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폭탄 막을 ‘트럼프와 담판’…한국엔 파트너가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철강 수입에 대한 성명서에 사인한 뒤 들어보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달 12일부터 자국에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그 전까지 ‘예외와 면제’ 조치를 받아내려는 각국의 외교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트럼프발 무역전쟁의 핵심 당사국인 중국의 움직임이 주목되는 가운데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한 국제 통상질서 전체가 변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철강 제품 등에 대한 관세 부과가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12·3 내란사태로 인한 ‘외교 마비’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한국의 불안과 답답함이 가중되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일본을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미국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관세 부과 결정에 깊은 유감을 나타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11일(현지시각) “확고하고 비례적인 대응 조치”를 언급하면서도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는 등 협상을 통한 해결점을 찾으려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스트레일리아에 대해서는 관세 면제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게 각국의 움직임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한국으로선 트럼프 1기 때처럼 협상을 통해 예외를 인정받는 게 최선이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1일 대외경제현안간담회에서 “미국 관세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며 대미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2·3 내란사태가 초래한 권력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정상 간 담판’을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외교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나 유예를 받으려면, 한국이 실질적인 카드를 들고 가서 주고받는 거래를 해야 하는데, 한국이 미국에 내놓을 카드에 대한 국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지금 같은 국내 정치 상황에서는 이런 포괄적인 거래는 불가능하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만큼 트럼프 외교에서 한국의 순번은 당분간 뒤에 있을 수밖에 없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애초 워싱턴을 이달 초에 방문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외교장관 회담을 열려고 했지만 일정을 잡지 못했고, 이번 주말 독일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 기간 동안 루비오 장관과의 첫 대면 회담을 조율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 권한대행과 통화조차 하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정상회담을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트럼프 취임 직후엔 그의 레이더에서 당분간 벗어나 있는 것이 한국에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견해도 있었다. 하지만 수입 철강 제품 등의 관세 부과 시점이 3월12일로 정해지자 우려의 목소리가 다시 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 외교는 어렵지만 일단 3월12일까지 시간이 있으니까 실무선에서는 최대한 미국과 협상을 할 것이고 대응책도 마련할 것”이라며 “뮌헨에서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하게 되면 조태열 외교장관은 북한 핵 문제 외에 나머지 시간은 관세 문제에 대한 협상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관세전쟁의 핵심 타깃인 중국의 전략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도 한국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 중국이 어떻게 맞대응할지는 국제 무역질서의 향배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란사태의 여파로 김대기 주중대사 지명자의 부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충암고 동창인 정재호 주중대사가 지난달 31일 귀국해버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는 추후 한국에 밀어닥칠 격렬하고 거대한 무역전쟁의 서곡일 뿐이라고 경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1월20일 취임 당일 ‘미국 우선 통상 정책’에 서명하면서 무역 전반에 대한 보고서를 4월1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는데, 그 결과에 따라 한국, 유럽, 일본 등에 더욱 가혹한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만수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중국은 아직 탐색전 단계인데, 미국이 중국의 전기차 과잉 생산이나 국유기업을 겨냥한 본격적인 무역전쟁에 나서면 국제 무역질서 전반이 요동치고, ‘미국이 전세계를 중국 취급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런 상황을 전반적으로 염두에 둔 대비책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 박민희 기자 >

 

12·3 내란에 중국 끌어들이는 윤석열


중국언론도 한국언론 가짜뉴스 주목
'윤석열 위해 한국 언론 미쳤다' 표현
윤석열 가짜뉴스 인용 변론 국제망신
탄핵심판 변론내용 여과없이 전세계로


중국 외교부 선거개입 관련 첫 입장 내
"한국내정 무리하게 중국과 연관 말라"

 

중국중앙TV(CCTV)에서 윤석열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모습을 보도했다. 중국중앙TV(CCTV)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주한미군이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했다'는 <스카이데일리(중국명 : 천공일보 天空日報)> 가짜뉴스를 사실인 양 인용한 가운데, 중국 언론과 온라인 포털도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가짜뉴스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주한미군이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고 전하며 가짜뉴스를 '주한미군도 눈뜨고 지켜볼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비판했고, 중국 온라인 포털에는 '한국 언론이 윤석열을 위해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글도 올라왔다.

 

중국에서 화제가 되면서 한국 이미지가 계속 실추되고 있지만, 가짜뉴스를 확산시킨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는 여전히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급기야 주한중국대사는 "한국의 내정문제를 무리하게 중국과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매체 "윤석열, 근거없는 반중감정 조장"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环球时报)>는 지난달 21일 "중국과 관련된 뉴스는 주한미군도 지켜볼 수 없는 완전한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해당 보도는 주한미군이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했고 한국 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성명을 냈다"고 <중앙일보>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달 22일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즈>에서도 "주한미군 '완전히 거짓…선관위에서 중국 간첩을 체포했다는 주장 반박"이라는 제목으로 <스카이데일리> 보도가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입장을 낸 주한미군과 선관위,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는 한국의 국가수사본부의 입장을 <한겨레>를 인용해 보도했다.

 

스카이데일리 가짜뉴스 관련하여 중국 환구시보(环球时报)는 지난달 21일 '주한미군도 지켜볼 수 없는 중국과 관련된 뉴스는 완전한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환구시보 갈무리. 2025.02.12.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즈에서 지난 22일 '주한미군“완전히 거짓”...선관위에서 중국 간첩을 체포했다는 주장 반박'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즈 갈무리

 

<중화망(中华网)>도 "중국과 관련한 윤석열의 발언은 주한미군도 두고 볼 수 없는 완전한 헛소리"라며, 지난달 21일 헌재 탄핵심판에 참석한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윤 대통령이 최근 헌재 법정 변론에서 반복적으로 반중감정을 조장하며 중국이 한국의 선거에 개입했다는 근거없는 주장과 과장을 하고 있다"고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를 인용해 소식을 전했다.

 

또 중국 매체 <관찰자망(观察者网)>은 "무죄 입증 위해 윤석열, 중국 '선거개입' 비방 계속…주한미군 '터무니 없는 소리'"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윤석열이 변론에 인용한 보도는 한국의 <스카이데일리> 뉴스"라며 "윤석열이 가짜뉴스를 처벌을 피하기 방어도구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관찰자망>은 "윤 대통령이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있어 중국은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희생양"이며 "특히 한국 국민이 전과 다르게 '북한 위협'에 점점 더 무감각해짐에 따라 더욱 중국을 이용한 것"이라고 윤성석 전남대 정치학과 교수의 분석을 인용하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 다수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해 윤 대통령을 탄핵에서 구해내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관찰자망은 "윤석열이 변론에 인용한 보도는 한국의 스카이데일리 뉴스"라고 전했다. 관찰자망 갈무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0일 윤 대통령의 변호사가 계엄령 시행을 옹호하며 최근 "중국과 북한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인용했다면서, 윤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했다.

 

SCMP는 "윤 대통령 변호사가 대통령 탄핵을 심의 중인 한국 헌법재판소에 62쪽 분량의 문서를 제출했고, 한국의 야당인 민주당을 '선거 사기를 저지를 수 있는 반민주주의적 집단'이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윤 대통령 변호인이 '민주당은 대한민국을 중국과 북한의 식민지로 만들고 싶어하면서 중국의 재정에 의해 지원받고 있다'고 말한다"며 "'선거 시스템 비밀번호 '12345'가 중국 정부나 중국 해커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도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말라" 입장 표명

 

중국 매체가 '가짜뉴스'에 대해 집중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주한중국대사관이 처음으로 선거 개입설 관련해 입장을 냈다. 

 

대사관은 <연합뉴스>에 보낸 다이빙 주한중국대사 명의 입장문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해 왔다"며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들이 정확하게 인식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24일 외교부 강인선 2차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로 들어서고 있다. 2025.1.24. 연합
다이빙 중한중국대사 2025.02.10. 엑스 갈무리.

 

앞서 중국 외교부는 12·3 비상 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 4일과 5일, 9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계엄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으나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으나 한국의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면서, 최대한 반응을 자제했다.

 

'중국인 간첩'을 언급한 윤 대통령의 12·12 담화 이후에만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이 내정문제를 중국 관련 요소와 연관시키고 소위 '중국 간첩'을 근거 없이 조작하고 선전해 정상적인 경제무역 협력에 먹칠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한 차례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동안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중국 외교 당국이 직접 나선 배경에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멸공 페스티벌' 집회와 같이 한국 내 '혐중' 정서가 점점 고조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짜뉴스가 두 나라 국민에게 부정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내 자국민의 안전을 고려해야 할 만큼 중국 당국이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7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멸공_페스티벌' 집회현장. 연합

 

실제 중국 온라인 포털에서는 주한미군과 한국 정부 등에서 공식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직무정지된 윤 대통령이 헌재 탄핵심판에서 중국인을 간첩으로 몰이하는 '가짜뉴스'를 근거로 변론하고, 일부 한국 국민들은 가짜뉴스에 속아 거리로 나와 중국을 욕하고 집회하는 모습이 여과없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로 인한 폭력성 극우 집회가 중국 내 '반한' 감정만 키우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가짜뉴스에 이렇다 할 대응도 하지 못하고 국제 이미지 실추만 이뤄지고 있다. 수억 명이 사용하는 중국 인기 온라인 포털 넷이즈(网易)에는 '한국 언론이 윤석열을 위해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글도 올라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스카이데일리>와 기자를 수사 중이지만, 가짜뉴스는 여전히 양산되고 있다. 매체의 자정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최근 가짜뉴스를 확산한 <스카이데일리>와 과거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관계자들의 연관을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그러나 관련된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조직적인 가짜뉴스 제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사뿐 아니라 국회 조사 등을 통해 가짜뉴스 근원을 밝히고, 처벌 등을 통해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사태를 막을 필요가 있다.  < 뉴탐사 김시몬 기자 >

전한길, 안정권 등 광주 상징 장소서 집회


광주비상행동 "5·18민주광장 더럽힐 의도"
"압도적 결집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 수호"

5·18 단체 "민주주의 가치 훼손 용납 못해"
"전한길, 거짓 선동으로 금전 이득 추구해"

8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보수 유튜버 안정권 씨가 발언하고 있다. 2025.2.8. 연합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에 항거한 광주의 상징 장소에서 '윤석열 내란사태'에 동조하는 극우 세력이 대규모 집회를 연다고 예고하면서, '민주화의 성지' 광주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5·18 북한군 개입설 가짜뉴스'과 비민주적인 '윤석열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이들 극우 세력이 5·18 상징 장소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로 하면서 광주 시민단체와 5·18단체들은 한 목소리로 '민주주의 가치 훼손'이라고 비판하며 민주 시민들의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12일 광주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오는 15일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윤석열 내란에 동조하는 손현보 목사가 이끄는 기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광주전남북 국가비상기도회를 연다. 금남로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이 전두환 계엄군의 총칼에 맞서 항거한 곳이다. 이날 윤 대통령 지지 발언을 이어온 전한길 강사 등이 참석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광주·전남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1만 명 이상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동대구역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집회에는 5만여 명이 참가한 바 있다. 이들과 같은 날 5·18 민주화운동의 상징 중 하나인 전일빌딩245 건물 앞에는 5·18 북한군 투입설 등을 제기한 극우 유튜버 안정권 씨도 '탄핵 반대' 집회를 열 예정이다.

 

극우단체 집회가 예고되자 광주 시민단체와 5·18 단체는 이를 "내란 세력의 광주침탈" "민주주의 가치 훼손"이라며 강경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광주비상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정신의 근원지인 광주를 공격해 윤석열 탄핵과 파면을 무위로 만들고, 내란 세력을 결집할 밑거름으로 삼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다"고 했다. 이어 "극우 내란 세력의 정치적 의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광주시민들이 나서서 민주주의 심장인 5·18 민주광장과 금남로를 정치적으로 더럽히는 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광주비상행동은 극우 단체 집회와 같은 날인 오는 15일 제14차광주시민총궐기대회를 연다면서, "압도적인 결집을 통해 위기에 빠진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가는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15일 민주광장과 금남로로 모여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5·18기념재단 등 5·18단체들도 이날 공동 성명서를 내고 "최근 12·3 내란사태, 서부지원 폭동사태, 내란 수괴를 옹호하며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는 극우 세력들이 5·18민주정신이 깃든 광주에서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에 우리 5·18단체는 깊은 우려와 분노를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과 뜻을 같이하는 전한길 강사가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선동을 지속적으로 일삼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판단한다"면서 "이들의 행태는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가치를 부정하고,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반민주적 행위로 우리는 이를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아울러 5·18단체들은 "전한길은 근거 없는 부정선거 주장, 헌법재판소 난입과 계엄령 정당화 옹호, 반대하는 국민을 '제2의 을사오적'으로 모욕하는 등 극단적 선동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헌정 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다. 더욱이 그의 목적은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아니라 '돈벌이'"라면서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러한 거짓 선동과 역사 왜곡을 국힘당이 방조하거나 묵인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광주는 5·18민주화운동의 성지이며, 극우 선동과 역사 왜곡이 발붙일 곳이 아니"라면서 거듭 "우리는 거짓된 선동과 집회를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강력한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2025.2.8. 연합

 

광주광역시 역시 극우단체의 정치적 의도에 대해 단호한 입장이다. 앞서 강기정 광주시장은 지난 6일 극우 유튜버 안정권 씨가 광주시에 집회 장소로 5·18민주광장 사용을 문의한 것에 대해 "민주광장에 극우를 위한 공간은 없다"며 "광장 사용을 불허할 것이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혔다. '광주광역시 5·18민주화운동 정신계승 기본조례' 58조 2항에 따르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을 경우, 5·18 민주광장 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 이에 전한길 강사 등 극우세력들이 "광주시민들이 원했던 5·18은 민주화"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광장 사용 불허를 두고 비판하기도 했다.

 

광주시의 '광장 사용 불허' 조치에 이들 극우 집회는 5·18민주광장 100~200m 가량 떨어진 곳에서 열리지만, 서울 서부지방법원 폭동 등을 고려할 때 민주광장을 무단으로 점거하는 등 우발적인 행동도 배제할 수 없다. '5·18 가짜뉴스'를 신봉하는 만큼, 역사 상징물이나 역사 장소에 대한 훼손도 우려된다. 광주 시민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광주 시민 김아무개 씨는 시민언론 <민들레>와 통화에서 "이미 며칠 전부터 금남로에서 볼썽사나운 극우집회가 열리고 있다"면서 "시민들은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씨는 "이들이 집회를 해도 광주 시민에게는 아무 영향도 없을 것"이라며 "다만, 외지에서 온 이들이 무차별 폭력을 휘두르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극우 집회가 열리는 날 광주 시민단체들도 '윤석열 탄핵 찬성 및 헌재 파면 촉구' 집회를 여는 만큼 양쪽 집회 참가자들 간의 물리적 충돌도 우려된다. 경찰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기동대 인력을 배치하고, 금남로 일대 교통을 일부 통제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집회 과정에서 참석자 간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시민들과 맞서고 있는 교회…참담한 현실”

내부서 잇단 자성의 목소리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한때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선봉의 자리에서 역사에 헌신했던 교회는 계엄 정당과 극우 정권의 하수인이 돼 오히려 시민들과 맞서고 있다. 교회의 모습에 고개를 들 수 없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교단 차원의 시국기도회를 열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광훈·손현보 목사 등 극우 성향 목사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과 12·3 내란사태를 옹호하는 주장이 대규모 집회를 넘어, 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로까지 번진 시점이었다. 시국선언을 이끈 진광수 목사(감리교시국대책연석회의 상임대표)는 11일 한겨레에 “기독교가 극우의 앞잡이로 여겨지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교인들도 교회의 잘못된 행태에 분노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려는 분위기가 크다”고 전했다.

 

교회와 교인들 사이에 내란사태 이후 극단적 주장을 쏟아내는 일부 극우 교회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광훈 목사 등의 극우 행보에 여전히 침묵하는 교단이 대다수지만, 상식적인 목소리를 찾아 교회를 옮기거나 교회에 직접 불만을 제기하는 교인들 움직임도 나타난다. ‘교회’를 표방한 극단적 주장이 상식적인 다수 교회까지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의 한 주류 대형 교회에 다니는 류동훈(38)씨는 “전광훈 부류의 주장이 전체 교회의 주장인 것처럼 과잉 대표되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며 “12·3 내란사태를 비판적으로 보는 교인이 더 많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무속 비선 논란과 폭력적인 비상계엄 시도 등이 기독교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실제 내란사태 뒤 감리회·대한성공회·한국기독교장로회는 시국기도회를 여는 등 민주주의의 회복과 평화를 강조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시국회의 등 160여개의 사회참여적 교회·단체들도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기도회’를 격주로 이어가고 있다.

 

다만 대다수 교단은 침묵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한데 목소리를 모으거나, 개별 교회를 통제하기 어려운 개신교 현실이 배경에 있다고 한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는 “수많은 교파·종파로 구성된 개신교의 특성상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 현실이 있다”며 “특히 전 목사는 백석 교단에서 제명되고 난 뒤 자기 교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어 사실상 교단 차원의 통제장치가 아예 없다”고 짚었다. 2019년 전 목사가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의 발언으로 ‘신성모독’ 논란이 일었을 때조차 비판적인 공식 입장을 표명한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의 합동·통합·고신 3곳뿐이었다.

 

한국 교회가 극우 세력에 침묵·동조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시민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기독교 시국행동 상임대표인 이성환 목사는 “교회가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며 “개신교 하면 극우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면 한국 교회가 시민에게 외면당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대형 교회 누리집 게시판에는 “나라의 존폐가 달린 중차대한 시기에 침묵하는 교회가 실망스럽다”, “현 시국에 눈감고 뜬구름 잡는 설교만 하시는 목사님” 등 비판하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탁지일 교수는 “극우 집회가 교회를 표방해 정치적 선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전 목사 등에 대한 직접 통제가 어렵다면 교인들이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각 교단의 입장 표명이 시급하다”고 했다.    < 박고은 기자 >

 

극우 2030의 뿌리를 찾아라…극우 교회가 낳고 유튜브가 키웠다

동조에서 폭동으로, 극우 선봉에 선 2030
퇴행적 의식 어떻게 생겼나...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고 있는 19일 새벽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담장을 넘어 무단침입한 시위대들이 경찰에 의해 체포돼 있다. 공동취재사진
 

반공, 반중, 부정선거, 백골단…. 종북 프레임조차 시효를 다한 듯 여겨졌던 2025년 한국 사회 청년들 사이에 황당하고도 낯선 ‘극우의 단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종북 세력 척결”을 내건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뒤이은 항변은, 지지자를 자극하며 법치주의 보루인 법원 난입과 물리적 위협으로까지 번졌다. 체포된 이들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청년들은 구속 수사를 받는 피의자 처지에 놓였다.

 

6공화국 헌법의 기준과 상식의 선을 성큼 넘은 위험천만한 목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돼 청년을 향했나. 전문가들은 ‘교회’와 ‘유튜브’를 통해 이어져온 극우 세력과 주류 보수 정치권의 상호작용을 짚었다. 서서히 세력을 키우던 이들의 목소리는 다름 아닌 공화국의 대통령을 통해 파괴적 양상으로 폭발했다.

 

 

반공의 요람, 극우 개신교

 

“할렐루야”, “아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윤 대통령 지지 집회 무대 위 발언이 끝날 때마다 터져 나온 외침은, 일부 극우 성향 교회의 여전한 영향력을 드러낸다. 자금력 부족으로 쪼그라든 고엽제전우회, 어버이연합 등 전통적인 우파 관변단체와 달리 이들 교회는 현재도 ‘극우 청년’을 활발히 양성하고 있다. 관저 앞 집회 현장에선 전광훈 목사가 만든 청교도영성훈련원 조끼를 입은 청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창립으로 정치적 결집을 시작한 보수 개신교는 ‘공산주의=반기독교’라는 논리를 정치와 사회현상 전반에 적용했다.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은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이승만 정권부터 군부독재 내내 기득권과 유착 관계를 이어오면서 뿌리 깊은 반공주의를 지니게 됐다. 이들에게 신앙보다 중요한 건 반공”이라며 “여전히 많은 교회가 아이부터 노인까지 보수 헤게모니를 주입하고, 페미니즘과 같은 세상의 변화를 ‘반기독교적’이라고 교육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영향력은 주류 보수 정치 세력과 밀월 관계를 타고 교회 너머로 번져나갔다. 첫 정권교체기인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그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용공·친북’ 낙인을 찍거나, 노무현 정부 시절 사립학교법 개정에 맞서 당시 보수 야당과 움직임을 같이했다. 민주당 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세를 모은 이들은 2008년 조직적으로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려 결집한다. 이때 “이명박 장로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린다”고 설교하며 ‘행동대장’으로 나섰다가 훗날 한기총 회장 자리까지 오르는 인물이 ‘전광훈 목사’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로도 멈추지 않고 ‘태극기 집회’를 이어가며 주류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 ‘황교안 전도사’를 2019년 자유한국당 대표에 이어 대선 주자 반열에 올리는 데 주력했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꾸며 극우 교회 세력과 선 긋기를 시도했지만, 긴밀한 관계는 쉽게 청산되지 못했다.

 

이 시기 극단적인 보수 개신교 세력은 혐중 정서에 바탕을 둔 음모론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중국에 대한 반감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압승에 대한 반발을 ‘중국과 연결된 야권’ 음모론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현재 윤 대통령이 암시하고 지지자들이 기정사실화하는 ‘중국 공산당에 의한 부정선거’ 음모론의 싹이 움튼 것이다.

 

2025년 1월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건물 내부에 진입한 폭도가 안내데스크를 밟고 넘어가고 있다. 유튜브 락티브이 갈무리

 

청년으로의 확산, 유튜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뒤 극단적 개신교 세력을 이어받아 ‘극우의 산실’ 노릇을 한 건 유튜브다. 극우 유튜브는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규모를 키우며 하나의 수익 모델로 자리 잡는 한편, 자극성을 기반으로 젊은 층을 끌어모았다. 지난 1일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들만의 언론’으로 자리 잡은 이들의 영향력을 드러낸다.

 

극우 유튜브는 중국·이민자·성소수자·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를 기반으로 한 메시지를 전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기존 극우 개신교계 목소리와 통하는 지점인데, 한층 ‘대중성’을 키워 손쉽게 저변을 넓힌다는 특성이 있다. 민주당이 최근 내란 선전 혐의로 고발한 신혜식·배승희·고성국 등 유튜버 10명의 누적 구독자 수만 1017만명(22일 기준)에 이른다.

 

애초 보수 정치권 안에서도 유튜버는 거리를 둬야 할 존재로 여겨졌다. 2022년 강승규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극우 유튜브에 출연해 큰 비판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그 선은 차츰 무너졌다. 최근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이 극우 유튜브에 빈번히 출연하는데, 이는 논란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여당과의 교류는 ‘주류 정치의 인정’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는 ‘틀리지 않았다’ ‘소수가 아니다’라는 극우 세력의 믿음을 강화했다.

 

극우의 급부상, 방아쇠 당긴 윤석열

 

주류 보수 정치권과 관계를 이어오며 서서히 저변을 넓히던 교회·유튜브 중심의 극우적 주장은 12·3 내란사태 이후 갑작스럽게 한국 사회 전면에 부상했다. 주류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의 극우화까지 이끄는 모양새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은 “부정선거론이 온라인이나 교회 안에서 산발적으로 논의된 극우적 생각들의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고, 그에 대한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의 대안적 이데올로기는 부재한 상황”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극우가 서서히 진화해가는 형태를 보여왔으나, 한국은 갑자기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통해 터져 나오면서 사회 전체의 파괴적인 양상으로 폭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12·3 내란사태가 안긴 헌정 유린의 충격뿐 아니라, 이어질 ‘사상 전쟁’을 우려하는 이유다. 박종희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우리가 1987년에 민주화를 했지만, 여전히 6공화국의 헌법을 체화하지 못하고 5공화국에 머물고 있는 듯한 시민들이 이 나라에 공존하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은 ‘5공화국 시민들’이 지지하는 내란”이라며 “헌법은 개략적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는 시민들이 결정한다. 5공화국 시민들이 현재로 넘어오지 못하면 우리는 이런 불안정한 사태를 계속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