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이후 4년 반만에 인하…한미 금리차 2.0%p→1.5%p로 줄어

연준 "인플레 2%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긴축기조서 전환 시사

해리스 "환영할 일이나 물가 더 낮출것"…트럼프 "경제상황 악화 반영"

 

금리인하 결정 설명하는 파월 연준 의장 [워싱턴 AFP=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년 반 만에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 통화정책 기조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연준은 18일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0.5%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폭 인하를 의미하는 '빅컷'이었다.

총 12명의 위원 중 한 사람을 제외한 11명이 0.5% 포인트 인하에 찬성했다고 연준은 전했다.

이로써 기존에 2.00% 포인트차로 역대 최대였던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금리 격차도 최대 1.50% 포인트로 줄어들었다.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해 긴급히 금리를 낮췄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이뤄진 것이다.

연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며 "일자리 증가는 둔화했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준은 이어 "인플레이션은 FOMC의 2% 목표를 향해 더 진전을 보였지만 여전히 다소 올라가 있는 상태"라고 진단하면서도 "FOMC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고,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또 "기준금리의 목표 범위에 대한 추가 조정을 고려하며 위원회는 앞으로 나올 데이터와 진전되는 전망, 리스크들의 균형을 신중하게 평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결국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 완화 추이 속에, 고용 상황 악화를 막기 위해 연준이 선제적으로 과감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은 평가했다.

연준은 또 함께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췄다. 이는 연내에 0.5% 포인트 추가로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내년 이후 기준금리 중간값은 2025년 말 3.4%(6월 예측치 4.1%), 2026년 말 2.9%(6월 예측치 3.1%), 2027년 말 2.9%(6월 예측치 없음)로 각각 예상했다.

2028년 이후의 장기 금리 전망은 6월의 2.8%에서 2.9%로 0.1% 포인트 상향했다.

또한 연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0%로 예상하며 지난 6월 발표한 2.1%에서 0.1%포인트 낮췄다.

아울러 연말 실업률은 4.4%로 예상해 6월 예측치(4.0%)보다 0.4% 포인트 높였고, 연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6월의 2.6%에서 2.3%로, 연말 '근원 PCE 물가 상승률'(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품목을 제외한 물가 상승률) 예상치는 6월의 2.8%에서 2.6%로 각각 하향했다.

연준은 팬데믹 부양책과 공급망 교란 등 충격 여파로 물가가 치솟자 이에 대응하기 작년 7월까지 기준금리를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5.25∼5.50%로 높인 뒤 8회 연속 동결하며 이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이번 금리 대폭 인하 결정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 통화 정책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5일 미국 대선을 48일 앞두고 이뤄진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막 중요한 순간에 도달했다"며 "경제가 강세를 유지하는 동안 인플레이션과 금리는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일원으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이번 발표는 높은 물가의 타격을 입은 미국인들에게 환영할 소식"이라면서도 "나는 물가가 중산층과 근로 가정에 너무 높다는 것을 안다"며 "물가를 계속 낮추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영 입장을 밝히되, 아직 물가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았다고 인식할 다수 유권자들을 의식한 듯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반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금리 인하에 대해 "그들(연준)이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가정하면, 경제 상황이 금리를 그 정도로 내려야할 만큼 매우 나쁘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전에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워싱턴=연합 조준형 특파원 >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 미 FOMC 위원 기준금리 전망

 

                                                         연준 FOMC 결정 설명 기자회견 [AFP=연합]

 

레바논 전역서 수백대 폭발…최소 9명 사망, 2천750명 부상

헤즈볼라, 배후로 이스라엘 지목하며 보복 경고…이란도 '범죄' 규탄

이스라엘은 논평 거부…미국 "관여한 바 없어… 외교적 해법 찾아야"

 

17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아메리칸대학 병원 입구에 무선호출기 폭발로 인한 부상자를 태운 구급차가 도착하고 있다.[AFP 연합]

 

17일(현지시간) 레바논 전역에서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주로 쓰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 3천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 보복을 다짐했다.

가자전쟁 발발 후 약 1년간 무력 공방을 주고받았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개연성이 다시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이번 사건을 미리 알지 못했다며 당사자들의 외교적 해결을 당부했다. 유엔도 긴장 고조를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 레바논 각지에서 동시다발 폭발…최소 9명 사망, 2천750명 부상

외신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부터 1시간가량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티레, 서부 헤르멜 등 전국 각지에서 군부대와 기관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호출기 수백기가 폭발하면서 발생했다.

폭발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9명이 숨지고 2천750명이 부상했다고 레바논 보건부는 밝혔다. 부상자 중 약 200명은 위독한 상태다.

온라인에 올라온 영상과 외신이 전한 목격자들 증언에 따르면 당시 가방이나 주머니에 있던 호출기가 경고음을 울렸고, 피해자들이 호출기 화면에 뜬 내용을 확인하는 도중에 폭발이 이어졌다.

폭발에 동원된 기기는 국내에서 '삐삐'로 불렸던 통신기기로, 호출음이나 단문 메시지를 수신하는 데 쓰이는 낡은 기술 시스템이다.

헤즈볼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의 위치추적과 표적 공격이 우려된다며 휴대전화 사용을 자제하도록 했다. 이로 인해 많은 대원이 호출기, 유선전화 등을 찾게 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서방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폭발한 헤즈볼라의 무선호출기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은 것으로, 이스라엘이 해당 기기에 소량의 폭발물과 원격 기폭장치, 폭발 직전 수초간 신호음을 내는 프로그램을 심었다고 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사건 후 시민들에게 호출기를 즉시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17일(현지시간) 무선호출기 폭발사건 후 기자회견 중인 레바논 보건부 장관[로이터 연합]
 

◇ 헤즈볼라, 배후로 이스라엘 지목·보복 경고

사건이 발생하자 헤즈볼라는 즉각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경고했다.

헤즈볼라는 성명에서 "이스라엘에 전적인 책임을 묻는다"며 "반드시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도 "레바논 시민을 표적으로 삼은 시오니스트(유대 민족주의자)의 테러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지원하는 이란은 이번 사건을 '테러 행위'로 규정했고, 레바논 정부도 내각회의 후 "이스라엘의 범죄적 공격을 만장일치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레바논 정부는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기 위해 유엔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폭발 사건 후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텔아비브에서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을 포함한 안보 책임자들과 회의를 했다.

영국항공,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등 해외 항공사는 이날 저녁부터 며칠간 텔아비브행 항공편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무선호출기 폭발사건 후 병원으로 이동 중인 부상자들 [EPA 연합]
 

◇ 잠시 멎었던 이스라엘·헤즈볼라 전면전 위기 재고조

이번 사태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했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전면전 위기가 다시 고조될 전망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직후부터 국경을 사이에 두고 무력 공방을 이어왔다.

지난 11개월간의 충돌로 레바논에선 헤즈볼라 대원을 중심으로 약 470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에서도 40여명이 숨졌다.

양측 긴장은 특히 지난 7월 헤즈볼라 최고위급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 암살을 계기로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전면전은 모두에게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은 지난달 25일 거센 무력공방을 주고받은 뒤로는 일단 확전은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당시 헤즈볼라의 로켓 공격 징후를 포착한 이스라엘이 전투기 100여대를 동원해 선제 타격에 나섰고, 헤즈볼라는 곧바로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과 드론 320기를 출격시켰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로켓 선제 타격 성과를 과시하고,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정보 기지 공격이라는 '보복 1단계'를 성공했다고 평가하면서 양측이 확전 방지 모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삐삐 동시다발 폭발' 사건으로 상황은 급변하게 됐다.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면 헤즈볼라와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스라엘 총리실은 앞서 이날 성명을 내고, 밤사이 전쟁 내각 안보회의를 통해 레바논 접경지역인 이스라엘 북부 주민들의 안전한 귀환을 전쟁 목표에 공식적으로 추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확대 결정을 일종의 의도 표명으로 보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이는 이스라엘군의 우선순위 변화를 보여주는 신호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17일(현지시간) 무선호출기 폭발사고 부상자들을 실어나르는 구급차[EPA 연합]
 

◇ 미국·유엔, 확전 경계하며 자제 촉구 "외교적 해법 찾아야"

미국은 이번 사건을 미리 알지 못했다며 선을 긋고 외교적 해결을 강조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미국은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사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며 "미국은 이 사건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밀러 대변인은 "우리는 항상 (중동의) 확전을 야기할 수 있는 어떤 형태의 사건에 대해서든 우려한다"며 이스라엘과 다른 당사자들에게 '외교적 해결'을 당부했다.

유엔도 긴장 고조를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지닌 헤니스-플라샤르트 유엔 레바논 특별조정관은 성명에서 "오늘 사태 전개는 이미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극도로 우려스러운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관련 모든 당사자에게 더 이상의 추가 행동이나 호전적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 연합 김연숙 기자 >

 

16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국경을 넘어 레바논에서 날아온 로켓이 요격되는 모습 [로이터 연합]

 

대붕괴 시대를 만들고 있는 대통령과 간신들

● 칼럼 2024. 9. 18. 13:1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김종대 칼럼]  의료·교육·군대까지 국가기반 붕괴

지금은 의료 공백 아닌 국민 안전 비상사태
자기도취 대통령과 우글거리는 사리사욕 간신들
여야는 파국 막기 위한 대화 긴급히 도모해야

 

김종대 전 국회의원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발생한 물류 대란은 신생 노무현 정부에 큰 충격이었다. 그 여파로 2004년 3월에 제정된 재난안전법(이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으로 개정)은 사회적 위기가 닥쳤을 때 국민의 안전과 정부의 기능이 유지되도록 제반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2007년에 개정된 이 법에서는 에너지, 정보통신, 교통수송, 보건의료 등 “경제, 국민의 안전·건강 및 정부의 핵심 기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설, 정보기술시스템 및 자산”을 ‘국가 핵심 기반’이라고 정의한다. 2024년 현재 11개 주관기관, 144개 관리기관, 363개의 시설이 국가 핵심 기반으로 지정되어 있다.

28개 의료기관은 전쟁 때에도 기능 유지해야 할 국가 핵심 기반

이 시설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안전정책조정위원회를 운영하여 국가 핵심 기반 보호계획 수립지침을 관리기관에 통보하고 관리 실태를 점검하며 재난관리를 평가하도록 한다. 이에 따라 관리기관과 주관기관은 핵심 기반에 대해 보호 계획을 수립하고 핵심 기반의 기능이 연속성을 유지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평소에 안전점검과 정밀진단을 시행하되 불의의 사태에 대비하고 위기관리 메뉴얼을 유지하며 비상 상황을 관리하도록 한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를 보면 국립중앙의료원과 8개 대학병원(서울대, 경북대, 전남대, 충남대, 충북대, 경상대, 분당서울대, 양산부산대), 20개 혈액원이 핵심 기반으로 지정되어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은 이 28개 의료 기관에 대해서는 전쟁이나 사회재난, 자연재해 등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반드시 그 기능을 유지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의료 기관은 원전, 석유 시설, 철도, 공항, 정보통신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국가 생존의 기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올해 2월에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한 의료 개혁안을 발표하고 그 직후부터 전공의가 속속 병원을 떠나기 시작했다. 8월부터 직격탄을 맞은 충북대 병원의 일부 셧다운 사태에 대한 첫 보도가 나왔다. 이후 9월까지 충남과 부산에서도 유사한 응급실 마비 현상이 나타났다. 응급실과 배후진료 마비 사태는 재난 및 안전관리법에서 규정한 국가 핵심 기반으로 지정된 의료 기관에서 먼저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국가 핵심 기반을 유지해야 할 책임이 있는 행정안전부는 어떤 의견이나 비상조치를 건의한 적이 없고, 당연히 위기관리 메뉴얼도 작동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전국 병원 곳곳이 응급실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1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 중환자실 앞에서 내원객들이 기다리고 있다. 2024. 09.10 [연합]
 

국가 안전 비상사태에 손놓은 정부, 흔들리는 항상성

주관 기관인 보건복지부와 관리기관인 시·도는 응급실과 진료 정상화를 위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재난 및 안전관리법을 위반했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의 의료 공백 사태를 업무 복귀명령에 응하지 않은 전공의 탓으로 돌리는 것 말고, 국민 안전의 비상사태에 대비한 법령 체계와 행정 기능은 완전히 고장났다. 그럼에도 이 정부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았으며, 책임을 질 생각조차 없다.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 재난 및 안전관리법은 사실상 파산 상태로 치달을 수 있다.

처음에는 이 상황이 의료 개혁 문제였을지 모르나 지금은 국민 안전 사태라고 보아야 한다. 지금의 의료 붕괴는 경부선 축을 따라 충청권과 대구, 부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돌발적인 응급상황에서 100km를 이동하여 수도권 병원으로 몰려드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문제는 치료 가능 환자가 의료 공백으로 얼마나 사망하였는지를 알려주는 ‘초과 사망률’에 대해서는 통계조차 나오지 않고 간헐적으로 벌어지는 안타까운 사망 사례만 언론에 보도될 뿐이다. 정부의 책임 있는 설명이 없고 알 권리를 충족하지 못한 국민의 심리적 불안은 실제 의료 공백보다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쟁 상황에서도 유지되어야 할 정부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떤 개혁이라도 국가 생존의 기반을 위협하면서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우리가 국방개혁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개혁을 핑계로 휴전선 경계마저 소홀히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어떤 개혁이라 하더라도 국가를 안정적이고 상대적으로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이 침해될 수는 없다.

 

의대 증원 갈등 언제까지. [연합]
 

의대 증원을 위해 법까지 위반한 정권의 과시욕과 대학의 탐욕

우리나라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수험생이 입시를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끔 전국 4년제 대학의 학사, 재정, 시설 등 주요 관심사에 대하여 의견을 모아 정부에 건의하여 정책에 반영하게 하는 대학교육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대교협 등 ‘학교 협의체’는 입학연도 개시 1년 10개월 전까지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공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입시생이 고2가 되는 해의 4월 말까지 예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유독 2025학년도 모집 요강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 시한’에서 2024년 4월 말까지 신청하고 5월 말까지 심의·조정을 완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의 의대 정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올해 의대 정원 조정안이 법원에 집행정지 소송이 제기됨에 따라 각 대학은 재판 결과를 지켜보느라고 5월까지 정원 증원에 따른 학칙 개정을 미루다가 판결 이후 부랴부랴 학칙 개정을 완료했다. 이는 명백히 고등교육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임에도 교육부와 대학이 이를 방치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이런 교육제도의 문란함은 현실을 무시하고 정원을 늘리려는 대학 당국의 탐욕과 정권의 과시욕이 결합된 결과다. 이런 한탕주의식의 입시 제도에 현혹된 수험생들이 대규모로 의대를 지원하면서 한바탕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있다. 8월 말에 “의대 증원 문제는 6개월이면 끝난다”고 공언한 정부 고위 관료들은 바로 이 점을 노렸을 것이다. 내년 3월 입학식만 무사히 치르면 의대 증원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니 시간은 자기네 편이라고 믿는 것이다.

자기 과시욕 충족 위해 의대 교육 현장에 재앙 부르는 윤 대통령

이후 교육 과부하로 인해 의대 교육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더 큰 망상이 따라온다. 나중에 의대 시설 투자에 2조 원을 투입하겠다며 일단 정원부터 늘리고 보라는 식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도제식 교육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의대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의학을 연구하는 전문 직업집단으로서 의대 교수를 깔보고 무시하는 우월감이 도사리고 있다. 서울의 일부 의과 대학의 경우 1~2학년 남자 재학생의 63%가 군대를 가겠다며 휴학을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앞으로 닥칠 대규모 유급 사태는 물론이고 일시에 복학하는 학생이 늘어난 정원과 합쳐질 경우 지금의 2배인 7000~8000명이 일시에 교육을 받는 2026년 이후 상황은 거의 재앙이다.

지금의 의료 대란은 국민 안전 비상사태인 동시에 정치화된 교육과 입시 제도가 파산으로 가고 있는 명백한 징후다. 설령 의료 개혁이 국민이 지지를 받는 선한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 방법이 권위주의와 불투명,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의 자기 과시욕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됨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형국이다. 이런 폭주는 추석 명절 직전에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20%로 곤두박질치게 만들었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런 국정 파행은 대통령실과 여당 간에도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파국을 계속 감내할 것인지, 아니면 여야가 협력하여 윤 대통령의 폭주를 멈추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 08.29 [연합]
 

의료 대란 다음의 재앙은 국가 안보 초석인 군대

만일 윤 대통령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면 의료 대란에 이어 나타날 다음의 재앙도 각오해야 한다. 작년에 윤 대통령의 대규모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한국이 과학 인재의 순유출국으로 더욱 곤두박질치게 했다. 다음의 재앙은 국가 안보의 초석인 군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 때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던 대학 학군단이 미달 사태로 돌변하였고 초급 간부가 정원에 비해 지원이 미달되어 군대 조직의 허리가 붕괴될 조짐이다. 원래 의료 취약 지대에 있는 군 의료체계는 군의관 지원의 급격한 감소로 그 수명이 몇 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개혁은 진정한 개혁의 본질에 집중하는 체계적이고 신뢰성 있는 방식이 아니라 개혁을 빙자하여 자기도취를 충족시키는 방식이다. 자존감이 약한 측근과 관료들이 직언을 하지 못하고 면종복배하는 예스맨으로 전락하게 되는데, 이는 사마천이 사기에서 밝힌 간신의 6단계 중 2번 째, 즉 군주의 말에 무조건 영합하며 아첨하는 신하인 유신(諛臣)에 해당된다. 이런 예스맨들은 윤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진 국정 브리핑을 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과 정치를 분리시키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3번째 단계, 즉 간신(奸臣)으로 진화한다. 국민 안전과 교육의 비상사태를 초래했고 앞으로 국방을 무너뜨릴 자들이다. 지금이 바로 그들의 전성시대다. 여야는 정치적 견해를 초월하여 지금의 비상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SCMP "김건희 디올 백 무혐의에 한국 대중 좌절"

김건희 주가조작·공천 개입 의혹도 거론
국정 지지도, 갤럽 이어 리얼미터도 최저

"윤석열, 계속해서 폭풍 같은 비판 직면"
"윤 근본 문제는 누가 뭐래도 제 길 고집"

 

"(한국의) 유권자 대다수는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된 정치적 관리, 대통령 부인의 추문들, 그리고 높은 생계비에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하고 있다." 홍콩의 유력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한국의 '블리딩덕'(피 흘리는 오리) 윤, 형편없는 지지율에 타격…위기 고조>란 17일 자 기사를 통해 이렇게 전하고 최근 윤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상세하게 다뤘다.

 

31일 서울 시청역앞~숭례문 대로에 열린 105차 촛불대행진의 모습. 이호 작가 사진.
 

'윤석열 실정' 외국 언론 본격 조명 예고

디플로매트 이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이는 나흘 전인 13일 미국 외교 전문지 <더 디플로매트>가 '한국 윤석열은 왜 그리 인기가 없는가'란 기사를 통해 취임 후 최저인 윤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내놓은 데 뒤이은 것으로서 윤 대통령 '실정'에 대한 외국 언론의 조명이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디플로매트는 윤 대통령 지지율 추락의 주요 요인으로 △의사 파업 △언론탄압 △야당 무시와 불공정 수사 △거부권 남발 △북한 관리 실패 등을 거론했지만,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추문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SCMP는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 백 수수 등 부정·비리 혐의와 공천 개입 등 국정농단 혐의 같은 김 여사 관련 논란을 다뤘다.

기사에서 SCMP는 지난 13일과 16일 각각 발표된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먼저 한국갤럽이 10일~12일 전화면접 방식으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상대로 윤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3.1%p)에 따르면, 긍정은 취임 이후 최저치인 20%를 기록했다.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엔 53%로 최고치를 찍었다.

 

한국갤럽이 13일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 2024. 09. 13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국정 지지도, 갤럽 이어 리얼미터도 최저

"윤석열, 계속해서 폭풍 같은 비판 직면"

또 리얼미터가 16일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9~13일 자동응답 방식으로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3명을 상대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신뢰수준 95%±2.0%p)에 따르면, 긍정은 27.0%로 일주일 전보다 2.9%p 하락했고, 기존 주간 최저치였던 2022년 8월 1주차(29.3%)보다도 낮았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에 대해 SCMP는 "윤 대통령이 계속해서 폭풍 같은 비판에 직면하면서 지지율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며 "분석가들은 이런 하락이 그의 무능한 정치적 관리, 한국의 치솟는 인플레이션, 현재 진행형인 그의 부인 김건희를 둘러싼 논란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로 널리 인식됐던 지난 4·10 국회의원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은 참패하고,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야권이 총 300석 중 192석을 얻어 압승했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리얼미터를 인용한 SCMP는 특히 추석을 맞아 물가 상승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면서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졌다면서 윤 정부의 지나치게 낙관적인 사회복지예산 지출 추정치가 경제 현실과 괴리됐다는 분석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성과 보고회 및 3기 출범식에 참석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인사말 뒤 박수를 치고 있다. 2024. 09.13 [대통령실 통신사진기자단, 연합]
 

"블리딩덕 윤, 얼마나 위태로운지 몰라"

"근본 문제는 누가 뭐래도 제 길 고집"

이와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16일 <디스 위크 인 아시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많은 위기가 윤 대통령에게 몰리고 있다면서 △악화하는 의료 비상사태 △정치적 은폐 공작 의혹들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추문들을 대표적 위기 사례로 제시했다. 최 원장은 "윤 대통령은 자기 상황이 얼마나 위태로운지 모르는 것 같다"며 "이토록 낮은 지지율로는 힘의 투사나 통제 유지가 거의 불가능하나 그는 문제의 인정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남은 2년 반 동안 공무원 대부분이 복지부동할 우려가 큰 만큼, 리더십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다. 최 원장은 "그는 지금은 레임덕(lame duck)일 뿐 아니라 블리딩덕(bleeding duck)이다"라면서 "윤(대통령)이 변화를 꺼리고 다른 누가 뭐라고 말해도 자신의 길을 고집하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진단했다.

 

김건희 씨가 10일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에서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와 함께 '생명의 전화'를 살펴보며 대화하고 있다. 2024.9.10 [대통령실 제공.,연합]
 

"김건희 디올 백 무혐의에 한국 대중 좌절"

SCMP, 주가조작·총선 공천 개입 의혹 거론

특히 SCMP는 김건희 여사의 디올 백 수수에 대한 검찰 수사의 문제점도 따졌다. 신문은 "대통령 부인 김 여사의 호화 핸드백을 선물로 받은 데 대해 검찰이 3개월 수사하고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보도들로 대중의 좌절은 악화돼왔다"며 "검찰은 미국 거주 목사에게 받은 선물은 대통령의 공식 직무와 관계가 없는 만큼 형사 고발할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SCMP는 "그러나 김(여사)은 주가조작 의혹들과 총선 후보 공천 개입을 포함해 지속적인 루머들에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SCMP는 그러면서 김 여사가 한동안 잠행하다 지난 12일 모습을 드러냈고 서울 마포대교를 방문해 자살 예방 조치를 점검했다는 내용도 전했다.

끝으로 신문은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윤성석 교수를 인용해 "윤(대통령)이 극우 또는 친일 관점을 지닌 인물들을 요직에 기용함으로써 대중의 불만에 기름을 더 붓고 있다"고 전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