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대회-촛불대행진-민주당 2차 국민행동

시청역 앞 대로서 오후 4시부터 연쇄 개최
"더 이상 못참겠다.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

경찰 폭력 대응으로 "6명 연행, 9명 부상"
촛불행진 10만명 "대국민 사기 담화" 성토


민주당 2차 장외집회…"무릎 꿇게 만들자"

 

윤석열 대통령의 반성없는 대국민 담화에 분노한 노동자와 촛불시민, 야당 당원 등 수십만 명이 주말 서울 도심, 한자리에서 한목소리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을 규탄하고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을 요구했다. 지난주 30만 명이 거리에 몰려나온 데 이어 이번 주도 수십만 명이 집회에 나서면서 탄핵 열기가 끓어 오르는 모습이다.

9일 오후 4시부터 서울 중구 숭례문 앞과 세종대로 일대에서는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 행동의 날 등 집회가 연쇄적으로 개최됐다. 차도뿐 아니라 인도까지 발디딜 틈 없이 시민들이 몰려나왔다.

 

9일 오후 서울 숭례문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2024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11.9. 연합
 

'윤석열 퇴진 광장' 문을 연 민주노총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오후 4시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를 개최하고 대정부 투쟁의 포문을 열었다. 노동조합원과 농민, 청년, 일반 시민 등 10만여 명(주최 측 추산)은 "더 이상은 못 참겠다. 윤석열 정권 몰아내자" "노동자가 앞장서서 윤석열 정권 끝장내자"라고 외쳤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분노한 시민들은 이 나라 대통령이 김건희인지 명태균인지 묻고 있다. 그런데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윤석열 정권은 눈과 귀를 닫고 제멋대로 폭주를 멈추지 않겠다 한다"면서 "이틀 전 대통령의 끝장토론(대국민 담화)은 이 정권의 끝을 보여주었다. 권력 주체인 국민들이 틀렸다, 바꾸라 요구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못하겠다, 안 하겠다 답했다. 이제 나가라 물러나라 퇴진하라 외쳐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정권을 몰아낸 자리에 노동자 민중의 권력을 세우자" "새로운 세상을 윤석열정권 퇴진 광장에서부터 만들어가자"면서, "전두환의 군사독재보다 더욱 악랄한 검찰독재 정권, 이명박의 비즈니스 프랜들리보다 더욱 탐욕스러운 부자퍼주기 정권, 박근혜의 국정농단보다 더욱 파렴치한 국정파괴 정권, 윤석열 정권의 폭주를 우리의 힘으로 멈추자"며 "노동자 민중의 나라를 우리의 힘으로 세우자"고 외쳤다.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산별 노조와 지역에서도 윤석열 정권의 실정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며, 퇴진에 한목소리를 냈다. 공공운수노조 박경득 의료연대본부장은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은 오히려 의료를 시장에 내맡기고, 민간보험을 활성화하고, 건강보험은 축소하는 민영화 방안이 들어있다"며 "대통령 말대로 의사를 아무리 늘려도 지역·필수의료에 단 한 명도 배정할 수 없는 게 의료개혁의 진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요구한다. 국공립공공의대를 만들어 공공의사를 양성하자 그리고 시장의료를 공공의료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교수자연구자 협의회(민교협) 사회개혁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지금 전국대학에서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며 "윤석열이 집권하자마자 2년 만이라는 단시일 내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분야에 걸쳐서 반동과 퇴행을 자행했다"라면서 "그것도 모자라 국정농단을 하고 전쟁위기까지 조장한다"면서 "이런 대통령은 당장 퇴진시켜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오후 4시 노동자대회에 앞서 민주노총 16개 산업별연맹은 서울 도심 14곳에서 사전대회를 열고 "윤석열 정권 퇴진"을 촉구했다. 이후 각 연맹은 다른 경로로 행진해 본 대회가 열리는 숭례문 앞으로 결집했다. 이 과정에서 집회에 참가하려는 노조원과 시민들을 경찰이 강제로 막으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시민들은 "열어라" "폭력경찰 물러나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9일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202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총궐기에 참가한 시민들의 모습.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경찰은 본 대회 중에도 노조원과 시민에게 폭력을 행사하면서 집회 장소인 차도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이에 노조원과 시민들도 경찰 펜스를 들어 올리고 차도 밖으로 경찰을 밀어내면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11명이 현행범 체포됐고, 100여 명이 부상 당했으며 일부는 병원으로 후송됐다. 집회도 예정보다 1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노동자와 야당을 이어준 촛불대행진

'전국노동자대회·1차 퇴진 총궐기'의 바통을 이어받은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은 시작부터 힘찬 구호로 문을 열어젖혔다. 10만 여명(주최 쪽 추산)의 촛불시민들은 "윤석열을 탄핵하라" "김건희를 구속하라" "여론조작 불법선거 윤석열을 탄핵하자" "대국민 사기 담화 범죄자 윤석열을 탄핵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권오혁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기조발언을 통해 "윤건희(윤석열+김건희) 일당의 추악한 범죄행각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는 대통령을 참칭하는 윤석열 김건희 사기꾼 일당들의 범죄 천국이 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똑똑히 보고 있다"며 "그러나 윤건희 일당은 명백한 범죄증거 앞에서도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전국민을 상대로 실시간으로 사기친다"고 힐난했다.

 

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파도타기를 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권 공동대표는 또 "국힘당 한기호와 신원식 안보실장이 주고받은 문자에서 보듯이 이자들은 우크라이나 참전으로 한반도 전쟁을 만들려는 자들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쟁을 (우리 땅으로) 수입하겠다는 완전히 미친 자들"이라며 "이 모든 수순이 김건희 방탄용 전쟁기획이다. 김건희 범죄 덮자고 전쟁까지 시도하는 윤건희 일당을 용납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남은 것은 탄핵뿐"이라고 표효했다. 

이에 시민들은 "범국민항쟁으로 전쟁광 윤석열을 탄핵하자" "전쟁으로 돌진하는 윤석열을 탄핵하자"라고 화답했다.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는 "윤석열은 대국민 담화에서 2027년 5월 9일까지 열심히 일하겠다고 했다"며 "다른 말로 하면 2027년 5월 9일까지 내가 왕이라고 국민 앞에 뻔뻔하게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도 모르는 윤석열 왕 밑에서 2027년 5월 9일까지 버티고 살겠나. 저는 민주공화국 시민으로서 부끄러워서 그렇게 못산다"며 "윤석열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9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김세동 도봉촛불행동 대표는 "윤석열이 2027년 5월 9일 임기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날짜까지 이야기하는 거 보면 임기를 채울 수 있을까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것 아니겠냐"며 "윤석열 임기는 윤석열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정한다"고 했다. 그는 "노동자들, 민주당 당원들, 촛불시민들이 드디어 이렇게 한자리에 모였다"며 "나라를 구하려는 애국의 마음 하나로 굳게 뭉쳐서 올겨울이 지나기 전에 반드시 탄핵하자"고 했다.

"국민에 복종 안 하면 무릎 꿇게 해야"

집회장의 열기는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범국민대회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노동자와 촛불시민, 민주당원 등 20여 만명(주최 쪽 추산)은 대통령 대국민 담화를 성토하고, 윤석열·김건희 부부 국정농단 심판과 김건희 특검 등을 촉구했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 조국혁신당 신장식 원내부대표 등 야4당 당대표와 의원들도 참석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대국민 담화가 아니라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아무리 불법을 저질렀어도 수사받을 순 없다, 대한민국의 실질적 통치차는 김건희다, 그러니 찍소리 말고 가만히 있으라, 이것이 대국민 담화의 본질이었다. 단언컨대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범국민대회에서 안귀령 도봉갑 지역위원장이 사회를 보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 및 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9일 오후 서울 중구 숭례문 일대에서 열렸다. 신소영 기자

 

박 원내대표는 "국민은 충분히 기회를 줬다. 하지만 그들 스스로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며 "이제 관망은 끝났다. 더 이상 관용은 없다. 이제 행동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진짜 주인은 김건희 윤석열 부부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라는 걸 다시 한번 입증하자"며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반드시 이행하겠다. 역사를 믿는다"고 다짐했다.

야 4당 대표의 연대사도 이어졌다.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는 "이제 가장 빠른 방식으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며 "국회는 김건희 특검과 탄핵소추뿐 아니라 어떤 방식이든 합법적으로 국민주권을 실현해내야 한다고 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는 "이제 국정농단 증거는 나올 만큼 나왔다. 우리에게 놓여있는 선택지도 하나뿐"이라며 "이 무도하고 무책임하고 무자격한 정권을 내쫓자"고 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8년 전 박근혜를 탄핵시킨 게 누구냐. 바로 우리 국민들 아니겠느냐"며 "이 싸움은 대한민의 주인이 누구인지 판가름하는 역사적 순간이다. 검찰, 언론, 사법, 정치권력, 그 무엇이 아니라 바로 국민이 주권자임을 똑똑히 보여주자"고 힘주어 말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원내부대표는 "조국혁신당 쇄빙선은 더 빠르고 단단하게 움직이겠다"며 "민주의 함대는 더 강력하게 움직여달라"고 했다.

                              https://youtu.be/CstC1NO4yUk                                                

9일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범국민대회에서 이재명 당 대표가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이재명 대표는 "국가는, 국가 권력은 오로지 국민만을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고, 이 나라가 평화를 유지할수 있게 하고, 경제가 성장하고 더 많은 기회를 우리 국민들이 누리면서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게 하는 것, 그게 바로 국가 권력이 해야할 일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인 국가권력의 원천은 국민이고, 이제 국민이 위임된 권력을 남용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면서 "국민의 어려운 삶을 살피고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의 명령에 그들이 복종해야 한다. 스스로 국민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그들을 우리 앞에 무릎 꿇게 만들자"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는 첨병이다. 우리로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대한민국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며 "이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란 것을 우리가 이 현장에서, 삶의 현장에서 증명해나가자"고 했다. 그는 "역사의 거대한 변화도 누군가 한 사람의 가슴으로부터 시작했다. 오늘 눈에 보이는 우리 이웃만도 우리 동지만도 이렇게 참으로 많지 않은가"라며 "가족의 손을 잡고 우리 이웃과 토론하고 현장으로 함께 나가자"고 했다.      ( 이재명 대표 연설 https://youtu.be/CstC1NO4yUk )

 

9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114차 촛불대행진에 참가한 시민들이 서울 도심에서 행진하고 있다. 2024.11.9. 사진 이호 작가
 

민주당 범국민대회가 끝난 뒤, 시민들은 이어서 촛불행동이 진행하는 도심 행진에 참가했다. 숭례문→한국은행 앞 교차로→명동입구→을지로입구역→더 플라자 호텔→시청역 경로를 행진하며 "멈추지 않는 국정농단 윤건희를 끌어내리자" "김건희 방탄용 전쟁음모 탄핵으로 박살내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탄핵 집회의 열기는 다음 주에도 이어진다. 민주당은 야당, 시민사회 등과 연대하며 함께 대응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오는 16일 개혁신당을 제외한 야5당이 공동 대회를 개최한다. 14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처리가 관측되는 만큼 다음 주 집회에서는 특검 촉구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15차 촛불대행진도 예정대로 열린다.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오는 20일 2차 총궐기를, 다음 달 7일 3차 총궐기를 열 예정이다.  < 민들레 김성진 기자 >

“인내심에 한계…미래 잘려 나간 느낌”

 
청년단체들이 모인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이 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퇴진총궐기 청년학생대회 레드카드 퍼레이드’를 열고 손팻말을 드는 모습. 김가윤 기자
 

‘국정농단 아웃’, ‘전쟁위기 아웃’, ‘혐오와 차별 아웃’…‘윤석열 아웃!’

청년단체들이 모인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은 9일 오후 2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퇴진총궐기 청년학생대회 레드카드 퍼레이드’를 열었다. 집회에 모인 청년 300여명(주최 쪽 추산)은 각자 생각하는 퇴진 사유 등이 적힌 레드카드를 손팻말에 붙이며 정부 비판에 나섰다.

공동행동의 강새봄 공동대표는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언급하며 “지켜본 국민은 사과 아닌 사과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인내심은 한계를 넘은 지 오래”라며 “대통령만 바뀌는 정권교체는 두 번은 안 된다. 퇴진 이후 세상이 바뀔 때까지 함께하자”고 선언했다.

퇴진총궐기 청년학생대회에선 윤석열 정부로부터 외면당한 청년 의제·사건이 주로 등장했다. 발언에 나선 노민영 고려대 학생(생명공학)은 고등학생 시절 ‘이태원 참사’를 접하고 “꼬리 자르기에 급급한 정부를 봤다. 국가가 우리를 보호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카이스트 졸업생 ‘입틀막’ 사건을 언급하며 “(이공계 학생으로서)미래가 잘려 나가는 느낌을 받았다”며 “사회에서 몇십년을 살아가야 하는 건 우리인데, 윤석열 정권 2년 반 만에 20년은 망가졌다. 더는 시간을 낭비할 수 없기에 지금 행동하자”고 호소했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딥페이크·엔(N)번방 등 디지털 성범죄 사건도 언급됐다. 노예진 경상국립대 페미니즘 동아리 ‘세상의절반’ 회원은 “윤석열 정권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혐오에 기반을 둔 지지를 유도했다”며 “계속 살아갈 우리와 이후에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바뀌어야만 한다”고 외쳤다.

집회에 참여한 청년들은 그밖에도 저마다 윤석열 정부에 느낀 다양한 실망감을 전했다. 김서윤(19)씨는 “뉴라이트 인사가 임명되는 것을 보고 역사교육이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고등학생 유원우(18)군은 “집회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와 같이 학교에서 배운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윤석열 정권이 오히려 ‘반국가세력’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행동은 ‘청년학생 10대 퇴진 사유서’를 제시했다. 청년들은 퇴진을 요구하는 첫 이유로 ‘대통령 가족비리, 국정농단’을 꼽았다. 이들은 “명품백을 받아도, 주가조작의 주범이라는 의혹이 도처에 있어도 기소조차 되지 않는다. ‘이게 나라냐’는 말이 절로 나오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양산 △전쟁을 부르는 동맹과 적대정책 △역사훼손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망사건 △구조적 성차별과 성폭력 등의 이유도 담겼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윤석열OUT청년학생공동행동’ 참가자들이 ‘국정농단’, ‘전쟁위기’ 등 각자 생각하는 퇴진 사유 등이 적힌 레드카드를 손팻말에 붙인 모습. 김가윤 기자

 

윤석열 기자회견 직후 '김용 재판 관여' 보도 쏟아져
뭐가 문제라는 건지 논점 모호…부당 개입 뉘앙스만
막연하게 이재명이 '위증 교사' 한 듯한 연상 일으켜

"대통령 담화에 쏠린 국민 분노 돌리려 치졸한 언플"
"구글 타임라인 김용 알리바이 확인되자 검찰 다급"
"변호인에게 의견 개진, 피고인으로서 방어권 행사"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직후 동아일보가 <[단독]檢, 김용 재판 관여한 이재명 텔레그램 확보…법원에 추가 증거 제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을 강력 성토했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이 국민적 분노를 촉발하자 정권의 충견인 검찰이 물타기를 위해 또 치졸한 언론 플레이를 벌였다는 것이다.

해당 기사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변호인단 단체 대화방에 참여해 변론 방향을 지시하는 등 재판에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내용인데, 정작 어떤 점이 문제라는 것인지 논점은 모호한 채 이 대표가 뭔가 부당한 개입을 한 듯한 뉘앙스만 풍기고 있다. 기사 말미에는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밝히는 배경 설명은 아무것도 없이 경기도 시장상권진흥원장 출신 이모 씨의 '위증 논란'을 서술해 마치 이 대표가 '위증 교사'를 한 것처럼 읽히게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불법 대선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 중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재판에 관여한 정황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언론 보도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위원장 한준호)는 8일 <검찰의 위법적 수사와 치졸한 언론플레이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이후 특정 언론이 난데없이 '단독'으로 '김용 재판 관여한 이재명 텔레그램 확보…법원에 추가 증거 제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더니, 저녁엔 아무 문제도 안 되는 걸 가지고 '속보' 타이틀을 단 기사들이 쏟아졌다"며 "검찰이 수사 정보를 뒤늦게 흘린 것으로 의심된다. 그러나 이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 악영향을 미치려는 검은 의도를 품은 치졸한 여론 공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윤석열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함부로 하며 현실에 대한 무지와 몰이해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2022년 재보선 공천과 2024년 총선 공천 개입을 사실상 시인했다"면서 "무도한 윤건희 정권의 사냥개인 검찰도 해선 안 될 위법적인 행태를 서슴없이 보여줬다. 그 정권에 그 검찰"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구글 타임라인 법원 감정 결과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돈을 받았다는 그 일시 장소에 없었다는 알리바이가 물증으로 확인되자, 다급해진 검찰이 천지 분간 못 하는 행태를 벌이는 것"이라며 "거짓으로 쌓아 조작을 덧댄다고 해서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불법 수사의 탑이 버텨낼 수는 없다"고 했다.

아울러 "검찰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유동규를 허위 진술하도록 해 김용 전 부원장과 이재명 대표를 수사하고 기소했다. 두 재판에서 유동규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인데, 나중에 보니 각 재판에서의 유동규의 진술이 완전히 다른 것도 많았다"면서 "그런 상황에서 당시 기억을 바탕으로 변호인에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오히려 피고인으로서 방어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과 김기표 변호사가 30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30. 연합
 

또 "검찰은 이렇듯 아무런 문제가 없는 내용을 가지고 텔레그램 대화방 운운하며 '이재명 대표가 변론에 관여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가 확인해본 바로는 기사와 관련된 내용이 증거로 제출된 바는 없다"며 "기사에 따르면 검찰은 해당 내용을 오래전에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증거를 캐비닛에 보관하고 있다가 왜 이 시점에 제출한 건지, 정확히 수사기록을 제출한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이재명 대표 사건 선고를 앞둔 시점에 이러는 것은 검찰의 의도적인 공작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별건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를 재판에 제출하지 않고 가지고 있다가, 여론 공작으로 서슴없이 공개하는 위법부당한 검찰의 행태에 기가 찬다. 망작이 되어버린 대통령 담화에 쏠린 국민적 분노를 여론몰이로 바꿔보려는 윤건희 검찰독재정권 충견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가상한다"며 "윤 대통령이 사과로 포장한 거짓말 담화를 하다가 자신의 범죄사실을 드러내고 만 것처럼 검찰도 진실을 덮고 여론을 호도하려다 오히려 자신들의 범죄행각이 들통나고 만 셈"이라고 비판했다.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어느 나라 대통령인지, 어느 시대를 사는 검찰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은 되지도 않을 언론 플레이를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증거 조작을 시인하고 사법부의 판단을 겸허히 기다리기 바란다"면서 "조금이나마 직업적 양심이 남아있다면 이제 국민들이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는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국정농단을 함께 직시하며 대통령 담화에서 무의식적인 자백으로 드러난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국정농단 권력형 범죄나 제대로 수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참여 인원에 견줘 비좁은 집회 범위
경찰과 참여 시민 사이 충돌 일어나

 
9일 민주노총, 전국민중행동, 진보대학생넷 등이 참여하는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가 진행한 ‘윤석열 정권 퇴진 1차 총궐기’(총궐기)에서 경찰과 시민이 충돌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윤석열 정권 퇴진’을 내걸고 노동조합과 시민단체가 연 첫 번째 총궐기 현장 곳곳에서 참여 인원에 견줘 비좁은 집회 범위를 둘러싸고 경찰과 참여 시민 사이의 충돌이 벌어졌다. 주최 쪽은 이 과정에서 14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경찰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퇴진운동본부) 설명을 9일 들어보면, 이날 오후부터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퇴진 집회와 관련해 11명(저녁 8시30분 기준)이 연행됐다. 퇴진운동본부 쪽은 “집회 장소를 진입하는 행진 도중 경찰의 도발과 방해로 마찰이 있었다”며 “부상자도 14명이 발생했다”고 했다. 민주노총 등 퇴진운동본부 소속 단체들은 이날 저녁 8시부터 각 경찰서에서 연행자를 석방하라는 항의행동을 이어갔다.

이날 집회는 서울 숭례문부터 시청역까지 세종대로 전 차선과 인도를 메운 채 진행됐다. 애초 경찰은 세종대로 왕복 8차선 가운데 6개 차로만 내어주고 차량을 통행시켰는데, 서울 도심에서 사전 집회를 연 참가자들이 본 집회에 합류하며 공간이 비좁았던 탓에 차도 전체가 집회 현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집회 신고 지역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경찰과 시민들 사이 충돌이 발생했다.

시민들은 차로를 통제하는 경찰과 부딪히며 “구역이 좁아 합류하려는 참가자들이 못 들어오고 있다”는 등 불만을 내비쳤다. 현장에 들어서려는 장애인 단체 회원과 노동조합원 등을 경찰이 막아서기도 했다. 시민들은 “(집회 현장을) 열어라”, “폭력경찰 물러나라”라고 외치며 항의했다. 이로 인해 집회는 애초 예정보다 1시간여 늦은 오후 5시께 시작됐다.

경찰은 집회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차로 2개를 다시 확보하려 숭례문에서 시청역 방향으로 밀고 들어갔다.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시민들이 이 과정에서 경찰과 충돌하며 일부 부상자가 발생해 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했다. 충돌은 집회를 마칠 무렵인 오후 5시40분께까지 이어졌다.

경찰은 이날 총궐기를 ‘불법집회’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서울경찰청은 “집회가 세종대로 전차로를 점거하고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심각한 불법집회로 변질되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며 “집회 현장에서 경찰관을 폭행하거나 해산명령에 불응하는 등 혐의로 현장 검거한 불법행위자들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 등 엄정 수사하겠다. 그 외에도 (혐의자들을) 전원 채증 판독해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했다. 이어 “이와 같은 불법을 사전 기획하고 현장 선동한 민주노총 위원장 등 집회 주최자들에 대해서도 신속하고 엄정하게 사법처리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주노총은 “(경찰이) 평화적인 집회에 난입해 충돌을 유도하고, 집회 참가 중인 조합원을 폭력 연행했다“며 “정권은 폭력으로 지킬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총궐기 뒤 열린 ‘제2차 국민행동의 날’ 집회에서 “왜 이 좁은 공간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하게 주권 행사를 해야 하느냐”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당하게 (집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경찰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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