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재 변론 종결하고도 윤석열 선고는 미정

정청래 "국민 최대 관심, 기일 지정 간곡 요청"
문형배 침묵…19일까지 공지 없으면 다음 주로
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 등 이견에 표류?

탄핵 인용 낙관하던 야권서도 불만‧우려 표출
이재명 "헌재 선고 늦어 어느 국민 납득하겠나"
김용민 "숙고 넘어 지연…좌고우면 더는 안 돼"
민주‧혁신 법사위원들 '조속 파면 청원서' 제출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2025.3.18 [공동취재] 연합

 

헌법재판소는 18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제쳐두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을 진행했다. 오후 2시부터 4시 5분쯤까지 재판을 열어 양측의 종합변론과 최종 의견진술을 들은 뒤 한 차례 만에 변론을 종결했다. 선고기일은 추후 지정해 고지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지난해 12월 3일 국무회의에 참석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하지 않고 이튿날 삼청동 안전가옥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과 함께 비상계엄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는 이유 등으로 같은 달 12일 국회에서 탄핵 소추됐다.

 

이날 국민과 언론의 관심은 헌재가 박 장관 변론 절차를 마친 뒤 윤 대통령 선고기일을 공지하느냐에 쏠렸다.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도 박 장관 사건의 최종 의견진술 말미에 "오늘은 박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이지만 국민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언제일지 그것이 가장 큰 관심사일 것"이라며 "박 장관에 대한 탄핵을 포함해 대한민국을 구한다는 심정으로 헌법재판관들께서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 탄핵 선고기일을 지정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은 아무 대답 없이 침묵만 지켰다. 18일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 93일째 되는 날이다. 지난달 25일 변론을 종결하고도 3주가 지났다. 만약 19일까지 기일 통지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선고는 다음 주로 또 넘어갈 공산이 커진다.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1회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5.3.18. 연합

 

그러다 보니 헌재의 탄핵 인용을 낙관하며 강한 신뢰를 보내왔던 야권에서도 불만과 우려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내란 사태로 인한 국가적 대혼란을 헌재가 빨리 수습해줘야 하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선고가 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혹시 보수 성향이 뚜렷한 정형식(윤석열 대통령 추천), 김복형(조희대 대법원장 추천), 조한창(국민의힘 추천) 재판관 등의 이견으로 헌재가 전원일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평의가 계속 표류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과 위기감이 깔려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헌재 선고가 납득할 만한 이유 없이 지연되며 많은 국민께서 잠들지 못하고 계신다. 해외에서도 대한민국의 혼란상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고 성장률도 폭락하고 있다"면서 "헌재가 박성재 장관 탄핵심판 변론까지 시작하며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늦추고 있는 것을 어느 국민이 납득하실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탄핵 '최우선 심리'를 말하던 헌재가 다른 사건 심리까지 시작하며 선고를 지연하는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국정 혼란을 끝내야 한다"면서 "국민이 풍찬노숙하지 않고 이제 마음 편히 잠드실 수 있도록, 더 이상 곡기 끊는 분들, 목숨을 잃는 일이 나오지 않도록 신속한 파면 선고를 요청드린다"고 했다.

 

18일 오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참배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3.18. 연합

 

이 대표는 오후에는 광주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묘역을 참배한 뒤 기자들을 만나 "오늘 우리 민형배 국회의원이 단식 도중에 쓰러져서 병원으로 실려 갔다. 신상길 당원도 탄핵을 위해서 싸우다가 유명을 달리했다"며 "오늘 밤에도 아마 광화문 일대,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의 파면을 요구하면서 눈발 날리는 이 추운 밤을 길거리에서 지새우는 분들이 무수히 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참으로 위중한 시기다. 경제도 안보도 평화도 민생도 민주주의도 모든 것이 파괴되고 있다. 하루가 급하다"며 "어려운 점들이 많이 있겠지만 헌법재판소가 이 혼란을 최대한 신속하게 종결지어야 한다. 더 이상 국민들이 민주공화국의 가치와 질서를 지키기 위해 길거리에서 굶고 죽어가고 추위에 떠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두환은 죽었지만, 전두환이 저지른 그 패악과 피해는 여전히 남아있다. 전두환의 전 사위가 군사쿠데타를 옹호하면서 군사반란 수괴를 처벌하지 말라고 온 길거리를 헤집고 있다. 전두환의 아들은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면서 학도병이니 의병이니 이런 말 같지 않은 소리를 하고 있다"며 "모두가 책임을 엄히 묻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군사반란, 친위 군사쿠데타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모두가 함께 애쓰고 있는 이 와중에 저희 민주당도 죽을힘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인 박범계 의원을 비롯한 야당 위원들이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피청구인 윤석열, 조속한 파면 결정 청원서' 제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들은 청원서를 민원실에 접수하려 했으나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가로막혀 우편으로 접수하기로 하고 철수했다. 2025.3.18. 연합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 본청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8명의 헌법재판관에게 한 말씀 드린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시 파면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받아들여야 한다. 시간이 없다"며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로 대한민국의 신인도는 추락하고 내란 사태의 수습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전 세계는 우리 대한민국을 불안하게 바라볼 것이다. 이 국난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파면뿐이다. 8명의 헌법재판관은 지금 대한민국을 살려낼 수 있는 결정권을 즉시 행사해야 한다"고 절박하게 촉구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최후변론 후 벌써 3주째인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14일과 박근혜 전 대통령 11일에 비해서 숙고의 시간이 지나치게 긴 것 아니냐는 국민의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주까지는 헌법재판소가 워낙 중차대한 사건을 처리하기 때문에 숙고의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숙고의 시간을 넘어 지연의 시간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증거가 명확하고 한 개의 사건이다. 온 국민이 다 쳐다봤던 내란의 밤이었기 때문에 헌재는 더 이상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고 짚었다.

 

나아가 "우리 헌법재판소는 87년 헌법 개정으로 만들어졌다. 다시 말해 헌법재판소는 전두환의 비상계엄을 극복한 토대 하에 오늘의 현실에 이른 것"이라며 "그런데 다시 한 번 비상계엄이 반복되었기 때문에 헌재의 존재 이유를 알리기 위해서라도 신속한 파면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는 헌법재판소가 신속한 파면 선고를 하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들을 모색하도록 하겠다"며 "신속한 선고기일 지정 신청, 사무처장의 국회 출석 요구 등 다양한 방식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이날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피청구인 윤석열에 대한 선고가 늦어지는 만큼 국민 불안감은 높아지고 국론분열에 따른 국가적 위기 또한 중첩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3일 깨진 국민들의 평온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았다"면서 "내란은 진행형이며 국민들은 불면의 밤을 보내거나 추운 길거리로 나와 대한민국의 안정을 목놓아 외치고 있다. 피청구인 윤석열을 조속히 파면해주시길 거듭 청원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같은 내용의 청원서를 헌재 민원실에 제출하려 했으나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가로막혀 우편으로 접수하기로 하고 철수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박지원·박은정 “윤석열 선고 21일 예상…늦어질수록 혼란 심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 변론에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가운데,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주 후반인 21일을 선고 날짜로 예상했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와이티엔(YTN) 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에서 “21일 금요일날 (탄핵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이상 헌재의 결정이 늦어지면 국가 혼란이 얼마나 심하냐”며 “정부 국무조정실에서 단국대 산하 연구소에 용역을 해가지고, 박근혜 탄핵 갈등 비용이 1740조원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계엄 갈등 비용은 2천조가 훨씬 상회할 것”이라며 “헌재는 국가를 위해, 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민생 경제를 위해서 최소한 21일 금요일까지 결정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같은 방송에서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여러분들, 특히 언론인분들도 좀 여러 가지 말씀들을 주시는데 이번 주 금요일(21일)이 선고가 좀 유력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더라”며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사회적 혼란과 갈등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빨리 좀 됐으면 하는 바람들은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여야 정치권에서 지나치게 헌재를 향해서 빨리 해라 늦게 해라 이런 압력들은 안 넣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권순표의 뉴스하이킥’과의 인터뷰에서 “금요일 날(21일) 선고가 가능할 것”이라며 “선고일자 공지는 정해진 규정이 없기 때문에 내일(19일) 공지하고 목요일(20일)에 선고해도 위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금요일쯤으로 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헌재에서도 국민적인 관심과 그다음에 혼란을 더 이상 책임을 지셔야 되기 때문에 일부 소수 의견이나 별개 의견에 대해서도 허락하고 빨리 선고 날짜를 잡아주시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 한겨레 송경화 기자 >

계엄해제 나흘뒤 비화폰 기록 원격 삭제했다는데…

경찰 구속영장 신청 잇따라 거부하다 4번째만에
증거 인멸 우려 속, 관련 수사 재개 가능성 높아져
검찰마저 영장 청구…헌재 윤석열 파면 기류 반영?

 

김성훈 경호처 차장(왼쪽)과 이광우 경호본부장. 연합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방해 혐의와 비화폰(보안폰) 기록 삭제 혐의 등을 받는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 등에 대해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의 4번째 신청 만에 이뤄진 구속영장 청구다.

 

앞서 검찰은 체포 방해와 비화폰 기록 삭제 혐의 등을 받는 김 차장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3차례나 기각하고, 윤 대통령 구속취소에 대해 법원에 즉시 항고를 포기한 바 있다. 이에 내란 세력에게 증거 인멸을 종용하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를 석방시켰다는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같은 비난에 검찰이 뒤늦게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원회 의견에 따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핵심 증거가 이미 인멸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법원이 조만간 김 차장 등에 대해 구속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가운데, 늑장 영장 청구과 관련해 검찰의 책임론이 거세질 전망이다.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전날(17일) 경찰이 신청한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부지법에 청구했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지난 1월 3일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 1차 체포 작전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와 체포 저지 지시를 따르지 않은 경호처 간부를 부당하게 인사 조치를 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등을 받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내란의 핵심 증거 중 하나인 보안폰(비화폰) 기록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도 받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회 속기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앞서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보안폰 보안성 강화방안 검토 결과'라는 경호처 문건을 수사 과정에서 확보했다. 일명 '비화폰'이라고도 불리는 보안폰은 윤 대통령과 내란에 연루된 고위 군·경 관계자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2일 작성된 경호처 문건엔 문건 작성 닷새 전인 12월 7일 김 차장이 단말기 내 데이터 삭제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해당 지시를 검토한 직원들 기록에 따르면 비화폰은 원격으로 서버에서 로그아웃하면 통화기록 삭제가 가능하다.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22. 연합

 

이러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여전히 12·3 내란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부 계엄 가담자들도 계엄 초기 국회의원 체포 시도가 '대통령의 지시'라고 했다가 진술을 바꾸고 있다. 이 때문에 내란죄를 더 명확하게 입증하기 위해 이들의 비화폰 통화 기록까지 모두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경찰 특수단은 경호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김 차장이 '군사상 비밀'을 이유로 불허하면서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경찰은 비화폰 압수수색을 위해 김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3차례나 신청했지만 검찰까지 '보완수사' 등을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실패했다. 사실상 검찰이 수사를 방해한 셈이다.

 

검찰의 계속된 구속영장 기각에 반발한 경찰은 결국 서울고검에 영장심의위 소집을 요구했고, 그렇게 열린 지난 6일 서울고검 영장심의위에서 김 차장 구속영장 청구를 권고하는 결정이 나왔다. 검찰이 위촉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영장심의위조차 검찰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에 경찰은 전날 김 차장과 이 본부장에 대한 4번째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검찰은 이날 뒤늦게 영장 청구를 결정했다. 검찰 내부는 여전히 반려 의견이 많지만, 영장심의위 결정을 뒤집을 경우 혼란 등을 의식해 법원에 공을 넘긴 것으로 보인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구속 여부는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김 차장 등은 그간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으로 나왔던 만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윤 대통령 경호 업무 등을 이유로 불구속 수사를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차장의 도주 우려는 낮지만, 그동안 불구속 상태에서 증거 인멸을 했을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이라는 의견이 현재까지는 우세하다. 이들의 신병을 확보할 경우 서버 압수수색을 '불승낙'한 장본인이 김 차장인만큼, 관련 수사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경호처가 보관하는 비화폰 서버를 확보해 통화 기록을 포렌식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란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향후 압수수색 결과물에 따라 검찰의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그 옆으로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오른쪽)이 윤 대통령을 경호하며 이동하고 있다. 2025.3.8. 연합

 

한편 정치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구속 취소되고 오는 28일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이 퇴임하면서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을 늦추고 헌재의 탄핵 심판 추이를 지켜본 뒤 움직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전날 선제적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파면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이 헌재의 결정 전에 김 차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며 내란 수사에 대한 의지를 보인 가운데, 검찰도 기존 입장을 뒤집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이러한 법조계 기류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지만, 이르면 19일 지정돼 양측 당사자에 고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법원, 김성훈·이광우 구속심사 “21일 오전 10시30분”

영장발부 땐 ‘비화폰 서버’ 확보로 내란수사 물꼬 전망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1일 오전 열린다.

 

서울서부지법은 19일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의 영장실질심사 일정이 21일 오전 10시30분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전날 검찰은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앞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검찰의 잇따른 영장기각 속에, 김 차장에 대해선 네번째, 이 본부장에 대해선 세번째 구속영장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김 차장 구속영장에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특수공무집행방해)하고 비화폰 데이터 삭제를 지시(대통령경호법의 직권남용)했을 뿐 아니라,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한 경호처 간부를 해임하는 등의 보복 정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광우 차장의 경우 윤 대통령 계엄 선포 2시간전인 지난해 12월3일 저녁 8시20분 챗지피티를 이용해 ‘계엄’을 검색하는 등 사전에 계엄 선포를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 등도 영장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석방된 윤 대통령을 밀착 수행해야 한다며 ‘불구속 수사’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 ‘비화폰 서버’ 확보 등을 통해 내란 사건 수사에 물꼬가 트이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의 영장 기각으로 그간 직위를 유지한 김 차장은 형사소송법 조항(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을 들어 경찰 특수단의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영장 집행도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군사령관들과 비화폰으로 소통한 만큼 경찰이 비화폰 서버를 확보하면 통화 내역을 통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신문윤리위 강력제재에도 해당 매체 꿈쩍도 안해

내란 옹호·선동 가짜뉴스 포털에도 계속 노출
언론, 실효성 없는 자율규제· 자율정화 주장만
민주주의 위기 불러오는 악의적 오보 어쩔건가

 

나라를 뒤흔든 12.3 비상계엄 내란을 옹호한 언론 보도 가운데 한 극우 인터넷매체가 보도한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주한미군 압송’ 기사는 최악의 오보였다. 이 기사는 단순 실수에 의한 오보가 아니라 내란을 옹호하고 선동하기 위해 조작된, ‘악의적 오보’였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이 가짜뉴스 오보는 내란 수괴 윤석열의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 탄핵소추 재판정에서 비상계엄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에 활용됐다. 이 기사를 진실이라고 믿은 극우세력들이 법원을 침탈해 난동을 부렸으며, 지금도 이들은 길거리에서 윤석열 탄핵 반대를 외치며 광란의 집회를 열고 있다. 기사라고 부를 수조차 없는 이 저급한 가짜뉴스는 악의적 오보가 국가적 위기와 혼란을 불러올 만큼 위험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이 오보는 망상증에 빠진 40대 남성의 ‘제보’를 극우 매체가 아무 검증 없이 기사로 만들어 보도한 것이다. 악의적으로 조작된 이 기사는 네이버 포털에까지 올라 많은 국민들에게 퍼져나갔다. 극우집단의 망상도 문제지만, 어떤 의도를 갖고 망상을 기사처럼 만들어 보도한 극우 매체와, 도저히 기사라고 볼 수 없는 허접한 가짜뉴스를 전 국민이 볼 수 있도록 전파해준 뉴스포털도 큰 문제라고 해야 한다. 

 

네이버 '스카이데일리 중국간첩' 검색 결과 나온 기사들. 3월18일 오후 6시 현재.

 

내란 옹호와 선동에 이용된 가짜뉴스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주류 언론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러 주류 언론들은 이 가짜뉴스가 포털을 통해 확산되고 헌재 재판정과 광분한 극우세력들의 입에서 진실인 양 언급되고 있는데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선관위와 주한미군이 ‘사실이 아님’을 공식 발표하자 이를 단신 정도로 받아쓰고 끝,이었다.

 

언론의 역할은 뉴스와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잘못된 뉴스와 정보를 팩트체크해 바로잡고 언론 스스로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한 임무다. 그것이 바로 언론의 ‘자율정화’(자정, 自淨) 기능이다.

 

그러나 주류 언론들은 이 황당하고 위험천만한 가짜뉴스에 대해 제대로 팩트체크에 나서지 않았다. 이것이 누구에 의해, 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고 확산됐는지 따져 묻지도 않았다. 가짜뉴스가 포털과 유튜브를 통해 퍼져나가 극우 세력의 내란 옹호·선동에 이용되고 있는데도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만일 여러 주류 언론들이 윤석열 내란 일당과 극우 매체들의 여러 거짓 주장들을 팩트체크하고 바로잡는 데에 적극 나섰다면 지금과 같은 혼란이 계속되었을까? 언론의 ‘자정 기능’은 이럴 때 더 필요한 것 아닌가? 

 

한국신문윤리위원회가 발행한 2월 심의결과 내용 갈무리.

 

언론의 ‘자정’ 노력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언론 보도에 문제가 있을 때 제재를 내리는 자율규제 기구 한국신문윤리위원회와 한국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 2월 ‘중국인 간첩 체포·압송’ 보도를 한 극우 매체에 ‘경고’ 제재를 내렸다. 신문윤리위는 이 매체의 기사들이 ‘미확인보도 명시’ ‘보도자료 검증’ 등 윤리실천요강을 위반했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들고 국내 정치·사회 분열 확산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중차대한 내용’이라며 ‘경고’ 결정을 내렸다. 덧붙여 ‘결정문을 홈페이지에 48시간 동안 게재하고 홈페이지 및 포털에서 최소 3개월간 검색되도록 하라’(자사 게재 경고)고 명령했다. 이 제재는 신문윤리위 제재 가운데 가장 강력한 제재에 해당한다. 인터넷신문윤리의가 내린 ‘경고’ 제재도 마찬가지였다.

 

결과는? 극우 매체는 이런 제재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 매체는 오보에 대한 사과문이나 정정보도를 내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신문윤리위가 주문한 ‘자사 게재 경고’를 전혀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재 결정을 내린 신문윤리위를 비난하고 나아가 자신의 ‘특종보도’를 왜 다른 주류 언론들이 받아쓰지 않느냐는 칼럼을 연달아 게재했다. 이 매체 편집인은 문제의 오보를 “부정선거 국제 범죄현장이 들통난 사건을 다룬 대특종”이라며 “제 역할 못하는 레거시 언론사 등 부정한 무리에게 하늘보다 무서운 독자와 국민의 불심판이 내려지리라”고 반발했다. 오보도 황당했지만 오보를 바로잡으라는 요구에 대한 반응은 이 매체가 정상적인 언론이 아님을 보여준다. 자율규제 기구의 제재를 발톱의 때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 아닌가?

 

포털에도 자율 제재 게시문이 아닌 문제의 오보 기사들이 여전히 게재되어있다. 자율규제 기구의 ‘가장 강력한’ 제재조차 제재를 받은 매체는 물론이고 포털에서도 전혀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언론 자율규제 기구의 제재가 실효성 없는 ‘솜방망이 규제’라는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율규제 기구의 ‘주의’ ‘경고’ 등의 제재 통보에 언론이 사과나 정정 보도를 내는 일은 거의 없다. 수많은 언론에는 똑같은 보도윤리 위반이 반복되고 있다. 자신이 제재 통보를 받았는지도 모르는 매체도 많다. 제재를 내려도 달라지는 게 전혀 없으니, 한마디로 ‘하나마나한’ 제재인 것이다. 알리바이용이 아니라면 이런 규제가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인가?

 

'중국인 간첩 부정선거 개입설'을 극우매체 스카이데일리에 제보한 일명 '캡틴 코리아' 안병희씨가 KBS와 인터뷰하는 장면. KBS화면 갈무리

 

언론의 오보, 특히 악의적 오보 또는 왜곡보도에 대해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하자는 목소리가 나온 적이 있다.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제’다. 국회가 법제화(언론중재법 개정)를 통해 실효성 있는 제재를 내림으로써 악의적 오보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주류 언론들은 이를 ‘언론자유 위축’이니 ‘언론탄압’이니 하며 반대만 해왔다. 오보에 의한 피해가 심각한데도 ‘자율정화’와 ‘자율규제’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 결과가 무엇이었나?

 

이번 극우 매체의 ‘중국인 간첩설’ 오보사태를 겪으며 다시 묻고 싶다. ‘자율정화’ 또는 ‘자율규제’는 정말 가능한 일인가? ‘언론 자유’ 또는 ‘취재·보도의 자유’는 언제나 모든 것에 우선되는 것인가? 법과 제도를 통한 ‘타율적’ 언론 규제는 있어서는 안 될 악인가?

 

극우 매체의 악의적 오보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국가적 위기와 혼란을 불러왔지만, 이 매체는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고 있다. 따지고 보면 허접한 극우 매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주류 언론들 역시 그동안 수많은 악의적 오보, 왜곡 보도를 하고서도 사과나 반성에 인색했다. 그런 보도로 누군가 막대한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책임지지 않았다.

 

잘못된 보도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비겁함, 언론자유를 앞세워 자신은 털끝도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오만함, 지금까지 누려온 기득권을 절대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탐욕은 주류 언론의 오래된 문제였다. 망상증 내란범죄자가 파면되고 극우세력의 난동이 수그러들어 민주주의가 회복되면 국회와 시민사회는 국민들의 언론개혁 요구에 다시 귀를 기울여야 한다. 언론이 바로 서야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고 하지 않았나.  < 민들레 김성재 기자 > 

곳곳에 권력 이용한 주가조작의 흔적

이복현 “중요한 사건…임기 내 처리”
김건희·원희룡 상관없다지만 단정 일러

검찰 ‘도이치모터스’ 수사서 신뢰 잃어
특검이 제기된 의문점 낱낱이 밝혀야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은 권력과 연계된 흔적이 곳곳에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이라는 호재에 편승해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를 유포하는 수법으로 주가를 띄운 뒤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는 흐름은 다른 주가조작 사건과 유사하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를 진짜로 믿고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본다.

 

하지만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과 사업을 미리 알고 이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권력형 스캔들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지금까지 보도됐거나 밝혀진 사실을 한 번만 훑어봐도 자연스럽게 권력형 비리의 그림이 떠오를 정도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3.18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삼부토건 의혹 “대통령 권력 이용한 중대 범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18일 진행된 현안 질의에서도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둘러싼 여당과 야당의 공방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한 중대한 카르텔 범죄”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공상 소설”이라고 일축했다.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에서 이상 거래 심리 결과를 넘겨받은 금융감독원은 여섯 달 넘게 시간을 끌다가 최근 들어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에 출석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생각한다”며 “제 임기가 6월 초까지인데 그때까지 최대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수혜 주로 주목받은 뒤 이 회사 대주주 등이 100억 원대 수익을 올린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시세차익으로 조성된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도 추적 중이다. 불법 행위가 드러나면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 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지는 의문이다.

 

삼부토건 로고 

 

이복현 “김건희, 원희룡 상관없어”…단정할 수 있나

 

이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인식 수준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원장은 조사 대상에 김건희가 포함되느냐는 야당 의원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 “(지난 2023년 5월)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 삼부토건 임원을 데리고 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원 전 장관과는 관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무조건 무관하다고 단정한 건 이르지 않냐는 질책에 “최종 결론은 조사가 끝나야 나온다”는 말로 얼버무렸다.

 

이 원장의 모호한 태도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매우 구체적인 정황을 근거로 삼부토건의 우크라이나 재건사업과 관련된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민병덕 의원은 “(한국거래소의 이상 거래) 심리보고서를 넘겨받은 지가 6개월이 지났다. 이익 실현이 확인됐으면 위법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금감원의 늑장 조사를 질타했다. 민주당 김현정 의원은 삼부토건 관계사인 웰바이오텍의 주가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매집, 급등, 폭락으로 이어진 작전주 패턴의 교과서”라며 “금융위원장이 패스트트랙(신속 수사 전환)을 활용해 검찰에 통지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내 1호 토목건축공사업 면허를 보유한 삼부토건이 10년 만에 다시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삼부토건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838.5%로, 2020년 이후 2023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사진은 26일 서울 중구 삼부토건 옛 건물 외벽에 붙은 로고 모습. 2025.2.26. 연합

 

“삼부 내일 체크” 이종호 단체대화방 문자로 촉발된 의혹

 

야당이 삼부토건 의혹을 ‘권력형 카르텔 범죄’로 의심하는 이유는 주가조작 과정과 관련자들의 관계를 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삼부토건의 주가조작 의혹이 발생한 시점은 2023년 5월부터 7월까지다. 김건희의 계좌 관리인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2023년 5월 14일 한 단체대화방에 “삼부 내일 체크하고”라는 의문의 문구를 남긴다. 그 이후 김건희가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인을 만나는 등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열을 올렸다. 원희룡 전 장관은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글로벌 재건 포럼’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바로 이 시기에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 참여하게 됐다는 보도자료를 집중적으로 내놓았다. 당시 업계에서는 삼부토건이 수년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데다 해외사업 경험도 없어 대규모 해외 재건사업을 수주했다는 사실을 의심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투자자들이 이를 호재로 여기고 삼부토건 주식을 사들였다. 그 결과 주당 1000원 정도였던 주가는 두세 달 만에 5~7배 뛰었다. 이 과정에서 삼부토건 대주주 등 주가조작 관련자들이 100억 원대 시세차익을 챙겼을 것이라고 금융감독원은 의심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와 삼부토건 건은 모두 김건희와 가까운 ‘이종호’라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그러나 삼부토건 의혹은 대통령 부부와 국토부 장관까지 주가조작에 이용됐다는 측면에서 차원이 다른 사건이다. 조사 또는 수사 결과에 따라 ‘권력형 비리’로 확대될 소지가 다분하다. 삼부토건 창업자 아들인 조남욱 전 회장이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오래전부터 친분이 있다는 사실도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블랙펄인베스트 이종호 전 대표와 전직 청와대 경호처 출신 A씨, 현직 경찰 B씨, 변호사 C씨 등 해병대 출신들이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골프 모임을 계획한 대화 내용. 2024.6.26. JTBC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서 삼부토건도 다뤄야”

 

이처럼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다. 금감원이 조사한다고 해도 사건의 전모가 드러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금감원에서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이 권력과 주가조작 세력이 어떻게 연계됐는지 밝혀야 한다. 문제는 검찰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검찰은 김건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연루된 정황이 뚜렷한데도 기소하지 않았다. 민주당 등 야당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의 진상을 밝히려면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 회의에서 “삼부토건 사건이 김건희·윤석열 부부가 연루된 계획된 주가조작 의혹이라고 줄기차게 지적해왔는데 최근 언론보도로 특검 당위성을 재확인한 만큼 ‘김건희 특검’을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문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도 “반드시 김건희 상설특검을 관철해 권력형 주가조작의 실체를 낱낱이 밝히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민들레 장박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