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원 의원 등 접촉 지지호소 돌입…바이든 캠프 명칭 변경

"해리스, 바이든 공식 사퇴 발표 전 바이든과 수차례 통화"

 

                                        해리스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21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것과 관련, 당 대선 후보가 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저는 민주당을 단결시키고 미국을 통합시키는 한편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극단적인 프로젝트 2025 어젠다를 물리치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당 대선 후보로 지지한 것에 대해 "저는 대통령의 지지를 받게 돼 영광"이라면서 "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이 제 의도"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서는 "미국 국민을 대표해 미국 대통령으로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수십년간 국가를 위해 봉사한 바이든 대통령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후 미국 하원 흑인 의원 모임 및 히스패닉 의원 모임, 하원 내 우군 및 상원 의원 등과 접촉하고 지지를 호소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대선캠프도 캠프 명칭을 '해리스를 대통령으로'로 이름을 변경했으며 민주당 전국위도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마를 반영해 관련 서류를 변경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재선 도전을 공식 포기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당 대선 후보로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공식적인 사퇴 발표 전에 바이든 대통령과 수차례 통화를 했다고 소식통들은 언론에 전했다.    <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3개월여 앞두고 대선구도 급변·대혼돈…트럼프 대 해리스 맞대결 재편될듯

토론후 24일만에 사퇴압박에 백기…후보지명 앞두고 재선포기는 전례 없어

 

 바이든 해리스 공식지지, 민주 후보선출 절차 원점…"신속·투명하게 선출"

'전현직 리턴매치'서 인종 ·남녀 ·세대대결되나… 트럼프, 해리스 공격 포문

 

                                        미 민주당 대선후보직 전격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81)이 11월 대선을 107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절차만을 남겨둔 현직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공식 포기하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면서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게 됐다.

지난달 말 첫 TV토론 이후 고령 문제로 사퇴 압박을 받던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결단으로 민주당이 새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간 이른바 '전현직 리턴 매치'가 불발되고 대선 대결 구도가 급변하게 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당 후보로 지지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내 이른바 대타 후보들이 50대인 상황에서 79세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에 초점을 맞췄던 선거운동 전략을 다시 짜게 됐다.

민주당도 수주 내에 잡음 없이 새 대통령 및 부통령 후보를 선출해 내는 동시에 당내 통합을 달성하면서 그동안 내홍으로 이탈한 지지층을 다시 결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

 

코로나19 확진으로 델라웨어주 사저에서 격리 중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성명을 올리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 사퇴 방침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그는 성명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내 결정에 대해 금주 후반에 더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이 과반 대의원을 확보해 당의 공식적인 후보 선출 절차만을 남겨 놓은 가운데 대선을 3개월여 앞두고 재선 도전을 포기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다.

앞서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은 지난 1968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출마를 선언했다가 당내 경선 초기인 같은 해 3월 출마를 포기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 공식 절차만 앞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후보직 사퇴는 지난달 27일 첫 대선 후보 TV토론이 발단이 됐다.

역대 최고령 대통령인 그는 당시 토론에서 말을 더듬고 발언 중간에 맥락과 상관이 없는 말을 하면서 고령에 따른 건강 및 인지력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격차가 더 벌어지자 민주당 내에서는 이날까지 30여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잇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인 지난달 13일 피격으로 부상을 당하면서 공화당 내 '영웅'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려 다시 발이 묶이는 등 악재가 계속되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당내 지지가 급속도로 이탈했다.

이 과정에서 당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도 등을 돌리면서 '완주 의지'를 고수하던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TV토론 24일만에 백기를 들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 포기로 단임 대통령으로 50여년 정치 인생을 마무리하게 됐다.

미국에서 연임에 실패한 대통령은 이번에 재선 도전에 나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해 조지 H.W 부시·지미 카터·제럴드 포드·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 등이 있다.

                                 해리스 부통령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로 민주당은 새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제이미 해리슨 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11월에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투명하고 질서 있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후보 선출 절차 등을 공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기에 앞서 다음 달 초 온라인으로 미리 후보 선출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일부 주(州)의 후보 등록 시한을 고려한 것이며 상황이 급박한 만큼 변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 일각에서는 '미니 후보 경선'을 통해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아이디어도 나왔으나 시간적 제약과 함께 당 분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돼 채택 여부는 확실치 않다.

당내에서는 대선 후보로 바이든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59)을 비롯해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56),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52),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9),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51)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해리스 부통령이 흑인·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기존 대선 선거자금 및 조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의 이유로 1순위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별도의 글을 통해 "오늘 나는 카멀라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다"라면서 "민주당 당원 여러분, 이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 트럼프를 이겨야 할 때다. 해봅시다"라고 강조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도 성명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에 감사를 표하면서 "대선 후보가 돼서 트럼프를 이기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에 대해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CNN에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자신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세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실없이 웃기만 한다는 취지로 '래핑(laffin')'이라는 별명을 붙이면서 비판한 바 있다.

트럼프 대선캠프도 성명을 내고 "해리스는 그동안 부패한 바이든의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면서 "해리스는 미국 국민에게 바이든 보다 훨씬 나쁜 선택이 될 것"이라면서 공격했다.     < 워싱턴= 강병철 연합뉴스 특파원 >

[4·10 총선 이후 100일 간 여론조사 분석]

갤럽과 여론조사꽃, 지지율 20%대 늪에 빠져
총선 민심 외면한 인사 … ‘묻지마 거부권’ 행사

지지율 제고 수단 소진한 6월 첫 주 레임덕 돌입
한동훈 국힘 당대표 경선 출마, 윤 '불행의 서곡'

난장판 경선 양상으로 콘크리트 지지층도 흔들

윤석열 대통령이 레임덕이라는 사실은 여론조사 숫자가 말해주고 있다. 총선 이후 100일 동안 윤 대통령 긍정평가(지지율)는 레임덕 수준인 20%대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임기를 채우지 못할 것 같다는 전망은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얘기가 아니라 여권 인사들의 입을 통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대표경선 출마는 윤 대통령에게는 ‘불행의 서곡’이 되고 있다.

 

5월 5주차 여론조사꽃
5월 5주차 여론조사 갤럽

"조기 레임덕 늪에" "남은 임기 못채울 듯"

이 글은 4·10 총선 이후 100일 동안 한국갤럽(이하 갤럽)과 여론조사꽃(이하 꽃) 여론조사 결과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과 정부 여당이 총선 민심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 기획했다. 갤럽조사 11회, 꽃조사 13회를 주 단위로 분석하다 보니 200자 원고지 113매 분량의 긴 글이 되고 말았다. 독자들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먼저 전체 요약본을 정리하고, 주간 여론 조사결과와 주요 정치일정 등을 소개했다. 먼저 100일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간추린 내용부터 살펴보자.

총선 직후 급락한 지지율, 전혀 안 통한 만회책

4·10 총선 직후인 14일(꽃)과 19일(갤럽)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20% 초반대로 급락하자 윤 대통령은 부랴부랴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집권 2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영수회담 제의에 이어 차기 총리로 박영선 전 장관 등 민주당 인사가 거론될 때만해도 뭔가 변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집토끼의 반발 등으로 없던 일이 돼버렸다. 정진석 전 국회부의장을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하고 채 상병 특검법 등에 대해 ‘묻지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정 방향은 총선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

윤 대통령은 5월 31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21%로 추락하자 3일 뒤인 6월 3일 산유국의 꿈을 제시하며 국정 브리핑에 나섰다. 취임 이후 첫 국정 브리핑이었다. 1인이 운영하는 컨설팅회사를 세계 최고의 회사라고 하는 등 전략도 비전도 없는 국정 브리핑이 제대로일 수가 없었다. 대왕고래프로젝트라고 이름은 근사하게 지었지만 윤석열 정부의 주먹구구식 국정 운영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4.29. 연합뉴스

한동훈 국힘 전당대회 출마. 윤 레임덕 가속화

여론조사 수치에 더해 국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대표 경선 출마는 윤 대통령의 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월만 해도 충남 서천의 화재 현장에서 윤 대통령에게 ‘폴더 인사’를 하는 굴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불과 5개월 만에 대통령실의 비토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 경선에 나섰다. 국힘의 속성상 윤 대통령이 레임덕 상태가 아니라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국힘 전당대회에서 총선 패배 책임을 놓고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 전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문자가 공개돼 후보 간, 후보 지지자들 간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또 한 후보는 나경원 후보가 패스트 트랙 공소를 취하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사실을 공개해 막장 드라마까지 연출했다. 거듭 밝히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조기 등판은 윤 대통령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70대 노령층 결집 덕에 간신히 유지하는 지지율 20%대

윤 대통령은 노령층의 결집으로 겨우 긍정평가 2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 부·울·경과 연령별로는 60·70대 이상의 지지를 받아 왔다. 총선 이후에는 부·울·경은 물론,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대통령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고 있다.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는 지지그룹은 60대도 아니고, 70대 이상 노령층이다.

 

6월 4주차 대통령 탄핵 찬·반 조사. 여론조사꽃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주변인사들에 대한 먼지털이식 수사로 노령층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방식을 동원했다. 60대와 70대 이상 지지자 상당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투표하고 지지를 하는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구속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한다. 믿기 어렵겠지만 주변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노령층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집권여당은 지지율을 견인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하는데 그 중 최후 보루 중 하나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나 문재인 전 대통령과 연관된 수사를 한다는 시그널을 강성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것이다.

총선 이후 이재명 대표를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와 엮어 대북송금 건으로 추가 기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결과 대통령 지지율이 개선되는 일시적인 효과를 봤다. 6월 2주차에 이재명 전 대표를 기소했다. 6월 3주차 조사에서 갤럽과 꽃 모두 대구 경북지역에서 대통령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를 앞서는 결과를 얻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당권 주자인 한동훈 후보가 4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70주년 기념식에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의 기념사를 듣고 있다. 2024.7.4. 연합

갈등과 대립의 정치 계속하면 박근혜 전철 불가피

그런데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경선 출마로 콘크리트 지지층에 파열음이 나고 있다. 전당대회가 열리는 현장에서 한동훈 후보를 “배신자”라고 비난하는 대통령 지지자가 나오고 있다. 강성 지지층인 노령층이 분열되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10%대로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맞게 되면 윤 대통령은 ‘식물정부’가 될 수 밖에 없다.

유시민 작가는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책에서 윤 대통령의 자진사퇴와 민주당과의 협치를 통한 대연정 방안을 제시했다. 유 작가는 윤 대통령이 선택을 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선택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 협치를 통해 4년 중임제 개헌과, 연금개혁, 의료개혁, 검찰개혁 등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개혁과제를 야당의 도움으로 이뤄낼 경우 윤석열 정부는 역사에 정권의 존재 이유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검찰을 동원한 정적 죽이기와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계속할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을 하나씩 밟아 나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나라에서 임기 말에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져 국정 운영의 동력을 상실하는 것을 레임덕이라고 한다. 대통령제 아래서 임기 말 레임덕을 피하는 건 쉽지 않다. 6공화국 들어 문재인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모든 대통령이 임기 말 레임덕을 겪었다. 윤 대통령은 임기 말이 아니라 임기 중반이어서 ‘조기레임덕’ 상태다. 조기레임덕은 대통령 개인의 불행을 떠나 국가적으로 큰 피해를 준다.

 

올해 3월 첫 주부터 7월 세 번째 주까지 최근 20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조사. 갤럽

지지율 25% 이하, 30% 미만은 비슷한 레임덕 의미

학계에서는 대통령 지지율(긍정평가)이 25% 이하면 레임덕에 들어갔다고 말한다. 성인 4명 중 3명이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믿지 않고 정부를 신뢰하지 않는 수준이다. 국정 운영의 엔진이 멈췄거나 공회전 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지지율 30% 미만을 레임덕이라고도 하는데 25% 이하와 30% 미만은 표현이 다를 뿐 내용적으로는 비슷한 의미를 갖고 있다. 표본이 1000개(표본오차 ±3.1, 신뢰수준 95%)인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5%라는 수치는 지지율이 21.9%~28.1% 사이의 평균값이다. 여론조사 수치는 편의상 평균값으로 표현하지만 내용은 구간으로 읽어야 한다. 실제 윤 대통령 지지율이 25%라고 하면 22%일 수도, 28%일 수도 있다. 지지율이 21.9%~28.1% 사이에 있을 확률이 95%라는 의미다. 지지율이 30% 미만인 29%라고 가정해도 지지율 하한선은 25.9%가 되고 상한선은 32.1%다. 따라서 평균값으로 표현하면 지지율 25% 이하, 구간으로 읽으면 30% 미만을 레임덕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은 데이터 상으로는 총선 직후부터 시작됐다. 실제 ‘조기레임덕’에 빠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정부 여당이 대통령 지지율 제고 수단을 모두 동원한 6월 첫주부터가 아닐까 한다. 최근 국힘 전당대회가 과열현상을 보이면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조금 오르긴 했지만 보수성향 과표집에 따른 컨벤션효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만간 대통령 긍정평가가 20% 대 초·중반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갤럽, 대통령 긍정평가 21%~29%    꽃, 대통령 긍정평가 23.8%~28%

총선 이후 24차례 실시한 갤럽과 꽃 정례 여론조사(CATI)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수치상으로 레임덕 상태다. (표 참조)

표) 한국갤럽과 여론조사꽃 대통령 지지율(단위%)

표에서 알 수 있듯이 보수성향 여론조사 회사인 갤럽조사에서 윤 대통령 긍정평가는 최저 21%에서 최고 29% 사이에서, 부정평가는 60%~70% 사이에서 움직였다. 진보성향 회사인 꽃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23.8%에서 28% 사이이고 부정평가는 최저 70.3%, 최고 74.3%였다.

두 회사의 여론조사 수치는 윤 대통령이 총선 직후 레임덕 상태에 빠진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말기 증상’이 나타나는 등 레임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총선 민심을 받아들여 야당과 협치의 길로 나섰다면 이 정도는 아닐 수 있지만 총선 민심을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체코 원전 과대선전, ‘레임덕 늪’서 구할 수 있나

정치권에서 총선 이전에는 “3년은 너무 길다”는 구호를 외쳤으나 총선 이후에는 “윤석열 탄핵”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총선 100일을 맞아 지난 20일까지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서명에 143만여 명 참여했다. 국회법사위에서는 채 상병 특검법 청문회에 이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가 열리고 있다. 국힘 전당대회는 집권여당 전당대회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 만회가 급한 정부는 7월 18일 체코정부가 발주한 24조 원 가치의 원전을 우리나라 기업이 최종 수주한 것처럼 홍보를 하고 있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축하할 일이지만 최종 협상과 계약이 성사되기까지는 많은 난관이 남아있다. 계약금액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계약이 마무리될 때까지 자중하고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윤 대통령을 레임덕의 늪에서 건지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다음은 총선 후 100일 동안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와 주요 정치일정을 기록한 세부내용이다.

#4월 2주(10~13일)

꽃, 윤 대통령 긍정평가 25.7%   전 주에 비해 오차범위 밖 8.3%↓

총선 직후인 4월 2주차 꽃 조사(15일 공표)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지지율)는 25.7%(부정 72.8%)로 총선 전 34%(부정 64.6%)에 비해 8.3% 포인트 급락했다. 레임덕 수준의 여론조사 수치이지만 이때만 해도 총선 참패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으로 1~2주 지나면 30% 초반대로 복귀할 것으로 여겨졌다. 특히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적극적으로 응답하고,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아 큰 폭의 지지율 하락을 가져 왔을 것으로 분석했다. 진보성향이 강한 꽃 조사지만 윤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에서 긍정평가가 49.9%로 부정평가(47.4%)와 비슷한 것도 보수성향 응답률이 낮은 것이 원인일 것으로 이해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위원장 등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시청하고 있다. 2024.4.10 [공동취재] 연합뉴스

연령대에선 18세 이상 59세까지는 부정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60대에서 대통령 긍정평가가 47.9%로 부정평가(51%)보다 낮아 눈길을 끌었다. 70대 이상에서는 긍정평가(68.5%)가 부정평가(30.8%)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집계됐다. 갤럽은 4월 2주차 조사를 하지 않아 두 기관의 조사결과를 비교할 수 없었다.

투표일인 10일 출구 조사에서 이미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의 압승이 예고됐다. 결과는 범야권이 192석을 차지했다. 국힘은 108석으로 집권여당으로서는 역사상 가장 큰 패배를 기록했다. 총선 다음날인 11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실 참모들이 사의를 표명했다. 한동훈 국힘 비대위원장도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정부와 여당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여·야 협치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4월 3주(14~18)

갤럽, 19일자 대통령 지지율 23%   윤석열, 이재명에 영수회담 제의

갤럽 3주차 조사(19일 공표)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긍정평가)은 23%로 추락했다. 직전 조사(3월 4주)에서 긍정평가가 34%였던 것에 비해 11% 포인트 급락했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놀랍다. 직전 조사에서 대구·경북지역에서 윤 대통령 긍정 평가는 49%로 부정평가(39%)에 비해 10%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3주차 조사에서 긍정평가는 34%, 부정평가는 54%로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줬다. 텃밭인 대구·경북을 비롯해 전 지역에서 부정평가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70대 이상을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섰고, 18세~49세 연령대에서 지지율은 10%대, 50대 20%대, 60대 30%대, 70대 이상 40%대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을 떠받치고 있던 70대 이상 노령층에서 유일하게 긍정 평가가 47%로 부정 평가 37% 보다 높았다. 이번 조사에서 보수성향 응답자가 27%, 진보성향 응답자가 31%, 중도성향 응답자가 28%, 무응답 13% 등으로 진보성향 응답자가 이례적으로 많았다. 이런 점을 감안해 대통령 지지율이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꽃은 직원들의 휴식을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당은 15일 이태원 특별법 재추진과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예고했다. 이 기간 대통령실은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인선을 놓고 혼선을 빚었다. 민주당 박영선 전 의원이 국무총리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민주연구원원장을 지낸 양정철 씨의 비서실장설 등 혼란스런 모습을 보였다.

#4월 4주차(19~27)

갤럽과 꽃, 대통령 지지율 24% 동률,  대통령 비서실장에 정진석, 총선 민심 역행

갤럽(26일 공표)과 꽃(28일 공표)이 총선 후 처음으로 동시에 정례조사를 실시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두 회사 모두 24%로 같았다. 갤럽은 긍정평가 24%(부정평가 67%)였으며, 꽃은 긍정평가 23.8%(반올림하면 24%), 부정평가는 74.2%였다. 부정평가는 7.2% 포인트 차이가 났지만 긍정평가, 다시 말해 대통령 지지율은 차이가 없었다. 갤럽과 꽃 모두 변동폭은 오차범위 내였다.

4월 3주차 갤럽 조사(대통령 긍정평가 23%)가 공개된 19일 윤 대통령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여야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2년 동안 외면하던 영수회담을 제안한 것만 봐도 얼마나 급했는지 알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그러나 3일 뒤인 22일 국회부의장을 지내고, 총선에서 낙선한 정진석 전 의원을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했다. 총선 민심과는 거리가 먼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비서실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영수회담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초청했다”고 밝혀 회담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 연금개혁 공론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23일에는 루마니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22대 총선에서 낙선한 국힘 원외인사들과 비공개 오찬을 했고, 범야권은 방송3법 재추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조국혁신당은 황운하 당선자를 원내대표로 선출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당대표 후보자를 비롯한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폭로·자백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7.18. 연합뉴스

#5월 1주차(28~5월4일)

여론조사꽃 긍정 24.2%, 부정 74.3%,  여야 영수회담, 만남 이외 소득 전무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 야권 단독 처리,   검찰총장, 김건희 명품백 의혹 수사 지시

5월 첫주에는 꽃에서만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갤럽은 주중 조사기간(화~목)에 휴일이 있으면 여론 조사를 하지 않는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24.2%로 레임덕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부정평가는 74.3%로 높아져 국정 운영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형식에 그친 영수회담은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올려주지 못했다.

29일 개최된 영수회담은 사전에 조율된 의제도 없는 등 성과 없이 끝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만난 여야 수뇌부는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헤어졌다. 5월 2일에는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이 21대 마지막 국회를 통과했다. 3일에는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취임해 국힘은 총선 이후 거의 한 달 만에 지도부 공백사태를 면했다. 민주당은 원내대표에 박찬대 당선자를 추대했다. 이날 이원석 검찰총장은 김건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해 눈길을 끌었다.

#5월 2주차(5일~11일)

총선 후 한 달, 갤럽 24%, 여론조사꽃 25%   윤, 2주년 기자회견 ‘공감 못해’ 60% 이상

5월 2주차 갤럽(10일 공표)과 꽃(12일 공표) 여론조사는 총선 이후 한 달을 맞은 여론조사여서 관심을 끌었다. 윤석열 정부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공감하기 힘든 강성 지지자들의 의견을 따를 것인지 등 국정 운영 방향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었다. 윤 대통령은 여야 협치는커녕 노골적으로 총선 민심에 반하는 국정 운영 방향을 택했다.

 

동해 심해 석유·가스 매장 분석을 담당한 미국 액트지오(Act-Geo)의 비토르 아브레우 고문이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6.7. 연합

갤럽 조사에서 대통령 긍정평가는 24%로 2주 전 조사와 변함이 없었지만 부정평가는 67%로 2주 전 조사에 비해 2%포인트 상승했다.

꽃 조사에서는 긍정평가가 25%, 부정평가가 73.3%로 전 주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두 회사 모두 수치상으로 윤 대통령이 레임덕에 빠진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국정 방향이 변하지 않는 한 대통령 지지율이 회복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총선 후 한 달 시점인데도 20%대를 유지, 실제 레임덕에 빠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용산 대통령실은 7일 민정수석실을 부활했다. 이날 국회 연금 특위에서 개혁안 합의가 무산됐다. 법무부는 8일 윤석열 대통령 장모의 가석방 적격을 판단했고, 9일에는 윤 대통령이 소통을 한다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알맹이 없는 회견이란 혹평을 받았다. 국민 60% 이상이 기자회견 내용에 공감을 못한다는 여론조사도 있었다. 국힘은 추경호 당선자를 원내대표로 선출했고, 민주당은 일본정부의 라인 강탈 시도에 비판 수위를 올렸다. 대통령실 후속인사와 총리를 비롯한 개각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5월 3주차(12~18일)

꽃, 대통령 지지율 27%로 반등 조짐?  서울중앙지검장 전격 교체, 김건희 방탄

꽃(20일 공표)에서만 여론조사를 했다. 대통령 긍정평가는 27%, 부정평가는 71.3%로 집계됐다. 꽃 조사는 전 주에 비해 긍정평가가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2%포인트 올랐다. 강성 보수지지층에서 좋아할만한 검찰 인사와 캄보디아와의 정상회담 등이 대통령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오차범위 안이어서 유의미한 변화라고는 할 수 없다.

 

27일 MBC 장인수 기자가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는 지난해 9월 13일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에 위치한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300만 원 상당의 디올(Dior) 명품 파우치를 선물 받았다. 김 씨가 받은 쇼핑백에 디올 글자가 보인다. 2023.11.28. 서울의 소리 유튜브 채널 갈무리

정부 정책이나 정부 대응과 여론조사 대통령 지지율 상관관계를 살피다 보면 대통령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몇 가지 사례를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이미 앞에서 밝혔듯이 이재명 대표나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검사를 동원해 괴롭히면 대통령 지지율이 상승한다. 또 하나는 세금 감면 등 우파 포퓰리즘정책을 펴면 대통령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대통령이 과감한 인사를 하거나, 뭔가 마초적인 행위를 했을 때와 대왕고래프로젝트나 체코 원전 수주 등 국책 사업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사를 지시하자 윤 대통령은 서울지검장 등을 교체하는 등 전격적인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현 정부를 지탱하는 70대 이상 노령층의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대통령 긍정 평가가 오르는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전격 교체됐다. 윤 대통령은 송 지검장 후임으로 이창수 전주지검장을 임명했다. 이번 인사는 5월 첫주 이원석 검찰총장이 김건희 명품백 수수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지시한 뒤 2주일, 민정수석실이 부활된 지 1주일이 지난 시점이어서 ‘김건희 구하기 검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난처한 입장에 빠졌고, 언론은 김건희 방탄 검찰인사라는 논평을 쏟아냈다. 16일에는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이 있었고, 김건희 여사가 5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우원식 당선자를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후보로 선출했다. 법원은 의대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소심을 기각했다. 조국혁신당이 대통령 4년 중임제개헌을 제안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2주년을 맞아 회고록을 출간했다. 18일에는 여야 지도부가 광주에서 8·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다. 2024.5.24 [대통령실]

#5월 4주차(19~25일)

대통령 지지율 갤럽 24%, 꽃 26.2%,  정부, 협치 가능한 국민연금개혁안 거부

5월 3주차 꽃 조사에서 대통령 긍정평가가 수치상으로는 가장 높은 27%여서 5월 4주차 결과가 기다려졌다. 갤럽(24일 공표)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2주전과 같은 24%였고, 부정 평가 역시 67%로 동일했다. 오히려 진보성향 여론조사 회사인 꽃 조사에서 긍정평가가 26.2%(부정평가는 72,7%)로 오차범위 내이지만 갤럽에 비해 높게 나왔다. 꽃 조사에서 대통령 긍정평가는 전주에 비해 0.8% 포인트 하락하는 등 변화가 없었다.

개혁신당은 19일 허은아 전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정부 여당은 20일 KC 미인증 해외 직구 규제문제를 놓고 혼선을 보였다. 21일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해 총선 민심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23일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이 거행됐고, 24일에는 윤 대통령이 대국민 소통의 일환으로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김치찌개 만찬 행사를 가졌다. 25일에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금개혁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했다. 연금개혁안은 가장 현실성 있는 협치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여당 내에서도 긍정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여당은 이재명 대표의 요구에 호응하지 않았다. 더 이상 협치는 기대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월 5주차(26~6월1일)

나경원, 4년 중임 개헌 가능성 언급,  대통령 지지율 21%로 취임 후 최저

총선 후 8주째를 맞은 5월 5주차는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 뼈아픈 한 주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갤럽 조사(31일 공표)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1%로 대통령 임기 중 가장 낮았다. 부정평가는 70%나 됐다. 꽃 조사(6월 2일 공표)에서도 대통령 지지율은 24.6%이고, 부정평가는 73.4%를 기록했다.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전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채해병 특검법) 관련 입법 청문회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가운데),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오른쪽)이 증인 선서를 거부했다. 2024.6.21. 국회방송 갈무리

갤럽조사의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이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힘 텃밭인 대구·경북에서조차 긍정평가는 35%에 불과하고 부정평가가 54%나 됐다. 연령별로 보면 60대에서 긍정평가가 30%인 반면 부정평가는 61%로 나타났다. 70대 이상에서만 유일하게 긍정평가(49%)가 부정평가(33%) 보다 높았다. 윤 대통령이 70대 이상 노령층의 지지로 겨우 버티고 있는 모양새다.

국힘을 지지하는 국민 가운데 35%가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했고,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응답한 응답자의 55%가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이 조기레임덕에 빠진 것 아닐까 하는 구체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26일부터 27일 양일간 한·중·일 정상회의가 열렸지만 내세울 성과는 없었다. 27일 국힘 나경원 당선인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화에서 4년 중임제 개헌과 대통령 임기 단축 가능성을 언급, 개헌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는 듯 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28일 대통령실이 “황당하다”는 반응를 보이고, 추경호 원내대표가 임기 단축에 선을 긋고 나서자 정략적 의도의 개헌에는 반대한다며 뒤로 물러섰다. 나경원 당선자의 발언은 3주차에 조국혁신당에서 제안한 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한 여권의 호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결과는 아니었다. 헌법 개정 논의는 조금 더 고통스런 숙성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8일에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이 국힘의 반대로 국회에서 최종 부결됐다. 29일 윤 대통령은 민주유공자법 등 4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민의에 역행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끝으로 21대 국회가 마감됐다.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자리에 앉아 선고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헌재는 안동완 부산지검 2차장검사 탄핵소추 사건에 대한 선고를 진행했다. 2024.5.30. 연합

30일에는 22대 국회가 개원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현직 검사 첫 탄핵안을 기각했다. 또 교육부는 내년도 의과대학 대입 정원을 1497명이 증가한 4610명으로 발표했다. 북한은 오물풍선을 남으로 날려 보냈다. 다사다난했던 한 주였다.

#6월 1주차(2일~8일)

총선후 2개월, 윤대통령 조기 레임덕 진입,  국정브리핑 1호, 웃음거리 전락

갤럽은 여론조사를 쉬었고, 꽃만 여론조사(9일 공표)를 실시했다. 대통령 긍정평가는 25.9%이고 부정평가는 73.1%로 집계됐다. 무응답층은 1%로 전주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총선 이후 두 달이 지난 시점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중반으로 고착되는 모습을 보였다. 총선 전과 비교하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평균 10%포인트 하락했다. 대구·경북(긍정 41%, 부정 54%)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대통령 부정 평가가 높았고, 연령별로는 70대(긍정 54%, 부정 45.5%)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부정평가가 높았다. 자영업, 농축산업, 학생, 주부 등 모든 직업군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압도했다. 특히 화이트칼라와 학생들의 부정 평가는 80%가 넘었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이 40%로 국힘 28.4%보다 오차범위를 벗어나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국혁신당이 13.6%로 두 당의 지지율 합이 53.6%나 됐다.

총선 후 2개월을 앞두고 정부는 대통령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그러나 지지율은 20%대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ㆍ아프리카 정상회의 기획단 전체 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 02. 02. 연합

먼저 윤 대통령은 3일부터 3일 동안 아프리카 정상회의가 개최했다. 두 번째는 윤 대통령이 이날 동해에 대량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른바 대왕고래프로젝트를 국정브리핑을 통해 직접 밝혔다. 브리핑 직후 가스와 석유 매장 가능성을 밝힌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액트지오사가 가정집에 주소를 두고 있으며, 페이퍼 컴퍼니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9일에는 액트지오사 대표가 입국해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의혹만 증폭시키는 등 국정 난맥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세 번째로 정부는 4일 9·19 남북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하기로 하는 등 대북 강경노선을 들고 나왔다. 네 번째로는 법원이 대북송금관련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 부지사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검사와 재판부의 칼끝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했다.

5월 5주차에 대통령 지지율이 21%로 추락하자 국정브리핑 등 다양한 지지율 제고책을 동원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국민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바로 레임덕이다. 시계바늘을 되돌려 보면 윤석열 대통령의 레임덕은 데이터 상으로는 총선 직후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실제 조기레임덕에 빠졌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시점은, 모두 수단을 동원했으나 실패로 끝난 6월 첫 주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6월 2주차(9일~15일)

지지율 상승 이끈 60·70대 지지자 결집과 이재명 추가 기소

총선 후 2개월 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은 방법론에서부터 잘못됐다. 윤 정부의 국정 방향은 민심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진행되는 등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고 있는 모습의 연속이었다.

갤럽 조사(14일 공표)에서 대통령 긍정평가는 26%로 2주 전에 비해 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총선 이후 가장 높은 지지율이다. 부정평가는 66%로 역시 2주 전에 비해 4%포인트 하락하는 등 오차범위 내이지만 증감의 폭이 큰 건 사실이다. 2주 전과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살펴보자.

 

 2004년 6월 서부전선에서 국군 장병들이 남북 간 합의에 따라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는 모습. 2010년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방송을 재개했다가 다시 중단됐지만, 윤석열 정부의 결정으로 9일부터 재개된다.  2024. 6.9. [연합] 

먼저 전 지역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보다 높다. 연령대별 긍·부정 평가도 70대 이상에서 긍정 49%, 부정 39%가 이번에는 긍정 57%, 부정 29%로 긍정평가가 8% 포인트 상승했다. 또한 60대에서도 긍정평가 30%, 부정평가 61%였던 것이 긍정평가 39%, 부정평가 55%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 원인은 먼저 이념성향 표본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5월 5주차에서는 보수성향 표본이 269개, 진보성향 283개, 중도성향 316개 등이었지만 6월 2주차 조사에서는 보수성향이 303개로 34개나 증가했다. 진보성향은 253개로 오히려 30개가 줄었다. 중도성향은 326개로 8개가 늘었다. 보수성향 표본 숫자가 크게 변하면서 유의미한 지지율 증가가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여론조사에서 다반사로 일어나는 일이어서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꽃 조사에서 대통령 긍정평가는 27.5%, 부정평가는 70.3%로 6월 첫주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었지만 두 회사 모두 총선 이후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높은 건 사실이다.

그럼 이 기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9일부터 대북확성기 방송이 재개됐고, 북한은 이에 대응해 오물이 담긴 풍선을 살포했다. 10일부터 14일까지 윤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4개국을 순방했고,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다. 10일에는 민주당은 국회 법사위와 운영위를 포함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고, 국힘은 국회에 불출석했다. 이날 국가 권익위는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과 관련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조사 종결을 선언했다. 12일에는 검찰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해 쌍방울 대북송금과 관련해 추가 기소를 했다. 이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 등에 대한 압수수색 등 이들에 대한 괴롭힘은 대통령 지지율 유지에 도움이 된다. 70대 이상 노령층의 지지가 없으면 윤석열 정부는 지지기반이 사라져 스스로 무너지게 되는 구조다. 윤 대통령은 야당과 협치하면 지지기반이 무너지고, 민심을 거스르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선택은 대통령의 몫이다.

 

29일 오전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텃밭에서 발견된 북한의 '오물 풍선'. 폭발하지 않고 풍선 그대로 내려 앉아 있다. 2024.5.29. 연합

#6월 3주차(16일~22일)

국힘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로 대구· 경북 지지율 상승

윤석열 정부가 조기레임덕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안간힘을 쓴 한 주로 평가된다. 그러나 더 깊은 수렁으로 빨려 들어간 기간이기도 하다.

갤럽 조사에서는 대통령 긍정평가가 26%이고 부정평가는 64%로 전 주와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역별로 보면 대구·경북에서 긍정평가 42%, 부정평가 40%로 의미있는 수치는 아니지만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높았다.

꽃 조사에서는 대통령 긍정평가가 25.2%, 부정평가가 73.2%로 전 주에 비해 더 악화됐다. 그러나 대구·경북지역에서는 갤럽과 마찬가지로 긍정평가가 49.4%로 부정평가 48.9%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총선 2개월이 되는 시점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여론조사 두 회사의 대통령 지지율이 나란히 호전된 건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두 가지 원인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일주일 전에 이화영 대북송금과 관련해 이재명 대표의 검찰 추가 기소가 작은 변화를 만들어 냈을 것으로 판단한다. 이재명 대표의 기소와 대구·경북지역의 긍정평가 상승과 무슨 연관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당연한 질문이다. 그러나 데이터 상으로는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60대와 70대 이상 보수성향 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선택한 이유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구속시킬 수 있을 것 같아 지지했다”고 말한다. 어처구니없는 이야기 같지만 사실이다.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돈댁을 집요하게 수사하는 것과 이재명 대표에 대해 인디언이 기우제 지내듯 압수수색과 별건 수사를 이어가는 것도 대통령 지지율, 다시 말해 정권유지와 관련이 있다. 70대 이상 노인들 중 상당수는 윤 대통령이 못한 일을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해주길 바라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을 배제하면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전당대회 대세론, 이른바 ‘어대한’을 설명할 길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3차 전당대회에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3.8. [공동취재] 연합

정부가 20일 경북 포항을 비롯, 대구 수성, 전남 광양 순천 여수 등 8개 광역자치단체 21개 지방자치단체를 기회발전특구로 지정한 것도 지지율이 조금 오르는데 도움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국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컨벤션효과가 나타나면서 이념 성향별 표본이 지난 2월 흐름과 비슷한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국힘 전당대회가 끝날 때까지 갤럽조사에서 이와 같은 현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정부 여당은 16일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에너지 바우처를 1만 원 인상하기로 했다. 또 종부세를 폐지하고, 상속세를 인하하는 등 부자 감세를 위한 세제개편을 7월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 17일에는 야 6당이 노란봉투법을 발의했고, 민주당은 대선 1년 전 대표직 사퇴를 담은 당헌에 예외조항을 신설했다. 19일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 윤 대통령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육아휴직급여확대 등 저출생 대책을 다수 발표했으나 새로울 게 없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채 상병 특검법과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을 둘러싼 녹취파일 공개와 새로운 의혹들이 등장하면서 전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회 원 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과 국힘 모두 전당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특히 국힘 전당대회가 과열양상을 보일 조짐을 보이면서 갤럽의 경우 보수성향 응답자들이 33.2%로 중도성향 25.8%를 앞서고, 진보성향은 28.9%로 나타나는 등 보수성향 응답자들이 평상시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보수성향이든 진보성향이든 중도성향보다 높게 집계되는 것은 정상적인 표본의 흐름은 아니다.

6월 4주차(23일~29일)

한동훈 경선 출마 선언으로 가속화되는 윤 대통령 레임덕

6월 4주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어쩌면 운명의 한 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국힘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비대위원장의 정치권 조기 복귀는 필연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조기레임덕을 가속화 시킬 수밖에 없다. 한 전위원장이 당 대표에 당선되어도, 당 대표 경선에서 탈락해도 달라질 건 없다. 정치의 전면에 나선 것 자체가 윤 대통령에게는 불행의 서막이다.

 

20일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99차 촛불대행진 7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2024.7.20.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사진동아리 빛봄

갤럽조사에서는 윤 대통령 국정 운영 긍정평가가 25%, 부정평가는 66%로 전 주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전 주와 다른 것은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 지역에서 대통령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다시 앞섰다는 점이다.

꽃 조사에서는 대통령 긍정평가는 26.2%, 부정평가는 72.6%로 역시 전 주에 비해 차이가 없었다. 이 같은 결과는 정부에서 다양한 정책을 내놓아도 영향력이 일주일을 못가는, 여론 형성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임기는 많이 남았으나 레임덕 상태인 윤 대통령과 차기 대권을 노리는 한동훈은 ‘제로섬게임’을 할 수 밖에 없다. 공멸할 수는 있어도 공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남은 건 ‘너죽고 나살기 게임’밖에 없다. 1997년 대선에서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이 IMF 외환위기로 사실상 청와대에 유폐된 김영삼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텃밭인 대구·경북에서 벌인 일들이 되풀이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23일 국힘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후보로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건설교통부 장관 등이 나섰다. 한동훈은 채 상병 특검을 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다른 후보와 차별화를 시도했다. 한동훈의 차별화 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특검법 처리 문제를 둘러싼 필리버스터 종료에 대한 표결이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2024.7.4. 연합

24일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차기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 출마하가 위해 대표직을 사임했다. 국힘이 7개 상임위를 수용해 국회에 복귀했다. 이날 화성 아리셀 배터리공장 화재로 23명의 희생자가 발생했다. 27일 윤 대통령은 임기 내에 100만 명을 상대로 심리상담을 하겠다며 정신건강혁신위를 출범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에 육박했으며 북한은 또 오물풍선을 살포했다.

#7월 1주(30~7월 6일)

국힘 전당대회 컨벤션효과로 대통령 긍정평가 26%~28%,
김홍일 방통위원장 사퇴, 후임에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긍정평가는 26%, 부정평가는 64%였고, 꽃 조사에서는 긍정평가 28%, 부정평가 70.6%로 집계됐다. 꽃 조사에서 대통령 긍정평가 28%는 총선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국힘 전당대회가 본격화 되면서 갤럽 성향별 조사에서 보수성향이 32.4%, 중도성향 28.7%, 진보성향 27.1%, 모름·무응답 12%로 보수성향 표본이 중도성향보다 많아 보수 과표집현상이 나타났다. 꽃 조사에서는 갤럽과 달리 보수성향 24.1%, 중도성향 39.9%, 진보성향 26.2%로 중도성향 표본이 가장 많았다.

30일에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당대표에 선출되었으며, 정부 여당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배달비와 전기요금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11일 정무장관직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차량이 인도를 덮쳐 9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일에는 탄핵소추를 받은 김홍일 방통위원장이 사퇴했다. 3일에는 국힘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시작했고, 윤 대통령은 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의 25만원 지원금 지원을 비판했다.

4일 윤 대통령은 자격 논란이 일고 있는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을 방통위원장에 내정했고, 조국 대표는 조국혁신당 대표에 출마하기로 했다. 22대 국회 첫 대정부 질문이 있었다.

 

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지명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신태섭 상임공동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4.7.5 연합

#7월 2주차(7일~13일)

대통령실, 국힘 전당대회 영향력 상실, 국회, 윤 대통령 탄핵청원 청문회 의결

윤석열 대통령은 국힘 전당대회 영향력 행사에 분명한 한계를 드러내는 등 예전 같지 않은 모양새다. 국힘 전당대회가 난장판이 되고 있지만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하나씩 따라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갤럽 조사에서 국힘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34%가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평가를 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긍정평가가 25%, 부정평가가 68%로 집계됐지만, 국힘 지지자 중 30% 중반대에서 윤 대통령을 외면하고 있다는 건 그냥 넘길 사안이 아니다. 매주 민생이라는 이름으로 세금 감면 등 우파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지만 돌아선 민심을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국힘 전당대회 컨벤션 효과로 보수성향 응답자 수가 31.3%로 중도성향 28.9%보다 많지만 국정운영 평가 항목에서는 레임덕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 등 정적 죽이기 표적수사로 겨우 강성 지지층을 붙들고 있지만 이마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꽃 조사에서는 긍정평가가 27.2%, 부정평가가 72.2%를 기록했다. 여기에 한동훈의 대표 경선 출마로 한 지붕 두 태양의 냉엄한 정치현실에 맞닥뜨렸다. 조만간 각종 법안과 특검법 거부권 행사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했다. 경찰은 채 상병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논란의 핵심인 임성근 사단장을 기소 대상에서 제외해 비판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9일 채 상병 특검법 관련,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법사위는 윤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를 19일 개최하기로 했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를 밝혔다. 11일 윤 대통령은 7개국 연쇄 정상회담을 가졌다. 전당대회를 치르고 있는 국힘은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문자를 읽고도 답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읽씹 논란’으로 이전투구를 벌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8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쉐라톤 와이키키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2024.7.9. 연합

#7월 3주차(14~18일)

보수결집으로 전대 컨벤션효과 지속,  윤 대통령 지지율 29%, 착시 현상 가능성

갤럽이 1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긍정평가는 29%, 부정평가는 60%였다. 총선 이후 두 회사의 조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전 주에 비해 긍정평가는 오차범위 내인 4%포인트 증가했지만 부정평가는 오차범위를 벗어나 8%포인트 감소했다. 또한 대구·경북 지역에서 긍정평가가 47%, 부정평가 44%로 긍정평가가 앞섰다. 총선 이후 대구·경북 지역 대통령 지지율이 부정평가보다 앞선 건 이번이 두 번째다. 국힘 지지자 가운데 대통령 부정평가는 26%로 전주에 비해 거의 10%포인트 개선됐다.

정당 지지율은 국힘 35%, 민주당 27%, 조국혁신당 8% 등으로 민주당과 격차를 크게 벌렸다. 총선 이후 추이를 살펴보면 갤럽 정당지지율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지지율의 합이 국힘 지지율보다 평균 5%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야의 4·10 총선 득표율 결과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두 당의 합이 국힘 지지율과 동률을 기록했다.

갤럽은 이에 대해 “총선 후 비등했던 양대 정당 지지도의 격차가 2주 연속 커졌다. 이는 네 명의 후보가 격하게 경쟁 중인 국민의힘 전당대회(23일, 과반득표 없으면 28일 결선투표) 영향으로 짐작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국힘 전당대회가 임박해서도 양대 정당 지지도가 최대 10%포인트까지 벌어졌다가 원위치로 돌아왔다. 최근인 지난 2월에도 국힘 총선 후보 경선 때 일시적으로 국힘 정당지지율이 오르고, 민주당과의 지지율이 벌어졌다. 이른바 전당대회 컨벤션효과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지지율 상승도 전당대회 영향을 덩달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레임덕에 들어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당대회가 끝나면 제자리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서울 시청역~숭례문 앞 대로에서 열린 99차 촛불대행진 7월 전국집중촛불에 참가한 시민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서울 도심을 행진하고 있따. 2024.7.20. 이호 작가

이념성향 응답자 분포를 보면 보수성향이 31.2%, 중도성향이 29.3%로, 진보성향이 27.7%로, 모름·무응답이 11.4%로 나타났다. 갤럽조사에서 보수성향이 중도성향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우 표본 선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다. 이런 경우 중도성향 표본에 보수성향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보수성향이 과다 표집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지난 한 주동안 정치권은 다사다난했다.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13일에는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확실시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중 피격 당했다. 14일에는 민주당이 전당대회 최고위원 본선 후보 8명을 확정, 본격적인 전당대회 레이스에 들어갔다. 15일 대통령실은 '탄핵 청문회'에 불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16일에는 김건희 여사 측에서 디올백 관련 입장문에 기존 입장을 뒤집었고, 한수원 컨소시엄이 체코 원전 우선 협상자로 선정된 사실이 알려졌다. 우선협상 대상은 말 그대로 우선협상 대상일 뿐인데 최종협상도 지켜보지 않고 홍보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제2의 대왕고래프로젝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원전 2기 건설 사업비가 24조 원 규모라는 것은 체코가 책정한 사업비가 24조 원이라는 것인지 우리가 입찰한 금액인지 알 수 없다. 2기 건설에 24조 원이라고 하고, 4기 건설에 30조 원이라고 하는 등 언론사 마다 뒤죽박죽이다. 참고로 아랍에미레이트(UASE) 바카라 원전은 우리나라가 1기당 10조 원에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레임덕 상황에서 일회성 이벤트는, 대왕고래프로젝트에서 확인했듯이 대통령 지지율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지 못한다.                         < 강동형 광주대 초빙교수(전 서울신문 상무)>

'고소왕'이 대응 우물쭈물…빠져나가기 어려운 듯
국힘 내부서 폭로, 같은 당권주자들이 이슈 키워

결국 시민단체가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 고발
"드루킹 사건 김경수 징역 2년…똑같이 처벌돼야"

장예찬 "내가 한동훈 여론조성팀에서 많은 활동"
"법무부 바깥 조직…한동훈 측근 전‧현직 공무원"

양문석, 의심 계정 29개 찾아 댓글 7만 개 분석
'윤두창' '건희룡' '홍발정' '쉰평' 등 아군도 공격

 

국민의힘 한동훈 당 대표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 소노 아레나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 서울 인천 경기 강원 합동연설회에 입장하고 있다. 2024.7.17. 연합

 

국민의힘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댓글팀(여론조성팀)'을 가동했다는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애매한 대응으로 일관하다 결국 고발당했다. 사설 댓글팀 운용설은 여당 내부에서 구체적 증언이 제기되고 같은 당권주자들에 의해 중대 이슈로 확장된 사안이기 때문에 그간 '법꾸라지'로 명성을 떨쳐왔던 한 후보라도 빠져나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에선 이미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에 댓글팀 운영 의혹도 추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김한메 대표는 18일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 후보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한메 대표는 "피고발인 한동훈은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리에서 특정 언론 기사에 인위적인 댓글을 작성해 여론을 호도하는 등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 및 국민 여론을 심대하게 왜곡하는 것은 물론 국가공무원법에서 엄격하게 금지하는 정치운동을 함으로써 정치적 중립 의무를 파괴하였으므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은 헌법과 관계 법령에 따라 정치적 중립을 수호하면서 국가 법행정을 총괄하고 형사사법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며 "그런데 한동훈은 이러한 법무부 장관의 책무를 망각하고 개인적인 정치적 야망의 실현 및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 조성을 목적으로 직무권한을 함부로 남용해 댓글팀을 운영하고 조직적으로 댓글을 조작하게 함으로써 위계에 의한 방법으로 언론사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드루킹 사건에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19대 대선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에 유리하도록 댓글 및 추천, 검색어 등을 작업하고 타 후보 비방 등 여론조작을 벌인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의 형량을 확정받아 한때 대권 주자로도 거론됐음에도 경남도지사직을 상실하고 수감된 바 있다"면서 "한동훈 역시 언론사에 대해 동일한 양태의 업무방해 범죄를 저질렀다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마찬가지로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의 죄책을 지고 엄중히 처벌돼야 한다"고 두 사례를 비교했다.

김 대표는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피고발인 한동훈의 업무방해 혐의와 관련된 텔레그램 메시지 등을 공개했고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관련 분석 자료를 국민에게 제시했다"며 "이에 한동훈을 고발하니 '법 앞에 평등'이라는 헌법 규정이 국민의 한 사람인 전 법무부 장관에게는 달리 적용돼 형사사법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더욱 붕괴시키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하고 엄중히 처벌하여 주기를 사법 정의를 바라는 수많은 국민을 대신해 강력히 촉구한다"고 전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김한메 대표가 18일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공수처 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장경태 최고위원 페이스북

 

앞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9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 집중'에 출연해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을 할 때부터 여론 관리를 해주고 우호적인 온라인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 별도로 있었다"고 첫 폭로에 나섰다. 이어 11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복수의 (한 후보 측) 여론조성팀 관계자들에게 받은 텔레그램을 몇 개만 텍스트로 공유한다"면서 "오직 한동훈 후보의 홍보를 위해 장관 시절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유튜브 채널도 있다. 이들이 누구인지 한동훈 후보는 분명히 알고 있다"며 자신이 받았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올렸다.

2023년 5월 16일 참여연대 관련 자료를 공유하며 "참여연대 조지는데 요긴하게 쓰시길. 지금 한동훈 장예찬 찰떡 콤비임. 장관님께도 보고드림."

2023년 6월 2일 한동훈 장관 홍보 유튜브 쇼츠를 공유하며 "이런 컨텐츠 기획-제작해서 활약상 보고 중."

2023년 7월 29일 박주민 의원이 이화영 수사 관련 수원지검 연좌 농성으로 한동훈 장관을 비판하는 기사를 공유하며 "이화영 드러누은(누운) 이슈는 더 끌고가자. 커뮤니티 유튜브 조치할게."

2023년 11월 6일 "한동훈은 현재 전국 지명도와 참신성을 갖춘 주요 자원. 특정 지역구보다, 비례 10번 정도에서 전국 선거를 누비게 해줘야 선거전략상 최대한 활용하는 것. 이것 좀 자연스럽게 띄워줘."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동훈 당대표 후보가 법무부 장관 시절 '여론조성팀(댓글팀)'을 운영했다고 밝히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장 전 최고위원은 12일에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는 댓글팀이라는 표현을 안 쓴다"면서 "들은 것이 아니라 그 (여론조성)팀이 직접 저에게 많은 요청을 하고 제가 동반적으로 수행을 해줬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 당시 제 신분은 집권여당의 최고위원이었다. 최고위원에게 수시로 이런 지시 내지 요청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평범한 사람이었을까?"라며 해당 텔레그램 메시지의 발신자에 대해 "(한동훈 장관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저는 한동훈 후보가 직접 고소하지 않는 이상, 웬만해서는 이분들이 누구인지 제가 오픈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며 "그래서 차라리 저에게 명분을 달라, 시원하게 직접 고소해라 말씀드리는 거다. 이분들의 그 당시 신분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후보를 압박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밑에 있던 조직이 아니라 법무부 바깥의 조직"이라며 "이분들의 신분이 공무원이라면 그건 정말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게 얼마나 민감한 문제이길래 제가 이토록 일주일 내내 이야기하는데도 (한 후보 측에서) 법적 대응이나 조치가 없는지, 그건 상상의 영역에 맡기겠다"고 덧붙였다.

장 전 최고위원은 특히 "내가 사실 한 후보를 위한 그런 여론조성팀의 일원이기도 했고, 누구누구였는지를 다 알고 있다"면서 '여론조성팀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현직 공무원이냐'는 진행자 질문에 "현직일 수도 있고 전직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내가 한 후보 여론조성팀에서 활동했다. 사실무근이면 나를 고소하라"면서 한 후보의 최측근이 해당 팀을 운영했으며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이던 2023년 초부터 지난해 12월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뒤까지 계속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당이 비대위원장 인선을 진행할 때 한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 조성을 부탁받아 실행했다"며 "지난해 11월 한 전 위원장의 총선 종로 출마설을 잠재워 달란 부탁을 받고 여론전도 했다"고 털어놨다.

장 전 최고위원은 16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말 빙빙 돌리지 말고 자신 있으면 정면으로 들어오라. 유독 저에게만 우물쭈물 제대로 대응을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면서 "평당원도 고소하고, AI 음성도 고소하고, 그야말로 '고소왕'이던 것과는 너무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신 있으면 직접 고소하라는 입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고 한 후보를 직격했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한동훈 댓글단'으로 의심되는 네어버 계정에서 작성됐다며 사례로 제시한 댓글 일부

 

이렇게 여당에서 장 전 최고위원이 폭로를 지속하자 야당에서 바통을 이어받아 양문석 의원이 실제 검증을 시도했다. 양 의원은 한동훈 후보의 댓글단으로 의심되는 네이버 계정 29개를 찾아 여기서 작성된 댓글 7만여 개를 분석했다고 공표했다. 예컨대 주로 활동을 한 'jo00****' 계정은 한 후보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2022년 5월부터 최근까지 약 1만 8000개의 댓글을 달았다. 서로 다른 계정에서 생산된 댓글이 내용뿐 아니라 특수기호까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양 의원에 따르면 '한동훈 댓글단' 의심 계정은 한 후보에 대한 지지 활동에 그치지 않고 그의 정적에 대한 공격도 자주 벌였으며, 공격 대상은 야당뿐만 아니라 자당인 국민의힘 인사들도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윤석열·김건희 대통령 내외에 대해서는 초기엔 우호적인 입장이었으나 본격적인 갈등설이 불거졌던 4월부터는 비판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5월 이후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총선 패배의 책임을 돌리며 '윤돼지' '용산돼지' '윤두창' 등의 멸칭을 사용하고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는 '성괴', '건풍기' 등 외모를 비하하는 표현과 '윤석열은 허수아비, 성괴 김건희가 상왕' 등의 대통령실 권력구조를 비판하는 내용도 있었다.

-한동훈 후보에 비판의 각을 세우고 있는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홍준표 시장이 한동훈 후보를 향해 "총선 말아먹은 애, 당 대표 되면 국힘 가망 없어"라는 메시지를 낸 5월 21일 이후 '노망난 홍발정' '홍치매' '홍할배' '윤두창의 개' 등의 비난 댓글이 쏟아졌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맞아 경쟁 후보에 대한 공격도 상당수 발견됐다. 원희룡 후보에 대해서는 '노상방뇽' '원방뇨' '건희룡(김건희와 원희룡의 합성어)' 등으로, 나경원 후보와 윤상현 후보에 대해선 '박근혜 탄핵에 앞장섰던 배신자'로 공격하며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한 활동을 벌였다.

-그 외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멘토인 신평 변호사가 지난 4월 "한동훈 정치인 역량, 조국과 상대 안 돼…어른과 아이 차이"라며 한동훈 후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자 '관종 신평' '쉰평'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이에 양 의원은 "댓글의 방향성이 매우 유사하고 초·분 단위로 작성된 것을 보아 조직적으로 누군가의 지시 혹은 통제 속에서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계정은 과거 댓글들이나 계정 자체를 삭제하며 증거를 인멸한 정황도 포착됐다"면서 "한동훈 댓글단 의심 계정들의 집단적 공격 대상은 여야를 가리지 않았다. 표현과 호칭 방식이 저열하기 짝이 없다. 한동훈 후보를 비판하거나 한동훈 후보와 대립하는 자에게는 사이비 종교의 광신도처럼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표출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한동훈 댓글단'으로 의심되는 네어버 계정에서 작성됐다며 사례로 제시한 댓글 일부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이 '한동훈 댓글단'으로 의심되는 네어버 계정에서 작성됐다며 사례로 제시한 댓글 일부

 

시민단체의 고발 이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은 한 후보에 대한 수사기관의 수사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조국혁신당은 이미 발의한 '한동훈 특검법' 안에 댓글팀 운영 의혹도 추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민주당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8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불법 폭로대회가 됐다. 김건희 여사 댓글팀,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여론조성팀이 있었다는 내용이 폭로되더니, 어제는 나경원 후보가 자신의 패스트트랙 사건 관련 공소를 취소해 달라고 청탁했다는 폭로도 있었다"며 "사실이라면 하나같이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범죄 행위들이다. 반드시 수사를 통해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불법이 드러날 경우 엄정하게 사법 처리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조국혁신당 조국 당대표 후보는 이날 전당대회 최고위원 후보인 김선민 의원, 황명필 울산시당위원장, 정도상 전북도당위원장과 국회에서 '국민의힘 폭로 및 자백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범죄 집단의 '자백 쇼'를 보는 것 같다"며 "국민이 국힘 전당대회를 통해 알게 된 일은 우선 한동훈 씨가 법무부 장관 시절 사설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후보는 "만일 제가 법무부 장관 시절 댓글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일어나거나, 여당 의원이 저에게 공소 취소를 해달라고 부탁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겠는가? 전국 검사들은 게시판에 의견을 표명하고 난리가 났겠고, 검찰도 바로 강제수사에 들어갔을 것"이라며 "이런 지경인데도 검찰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꿀 훔쳐 먹은 아이인가? 입도 뻥끗 안 한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원석 검찰총장은 야당 대표 겁박하는 데만 열 올리지 말고 내일 아침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수사 여부를 밝히라"며 "왜 자기들에게 불리한 일에는 입을 닫는가? 대통령실에 혼날까봐 겁이 나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 김호경 기자 >

 

조국혁신당 조국 당대표 후보자를 비롯한 전당대회 출마자들이 1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 폭로·자백 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7.18.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