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역사 정의와 인권에 기반한 해석을 통해

 식민 지배 불법성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런 인식 위에서 한일 양국이 평화롭고 공정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시민사회 원로와 대표들이 22일 서울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 기본조약 60년을 맞는 한일 시민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박민희 기자
 

 

한일 기본조약 체결 60년을 맞아 한일 시민사회가 식민지배 불법성 인정 등 과거사 직시를 통한 화해와 평화의 길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등 시민단체들은 22일 오전 서울 천도교 중앙대교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기본조약 60년을 맞는 한일 시민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체결한 한일기본조약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책임과 배상문제를 명확히 하지 않아 한일간 과거사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일본 정부가 여전히 식민지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선언에서 “1910년 8월 22일 체결된 한일병합조약 및 그 이전에 체결된 모든 조약과 협정이 불법 무효임을 확인한다”면서 “일본은 역사 정의와 인권에 기반한 해석을 통해 식민 지배 불법성을 법적으로 인정하고 이에 따른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런 인식 위에서 한일 양국이 평화롭고 공정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역사 정의와 화해에 기반한 시민 중심 평화 협력, 재일조선인 차별 철폐와 조선학교 무상화 실현, 북일·북미 수교를 통한 정전체제 해소, 동북아 다자간 안보협력체제 등 평화체제 구축의 4가지 과제를 양국 정부와 시민에 제안했다.

 

선언 참여자들은 “전쟁포기를 명시한 헌법 제9조를 지켜온 일본 시민과, 독재 정권을 물리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한국 시민은 동아시아 평화를 이끄는 원동력"이라며 "한일 시민은 역사 화해를 통해 손을 맞잡고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동선언에는 한국 측 제안자로 이부영 동아자유언론수호특위 위원장, 김영호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태진 서울대명예교수, 옥현진 천주교 광주대교구장 등 102명, 일본 측 제안자로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등 44명이 참여했다.

 

이부영 위원장은 “한일 역사문제나 관계의 획기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토대로 한일 양국의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한반도 전역에서 식민지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북일 기본 조약 체결과 외교 관계 수립에 상응하는 조치도 취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호 전 장관은 “한일 과거사 문제가 늘 민감해서 외교적으로 풀지 못하고 있는데, 한일간 시민 연대로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확인하고 이를 거쳐서 정부간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동선언에 대한 한일 양국 시민들의 서명을 받아 다음 달 20일 일본 측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 한겨레  박민희 기자 > 

기호도, 문체도, 서체도 ‘노상원 스타일’

 
 
노상원(가운데)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2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12·3 내란사태’를 수사한 검찰이 비상계엄 선포문과 포고령, 계엄 당일 최상목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전달된 ‘비상입법기구 문건’까지 정보사령관 출신의 민간인 노상원씨가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내렸다.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이후 정부의 후속 조처까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지난 2월11일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과 노상원 작성 문건들의 유사성 검토’라는 제목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검찰은 이 보고서에서 “대통령 윤석열과 국방부 장관 김용현은 이 사건 비상계엄 과정에서 하급자들에게 국방부 일반명령, 비상계엄 선포문, 포고령 1호, 쪽지 등을 건네주며 비상계엄에 관한 후속 조치 등 관련 지시”를 했다며 “각 문건의 제목·목차 표시 방식 등의 공통점을 고려할 때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은 동일인이 작성”했다고 봤다.

 

이어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과 노상원이 작성한 문건들의 유사성을 검토”한 결과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을 노상원이 작성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경찰은 노씨가 작성한 한글파일인 ‘식목일행사계획’ ‘YP(와이피)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 ‘번개불 작전’ 등 다수의 문건을 압수했는데, 이들과 계엄 관련 문건의 표기 방법 등 여러 대목에서 동일성이 발견된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노상원의 주거지에서 압수한 USB(유에스비)의 한글문서들은 견명조·견고딕·궁서체·신명조로 작성되어 있으며, 큰 목차에서 작은 목차로 단락을 구분할 때 ‘■ → ▲ → o → —’ 순서로 표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짚었다. 이런 방식의 표기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비상계엄 직후 합동수사본부 인사발령을 위해 국방부 인사기획관에게 전달한 ‘국방부 일반명령’에도 똑같이 등장했다.

 

특히 노씨는 자신의 문건에서 ‘o’ 표시를 한글 프로그램 특수문자 중 라틴 표기를 활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가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 계엄 후속 조처 내용을 담아 최 전 부총리에게 전달한 문건에도 같은 부호가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김용현 전 장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 계엄선포문 등을 보고하는 시점에 노씨가 장관 공관을 방문한 점도 이런 의심을 키우는 대목이다. 김 전 장관은 검찰에서 “2024년 12월1일 일요일 오전경 윤석열 대통령에게 관사에서 직접 작성한 계엄선포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보고하였고, 수정·보완하여 12월2일 월요일 저녁경 최종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정확히 같은 시점에 노씨는 김 전 장관의 공관에 머물고 있었다. 검찰이 확인한 서울 한남동 공관촌 인근 한남유수지주차장 입출차 기록을 보면, 노씨의 차량은 지난해 12월1일 오전 8시54분부터 11시28분, 12월2일 저녁 7시12분부터 이튿날 0시12분까지 이곳에 있었다. 노씨는 이 주차장에서 김 전 장관의 수행비서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갈아타고 장관 공관으로 향했다. 노씨가 만든 각종 계엄 관련 문건이 김 전 장관을 통해 윤 전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보고 당시 노씨가 배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노씨 유에스비에서 발견된 문건과 계엄 관련 문건에서는 △‘~까지’를 ‘~한’으로 △날짜를 적을 때 ‘12.3일’ 식으로 월을 ‘.’(마침표)로 표기하며 △‘제 2의 도약’, ‘제 9조’ 등 ‘제’와 다음에 오는 명사를 띄우는 식의 특징이 공통적으로 포착됐다. 검찰은 “계엄 관련 문건들에는 날짜와 시점 표기 방식 등의 특이점이 공통적으로 확인되고 이러한 공통점은 노상원이 작성한 문건들에서도 그대로 확인”된다며 “비상계엄 관련 문건들을 노상원이 작성하였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의 판단대로라면 한국 사회를 극한의 혼란으로 몰아넣은 비상계엄은 물론 선포 이후 후속 조처까지 아무런 권한 없는 이가 주도한 셈이 된다. < 한겨레  정환봉  정혜민  강재구 기자 >

팔레스타인 제닌 난민캠프 방문에
“허용 안 된 구간 진입” 경고사격

 
 
19일(현지시각) 가자지구에서 작전 중인 이스라엘방위군(IDF)의 모습. 가자/이스라엘군 제공·신화·연합
 

 

이스라엘군이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제닌을 방문한 외교관들에게 해산을 요구하며 공중을 향해 경고 사격을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들이 허용되지 않은 지역에 진입했다고 주장했지만, 세계 각국은 외교관들에 대한 위협 행위에 대해 항의하고 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등이 공개한 영상을 보면 21일 서안지구를 방문 중이던 이탈리아, 캐나다, 이집트, 영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31개국을 대표하는 25명이 언론 인터뷰를 하던 중 총소리가 들린다. 당황한 외교관들은 황급히 이동했다. 이들은 제닌 난민 캠프 상황을 보기 위해 캠프 주변을 찾은 중이었는데, 최소 7발의 총성이 들렸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외교관 위협, 용납할 수 없다” 비판…조사 요구

 

캐나다 등 현장에 외교관이 있던 국가들은 이스라엘 대사를 소환해 항의했다. 캐나다, 튀르키예, 유럽연합은 조사를 요구했다. 외교관 4명이 현장에 있었던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즉각 설명을 바란다”고 말했다. 이집트도 “외교 규범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카스파 벨트캄프 네덜란드 외교관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외교관들은 자신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을 위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이 점령 중인 서안지구를 방문한 유럽연합 등 세계 31개국 외교대표단이 제닌 난민 캠프 동쪽 입구 문 앞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던 중 이스라엘군이 경고 사격을 했다. 제닌/AFP 연합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외교부는 이스라엘군 행동이 고의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날 행사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주관하는 공식 일정이었다. 가자지구 공격을 강화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국제법상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는 서안지구에서도 유대인 정착촌을 확장하고 있는 상황과 제닌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어려움을 보여주기 위해서 마련된 자리였다.

이스라엘 교역 1위 EU “FTA 재검토” 하루 만에

 

이스라엘군은 “대표단이 승인된 경로를 이탈해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불편하게 해 유감이다”고 한 뒤, 야키 돌프 서안지구 사령관이 즉각 조사를 지시했으며 내부 조사 결과를 외교관들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이날 경고 사격은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가 공동성명을 발표하며 가자전쟁 종식을 촉구한 지 이틀 만에 일어났다. 또 영국이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중단한다고 선언하고, 유럽연합도 협정을 재검토하기로 한 지 하루 만에 발생했다. 2022년 기준 유럽연합은 이스라엘의 1위 교역 상대다.

 

영국과 프랑스는 다음달 1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회의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최우리 기자 > 

희생자는 귀가 중이던 약혼 예정 커플
트럼프 “명백히 반유대주의에 기반”

 
 
21일 워싱턴 디시(D.C.)의 캐피털 유대인 박물관 인근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총격으로 사망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미국 수도 워싱턴 디시(D.C.)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이 총격을 받고 숨졌다. 용의자는 현장에서 체포되면서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외쳤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사건을 ‘반유대주의적 테러’로 규정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1일 밤 9시15분(현지시각) 워싱턴 중심부에 있는 캐피털 유대인 박물관 앞에서 이스라엘 대사관 소속 직원 2명이 가까운 거리에서 총격을 받아 숨졌다. 용의자는 4명이 모여 있는 그룹에 접근해 발포했다. 다른 여러 직원도 부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물관에서는 미국 유대인위원회(AJC)가 주최한 ‘영 디플러매츠 리셉션’이 열리고 있었다. 이 행사는 유대계 젊은 전문직들과 외교관들이 어울리는 자리였다. 희생자들은 행사 뒤 귀가하던 중이었다.

 

파멜라 스미스 워싱턴 메트로폴리탄 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용의자는 총격 전 박물관 외부를 서성이며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였고, 범행 직후 박물관 내부로 들어갔다가 현장 보안요원에 의해 체포됐다”며 “용의자는 체포되면서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고 반복해서 외쳤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대사관 대변인 탈 나임 코헨은 성명을 통해 “사망한 두 명의 직원은 모두 이날 저녁 가까운 거리에서 총격을 받았다”며 “우리는 지역 및 연방 차원의 법 집행기관이 범인을 검거하고, 미국 전역에 있는 이스라엘 대표단과 유대인 공동체를 보호할 것이라는 점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다.

 

희생자들은 곧 약혼을 앞둔 젊은 커플이었다. 예히엘 레이터 주미 이스라엘 대사는 시엔엔(CNN)에 “남성은 이번 주 예루살렘에서 여자친구에게 청혼하기 위해 반지를 구입했다. 그들은 정말 아름다운 커플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 끔찍한 살인 사건은 명백히 반유대주의에 기반을 둔 것으로,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 증오와 극단주의는 미국에 설 자리가 없다.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적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반유대주의적 폭력이라는 뻔뻔하고 비열한 행위”라며 “우리는 이 범죄에 책임 있는 자들을 끝까지 추적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워싱턴 디시에선 유대계 기관을 겨냥한 위협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박물관은 최근 보안 위협을 이유로 국토안보부로부터 보안 경비 보조금도 받았다. 박물관 쪽은 지난주 엔비시4(NBC4)와 인터뷰에서 “최근 반유대주의적 분위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미국 유대인위원회(AJC)의 테드 도이치 최고경영자(CEO)는 성명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폭력 행위가 우리 행사장 인근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에 깊은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에프페 통신은 “이번 사건은 단순한 증오 범죄를 넘어, 미국 내 유대계 기관과 외교관을 겨냥한 조직적인 범죄라는 점에서 심각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보안 강화와 정부 차원의 실질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미국 전역의 유대계 커뮤니티에서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