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별도 입안, 1980년 9월부터 1987년까지 실시
삼청교육 3배 규모…‘삼청교육 뒤 순화교육’ 피해자도

군인처럼 빨간 모자 쓴 교도관, 군사훈련에 가혹 행위
“윤석열 계엄 성공했다면 똑같은 일 벌어졌을 수도”

 
1980년 10월 대전교도소의 미결 재소자들이 가마니 들고 구보하기를 하며 순화교육을 받는 모습.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대전교도소사’에 실린 사진이다. 진실화해위 제공

 

포고령 위반으로 군사법원 등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1980년 10월 대구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38살의 이부영은 한겨울 교도소 연병장에서 순화교육을 받았다. 교관들은 연병장에 쌓아놓은 눈 무더기 속으로 기어서 파고 들어가라고 했고, 못하면 무자비하게 몽둥이를 휘둘렀다. 견디지 못한 재소자가 벌떡 일어서 항의하자 교관은 그를 발가벗긴 뒤 성기를 잡게 하고는 지휘봉으로 수차례 내려쳐 피가 흘렀다. 그 모습을 본 재소자들은 공포에 떨었다

 

전국 구치소와 교도소 등 교정시설 재소자들에게 ‘삼청교육’과 같은 방식으로 군사훈련과 가혹행위를 한 ‘재소자 특별 순화교육’이 법무부의 별도 입안에 따라 6년간 자행된 사실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의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진실화해위는 18일 오후 열린 제101차 전체위원회에서 이부영·원동규씨 등 30명이 신청한 ‘교정시설 내 재소자 순화교육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피해 확인) 결정하고 국가에 공식적 사과와 피해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처를 권고했다. 재소자 순화교육 피해자는 삼청교육 피해자 4만여명을 훌쩍 넘어서는 1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1980년 10월 대전교도소 재소자들이 제2기 순화교육대(미결)에 입소해 PT체조을 하는 모습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대전교도소사’에 실린 사진이다. 진실화해위 제공

 

세월이 40년 넘게 흘러 진실화해위에 사건 신청을 했던 이부영(83)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동아투위) 위원장은 “당시 대구교도소에서 미전향 장기수를 제외하고 모두 재소자가 그렇게 가혹행위를 당했다. 너무 늦게서야 진실이 밝혀졌다. 자유언론수호를 위해 싸우다 정치범으로 들어간 내가 당시 공포 분위기 속에서 한마디도 못한 게 평생 마음에 걸렸다”고 털어놓았다.

 

이부영 위원장을 비롯한 신청인들은 순화교육 당시 교관들이 빨간 모자를 쓰고 군복을 입어 군인들이 교도소에 와 삼청교육을 실시한다고 여겼으나,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이들은 군인이 아닌 교도관이었다. 교도관 240명이 1980년 9월15일부터 일주일간 26사단에서 특별교육을 받고 온 기록도 있다. 이 때문에 신청인들은 삼청교육 피해를 입었다며 진실화해위에 신청했다. 진실화해위는 당시 법무부 교정사와 계엄상황일지, 재소자 이력을 적은 신분장 등을 통해 법무부가 별도로 입안한 ‘재소자 특별 순화교육’의 실체를 확인했다.

 

진실화해위 조사 결과, 법무부 교정국은 1980년 8월30일 ‘재소자 특별순화교육지침’을 수립했고, 1980년 9월22일부터 1987년까지 전국 교도소, 구치소에 수용 중인 수용자들에게 ‘재소자 특별 순화교육’을 실시했다.

 

앞서 신군부는 ‘불량배 소탕’을 명분으로 1980년 8월 계엄사령부의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라 그해 12월29일까지 3만9742명을 군부대로 보내 순화교육인 삼청교육을 실시했는데, 한 달만에 삼청교육과 같은 내용으로 더 많은 재소자를 대상으로 순화교육을 시작한 것이다.

 

1980년 9월 대전교도소 재소자들이 제1기 재소자 특별순화교육 입대식을 하는 모습이다.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대전교도소사’에 실린 사진이다. 진실화해위 제공

 

재소자 순화교육은 미결수, 기결수, 남녀노소 상관없이 교정시설에 수용된 전체 수용자들에 하루 7~8회씩 4주간 실시됐다. 법무부 교정국은 1987년까지 순화교육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피티(PT)체조, 유격 훈련 등의 군사 훈련 외에 몽둥이 구타 등을 가했고, 선고가 나지 않은 미결수에게 무죄 추정의 원칙에 반해 체벌하는 등 인권을 침해했다. 이번에 진실규명을 받은 대상자 중에는 삼청교육을 다녀온 뒤 두 번의 구치소 수감 중에 순화교육을 각 4주씩 받은 이도 있었다.

 

주목되는 점은 ‘재소자 특별 순화교육’ 피해자의 숫자가 삼청교육 피해자의 세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진실화해위 한 관계자는 “당시 매해 교정시설 수용인원이 5만명이었음을 고려할 때 6년간 총 인원은 30만명이다. 서울·부산·성동구치소, 의정부·청주·전주·대구·춘천·대전·공주교도소, 청송감호소 등 대부분의 교정시설에서 순화교육이 진행된 걸로 확인되는데, 겹치는 숫자를 제외하면 15만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삼청교육 피해자는 4만여명인데, 이보다 재소자 특별 순화교육 피해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다만 진실화해위는 이번 조사보고서에서 피해자 규모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1980년 대구교도소에서 ‘재소자 특별 순화교육’을 받았던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 신소영 기자 

 

진실화해위는 순화교육이 기결수 외에 모든 미결수 및 정치범을 교육대상에 포함해 행형법과 유엔 피구금자 처우에 관한 최저기준 규칙을 위배해 육체적 고통을 가했고, “자유를 박탈당한 사람도 인도적으로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을 존중하여 취급된다”는 기준도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진실화해위 조사과정에서 당시 법무부 교정국장을 역임한 김석휘 전 법무부 장관은 면담조사를 거부했다. 1981년 10월 ‘재소자 특별순화교육 교안’을 제작해 순화교육 유공자 표창을 받은 청주교도소 임아무개 교도관은 이미 사망해 조사할 수 없었다. 안동교도소에서 재소자 특별순화교육을 담당했던 교도관은 면담조사를 거부했다.

 

진실화해위는 재소자 특별 순화교육과 관련해 이 사건 피해자들의 인권침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수용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며 교정시설에서의 수용·운영 과정에서 피수용자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철저히 하고 교정 공무원 등에 대한 인권교육을 강화하라고 국가에 권고했다.

 

이부영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12·3 계엄이 성공했다면 ‘좌익세력을 척결하겠다’는 윤 대통령 의지에 따라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고 본다. 이게 머나먼 과거의 일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벌어질 수 있는 문제라는 걸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한겨레 고경태 기자 >

국헌 문란을 밥 먹듯이 ...이 순간도 직무유기죄 현행 범죄 저지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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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서울 광화문 인근 민주당 천막농성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겨냥해 “직무유기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기 때문에 몸조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다는 최상목 부총리가 아예 국헌 문란을 밥 먹듯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최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루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헌법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중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지금 이 순간도 직무유기죄 현행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이든 국민이든 누구나 (최 권한대행을) 즉시 체포할 수 있다”며 “모범이 되어야 할 최상의 공직자가 아예 대놓고, 그것도 상당 기간 헌법재판소 판결까지 났는데도 헌법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는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 경향 박하얀 기자 >

 

광주 찾은 이재명 “친위 쿠데타 책임 묻는 일, 죽을힘 다할 것”

‘윤 파면 촉구 시위’ 중 숨진 신상길 당원 조문 위해 활동 재개

신변 위협 관련 “경찰 경호 확대, 위기 상황 준비 갖춰져 있다”

5·18민주광장 단식농성장 등 방문…시민들 기대감 속 온도차

 

5·18민주묘지 ‘박병규 열사 묘소 참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박병규 열사 묘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

 

“정치인들이 결국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이재명은 어려운 시절을 겪은 사람인 만큼, 윤석열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18일 찾은 광주광역시에서 만난 환경미화원 주모씨(50)가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파면 촉구 시위 중 숨진 신상길 당원의 조문을 위해 이날 광주를 찾았다. 신변 위협 제보로 외부 활동을 자제한 지 6일 만의 첫 공식 활동이다. 이 대표는 이날 5·18국립민주묘지 참배 후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도 참가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자 잠시 멈췄던 지역 행보를 민주당 핵심 지지 지역인 광주에서 재개하며 활동 범위를 넓히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이 대표는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광주 5·18묘역은 과거와 현재를 딛는 영혼의 공간”이라며 “역사가 반복된다는 말처럼 이 나라에 다시는 없을 것 같은 군사 쿠데타가 현실로 일어났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전두환이 국민이 맡긴 총과 칼로 국민을 찌르고 쏴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때) 엄정하게 책임을 묻지 못해서 군사 쿠데타를 기도하는 자가 (다시) 생겼다”며 “헌법재판소는 헌법 수호의 최고 기관으로서 이 혼란을 최대한 신속하게 종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도 친위 쿠데타의 책임을 묻는 일에 죽을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방명록에 “‘함께 사는 세상’ 오월 정신으로 빛의 혁명을 완수하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대표의 지역행은 지난 6일 부산 방문 이후 12일 만이다. 광주를 찾은 것은 지난 1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조문 이후 약 두 달 반 만이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인 광주에서부터 다시 대선 행보를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광주를 찾은 이유로 “현실적으로 경찰 경호가 확대됐고, 위기 상황에 대한 준비가 갖춰졌다”며 “대한민국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다 돌아가신 동지의 조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광주 서구 국빈장례문화원에 마련된 신씨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조문 뒤에는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윤 대통령 파면과 심우정 검찰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시·구의원을 만났다. 이 대표는 단식 중인 의원들에게 “비상계엄에 광주분들 트라우마가 심할 것 같다”며 “충분히 (마음을) 아니까 (단식을) 그만하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광주 마지막 일정으로 ‘윤석열 즉시 파면 촉구 광주 비상행동’이 주최한 도보 행진에 참여했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가 광주를 찾자 일부 시민들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광주송정역에서 일하는 황영희씨(52)는 “정권이 바뀌어서 나라가 불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 대표가 빨리 분위기를 바꿔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를 향한 시선엔 온도차도 있었다. 자영업을 하는 강모씨(55)는 “윤석열도 탄핵심판 결과가 안 나왔지만, 이재명도 (형사재판 결과가 안 나온 건) 마찬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 경향 강연주 김한솔 기자 >

 

혁신당 “우원식, ‘마은혁 임명 거부’ 최상목 탄핵 직권상정해야”

“최 권한대행 멋대로 헌법과 법률 유린하도록 더 이상 내버려 둬서는 안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에서 마이크를 조정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조국혁신당이 19일,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탄핵소추안 직권상정을 요구했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탄핵을 넘어 더 탄탄한 대한민국으로 위원회’(탄탄대로) 회의에서 “최 권한대행이 어제(18일 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에) 아홉번째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헌법재판소의 어떠한 결정에도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해달라’고 했다. 철면피, 적반하장”이라며 “헌재는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결정했는데, 최 권한대행은 20일째 마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 권한대행이야말로 당장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하라. 그렇지 않다면 최 권한대행을 탄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운하 원내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최 권한대행이 멋대로 헌법과 법률을 유린하도록 더 이상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며 “우원식 국회의장은 최상목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할 것을 다시 한 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권한대행에게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즉시 임명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황 원내대표는 “(최 권한대행은) 본인이 내란행위의 공모자이고 또한 방조자인 상황에서, 자신에게 위임된 권한을 내란 전모의 은폐를 위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윤석열에 대한 파면 결정과 무관하게 즉각 탄핵해야 한다. 헌재의 선고가 나기 전 탄핵해서 국회의 권능을 보여줘야”고 말했다.   < 기민도 기자 >

 

“나경원 말은 가짜뉴스”…마은혁 지위 부여 가처분 신청 변호사 반박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5일 경북 구미시 구미역 앞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인 국가비상기도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촉구하는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다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였다.

 

서울중앙지법·서울남부지법 판사,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을 지냈던 차성안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더불어민주당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지위 임시부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는 나경원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마은혁에게 임시 재판관 지위를 부여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까지 (헌법재판소에) 내는 모습은 누가 봐도 무리수”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의 기각이나 각하를 막으려고 헌재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12·3 내란사태와 윤 대통령을 비호하고 있는 나 의원은 가처분 신청 배경과 관련해 “민주당이 헌재 내부 분위기를 전해 듣고, 문형배 소장대행의 에스오에스(SOS)라도 받은 것”이냐며 음모론을 제기하고, 일부 헌법재판관들의 정치 성향을 공격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헌재에 대한) 정치 공세를 멈추고, 헌법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무색하게 스스로 헌재 독립성을 침해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나 의원의 주장과 달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당사자는 민주당이 아닌 김정환 변호사였다. 실제로 김 변호사는 18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임명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마 재판관 후보자에게 임시 지위를 부여하는 가처분 신청을 헌재에 제기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지난해 말 마 후보자 불임명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가처분 신청 아이디어를 생각해 법적 검토를 마쳤다는 차 교수는 가처분 신청이 자신과 김 변호사의 의사결정에 따라 이뤄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김정환 변호사님과 나의 고민이 합쳐진 결과이지, 우리 두 사람의 결정을 위한 토론 과정에 어떤 다른 개인이나 정당이 들어와 함께 논의한 적은 없었다”며 “이런 가짜뉴스는 예상치 못한 반응인데, 실수인 건지 의도된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차 교수는 나 의원이 제기한 음모론을 의식한 듯 “다시 한번 확인하건대 8 대 0 인용을 확신하는 김정환 변호사님과 나, 단 두 명의 토론만이 있었다”며 “5 대 3 기각을 막기 위한 무슨 사주 같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의 상황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차 교수는 나 의원에게 직접 정정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밝혔다. 차 교수는 “나 의원 페북 글에 댓글로 반박 글을 남기고, 페이스북 메신저로 사실을 알리고 정정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면서도 “송구한 말씀인데,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논란을 만드는 계기로 사용하실 수도 있어 포기하고, 기록을 남겨두는 차원에서 이 글을 페북에 올려둔다”고 덧붙였다.   < 심우삼 기자 >

 

“나인가 병 걸린 나경원, 이재명 비난해 극우에게 인정받을 착각”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 비판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신변 위협 제보를 “자작극”이라고 폄훼하자 야당이 “사과하지 않으면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야당 대표에게 실존하는 테러 위협을 자작극이라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나경원 의원, 그 저주와 막말을 당장 사과하라”며 “‘테러범에게 직접적으로 노출돼’라는 망언과 다름이 없다. 만약에 자중하고 사과하지 않으면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와 법적 조치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강력 경고한다”고 했다.

 

나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테러 위협이라는 자작극 의혹이 짙은 구실로 본인은 쏙 빠진 채, 하루 9㎞ 거리행진과 야밤의 장외집회에 친명 의원들과 당직자, 보좌진들만 내보내는 이재명의 행태에 민주당 내부가 폭발 직전이라는 소식”이라며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전언을 올렸다. 신변 위협 제보가 많아 경찰에 신변보호까지 요청한 야당 대표가 공개 행보를 자제하는 것을 정쟁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민주당 정치테러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 위원은 “이 대표에게 테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대중집회와 거리로 나오는 것은 위험하니 자제해달라고 요청드린 건 국민의 요구이고, 민주당 의원들의 요청이고, 정치테러대책위원장으로서 제가 드린 고언”이라며 “선거가 있을 때마다 ‘나인가?’ 병에 걸려 출마한 나 의원은 이번에는 이 대표를 비난해 극우들에게 ‘너인가’로 인정받을 거라 착각하는 것”이냐고 했다. 나 의원이 극우 지지층에 인정받으려 이 대표에 대한 무리한 정치 공세를 하고 있다고 주장이다. 나 의원은 극우 개신교계 집회에 참석하는 등 12·3 내란사태와 윤석열 대통령을 비호하는 행보를 걷고 있다

 

전 위원은 “이 대표는 생명을 잃을 뻔한 전대미문의 테러시도를 직접 당한 당사자이고, 윤석열 내란사태에서 제1의 수거대상으로 또 한 번 쥐도 새도 모르게 생명을 잃을 뻔했다”며 “그 이후에도 폭탄테러 위협 등 수없이 많은 테러 위협을 당하고 있다. 지금도 전직 특수요원에 의한 권총암살이라는 테러 도구와 주체가 구체적으로 특정된 암살테러 위협에 처해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의원들을 통해 들어온 제보라면서 “러시아 권총을 밀수해 (이 대표를) 암살할 계획이 있다는 등 여러 문자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인터뷰 |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즉시항고 포기’ 앞뒤 안맞는 검찰, 통치수단으로 전락
‘헌재 협박’ 국민의힘, 진영 승패·기득권 지키기 매몰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과 처음 통화하려면, 먼저 용건을 담은 문자메시지를 보낸 다음 ‘인내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 욕설 전화가 하루에도 수백통씩 쏟아져, 저장되지 않은 번호를 자동차단하는 기능을 설정한 탓이다. 변호사 출신의 ‘전도유망한 청년 정치인’이던 그는 12·3 비상계엄 이후 여권의 독보적인 ‘공식 밉상’이 됐다. 국민의힘 당론에 맞서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고, ‘쌍특검법’(내란·김건희 특검법) 찬성에 이어 최근 명태균 특검법엔 ‘나홀로’ 찬성표를 던졌다. 당 안팎에선 제명·탈당 요구가 빗발치고, 그를 지탱해온 정치·사회적 기반은 사실상 붕괴된 상태다.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그는 “국민의힘 당헌은 자유민주주의와 헌정질서,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에 위배되는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패가망신의 길을 가고 있다”면서도 “헌법이 무너져 내리고 민주주의가 멈추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했다.

 

―하루에 항의 전화가 얼마나 오나?

 

“예전보다는 줄었는데, 그래도 최소한 200~300통은 온다. 문자 메시지는 훨씬 많다. 특히 ‘탄핵 기각되면 죽을때까지 단식한다’는 기사가 난 이후에는 ‘제발 죽어라’ ‘죽는지 안죽는지 지켜보겠다’ 이런 문자가 많이 온다.”

 

―‘탄핵 기각되면 단식하겠다’는 말이 화제가 되긴 했다.

 

“사실 ‘기각되면 단식’에 방점을 찍은 말이 아니었다. 애초엔 ‘정치인들이 사회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하고 있다. 이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나도 탄핵이 기각된다면 죽을 각오로 단식을 할 마음이지만 거리로 나서지 않는다.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취지였다. 앞뒤 맥락이 빠지고 ‘탄핵 기각되면 단식’이라는 말만 남았다. 다만 국회의원은 헌법 수호 의무를 선서한 자들이다. 만에 하나 탄핵이 기각된다면, 그건 헌법이 무너지는 것이다. 그때는 헌법 수호의 의무가 있는 자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

 

―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선고가 늦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법리적으로만 보면 인용을 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각하 주장을 하는 쪽에선, (심판 과정에서) 내란죄가 철회되면서 소추 사실의 동일성이 침해됐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지만 이번 헌재 심판은 형법상 내란죄로 평가할 것인가, 아니면 헌법상 탄핵 사유가 되는 내란 사실로 볼 것인가의 문제다. 이건 법적 평가의 차이에 불과하지, 사실 관계가 바뀐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재판부의 소추 사실 변경에 대해 상당부분 재량성을 인정한 선례가 있다. 이게 각하 사유가 된다면 박 전 대통령 재판도 잘못됐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 기각을 하려면 비상계엄이 정당하다고 인정해야 하는데 가능하지 않다. 다만 워낙 비상식적인 일이 많다보니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법대로 했다면 벌써 결정을 했어야 한다. (선고가) 너무 길어지는 그 자체가 재판관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명확한 사안인데 왜 이렇게 끌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윤 대통령 석방에 충격받은 이들이 많다. 특히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구속 취소 이후에 즉시항고를 해서 다시 구속시킨 사례가 여러 건 있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에 대해서만 하지 않은 것은 특혜다. 그러면서 검찰은 곧바로 구속 기간을 ‘시’가 아난 ‘날’로 계산하라고 지침을 내렸다. 즉시항고나 보통항고를 하지 않은 것은 법원의 결정에 동의한다는 의미인데, 정반대의 지침을 내린 것이다. 앞뒤가 안 맞는다. 대한민국 검찰이 유독 대통령에게만 비상식적인 부분을 보이고 있다. 명태균씨 사안도 똑같다.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이 명확하게 드러나있다. 검찰은 이걸 수사 초기에 확보했을텐데, 그럼에도 일체 수사를 하지 않았다. 검찰이 정치의 통치수단이 되어버렸다.”

 

―탄핵 선고가 임박했는데 윤 대통령의 승복 관련 메시지가 안 나온다.

 

“대통령은 사회 갈등과 혼란을 최소화해야 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계속 갈등을 유발하고 선고 결과에 대한 불복을 시사하는 메시지를 냈다. 이 상태라면 헌재 결정 뒤에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이 헌재에 탄원서도 내고 협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왜 이러나?

 

“정당의 가치는 당헌에 규정된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국민의힘 당헌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헌정질서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5‧18 민주화 운동 등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오직 진영의 승패에만 매몰되어 있다.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우리 진영이 이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러니 상대가 집권하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생각하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그게 비상계엄까지 이어진 것이다. 또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리 욕심과 사리사욕이 너무 많다. 정치적 유불리에 집중하고 기득권 지키기에 매몰돼 있다.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면 거짓으로라도 국민을 선동해야 한다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멀윤’(멀어진 친윤)으로 분류되던 중진 의원들이 탄핵 반대에 앞장서는 것도 같은 맥락인가?

 

“정치적 이익이 제일 큰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수위가 올라가서 계엄이 정당하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비상계엄이라고 하는 건 말 그대로 마샬로(martial law), 즉 군정이다. 민주주의가 정지되는 것이다. 계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를 부숴야 한다’는 진영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런 주장을 함으로써 강성 지지층들이 본인을 지지하게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당권을 장악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 같다. 윤 대통령을 순교자처럼 만들어서 강성 지지층이 집결하도록 하고, 그 세력을 지지 기반으로 삼아 당권과 그 이후까지 도모한다. 정치공학적 계산이다. 여기엔 사명감도, 국민도 빠져 있다. 그저 자기 자신을 위한 정치다.”

 

―여론조사를 보면 중도층은 이런 모습에 회의적인 것 같다.

 

“보수·중도·진보, 이런 분류를 떠나서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일반 국민을 상정해야 한다. 보수층에서도 합리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분들은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당 분위기가 바뀔까?

 

“바뀌어야 한다. 국민 신뢰를 되찾고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하지만 대선보다는 당권을 생각하는 사람은 강성 지지층을 모아서 당내 주도권을 잡겠다는 생각을 할거다. 지금까지는 이런 사람들이 목소리를 더 강하게 내고 있다. 또 윤 대통령 입장에선 대선에서 이기든 지든 자기를 위해 일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을 것이다. 서로 니즈(필요)가 맞는거다. 그러니 아무래도 더 강성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대선 후보는 지금 상황에선 누가 제일 유력한가.

 

“잘 모르겠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은 반헌법적·반보수적·반민주적인 행위였다.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했던 후보라야 최소한의 자격 요건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대선을 기준으로 할때, 당심과 민심 비중이 각각 50%이었다. 그런 후보가 선출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려스럽다. 특히 민심 50%도 역선택 방지 조항이 들어가 있어, 당이 점점 우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노출돼있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당이 또다시 어려움에 닥칠 수 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윤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충분히 영향을 미칠 거라 생각한다. 지금 윤 대통령이 중심이 돼서 강성 지지층 결집 현상이 벌어졌다. 이들은 윤 대통령을 보고 (당을) 지지하는 것이지, 당을 보고 지지하는게 아니다. 윤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지한다고 하면 그 사람이 당내 경선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밖에 없다. 우리 당은 윤 대통령과 하루라도 빨리 단절해야 한다.”

 

―친한계(친한동훈계)로 분류됐는데, 친한계 단톡방에서 사실상 강퇴당했다. 광주 방문 때문인가?

 

“여러 정치적 고려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경선을 앞두고 있는데, 제가 친한계로 분류되는 자체가 한 대표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통합도 중요하고 선거도 중요한데, 방향성을 잃어버리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극우를 끊어내지 못하고 끌어안으려고 하다보면 결국에는 잡아먹힌다.”

 

―광주 방문은 탄핵 반대 시위에 대한 속죄 차원이었나?

 

“광주 금남로는 전두환의 불법 비상계엄에 대해 명예로운 불복종을 한 시민들을 계엄군이 학살한 현장이다. 그 곳에서 ‘계엄군이 십자군’이라며 5.18 유족들을 모욕하는 것은 반민주적·반인륜적 행동이다. 당헌에도 ‘5.18 정신을 계승해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나간다’는 부분이 있다. 그런데 우리 당이 거기에 대해 카드 뉴스를 만들어서 자랑삼아 홍보했다. 민주주의를 모욕한 일이고, 빨리 가서 사과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당론과 너무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론과는 반대지만, 당헌에 따르면 제가 맞다고 생각한다.”

 

―당을 나가라는 압박도 큰데 이 정도면 탈당하는게 낫지 않나?

 

“당을 나가면 저는 편할 수는 있겠는데 제가 나가버리면 당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세력이 줄어드는거다. 또 보수주의자로서 보수의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를 하고 싶고 우리 당이 정해져 있는 당헌에 따라서 정치 활동을 하고 싶다. 여기에 제가 위배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버틸만 한가?

 

“속은 다 문드러졌다. 중앙보다 지역에서 괴롭힘이 더 심하다. 제가 완벽한 배신자로 되어 있으니까 사회적 따돌림과 비난, 헛소문 이런 게 엄청나다. 지역에서 ‘김상욱을 지지한다’ ‘김상욱이 옳다’고 하면 보복을 당한다. 후원회도 거의 해체됐다. 사업하시는 분들은 저를 후원한다고 하면 사업을 못할 정도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전에 운영하다가 이젠 지분도 모두 정리한 법무법인마저 저 때문에 존폐 기로에 놓였다.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건 말도 못한다. 지난 주말엔 지역구에 있는 목욕탕을 갔더니 ‘광주 목욕탕 가지 왜 울산으로 왔냐’고 하시더라. 지역 언론도 적대적이다. ‘김상욱, 울산에는 사과 안하고 광주 가서 사과했다’ 이런 제목을 뽑는다.”

 

―이 정도면 정치를 계속 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사실상 그 상황까지 왔다. 각오한 일이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서 언젠가는 너덜너덜 깨지고 패가망신할거다. 당 내에선 사형 선고받고 집행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있다. 정치를 그만한다 하더라도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도 붕괴됐다. 다만 최대한 시간을 벌려고 한다. 역사는 경험의 누적이다. 제가 너무 빨리 무너지면 다음에 이런 일이 있을때 누가 명예로운 불복종, 충성스러운 반대를 할 수 있겠나. 정치가 무섭고 잔인하다는 걸 잘 알지만,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침묵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본인 표현대로) ‘패가망신의 길’을 선택한 이유가 뭔가?

 

“(국회의원으로서) 헌법을 지키겠다고 선서했다. 말도 안되는 비상계엄이 일어나서 헌법이 무너져 내리고 민주주의가 멈추는데 가만히 있는게 더 이상한거다. 지금도 ‘탄핵 반대 집회 한번만 왔다가라. 그러면 다시 회복된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제 지역구(울산 남갑)는 울산에서 가장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다. 보수당 의원은 숨만 쉬고 있어도 3선, 여차하면 5선까지 보장되는 곳이라고들 한다. 또 울산 지역구 의원들이 다 20년 이상 선배들이어서, 세월이 지나면 제가 자연스럽게 지역 정치권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걸 포기하니, 지역에선 저보고 ‘또라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탄핵 찬성을 후회하나?

 

“전혀. 오히려 태어나서 가장 잘한 일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백번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려고 국회의원 됐나보다. 팔자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행보를 계획하고 있나.

 

“그냥 오늘 하루 버텨내자는 생각이다. 바람은 있다. 대한민국 정치가 조금이라도 건강해지도록 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다. 진영으로 나눠서 싸우는 정치가 아닌, 가치를 추구하면서 정책 대결하고 서로 다름에서 배움을 얻는 정치 풍토를 만들고 싶다. 이걸 위해 필요한 게 소선거구제 폐지라고 생각한다. 또 대통령에게 너무 큰 권한이 집중되어 있어 문제가 생긴다. 개헌 논의에도 관심이 많다. 이번처럼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일이 벌어졌을 때 가장 모범적이어야 할 사람들이 가장 비겁해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  < 한겨레 최혜정 기자 >

30일간 공격 중단…우크라전 전면휴전 협상도 개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통화하는 모습.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화 회담을 하고 에너지 시설 30일 공격 중단에 합의했다. 우크라이나도 이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러시아는 중동에서 전면 휴전 협상도 개시한다고 밝혔다. 다만 푸틴 대통령이 장기적인 평화 계획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협상이 순탄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모든 ‘에너지 및 기반 시설’에 대한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다”며 “조속한 완전 휴전과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2시간 30분가량 통화했다.

 

크렘린궁도 이날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30일 동안 ‘에너지 기반 시설’ 공격을 중단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은 이 제안에 긍정적으로 답했고, 즉시 러시아군에 해당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일단 합의 수용 의사를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언론에 “우크라이나는 이 합의를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것을 지지하려면,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휴전에 동의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와 북부에서 새로운 공세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양국은 중동에서 추가 회담을 열어 전면휴전 논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두 정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에너지 및 기반시설에서 우선 휴전하는 한편, ‘흑해 해상에서의 휴전 이행과 전면적 휴전 및 영구 평화에 관한 기술적인 협상'을 중동에서 즉시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에너지 시설에 대한 휴전은 수년간 러시아의 반복적인 전력망 공격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우크라이나에 이득이 된다.

 

러시아에도 도움이 된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이 있는 석유 및 가스 시설을 광범위하게 공격해 러시아의 가장 중요한 국가 수입원을 위협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은 ‘에너지 및 기반 시설’, 러시아는 ‘에너지 기반 시설’이라고 발표하는 등 합의 내용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에너지 및 기반 시설’에 합의했다해도 우크라이나 민간인, 도시 및 항구에 대한 공격은 계속될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이날 합의는 지난 사우디아라비아 회담 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전면 휴전에 못 미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전력망과 발전소를 집중적으로 공격해 주기적인 정전을 초래했는데 이러한 공격은 겨울철에 가장 효과적이었다”라며 “봄철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를 중단하는 것은 몇 달 전보다 러시아에 덜한 양보로 여겨진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실제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이 중단된다면, 3년간 이어진 전쟁에서 처음으로 상호 합의된 공격 중단이 될 것”이라면서도 “최근 며칠간 백악관의 낙관적 전망에 비하면 이번 통화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면휴전 협상은 험난할 거로 예상된다. 이날 크렘린궁은 성명에서 “갈등의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반복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일부 주를 점령할 권리가 있으며, 현재 점령하지 않은 지역에도 정치적 통제력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푸틴 대통령의 주장을 반영하는 표현이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에 반대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레드 라인’과 충돌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들은 세 가지 '레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주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 중립국 지위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 군대 규모 축소에 동의하지 않을 것 등이다”라고 전했다.

 

양국 정상은 중동 문제도 논의했다. 백악관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파괴할 수 있는 위치에 절대 놓여서는 안 된다”는 점에 양국 정상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앞서 이란이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공격 드론을 제공했으며, 러시아의 드론 공장 건설을 지원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크렘린궁은 양국 정상이 에너지 부문을 포함한 향후 경제 협력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미국과 러시아에서 각각 아이스하키 대회를 열어 양국의 프로 선수들이 경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백악관 “트럼프-푸틴, 1시간반 넘게 통화”…우크라전 휴전 논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통화하는 모습.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오전(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 중이라고 백악관이 밝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한달간 휴전키로 합의한 이후 진행되는 전화 통화여서, 우크라이나 휴전 문제에 대한 논의 결과가 주목된다.

 

백악관은 이날 오전 11시께(한국시각 19일 0시) “트럼프 대통령이 오전 10시부터 집무실에서 푸틴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있다”며 “통화는 아직 진행 중이고 잘 되고 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후 두 정상이 “한 시간 반 넘게 통화 중”이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의 회담 내용과 관련해 블룸버그는 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 기간 동안 우크라이나에 대한 모든 무기 인도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워싱턴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취재진에게 “푸틴 대통령과 18일 전화 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말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18일에 “무언가 발표할 것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지 보기를 원한다. 아마 우리는 그럴 수 있을지 모르고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우 좋은 기회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땅에 관해서 이야기할 것 같다. 전쟁 전과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다. 발전소에 대해서도 이야기할 것이다. 그건 큰 문제다”고 말했다. “특정 자산의 분할에 대해서 이미 이야기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땅은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로, 또 발전소는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을 지칭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자포리자 원전은 2022년 3월부터 러시아가 점령 중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도 17일 브리핑에서 전화 정상회담에 대해 “18일에 그런 계획이 있다”며 확인했다. 그러나 페스코프 대변인은 회담 의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그는 “앞서가지 않을 것이다. 회담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지난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외교·안보 고위급 회담이 열렸고,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30일간의 휴전안을 받아들였다. 이틀 뒤인 13일 미국의 스티브 윗코프 중동·우크라이나 특사가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휴전안의 내용을 전했다. 이후 러시아는 30일 휴전안에 대해 거부하지도 않았지만 즉시 받아들이지도 않고 있다.              < 한겨레 전정윤  조기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