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점거하면서 아수라장

 

 

 
국가인권위원회 제2차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안건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안창호 인권위원장과 강정혜·김용원·이충상·이한별·한석훈 인권위원의 이름이 “사퇴하라”는 구호와 함께 울려 퍼졌다. 전날 인권위가 수정 의결한 윤 대통령 방어권 안건(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에 찬성한 위원들이다. 이날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문정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 지부장은 “많은 직원들이 어제 전원위원회가 끝나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괴감이 들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전날 인권위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때 형사소송에 준하는 원칙을 준수하고 불구속수사 원칙을 유념하라는 등의 권고 내용이 담긴 안건을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 쪽의 주장을 베껴온 듯한 내용이다. 애초 안건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 논란이 돼 김종민 위원이 사의를 표하고, 강정혜 위원이 안건 발의를 철회할 정도였던 탓에 안건 통과는 의외의 사태로 여겨졌다. 최근 여당과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윤 대통령 옹호 목소리가 커진 데 편승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날도 인권위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점거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인권위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잃고, 정치적 분위기에 흔들린 배경으론 윤석열 정부 내내 편향적인 인권위원 임명을 통해 이어 온 ‘인권위 흔들기’가 꼽힌다. 이번 안건에 찬성한 인권위원들 6명 가운데 3명이 윤 대통령 지명, 2명이 여당 추천, 1명이 대법원장 지명을 받았다. 더욱 문제 되는 건 이들의 ‘인권 감수성’이다. 원민경 위원은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권 감수성이 검증되지 않은 분들이 인권위에 진입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나온 것에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번 안건을 대표 발의한 김용원 위원(대통령 지명)은 한나라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당적을 옮겨가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이 있다. 회의 때마다 막말을 반복해 그의 폭언을 방지하기 위한 안건까지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최근엔 ‘헌법재판소를 부수라’며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으로 고발당했다.

 

이충상 위원(여당 추천)도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사법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어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위원은 취임 뒤 첫 전원위원회부터 성소수자와 후천성면역결핍증(HIV) 감염인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샀다. 인권위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 4건이 신고돼 특별감사를 받기도 했다. 한석훈 위원(여당 추천)은 노란봉투법과 이태원특별법 제정 의견 제시에 반대하는 등 윤 정부와 발을 맞춰 왔는데, 최근엔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안창호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소수자·여성 혐오적 인식과 극단적인 종교관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비판하고 성소수자 인권 부분을 대거 삭제한 인권상황보고서를 상정하는 등 인권위 퇴행에 앞장서왔다.

 

시민 사회는 한국 사회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인권위의 현실을 재확인한 데 참담함을 토로했다. 박한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인권위가 수정 의결한 안건은 철저하게 내란수괴를 옹호하는 것이자 이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정말 참담하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내어 “인권위가 윤 대통령에 대해서만 방어권 권고안을 채택하는 것은 임명권자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몇몇 위원들에 의해 인권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인권위는 윤 대통령 방어권 안건과 함께 재상정된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은 기각했다. 윤 대통령 계엄 선포로 시민이 겪은 인권(헌법상 기본권) 침해 등을 인권위가 조사해야 한다는 안건이었다.  < 한겨레  이지혜  고나린 기자 >

"명태균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부정·불법·비리 공동체라는 비판만 살 것”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을 두고 국민의힘이 “국민의힘 전체를 난도질하고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떳떳하면 협조하라”고 반박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은 소위 ‘김건희 특검법’을 4차례 밀어붙이다 안 되니 포장지를 살짝 바꿔 다시 발의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다섯번째 김건희 특검법이자 국민의힘 궤멸법”이라며 “민주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지렛대로 국민의힘 전체를 난도질하고 결국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내외는 물론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22년 재보궐선거,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수천명 국회의원 후보자 캠프 관계자가 명씨와 문자나 전화를 한번만 주고받으면 모두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각종 인사 및 정책 결정 등에 대해 명씨와 관련된 의혹만 있으면, 그 의혹만으로 수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태균 특검법은 명태균씨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 등이 수사 대상으로 야 6당이 11일 발의했고,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11일 발의한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을 두고도 “아무런 물적 증거와 증인도, 확인된 정황도 없이 경찰 한 사람 주장만으로 대통령 개입설을 주장하더니 이제는 이 사건마저 특검하자고 생떼를 쓰고 있다”며 “이미 작년 7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돼 현재 수사 중으로 수사기관 편향성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던 국민의힘이 명태균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부정·불법·비리 공동체라는 비판만 살 것”이라며 “떳떳하다면 협조하라”고 말했다.   < 한겨레 전광준 기자 >

 

민주당 ‘명태균 특검법’ 발의…국힘 “보수궤멸 특검법” 반발

특검 추천은 대법원장이 

 
 
야 6당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명태균 특검법을 접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조국혁신당 정춘생 원내수석부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공동취재
 

야권이 ‘명태균 특검법’을 11일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명태균씨의 공천개입·국정농단 의혹을 겨냥한 특검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명태균 특검법안(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제출했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가담한 여론·선거 조작 의혹의 진원지인 ‘명태균 게이트’는 12·3 비상계엄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받고 있다”며 “어떤 불법이 있길래 내란까지 일으켰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특검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검법에 담긴 수사 대상은 2022년 대통령선거·지방선거·재보궐선거와 2024년 국회의원 선거를 전후해 있었던 명씨의 불법 여론조사와 공천거래 의혹이다. 2022년 대우조선파업과 창원국가산업단지 선정에서 명씨와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는지, 명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창원지검이 직무유기를 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야당이 특검법안을 만들 때마다 핵심 쟁점이었던 특검 추천 권한은 국회가 아닌 대법원장에게 주는 것으로 정리됐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가운데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앞서 특검 후보 추천권한을 야당에 몰아준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에 대해 정부·여당이 집요하게 위헌 시비를 제기했던 사실을 의식한 것이다.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한 것은 조기 대선을 대비한 전략적 포석의 성격이 짙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 집중될 여권의 공세에 맞대응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당의 유력 주자를 견제하는 데는 ‘명태균 게이트 수사’만큼 확실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오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쳐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명씨를 19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명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옥중서신에서 “특검법 발의를 환영한다”며 “오세훈·홍준표 시장이 고소한 사건까지 명태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특검 내용에 꼭 포함해달라”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보수궤멸 특검법’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늘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명태균과 옷깃이라도 스친 국민의힘 인사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정치 공세를 하기 위한 ‘보수 궤멸 시나리오’의 일환이며 사실상 ‘보수궤멸 특검법’”이라며 “민주당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놓이자 다시 특검으로 국면전화를 꾀하려 하는 것인가”라고 역공했다.

 

민주당은 공천 개입 이외의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은 상설 특검으로 별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고한솔  전광준  김채운 기자 >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명태균씨, 홍준표 대구시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윤성효/연합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함께 국민의힘 선거 후보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민간인 명태균(구속)씨가 야당이 발의한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일명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연일 환영 입장을 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교도소에 구속돼 있는 명씨는 12일 변호인을 통해 '명태균 특검 관련 입장문2'를 냈다.

이날 특검법 환영 입장문에서 명씨는 "보수를 위해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려고 하였다"라고 운을 뗐다.

곧이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을 겨냥한 명씨는 "누구 덕에 서울시장, 대구시장에 앉은 자(者)들이 면회는 못 올망정 내가 구속되니 날 고소를 해? 떳떳하면 명태균 특검 찬성 의사를 밝혀라"라고 했다.

명태균씨는 "이 자(者)들이 세 치 혀로 국민들은 속여도 하늘은 못 속인다"라고 꼬집었다.

연이틀 환영 입장문 내

야6당, 명태균 특검법 발의야6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명태균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 공동취재


명씨는 하루 앞서 변호인을 통해 특검법 관련한 첫 입장문을 통해 "공천개입, 국민의힘, 대선경선, 정치자금법 위반, 불법조작 여론조사, 창원 국가 산단, 검사의 황금폰 증거인멸 교사, 오세훈‧홍준표 시장이 고소한 사건까지, 명태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특검 내용에 꼭 포함시켜달라"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금수만도 못한 자(者)들이다.' 지난 나를 고발한 오세훈, 홍준표를 특검 대상에 넣어 달라. 위 둘은 이미 나를 여러 혐의로 고소했다. 내가 지난 대선과 관련하여 그 자(者)들의 민낯을 드러나게 하겠다. '껍질을 벗겨주겠다'"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의 야6당은 지난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회 법사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명태균 특검법'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재석위원 10인 중 찬성 10인으로 가결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반대하며 퇴장했다. < 오마이 윤성효 기자 >

 

명태균 “‘명태균 특검’ 환영…오세훈·홍준표 껍질 벗겨주겠다”

 

구속 전인 지난해 11월8일 명태균씨가 조사를 마치고 창원지검을 나서고 있다. 최상원 기자
 

‘윤석열·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사건’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명태균 특검법’ 발의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명태균씨의 변호인은 11일 ‘명태균 특검 발의를 환영한다’는 제목으로 명태균씨가 낸 옥중서신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글에서 명씨는 “명태균 특검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다. 언론에 내 뜻을 여러 번 밝혔다. 공천개입, 국민의힘 대선 경선, 정치자금법 위반, 불법조작 여론조사, 창원 국가산단, 검사의 황금폰 증거인멸교사, 오세훈·홍준표 시장이 고소한 사건까지 명태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특검 내용에 꼭 포함시켜달라”라고 밝혔다.

 

명씨는 또 “반쪽짜리 특검하지 말라. 시간도 얼마 안 걸린다. 검사 11명이 4개월이 넘도록 내 인생을 탈탈 털었다”며 “이제는 국민들이 정치권의 더럽고 추악한 뒷모습의 진실을 아셔야 할 때가 왔다”고 덧붙였다.

 

명씨 변호인은 옥중서신과 별도로, 명씨가 “국민의힘이 4·15 총선 이후 연전연승한 것은 누구의 덕택인가?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누구 덕에 시장이 되었느냐? 감옥 가기 전에는 아무 말 못 하다가, 구속되고 나니 이때다 싶어 이야기하는 것이냐? 은혜를 원수로 갚는 금수만도 못한 자들이다” “나를 고발한 오세훈·홍준표를 특검 대상에 넣어달라. 이 둘은 이미 나를 여러 혐의로 고소하였다. 지난 대선과 관련해 이 자들의 민낯을 드러나게 하겠다. 껍질을 벗겨주겠다” 등의 말을 했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3일 구속기소 당일 명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기소 행태는 나를 공천 대가 뒷돈이나 받아먹는 잡범으로 만들어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이다. 특검만이 나의 진실을 밝혀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검을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특검을 요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이른바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의 전모를 밝히고, 죄를 지었으면 처벌받는다는 당연한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명태균 특검법은 불가피하다”며 “2월 안에 특검법을 처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12일 법사위 회의를 열고, 19일 법안소위를 통과시킨 후 2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또 국회 법사위는 오는 19일 명씨를 현안질의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 최상원 기자 > 

 

조기대선 거론 않고 ‘명태균법’ 반대하긴 어렵고…말 꼬이는 국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배숙, 장동혁, 송석준 위원. 연합
 

머릿속은 조기 대선으로 꽉 차 있는데, 조기 대선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심정.

요즘 국민의힘 의원들의 고약한 처지가 이렇다.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다는 객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극우 지지자들이 견인하는 탄핵 반대 주장에 거스르지 않으려 하다 보니 말이 꼬이기 일쑤다.

 

12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야당 주도로 ‘명태균 특검법’을 상정했다. 제1법안심사소위 심사를 거친 뒤 오는 1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특검법안 상정에 반대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퇴장 전 의사진행 발언을 했는데, 조기 대선을 조기 대선이라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금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고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는데 마치 곧 조기 대선이 있을 것처럼 이 법안을 통해서 국민의힘 유력 대선 후보자들을 어떻게든 제거하고…국민의힘 의원들 전체를 수사 대상으로 포함시켜 결국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국민의힘을 어떤 기능도 하지 못하도록 마비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이재명 대표가 대선으로 가기 위한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라도 국민의힘 후보들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법안이 발의됐다고 생각한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명태균 특검법안’을 상정하기 위해 표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로 하고 이재명 대표를 위한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이 특검법의 목적이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제거에 있다는 앞뒤 안 맞는 주장을 편 것이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조기 대선을 조기 대선이라 말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홍길동’ 처지를 놓치지 않았다.

 

“조기 대선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말씀에 동의한다. 그런데 장동혁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를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하는 두 가지 말씀을 했다. 자체의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조기 대선, 대선 주자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명태균 특검법은 20대 대선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불법·허위 여론조사를 한 혐의를 받는 명태균씨와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이 이를 경선 과정에 활용했는지 등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명씨가 자신의 여론조사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일부 연루 사실도 드러난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 등 국민의힘 유력 대선 후보군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아침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민주당이 명태균 특검법을 지렛대로 국민의힘 전체를 난도질하고 결국 궤멸시키겠다는 것”(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 김남일  고한솔 기자 >

 

‘탄핵 찬성’ 오세훈, 부정선거론·헌법재판관 흔들기 ‘극우 본색’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일부 헌법재판관이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걸 굳이 자제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바람직한 처신인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를 비롯해 지금 이뤄지는 재판에서 절차적 공정성, 법치의 공정성이 완벽하게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어떻게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더라도 동의하지 않는 국민이 다수 생겨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것은 나라와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되지 않고, 사법부의 생명인 권위 유지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며 “그런 의미에서 확실한 절차적 공정성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12·3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던 오 시장은 이날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입장을 일찌감치 낸 바 있고, 그 입장은 전혀 변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과 ‘절차적 정당성’ 등의 발언은 헌재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는 윤 대통령 쪽과 극우 세력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오 시장은 이날 “국민 여러분이 선거 문제의 부실관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부정선거 주장에도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부정선거에 이르든 부실관리의 문제든, 이번 기회에 사전투표 문제를 비롯해 투표절차가 가진 그동안 문제점들, 특히 우리 당에서 사전투표에 대해 상당히 문제제기하는 그 부분에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여당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헌법재판소에서 한창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결론이 난 다음에 조기 대선에 대한 논의를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지지층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오늘 개헌 토론회를 대선 행보와 연계돼 해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오 시장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검찰이 명씨 컴퓨터도 압수했고, 모든 대화를 녹음했다는 휴대폰도 확보했고, 명씨 신병도 확보한 상태에서 수사를 안 하거나 늦추는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이어 “명씨 수사가 지연돼, 그 입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바람직스럽지 않은 말이 정치권의 질서를 흔들게 되면 검찰 책임”이라며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 한겨레 서영지  신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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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들 "인권위 의결로 극우 폭동 배제 못해"
"찬성 6인 즉각 사퇴해야"…전면적인 투쟁 선포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열리는 '2025년 제2차 전윈위원회'를 앞두고 로비에 모여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5.2.10 [공동취재] 연합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죄 피의자‧피고인들의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안건을 의결하자 후폭풍이 거세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래 인권위를 장악한 극우 인사들이 반인권적 작태를 벌인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사실상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최악의 의결까지 강행하자 당장 인권위 내부에서부터 안창호 위원장을 포함한 해당 인사들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인권위가 국가인권기구로서의 존재 가치를 송두리째 상실했다며 인권위 정상화를 위한 전면 투쟁을 선포했다.

 

인권위는 10일 제2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김용원 상임위원 등이 지난달 발의한 뒤 일부 수정한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상정해 재적 위원 11명 중 찬성 6명(안창호·강정혜·이충상·이한별·한석훈), 반대 4명(남규선·원민경·김용직·소라미)으로 통과시켰다. 의결된 사항은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심리 시 형사소송에 준하는 엄격한 증거조사 실시 등 적법 절차 원칙을 준수할 것 ▲박성제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탄핵소추의 남용 여부를 적극 검토해 남용이 인정되면 각하할 것 ▲서울중앙지법은 구속 피의자에 대해 형사법의 대원칙인 불구속 재판을 유념할 것 ▲수사기관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유념할 것 등을 권고하는 내용이다.

 

이에 반대표를 던졌던 남규선 상임위원과 원민경‧소라미 비상임위원은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의결의 철회와 안창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어제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는 위헌 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해 인권과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의안을 의결했다. 이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옹호하고 향상시켜야 할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목적과 사명에 본질적으로 반하는 것"이라며 위법 부당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적시했다.

 

첫째, 위헌 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통해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한 윤석열 대통령을 옹호하는 것을 내용으로 삼아 위법 부당하다.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과 법을 위반해 대통령이 권력을 오남용한 범죄 행위이며 민주주의 파괴 시도로 법과 헌법에 따라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반인권적이고 반헌법적인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인권 침해에 대한 직권조사 의안은 부결한 반면, 위헌 위법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은 옹호하는 의안을 의결했다. 이는 입법‧행정‧사법부로부터 독립해 국가기관의 인권 침해 방지 업무를 수행해야 할 국가인권위원회의 본질인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위법 부당하다.

 

둘째, 국가인권위원회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써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존재하므로 위법 부당하다.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을 상대로 무죄 추정 원칙과 불구속 재판 원칙을 준수하라는 의결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과 불구속 재판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 결과 수사와 재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헌법재판소와 법원 재판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발생했다. 또한 수사와 재판 절차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고 그 절차와 결과에 승복할 수 없도록 해 국가적인 혼란을 가중시키고 나아가 제2의 서부지방법원 폭동 사태를 발생시킬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이들 인권위원은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으로 인해 초래된 인권 침해의 문제는 외면하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의 인권 보장에 앞장섬으로써 국가적 혼란을 야기하고 인권위 신뢰를 실추시킨 의결에 반대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고 했다. 아울러 "인권위 설립 목적을 훼손시키는 의결을 주도한 위원장은 자격을 상실했다"고 규정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남규선 상임위원(가운데)과 원민경(왼쪽)‧소라미 비상임위원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 배움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JTBC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이들이 성명 발표를 마치자 주변에 있던 인권위 직원들은 박수를 보내며 "힘내세요!" "지지합니다!"라고 외쳤다. 취재진과의 문답을 위해 마이크를 잡은 남규선 상임위원은 "2021년 8월에 임명돼 3년여 동안 상임위원으로 재직 중인데 그동안 이런 기자회견을 자청하거나 나온 적이 없다"며 "그런데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 어제 그 의결은 매우 부당하고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의결 결과를 바꿀 수는 없지만 결정문에 반대 의견을 넣어서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와 전원위원회를 방청하며 반대 측 위원이 발언할 때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을 일으킨 데 대해 남 상임위원은 "현장에서 야유 등이 나왔을 때 사실 불쾌했다. 아침 일찍부터 인권위에 들어와서 저희가 위원실 바깥에 나가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그렇게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자체가 심의 의결권의 침해로 느껴졌다. 외부에서 위원들을 향해 물리력으로, 힘으로 압박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개탄했다.

 

원민경 위원은 "무엇보다 놀랐던 것은 안창호 위원장이 그런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용원 위원이 페이스북을 통해 헌법재판소에 대한 폭력을 선동하는 위험한 발언을 한 데 대해 안창호 위원장은 어떠한 제지나 의견도 없이 그대로 회의를 진행했다"면서 "김용원과 안창호, 이충상, 강정혜, 이한별, 한석훈 위원에 의해 인권위원회가 어제 사망했지만, 다시 새로운 인권위원회가 탄생할 것으로 믿고 활동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이 인권위원회를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소라미 위원은 "저는 공익변호사로 일할 당시 이주 여성이나 아동 인권과 관련된 활동을 했는데 인권위에서 내주는 권고와 의견 표명, 실태조사 이런 것들로 굉장히 큰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지난해 10월부터 인권위원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나도 우리 사회의 소수자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인권을 더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함께 힘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회의에 참여할 때마다 그 논의의 수준이나 태도 등이 제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분위기여서 굉장히 놀랍고 당혹스러웠다. 어제 그 의결을 거치고 더 이상 이런 결정에 이름을 올리고 싶지 않아 사임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그래도 남아서 계속 인권의 목소리를 내보자고 오늘 사실 결의를 다지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오후 인권위 직원 50여 명도 따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인권위는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국민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는 어떠한 말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제 안창호 위원장은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한석훈·이한별·강정혜 비상임위원과 합을 맞춰 국민의 인권 보호라는 역할을 저버린 채 윤 대통령의 위헌적인 비상계엄 선포를 옹호하고 허울뿐인 대통령 지키기에 급급했다"며 "이들은 인권위를 망치러 온 파괴자들"이라고 성토했다.

 

국가인권위원회 문정호 노조위원장 및 직원들이 1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권고안 가결 규탄 호소문 발표에 앞서 국민을 향해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2025.2.11. 연합

 

시민사회단체들도 대거 나섰다.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이날 인권위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건 의결이 윤석열의 구속취소에 대한 법원 판단이 임박한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도 매우 우려스럽다. 인권위의 이번 결정은 법원의 판단에 부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나아가 만약 구속취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극우세력이 다시 폭동을 일으킬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만일 사법부를 부정하는 폭동이 또다시 발생한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이 안건에 찬성한 6명의 인권위원, 특히 '헌법재판소를 두들겨 부수어야 한다'는 등 폭동을 선동한 김용원 인권위원이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더욱 경악스러운 점은 인권위가 이같이 내란 범죄를 옹호하는 안건은 통과시키면서도 정작 비상계엄으로 인한 시민들의 인권 침해를 인권위가 직권으로 조사하도록 하자는 안건은 같은 날 부결시켰다는 사실"이라며 "인권위는 설립의 목적도 역할도 모두 상실했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안건을 발의한 김용원‧한석훈‧이한별, 철회서를 내고는 수정안에 찬성한 강정혜, 애매한 입장을 취하다 끝내 동참한 이충상, 그리고 마지막 찬성표를 던진 안창호. 이 6인에 의해 반인권, 반헌법적 안건이 의결된 이 날은 인권위가 문을 닫은 날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 정상화를 위한 전면적인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따로 입장문을 내고 "이번 의결을 통해 스스로 인권이 아닌 권력에 굴종함을 보여준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 이충상, 한석훈, 강정혜, 이한별 위원은 즉각 사퇴하라"면서 "비상행동은 오늘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실, 유엔인권이사회,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 등 국제사회에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퇴보와 6인 위원들의 만행을 알리는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다. 특히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에는 국가인권위원회의 '등급 강등'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이, 검찰 진술 공소장과 다른 헌재 증언

자기면피에 윤 주장 동조 ‘뺀질이 증언’

윤 “실질 국무회의 아니었다니…놀러왔냐?”
신원식, 윤측 유도질문에 “단정적 답변 못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7차 변론에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1. 연합
 

7차 변론기일은 여전히 뻔뻔한 내란범을 확인하고 내란 동조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자신의 내란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회피하는 모습이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부인했고,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부정선거'에 대해 입을 다물었다. 반대로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은 부정선거 자체를 부정했으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비상계엄을 반대했다고 증언했다.

 

내란 수괴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7차 변론이 11일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이날 경찰은 헌법재판소에 기동대 46개 부대 2700여 명과 경찰버스 140대를 투입해 차로와 인도 통행을 제한했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온라인에서 헌재 난동을 모의한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통행을 막는 바리케이드 간격은 기존보다 좁아졌고, 대로변에는 시야를 차단하는 가벽이 설치됐다. 윤 대통령은 오전 33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호송차를 타고 출발해 오전 9시 헌재에 도착했다. 다섯 번째 탄핵 심판 출석이다. 

 

7차 변론기일에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에 대한 증인 신문도 진행됐다.

 

이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전 만류 의사를 전달했냐'는 윤 대통령 측 이동찬 변호사의 질문에 "네"라고 대답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했을 당시와 국무회의 상황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상세히 답했다.

 

이 변호사가 "계엄 선포 당일 오후 4시 40분 집무실에서 윤 대통령이 '계엄이 길지 않을 것이다. 탄핵 때문에 도저히 안 되겠다'고 말했냐"고 묻자 이 전 장관은 "그렇다. 표현상 차이인데 길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게 아니라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 전 장관은 직접 윤 대통령에게 계엄을 만류하는 의사를 전달했고, 한덕수 국무총리도 두세 번 집무실에 들어가 윤 대통령과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국무위원 11명이 모인 뒤 윤 대통령이 정장을 갖춘 후 다시 들어왔고, 저희들이 대통령을 만류하는 취지로 얘기했다"며 "그러자 윤 대통령이 '경제·외교의 영향과 정무적 부담을 다 안다. 신중히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무위원의 상황 인식과 위기감, 책임감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답변을 거부한다고 말하고 있다. 2025.2.4. 연합

 

이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찬성·반대를 명확히 밝힌 국무위원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우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45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된다면 국민이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지, 외교·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 추후 야당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에 상당히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씩 돌아가며 찬성·반대를 밝히는 자리가 아니었고, 몇몇 분이 얘기하면 대부분 공감하며 말씀을 추가로 하는 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공소장과 정반대인 증언들

 

당시 회의록이 작성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작성 책임자인 행안부 의정관이 참석하지 못했다"며 "무엇보다 선포 이후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이 비상계엄에 동조하거나 방조하는 것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돼 더 이상 작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이 국무회의를 하면서 비상계엄 선포 안건을 국무회의에 의안으로 제출하지 않았고, 국무회의 구성원 11명이 모이기 전에 국무총리와 국무위원과 비상계엄에 대해 비공식적 의견을 교환했을 뿐이라고 기록돼 있다. 또한 국무위원 11명이 모인 이후에는 국무위원이 대통령실로 소집된 이유와 안건의 내용이 무엇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는 상태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통령의 일방적인 통보만 있었고, 비상계엄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니 국무회의록도 작성되지 않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에게 국무회의 부서(법령이나 대통령의 국무에 관한 문서에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함께 서명 절차)와 관련해 직접 묻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부서는 대통령의 법적 행위에 대해 하는 것이지 국무회의에 대해 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묻자 이 전 장관은 "전혀 아니다"고 답했다.

 

이 전 장관은 '사전에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계엄 관련 지시를 전달받은 적 있냐'는 이 변호사 질문에는 "전혀 없다"고 했다. 그는 계엄 이후 자신이 두 번째로 탄핵 소추된 것에 관해선 "내란에 동조했다는 것이었는데 황당해서 소추 사유를 읽어보지도 않았다"고 뻔뻔한 발언을 했다.

 

이어 이 변호사가 "경찰 출동에 대해 사전에 알지도 못했고 경찰에 대한 지휘권도 없는데 왜 국회가 탄핵소추를 했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이 전 장관은 "국회의 무차별적 탄핵 남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결국은 국정 방해, 발목잡기라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형적으로 윤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한 발언이었다.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를 지시받은 적 있느냐'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검찰이 작성한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이 이 전 장관에게 '24:00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적힌 문건을 보여줬다고 적혀 있는데,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다.

 

이 전 장관은 "이번 비상계엄에서 그런 조치는 아예 배제돼서 지시할 이유가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행안부 장관에게 경찰이나 소방을 지휘할 권한이 없다는 건 다 알려진 상황이었고, 대통령께서 누구보다 그 점을 잘 알고 있어서 저에게 그런 유형의 지시를 내릴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2025.2.11. 연합

 

다만 이 전 장관은 "대통령실(집무실)에서 종이쪽지 몇 개를 멀리서 본 게 있는데, 그 쪽지 중에 소방청 단전, 단수, 이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건은 윤 대통령 집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었고, 머리말에는 '소방청장'이라는 단어가 있었으며 MBC·JTBC·한겨레·여론조사 꽃의 이름도 있었다는 게 이 전 장관의 증언이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만류하러 들어간 자리에서 짧게 1∼2분 머무를 때 잠깐 얼핏 보게 됐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사무실에 돌아와 소방청장에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국민의 안전에 대해 최우선으로, 그리고 꼼꼼히 챙겨달라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며 "언론에서 보도되는 것처럼 제가 소방청장에게 단전·단수를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연했지만,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는 이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3일 11시 37분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24시 신문사 등과 여론조사 꽃에 경찰이 투입될 건데 경찰에서 단전, 단수 협조 요청이 오면 조치해 줘라"고 지시한 바가 기록돼 있다.

 

그는 "만약 대통령께서 저에게 어떤 지시를 했다면 비상계엄이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소방청장에게 전달하지, 대통령의 지시를 무려 2시간 넘게 뭉개고 있다가 소방청장에게 전화하는 기회에 전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윤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과 관련한 지시 사항이 적힌 쪽지를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사실도 전혀 없다"며 "대통령이 (문건을) 주면 줬지, (공소장 표현처럼) 보여줬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 했다.

 

이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은 의견진술 기회를 얻어 국무회의 문서에 부서(국무위원들의 서명) 절차가 생략된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라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대해서 부서(주체)는 국방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이 하는데, 부속실 실장이 일단 만들어놓고 서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한덕수) 총리가 '작성 권한과 책임이 국방부에 있으니 국방부에서 결재가 올라오는 게 맞다'라고 했는데 국방부에서 올리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드시 사전에 (부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보안을 요하는 국법상 행위에 대해서 사전에 (결재를) 요한다면 문서 기안자인 실무자가 내용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사후에 전자결재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부 국무위원이 수사기관 조사에서 '실질적인 국무회의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조서 내용과 관련해서는 "조사받는 과정에서 계엄을 '내란'이라는 프레임으로 누르니까 일부 국무위원들이 그렇게 답한 것 같은데, 국무위원이 대통령실에 간담회 하러 오거나 놀러 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끝난 뒤 의견진술 기회를 얻어 국무회의 문서에 부서(국무위원들의 서명) 절차가 생략된 과정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라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에 대해서 부서(주체)는 국방부 장관과 국무총리, 대통령이 하는데, 부속실 실장이 일단 만들어놓고 서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나 (한덕수) 총리가 '작성 권한과 책임이 국방부에 있으니 국방부에서 결재가 올라오는 게 맞는다'라고 했는데 국방부에서 올리지 않은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했다.

 

윤 대통령은 국무 회의록 작성과 관련해서는 "12월 6일 행안부에서 국무 회의록을 작성할 테니 관련 서류를 보내달라 해서 대통령비서실에서 10일 다 보내줬다"며 "그 문서 작성 책임과 권한은 행안부"라고 말했다.

 

일부 국무위원이 수사기관 조사에서 '실질적인 국무회의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조서 내용과 관련해서는 "조사받는 과정에서 계엄을 '내란'이라는 프레임으로 누르니까 일부 국무위원들이 그렇게 답한 것 같은데, 국무위원이 대통령실에 간담회 하러 오거나 놀러 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백종욱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1. 연합

 

앞서 이날 변론에서 김형두 재판관은 이 전 장관을 증인신문 하며 "한 총리는 비상계엄 국무회의 요건을 충족했느냐는 질문에 자기는 평가 못 하겠다. 그런데 자기 생각엔 간담회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고, 오영주 장관은 '그냥 회의지 국무회의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했고, 최상목 장관은 '그날 모였던 것이 국무회의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국회 측이 준비서면 진술에서 '대통령이 독선과 일방의 정치를 시행했다'고 비판한 데 대해서는 "민주당의 계속된 프레이밍"에 불과하다고 궤변을 뱉어냈다.

 

윤 대통령은 "제가 취임하기 전부터도 야권은 선제 탄핵을 주장하며 계엄 선포 전까지 무려 178회 퇴진과 탄핵을 요구했다"면서 "국회 예산안 기조연설을 하러 가면 아무리 미워도 얘기 듣고 박수 한 번 쳐주는 게 대화와 타협의 기본인데 제가 취임하고 갔더니 (야당이) 로텐더홀에서 대통령 퇴진 시위를 하면서 의사장에 들어오지도 않아서 반쪽짜리 예산안 기조연설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석 좀 넘는 의석수를 가지고 어떻게든 야당을 설득해서 뭐든 해보려고 한 건데 문명국가에서, 현대사에서 볼 수 없는 줄탄핵이 굉장히 악의적이었다"며 "대화와 타협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 정권을 파괴시키려는 것이 목표라는 것을 (야당이) 명확히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군 정치 개입은 안 된다는 신념 있어"

 

신 실장은 '군이 나서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치면 법령상 어디에 해당하나' 묻자 "법령보다는 과거 경험으로 볼 때 군이 현실 정치에 역할을 하는 것 정도의 분위기로 이해했다"며 "계엄까지는 생각을 못했고 어떤 경우이든 적절하지 않다고 제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말~4월 초에 삼청동 안가에서 연 만찬에서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군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되지 않겠나'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검찰 조사 결과를 수긍한 것이다.

 

신 실장은 당시 자리에서 "아무래도 (윤 대통령이) 절 보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제가 평소 알고 있던 역사관, 국내 정치, 우리 국민 정치의식을 고려할 때 그런 게 썩 적절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 실장은 자신이 육군사관학교 3학년 재학 시절 1979년 10·29 사태를 겪어 군 정치 개입은 안 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졌는지 묻는 이어진 질문에 "네. 그렇다"고 답했다.

 

신 실장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도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자신을 비롯한 수석들이 윤 대통령을 말렸다고 전했다. 신 실장은 "급박한 상황이라 지금 상황에서 계엄은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정치적인 선택이 아니라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했다"고도 말했다.

 

국회 측은 신 실장에게 당시 윤 대통령을 만나 '무슨 비상계엄입니까'라고 말했는지 물었다. 신 실장은 "그런 취지로 말했고 몇몇 수석들도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며 "1~2분 전에 비서실장에게 들었기 때문에 계엄을 선포하는 게 적절한 선택이 아니라고 본능적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이후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한 당시 "TV를 보니 의원과 요원, 시민이 섞여 있는 것 같아서 빨리 해제해야 우발 사태가 안 날 것 같았다"며 "대통령에게 빨리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7차 변론이 열린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온라인에서 헌법재판소 난동을 모의한 정황이 포착된 이후,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기동대 46개 부대 2천700여명과 경찰버스 140대를 투입해 차로와 인도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2025.2.11. 연합

 

신 실장은 윤 대통령의 '제2 계엄' '계엄 해제 거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전혀 우려하지 않았다"며 "'해제하자' 말하니 대통령이 바로 승인했다. 대통령이 제2 계엄을 생각한 게 아니라고 제 나름대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윤 대통령이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고 한 망언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윤 대통령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또 '거대 야당의 폭주에 대해 경종을 울리려 했다'는 윤 대통령 주장에 대해 "그 당시엔 상황을 잘 판단하지 못했는데 그 뒤로 진행해 온 계엄이 극히 짧은 것이나 대통령의 여러 말로 볼 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극우 세력에게 '메세지'를 주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윤 대통령 측은 중국과의 '하이브리드전'(비군사적 수단을 동시에 활용하는 복합 전쟁) 가능성을 거론하고 야당이 간첩법(형법상 간첩죄) 개정에 반대해 왔다는 주장을 폈다. 지난달 21일에도 유사한 논리를 폈는데 비상계엄 선포가 불가피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신 실장은 계엄 전후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높은데 국론이 분열돼 있었다며 "(윤 대통령이) 당시 한국 안보 현실이 위중하다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질의에서 국내 체류 외국인 중 중국인이 37%에 달한다며 중국 정부가 하이브리드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신 실장은 이런 취지 질의에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신 실장은 이런 취지의 윤 대통령 측 질문이 나올 때마다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을 했다. 

 

다음 증인으로 백종욱 전 차장은 선거부정이 발생했을 가능성에 관해 국회 대리인이 묻자 "부정 선거에 대해서는 제가 말씀드리지 않겠다"며 "그것은 저희가 본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부정 선거에 대한 흔적을 찾았냐 못 찾았냐는…"이라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 측 질문에도 "점검은 시스템에 국한했기 때문에 당시 이슈가 되는 부정 선거와 연결된 부분은 점검하지 않았다"며 점검한 것만으로는 "부정선거와 같이 전체적으로 보면 안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국정원은 전체 장비 중 약 5%를 점검

 

다만 2023년 7∼9월 선관위에 대한 국정원 보안점검 결과 취약성이 발견됐고 외부 해킹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점검 결과 여러 취약점이 있었고 보안 관리 부실 문제가 드러났다"며 "인터넷과 업무망, 선거망이 각각 독립적 분리 운영돼야 함에도 망이 연결되는 접점이 있어서 외부로부터 내부 시스템으로 침투 가능한 문제점 등을 봤다"고 했다.

 

당시 국정원은 전체 장비 중 약 5%를 점검했다. 백 전 차장은 '5%를 점검해 문제가 나타나면 전체를 점검했을 때 문제가 나타나겠느냐'라는 취지의 윤 대통령 측 질문에 "문제가 플러스(추가)되지 줄어들 수는 없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외부인이 침투한 흔적을 발견하지는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5%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았지만 95% 속에 있을지 없을지는 장담을 못 한다"고 덧붙였다.

 

국회 측은 "보안점검 시에 선관위가 전체 시스템과 장비에 대한 점검에 불응하고 일부만 허용했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물었고, 백 전 차장은 "네"라고 답했다. 이는 '선관위가 국정원 보안 점검에 불응했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과는 배치되는 증언이다.

다만 선관위는 보호 시스템을 일부 해제하고 점검했기 때문에 취약한 것처럼 보였다는 입장인데, 백 전 차장은 "(해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도태우 변호사는 "증인이 퇴직한 다음 국정원에서 대통령께 여러 가지 보고가 갈 수도 있겠다", "증인이 알지 못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7차 변론이 열린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경찰이 근무를 서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온라인에서 헌법재판소 난동을 모의한 정황이 포착된 이후, 경찰은 이날 오전부터 기동대 46개 부대 2천700여명과 경찰버스 140대를 투입해 차로와 인도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2025.2.11. 연합

 

국회 측이 '선거의 수개표 시스템상 부정선거가 발생할 수 없지 않으냐'고 묻자 윤 대통령 측에서 '백 전 차장이 모르는 분야를 묻는다'는 취지로 항의하기도 했다.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은 "이래서 제가 시간에 기반해 (증인 신문을) 규제하려고 하는 것이다. 내용에 기반해서 규제하면 제 지침에 안 따르시지 않냐"며 "저는 관계 있다고 생각한다"며 질문을 계속하도록 했다.

 

"부정 선거 주장 안타깝게 생각해"

 

마지막 증인은 김용빈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었다. 선관위는 지난 2023년 7월 17일부터 9월 22일까지 국가정보원 및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함께 서버를 포함한 전산장비를 대상으로 보안 실태 점검을 받았다. 국정원은 그해 10월 10일 "선관위 투·개표 관리 시스템이 언제든 해킹할 수 있는 상태"라고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김 사무총장은 국회 측이 '보안 컨설팅 당시 선관위는 서버를 포함해 보유 중인 모든 전산망 6400여 대에 대한 접근 권한을 국정원에게 부여했고, 국정원은 선거 시스템 관련 중요 전산장비 위주로 대상을 5% 정도인 310여 대로 선정해 점검했나'고 묻자 "네.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그는 나머지 PC의 점검에 응하지 않은 것인지 묻자 "그렇지 않다. 시간과 인원의 제약이 있으니 국정원 입장에서도 모든 서버를 다 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정원이 먼저 선관위의 보안 점검을 요청했으나 선관위는 이를 "완강히 거부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해서도 선관위 시스템을 살펴보기 위해 선관위에 군 투입을 지시한 바 있다고 직접 발언했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은 선관위도 보안을 중요시한다면서 국정원 점검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김 사무총장은 "(한국처럼) 사전투표를 운용하면 통합선거인명부는 서버의 도움을 받아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면서 "서버가 공격을 받아 선거가 조작 등이 가능해지면 그 자체로 해당 선거는 무효다. 재선거를 할 수밖에 없고 극심한 사회 혼란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저희 입장에서도 선관위의 서버 보안 문제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고 때마침 국정원에서 같은 내용을 점검한다고 해서 이해관계가 맞아 진행했다"며 "보안 컨설팅 결과 이후 정부에서 상당한 규모의 돈을 지원해 선거 서버를 개선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그런 상황에서 22대 국선(국회의원 총선거)이 치러졌다"며 "저희 입장에서 서버와 관련된 부정선거 주장이 계속 이뤄지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 사무총장은 국정원 점검 과정에서 제기된 '내부 선거망 해킹을 통한 투·개표 데이터 조작 가능성'을 두고도 "실제 상황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2.11. 연합

 

그는 해킹으로 통합선거인명부 데이터를 바꿀 수 있다는 당시 보안 점검 결과를 두고도 '명부를 만드는 데 관여하는 지방자치단체와 행정안전부 등 모든 유관 기관이 합심해서 조작에 나서야 가능하지 않나'는 질문에 동의했다.

 

김 사무총장은 국회 측이 '22대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고 생각하나' 묻자 "당연히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계속 부정선거 시비를 하고 논란을 가져오려면 22대 총선에서도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윤 대통령 측 차기환 변호사는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가 자행됐다고 단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시스템을 점검해서 신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라고 했다. 보안 전문가로 알려졌으며 지난 2023년 선관위 서버 보안 점검에 참여한 백종욱 전 국정원 3차장에 대한 신문에서 부정선거 위협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인 도태우 변호사는 백 전 차장에게 "(점검 보고서를 보면) 시스템 내부에 침투한 해커가 통합선거인 명부를 탈취하거나 내용을 변경하는 게 가능했다. 심지어 카페에 앉아서 선거망을 주무를 수 있었다고 보고서에 나오지 않냐"고 물었고, 백 전 차장은 동의했다.

 

백 전 차장은 당시 점검 직후 "'선거 시스템에 공격이 이뤄지면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취약점을 시급히 보완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고 술회했다. 보안을 위해 분리해야 하는 인터넷과 내부 업무망, 선거망에 접점이 있어 외부에서 내부망으로 침투할 수 있는 보안상의 취약점을 발견했다는 게 백 전 차장 설명이다.

 

윤 대통령 측은 선관위가 주말이나 야간에도 점검을 원했으나 선관위가 협조하지 않지 않았냐는 취지로 물었고, 백 전 차장은 "점검 초기 많이 비협조적이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많이 못 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백 전 차장은 "그 당시 이슈가 되고 있는 부정선거와 연결되는 부분은 점검하지 않았다"며 "시스템에 대한 점검만 했기 때문에 이것(점검 결과)을 가지고 부정선거와 같이 전체적으로 보면 안 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앞서 이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의 신문에서는 자리를 지켰으나 오후 4시 27분 백 전 차장 신문 시작부터 자리를 비웠고 변론이 끝나기 전인 오후 6시 20분 헌재를 떠났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