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등 SNS 극우 테러리즘 규제 사례 정리


독일, '나치 찬양' 글 쓰면 처벌…가짜뉴스 규제 논의
프랑스, 혐오·테러리즘 선동 처벌…SNS회사도 규제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해 판사가 삭제 조치하기도

한국, 가짜뉴스 규제 전무…표현의 자유는 무한 아냐
5·18민주화운동, 위안부 관련 가짜뉴스 등 차단 필요

 

가짜뉴스와 내란선동 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글들에 대한 사법당국의 신고를 돕는 누리집 '민주파출소'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국민의힘은 "국민 카톡 검열"이라며 반발하고, 언론들도 '지나친 표현의 자유 규제 아니냐'는 시선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민주파출소의 구체적 활동 내용이 무엇이고, 해외에서 가짜뉴스와 내란선동 글 등을 어떻게 규제하고 있는지 제대로 분석하는 보도는 없습니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를 들어, 해외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보장하지 않고 있고 특히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극우 테러리즘 등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규제법안들이 더 강화하고 있음을 지적하려 합니다.

 

1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감시단 단장 김현 의원이 브리핑을 하는 도중 한 진보 성향 미디어 비평지 기자가 "내란이라든지 5·18 이라든지 명백한 사안에 대해서 반대할 수 도 있다"며, 민주당의 가짜뉴스 제보센터에 대해 공개 비판을 했다. 2025.1.13. SBS 보도화면 갈무리
 

민주 "가짜뉴스 적극 신고" 국힘 "국민 카톡 검열" 억지 주장  

 

민주당은 최근 카카오톡 단체대화방과 같은 SNS에서 확산되는 각종 가짜뉴스 등을 제보받아 법에 저촉되는 경우 형사기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신고를 받기 위한 민주파출소(https://minjoopolice.com/) 누리집도 개설했고 13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감시단(단장 김현 의원)은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습니다.

 

국민적 관심과 별개로 국민의힘은 "사생활 영역인 카톡을 검열하겠다는 거냐"며 반발하고 있고 언론 반응도 시큰둥합니다. 이날 국회 기자 회견에서 한 진보 성향 미디어비평지 기자는 "가짜뉴스의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이냐. 5·18이든 내란 사건이든 명백한 사안에 대해 반대할 수도 있고 감시와 견제를 하려면 확실하지 않더라도 의심은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서 민주당을 공개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발표내용을 보면, 어디에도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법안을 만들겠다고 한 적도 없고 김현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듯 "명백히 확인된 가짜정보들에 대한 신고를 적극적으로 하겠다는 것일 뿐, 모든 판단은 사법기관이나 판사가 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것처럼 민주당이 국민 개인의 카톡방을 사찰하거나 들여다볼 방법은 없습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는 당연히 최대한 보장돼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헌법정신이라는 점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나 세계 주요 인권선진국들의 사례를 보면, 표현의 자유를 무한정 보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들은 내란을 선동하거나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등에 대한 표현 그리고 허위 정보의 확산을 엄격히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나치 관련 미화 글 게재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언론인과 일반시민 구분하지 않고 강한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급증하는 각종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이러한 규제는 더욱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1938년 뮌헨회의 참석자들. 왼쪽부터 네빌 체임벌린 영국 총리, 에두아르 달라디에 프랑스 총리,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 베니토 무솔리니 이탈리아 두체. 협정 조인 직전의 모습.  위키백과

 

독일, '나치 찬양·테러' 글쓰면 처벌…가짜뉴스 규제법은 논의 중

 

<워치독>은 독일과 프랑스의 사례들을 직접 조사하여 정리하였습니다. 

독일 형법은 유대인학살 사건을 부정하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거나 나치 선전물을 배포하는 행위를 독일 형법 130조에 의거해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나치 문양' 이미지를 공유하거나 관련 옷을 입거나 히틀러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나치 지배를 "승인, 미화 또는 정당화"한 경우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 조항은 2005년에 추가됐고, 이는 극우 극단주의 시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독일에서 온라인 증오범죄를 전문 수사하는 연방 검사 크리스토프 헤베커는 최근 한 언론(FrontLine)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습니다. "한 독일 여성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시리아 난민은 독일에 들어오는 즉시 사살해야 한다'는 글을 게시한 혐의(선동죄)로 기소됐습니다. 그녀는 극우그룹에 속해 있었고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히틀러의 '나의 투쟁'이었습니다. 그녀는 범죄 전력이 없었지만 결국 징역 11개월의 집행유예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더 무거운 형벌이 내려진 사례도 있습니다. 2007년 독일의 화학자 게르마르 루돌프는 유대인학살 사건을 부정한 혐의로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2010년대 들어 유럽 사회를 깜짝 놀라게 할만한 극우 테러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지면서 극우 선동 표현들을 규제하는 법이 더 강화되고 있습니다. 일례로 네트워크집행법(Network Enforcement Law)은 2017년 독일 의회를 통과했는데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증오발언, 테러 위협, 아동 착취 게시물 등을 신속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큰 벌금을 내게 하고 있습니다. 또 2022년부터는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이러한 증오글을 남긴 사용자의 아이피(IP) 주소를 독일 연방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의무화 했습니다. 이렇게 독일은 내란 혹은 테러를 조장하는 글들, 심지어 단순한 의견표현조차도 가차없이 신고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다만, 단순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법률 제정은 아직 사회적 논의 단계에 있습니다. 독일에서 "난민들이 독일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가짜뉴스 때문에 한 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 메르켈 정부는 2017년 '가짜뉴스 처벌법'을 만들려 했습니다. 그러나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의회는 결국 이 법을 부결시켰습니다. 가짜뉴스를 규제해야 하지만 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하자는 입장입니다.

 

2015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의 바타클랑 콘서트장 밖에 대기 중인 경찰 특공대. 일련의 테러로 최소 149명이 사망했다. AP/연합
 

프랑스, 가짜뉴스 방지법 제정해 판사가 즉시 삭제조처

 

프랑스도 2015년 11월 파리에서 벌어진 대규모 테러로 130명이 사망하는 사건 등으로 온라인상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발명한 나라인 프랑스에서 당연한 핵심 가치이지만 안전한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서 허위의 정보나 혐오, 테러리즘 등이 퍼지는 것을 규제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혐오 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는 언론법과 형법을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언론법은 23조에서 범죄를 선동하는 것을 처벌하게 하고 있고, 24조는 유대인 학살사건 부인죄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32조와 33조에서는 특정 집단에 대한 명예훼손과 혐오 표현을 규제하고 성적지향이나 장애에 따른 모욕 글을 주로 벌금형으로 처벌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글들을 제대로 지우지 않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회사도 벌금을 피할 수 없습니다. 2020년 5월 프랑스는 '인터넷 혐오표현 금지법'을 통과시켜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차별과 혐오가 명백한 콘텐츠에 대한 게시물이 올라온 뒤 이를 24시간 안에 삭제하거나 접근을 차단하지 않는 경우 최대 16억 원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 

 

특히 2014년 프랑스는 반테러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은 공공연히 테러리즘 행위를 온라인 상에서 옹호하는 것마저 처벌하는데 최대 5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오프라인으로 테러가 이어지면 최대 7년 징역형까지 선고 받을 수 있습니다.

 

2018년 프랑스는 더 나아가 '가짜뉴스 방지법'을 제정하기도 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서 정보조작이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판단한 프랑스는 '정보조작 대처에 관한 제2018-1202호 법률(LOI n° 2018-1202 du 22 décembre 2018 relative à la lutte contre la manipulation de l'information)'을 만들어 '가짜뉴스'를 즉시 삭제할 수 있도록 판사에게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가짜뉴스 논란이 되고 있는 스카이데일리 홈페이지 갈무리.

 

이 법은 각종 선거에서 허위정보로 인해 유권자의 판단이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특이한 점은 허위 정보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사후적 대체가 아닌 사전적으로 예방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판사가 판단한 가짜뉴스에 대한 삭제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이 법은 글 게시자에 대해 최대 1년의 징역형과 7만 5000유로의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와 사례들이 있어야 하겠지요. 이 때문에 프랑스는 고등시청각위원회(CSA)와 시청각 디지털 통신 규제기관(Arcom)을 두어 고의적인 허위 정보들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제정한 가짜뉴스법은 서유럽에서는 최초의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법이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언론을 검열할 수 있다는 비판 또한 여전합니다.

 

한국, 가짜뉴스 규제 사실상 전무…표현의 자유는 무한 아냐

 

우리나라로 다시 돌아와 보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짜뉴스를 규제하는 법은 없습니다. 민주당이 설립한 민주파출소도 그러한 성격이라기보다는 단순 신고 누리집에 가깝습니다. 가짜뉴스로 신고가 이뤄지면 그에 대한 처리 판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운영하는 각 회사가 판단하고, 사법 처리 문제에 대해선 과거에도 사법부의 영역이었고 앞으로도 사법부의 영역입니다. 

 

독일과 프랑스는 테러 선동 글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내란 선동 글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과 같습니다. 나아가 독일과 프랑스는 유대인학살 사건을 부인하는 것도 금지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광주 민주화운동이나 일본군 위안부 국가범죄 사건을 부정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을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합니다. 독일·프랑스에서 내란 선동 글은 신고가 활발하고 단순 의견조차도 처벌하고 있습니다. '유대인 학살사건'을 부인하는 단순 표현조차도 용납되지 않고 처벌합니다. 가짜뉴스에 대해선 프랑스는 법으로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법제정이 사회적으로 논의단계에 있습니다. 다만 가짜뉴스에 대한 신고를 받고 행정당국의 판단 하에 삭제조처가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은 활발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 2019년 10월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극우 세력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촉구'를 외치며 집회를 열었다. 언론은 이를 '범보수단체 집회'라고 포장했다. 연합
 

표현의 자유는 중요합니다. 하지만 해외 주요 인권 선진국들은 특정 인종, 소수자에 대한 혐오, 테러리즘, 가짜뉴스를 무차별적으로 용인하지 않고 관련 법안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모든 법안에는 논란이 있을 수 있고 그 시대적 상황에 맞게 법제정 후에도 변경하거나 폐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적 폐해가 커지고 있고 심지어 대통령까지 여기에 영향을 받아 내란 범죄를 저지르는 극단적 사례가 벌어지고 있지만 관련 법 제정 논의는커녕 가짜뉴스와 내란선동 글을 적극 신고하자는 것만으로도 언론은 펄쩍 뜁니다.

 

물론, 무엇이 가짜뉴스인지에 대한 판단은 신중해야 합니다. 가짜뉴스 규제가 정치적으로 악용될 여지 또한 있습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는 <뉴스타파> <뉴탐사> 등 시민언론을 대상으로 "가짜뉴스"라고 공격하거나 검찰을 동원해 압수수색을 반복해왔습니다. 무엇이 가짜뉴스인지에 대한 규정을 정부와 재판부에만 일임하기보다는 공신력 있는 언론단체 등이 함께 참여해 기준을 만드는 것도 그 방법입니다. 영국의 경우 언론사 외 시민사회 등이 함께 가짜뉴스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는 시스템을 두고 있습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이 되는 '표현의 자유'의 철학적 기반을 제시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보면, 그는 자유가 우리 사회 전체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보면서도 '해악의 원칙'을 두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즉, 다른 사람의 자유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의 자유론을 펼친 것입니다. 내란을 선동해 국가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거나, 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 등을 부인해 우리 공동체를 위협하는 허위정보의 글을 퍼뜨리는 행위들을 규제하는 것이 과연 반민주적일까요. 아니면 그대로 내버려두는 게 최선일까요. "선관위가 해킹을 당해 부정선거가 벌어졌고, 그 배후에 중국이 있다." 이런 터무니없는 가짜뉴스가 대통령의 사고를 지배하고 계엄 내란 사건까지 벌어진 마당에 말입니다.

        < 워치독 허재현·조하준·김시몬·김성진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시민언론 뉴탐사 김시몬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가 만든 권력 감시 공동 취재팀이다.

<참고글>

1.Germany’s Laws on Hate Speech, Nazi Propaganda & Holocaust Denial: An Explainer (https://www.pbs.org/wgbh/frontline/article/germanys-laws-antisemitic-hate-speech-nazi-propaganda-holocaust-denial)

2.French Content Moderation and Platform Liability Policies: (https://jsis.washington.edu/news/french-content-moderation-and-platform-liability-policies)

3.독일은 SNS 가짜뉴스 삭제 의무화…혐오 표현하면 처벌부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63855.html)

4.혐오표현에 대한 국제기구와 각국의 대응방안 (김영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2020.12.31)

5.프랑스의 허위조작정보 규제에 관한 연구 - 2018년 정보조작대처법을 중심으로 (강명원, 2022)

6.독일 의회는 왜 '가짜뉴스 처벌법' 폐기했나 (https://zdnet.co.kr/view/?no=20170621102516)

7.가짜뉴스에 맞서는 독일 '사회관계망법집행법'의 내용과 쟁점 (안수길, 2019.3)

서울서부지법 테러 실상 속속 드러나 충격 더해

판사들 개인 집무실까지 난입해 영장 판사 수색

오후엔 헌재 몰려가 불법 집회…국힘 의원 참석
헌재 담 넘어 들어가고, '빠루' 소지한 현행범도

윤석열, 이제와서 "평화적으로 의사 표현해 달라"
"경찰도 강경 대응 말아야" 치고빠지기에 물타기
"시간 걸려도 포기 않고 잘못된 것들 바로잡겠다"

끝까지 '옥중 선동' 예고…국힘도 "경찰이 잘못"
윤상현 "곧 석방"…전광훈 "국민 저항권 발동돼"

반발해도 중형 불가피…'교사' 혐의도 수사 전망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법 내부로 들어가 판사 개인 집무실 문을 발로 차서 부수며 수색하는 폭도들. JTBC 영상 갈무리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법 외벽을 망치로 때려 부수는 폭도들. 미디어펀치 유튜브 영상 갈무리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한 폭도에 의해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린 경찰들이 속출했다. 미디어펀치 유튜브 영상 갈무리
 

19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벌어진 무법천지 테러 사태의 실상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민적 충격을 더하고 있다. 폭도가 법원을 습격하고 내부까지 진입해 난동을 부린 건 대한민국 건국 이래 초유의 사태지만 이를 촉발한 내란수괴와 그 잔당은 일말의 뉘우침과 사죄는커녕 여전히 정당성을 강변하거나 뒤늦게 '폭력은 안 된다'는 입에 발린 소리로 발뺌을 하려 하고 있다. 국회에 이어 법원을 침탈한 내란 세력이 다음엔 윤석열 탄핵심판을 앞둔 헌법재판소까지 난장판으로 만들 가능성이 농후한 만큼 폭동 가담자들은 물론 그 배후 여권 인사들에 대해서까지 철저한 수사와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지상파 및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온 국민이 목도한 대로 윤 대통령 구속에 광분한 지지자들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의 외벽을 망치로 때려 부수고 유리문과 유리창을 무수히 깨 난입함은 물론 경찰을 향해 소화기를 뿌리고 주먹과 쇠파이프 등을 휘둘러 마구 폭행하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심한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는 경찰이 속출했다. 현장에 있던 언론사 취재진 상당수도 이들에게 구타를 당하거나 멱살을 잡히고 카메라를 빼앗기는 등 여러 피해를 입었다.

 

폭도들은 심지어 형사대법정과 영장심사법정 등이 있는 청사 3층에 이어 판사 개인 집무실이 모여 있는 7~9층까지 올라가 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판사를 찾으며 집무실 여러 곳을 수색하듯 돌아다니는 상상을 초월하는 폭거를 저질렀다. 이들은 판사 집무실이 잘 열리지 않자 문을 발로 차 부수고 들어가기도 했다. 글자 그대로 폭동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19일 저녁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탄핵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이들 지지자 중 일부는 19일 오후 다시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여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몰려가 인근 재동초등학교 및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주변에서 미신고 불법 집회를 열었다. 경찰 비공식 추산 1500명은 '대통령을 석방하라'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부정선거 검증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 즉시 석방" "애국 청년 석방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피켓에 윤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차은경 부장판사의 사진을 붙인 자도 있었다. 헌재가 내려다보이는 재동초등학교 앞 집회에는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참석해 마이크를 잡고 발언했다.

 

개중엔 또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발생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 40분쯤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한 남성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붙잡았고, 오후 3시 30분쯤에는 헌재 담을 넘어 경내로 진입한 남성 1명을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오후 4시 50분쯤에는 헌재와 가까운 안국역 2번 출구 인근에서 쇠 지렛대인 일명 '빠루'를 소지하고 있던 남성을 흉기 은닉 휴대 등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오후 경기 과천시 공수처에서 조사를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5.1.15. 연합뉴스

 

이 모든 사태를 유발한 윤석열 대통령은 이제 와서 "새벽까지 자리를 지킨 많은 국민들의 억울하고 분노하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나 평화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현해 달라"고 가증스러운 면피성 발언을 내놨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대통령은 오늘 새벽 서울서부지법에서 발생했던 상황을 전해 듣고 크게 놀라며 안타까워했다"면서 "특히 청년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소식에 가슴 아파하며 물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국가적으로는 물론 개인에게도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경찰도 강경 대응보다 관용적 자세로 원만하게 사태를 풀어나가기를 바란다"고 해 교묘한 양비론으로 폭력 시위대를 편드는 모습을 보였다.

 

전형적인 치고빠지기에 물타기를 시도한 윤 대통령에게 자신의 책임을 성찰하는 개전의 정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술 더 떠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가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국정 혼란 상황에서 오로지 대한민국의 헌정질서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었음에도 이러한 정당한 목적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고 변호인단은 설명했다. 아울러 "사법 절차에서 최선을 다해 비상계엄 선포의 목적과 정당성을 밝힐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겠다'고 한 마지막 대목은 윤 대통령이 옥중에서도 변함없이 비상계엄 선포의 당위성을 항변하며 지지자들의 조직적 저항을 부추길 것임을 예고한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탄핵소추안 표결을 이틀 앞두고 낸 네 번째 담화에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고, 지난 1일 한남동 관저 앞 집회에 모인 참석자들에게는 "유튜브로 보고 있다. 함께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독려하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뒤인 17일에도 "많은 국민들께서 추운 거리로 나와 나라를 위해 힘을 모아주고 계시다고 들었다. 국민 여러분의 뜨거운 애국심에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국민께 전하는 편지'를 공개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종료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측 윤갑근 변호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1.18 [공동취재] 연합뉴스

 

우두머리가 이러니 그 호위대의 태도 또한 다를 바 없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영장 발부 직후 '시일야방성대곡, 법치가 죽고 법 양심이 사라졌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터무니없는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우겠다"고 해 법원 판단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폭력 사태와 관련해서는 "경찰은 시민을 자극하고 공격하는 일체의 행위를 중지해야 한다"면서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를 막을 책임은 오롯이 공수처와 사법부에 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대통령실 역시 사법부 판단을 부정하며 여론 선동전에 가담했다. 대통령실은 구속영장 발부 뒤 언론 공지를 통해 "다른 야권 정치인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결과"라며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별도의 글을 올리고 "(비상계엄이) 헌정 문란의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 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적어 사실상 비상계엄을 두둔하는 메시지를 지지자들에게 전파했다. 대통령실 일부 관계자는 전날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열린 윤 대통령 영장 기각 촉구 시위에 개인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지도부도 빠질 리가 없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대위 회의에서 "우리 형사소송법은 모든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무죄 추정과 피의자 방어권 보장을 위한 입법 원칙"이라며 "오늘 새벽 구속영장 발부는 이런 법 원칙을 무너뜨렸다. 법원의 판단에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 인사들에 대해서는 혐의의 경중과 상관없이 무조건 '유죄 추정'과 '구속 수사'를 부르짖어 오다 내란수괴에 대해서는 돌연 180도 바뀐 '원칙'을 내세운 것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대상이 아닌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 사례를 집요하게 끌어들인 뒤 "현직 대통령을 구속 수사하겠다면 똑같은 잣대가 야당 대표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상습적인 궤변을 전개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대통령 체포와 구속 과정은 그야말로 불법과 불법의 연속이었다"며 "사법부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땅에 떨어졌다고 단정했다. 그는 특히 "경찰에도 경고한다. 어제 현장은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경찰이 시민을 내동댕이 치고 시민의 카메라가 장착된 삼각대를 발로 걷어차는가 하면 바리케이드를 쳐서 폭력을 막으려는 시민을 방패로 내리찍고 명찰 없는 경찰이 현장에 다수 나선 모습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적반하장으로 경찰을 질타했다. 나아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강력히 요청한다. 민노총 등 다른 불법 집회에서 볼 수 없었던 경찰의 과잉 대응, 폭력 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충분한 진상을 규명해달라"고 압박했다.

 

19일 오전 서울 동화면세점 인근 세종대로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윤석열 호위무사'를 자처해온 윤상현 의원은 "애국시민 여러분께 감사하다"고까지 발언해 폭동을 격려한 것으로 해석됐다. 윤 의원은 18일 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인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 17명의 젊은이가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해서 관계자하고 얘기를 했다"며 "아마 곧 훈방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 다시 한번 애국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마포경찰서는 18일 오후 5시 30분쯤 서울서부지법 담장을 넘어 청사로 침입한 시위대 17명을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한 상황이었다.

 

온라인상에는 윤 의원이 지지자들과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 지지자가 "윤 의원님 오동운 죽일 놈의 좌수처장 차량 막았다고 경찰이 학생들 3명 잡아갔어요. 학생들도 좀 알아봐주실 수 있나요"라고 묻자 윤 의원은 "조사 후 곧 석방할 거예요"라고 답했다. 다른 지지자가 "의원님 오늘 월담한 17인 훈방 조치 됐나요"라고 묻자 윤 의원은 또 "조사 후에 곧 석방될 거예요"라고 되풀이했다. 캡처 이미지에 찍힌 윤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는 실제 윤 의원 번호와 일치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의 외롭고도 힘든 성전(聖戰)에 참전하는 아스팔트의 십자군들은 창대한 군사를 일으켰다"고 폭도들을 '아스팔트의 십자군'으로 칭송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 성전의 상대방은 당연 '반국가세력'의 괴수(魁首) 이재명"이라며 "거병한 십자군 전사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저는 지금 대통령 지키려다가 어제오늘 체포된 분들을 각 경찰서를 돌며 면회하고 있다"면서 "86명이 체포되어 너무 안타깝다. 저는 그분들께 무료 변론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 와중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또 '국민 저항권'을 거론하며 폭력을 부추겼다. 전 목사는 이날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개최한 '전국 주일 연합 예배'에서 "이미 국민 저항권이 발동된 상태이고 국민 저항권은 헌법 위에 있다"며 "이번 주 토요일 (집회에) 1000만 명이 모여야 한다.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 있다"고 적나라한 선동전을 펼쳤다. 전 목사는 윤 대통령이 구속된 데 대해 "괜찮다. 한번은 구속이 돼야 한다"면서 "이승만 전 대통령도, 박정희 전 대통령도 구속이 됐다. 감방에서 담금질을 해야 마지막 후반기 사역을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19일 오전 서부지법 후문에 현판이 쓰러져 있다. 2025.1.19. 연합뉴스

 

이렇게 윤석열 대통령 측과 여권이 아무리 폭도들을 옹호해도 이들이 엄중한 법적 심판을 피하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이번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로 체포된 86명(채증 작업을 통해 더 추가될 전망)은 형법상 건조물침입과 공용물건손상죄는 기본이고 죄질에 따라 특수건조물침입과 특수공용물건손상방해, 공무집행방해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 등이 적용돼 중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중이 집합해 폭행, 협박 또는 손괴 행위를 한 경우'를 규정한 형법상 소요 혐의도 거론되는데, 이 혐의가 인정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검찰은 이번 사태 관련자 전원을 구속 수사할 방침이라 '선처' 가능성은 희박하다. '저항권 행사'를 운운하며 난동을 부추긴 전광훈 목사나 석동현 변호사가 교사 혐의로 수사받을 가능성도 있다.

 

대검찰청은 언론 공지를 통해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 사이에 서부지법과 인근에서 자행된 불법 폭력 점거시위는 법치주의와 사법 체계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매우 중대한 범죄"라며 "서울서부지검에 전담팀을 구성해 엄정 대응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가담자들을 전원 구속 수사하는 등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한편 중형을 구형하는 등 범죄에 상응하는 처분이 내려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담팀은 팀장인 신동원 서부지검 차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9명 규모로 꾸려진다.

 

사법부도 이번 난동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급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천대엽 대법원 법원행정처장은 서울서부지법 현장을 직접 찾아 둘러본 뒤 "법원 내 기물 파손 등 현장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TV로 본 것보다 열 배 스무 배 참혹하다"면서 "30년간 판사 생활을 하며 이런 상황은 예상할 수도 없었고 일어난 바도 없다. 법치주의에 대한 전면적 부정이자 형사상으로도 심각한 중범죄"라고 탄식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20일 오전 긴급 대법관회의를 소집해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의한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합리적 이해에 기초한 공존 모색해야

 

 ‘혐오’는 증폭될 뿐이다

 

내란수괴 윤석열을 맹목적으로 비호하는 극우 집회에서 주창되는 핵심적인 이슈는 바로 ‘혐중’이다. 이 ‘혐중’ 이슈는 내란수괴 윤석열이 이른바 ‘대국민 담화’에서 ‘중국인 간첩론’을 선동하면서 본격적으로 발화되었다. 그 뒤 윤석열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 운운하면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였다. 윤석열은 관저를 찾아온 국힘 의원들에게도 한남동 관저 앞 2030 세대의 탄핵반대 집회 연설에 “친중 세력에 대한 반감 등이 담겨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얼빠진 국힘 의원은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에 찬성하는 것이 본질이다”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급기야 엊그제는 지난 12.3 계엄선포 당시 선거연수원에서 중국간첩 99명이 체포되었다는 어이없는 가짜뉴스가 널리 유포되는 등 ‘혐중 이슈’는 바야흐로 윤석열 지지집단의 핵심적 주제로 자리잡고 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이 지핀 이러한 혐중 선동은 시대착오적이고 망상적인 그의 의식구조가 분명하게 투영되어 있다. 동시에 그것은 자신의 범죄 사실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궤변 논리로서 우리 사회에 미만(彌滿)해 있는 반중 분위기를 활용하여 진영 논리로 변질시키려는 악의적 의도가 그 본질이다.

 

이러한 ‘혐중 이슈’에는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인근 국가 간 관계는 우호적이기보다 오히려 불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상대국가에 대하여 악감정을 발생시킴으로써 불편한 양국 관계를 초래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가짜 뉴스’나 상대방에 대한 ‘악마화’ 등으로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혐오는 증폭된다. 위에서 언급한 ‘중국간첩 99명’ 운운의 가짜뉴스에 인용된 사진은 2016년 백령도 인근에서 불법조업 중 붙잡힌 중국 선원들을 찍은 사진이고, 중앙선관위는 계엄군이 계엄선포 당일 선거연수원에 오지도 않았다고 공식 발표하였다.

 

흔히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로서는 그러한 식으로 단선적으로 선택할 필요가 없다. 오직 국익(national interests)을 기준으로 삼아 정황에 맞게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을 하면 될 일이다. 강대국의 역학관계가 교차되는 전형적 국가로서 꼽히는 곳은 바로 우리 한반도이다. 그러한 이유로 한반도는 이제껏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불행한 나라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란 바꿔 생각한다면 우리가 스스로 힘을 발휘하게 될 경우 거꾸로 주변 강대국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보유하게 되는 천혜의 요충지로 전환될 수 있다.

 

더구나 한국은 GDP 순위에서 세계 10위로 중견국의 위상을 갖추고 있다. 한국은 이미 그 어떤 나라도 쉽게 넘볼 수 없을 국가가 되었으며, 어느 나라에게도 “노”라고 할 수 있는 나라이다. 초강대국 미국도 함부로 대할 수 없다. 그럼에도 한국이 계속 미국에게 오직 수세적이고 피동적인 모습만을 노정시키고 있는 현실은 오랜 관행에 젖은 일종의 패배주의와 열등의식에 기인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굴종하면 굴종할수록 그 가치는 더욱 떨어진다. 반대로 스스로의 존재를 부각시킬수록 그 몸값은 그만큼 치솟게 된다.

 

물론 현재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은 대단히 강력하다. 이러한 미국의 영향력은 특히 군 고위장교들의 밀접하고도 다양한 대미 접촉, 고위 관료층의 미국 유학 채널을 토대로 하여 군과 관료층을 비롯, 이 나라 학계를 지배하고 있는 미국 유학파, 그리고 언론계와 정계 등 이 사회의 핵심 구조 곳곳에 직간접적으로 존재하는 풍부한 정보자산을 인적 기반으로 한다. 더구나 태극기 부대가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를 들고 다니는 데서 알 수 있듯 친미적 분위기로 충만한 분위기에서 미국의 ‘힘’은 더욱 강화된다. 그리고 이 ‘힘’은 정권의 친미 정책 추구로 극대화된다.

 

‘균형’이 중요하다

 

유명한 명제가 있다. 바로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균형’이 중요하다. 돌이켜보면, 특히 미국의 민주당 정부는 클린턴 이래 오바마, 바이든 정부 모두 일관되게 일본의 편에 서서 대한 정책을 펴왔으며, 일본과 한국 간의 문제에서 한국을 지지한 적은 거의 없다. 또한 북한과 적극적 교류 정책을 시행한 적이 없다. 우리가 상황에 따라 “노” 할 수 있는 적극 전략을 채택하지 않는 한, 이미 고착된 미국의 정책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북한은 일반적인 편견과 달리 외교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최소한 우리보다 훨씬 유연하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시계추 외교(pendulum diplomacy)’를 전개하였고, 1990년대에는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에 대한 남방외교를 모색하였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를 추진하였다. ‘시계추 외교’는 두 개의 국가에서 주기적으로 어느 일방에 대한 밀착과 상대방에 대한 거리두기를 반복하는 외교 전략으로서 두 개의 국가에 동일한 비중을 두는 ‘등거리 외교(equidistance diplomacy)’와는 상이한 개념이다.

 

한편,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중국과 인근국으로서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지닌 국가이다. 고조선 이후 ‘한4군이 설치될 때 베트남에는 ‘한9군’이 설치되었으며, 고구려 멸망 후 ‘안동도호부’가 설치되었을 때 베트남에는 ‘안남도호부’가 설치되었다. 또 우리 민족이 몽골 침략을 받은 13세기에 단군신화가 만들어졌는데, 베트남 역시 외세 침략이 거셌던 13세기에 건국 신화가 탄생되었다. 이렇듯 우리나라와 거의 흡사한 궤적을 그려온 베트남은 현재 자신의 국익을 위해 중국과 미국 양국을 상황에 맞춰 적절히 견인하고 견제하는 균형외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이라는 요인을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다. 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거둔 엄청난 무역흑자와 막대한 투자 이익이 바로 중국과의 교역과 투자에 의하여 가능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은 미국 옆의 나라도 아니고 또 유럽 국가도 아니다. 중국과의 관계를 맺지 않을 수 없고,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의 양국 관계는 언제나 우리의 중요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필자가 상하이를 여행했을 때 시내 도로에서 현대나 기아 등 한국산 자동차를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또 이전 한류가 왕성한 시기에는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 인기가 대단했지만, 시내 백화점에서 한국 화장품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국과 관계가 대단히 좋지 못한데 굳이 한국 상품을 구매하고 싶지 않은 중국인들의 심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국내의 적지 않은 여론은 그러한 중국인들의 소비 행동을 중국 정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쉽게 보도한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객관적이지 않다. 일종의 편견과 우월감으로서 중국인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흔히 중국을 ‘짝퉁의 나라’라고 여긴다. 그러나 가령 전기차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세계 최첨단의 수준이다. 전기차의 자율주행이나 소프트 분야도 세계적 수준이다. 미래를 이끌 차세대산업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중국은 세계 정상급이다. 근거 없는 선입관과 막연한 불안감, 중국을 향한 우리의 두 가지 감정이 합리적 이해에 기초한 공존(共存)의 모색을 가로막고 있다.

 

근거 없는 혐오는 중지되어야 한다. 국민분열과 정쟁의 수단으로서 혐중 선동을 획책하는 내란수괴 윤석열의 행태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한 억지 주장이자 망동이며, 또 다른 명백한 범죄 행위이다.            < 소준섭 전 국회도서관 조사관 >

“헌법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용납할 수 없는 도전”

 

 
 
서울서부지방법원이 19일 새벽 3시에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을 발부한 가운데 이날 오전 서울서부지방법원 모습. 과격 지지자들에 의해 부서진 서부 지법 모습. 정용일 선임기자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반대하는 지지자들에 의해 폭력적으로 점거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시민사회단체는 “헌법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도전”이라며 점거자들과 이를 선동한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벌을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19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태에 대해 “법원의 외부세력 점거는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처음”이라며 “한국 헌정사에서 전례 없는 사법부에 대한 폭력적인 공격이며, 헌법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용납할 수 없는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이 ‘내란죄 피의자’ 윤 대통령은 물론 12·3 내란사태를 정당화해온 변호인단과 국민의힘에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참여연대는 “체포와 구속영장 발부 과정에서 윤 대통령과 변호인들은 법원의 정당한 판결과 결정을 지속적으로 부정하며 법원 공격이라는 폭력 행위를 선동하고 부추겼다”며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수사기관의 수사권을 부정하고, 적법하게 발부된 판사의 영장을 무효라고 선동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논평을 내 “서부지법 사태는 윤 대통령과 내란세력이 폭동을 선동했기 때문”이라며 “백골단을 만들어서 하려던 일이 현실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법원을 점거했던 지지자들과 이를 선동한 이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역시 이날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과 윤석열의 변호인들은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기는커녕 지금까지도 법원의 정당한 영장 발부를 문제 삼으며 극렬 지지자들에 대한 선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폭동에 가담한 이들은 물론, 이를 선동하고 조장한 윤석열과 그 측근들, 극우 인사와 유튜버들, 폭동 사태를 목도하고도 연행자들이 곧 석방될 거라며 비호하고 애국시민께 감사드린다는 발언을 일삼은 윤상현 등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 정봉비 기자 >

 

민주당  “법원 난입·난동, 내란 동조세력 엄두 못 내게 법 집행해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운데)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법원에 난입해 난동을 부리는 사태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주의를 파괴한 행위”라며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19일 서면 브리핑에서 “내란 동조세력은 지난 새벽 헌정 질서를 거부하고 법치를 무너뜨리려고 했다. 내란 수괴의 선동에 추종자들은 폭도가 됐다”며 “경찰에게 당부한다. 내란 동조 세력이 다시는 난동을 엄두도 내지 못하게 단호하게 법을 집행하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19일 오전 서부지법 창과 외벽 등이 파손돼 있다. 연합
 

이날 새벽 3시께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정문과 유리창을 깨부수며 법원에 난입해 집기와 시설물을 파손한 데 따른 것이다.

 

박지원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서부지법 난입, 난동은 어떠한 경우에도 법에 의거해서 강력 처벌해야 한다”며 “사법주의 파괴이며 계엄에 이어 연이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난동 배후 세력은 물론 난동자들을 색출, 엄벌해 대한민국의 사법 민주주의를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쪽에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서도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초법적 난동을 부린 이번 폭력 행위를 즉각적이고 단호하게 대응하라”며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공권력과 법치주의가 하루아침에 추락할 수 있다”고 최 대행에게 촉구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에서 비상 의총을 열어 이번 법원 난입·난동 사태와 관련한 상황을 공유할 예정이다.   < 기민도 기자 >

 

혁신당 차규근 “서부지법 난동, 국힘 의원이 교사한 정황 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9일 흥분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청사 유리창을 깨고 난입하는 등 폭력 행위를 벌인 데 대해 조국혁신당이 “제2의 내란 사태”라고 규정하며 “법으로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선민 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부지법 폭력 사태는) 헌정질서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12월4일 새벽 군의 입법부 침탈에 이은, 폭도의 사법부 침탈”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김 권한대행은 “이들이 앞으로 발 뻗고 편하게 잠을 잔다면 대한민국에는 법보다 주먹과 쇠 파이프가 앞설 것”이라며 “폭도들의 공격 대상은 헌법재판소,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국회로 옮아갈 것이고 그 다음 순서는 우리 자신과 가족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에 “소요죄, 특수공무집행 방해 치상죄 등으로 전원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이들을 선동해 내란을 실행케 한 배후와 조직을 수사해 일벌백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권한대행은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오늘(19일) 아침 경찰이 전원 구속수사 방침을 밝혀 국회 차원에서는 앞으로 있을 고발이나 발본색원을 위한 수사 촉구, 결의안 등을 지속해서 고민하겠다”며 “추가로 있을 가능성이 있는 테러 대상자들에 대한 신변보호 조치도 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아울러 “언론에서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표현을 쓰는 데 한쪽은 폭력, 한쪽은 평화, 한쪽은 상식, 또 다른 한쪽은 비상식을 활용했다. 양극단이라는 표현도 쓰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같은 당 차규근 의원은 “이번 폭도들의 법원 난입·난동 사건과 관련해서는 국민의힘 의원 일부가 그 부분을 교사하고 조장한 정황이 있다”며 “혁신당에서는 (고소·고발 등) 법적 처벌을 적극 검토할 생각”이라고 했다.

 

혁신당 쪽에서 지목한 국민의힘 의원은 윤상현 의원으로 보인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날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했다가 경찰에 붙잡힌 윤 대통령 지지층이 윤 의원과 직접 통화를 했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고 인증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 고한솔  기민도 기자 >

 

이준석 “서부지법 난동, 백골단 추켜올릴 때 예고된 불행”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김혜윤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9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에 대해 “(윤 대통령이) 처음 공언한 것처럼 책임을 지고 협조하는 길을 택했더라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직 대통령의 구속은 법 앞의 평등이라는 가치가 구현된 중요한 결과물이지만 한편으로는 대한민국 정치의 실패”라며 “대통령이 처음 공언한 것처럼 책임을 지고 협조하는 길을 택했더라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임기 내내 망상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유튜브에 영향받고 극단적 조언을 하는 주변에 휘둘리던 것이 이번 탄핵 국면에도 마찬가지였다”며 “정당한 영장집행을 물리력으로 저지하거나 미국이 도우러 온다느니 하는 가짜뉴스로 버티는 것은 분명하게도 길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그 길이 있다고 크게 떠들던 사람들이 슈퍼챗으로 돈은 벌었겠지만 거기에 휘둘린 많은 사람들은 이제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르게 됐다”고 했다.

 

이 의원은 이날 새벽 윤 대통령 구속에 흥분한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유리문 등을 깨고 난입한 상황 등과 관련해 “백골단을 국회 기자회견장에 들여서 추켜올릴 때부터 예고된 불행이었다”고 지적하며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이 상황에서의 해결책 또는 대안일 수 없다”고 말했다. < 전광준 기자 >

 

“곧 석방될 것” 윤상현, 지지자들에 문자…“사실상 습격 명령”

19일 새벽 서부지법 난입 사태 전
윤석열 지지자들에 안심 문자 보내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되는 동안 서울서부지법 담장을 넘었다가 경찰에 붙잡힌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두고 “곧 석방될 것”이라며 안심시켰던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을 향한 테러 행위를 가벼이 여긴 윤 의원의 태도가 구속영장 발부 이후 ‘법원 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부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윤 의원과 직접 통화를 했거나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인증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지지자가 이날 밤 9시11분 윤 의원에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차량을 막았다고 경찰이 학생 3명을 잡아갔다. 좀 알아봐 주실 수 있냐’는 취지의 문자를 보내자 윤 의원은 밤 9시46분 “조사 후 곧 석방할 것’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또 다른 지지자가 같은 날 밤 11시29분 ‘오늘 월담한 17인 훈방 조처 됐나. 모금까지 이야기 나오고 있다’고 문자를 보내자 윤 의원은 재차 ‘조사 후에 곧 석방될 것’이라고 답했다.

 

          18일 서울서부지법 앞을 방문한 윤상현 의원.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또 온라인상에 올라온 한 영상을 보면 서울서부지법 앞에 직접 나온 윤 의원은 “17명의 젊은이들이 담장을 넘다가 유치장에 있다고 그래서 관계자하고 이야기했고 아마 곧 훈방이 될 것이다, 이렇게 보고 있다”며 “애국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제가 내일 아침에 미국을 가니까 제 휴대전화 번호를 드릴 테니까 혹시 문제가 생기면 연락을 주면 우리 보좌진들이나 의원들이 직접 나서게 하겠다”고도 했다.

 

앞서 18일 오후 5시24분께 서부지법 후문 쪽 담장을 넘은 남성 1명과 저녁 6시5분께 같은 자리서 담장을 넘은 16명 등 17명이 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현행범으로 체포된 바 있다. 이어 같은 날 저녁 7시33분께 법원을 빠져나오던 공수처 차량을 가로막고 1시간 가까이 난동을 부린 이들 가운데 일부도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담을 넘어 서부지법에 진입하려던 이들이 경찰에 붙잡혀 모여있다. 김가윤 기자 
 

윤 의원이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안심시킨 이후 19일 새벽 3시께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지자 흥분한 지지자들은 서부지법에 난입해 법원 청사를 부수는 등 큰 소동을 벌였다. 법원 창문과 외벽을 깨부수고 건물 안으로 난입한 이들은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겠다”는 등 흥분한 모습으로 법원 안을 돌아다니며 각종 집기와 창문 등을 파손했다.

 

누리꾼들은 윤 의원의 문자와 발언이 알려지자 “폭동을 선동한 것 아니냐’, “법원 담을 넘었는데 어떻게 바로 훈방이 되나”, “윤상현이 일을 키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페이스북에 “서부지법 습격의 전조는 18일 저녁 월담이었다. 경찰이 월담자 17명을 체포했지만 극우 시위대는 '훈방' 될 것으로 믿고 더 대담해진 듯하다”고 썼다. 이어 “‘훈방' 기대의 근거는 윤상현이었다. 이 내용이 급속히 시위대 사이에 공유됐고 이후 습격, 폭동의 도화선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 의원은 “법원이 침탈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침탈자들 훈방된다고 안심시켰으니 이것이 습격 명령과 무엇이 다를까”라며 비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19일 “채증자료 등을 바탕으로 주동자를 비롯한 불법행위자 전원에 대해 구속수사 등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18일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서울서부지법에서 난동을 부려 체포된 윤 대통령 지지자는 모두 86명이다. < 이유진 기자 >

 

정진석 “폭동인지 비상조치인지 국민이 판단할 것”

 
 
                     1월19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글. 페이스북 갈무리
 

내란죄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9일 새벽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12·3 비상계엄이) 헌정문란 목적의 폭동인지, 헌정문란을 멈춰 세우기 위한 비상조치인지, 결국은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이 구속된 뒤 이날 새벽 5시30분께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러한 글을 올렸다. 서울서부지법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이날 새벽 3시께에 발부했다.

 

정 실장은 비상계엄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입장으로, 그간 계엄에 대해선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비상조치” “국민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새벽 4시10분께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 구속에 대해 “다른 야권 정치인들과의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 결과로서,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사법부인 법원의 영장 발부에 대통령실이 “우려”를 표시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이날 서울서부지법 앞에 모여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법원에 난입해 법원 청사를 부수는 등 난동을 벌였는데 이에 대한 자제를 촉구하는 메시지 없이 사법부의 결정에 반발하는 듯한 입장을 보인 것도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온다.  < 이승준 기자 >

 

권성동 “시위대에 일방적 책임 물을 수 없어…경찰이 과잉 대응”

윤석열 구속영장 발부에 “대단히 유감”
권영세 “이재명에 똑같은 잣대 적용을”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에 난입해 폭동을 부린 데 대해 “폭력의 책임을 시위대에 일방적으로 물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오히려 “경찰의 과잉 대응”이 문제였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이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유리문 등을 깨고 난입한 사태와 관련해 “폭력은 안 된다고 강력히 호소한다”고 하면서도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경찰이 시민들을 내동댕이치고, 시민의 카메라가 장착된 삼각대를 발로 걷어차는가 하면, 바리케이드를 쳐서 시민을 막으려 했다”며 “시민을 방패로 내리치고, 명찰없는 경찰이 현장에 나선 모습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에게 강력히 요청한다”며 “민주노총 등 다른 집회에서 볼 수 없는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해 충분한 진상 규명을 하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데 대해서도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청구를 서울중앙지법을 피해 서부지법 선택하는 판사쇼핑을 했고, ‘을사늑약’을 연상케 하는 (관저 출입을 위해) 55경비단 관인을 (공수처가) 대리날인을 하는 등 체포와 구속과정은 그야말로 불법과 불법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55경비단장인 ㄱ 대령은 ‘직인을 찍는 과정에서 강압 또는 협박이 있었느냐'라는 국방부 관계자의 질의에 “전혀 없었다”라고 답한 바 있다. 그런데도 대리날인을 1905년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에까지 빗댄 것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도 “법원 판단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형사소송법은 모든 피의자에 대한 불구속 수사 원칙, 무죄 추정과 방어권 보장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직무정지 이후 대통령은 가택연금 상태에 있었다. 비상계엄 관련 수사는 이미 종료돼 서울중앙지법, 군사법원에 기소됐는데, 단순히 전화기 하나 바꿨다고 증거인멸 우려 있다고 판단한 것은 대단히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출석한 가운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으려 시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권 비대위원장은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현직 대통령 구속수사하겠다는 똑같은 잣대가 야당 대표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작년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 심사시 법원은 제1야당의 대표로 피의자 방어권 보장이 중요하다는 이유를 들어서 국회의 체포동의에도 불구하고 영장을 기각했다.

 

조국 전 의원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도 법정구속이 안 돼 불구속 상태에서 당 만들고 선거 출마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대표는 8개 사건에서 12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혐의 확인되면 똑같이 구속해 법적 형평성과 법 원칙이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한겨레 서영지 전광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지지자들이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을 습격한 19일 오전 서부지법 창과 외벽 등이 파손돼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