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7일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브뤼셀/로이터 연합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탈퇴하려 하면 막을 수 있을까. 의회 승인 없이 나토를 탈퇴할 수 없도록 법까지 만들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마음 먹을 경우 막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트럼프는 2018년 7월 나토 정상회의 때 나토 탈퇴를 위협하는 등 나토에 회의적이다.
한국 윤석열 정부는 최근 미국 바이든 정부의 입김에 떠밀려 나토와 접촉이 빈번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와 병력파견까지 검토하는 등 거의 나토회원국에 버금가는 유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다시 등장한 트럼프 행정부는 나토를 달갑지 않게 여기면서 회원국들의 국방비 대폭 증액을 요구하는가 하면 아예 탈퇴해 버리겠다고까지 위협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결성돼 출범한 나토가 트럼프의 재등장으로 다시금 곤혹스런 처지가 됐다.
지난해 팀 케인(민주·버지니아)과 마르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대통령이 나토를 탈퇴하려면 상원 3분의 2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8일(현지시각) “전문가들은 이 법안만으로 트럼프의 ‘결단’을 막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법을 어기면 대항 수단은 소송 뿐이다. 문제는 의회가 소송에 나설지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커티스 브래들리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는 폴리티코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자격은 의회에만 있을 텐데 상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그러한 소송을 지지할지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간 제도적 갈등은 사법부의 개입보다 정치적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보여왔던 대법원이 소송을 다룰지도 불확실하다. 설사 대법원이 사건을 다루더라도 누가 승리할지 헌법상 쟁점이 확실히 정리된 것도 아니라고 한다. 대통령의 외교 권한을 두고 의회가 소송전을 벌인 건 전례가 없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1기 때 일방적으로 항공자유화(오픈 스카이) 조약에서 탈퇴한 바 있다. 당시 국방수권법도 ‘탈퇴 120일 전 의회에 통보하라’고 규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조약 탈퇴에 대해선 대통령이 의회의 제약없이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공식 탈퇴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나토를 약화시키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트럼프 당선자가 나토에 대사를 보내지 않거나 미군의 군사 훈련 참여를 막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밀 그랑드 나토 전 사무차장은 폴리티코에 “사실상 탈퇴 의사를 밝히는 날부터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셈이다. 더는 동맹에 헌신하지 않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원철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회담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AFP 연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당한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려고 북한군을 포함한 5만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고 뉴욕타임스가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미 통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는 요구를 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보도했으나, 러시아는 부인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트럼프 당선 뒤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가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로 점령당한 쿠르스크의 일부 지역을 되찾으려고 이 정도 병력을 집결시킨 것은 자신들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병력을 빼지 않고도 쿠르스크 공세에 나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최근 쿠르스크에서 점령당한 땅을 일부 되찾으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들은 이곳에서 북한군까지 동원한 러시아군의 본격적인 공세가 며칠 안에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당국은 쿠르스크에 투입된 북한군 1만명이 러시아 군복, 기관총, 저격 소총, 대전차 미사일을 지급받고 훈련을 소화하며 전투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섞이지 않고 별도 편제를 갖추고 작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 등은 북한군이 포병과 기초적 보병 전술뿐 아니라 참호전 훈련을 받은 점을 고려할 때 실제로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과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사브리나 싱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북한 병사들이 전투에 나설 것이라고 확실히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쿠르스크를 탈환하면 트럼프 집권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 열린다면 더욱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
앞서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선되면 트럼프 쪽에서 나오는 종전 협상 아이디어 중 하나로 현 전선 동결안을 소개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 3명은 트럼프 인수위에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최소 20년 동안 불허하는 대신에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충분한 무장을 지속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최전선 800마일(약 1280㎞)에 비무장지대를 설치하고 이 지역을 감시할 병력을 배치한다는 내용도 계획에 들어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미군이나 유엔처럼 미국이 분담금을 내는 국제기구의 평화유지군 참여는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이 안대로라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빼앗긴 동부 영토를 상실하게 된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당선 확정 이튿날인 지난 7일 거주지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푸틴과 통화한 사실이 여러 소식통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트럼프가 푸틴과의 통화에서 전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미국이 유럽에서 상당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전했다. 소식통들은 트럼프와 푸틴은 유럽의 평화라는 목표에 대해 논의했으며,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해결”을 위한 후속 대화를 기대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했다.
하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1일 이 보도에 대해 “완전한 허구”라며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의 접촉 계획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 < 한겨레 워싱턴 이본영 특파원 >
이란보다 네타냐후 극우 정권이 더 위험? 아랍‧중동 합동 정상회의…이스라엘 견제 사우디 비상 빈살만 계획, 중동평화 필수
사우디아라비아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사우디의 파야드 알루와일리 총참모장이 10일(현지시간) 고위급 군 대표단을 이끌고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모하마드 바게리 참모총장과 회담을 열었다. 같은 날 사우디 실세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는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두 정상은 10일 전화 통화를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 레바논 침공과 중동 안보에 대해 논의했다. 2024. 11. 10 [IRNA 통신 캡처]
트럼프 당선에도 군 수뇌부 테헤란에 파견
다들 트럼프 눈치 볼 때 이란과 '군사 협력'
뭣보다 양국 간의 정상 통화와 군 수뇌 회담이 고강도의 이란 압박 정책을 공약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복귀가 확정된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미국의 서방 동맹국을 포함해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트럼프의 귀환에 잔뜩 긴장한 채 눈치를 보는 시점에 사우디가 트럼프를 충분히 자극할 만한 행동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집권 1기 때인 2018년 5월 트럼프는 미국과 서방 동맹국이 맺은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뒤 이란에 강력한 경제제재를 가했고, 2020년엔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수단 등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끌어내면서 이란 고립에 주력했다. 이런 대이란 강성 기조는 2기엔 더 강화될 전망이다.
트럼프 1기 때 국무부 대이란 특별대표를 지낸 브라이언 훅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집권 2기의 이란 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 이란 정권 전복엔 관심 없다 △ 이란의 외교 고립과 경제 악화 추진 △ 하마스‧헤즈볼라‧후티 등 친이란 대리 세력에 대한 이란의 자금‧무기 지원 차단에 주력할 것임을 밝혔다. 훅은 트럼프 인수위에서 국무부를 맡을 가능성이 큰 인물이다.
또한 트럼프가 내년 1월 20일 대통령에 취임하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을 위한 "세기의 합의" 평화 구상이 다시 테이블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에 국가를 건설하는 내용이다. 철저히 이스라엘만을 생각한 것이어서 당시 팔레스타인의 강한 반발을 샀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2017년 5월 예루살렘. [AP=연합]
트럼프, 당선 이후 네타냐후와 세 번 통화
10일에도 가자 49명, 레바논 38명 사망
트럼프가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얼마나 끔찍하게 여기는지는 당선 확정된 6일 오전 세계 정상 중 맨 먼저 통화하고 일주일도 안 돼 세 차례나 통화한 데서 확인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네타냐후는 10일 "우리는 이란의 위협과 그에 따른 위험에 견해가 완전히 일치했다. 평화와 평화의 확장, 그 밖의 분야에서 이스라엘 앞에 놓인 큰 기회도 봤다"고 주장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가자 전쟁에 대한 트럼프의 스탠스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스라엘이 승리하는 방식의 조기 종식이고, 다른 하나는 취임 전까지 전쟁이 종료돼 있기를 희망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 이후에도 연일 가자와 레바논, 그리고 시리아 등을 폭격하며 대량 살육전을 진두지휘하는 네타냐후의 행각을 감안하면 취임 때까지 70일간 그에게 '학살 면허'를 준 거나 다름이 없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일요일인 10일에만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에선 최소 49명, 레바논에선 38명이 숨졌다. 작년 10‧7 사태 이후 가자에선 최소 4만3600명이 학살되고, 레바논에서도 3200명이 죽었다. 최악의 경우 이 기간에 네타냐후 극우 정권이 이란으로 전선을 넓혀 미국의 참전을 유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군사력 우위를 앞세워 차제에 숙적 이란까지 제압해 '중동의 패권국'이 되고자 모험에 나설 수 있다. 5차 중동전쟁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사우디의 파야드 알루와일리 총참모장(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고위급 군 대표단을 이끌고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이란의 모하마드 바게리 참모총장과 회담을 열었다. 2024. 11. 10 [IRNA 통신 캡처]
빈살만, 옹색한 처지 이란에 '연대의 손'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없이 수교 없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옹색한 처지의 '온건 성향' 이란 페제시키안 정권에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가 '연대의 손'을 내밀고 나선 것이다. 사우디 군 수뇌부가 사상 처음으로 직접 이란 수도 테헤란을 찾은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작년 3월 10일 중국의 중재로 오랜 적대 관계를 끝내고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던 사우디와 이란의 화해와 우호‧협력의 흐름이 군사 분야 협력으로까지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다.
최근 사우디의 행보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권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퇴임 전 양자 안보협정을 맺자는 바이든 정부의 제안과 이란에 맞서 연대하자는 네타냐후 정권의 구애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한때 바이든 정부가 상호방위조약 체결과 민수용 원전 기술 제공 및 우라늄 농축 허용 등의 대가로 이스라엘과의 수교를 권유해 최종 타결 직전까지 갔지만, 10‧7 사태가 터지고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가자 제노사이드(집단학살)가 이어지자 사실상 무산됐다. 가자 침공 중단과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없이 이스라엘과의 수교는 없다는 게 현재 사우디의 입장이다. 수니파의 수장으로 중동에서 상당한 지정학적 위상을 지닌 사우디의 향배는 매우 중요한 변수다.
북부 레바논의 알마트 마을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주택의 잔해 더미에 묻힌 희생자들을 구조요원들과 주민들이 찾고 있다. 2024. 11. 10 [AP=연합]
사우디, 이스라엘 레바논 침공 후 견제 행보
이란과 GCC 회의…아랍‧중동 정상회의 주최
네타냐후가 10월 1일 18년 만에 레바논을 지상 침공한 이후 사우디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0월 4일 사우디는 카타르 도하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등 다른 걸프협력회의(GCC) 국가와 이란의 외무장관들이 참석한 다자회의를 열고 중동 안보 문제를 논의했다.
GCC가 이란과 이런 형식의 회의를 연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그 뒤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9일 사우디를 방문해 빈살만 왕세자를 예방했다. 이에 NYT는 '이스라엘 제외, 중동 재편 진행 중'이란 10월 20일 자 기사에서 사우디는 이스라엘과는 점점 더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전통적 앙숙인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를 두고 NYT는 △ 전쟁 장기화로 중동을 위기로 몰아넣는 이스라엘에 대한 불만 △ 이스라엘의 대학살에 대한 사우디 국내 여론 악화 △ 네타냐후를 통제 못하는 미국의 '한계' 등을 그 배경으로 들었다. 특히 국민 평균 연령 29세(2022년 기준)인 사우디에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가자의 끔찍한 참상을 보고 한 때 긍정적이었던 이스라엘과의 수교에 대한 입장을 바꾼 사람이 많고, 빈살만은 이런 여론을 민감하게 여기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아라비아 반도와 페르시아만 연안 지도. [구글 지도 캡처] 2023 06 05. 시민언론 민들레
사우디-이란 해군, 오만만서 합동군사훈련
이란 "사우디, 홍해서 합동군사훈련 제안"
그뿐이 아니었다. 사우디와 이란 해군이 최초로 합동군사훈련까지 벌였다. 이란 반관영 ISNA 통신은 10월 23일 샤흐람 이라니 이란 해군 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가 이란에 홍해 합동군사훈련을 제안했다고 전했고, 사우디의 투르키 알말키 국방부 대변인은 AFP에 "사우디와 이란 해군은 최근 오만만에서 다른 나라들과 함께 합동 해군 훈련을 마쳤다"고 확인했다.
사흘 후인 26일에 사우디 정부는 미사일과 드론 기지 등 이란의 군사시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관련한 성명에서 "이란을 군사적 표적으로 삼은 행위는 이란의 주권과 국제법을 침해한 것으로, 이를 규탄하고 비판한다"며 "중동의 계속된 긴장 고조, 중동 내 국가들과 국민의 안정과 안보를 위협하는 분쟁의 확대를 단호히 거부한다는 점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고 관영통신 SPA가 전했다.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서 사우디 군 수뇌부의 10일 테헤란 방문과 페제시키안-빈살만 통화가 이뤄진 것이다. 또한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는 11일 리야드에서 아랍‧이슬람 합동 정상회의를 주최하고 팔레스타인 점령지와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공 문제를 논의했다.
가자 북부의 자발리아 마을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건물 사이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걷고 있다. 2024. 11. 10 [AFP=연합]
이란보다 네타냐후 극우 정권 더 위험 판단?
사우디 비상 꿈꾸는 빈살만에 중동평화 필수
빈살만의 이란과의 적극적 연대 행보는 몇 가지로 풀이해 볼 수 있다.
우선 사우디 왕정이 '이슬람 혁명'을 수출하면서 자신들을 위협해왔던 이란보다 지금은 제동 장치 없이 폭주하는 이스라엘 극우 유대 정권이 자국과 아랍‧중동권에 훨씬 더 해롭고 위험하다고 판단했을 공산이 크다.
미국의 뒷배를 믿고 끝없는 전쟁을 통해 가자와 레바논에서 살육전을 이어가고 시리아와 이란까지 전선을 넓히면서 중동의 세력 판도마저 바꾸려는 이스라엘의 폭주를 저지하고 일정하게 균형을 잡는 게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뭣보다 '비전 2030' 아래 사우디의 비상을 꿈꾸며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네옴시티 건설과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개최의 성공 여부가 네옴시키 현장과 가까운 가자 지구는 물론이고 중동 전역의 평화와 안정을 전제로 한다는 점도 빈살만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듯하다.
끝으로 트럼프에게 보내는 메시지의 성격도 있다고 봐야 한다. 친이스라엘, 반이란, 팔레스타인 외면 일변도의 중동 정책으론 아랍권 민중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어 중동의 평화와 안정은커녕 총체적 파국으로 치닫게 할 우려가 큰 만큼 이제라도 트럼프가 정책 기조를 바꿔 폭주하는 네타냐후 극우 유대 정권을 일정하게 제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추후 트럼프 행정부와 본격적인 '거래'에 대비해 '몸값'을 올리려는 계산도 했음직하다.
'골프광' 트럼프와의 향후 만남을 위해 8년 만에 최근 골프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지난 6월19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했다. 평양/로이터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북-러 조약)에 9일(현지시각) 서명했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북러 조약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6일 러시아 상원(연방평의회)이 만장일치 가결로 조약을 비준하고 사흘 뒤 푸틴 대통령의 서명 절차가 끝난 것이다. 북한도 조약을 비준한 뒤 양쪽이 비준서를 교환하면 효력이 발생하는데, 현재까지 북한은 조약 비준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 6월19일 푸틴 대통령이 방북해 이뤄진 북-러 정상회담에서 체결한 조약은 모두 23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두 지도자가 직접 조약을 맺은 이상 실제 발효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북러 조약의 핵심 조항은 북한과 러시아 중 한 쪽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게 되는 경우 지체 없이 군사 원조 등을 제공하도록 한 4조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상원의 비준 다음날인 7일 조약 4조를 언급하며 북한과 합동군사훈련을 할 수 있다고도 밝힌 바 있다. 그는 이 조약이 러시아와 북한 간 협력의 윤곽을 명시했다는 점과 함께 “역내 안정의 신호”라며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다시 한 번 반복하지만, 소비에트연방 시절 이후 만료된 조약과 비교하면 사실상 새로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말한 소비에트 시절 조약은 지금은 폐기된 1961년 조-소 동맹 조약으로, 유사시 군사 자동개입 조항이 포함돼 있다. 다만 올해 북한과 러시아가 맺은 조약에서 군사개입은 “유엔 헌장 51조와 북한·러시아 법에 준하여” 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이 붙었다는 차이가 있다.
현재 북한군 1만여명이 러시아로 이동한 가운데 이뤄지고 있는 조약 발효 절차는 군사동맹 수준으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러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운다. 지난달 23일 월스트리트저널은 해당 조약에 북한이 전투 경험을 얻기 위해 1000명 규모 병력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다는 비밀조항이 포함돼 있다고도 보도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 국가정보원이 북한군 파병 정황을 보여주는 위성 사진을 공개한 뒤인 지난달 25일엔 “사진이 있다면 그것은 무언가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조약 4조를 언급하고 “우리가 조항 내에서 무엇을 할지는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1만명 가량의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의 점령지가 있는 러시아 본토 쿠르크스에 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북한이 파병 등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재래식 무기 뿐 아니라 미사일 유도 시스템이나 레이더 기술, 핵잠수함 음향 시스템 등 첨단기술을 제공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28일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이 발간한 보고서 ‘푸틴의 파트너’는 러시아 기술 이전의 우려와 함께 “러시아는 미국과 동맹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계속 공급하면 북한에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바, 이는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경고일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 한겨레 베를린 장예지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