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교육청(TDSB)이 2024-2025학기 고등학교 한국어 학점반을 오는 10월19일(토) 개강한다. 고등학교 한국어 학점반은 교육청의 평생교육 외국어부서 주관하에 주말 수업으로 진행되며 한국어를 비롯한 10가지 외국어 수업을 대면 및 온라인으로 제공한다.
수업대상은 Gr9부터 Gr12까지 14~18세의 OEN을 지참한 고등학생들이며, 학급 레벨은 3등급으로 나눠 레벨 1은 Grade10까지 신규등록 학생, 레벨 2는 Grade11까지 Gr10 학점을 취득한 학생, 그리고 레벨 3은 Grade12까지 Gr11 학점을 취득한 학생들로 이뤄진다.
현장 대면수업은 노스욕 Georges Vanier Secondary School (3000 Don Mills Rd. E., Toronto)에서, 온라인 수업은 D2L BrightSpace에서 진행된다.
수업은 10월19일부터 내년 5월24일까지, 공휴일과 Long weekend를 제외한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12시30분까지 진행된다. 한국어 학점반은 교육청 소속 한인 고등학교 교사진이 온타리오 주 고등부 외국어 커리큘럼을 기준으로 가르친다. 언어수업을 중심으로 교사진과 초청강사의 지도 아래 한국문화 체험을 다방면으로 접할 수 있으며, 문화체험 및 활동은 토론토 한국총영사관 캐나다 한국교육원의 지원과 제공을 통해 이뤄진다.
여타 문의사항은 TDSB Continuing Education Secondary Credit Programs 전화: 416-338-4222, 이메일: ConEd_eReg@tdsb.on.ca 로 하면된다.
고등학교 학점반 운영에 대해 토론토교육청 이수잔 한국어교사는 “한국문화가 대세를 이뤄가고 있는 추세여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전 세계적으로 많아지고 있는데도, 우리 한인동포 고등학생들의 참여도는 오히려 낮은 편”이라면서 “우리 한인동포 2~3세 고등학생들이 한국어 교육에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장려하고 권유해달라”고 부탁했다. < 문의: 416-910-9622, susan.lee-pierce@tdsb.on.ca >
캐나다 한인사회 대표 도매 유통업체인 KFT(Korea Food Trading Ltd. : 대표 김문재)가 24일 ‘한국 최고’의 피로회복제인 ’박카스’를 캐나다 최초로 독점 수입해 런칭했다고 발표했다.
박카스는 판매 역사와 시장 점유율 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K-Drink의 대표주자로, 이미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범세계적인 인기를 얻고있는 피로회복 음료 상품이다.
KFT는 이번에 런칭한 박카스를 토론토 최대 규모 한인마트인 갤러리아 슈퍼마켓을 중심으로 캐나다 전 지역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박카스는 2015년 국내 제약사 단일품목 매출 중 처음으로 연간 2000억 원을 돌파했고, 2022년 기준 누적 판매량 226억 병을 넘어섰다. 지금까지 팔린 박카스D를 일렬로 세웠을 때 높이 약 12cm 기준 지구 68바퀴(지구둘레 약 4만 km 기준)를 돌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에 해당한다.
박카스는 육체 피로 외에 영양장애와 허약체질, 병후의 체력 저하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품으로 피로와 영양 모두를 챙길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박카스의 주성분인 타우린은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억제하고 뇌 부위의 신경교세포를 활성화하여 기억력 감퇴와 인지능력 저하 등의 증상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FT 김문재 대표는 “대표적인 자양강장제 박카스를 통해 한국 상품의 우수성을 널리 알려 캐나다 No.1 국민에너지 드링크로 성장시키겠다”며 앞으로도 획기적인 신상품 런칭에 주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3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2024.9.23. 이호 작가
한국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인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기념 미사를 갖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사제단은 "다시 한번 민주의 이름으로 크게 일어설 때가 왔다"면서 "순수하고 절실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사제단은 창립 50주년을 사흘 앞둔 23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문규현 신부 주례, 사제단 공동 집전으로 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명동성당은 기념 미사에 참석한 신자와 각계각층에서 온 시민들로 가득 찼다.
미사는 50년 전 '그날'을 상기하듯, 1974년 9월 26일 오후 5시 사제단이 처음 미사를 봉헌할 때 명동성당에서 불렀던 입당 성가(聖歌)로 문을 열었다. 성가와 함께 사제단 신부들이 십자가를 따라 성당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50년 전 유신독재에 맞서 정의를 울부짖었던 30대 젊은 신부는 어느덧 80대 원로 사목자가 되어 후배 신부들과 함께 십자가를 따랐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3일 오후 서울 명동성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2024.9.23. 이호 작가
강론을 맡은 함세웅 신부는 "아픈 역사가 많은 명동성당이 제 자리를 찾은 건 1974년이었다. 감옥에 있는 사람을 풀어주라는 절절한 탄원의 기도를 올렸을 때 성소가 됐다"면서, "오늘날 명동성당은 생동감을 상실했다. 슬프고 안타깝고 때로는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함 신부는 그러면서도 "오늘 50주년 기념 미사는 우리 모두 '정의의 옷'으로 갈아입는 시간"이라며 "정의를 실천하는 은총의 시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함 신부는 특히 "구원신앙의 핵심은 우리가 하느님 앞에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빚졌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라며 "이 빚은 예수처럼 오직 희생과 헌신, 사랑으로만 갚을 수 있다"고 했다. 함 신부는 "오늘의 검찰 독재정권에서도 박은정 검사나 임은정 검사와 같이 (희생·헌신으로) 검찰을 정화하고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서 "의로운 검사들도 들고 일어서라"고 했다. 의로운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정의의 옷'을 입고 나서라는 원로 사목의 외침이었다. 미사 현장에는 실제 임은정 검사가 참석해 시민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사진은 강론을 하고 있는 함세웅 신부의 모습. 2024.9.23. 이호 작가
미사에서는 정의에 대한 외침과 함께, 각계각층에서 지난 50년을 되돌아보며 당부하는 말을 전했다.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제단은 늘 정의 구현의 중심에 서서 언제나 약자 편이었고 공격 받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정권의 탄압에 정면으로 맞서며 현장과 길거리에 함께 있어 든든했다"면서 "사제단의 50년은 우리 모두의 50년이고, 새로운 다짐의 해이다. 앞으로도 좋은 말씀과 실천으로 인도해달라"고 당부했다.
정강자 전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축사에서 "사제단 시민들이 함께, 때로는 따로, 지켜온 50년의 힘이 80년 광주, 87년 6월 항쟁, 평화통일운동, 효선·미선 촛불, 세월호 참사, 2016년 박근혜 퇴진 운동, 이태원 참사를 보듬고 그 어두운 터널을 걸어나올 수 있게 했다"면서도 "돌이켜보면 우리는 멈추지 않고 행진해왔으나, 매듭짓지 못한 일이 많다"고 말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3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2024.9.23. 이호 작가
정 전 대표는 "윤석열 정권 들어 그 악들은 '검은 흙탕물'로 세를 키워 우리를 통째로 집어 삼키려 한다. 친일청산, 검찰개혁, 정치개혁, 언론개혁, 노동개혁, 성평등, 기후위기 등이 다 그런 거 같다. 우리 선배들이 놓쳤고 우리 또한 다르지 않다는 점을 통감한다"면서 "오늘 신부님이 강론에서 정의를 향한 빛의 길을 열고 다시 50년을 시작하겠다라는 말씀을 굳게 믿는다"고 말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는 축하 메시지를 보내 "사제단은 산업화 과정에서 일어난 수많은 인권유린 사태와 사회적 부패현상을 좌시하지 않고 정의로운 예언자의 목소리를 냈다"며 "이념과 구호에 그치는 신앙이 아닌 사회 속에서 그늘진 이들과 함께하며 야전병원으로서 교회의 사회복음화 사명을 충실히 수행한 사제단 여러분의 노고와 헌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3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2024.9.23. 이호 작가
이 주교는 "앞으로도 하느님의 사제로서 성교회의 복음 정신에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정의와 평화를 위해 정진하시기를 바라며, 무엇보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여러 계층의 소외된 이들을 돌보며, 구체적 사랑을 전하시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또 "매우 긴급하고 절박한 과제인 하나뿐인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는 생태환경 보존을 위해서도 힘을 모아주시기를 빈다"고 했다.
50주년 미사를 통해 감사 인사를 전하는 시간도 가졌다. 사제단은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조작의 전모를 세상에 밝히는 데 힘쓴 안유 당시 영등포교도소 보안계장과 전병용 당시 교도관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이들은 당시 수감 중이던 이부영 전 동아일보 기자에게 사건을 알리고 외부와 연락할 수 있도록 했고, 이 사실이 사제단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3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사진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은폐조작을 세상에 알리는데 힘쓴 안유, 전병용씨가 감사패를 받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왼쪽부터 김인국 신부, 안유 당시 영등포구치소 보안계장, 전병용 당시 교도관, 함세웅 신부. 2024.9.23. 이호 작가
사제단은 감사패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가 감옥에 갇혀서 몸부림칠 때 한마음으로 슬퍼하고 아파하시며 예수님 맞아주시듯 따뜻이 돌보아주신 은혜, '진실'을 세상에 알려서 군사독재를 끝낼 수 있도록 해주신 놀라운 용기와 의로운 수고를 기억하며 경의와 함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미사에는 이부영 전 동아일보 기자(현 자유언론실천재단 명예이사장)도 참석해 축하해줬다.
이 밖에 미사에서는 사제단 50주년을 맞아 박노해 시인이 보낸 축시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도 현장에서 낭독됐다.
"제 몸을 때려 울리는 종은 / 스스로 소리를 듣고자 귀를 만들지 않는다 // 평생 나무와 함께 살아온 목수는 / 자기가 살기 위해 집을 짓지 않는다 // 잠든 아이의 머리맡에서 기도하는 어머니는 / 자기 자신을 위한 기도를 드리지 않는다 // 우리들, 한 번은 다 바치고 돌아와 / 새근새근 숨쉬는 상처를 품고 / 지금 시린 눈빛으로 앞을 뚫어 보지만 / 과거를 내세워 오늘을 살지 않는다 // 긴 호흡으로 흙과 뿌리를 보살피지만 / 스스로 꽃이 되고 과실이 되고자 하지 않는다 / 내일이면 모두가 웃으며 오실 길을 / 오늘 젖은 얼굴로 걸어갈 뿐이다 // 다시 새벽에 길을 떠난다 / 참 좋은 날이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3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시국미사 밴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리더 신상훈 씨(왼쪽)와 그의 형 신상옥 씨(오른쪽)가 축가 공연을 하고 있다. 2024.9.23. 이호 작가
지난해 사제단의 시국기도회에서 성가를 연주했던 시국미사 밴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리더 신상훈 씨와 그의 형 신상옥 씨는 축가 공연을 해 미사 참가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두 사람은 1986년 고(故) 김수환 추기경에게 불러줬다는 <임 쓰신 가시관>이라는 곡과 MBC 대학가요제 수상곡인 <꿈의 대화> 등의 노래를 불렀다. 신자와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부르며 박수를 쳤다.
사제단은 미사를 마치며 성명서를 통해 창립 50주년의 다짐을 밝혔다. 사제단은 "우리가 '제1시국 선언문(1974년 9월 26일)'에서 천명했던 유신헌법 철폐와 민주헌정 회복, 국민 생존권과 기본권 존중, 서민대중을 위한 경제정책 확립은 지금 짓다만 밥처럼 이도 저도 아니게 돼 버렸다"며 "애국청년학생, 노동자와 농민, 양심적 지식인과 종교인들이 살벌하고 교활하고 악랄했던 독재 권력에 맞서 피눈물로 이룩한 성취가 시시각각 급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으니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다시 한번 민주의 이름으로 크게 일어설 때가 왔음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사제단은 "이참에 세상을 치명적으로 병들게 만드는 사회적 현상 하나를 말씀드린다. 그것은 종교가 공정을 외면하고 정의구현이라는 본연의 직무를 팽개치는 태만"이라며 "7,80년대 교회가 그나마 떳떳하고 듬직했던 것은 공정의 집행인 정의를 최소한의 애덕으로 여기며 살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른바 '대붕괴의 시대'를 맞이한 오늘, 교회마저 세상의 슬픔과 번뇌를 외면한다면 사람들이 서러운 눈물을 어디서 닦겠는가"라며 "우리부터 사제단을 결성하던 때의 순수하고 절실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은 23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미사를 봉헌했다. 2024.9.23. 이호 작가
다음은 사제단 창립 50주년 성명서 전문.
사제단을 일으켜 세운 순교자들
1. 50년 전 갓 서른을 넘긴 젊은 신부들이 안락한 성소를 박차고 서울로, 명동으로 집결했던 것은 주교 지학순의 수감 때문만도 아니요, 독재자 박정희의 폭압 때문만도 아니었으니 그것은 이곳 지하 묘소에 잠들어 계시는 순교자들의 비상호출 때문이었다고 우리는 믿습니다. 열린 세상을 꿈꾼 죄로 국가폭력에 희생되신 김대건 안드레아, 정하상 바오로와 우리 강토 곳곳에 뼈를 묻으신 순교자들의 천둥 같은 부르심이 아니었으면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출현할 수 없었으며, 반세기에 이르는 줄기 찬 실천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제단의 등장 이후 한국천주교회는 마땅히 가야 했으나 엄두조차 내지 못하던 새롭고 험한 길을 비로소 걷기 시작했습니다.
2. 그런데 우리가 <제1시국 선언문>에서 천명했던 "유신헌법 철폐와 민주헌정 회복/ 국민 생존권과 기본권 존중/ 서민대중을 위한 경제정책 확립"은 지금/ 짓다만 밥처럼 이도 저도 아니게 돼 버렸습니다. 애국청년학생, 노동자와 농민, 양심적 지식인과 종교인들이/ 살벌하고 교활하고 악랄했던 독재 권력에 맞서 피눈물로 이룩한 성취가 시시 각각 급속도로 무너져 내리고 있으니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다시 한번 민주의 이름으로 크게 일어설 때가 왔음을 말씀드립니다.
3. 지난달 사제단은 두만강과 압록강을 순례하였습니다. 조선의 첫 신학생들이 목숨을 내놓고 건너던 거기서 "진리의 찬란한 빛 담뿍 안고 한 떨기 무궁화로 피어나신" 선배들의 고결한 삶을 돌아보았으며, 손에 닿을 듯 가까운 북녘의 산하를 눈으로 어루만지면서 생나무 절반이 찢겨 나간 이 현실을 우리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묻고 또 물었 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지나온 오십 년을 돌아보고 나아갈 오십 년을 내다봅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을 살고 있으니 우리는 두려움 없이 내일을 건설할 것입니다. 짐도 무겁고 길도 멀지만 주님께서 맡기시는 사명이므로 우리의 멍에는 가볍고 편합니다.
4. 사나운 폭염 아래 줄곧 시달리다 한여름 못잖은 가을 더위로 지칠 대로 지쳐버린 모든 분에게 위로를 보냅니다. 먼 옛날부터 착한 사람들을 괴롭힌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어찌하여 악인들의 길은 번성하고 성공하여 편히 살기만 하는가?"(에레 12,1). 성경의 대답은 단순하고 단호합니다. "악인들이 풀처럼 돋아나고 꽃피듯 피어나더라도 그것은 영영 멸망하기 위함이다"(시편 92,8), 당장은 악이 승리하는 듯 보여도 오래 가지 못합니 다. 악인들은 풀과 같고 의인들은 나무와 같습니다. 풀과 달리 나무가 자라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므로 불의의 기세에 놀라지도 눌리지도 맙시다.
5. 이참에 세상을 치명적으로 병들게 만드는 사회적 현상 하나를 말씀드립니다. 그것은 종교가 공정을 외면하고 정의구현이라는 본연의 직무를 팽개치는 태만입니다. 공정은 지상에 구현되어야 하는 하늘의 명령이고, 정의는 그것을 바르고 의롭게 펼치는 사람의 도리입니다. 7,80년대 교회가 그나마 떳떳하고 듬직했던 것은 공정의 집행인 정의를 최소한의 애덕으로 여기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대붕괴의 시대'를 맞이한 오늘, 교회마저 세상의 슬픔과 번뇌를 외면한다면 사람들이 서러운 눈물을 어디서 닦겠습니까? 우리부터 사제단을 결성하던 때의 순수하고 절실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겠습니다.
6. 투쟁은 쉽고 건설은 어렵습니다. 저항은 쉬우나 참여와 창조는 힘이 듭니다. 밤낮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데 일로매진하는 검찰독재의 등장은 민주화 이후 우리가 무엇을 고쳐서 무엇을 창조해 나갈 것인지, 그리하여 어떤 나라를 이룩할 것인지 그 목표와 의지가 흐릿해지면서 벌어진 변칙 사태입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갈 길이 어느 쪽인지 정해야 합니다. 너도나도 하나에서 나온 '한생명'이니 살림도 '한살림'이어야 합니다. 저만 알아 저만 살려는 각자위심, 각자도생은 그 누구에게도 안전한 미래가 아닙니다. 더 늦기 전에 우리 사이의 불신과 미움을 포용과 이해로 바꿉시다. 너와 나의 뜨거운 사랑을 상생의 에너지로 바꾸기만 하면 얼마든지 쳐낼 것을 쳐내고, 버릴 것은 태워서 거룩한 선열들이 꿈꾸던 나라를 향해 전진할 수 있습니다.
군사 퍼레이드, 북·중·러가 정권 선전 도구로 활용 서구 민주국가선 축소…한국도 민주화 이후 지양
예산 낭비에 국가 이미지, 대북억제 등 고려해야
박창식 전 국방홍보원장
국방부가 10월1일 국군의 날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실시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연속 두 해째입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 미군, 향토예비군까지 4000여 명이 숙영하면서 연습하고 무대를 설치하면 1회 행사 예산만 100억원이 듭니다. 비용만 문제가 아닙니다. 한국은 민주화 이후 다른 서방 민주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군사 퍼레이드를 축소하거나 중단해왔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이것을 되살리는데요. 합리적일까요?
군사 퍼레이드는 나라별로 정치, 문화적 배경을 반영해 다릅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가 정권의 권위를 강화하고, 군사력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군사 퍼레이드를 자주 활용합니다.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이러한 행사를 자제하거나 대폭 축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국군의 날을 한달여 앞둔 9월3일 오후 서울 상공에서 육군 헬기 편대가 선회 비행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지난해 9월26일 열린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K9 자주포 등 포병 장비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시가 행진을 하고 있다. [연합]
권위주의 국가, 군대는 당의 도구
북한은 김일성 시대부터 군사 퍼레이드를 활발하게 실시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일가의 지도력을 찬양하고 군대를 중심으로 민심을 결집하는 선군 정치 도구로 이 행사를 활용했습니다. 최근에는 핵과 미사일을 과시해 국제 사회에서 존재감을 인정받으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중국도 공산당의 정치적 권위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이 형식을 활용합니다. 중국은 1949년 10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직후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첫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열었습니다. 이 행사를 통해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과 내전에서 승리하고 대륙에 새로운 국가가 탄생함을 안팎에 선포했습니다. 마오쩌둥 주석이 천안문 성루에서 군대를 사열하며 중화인민공화국 창립을 선언한 연설이 유명한데요. 이후 중국은 매년 국경절에 군사 퍼레이드를 열어, 사회주의 국가의 군사적 성과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1945년 6월24일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나치 독일을 물리친 소련군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첫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열었습니다. 이때 소련군은 노획한 독일군 군기를 지도부 앞에 무더기로 던지는 의식을 거행했습니다. 소련의 승리를 극적으로 표현했죠.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는 군사 퍼레이드를 축소하거나 중단했습니다. 보리스 옐친 대통령 집권기(1991~1999)에는 정치 경제 위기 때문에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벌일 여력이 없었습니다. 승전 기념일 행사를 작게 열거나 생략했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집권 이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재개했습니다. 특히 2008년부터 중무기와 첨단 무기를 대거 등장시켰죠. 군사력을 과시해 강국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죠.
권위주의 국가들은 국민을 결속시키고 정권의 강력함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군사 퍼레이드를 많이 활용합니다. 공산주의에서 군대는 당의 도구이며, 당은 정치 조직입니다. 군대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데 대한 부담이 없죠.
(위) 지난해 9월26일 열린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중 서울 광화문 광장 관람무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행진하는 장병들에게 두손으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아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2월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군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북한 중앙통신(KCNA)이 공개한 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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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민주주의 국가, 군사 퍼레이드 축소 경향
미국, 영국, 독일 등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은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좀처럼 열지 않습니다. 대신에 전쟁 희생자와 참전 용사를 추모하는 행사를 통해 군인의 희생을 기리고 군대에 대한 존중감을 표현하죠. 이것은 군대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하지 않고, 군의 정치 중립성을 유지하겠다는 문화적 배경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하지 않고, 의장대 퍼레이드를 실시합니다. 대표적으로 워싱턴 D.C.에 주둔하는 미 육군 3보병연대는 군사 의장대와 기념행사를 주도하는 부대인데요. 알링턴 국립묘지에서의 경비 임무와 각종 기념 의식을 전문적으로 수행합니다. 특히 무명용사 묘역에서 경비병 교대식을 엄숙하고 정교하게 진행해, 많은 관광객한테 사랑받고 있습니다. 미군은 군인의 헌신과 희생을 기리며 시민과 연대를 튼튼히 하는 데 의장대 활동의 초점을 맞춥니다. 정치적 목적은 배제합니다.
프랑스는 서방 국가 중 드물게,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실시합니다. 프랑스 혁명 당시 시민 반란군이 바스티유 감옥을 부쉈던 바스티유 데이(7월14일)에 행사를 여는데요. 규모가 크고 외국 정상도 많이 초대합니다. 프랑스 군대가 '자유 평등 박애' 라는 공화국 정신을 수호한다는 점을 내세우는 동시에, 프랑스가 국제정치 무대에서 강국 위상을 유지하려는 목적도 있죠.
한국, 문민화 이후 '국론 결집용 군대 활용' 지양
한국에서는 정부 수립 시기부터 1970~80년대에 이르기까지 군사 퍼레이드를 대대적으로 개최했습니다. 국군의 날(10월1일)은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에서 중요한 행사로 꼽혔습니다.
1988년 노태우 정부 이래 한국은 민주화에 들어섭니다. 그 이후 역대 정부는 군사 퍼레이드를 축소하거나 중단했습니다. 이른바 국론을 결집한다고 군대를 내세울 필요를 더 느끼지 않았죠. 단순히 군사 강국이 아니라, 평화와 협력을 중시하며 경제와 과학기술, 문화가 강력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게 됐죠. K팝, K음식, K과학, K기술, K직장인 등 갖가지 K시리즈가 이런 흐름을 타고 등장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국군의 날에 전투 훈련과 기념식을 결합하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2021년 국군의 날을 보면, 경북 포항 도구 해변에서 해병대가 해공군과 육군 지원을 받아 상륙 훈련을 하고, '상륙 임무 완수'를 대통령한테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했죠. 그밖에 2017년 평택 2함대 사령부, 2018년 서울 전쟁기념관, 2019년 대구 공군기지, 2020년 이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서 훈련 겸 국군의 날 행사를 했죠. 육해공군과 해병대가 해마다 돌아가면서 준비했습니다.
(위)지난해 9월26일 열린 국군의 날 기념 퍼레이드에서 국군 장병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시가 행진을 하고 있다. (아래) 북한 군인들이 2005년 10월10일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6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정부의 군사 퍼레이드 재개
윤석열정부는 두 해 연속으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서울 도심에서 개최하고 있습니다. 국방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외 안보 상황을 고려하여 '강한 국군'으로서 압도적인 국방력을 과시"하겠다고 설명합니다. "한층 더 강화된 한미동맹과 글로벌 군사협력,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하는 '정예 선진 강군'의 능력·태세·의지를 현시함으로써, '튼튼한 안보', '강한 국방'을 국민이 체감"하도록 하겠다고 합니다.
군대의 존재와 임무 준비 태세를 시민에게 알리고 지지를 얻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상징 행사를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기획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대규모 도심 군사 퍼레이드 방식은 의문이 듭니다. 첫째로, 북한·중국·러시아 등 권위주의 국가 스타일을 본받는 모양새가 좀 그러네요. 과거 군사정권 시절로 되돌아가는 느낌도 줍니다. 국가 이미지 전략 차원, 시민사회와 군대의 바람직한 관계 등을 고려할 때 투박합니다.
둘째로, 한국군은 미국 전문기관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 기준으로 2024년 재래식 군사력 세계 5위(북한은 36위)이며 미국과 연합 방위태세도 갖추고 있습니다. 굳이 과시하지 않아도 우리 실력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셋째로, 1회 보여주기 행사에 100억 원씩 예산을 쓰는 건 지나칩니다. 그 예산을 실전 훈련과 다른 전력 보강에 쓰는 게 낫죠. 장병들한테 오와 열을 맞추는 시가행진을 장기간 연습시키는 것도 장병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국가 이미지와 민군 관계, 대북 억제, 비용, 장병 사기 등을 두루 고려해서 대안을 연구해나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