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삼청동 안가서 수뇌부 불러 계엄 지시 하달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 한겨레 자료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이 대통령 안전가옥(안가)과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세번째다. 하지만 이번에도 대통령경호처가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아 경찰과 대치 중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와 대통령경호처를 상대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삼청동 안가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관련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이다. 특수단은 지난 19일 삼청동 안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

삼청동 안가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3시간여 전에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불러 계엄 이후 장악해야 할 기관 등 서면지휘서를 하달한 곳이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 저녁에도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4명이 이곳에서 회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 역시 대통령경호처의 협조 없이는 집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특수단은 두 차례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경호처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들어 거부한 바 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정형식 수명재판관  "가장 시급하고 빨리 해야 하는 사건"

정형식,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이 약 40분만에 종료됐다. 다음 기일은 일주일 뒤인 1월3일에 열린다.

헌법재판소는 26일 오후 2시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수명재판관(이미선·정형식 헌법재판관) 2명과 청구인인 국회 쪽,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쪽 대리인이 모두 참석했다.

이날 오전 9시께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한 윤 대통령 쪽은 기일연기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준비기일은 당사자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하는 기일일 뿐이고 서류 송달과 양쪽 출석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 탄핵 사건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엄사령관을 통한 포고령 1호 발표 △군대·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 및 계엄해제 요건을 포함한 국회 활동 방해 △군대 동원과 영장 없이 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등으로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수명재판관인 정형식 재판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지금까지 제일 마지막에 들어온 사건이지만 대통령 탄핵사건이 다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무조건 먼저 들어온 사건부터 하는 게 아니라 가장 시급하고 빨리 해야 하는 사건이기에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해야 할 부분을 완전히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협조를 해달라.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하신다면 제재를 하겠다”고 신속하게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한겨레 김지은  오연서 기자 >

잇단 승전에 자신감…이란 역내 대리세력 완전파괴 작심

"후티는 난제"…하마스·헤즈볼라와 달리 1천600㎞ 거리

후티 "확전엔 확전"…이스라엘에 미사일 쏴 '보복 악순환'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빈사상태에 빠뜨리고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군사자산을 초토화한 뒤 여세를 몰아 예멘 반군 후티를 겨냥하는 네타냐후 [EPA 연합 자료사진]

 

이스라엘이 26일(현지시간)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의 주요시설을 타격한 것은 이른바 '저항의 축'에 대한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친이란 세력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무력화한 데 이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무너진 시리아에서 영향력 확대 기회를 엿보는 이스라엘이 이제 후티까지 겨냥하며 이란 대리세력 일소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공격과 관련해 "이제 대담해진 이스라엘이 후티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직의 와해로 하마스와 헤즈볼라가 공격 능력을 사실상 상실하고 아사드 정권까지 축출된 가운데 이스라엘이 눈엣가시와 같은 후티를 제압한다는 새로운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후티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이후 하마스 지원을 명목으로 홍해 등에서 도발 행위를 이어왔다.

최근 일주일 동안에는 거의 매일 밤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하며 이스라엘을 위협했다.

지난 21일에는 후티가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쏜 미사일로 주민 16명이 다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이와 맞물려 후티를 향한 이스라엘의 경고 메시지는 더욱 강경해졌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23일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와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살해한 것처럼 "후티를 강하게 공격할 것이고 그들의 지도부를 참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나 공항 쪽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EPA=연합]
 

이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5일 "후티는 하마스와 헤즈볼라, 아사드 정권과 다른 세력들이 배운 것을 배우게 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동 전역이 이 교훈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우리는 이란의 '악의 축' 테러리스트의 팔을 잘라내기로 결심했다"며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도 했다.

당국자들은 WSJ에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은 자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마지막 친이란 단체'를 억제하기 위한 의도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후티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작전에는 일부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관측한다.

이스라엘과 인접한 가자지구나 레바논과는 달리 예멘은 1천600km 이상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하마스·헤즈볼라와의 전쟁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후티가 그간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집중해 분석하지는 않았던 비교적 '새로운 적'이라는 점도 도전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후티는 이스라엘에 보복을 다짐하며 강력 응수를 예고했다.

후티는 이날 자신들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TV를 통해 "확전(escalation)에는 확전으로"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후티는 이스라엘을 겨냥해 또 미사일을 날렸다.

이스라엘군은 27일 성명을 통해 예멘에서 발사된 미사일 한 발을 이스라엘 국경 밖에서 격추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격화하는 이스라엘과 후티의 충돌을 크게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대변인을 통해 밝힌 입장에서 이스라엘과 후티의 긴장 고조를 규탄한다며 모든 당사국은 군사적 행동을 중단하고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항구와 공항을 공습하는 것은 인도주의적 활동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한다며 국제법은 항상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예멘 수도 사나의 공항과 발전시설, 호데이다와 살리프·라스카나티브 등 서부 해안의 군사 기반 시설 등을 전투기로 폭격했다.

후티가 운영하는 사바 통신은 이번 공습으로 사나공항에서 3명, 호데이다 지역에서 3명 등 모두 6명이 숨지고 40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

특히 공습 당시 사나공항에선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유엔 전용기 탑승을 준비 중이었다.  < 연합 서혜림 기자 > 

아제르바이잔 당국 예비조사 결론

"러시아가 GPS 교란"…전문가 "동체 손상 대공미사일 피격과 흡사"

카자흐, 두번째 블랙박스·통신 내용 확보…격추설엔 "긍정도 부정도 못 해"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동체 [로이터=연합]
 

수십명의 사상자를 낸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사고의 원인이 러시아 미사일 때문이라는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예비조사 결과 추락한 자국 여객기가 러시아 대공미사일 또는 그 파편에 맞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J2 8243편 여객기는 전날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출발, 러시아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이었다.

여객기는 그러나 도중에 갑자기 항로를 변경했고 카스피해 동쪽으로 건너간 뒤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했다.

                                                              [그래픽]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상황

 

이와 관련해 WSJ은 사고 원인 조사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해당 여객기를 자국 영공으로부터 우회시키고 GPS를 교란했다고 전했다.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 3명 등 67명이 타고 있었으며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러시아 오인 격추설은 아제르바이잔 당국의 예비조사 전부터 제기돼왔다.

여객기가 지나던 러시아 북캅카스 상공은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됐던 지역이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밤까지 우크라이나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혔고, 여객기 추락이 발생하기 불과 3시간 전에도 우크라이나 드론 1대가 그로즈니 서쪽 블라디캅카스 상공에서 격추됐다.

미국 등은 당시 그로즈니에서 러시아 방공망이 작동 중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여객기가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 미국 당국자는 "초기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방공망이 아제르바이잔 항공기를 공격했다는 징후들이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 당국자 안드리 코발렌코는 여객기 일부와 내부 구명조끼 등에 난 구멍을 근거로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코발렌코는 "여객기는 러시아에 의해 손상됐고 그로즈니에 비상착륙 해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대신 카자흐스탄으로 보내졌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사고 여객기 꼬리 부분에 구멍이 여럿 난 것을 들어 미사일이나 방공 시스템 작동의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 동체 [AFP=연합]
 

추락 현장 사진 등을 보면 비행기 앞부분 절반은 파괴됐지만 꼬리 쪽은 거의 온전하게 남아있는데, 꼬리 쪽에는 지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맞아 생긴 듯한 충돌 자국과 작은 구멍들이 가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군사 활동을 추적하는 비영리 조사단체 '분쟁정보팀'(CIT)의 루슬란 레비예프는 "비행기 동체에 난 구멍은 공대공 미사일에 탑재되는 종류의 발사체와 '판시르-S1'와 같은 방공 시스템에서 발사되는 대공 미사일로 인해 받은 충격과 매우 유사하다"라고 지적했다.

영국의 항공보안회사 오스프리 플라이트솔루션도 당시 추락 영상, 항공기 손상, 최근 군사 활동 등을 보면 여객기가 어떠한 종류의 대공포에 맞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추락한 여객기에 탑승했던 한 승객은 러시아 국영방송 RT와 인터뷰에서 비행기가 하강을 두 번 시도했지만 두 번 다 다시 상승했고, 세 번째 하강 시도 시에 자신과 다른 승객들이 객실 밖에서 폭발음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기체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섣부른 추측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현재 추락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결론이 나오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항공 당국은 사고 여객기가 비행 중 새 떼와 충돌해 추락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여객기 추락지인 카자흐스탄도 격추설에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카자흐스탄 교통부는 전날 브리핑을 통해 사고 사망자 38명의 시신을 모두 수습했으며 이 중 10구는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여객기 추락 현장 인근에서 두 번째 블랙박스를 발견해 수거했으며, 여객기가 추락한 곳 인근 악타우 공항과 추락 여객기 사이의 통신 내용도 확보한 상황이라며 항공 사고 조사 부서에서 첫번째 블랙박스 등과 함께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사고 조사 위원회 위원장인 카나트 보짐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는 러시아 방공 시스템에 의해 비행기가 추락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언론의 추측성 보도는 모두 특정 정부(아제르바이잔) 소식통에서 나오고 있지만 우리는 러시아나 아제르바이잔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정보를 얻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로 인해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의 관계가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WSJ은 짚었다.

러시아 미사일이 여객기 추락의 원인이라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실용적인 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최근 이스라엘과도 가까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카네기 멜런 유라시아 센터의 자우르 시리예브 연구원은 "아제르바이잔은 단순히 러시아의 사과뿐 아니라 조종사들의 착륙 요청에 거부되고 GPS가 교란된 이유에 대한 설명을 원한다"라고 분석했다.    < 연합 이도연 박의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