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오래된 내력

● COREA 2025. 2. 22. 04:1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김대중, 이미 1991년에 민주당과 진보정당 구분


"민중당과 통합? 보수정당에 들어올 필요 없어"
"사회민주당 간판, 사민주의 정책? 가능성 없다"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 위한 중도‧중도우파 표방

문재인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 가는 보수정당"
이해찬 "개혁 세력이지만 진보 아니고 중도우파"
권영길 "신자유주의 민주, 절대 진보 될 수 없어"
학자들 지적도 마찬가지…"서구 기준 보수 정당"

이재명 역시 오랜 지론…차기 대선용 급조 아냐
2017년 저서 "진짜 보수가 가짜 보수 몰아내야"

 

임종석 김경수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 중도보수론'을 두고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비명계를 비롯한 비판론자들은 민주당의 유구한 정체성은 진보인데 왜 이 대표 마음대로 노선을 바꾸느냐는 취지로 펄쩍 뛰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에서 의원 생활을 하며 "실패와 부패로 얼룩진 김대중 정권 심판"을 외쳤던 김부겸 전 총리마저 "민주당의 정체성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당을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이라고 했다"고 반발하는 등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포함해 소위 친문(親文) 인사들의 분노가 쏟아지더니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도 21일 가세해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아니다. 대표가 함부로 바꿀 수 없는 문제"라고 단언했다.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들은 자신들이 종전에 민주당을 진보 정당으로 취급한 적이 없었음에도 이 대표의 발언이 나오자 돌연 '민주당의 정체성은 진보'라고 잣대를 바꿔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한겨레는 <이재명 "민주당 중도보수", 혼자서 불쑥 선언할 일인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민주화 이후 국민의힘 계열과 민주당 계열로 사실상 양당제로 유지돼온 한국에서 민주당은 진보 쪽으로 폭을 넓혀왔다. 이런 전통을 이재명 대표가 하루아침에 흩뜨릴 수 있나.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해 민주당의 오랜 정체성을 내던지는 과오를 범해선 안 된다"고 질책했고, 경향신문도 사설 <"민주당은 중도보수"라는 이재명, 정책 우회전 예고인가>에서 "이 대표가 당 정체성에 대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민주당을 중도보수 정당으로 규정한 것은 느닷없고, 적절치도 않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보수 또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며 이 대표가 '위장전입'을 하려 한다고 비난과 조롱을 퍼붓고 있다. "두 길 보기 정치 사기"(권성동 원내대표) "한마디로 위장전입"(김상훈 정책위의장) "대한민국 유일의 중도보수 정당 국민의힘에 입당하실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김기현 의원) "이재명 민주당이 중도보수 정당이면 파리도 새"(안철수 의원) 등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의 이 대표를 향한 집중포화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이 중도 또는 중도보수 정당이라는 점은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오래된 개념이다. 민주당이 배출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김대중‧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 점을 명확하게 밝혔고 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취지로 언급한 바 있다. 이들 세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때 오른팔 역할을 했으며 현재도 민주당을 대표하는 원로인 이해찬 전 대표 또한 "민주당은 중도우파"라고 규정했다. 정의당과 진보당 등 실제 진보 정당들의 민주당에 대한 평가, 학자들의 분석 또한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라는 인식이 오히려 착시라는 얘기다. 이 기사는 분량상 이재명 대표가 중도보수론을 꺼낸 의미나 배경은 생략하고 민주당을 둘러싼 중도보수 담론이 사실에 부합하는지만 중점적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4년 한길사에서 출간한 저서 '나의 길 나의 사상' 표지. 김호경 에디터

 

우선 한국 정치사의 거인이자 민주당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생전에 민주당이 '중도' '중도보수' '중도우파' 정당이라고 누차 공언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했던 관련 발언이 언론에 일부 소개되기도 했는데, 시민언론 민들레는 김 전 대통령이 그보다 훨씬 전인 1992년 제14대 총선 및 대선 이전부터 민주당의 정체성을 진보와 뚜렷이 구별해 설명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 전 대통령의 주요 저서로 1994년 한길사에서 출간한 <나의 길 나의 사상>에는 <나의 정치철학과 정책을 말한다>는 장문의 글이 실려 있다. 앞서 월간 <사회평론> 1992년 1월호에 게재됐던 정운영 한겨레신문 논설위원과의 대담을 전재한 것으로(대담은 1991년 12월 진행), 여기서 김 전 대통령은 14대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우재‧장기표‧이재오‧김문수 등이 이끌던 민중당과의 통합에 대해 분명히 선을 긋고 있다. 민중당은 진보인 반면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기 때문에 자칫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취지다.

 

"민중당과 우리 당이 통합하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당은 중도 정당이고 보수성을 띤 사람들도 많고, 반면에 민중당은 진보 정당이 아닙니까? 진보 정당이 보수 정당으로 들어올 필요는 없습니다. 진보 정당은 진보 정당대로 대표할 세력이 있지요. 진보 정당이 조급하면 안 돼요. 조급하다가는 전부 실패합니다. 진보 정당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이념적으로 확고하게 뭉친 중심 세력이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 나는 진보 정당을 하시는 분들에게 솔직히 얘기합니다. '여러분들이 할 일은 우선 민주당을 정권 잡게 하는 것이다.' (…) 우리가 승리하면 그날로 노동조합의 정치 활동이 자유롭게 풀리게 되어 민중당이 노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진정한 진보 정당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기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이에 정운영 논설위원이 "사회민주당이라는 간판과 사회민주주의적인 정책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겠느냐"고 묻자 김 전 대통령은 또 이렇게 답했다.

 

"우리 당이요? 그럴 가능성은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지금은 자본주의 정당과 사회주의 정당이 150년 동안 서로 대결해 오다가 민주주의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통합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에 가보더라도 과거 보수 정당이나 사회민주 정당들이 전부 자기를 중도 정당이라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사민당도 자기를 중도 정당이라고 하지 혁신 정당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독일의 사민당도 그렇고 말이지요. 심지어 기독민주당이 자기들을 중도좌파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정당이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대중 참여의 개방경제, 사회적으로는 복지사회,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중도 통합이 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중도 정당의 길이 정당한 길이고 앞으로 여기도 통합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11년 삼인 출판사에서 출간한 '김대중 자서전' 표지

 

2011년 삼인 출판사에서 낸 <김대중 자서전>에는 김 전 대통령이 정계 은퇴 뒤 복귀해 1995년 9월 5일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할 때의 과정이 소개돼 있다. 여기서도 그는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당의 정체성을 진보가 아니라 중도에 두고 있다.

 

"여의도에 새 당사를 얻었다. 1995년 7월 20일, 여의도 대하 빌딩에서 신창 당사 입주식이 있었다. 나는 신당 창당 준비위 상임고문을 맡았다. (…) 새 당이 탄생했다. 이름은 '새정치국민회의'였다. 국민회의란 당명은 비폭력 투쟁으로 인도의 독립을 이끈 초대 총리 자와할랄 네루, 그가 몸담고 있던 '국민회의파'에서 영감을 얻었다. (…) 새정치국민회의는 창당 선언문과 강령에서 국민의 참여민주주의를 바탕으로 중산층과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복리를 증진하는 중도 정당을 표방하였다."

 

"당시 우리는 자민련과 후보 단일화 협상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 재야 민주화 운동 출신들의 반발과 비판이 있었다. 당내에서는 김근태 씨 등 재야 출신 소장 의원들이, 당 밖에서는 종교계 인사들이 반발했다. (…) 과거에 대립했던 세력과의 연합에 거부감이 있겠지만 현실 정치에서 소신과 명분 못지않게 현실적 선택도 중요하다는 것을 얘기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권 교체라고 역설했다. (…) 그때까지도 DJP 연합에 대해 일부에서 야합이라는 시각이 있지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독일에서도 사민당이 기민당과 연합하고, 기민당이 기사당과도 연합한다. 나는 공동 정부를 운영해서도 충분히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

 

이 밖에도 김 전 대통령은 1997년 7월 18일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중도보수로 변한 게 아니다. 우리 당(새정치국민회의)은 시작 때부터 중도우파를 표방했다"고 말했고, 같은 해 11월 13일 금융실명제 관련 방송 3사 공동주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도 "우리 당은 중도우파 정당이다.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기 때문에 우파이고,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중도"라고 같은 설명을 되풀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만큼 명확한 언급을 하지는 않았지만 생전에 회고록 성격으로 쓰다 미완에 그친 <성공과 좌절>에서 '제3의 길'과 관련한 서술을 했다. 참여정부의 국가 미래전략인 '비전 2030'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이 안 된 채 묻혔다고 안타까워하며 "2020년까지 극우의 나라에서 보수의 나라로, 2030년까지 중도진보의 나라로 가자는 것"이라는 목표를 제시하는 내용이다.

 

"한국의 제3의 길
-클린턴과 진보정책 연구소, 로버트 라이시의 노동 전략, 클린턴과 토니 블레어의 바람은 대처 못지않은 바람이었다.
-그리고 책들. 기든스의 책과 『영국 개혁 이렇게 한다』, 아태 연구소의 번역

생산적 복지, 참여복지, 비전 2030
-비전 2030은 국민에게 인사도 못하고 보수화의 바람에 묻혀버렸다. 진보 언론도 적극적으로 소개하려고 하지 않았다.

 

비전 2030
논리와 구조, 내용의 소개
-목표는 2020까지 극우의 나라에서 보수의 나라로, 2030까지 중도 진보의 나라로 가자는 것.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도 되지 않았을 것이다."

 

'원조 친노'로 꼽히는 이광재 전 강원도 지사는 이번에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어 보니, 진보 대통령이 진보 정책을 다 할 수가 없고, 보수 대통령이 보수 정책을 다 쓸 수 없다. 결국, 중도를 기초로 진보·보수 정책을 가져다 쓰는 길, 결국 중간으로 가더라'라고 말씀하셨다"면서 "이재명 대표는 정도(正道)로 가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동아일보 논설위원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새정치연합은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 가는 보수 정당"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 홈페이지 기사 갈무리

 

문재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이상으로 당의 정체성에 대한 시각이 확고하고 냉정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7월 29일 동아일보 논설위원들과 자유토론 형식의 인터뷰를 가졌는데 그 다음 달 4일 보도된 해당 인터뷰 기사의 제목이 <"새정치연합은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 가는 보수 정당">이었다. 중도보수도 아닌 '그냥 보수 정당'이라고 한 것이다.

 

-새정치연합이 보수라고 말한 것 맞나?
"우리의 특수한 지형에서 새누리당과 대비해서 진보라는 소리를 약간 듣지만 당의 정체성으로는 그냥 보수 정당이다."

-이념으로 보면 진보 아닌가.
"상대적으로 그냥 당이 조금 더 개혁적이라거나, 미국 폴 크루그먼의 책 '미래를 말하다'의 분류로 미국식 공화당‧민주당을 각각 보수당‧진보당이라고 할 때 우리를 그렇게 (진보로) 부를지 모르겠지만, 유럽식을 기준으로 하면 보수다."

-당내에는 진보의 가치를 주장하는 사람이 많은데….
"유럽에선 극우에서부터 우파, 중도좌파, 온건좌파, 좌파, 극좌 등등 여러 단계가 있지만 우리는 사회민주주의 근처도 못 갔다. 정의당이나 사회당 이런 데서는 우리를 보고 보수라면서 '사이비 진보'라고도 하지 않느냐.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개혁 정책이 약간 우파적인 것으로 오도가 돼서 우리가 초청해서 저도 축사를 했는데 2003년 당시 사민당의 노선이 다 우리 당보다 왼쪽에 있었다. 복지 지출은 우리가 몇십 년을 쫓아가도 모자랄 정도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별히 아꼈고 친노‧친문 그룹의 좌장이기도 한 이해찬 전 대표는 2018년 6월 15일 tbs '장윤선의 이슈파이터'에 출연해 "민주당은 진보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이 진보 아닙니다. 민주당을 개혁 세력이라고는 볼 수는 있어요. 그러나 정강‧정책을 보면 유럽에 있는 진보당, 진보 세력, 노동당이라든가 거기보다 훨씬 정책이 보수적이잖아요. 자꾸 보수와 진보를 나누는데 우리 당이 제가 보기에는 중도우파 정도 되는 겁니다. (…) 지금 보수는 수구 세력이거든요. 말하자면 냉전체제와 분단을 이용해서 내려온 수구 세력 아닙니까. (…) 재벌 위주의 경제 정책에서 이제 좀 더 서민적인 복지라든가 교육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더 강화시키는 것을 가치로 삼는 새로운 건전한 보수가 나와야죠."

 

이어진 진행자와의 문답에서도 이해찬 전 대표는 민주당이 중도우파라는 점을 재차 확인했다.

-만약 당 대표에 출마한다면 나는 이런 정당을 만들고 싶다면요?
"적어도 우리가 영국 노동당이나 독일 사민당 수준까지 가야 된다고 봐요."

-그럼 한국 민주당이 어느 수준이라고 보세요?
"아까 제가 중도우파라고 그랬잖아요. 진보 세력이 아니라니까요."

-근데 사회적 잣대는 민주당이 진보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건데요.
"아니 이쪽(당시 자유한국당)이 하도 극우니까 그렇게 되는 거지."

 

20일 전국비상시국회의 주최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1500인 시국선언' 기자회견에서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2024.9.20. 이호 사진작가

 

민주당의 대주주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이렇게 개념 규정을 해왔는데 실제 진보 정당 측의 민주당에 대한 분류는 말할 것도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 말대로 '사이비 진보'라는 관점이 오랜 세월 견지돼왔다.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 민주노동당 초대 대표, 17·18대 국회의원과 대선 후보까지 지내면서 진보 정치의 전성기를 주도했던 권영길은 2022년 9월 연합뉴스, 2024년 1월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한국 정치의 비극'에 울분을 토했다. 민주당은 그간의 궤적을 볼 때 중도우파 정도가 맞다는 요지다.

 

"민주당이 대표적인 진보 정당으로 돼 있는 것이 한국 정치의 비극이고 모순이다.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 아니다.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강령의 차이가 없다. 민주당은 자신을 위해서라도 중도를 표방하는 것이 맞다. 북한에 대한 태도 때문에 민주당이 진보 정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이유가 되지 않는다."

 

"나는 민주당은 절대 진보 정당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진보라고 할 수 있는 강령 기준이 없다. 지금 현시점, 새 시대로의 대전환기인 상황에서 사회 문제를 풀어갈 가장 핵심은 신자유주의를 거부하느냐, 수용하느냐의 문제인데, 이게 가장 기본적 기준인데 민주당은 신자유주의에 따른 경제구조 바탕을 옹호하고 나아가고 있지 않나. 민주당을 위해서도 한국의 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민주당이 중도우파로 가기를 바라고 있다. 몸에 맞지도 않고 거북스러운 진보 정치 딱지를 떼어버리라고 하고 싶다."

 

민주노총 김진억 서울본부장도 2022년 6월 한겨레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강성 신자유주의 정당이고 민주당은 연성 신자유주의 정당이고, 그 정도의 차이밖에 없다. (…) '진보'라는 말이 너무 오염이 돼 있다고 생각한다. 중도보수인 민주당이 이미 진보 개념을 차용하고 있으니까"라고 탄식했고,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의 발언대로 민주당은 중도보수 정당이 맞다. 역대 어떤 민주당 정권이 '진보'의 정체성을 표방했었나?"라며 "김대중 정권은 IMF 구제금융 이후 한국경제를 신자유주의 체제로 재편했고, 노무현 정권은 굴욕적 한미FTA 협상과 명분 없는 이라크 파병 등으로 진보 진영의 비판을 받았으며, 문재인 정권은 촛불 광장의 사회개혁 요구를 외면했다는 평가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민주당이 서구의 기준으로 진보는커녕 보수 정당에 가깝다는 학자들의 지적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데, 가령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2015년 10월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우편향'으로 왜곡된 정치 지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수구가 현대사를 지배해온 결과 한국의 정치 지형은 연쇄적으로 왜곡되었다. 수구가 '보수'를 자처하고 나서자, 보수가 '진보'라고 불리게 되었고, 또 진보는 '급진'이라고 불려온 것이다. 세계적 기준에서 보면, 한국 정당들은 모두 한 발짝씩 더 왼쪽으로 명명된 좌칭(左稱) 정당들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진보 정당이 아니다. 역사와 민족 문제에 있어서나, 경제, 노동, 복지 정책에 있어서나 그들은 서구의 보수 정당에 가깝다. 정의당도 서구 정당과 비교하면 그다지 진보적이지 않다. 독일과 비교해보면 한국 국회에서 가장 진보적인 정의당이 독일 연방의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기독교민주당보다 보수적이다. 이처럼 한국의 정치 지형은 극도로 우편향되어 있다. (…) 역사의 퇴물인 수구는 무덤에 묻고, 보수는 보수답게, 진보는 진보답게 제자리를 찾아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2017년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저서 '함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 표지

 

이처럼 민주당의 '유구한' 정체성은 비명계의 주장과는 달리 진보가 아니라 중도‧중도보수‧중도우파로 자리매김 되어 왔다. 이재명 대표 개인적으로도 중도보수론은 차기 대선용으로 '느닷없이' 급조한 게 아니라 꽤 오래 전부터 표명해온 '진짜 보수' 지론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이던 2017년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한 저서 <함께 가는 길은 외롭지 않습니다>에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되찾을 시간>이라는 글을 실었다. 최근 정치 유튜브 채널 '새날', MBC '100분 토론' 등에서 했던 발언과 맥을 같이 한다.

 

"친일파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정치 세력이 보수의 탈을 쓴 채 우파를 자처했고, 그들의 정치 책략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진보 좌파로 규정해버린 것이다. (…) 문제는 보수와 진보의 대결이란 것 자체가 잘못된 설정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보수임을 내세우는 그 세력들 대다수가 가짜 보수이기 때문이다. (…) 진보와 보수의 싸움이 아니다. 진짜 보수와 진보가 힘을 모아 마침내 가짜 보수들을 역사의 뒤안길로 몰아내는 싸움이어야 한다. 너무도 오랫동안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유린해왔던 가짜 보수들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혹자는 입만 열면 복지를 외친다는 이유로 나를 진보좌파 정치인이라 부르기도 한다. 보수도 되지 못하는 반민주세력이 보수의 자리를 차지한 대한민국에서 나는 진보가 맞지만, 법과 상식 원칙을 중시하는 나는 교과서적인 의미에서 진보에 속하기 어렵다. 녹색당, 노동당, 정의당 정도는 돼야 진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 정치권으로 국한해서 볼 때 새누리당은 대부분 보수라고 할 수조차 없는 부패 기득권 세력이다. 다수의 서민보다 소수 기득권층의 이익을 위해 정책을 펴왔던 가짜 보수들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져 마침내 역사의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이다. (…) 나는 좌파의 정책이든 우파의 정책이든 다 가져다 쓸 수 있는 실용주의자임을 자부한다. 그리고 그 실용주의의 중심에는 보수 진보로 강제 분류 당할 이유가 없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있다. 거듭 말하지만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바로 정치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길원옥 할머니 별세에 "정치권 각성하라"

● COREA 2025. 2. 17. 15:4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독립운동단체 "정치권의 진심 어린 반성 필요,                                                                                  대통령 탄핵 사유에 위안부 문제 해결 못 한것도 포함해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지난 16일 오후 향년 97세 일기로 별세했다. 17일 인천 연수구 인천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 빈소가 마련돼 있다. ⓒ 연합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길원옥 할머니가 별세하자 지역 독립유공단체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비판하고 나섰다.

백산우재룡선생기념사업회와 독립운동정신계승사업회는 17일 성명을 통해 "정치인들은 길원옥 할머니 영전에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일본 정부에 부화뇌동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올해는 해방 80주년, 한일협정이 체결된 지 60년이 되는 해이지만 길원옥 할머니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인면수심의 세력들이 한일 정치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한일 양국은 인류에 대해 사죄를 해야 한다"며 "인간의 존엄이 철저히 짓밟힌 이런 야만을 해결하지 못하면 문명국이 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일 양국은 인류를 야만의 시대에서 문명의 시대로 이끌 시대적 사명을 가지고 있다"며 "그 첫걸음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적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로 한일 양국의 사법부가 피해자들의 개인청구권이 아직도 살아있음을 인정하고 일본 최고재판소는 자발적 구제를 촉구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헌법재판소가 한일청구권협정의 해석상의 불일치를 해결하지 않는 부작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대통령과 외교부장관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국회의원들 또한 무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대통령의 탄핵 사유 가운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일본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정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길원옥 할머니 영전에서 진심으로 반성하라"며 "남아 있는 피해자들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길원옥 할머니는 1998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이후 여성 인권운동을 활발히 해왔으나 일본 정부의 사과를 끝내 받지 못하고 지난 16일 향년 97세로 별세했다.  < 조정훈 기자 >

 
고 김복동 할머니 빈소 조문하는 길원옥 할머니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 길원옥 할머니. ⓒ 공동취재사진


일본군성노예 피해자이자 여성인권운동가였던 길원옥 할머니가 16일 별세했다. 향년 97세.

정의기억연대는 16일 길원옥 할머니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고인의 빈소는 인천에 차려졌고, 경남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창원에 분향소를 설치한다.

1928년 평안북도 화천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어느 날 만주에 가면 공장에 취직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가족들에게 말도 못 하고 만주로 떠났다고 정의연대가 밝혔다.

이 단체는 "평양역에서 다른 여러 여자들과 함께 기차에 태워졌고 도착한 곳은 공장이 아니라 한참 일본군이 전쟁을 하고 있는 만주의 전쟁터였다. 그곳에서 할머니는 끔찍한 성노예 생활을 해야 했다"라고 소개했다.

정의연대는 "할머니는 1998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을 하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문제해결을 위한 활동을 활발히 하셨다"라며 "매주 빠지지 않고 수요시위에 참가했으며 유엔 인권이사회와 ILO 총회에 참석하는 등 세계 각지를 돌며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알리고 전시성폭력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활동을 하였다"라고 전했다.

정의연대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 운동을 하며 통일이 되면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사셨던 할머니, 노래로 모든 시름을 잊는다 하시며 노래 부르시던 할머니는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라고 했다.

길원옥여성평화상이 2017년 5월 제정되어 운영되고 있다.

길원옥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7명으로 줄었고, 이들의 지역별 거주지는 서울, 대구, 경북, 경남 각 1명씩과 경기 3명이며 모두 구순이 넘었다.

우리 정부에 등록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240명이었다.

창원 분향소는 마산합포구 오동동문화광장 옆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 차려진다.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 마산창원진해시민모임(대표 이경희)은 시민분향소를 설치해 17일 오후부터 운영하기로 했다.

이경희 대표는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싶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힘들어서 여러 사람들과 논의를 해서 창원마산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라고 했다.

살아 생전에 여러 차례 할머니를 만나기도 했던 이 대표는 "고인께서는 늘 수요집회에 나오셨고, 여러 행사 때마다 자주 뵙기도 했다"라며 "할머니는 품성이 부드럽고 흥도 많으셨으며 노래도 잘 부르셨다"라고 기억했다.

이 대표는 "오랫동안 지병이 있어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할머니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를 증언하셨다"라며 "당신의 삶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하시면서 후대들이 다시는 이런 일을 겪으면 안 된다고 하셨다. 전쟁 피해자를 돕기 위해 기금을 내놓기도 하셨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말했다.  < 오마이 윤성효 기자 >

창원마산 오동동문화거리에 있는 인권자주평화다짐비. ⓒ 윤성효

박찬대 "계엄, 명태균-김건희 관계 풀 수 있는 건 특검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계엄과 명태균-김건희 관계를 가장 명쾌하게 풀 수 있는 건 명태균 특검뿐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12.3 윤석열 내란 사태'의 주요 동기로 '명태균 황금폰'을 지목하면서, 여당에 명태균특검법 수용을 촉구했다.

16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명태균게이트 수사는 12.3 비상계엄의 동기를 밝히는 핵심"이라며 "그런데 창원지검은 수사를 해태 혹은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보고서에 명태균과 김건희·윤석열 부부의 공천 관련 사실이 확인됐지만, 후속 수사는 없었다"며 "공천 개입과 국정 농단의 몸통인 김건희에 대한 소환 조사나 압수수색도 전혀 없었다. 심지어 수사 검사가 핵심 증거인 '황금폰' 폐기를 권유했다는 명태균 측의 폭로도 있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검찰의 수사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게 명료하지 않나"라며 "창원지검이 여론에 떠밀려 조만간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지만, 명태균게이트의 핵심은 다루지 않고, 주변 곁가지만 다룰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영구집권 획책...'황금폰' 내용 밝혀내야"

더불어민주당 명태균게이트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항의방문을 하며 ‘축소 수사, 은폐 수사 의혹 규명’ ‘김건희 소환 수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균택, 송재봉, 이연희, 서영교(단장), 이성윤, 김기표, 김용만, 염태영 의원. ⓒ 권우성


박찬대 원내대표는 "그래서 명태균 특검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무장한 군대까지 투입해 국회를 무력화하고, 정치인을 체포해 영구집권을 획책했는데, 도대체 명태균의 황금폰 안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누가 부정과 부패에 연루됐는지 밝혀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여당을 향해 "마지막 기회"라며 명태균특검법 수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명태균 특검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면서 "명태균게이트 때문에 천인공노할 비상계엄이 선포됐다면, 그 진실을 무작정 덮어 버리자는 것은 이해할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명태균을 일컬어 사기꾼이라 비난하던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철저한 수사로 자신들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이 더 이익"이라며 "명태균 특검은 이념의 문제나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명태균 특검에 적극 찬성하길 촉구한다"며 "국민의 지지를 받는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는 마지막 기회를 버리지 않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민의힘 100여명 연루 예측...특검 찬성해야"

더불어민주당 명태균게이트진상조사단 소속 의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항의방문을 하며 ‘축소 수사, 은폐 수사 의혹 규명’ ‘김건희 소환 수사’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성윤 의원이 김건희 소환 주사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권우성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 내용과 명태균게이트 발발 시점 등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통해 장기집권을 꾀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이번 노상원 수첩에서도 나왔는데 비상계엄의 이유는 장기집권"이라며 "그렇다면 왜 12월 3일이었는가. 바로 명태균씨와 관련된 이유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12월 2일 명태균씨가 '황금폰'을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12월 3일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20억원 수수 의혹이 나왔다"며 "12월 2~3일이 매우 긴박하게 돌아갔기 때문에 기왕 장기집권을 위해 계엄을 선포하려 했던 윤석열이 이때를 디데이로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용민 의원은 "내란의 본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선 명태균게이트를 빼놓고는 제대로 볼 수 없다"며 "내란과 명태균게이트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고, 매우 중요한 연관 관계가 있어 특검을 추진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명태균씨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현장 방문까지 검토 중임을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명태균씨의 녹취록, 발언들을 보게 되면 상당한 부분 사실로 드러난 게 많다"며 "실질적으로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이 100명 이상까지도 (연루된 것으로) 예측하는데, 명태균씨 말에 대해 철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현장 방문은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며 "직접 부르는 것과 국회에서 차량을 보내는 것까지도 검토했는데, 여의치 않으면 현장 방문까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 오마이 조선혜 기자 >

김상민 전 검사, 지난해 현직 검사 신분 총선 출마 공언해 중징계 받아

[전문]
명태균 쪽, 2024년 2월 김건희와 통화 복기 공개
“이철규·윤한홍 의원, 검사 공천하면 최다석 언급”

 

                              김건희 여사, 명태균씨.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의 변호인이 지난해 4월 총선 전 김건희 여사가 명씨에게 전화해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17일 주장했다.

 

명씨의 변호인인 남상권 변호사는 이날 “지난해 2월16~19일 사이 (명씨와 김 여사가) 대여섯번에 걸쳐 통화했다”며 통화 내용을 복기해 공개했다. 남 변호사가 공개한 내용을 보면, 김 여사는 명씨에게 “김상민 검사는 조국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다. 김상민이 (경남 창원시) 의창구 국회의원이 되게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상민 전 검사는 지난해 현직 검사 신분으로 총선 출마를 공언해 중징계를 받은 인물이다.

 

김 여사는 이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은 어차피 컷오프 아니냐”라며 “(당시 의창구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선) 김종양은 문재인 정부의 부역자다. 지난 대선 때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른다면서 집에서 놀다가 대선 끝나니 한자리하려고 기어 나온 기회주의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남 변호사는 또 김 여사가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도 (김종양 후보 배제가) 맞다면서 김 검사가 의창구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며 “그래서 내가 박완수 경남지사에게 전화해 김 검사를 도우라 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에 명씨는 김 여사에게 “비례대표도 아니고 평생 검사만 하다가 지역도 모르는 사람을 지역구 국회의원을 공천해 주면 총선에서 진다”고 했으나, 김 여사는 “보수 정권 역사 이래 최다석을 얻을 거라고 했다”, “이철규·윤한홍 의원이 그렇게 말했다”고 반박했다고 한다. 명씨는 이 통화 내용을 공개한 뒤 “간신들이 총선 때 대승을 한다고 대통령 부부에게 허위 보고하니, 비상 계엄 때 계엄군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냈구나. 내가 알던 대선 때 김건희는 통화를 해보니 없었습니다”라고 첨언했다.

 

한편,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을 수사해오던 창원지검은 이날 이 사건 공익신고자인 강혜경씨 등 4명을 추가로 기소했다. 창원지검은 또 윤 대통령 부부 등 남은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기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명씨의 변호인 남상권 변호사가 공개한 명씨와 김 여사의 통화 내용.     < 한겨레  강재구 기자 >

김건희 : 선생님~ 김상민 검사 조국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 되게 도와주세요. 김영선 의원은 어차피 컷오프라면서요. 김종양은 문재인 정부의 부역자이고, 지난 대선 때 누가 대통령이 될지 모른다면서 집에서 놀다가 대선이 끝나니 한자리 하려고 기어나온 기회주의자입니다. 그런 사람이 국민의 힘 국회의원이 되면 되겠습니까? 윤한홍 의원도 맞다고 하면서 김상민 검사가 의창구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내가 박완수 지사에게 전화해서 김상민 검사를 도우라고 했어요.

명태균 : 여사님 비례대표도 아니고 평생 검사만 하다가 지역도 모르는 사람을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을 주면 총선에서 집니다. 내가 볼 때, 이 추세로 가면 110석을 넘지 못합니다.

김건희 : 아니에요. 선생님 보수 정권 역사 이래 최다석을 얻을 거라 했어요.

명태균 : 누가 그런 말을?

김건희 : 이철규, 윤한홍 의원이 그렇게 말했어요.

명태균 : 김상민이 내려 꽂으면 전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