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농간의 기회, 시간 제공은 용서 못할 과실"

작가회의 소속 문학인 2487명도 긴급 시국 성명
"속도가 정의다…헌재, 윤석열 신속 파면하라"

 

"훼손되지 말아야 할 생명, 자유, 평화의 가치를 믿습니다.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입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은 25일 국내 문학인 414명이 헌법재판소를 향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의 신속 파면을 촉구하는 '한 줄 성명'에서 이렇게 썼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노벨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12.6. 연합

 

한강 "파면은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 
문학인 414명 윤 신속 파면 한 줄 성명

 

이날 '한 줄 성명'에는 한강 이외에도 소설가 은희경, 김연수, 김초엽, 김호연, 박상영과 시인 김혜순, 김사인, 오은, 황인찬, 문학평론가 신형철 등이 참여했다. 은희경 작가는 "민주주의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했고 김연수 작가는 "늦어도 다음 주 이맘때에는, 정의와 평화로 충만한 밤이기를"이라고 썼다. 김초엽 작가는 "제발 빠른 파면을 촉구합니다. 진심 스트레스 받아서 이 한 줄도 못 쓰겠어요. 빨리 파면 좀!"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친구들 중에서 당신을 견뎌낼 수 있는 자들 앞에서나 날뛰세요"라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안티고네'의 구절을 인용해 윤석열을 비판했다. 김혜순 시인은 "우리가 전 세계인에게 더 이상 부끄럽지 않게 해다오, 제발"이라 했고, 에세이스트 김하나 작가는 "민주주의는 독재자의 망령과 함께 갈 수 없다. 지금 당장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외쳤다.(전문 하단 첨부)

 

 

작가회의 소속 문학인 2487명 시국 성명
"속도가 정의다…헌재 윤 신속 파면하라"

 

한국작가회의는 이와 별도로 이날 오후 광화문 농성촌 앞에서 문학인 2487명 명의로 '지금은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는 제목의 긴급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작가회의는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지 110일이 지났다. 헌재의 변론이 종결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헌재가 좌고우면하며 차일피일 선고를 미루는 동안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면서 "폭동은 '국민저항권'이란 표현으로 미화, 옹호되면서 세력을 넓혀 왔고, 심리적 내전은 극단적인 대결 양상으로 현실화될 조짐을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한국 민주주의의 역량이 대외적으로 의심받는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작가회의는 "지금은 속도가 정의와 직결된다. 더 이상의 탄핵 선고 지연은 헌법 가치의 실현을 중지시키는 행위이다.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한 세력에게 농간의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업무 과실이다"라면서 신속한 파면을 요구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한국작가회의 긴급 시국성명]

 

지금은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송경동 시인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을 촉구하며 단식을 시작한 지 15일째다. 시인은 작가회의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된 지 이틀 만에 조직을 정비할 새도 없이 단식을 시작했다. 밤바람 매서운 광장 한편에 작가회의 천막이 꾸려졌고, 국가비상사태에 관한 토론이 이어지고 있으며, 각지의 회원들이 날마다 방문하고 있다. 핼쑥함을 넘어서서 갈수록 검어지는 사무총장의 얼굴을 보며 가슴이 타들어 가는 회원들은 하나둘 릴레이 단식에 동참하는 중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목소리로 외친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최소한 제도적인 틀 안에서는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윤석열의 계엄령은 우리의 믿음을 한순간에 산산조각 냈다. 윤석열은 계엄령을 통해 극우 유튜버의 어법과 목소리로 국민을 향해 '수거'하겠다느니 '처단'하겠다느니 겁박하였다. 독재정권과의 투쟁으로 쌓아 올린 역사 위에 선 한국작가회의는 계엄이 공포되자마자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여 계엄의 무효를 선언했고,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윤석열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라는 입장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되었으나 온갖 궤변과 거짓, 왜곡으로 시종하는 윤석열은 자신이 맞닥뜨려야 할 심판을 지연ㆍ회피하고 있다. 졸렬한 행태가 반복될수록 윤석열은 그저 비루한 내란 수괴에 불과할 따름이라는 우리의 입장은 더욱 확고해졌다.

 

계엄이 선포된 순간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우리는 소위 엘리트 세력에 의해 정치 시스템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훼손될 수 있는지 그 최대치를 목도하고 있다. '국민의힘'이라는 후안무치한 이름의 정당으로 결집한 그들은 극우 유튜버의 '부정선거'라는 거짓 선동을 근거 삼아 내란 동조에 나섰을 뿐만 아니라,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하여 파괴와 폭력을 자행한 세력의 옹호자로 나섰으며, 극우 집회 발언자로 등장하여 2차 3차 내란을 유도하는 지경으로까지 나아갔다. 계엄의 정당성 마련을 위하여 북한과의 군사적 충돌마저 유도한 윤석열의 도박이 얼마나 심각한가에 대해 그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의 모든 관심과 계산은 그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향해 있을 뿐이다. 저들은 지금도 헌재 앞 거리를 장악하여 거짓과 폭력을 선동하는 자들과 함께 헌법적 심판을 압박하고 있다.

 

윤석열이 계엄을 선포한 지 110일이 지났다. 헌재의 변론이 종결된 지도 한 달이 넘었다. 헌재가 좌고우면하며 차일피일 선고를 미루는 동안 우리 사회의 갈등은 날로 첨예해지고 있다. 폭동은 '국민저항권'이란 표현으로 미화ㆍ옹호되면서 세력을 넓혀 왔고, 심리적 내전은 극단적인 대결 양상으로 현실화될 조짐을 보인다. 정치적 혼란이 야기한 경제 위기도 심각하여 자영업자가 줄폐업하는 등 민생이 휘청거리고 있다. 수십 년간 축적해 온 한국 민주주의의 역량이 대외적으로 의심받는 상황이기도 하다. 스웨덴 국제연구기관이 내란 이후 한국을 '권위주의 진영이 이끄는 독재화가 진행 중인 국가'로 분류했다거나, 올해 1월 미국이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러니 대한민국 안팎의 위기 및 위상 하락을 극복하기 위하여 헌재의 조속한 탄핵 선고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은 속도가 정의와 직결된다. 더 이상의 탄핵 선고 지연은 헌법 가치의 실현을 중지시키는 행위이다.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한 세력에게 농간의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업무 과실이다. 윤석열은 무장한 군인을 동원하였고, 김건희는 윤석열이 체포되자 경호관들에게 "총을 안 쏘고 뭐 했느냐?"며 질책하였다. 이에 뒤이어 저들이 어떠한 막말과 무모한 행위를 자행할지 가늠할 수조차 없다. 헌재의 판결이 늦어져서 한국의 혼란이 지금보다 가중된다면, 우리는 지연된 정의는 결코 정의가 될 수 없음을 헌재를 사례로 들어 역사에 굵은 글씨로 기록할 것이다. 나아가 이 혼란의 대가를 반드시 청구할 것이다. 이제 헌재는 마비된 국정을 회생시키고 상처 입은 민주주의를 복원할 단초를 제공해야만 한다. 그것은 신속한 탄핵이다. 우리 민중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를 헌재가 제시해야만 한다.

 

속도가 정의다! 헌재는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이는 한국작가회의의 요구이며, 대한민국 모든 권력의 원천인 우리의 명령이다.

 

2025년 3월 25일

한국작가회의

 

 

문제 인물, 조셉 윤 미국 대사대리인 듯

사실 확인되면 한국 내정개입으로 비화

박선원 "우방국 대사, 2월 오찬 자리에서,
이재명‧윤석열 빼고 나가야 분위기 조장"

자민통, 성명 통해 조셉 윤 추방 촉구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선고일인 26일 이후로 넘어가면서 '가장 가까운 국가의 대사급 인물'이 이런 흐름을 만드는 데 개입하고 있다는 민주당 박선원 의원의 주장이 조명받고 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등 헌재 재판관들이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5.3.24 [공동취재] 연합

 

헌재, 윤 탄핵 선고 이재명 선고 뒤로 미뤄 
주한 미대사관, 헌재 선고 지연 개입 의혹

 

국가정보원 1차장 출신인 박 의원은 지난 19일 유튜브 채널 '장윤선의 취재 편의점'에 출연해 "1월 27일, 윤석열이 구속기소 된 날 오후 5시 반에 우리하고 가장 가까운 국가의 대사급 인물이 다음 주에 점심 먹자고 해서 2월 5일에서 8일 사이 오찬"을 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그 대사급 인사는 "만약 (탄핵) 인용이 빨리 끝나면 그때부터 바로 대선 국면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의 3월 26일 선고 날짜하고 맞춰서 최대한 가까이해서 판결하는 것이 특히 국민의힘 쪽에 덜 불리하지 않겠는가? 만약 3월 10일경 인용 돼 버리면 차기 대선 국면이 (이 대표에게) 확 쏠려서 국민의힘이 불리해지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인사는 "(이재명) 대표가 선고에서 형량이 깎이지 않을 것 같다"라는 말까지 했다.

 

국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 단원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왼쪽 네 번째)이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기일 신속 지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3.24 연합

 

박선원 "우방국 대사, 2월 오찬 자리에서, 
이재명‧윤석열 빼고 나가야 분위기 조장"

 

특히 박 의원은 이 인사가 헌재의 (윤석열 파면) 결정과 이재명 대표의 선고가 거의 비슷한 때 앞뒤로 붙어서 날 가능성을 거론한 뒤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대표랑 윤석열을 빼고 나가야 한다, 이런 식으로 분위기 조장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완전히 이건 국민의힘의 속마음이 그대로 이 대사(급 인사)를 통해서 투영돼 드러난 것"이라면서 "결국 (헌재가 선고) 날짜를 미루는 것은 윤석열도 그렇고, 국민의힘도 그렇고 (이 대사급 인사도) 이해가 일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분이 한국 정치를 많이 아는 건 좋은데 이렇게까지, 누가 이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막 했을까? 국민의힘에서 자신들도 살아야 되니까 이걸 자기 길로 생각하고 있구나, (헌재 선고를) 지연시키는 것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우리하고 가장 가까운 우방국'이 어느 나라인지 박 의원이 밝히진 않았지만, 당연히 미국으로 추정되고 '대사급 인물'은 한국계인 조셉 윤 주한미국 대사대리일 공산이 크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미국이 한국의 내정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된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가 18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초청 특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18 연합

 

문제 인물, 조셉 윤 미국 대사대리인 듯 
사실 확인되면 한국 내정개입으로 비화

 

박 의원은 24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도 이 같은 자신의 발언을 확인했다. 박 의원은 "그 우방국 대사는 두 개를 엮어서 비슷한 시기에 선고가 내려져야 되지 않느냐. 윤석열을 아웃시킨 김에 우리 대표까지 아웃시켜 버리고. 그때부터 대선에 공평하게 가야 되는 거 아니냐는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나 이런 쪽에서는 어떻게든지 이재명 대표에게 1심에 상응하는 형량을 다시 때릴 어떤 계획이 있고, 그래서 이제 이 대표의 명예를 최대한 실추시키면서, 자신들이 판을 끌고 가려 한다"며 "그 계략대로 지금 움직이고 있고 (헌재 재판관 중) 어느 분인가는 (그런 계략을) 직간접적으로 헌재에 지금 투영시키고 있고, 관철시키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헌재는 윤석열 탄핵 심판 절차를 최우선으로 진행하겠다는 공언과는 달리, 한덕수 권한대행 건을 포함한 다른 탄핵 심판 사건들을 먼저 처리했으며, 급기야 이재명 대표의 2심 선고일인 26일을 하루 앞둔 25일까지 선고기일조차 공지하지 않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 대표 2심 선고가 내려진 뒤인 26일 오후 헌재가 '28일'로 선고일 공지를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우세하지만, '모종의 외압' 실제 작용했다면 이번 주도 그냥 넘길 우려도 있다. 그 경우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야5당과 시민들의 거센 저항을 부를 게 확실시된다.

 

윤석열퇴진전국대학생시국회의 등 청년, 학생 단체 회원들이 25일 서울 경복궁 앞에서 민주노총 총파업 지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를 촉구하며 27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2025.3.25 연합

 

자민통, 성명 통해 조셉 윤 추방 촉구 
"이재명 대선 배제 위해 개입한 정황"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는 24일 '내란 진압 방해하는 조셉 윤을 추방하자'란 성명을 통해 "박선원 의원이 말하는 우방국 대사가 조셉 윤 주한미국 대사대리라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며 "결과적으로 윤석열과 국민의힘이 바라는 대로 되고 있다. 미국이 헌재 선고를 지연시킨 주범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 단체는 "미국이 실제로 이재명 대표를 대선에서 배제시키기 위해 헌재 선고를 지연시키려 개입한 정황이 나온 것이다"라며 "자기 입맛과 좀 다르다고 해서 남의 나라 대선에 개입하고 헌법재판을 좌지우지하는 게 정상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대외적으로 미국을 대표해 한국에 온 대사급 인물이 해당 나라의 주권과 사법권을 침해하여 내란 세력을 도왔다. 내란 진압을 방해하여 주권을 침해하고 심각한 사회 혼란을 조성한 조셉 윤 대사대리를 당장 추방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마은혁 임명' 질문 외면·국무회의에서 언급도 안 해 

현재 극렬한 대립을 두고 '정치권' 때문이라고?

헌재는…"후보자 임명 보류는 헌법·법률 위반" 
박찬대 "헌재 재판관을 임명 않는 것 파면 사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25. 연합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헌법재판관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것을 두고 헌법재판소는 법률 위반이라고 했지만, 업무에 복귀한 한 권한대행은 여전히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가 기각되면서 87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한 권한대행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했다.

그는 이날 청사 앞에서 "통상문제 긴급 현안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국민들이 이제는 극렬히 대립하는 정치권에 대해서 그러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치권' 때문이라는 것이다.

 

취재진이 "혹시 마은혁 임명 여부에 대해서는…"라고 물어보자, 그는 말을 끊은 뒤 "이제 곧 또 뵙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고개를 살짝 숙인 뒤 바로 자리를 떠났다.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한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선출된 마은혁·조한창·정계선 후보자의 임명을 보류한 것을 두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는데도, 한 총리는 '파면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만 내세워서 다시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외면하고 법을 또다시 무시한 것이다.

 

한 권한대행은 첫 정례 국무회의에서도 민생, 미국발 통상 전쟁, 정부 정책, 산불로 인한 특별재난지역, 의대생 수업 복귀 등을 논했지만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문제는 꺼내지도 않았다. 그는 "목전에 닥친 민생 위기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적극 협의하겠다"며 "정부 정책들도 멈춰서는 안 된다. 국무위원들께서는 소관 정책에 대해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적시에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한 권한대행의 말을 듣고 "헌법 수호나 제대로 해라. 헌법재판관 임명부터 제대로 해라. 이걸 안 하면서 상생 협력을 한다는 것을 누가 믿냐"고 날을 세웠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25.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광화문 광장 '천막 당사'에서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한 권한대행에게 '마은혁 재판관 임명'을 촉구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행의 첫째 임무는 헌법을 수호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가 어제 한덕수 총리 탄핵은 기각했지만, 중요한 결정들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의결정족수를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명쾌하게 결론지었다. 임명직인 총리는 선출직인 대통령과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인을 권한대행이 임명하지 않는 것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고 분명히 못 박은 것"이라면서 "헌재가 최상목 전 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을 위헌이라고 결정했고, 위헌 판단이 나온 지 오늘로 26일째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덕수 총리가 즉시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파면 사유에 해당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행은 헌재 결정 취지대로 오늘 당장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헌법 수호라는 중대한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라. 파면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 사유가 사라진 게 아니다. 한덕수 대행은 법률에 따라 내란 상설 특검과 김건희 상설 특검, 마약 수사 상설 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바로 이행해야 한다"고 했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헌재 결정은 매우 안타까운 결정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 결정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것이다. '마은혁 재판관을 당장 임명하라' 이것이 헌법재판소의 결정 한 줄 요약이고, 분명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김용만 원내부대표는 "한덕수 권한대행의 탄핵 심판 기각결정이 면죄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헌재는 기각을 인용하면서도 한덕수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것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이미 국회가 신청한 권한쟁의 심판을 통해서도 헌법재판관 미임명이 위헌이라는 결론을 만장일치로 내린 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아직까지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무시하고 있으니, 이제는 헌재 소장을 살해하겠다고 협박을 하는 극우 유튜버도 나타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김 원내부대표는 "정작 정부부터 헌재의 판결을 무시하면서, 최상목 대행은 국민들에게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해 주시길 간곡하게 호소한다'는 말만하면 뭐하냐"며 "빠르게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유일한 '인용' 정계선 재판관, 적확한 논리로 "위헌-파면" 결정문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이 기각 5-각하2-인용1로 기각됐다. 유일하게 인용(파면) 의견을 밝힌 재판관은 정계선 헌법재판관이었다. 사진은 지난 1월 22일 정 재판관 모습이다. ⓒ 공동취재사진


사실상 7대 1, 그럼에도 정계선 재판관은 단호했다.

헌법재판소는 24일 기각 5, 각하 2, 인용 1로 국회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한 총리가 지난해 12월 26일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조한창·정계선 재판관 후보자를 '여야 미합의'를 이유로 임명하지 않은 것이 헌법 위반이냐 아니냐였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이 일이 대통령 또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국회 선출 재판관 임명이라는 헌법상 구체적 작위 의무 위반에 해당하지만, 파면할 정도의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헌재를 무력화할 목적이라는 국회 쪽 주장을 인정할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계선 재판관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결정문 곳곳에 한 총리가 헌법을 수호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고, 위법 상태를 방치했으며, 국정의 불안정성을 가중시켰고, 특히 헌정질서 수호의 위기까지 초래했다고 질타했다. 한 총리가 헌재의 안정성을 위협했다는 문제의식이 강렬했다.

정계선의 의심 "헌재 무력화 → 대통령 탄핵심판 지연"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한덕수 국무총리의 탄핵심판 선고 날인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들어서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 재판관은 "당시 헌재는 재판관 3인이 임기만료로 퇴임하고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어 헌법재판소법상 심리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고 2025년 4월 18일에는 2인도 퇴임이 예정된 상황이었다"며 "피청구인이 재판관 3인을 임명하지 않으면 헌재가 헌법질서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계속해 나가지 못하고 무력화되는 결과가 초래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일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비정상화로 이어질 수도 있던, 심각한 문제라고도 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의 '대통령 탄핵심판 방해'를 의심했다. 그는 한 총리가 '여야 합의'를 내세우면서도 12월 8일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발표한 공동담화에서 "여당과 함께"를 강조하고, 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을 지연하면서 야당이 단독처리한 법안에 전부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일은 앞뒤가 안 맞다고 꼬집었다. 결국 "임명 거부의 실상은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의 의사를 고려한 것"이라는 얘기였다.

피청구인이 2024년 12월 8일 공동담화에서 "여당과 함께 지혜를 모아 모든 국가기능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운영하겠습니다"라고 발표하였던 점, 특별검사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았고, 야당이 단독 처리한 법안에 대해 전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였는데, 이는 모두 여당의 요구와 일치하였던 점 등을 감안하면, 임명 거부의 실상은 2024년 12월 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2024년 12월 14일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의결로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게 되자 당시 6인체제로 운영되어 심리정족수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2025년 4월 18일경에는 남은 6인의 재판관 중 2인도 임기만료로 퇴임이 예정된 헌법재판소의 내부적 상황을 이용하여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의 의사를 고려한 것으로, 이는 결국 피청구인이 형식적 명분으로 내세우는 '여야의 합의'나 '실질적 대의제 실현'이 아닌 소수여당의 의도나 계획에 부합하는 일방적인 국정운영이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 탄핵소추 후 권한대행 자리를 이어받은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자신과 조한창 재판관을 임명하긴 했지만, 여전히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으면서 "헌정질서 수호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는 피청구인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애초에 '재판관 9인 완전체'를 흔들고 헌재의 불안정성을 키우고 조만간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리라는 걱정까지 낳고 있는 상황은 한 총리의 책임이라고 했다.

"한덕수 파면, 헌재 정상 작동 가능한 유일·효과적인 헌법적 수단"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하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헌법재판관 자리 하나가 비어 있다. ⓒ 공동취재사진


정 재판관은 또 "여소야대 국회에서 소수여당은 실질적 민주주의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의 소수자라고 할 수 없는 바"라며 "소수여당의 뜻에 따라 국회 의결을 좌우하고자 하면 대통령을 견제하는 국회의 책무를 다할 수 없게 되고, 국민의 총의가 반영된 국회의 구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봤다. 한 총리가 '권한대행은 현상유지만 한다'며 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면서도 야당 주도로 처리된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역시 "모순적 국정운영"이라고 꼬집었다.

정 재판관은 내란 상설 특검 후보자 추천 지연도 심각하게 바라봤다. 그는 이 일로 신속한 수사가 이뤄질 기회가 차단됐을 뿐 아니라 "현재까지도 비상계엄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수사권 여부 논란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은 증폭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또 한 총리 본인이 수사대상이어서 절차를 지연시켰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그가 계속 위법상태를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 모든 헌법과 법률 위반은 중대하다고 평가했다.

종합적으로 피청구인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로서 대통령의 직무정지라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최소화하고 국가적 혼란을 신속하게 수습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와 같은 헌법 및 법률 위반 행위로 인하여 논란을 증폭시키고 혼란을 가중시켰으며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정상적인 역할과 기능마저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드는 헌법적 위기 상황을 초래하는 등 그 위반 정도가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하다고 할 것이다.


정 재판관은 "피청구인에 대한 파면 결정만이 헌재의 정상적인 작동을 가능하게 하는 유일하고 효과적인 헌법적인 수단"이라며 "피청구인을 파면하여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부여받은 국민의 신임을 박탈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피청구인의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천명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하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최종 결론이었다.  < 오마이 박소희 기자 >

 

‘탄핵 인용’ 정계선 “한덕수의 ‘여야 합의’는 소수여당의 일방적 국정운영”

“한덕수도 내란 상설특검 대상···중립성 외면”

“추천 의뢰 지체, 거부권 행사와 마찬가지”

“‘마은혁 불임명’ 혼란도 한덕수에서 비롯”

“‘여야 합의’ 기준은 여당 고려한 형식적 명분”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을 선고하는 24일 오전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한수빈 기자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을 기각했다. 8명의 재판관 중 홀로 ‘인용’ 의견을 낸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국무총리직을 박탈당할 만큼 중대한 위헌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의 탄핵소추 사유 5가지 중 2가지(내란 상설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 지연·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거부)가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의 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먼저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특별검사(특검) 후보자 추천 의뢰를 미뤄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법질서를 회복하고자 하는 특검법의 목적을 심각하게 저해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10일 내란 상설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특검법 3조 1항은 특검 수사가 결정된 경우 대통령은 특검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지체 없이’ 2명의 후보자를 추천해달라고 의뢰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한 대행은 약 2주간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 재판관은 “‘곧바로 특검을 임명해 최대한 공정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한’ 특검법 제정 이유를 몰각시킬 우려가 있다”고 했다.

 

내란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대해 정 재판관은 “비상계엄 선포 관련 사건을 수사 대상으로 해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 총리도 특검 대상에 포함됐던 만큼 중립적인 위치에서 특검 수사가 이뤄지도록 할 책임이 있었지만, 이를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심판 과정에서 한 총리 측은 헌재에 ‘특검 후보자 추천위 구성 및 규칙’ 개정안 관련 권한쟁의심판과 가처분 사건이 계류 중이므로 “헌재 결정 전에 후보자 추천 의뢰를 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개정 규칙의 위헌성을 검토하느라 추천 의뢰를 미뤘다고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헌재 판단이 내려지기도 전에 위헌성을 예단한 것은 거부권이 없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상설특검은 별도 법안 제정이 불필요해 재의요구권(거부권) 대상이 아니다.

 

헌재는 한 총리의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불임명’ 위헌성이 최상목 권한대행의 2인 임명으로 일부 해소됐다고 봤으나, 정 재판관은 “최 권한대행이 한 행위를 한 총리 위헌 중대성을 판단하는 데 유리한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최 대행은 현재까지도 마은혁 후보자를 재판관으로 임명하지 않고 있고, 이로써 헌정질서 수호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이는 피청구인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미루면서 ‘여야 합의 필요’ ‘실질적 대의제 실현’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당시 헌재는 6인 체제로 이뤄져 심리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고, 4월 중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도 예정돼 있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재 내부 상황을 이용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진행을 지연시키거나 방해하고자 하는 여당의 의사를 고려했다”고 했다. 또 이미 재판관 선출 관련 여야 합의 시도가 여러 차례 있었고, 후보자들이 국회 의결을 통과했음에도 권한대행이 추가적인 ‘여야 합의’를 요구한 것은 “임명 의무를 방기해 헌법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 재판관은 한 총리의 재판관 불임명이 “소수여당의 의도나 계획에 부합하는 일방적인 국정 운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소야대 국회에서 소수여당은 실질적 민주주의에서 보호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의 소수자라고 할 수 없다”며 “소수여당의 뜻에 따라 국회 의결을 좌우하고자 하면 대통령을 견제하는 국회의 책무를 다할 수 없게 되고, 국민의 총의가 반영된 국회의 구성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 재판관은 한 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는 현상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헌법재판관 임명은 거부하면서도,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한 점에 대해 “모순적 국정운영”이라고 지적했다. < 경향 김나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