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치매 위험사회

● 칼럼 2012. 8. 1. 15:53 Posted by SisaHan
치매 전문가 4명이 노인을 위한 두뇌훈련 책을 냈다. ‘100세 시대’에 치매는 인간다운 황혼을 꿈꿨던 노인들의 최대 공포다. 어디 노인뿐인가. 최근 4년새 20~40대 젊은 치매도 두배 가까이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약사는 치매 치료 연구에 막대한 비용을 쏟고, 치매 예방 게임, 앱, 로봇, 식품과 치매예방관리사까지 관련 산업이 뜨고 있다. 
치매는 여러 이유로 뇌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 기억력, 언어능력, 방향감각, 판단능력 등을 상실해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는 병이다. 치매는 일단 발생하면 치료에 한계가 있고 완치할 수 없다. 따라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문제는 예방이다. 나이 들어서 몸과 마음을 또렷이 유지하려면 건강한 생활밖에는 답이 없다. 뇌와 몸이 녹슬지 않도록 유지·정비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노후 준비를 위해 현재를 숨가쁘게 살면서 건강을 희생해야 한다는 역설에 발목 잡혀 있다. 지금과 같은 사회구조와 문화 속에서는 치매 예방은커녕 갈수록 ‘치매 위험군’이 늘 수밖에 없다. 치매 예방법을 실천하며 살기엔 우리 삶은 너무 팍팍하고, 여유가 없으며, 몸과 마음을 덜 쓰는 쪽으로 향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의 뇌 기능은 마비되고 있다. 기계문명이 발달한 요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두뇌 발달의 기회를 빼앗긴다. 아이들은 산과 들로 나가 자연 속에서 오감을 발달시키고 부모와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해야 두뇌가 발달한다. 
그러나 피로에 찌든 많은 부모들은 아이 손에 스마트폰을 쥐여주고 학습용 디브이디(DVD)를 틀어준다. 자연 속에서 몸을 뒹굴기보다는 교실과 집이라는 실내 공간에서 주로 생활한다. 학교에 들어가면 입시 위주 교육으로 신체활동은 줄어들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많은 학생들은 게임과 스마트폰 중독에 걸려 책을 멀리한다. 소아비만 환자는 늘고, 이들은 예비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환자가 된다. 
사회에 나오면 어떤가.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고, 설사 직장에 들어간다 해도 불안은 지속된다. 갈수록 경쟁은 치열해지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해지는 우리 사회는 많은 사람들에게 술과 담배를 권한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실패할까 봐, 낙오자가 될까 불안에 떨고, 술과 담배로 불안을 잊으려 한다.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성과가 중요한 사회라 사람들은 운동할 짬을 내지 못하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경제력 없이 은퇴한 삶은 치매 환자에 버금갈 정도로 무기력함 그 자체다. 하릴없이 많은 노인들이 텔레비전과 고스톱에 빠진다. 노인들의 취업 기회와 소득 보장 대책은 허술하고, 두뇌활동 기회는커녕 자존감을 가질 여유도 없다. 
뇌과학자이자 치매 전문가인 나덕렬 박사는 치매 예방법으로 ‘진인사대천명+고!’라는 슬로건을 소개했다.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 끊고, 사회활동과 긍정적인 사고를 많이 하고, 대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 명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고, 고혈압, 고혈당, 고지혈증을 조절하자는 얘기다. 나 박사는 은퇴자들이 텔레비전이나 보며 3개월만 두뇌활동을 안 해도 뇌의 기능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단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번 책을 만들었다 했다. 
그러나 끝말잇기나 기억력 시험과 같은 두뇌 훈련책으로 노인들의 뇌 기능이 나아진들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무기력한 노년을 예고하는 ‘치매 위험사회’의 근본적 시스템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치매 환자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

< 양선아 - 한겨레 신문 스페셜 콘텐츠팀 기자 >


<문화방송>(MBC) 노동조합이 오늘부터 업무에 복귀한다. 지난 1월 말 김재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 회복을 내걸고 시작한 지 170일 만이다. 간판급 앵커를 포함해 대부분의 기자와 PD, 기술직 등 역대 최고의 참여율을 기록했으며, 해고·정직 등 조합원의 희생 또한 역대 최고였다. 그만큼 공정방송에 대한 갈망은 뜨거웠고, 이 정권의 방송장악에 대한 분노는 컸다. 그러나 ‘정권 하수인’ 사장 아래서 회사가 회복 불능 상태로 망가지고 있으니 노조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적었을 것이다. 이제 더 치열한 일상투쟁으로 공정방송을 회복하고 지켜내길 바란다.
사실 조합원의 희생은 막대했고 시민의 성원은 뜨거웠지만, 가시적 성과는 없다. 김 사장 퇴진이나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 개선 등 어느 것 하나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이번 파업은 통상적 노사분규가 아니다. 김 사장 상대의 투쟁이 아니었다. 그와 같은 하수인을 보내 공영방송을 권력의 나팔수로 전락시키려 한 이 정권을 상대로 한 것이었다. 이제 새누리당도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 확보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고, 김씨의 퇴진은 물론 국회 청문회 개최에도 공감했다. 나름대로 큰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공정방송 회복에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도 기억해야 한다. 김 사장 구속 촉구 서명에 72만여명이 참여했고, 시민들은 ‘밥차 응원’ 혹은 대규모 플래시몹으로 이들을 격려했으며, 수많은 연예인이 불이익을 감수하고 이들 곁을 지켰다. 아무리 무모한 정권이라도 이제 시민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MBC 파업을 단순한 노사분규로 간주했던 박근혜 의원의 인식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 문제로 바뀐 것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 사장 아래서 MBC는 아무도 보지 않는 방송이 되고 있다. 간판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마저 시청률 2%대로 추락했다. ‘큰집(청와대)에서 쪼인트를 까인’ 꼭두각시 사장이 쥐락펴락했으니 이런 결과는 불가피했다. 권력의 하수인이 아니라도 이제 파국적 경영위기에 책임을 지고 김 사장은 물러나야 할 판이다.
김 사장은 고참 방송인으로서 양심을 회복하기 바란다. 최선은 당장 물러나는 것이지만, 그 전이라도 6명의 해고를 포함해 150여명에 이르는 징계를 원상회복해야 한다. 공정성 확보 장치도 앞장서 마련해야 한다. 자신으로 말미암은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 것이다. 보복 인사 따위는 낭설이길 바란다. 종편 등 상업방송을 위해 고의로 MBC를 파괴까지 해서야 되겠는가.


북한이 군 최고 실세인 리영호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인민군 총참모장을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전날 노동당 중앙위원회가 정치국 회의를 열어 그를 ‘신병 관계’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모든 직무에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신속한 보도도 이례적이지만, 김정은 정권의 핵심 실세이자 선군정치의 주축인 그의 전격 경질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북의 상층부에 무슨 큰 변화가 일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올 법하다.
리영호는 김정은 후계체제가 사실상 외부에 공표된 2010년 9월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신설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함께 선출됨으로써 김정일과 김정은 체제를 잇는 군부의 실세로 떠올랐다. 김정일 위원장 영결식 때는 운구차를 호위한 8명 가운데 한 명이었다. 최근까지도 김 제1비서의 군부대 시찰을 수행했고, 지난 8일 김 제1비서의 금수산궁전 참배 땐 그의 왼편을 지켰다. 신병 관계라는 설명이 미덥지 않은 이유다.
 
그의 정확한 경질 이유가 무엇인지 알 도리는 없다. 김 위원장의 사망 사실조차 며칠씩 숨길 정도로 북의 정보통제가 철저한데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의 대화 통로가 꽁꽁 막혀 있는 탓도 크다.
그래도 몇 가지 추론은 가능하다. 첫째는 강온 노선투쟁의 결과일 가능성이다. 야전군 출신의 리영호는 군부 안에서도 보수강경파로 분류된다. 반면 지난 4월 제4차 당대표자회에서 총정치국장에 임명된 최룡해는 상대적으로 개혁·개방파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최근 부쩍 자주 보도되는 김 제1비서의 자유분방한 모습이다. 각종 행사에 부인으로 보이는 양장 차림의 젊은 여성을 대동하거나, 미키 마우스와 로키 영화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바깥세계에 공개하며 변화와 개방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또 김 위원장 세대의 인물을 자신에 맞는 젊은 세대로 교체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물론 말 그대로 신병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 상층부의 변화는 중·단기적으로 남북관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북 내부 움직임을 주시하고, 북의 변화가 정세 불안 요인이 되지 않도록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 나라를 이끌겠다는 각 당의 대선 주자들도 북의 변화를 면밀히 관찰하고 올바른 대북정책을 고민해야 한다.


역사관-민주의식 대선 쟁점화

● COREA 2012. 8. 1. 15:47 Posted by SisaHan
박근혜 “5.16은 최선의 선택·바른 판단” 주장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는 1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주도한 5.16 쿠데타와 관련해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라며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야당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박 후보의 발언을 비판했다. 박 후보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5.16을 ‘구국의 혁명’으로 규정한 데 이어 또다시 ‘불가피한 최선의 바른 선택’이라고 평가함에 따라 그의 역사관과 민주주의관이 연말 대선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5.16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5.16 당시로 돌아볼 때 국민들이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기면서 가난한 나라로 힘들게 살았고, 안보적으로도 굉장히 위험한 위기상황”이었다며 “아버지로서는 불가피하게 최선의 선택을 하신 것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후 나라 발전이나, 오늘 한국이 있기까지 5.16이 초석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아버지가) 바른 판단을 내렸다고 판단한다”며 “다만 반대 의견을 가진 분도 계시니 이 문제에 대해 옳으니 그르니 하기보다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신체제를 두고서도 “유신 기간의 국가발전 전략 관련해선 역사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 시대에 피해를 보고 고통을 받은 그분들과 가족분들에게는 여러 차례 말씀을 드렸듯 항상 죄송스런 마음이 있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박 후보의 발언은 올해 대선에서 부친을 둘러싼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박 후보의 발언은 야당과 여야 주요 대선주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당장 새누리당 경선 경쟁자인 김문수 경기지사는 방송 인터뷰에서 “5.16은 대한민국 헌정사를 중단시킨 군부의 쿠데타로서 매우 불행한 일이었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정성호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어 “민주헌정을 중단시킨 군사쿠데타를 최선의 선택, 바른 선택으로 보는 정치인은 민주공화국의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민주당 상임고문은 제주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우리 정치에서 비중이 너무 큰 분인 만큼 ‘정상적이고 상식적인 역사인식을 가지라’고 호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학규 상임고문은 외신기자클럽 간담회에서 “그래서 (박 후보가) 정말 불쌍하다는 것이다. 아직도 홀로 유신 시대의 섬에 살고 있다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두관 캠프의 전현희 대변인도 “한국 사회의 전진은 국민의 피나는 희생과 노력의 대가이지, 5.16 덕택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한일합방도 불가피한 최선?”
박 의원 발언에 새누리당서도 “헌법유린 행위”

5.16 군사정변을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 바른 판단’이라고 평가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의 발언에 대해 야당은 물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수긍하기 어렵다는 공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구로 갈릴리 교회 목사는 17일 “박 후보가 원칙을 강조하는데, 군인은 나라를 지키고 정치인은 정치를 하는 것이 역사의 원칙”이라며 “더구나 우리 헌법의 가장 큰 원칙은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인데, 이 원칙을 (쿠데타로) 깨도 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1987년 6월 항쟁 당시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 대변인을 했던 인 목사는 “그렇다면 민주주의를 위해 매맞고 최루탄을 맞은 사람들은 뭐라는 건지 개인적으로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경선에 불참한 이재오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려 “5.16 군사 쿠데타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 한-일 합방과 6.25도 그들 후손들이 그때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하면 우리는 무엇이라고 해야 할까?”라 되물으며 “(5.16은) 헌정을 총칼로 유린하고 권력을 찬탈한 쿠데타다. 역사를 덮고 왜곡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유신 체제에 대해서도 이 의원은 “판단을 유보할 문제가 아니라 장기독재체제로 가는 가장 혹독한 인권탄압 시대였다”고 평가했다. 남경필 의원도 이날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5.16과 관련한 박 후보의 말은 동의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남 의원은 “대선에서 핵심 쟁점이 되지는 않겠지만, 중도적인 유권자들에게 조금 영향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의 비판도 이어졌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5.16쿠데타는 중립적 표현이고, 이보다는 5.16 군사반란이 정확한 표현”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군인은 국방을 해야지, 군인더러 정치를 선택하라고 누가 요구했느냐”고 지적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박근혜 의원은 끝내 바른 역사의 길보다는 바르지 못한 아버지의 과거 유산을 선택했다”며 “전두환·노태우가 12.12 군사반란과 내란행위의 수괴이듯, 박정희 또한 그렇다”고 반박했다. 우 대변인은 “5,16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고 바른 판단이었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만주군관학교 입학과 일본군 장교 활동도, 남로당 활동도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고 바른 판단’이었는가 분명히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