한 사람도 부정식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윤 후보와 경쟁하는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는 “부자에게 돈을 쓸 수 있는 자유”를 주겠다고 했다. 다시 말해 이들은 ‘선택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노동 착취를 자유롭게 하는 사회를 지향하고, 빈곤층을 비하하고, 각종 막말을 하나의 의견처럼 둔갑시킨다. 반면 기득권을 핍박받는 피해자처럼 묘사한다.

 

현재 홍 후보와 윤 후보는 서로 ‘망언 리스트 25건’과 ‘막말 리스트 25건’을 만들었다. 그런데 어쩐지 기시감이 든다. 2017년 대선에서도 홍 후보의 말이 수시로 문제가 되어 당시 민주당 캠프에서 ‘홍준표 후보의 10대 막말’을 선정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막말 정치인으로 꼽히던 홍 후보가 뱉은 수많은 발언이 잠시 가려질 정도로 윤 후보는 분야별로 부지런하게 망언의 기록을 쌓는 중이다. 그들이 경쟁적으로 주고받은 망언과 막말로 타격을 받는 사람은 그들 자신이 아니다. 그들의 말 속에서 난타당하는 노동자, 여성, 호남 사람 등이다. 죽어서도 할 말이 많은 사람들, 이들이야말로 침묵당하는 다수가 아닌가.

 

 

 

홍준표 “저희 캠프 주장대로 됐다” 환영

윤석열 “후보는 따라갈 수밖에” 떨떠름

 

국민의힘 후보 경선토론회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본경선 여론조사 문항을 ‘가상 양자대결을 전제로 한 4지선다형’으로 확정했다. 가상 양자대결을 선호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4지선다형을 주장했던 홍준표 의원 사이에서 절충한 결과지만, 홍 의원의 요구에 더 가깝게 결론이 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경선 선관위 산하 여론조사 소위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26일 전체회의가 끝난 뒤 “가상대결을 전제로 해서 질문하고 본선 경쟁력을 묻는 방식으로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세부 문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재명과 원희룡, 이재명과 유승민, 이재명과 윤석열, 이재명과 홍준표 후보가 대결한다. 이 가운데 본선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는 누구라고 생각하나”라는 식으로 문항이 설계될 것으로 보인다. 가상 양자 대결 형식을 가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4지선다 방식이다.

 

홍 의원은 이날 안보·국방 대전환 공약발표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결국은 저희들이 한 주장대로 들어준 거 아니냐. 그래서 저는 전혀 이의가 없다”며 환영했다. 홍 의원은 “이재명 후보와의 경쟁력을 본다고 하는데 최근 여론조사는 저만 유일하게 이기니까 다른 사람들은 마이너스다. 그만큼 좋은 게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홍 의원은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자신의 ‘경쟁력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23~24일 전국 성인 1024명을 대상으로 가상 양자 대결을 실시한 결과(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홍 의원은 45.1%, 이 후보 40.6%로 나타났지만, 윤 전 총장과의 가상 대결에서는 이 후보가 43.7%, 윤 전 총장은 40.6%였다.

 

가상 양자대결을 주장해온 윤석열 캠프는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당 선관위 결정을 따르겠다고 이미 밝힌 대로 선관위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후보들은 권한이 없고 당에서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에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한다”며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캠프 내부에서도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했던 ‘역선택’을 방지하지 못해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한겨레>에 “우리 의견은 10∼20% 수준밖에 반영이 안 됐다. 가상대결을 주장했던 건 역선택을 어느 정도 방지하기 위함인데 이를 설문으로 꼬는 건 안 하는 것보단 낫지만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양자대결 방식을 선호했던 원희룡 전 제주지사 쪽은 “대승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유승민 전 의원 쪽은 ‘양자대결 형식의 문구를 뺀 단순한 4지선다형이어야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여론조사 문항이 너무 길면 수용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불만의 요지다. 그러나 대선 예비후보 3명이 수용했고 “번복은 없다”는 게 국민의힘 선관위의 확고한 입장이어서 확정된 문구로 여론조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국민 여론조사 50%와 책임당원 투표 50%를 합산해 다음달 5일 대선 후보를 확정한다. 책임당원 투표는 다음달 1~4일 모바일과 전화를 통해 이뤄지며, 여론조사는 3~4일 진행된다.

장나래 기자

 

 

후보 선출 16일만 50분 차담…문 "끝까지 도와달라" 이 "저도 문 정부 일원"

문 "방역 잘해 선거운동 자유로워지게…대선서 선의의 정책경쟁 당부"

이 "대통령과 생각 너무 일치해 놀라… 지난 대선, 모질게 한 것 사과"

 

환담하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와 환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청와대에서 약 50분간 차담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 후보가 지난 10일 민주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 16일만으로, 이번 만남을 계기로 이 후보의 '원팀' 행보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자리에 대해 '후보 선출을 축하하는 자리'라고 규정한 뒤, 대장동 비리 의혹을 비롯한 선거 정국에 관련된 얘기는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재명 대선후보와 차담하는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우선 인사말에서 지난 민주당 경선을 거론하며 "경쟁을 치르고 나면 그 경쟁 때문에 생긴 상처를 서로 아우르고 다시 하나가 되는 게 중요하다"며 "그런 면에서 일요일에 이낙연 전 대표님을 (만난 것이)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이 후보와도 2017년 당내 경선 겨뤘던 일을 떠올리며 "경쟁을 마친 후 힘을 모아 정권교체를 해내고 이후 함께 국정을 끌어왔다"며 "이제 나는 물러나는 대통령이 되고, 이 후보가 새 후보가 돼 감회가 새롭다. 끝까지 많이 도와달라"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저도 경기도지사로 일한 문재인 정부의 일원"이라며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고 역사적 정부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겪어보니 제일 중요한 것은 정책"이라며 "대선 과정에서 정책을 많이 개발하고 정책을 위한 선의의 경쟁을 해달라. 이 후보 외에 다른 후보들에게도 똑같은 당부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어제 대통령님의 시정연설을 보니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들어있어서 너무 공감이 많이 됐다"며 "가끔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 놀랄 때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께서 지금까지 민주당의 핵심 가치라고 하는 민생, 개혁, 평화의 가치를 정말 잘 수행해주신 것 같다"며 "경제발전, 군사강국, 문화강국으로 자리잡은 것은 다 문재인 대통령 노력 덕분"이라고 언급했다.

 

모두발언 뒤에는 비공개 대화가 이어졌으며, 이 내용은 배석자인 이철희 정무수석이 언론에 브리핑했다.

 

이 수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위기로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기후위기도 가속화하는 역사적 시기"라며 "이 짐은 현 정부가 지는 것보다 다음 정부가 지는 것이 더 클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이 후보는 농담조로 "그 짐을 제가 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고 이 수석은 전했다.

 

또 이 후보가 "대선을 치르며 안 가본 곳을 빠짐없이 다 가보려 한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방역을 잘해서 이번 대선이 활기차게 진행될 수 있도록, 자유롭게 선거운동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경쟁했던 2017년 대선 경선 당시 얘기도 나왔다.

 

이 후보가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하려고 마음에 담아 둔 얘기를 꼭 드리고 싶다"며 "지난 대선 때 제가 조금 모질게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이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아시겠죠? 그 심정 아시겠죠?"라고 편안한 표정으로 답했다고 이 수석이 설명했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이 후보는 "전체 경제가 좋아지지만 양극화가 심화하고 서민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여전히 확장재정을 하는 것이 좋다"고 견해를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기업들을 많이 만나보라"며 "대기업들은 (사정이) 굉장히 좋아 생존을 넘어 대담한 목표를 제시하지만, 그 밑의 작은 기업들은 힘들어한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선후보와 차담하는 문재인 대통령

 

한편 이 수석은 "(회동에서) 대장동의 '대'자도 나오지 않았다. '검찰'이나 '수사'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다"며 "부동산에 대해서도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수석은 "대북정책 얘기도 하지 않았다"며 "무거운 얘기를 피하다 보니 가볍게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소개해드린 농담들도 서로 편하게 주고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수석은 "사전에 제가 이 후보 측과 선거 관련 얘기, 선거운동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얘기는 일절 하지 않는 것으로 얘기를 했다"며 "이 후보는 후보로서 얘기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을 상대로는 언급 안하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선출된 지 16일 만에야 문 대통령과의 첫 회동이 성사된 것을 두고 '과거보다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는, 이 수석은 "자연스럽게 스케줄을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역대 사례를 살펴보면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후보의 면담은 두 차례 있었다.

 

2012년에는 박근혜 당시 후보가 선출된 지 13일 만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회동했고, 2002년에는 노무현 당시 후보는 선출된 지 2일 만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면담했다. 2007년 대선 때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여당의 탈당 요구로 당적을 정리한 후였던 만큼, 당시 여권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와는 만나지 않았다.

 

회동 형식이 차담이 된 것에는 "식사를 하게 되면 필요 이상으로 무거운 의미부여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이 수석이 설명했다.

 

이재명, 문 대통령 ‘인증’ 받고 정세균 만나며 ‘원팀 구성’ 박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한정식집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에게 자리를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6일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집권여당 대선후보로서 ‘정식 인증’을 받았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정세균 전 총리도 만나 선거 지원을 요청했고, 27일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회동을 예고하는 ‘통합 행보’로 본격적인 원팀 선대위 인선을 예고했다.

 

문 대통령 만난 이재명, 일체감 강조

 

이 후보는 청와대 상춘재에서 50분 동안 이어진 문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과거 앙금을 털어내고 일체감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따로 뵐 기회가 있으면 마음에 담아둔 얘기를 꼭 드리고 싶었다”며 운을 뗀 뒤 “지난 대선 때 제가 모질게 한 부분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사과한다”고 했다.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모질게 경쟁’했던 과거를 문 대통령에게 직접 사과한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제 1위 후보가 되니까 그 심정 아시겠죠”라며 웃으며 받았다고 한다. 이날 비공개 회동의 주요 화제는 대선 정책경쟁과 기후위기와 경제 문제였다고 하지만, 배석한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한 대화에서도 문 대통령과의 동질감을 강조하는 이 후보의 발언이 두드러졌다. 이 후보는 전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거론하며 “대통령과 제 생각이 너무 일치해서 놀랄 때가 있다. (시정연설) 내용도 꼼꼼히 살펴봤는데 내 생각과 너무 똑같았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을 가장 존경하는데 문 대통령도 루즈벨트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알고 있다. 거기에 공통분모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계승자임을 강조함으로써 40%에 가까운 문 대통령 지지율을 흡수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정책에 관한 해법에는 시각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좀 더 과감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조정과 양극화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을 강조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어떤 목표든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며 “기업들도 많이 만나보라”고 말했다.

 

오늘 정세균, 내일 추미애…원팀 선대위 구상

 

지난 24일 이 전 대표를 만나 ‘경선 후유증’을 정리한 이 후보는 이날 오후에는 또 다른 경쟁자였던 정 전 총리를 서울 여의도 음식점에서 만나 만찬을 함께 했다. 정 전 총리는 “이 후보가 승리해 문재인 정부가 잘 계승되길 바라는 당원 동지와 국민이 많다”며 덕담을 건넨 뒤 “꼭 원팀을 만들어서 필승하도록 노력하자”고 격려했다. 이 후보는 “총리님께서 함께 해주시고 큰 역할 해주시면 아주 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우리 총리님 계보”라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정 전 총리가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당 상근 부대변인을 지낸 인연이 있다.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 후보’를 공천한 사람도 정 전 총리였다. 지난 11일엔 “원칙을 지키는 일이 승리의 시작”이라며 이 전 대표의 경선 불복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정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와 마찬가지로 선대위 상임고문직을 수락했다. 이 후보는 선대위에 후보 직속 ‘미래경제위원회’를 둬서 정 전 총리 쪽 의원과 전문가들을 적극 포용할 계획이다.

 

이 후보 쪽은 이낙연·정세균 캠프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해 통합·원팀 선대위를 꾸릴 계획이다. 이 후보 쪽 핵심 관계자는 “양 캠프의 3선 이상 의원들은 한명도 예외 없이 본부장급 이상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선대위의 주요 보직인 총괄선대본부장과 비서실장, 수석대변인을 비롯해 5대 본부장(종합상황·전략·조직·정책·홍보)을 누가 맡게 될지도 관심사다. 이 후보 쪽은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돕던 의원 그룹에 ‘원하는 자리를 먼저 고르라’고 제안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 후보 비서실장은 이낙연 캠프의 총괄본부장이었던 박광온 의원에게 제안했으나 박 의원이 고사하면서 이재명 캠프 비서실장이었던 박홍근 의원이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영지 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