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봉쇄, 수거 명부 작성, 부대 지정
사복근무, 경찰 활용 방안 실제 시도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가운데 마스크 쓴 이)이 지난달 2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12·3 내란사태의 ‘비선 핵심’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담긴 내용 중에는 비상계엄 당시 실제 시행된 부분도 있다. 지난해 총선 전부터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수첩 속 계획이 일부 현실화된 점 등을 고려하면 ‘야권 인사 500여명 수집’ 등 내용을 마냥 현실성 없는 공상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 수첩에 비상계엄 당시 실현됐거나 시도됐던 내용이 상당수 포함된 만큼 실제 작성자가 노 전 사령관이 맞는지, 누구의 지시로 작성했는지, 군 내부나 대통령실 등에 공유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겨레가 14일 확보한 70쪽짜리 ‘노상원 수첩’에는 국회가 있는 “여의도 봉쇄”가 중요하게 다뤄지는데 실제 지난 비상계엄의 핵심 목표는 국회였고 봉쇄 시도도 이뤄졌다. 헌법에는 비상계엄 때에도 국회의 권능은 제약할 수 없게 되어있다. 이번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여의도 봉쇄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나와 있고, 실제 비상계엄 때도 국회에 군병력이 투입됐다. 윤 대통령의 공소장에는 무장 군인 1605명, 경찰관 약 3790명을 동원해 국회, 선관위, 더불어민주당 당사, 여론조사 꽃 등을 점거 출입 통제와 체포, 구금, 압수수색 등의 방법을 시도하려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비상계엄 때 수도방위사령부 병력의 국회 출동도 수첩에 나오는 대목이다. 수첩에는 “경계병은 수방사 인력 활용(일부 여의도 정도)”라고 적혀있는데, 수방사는 실제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통제하라는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수첩에 ‘수거팀 구성’ 대목에 등장하는 △수거대상 명부 작성 △행사부대 지정 △사복근무 △경찰들 활용방안 등은 실제 시행되거나 시도됐다.

 

수거대상 명부는 실제 작성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건넸다. 이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 등 복수의 인물이 전달받았다.

 

행사 부대 지정도 이뤄졌다. 계엄 때 별도의 임무가 없어 동원되어서는 안 되는 정보사령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역할을 맡았다. 국회에는 육군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가 투입됐다.

 

또한 비상계엄 때 국회와 선관위 등에는 사복 차림으로 첩보·정보 수집 등을 하는 군부대인 ‘편의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 활용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당일인 지난해 12월3일 조지호 당시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삼청동 안전가옥으로 불러 계엄 관련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이 직접 건넨 1장짜리 에이포(A4) 용지에는 장악 대상 기관 10곳이 적혀 있었으며 비상계엄 선포 뒤 조 청장에게 6차례 직접 전화해 국회의원 체포를 지시했다. 또 비상계엄 당시 방첩사령부는 경찰 쪽에 정치인 등 주요 인사 체포조 지원과 합동수사본부 구성에 필요한 수사관 100명의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수첩에는 계엄을 지휘할 합동참모본부 지휘소를 경기도 과천에 구성하는 방안도 적시되어 있는데, 이 대목에는 “박씨는 지휘소 구성”이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이는 지난 12·3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의 다른 부분에도 ‘박안수’의 역할은 “계룡대: 수집 장소, 전투조직 지원”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수첩에는 김 전 장관에게서 주요 인사 체포 명령을 받았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그의 역할은 “행사인원 지정, 수거명부 작성”으로 되어 있다. 이 중 수거명부는 최소 14명 이상이 작성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수첩엔 “시민 불편 없게 한다”는 내용이 적혔는데 이 또한 윤 대통령 쪽 입장과 유사해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헌법재판소 탄핵 재판에서 “국민들에게 군인들이 억압이나 공격을 가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김용현 전 장관이 작성한 포고령 초안에서 윤 대통령이 야간통행금지를 삭제했다는 게 김 전 장관과 윤 대통령의 주장이다.

 

때문에 수첩이 누구의 지시로 어떤 경위를 거쳐 작성됐고,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수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국가수사본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보내 필적 감정을 의뢰했으나 ‘감정 불능’ 판정을 내렸다. 노 전 사령관은 검찰에서도 수첩에 대해 진술을 거부했다. 이 때문에 수사가 여러가지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수첩이 증거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첩의 작성자가 진짜 노 전 사령관이 맞는지, 수첩 속 내용이 언제·어떤 이유로 작성됐는지 등이 확인되어야 하는데 당사자들이 입을 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검찰은 노상원 수첩과 계엄과의 연관성 등을 계속 수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한겨레  배지현 기자 > 

 18일과 20일 각각 오후 2시에 9차·10차 변론기일 진행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5.2.13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을 추가 증인으로 채택하고 변론기일을 2회 더 지정했다. 윤 대통령 쪽이 지속적으로 재판 연장을 요구하는 가운데 헌재의 이번 기일 지정이 최종 증인신문이 될지 눈길이 쏠린다.

 

헌재는 오는 18일과 20일 각각 오후 2시에 9차·10차 변론기일을 진행하겠다고 14일 밝혔다. 한 총리와 홍 전 차장, 조 청장은 모두 20일에 증인 출석을 요구받을 예정이다. 한 총리는 오후 2시, 홍 전 차장은 오후 4시, 조 청장은 오후 5시30분으로 증인신문이 계획되어 있다. 한 총리와 홍 전 차장은 모두 윤 대통령 쪽에서 신청한 증인이다. 조 청장은 윤 대통령과 국회 모두에서 증인으로 신청한 바 있다. 헌재는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증인들은 모두 기각했다.

추가된 증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 총리는 이미 한 차례 증인신청이 기각된 바 있고, ‘정치인 체포 지시’를 최초로 폭로한 홍 전 차장은 5차 변론기일에서 이미 증언한 인물이다. 혈액암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조 청장은 건강상 문제로 두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냈으나, 윤 대통령 쪽이 지난 8차 변론기일에서 “구인까지 원한다”며 강하게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18일 9차 변론기일에는 앞서 예고했듯 서증(법원에 증거로 제출된 문서) 조사가 이뤄지고 탄핵소추 사유에 대한 양쪽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증인신문까지 진행한 뒤 증인이 채택되지 않으면 마지막 기일을 잡고 윤 대통령과 국회 쪽이 최종 진술을 진행한 후 변론이 종결될 수 있다. 이변 없이 진행되면 3월 초중순께 탄핵심판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앞서 8차 변론기일이 마지막 증인신문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우세했으나 헌재는 증인신문 기일을 연장하는 쪽을 택했다. 윤 대통령의 대리인단이 법정에서 “지금과 같은 심리가 계속된다면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등 추가적인 증인신문을 계속 주장해온 것을 헌재가 어느 정도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이미 만장일치로 기각되기까지 한 한 총리도 다시 증인 채택을 한 것을 보면 외부 여론전과 공격을 어느 정도 고려한 결정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의 형사 재판 공판준비기일이 헌재의 10차 변론기일이 예정된 20일과 겹치는 점도 변론기일 변경의 빌미가 될 수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의 대리인단은 10차 변론기일에 형사 재판이 있다는 이유로 기일 변경을 헌재에 요청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지만, 윤 대통령 쪽이 법원 출석의 권리를 계속 주장하면 헌재도 이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불임명을 둘러싼 국회의장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사이의 권한쟁의심판 선고 역시 변수다. 헌재는 지난 10일 이 사건에 대한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만을 남겨두고 있다. 만일 헌재가 ‘마 후보자 불임명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최 권한대행의 임명을 거쳐 헌재의 9인 체제가 완성될 수 있다. 이 경우 신임 재판관이 증거 기록 등을 파악해야 하는 변론갱신절차가 필요해 약간의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 노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만 신속하게 끝내야 함에도 헌재에서 여러 건이 병행되다 보니 변수가 있는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 쪽이 변론갱신 등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며 재판지연 전략을 펼 수도 있다”고 짚었다.     < 김지은 기자 >

 

윤, 또 헌재 변론기일 변경 신청…“20일 형사재판 겹친다”지만

한덕수·홍장원·조지호 증인신문 10차 변론기일
형사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 참석 의무는 없어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변호인단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대통령 쪽이 탄핵심판 변론기일을 변경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윤 대통령의 형사 재판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14일 헌재에 20일로 지정된 10차 변론기일 일정 변경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20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이날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여부에 대한 심문도 같은 재판부에서 이뤄질 계획이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의 참석 의무가 없지만, 윤 대통령 쪽이 ‘재판에 참석할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헌재 역시 변론기일 변경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재는 이날 오전 재판관 평의를 열고 윤 대통령 쪽이 신청한 한덕수 국무총리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조지호 경찰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하고 20일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명태균, 민주당에 '공익제보자' 신청했다

● Hot 뉴스 2025. 2. 15. 13:1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민주당, 공익제보자로 받아들일지 검토 중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9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창원지검)에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4.11.9. 연합
 

명태균 씨가 더불어민주당에 '공익제보자' 로 보호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취재를 종합하면, 명태균 씨는 변호사를 통해 민주당에 공익제보자로서 보호를 받고 싶다고 제안했고, 민주당은 명 씨를 공익제보자로 선정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명 씨가 민주당과 협업 관계가 되면, 이른바 '명태균 황금폰 포렌식' 자료도 함께 공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민주당 공익제보자보호위원회 관계자는 <워치독>과의 통화에서 "명태균 씨가 민주당에 공익 제보를 더 하겠다며 자신을 공익제보자로 지정해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민주당은 명 씨가 공익제보자로서 법적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또 당 차원에서 그를 도와 공익제보자로서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같은 신중한 분위기에 대해 이 관계자는 "명태균 씨 자체가 범죄자일 수 있고 만일 그가 추가적인 증거를 제대로 내놓지도 못한다면 공익제보자로서 공익성이 없어지게 되기에 당내에선 신중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명태균 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지난 11일 민주당 주도의 '명태균 특검법' 발의를 환영한다고 입장문을 낸 바 있다. 그는 입장문에서 "명태균 특검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라며 "공천개입, 불법 조작 여론조사, 검사의 '황금폰' 증거인멸 교사 등 모든 의혹을 특검에 포함시켜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홍준표 시장이 고소한 사건까지 자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이 특검 내용에 들어가야 한다"며 "시간도 얼마 안 걸리니 반쪽짜리 특검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의힘 정치인을 향한 분노도 가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국민의힘이 4·15 총선 이후 연전연승한 것은 누구 덕택인가, 오세훈·홍준표 시장은 누구 덕에 시장이 됐냐"면서 두 사람을 직접 겨냥했다. 또한 "감옥 가기 전에는 아무 말 못 하다가 구속되니 이때다 싶어 이야기하는 거냐"면서 "은혜를 원수로 갚는 금수만도 못한 자들, 내가 지난 대선과 관련해 그자들의 민낯을 드러나게 하겠다"며 "껍질을 벗겨주겠다"고 노골적으로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향해 적대적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명 씨가 공익제보자로 선정될 경우 민주당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조력을 할 수 있다. 현재 명태균 게이트 관련 인사 중 공익제보자로 선정된 사람은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였던 강혜경 씨와 미래한국연구소 김태열 소장 등 2명이다.   < 조하준·허재현·김성진·김시몬 워치독 기자 > 

정치·종교·법조·군·방송인 모두 체포 대상


그룹 묶지 말고 섞어서 '수집소'에 보내
'북한'을 끌어들이는 방법도 기록돼 있어
헌법 개정(재선~3선)→윤석열 3선 목표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의 수첩 내용이 공개됐다. 2025.02.14. MBC뉴스 캡쳐

 

12·3 비상계엄과 내란 혐의로 구속기소 된 노상원 전 국군 정보사령관의 수첩이 공개되면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계엄 당시 체포 대상, 수용 장소, 민주당 담당 군부대가 기록돼 있었다. 심지어는 윤석열 대통령의 재선·삼선을 위한 계획까지도 있어서, 시민들은 '군사정권'으로 돌아갈 뻔했다고 충격을 받았다. 

 

<한겨레>가 확보한 70쪽짜리 '노상원 수첩'에는 "여의도 30~50명 수거" "언론 쪽 100~200(명)" "민노총"(민주노총)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임) "어용 판사" 등이 '1차 수집' 대상 500여 명에 포함됐다. 

 

'체포조' 인원 편성은 5명에서 7명씩 한 조로 하고, 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해 이동시키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는 "여: 행사 인원 지정, 수거 명부 작성" "박안수 계룡대: 수집 장소, 전투 조직 지원" 등 내란에 가담한 군 장성으로 추정되는 이름과 역할도 적혔다.

실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체포 명단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불러준 사실이 확인됐다. 수거 조처는 1·2차는 기무가(현 국군방첩사령부), 3~10차는 경찰을 활용하겠다고 적었다.

 

<한겨레>에 따르면 수첩에 적힌 수거 대상의 상당수가 '정치인 체포조' 명단과 중복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청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 씨 등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유시민 작가의 이름도 있었다. 이밖에 민주당 소속 서영교·고민정·윤건영·추미애·박범계 의원,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2023년 9월에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유창훈 판사 등이 적혔다.

 

'대령→해병수사단장'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방송인 김제동 씨와 유명 축구 선수 출신인 차범근 씨의 이름도 언급됐는데 이들도 '수거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에이(A)'급으로 분류되는 대상들에게는 "그룹별로 묶지 말고 섞어서 수집소에 보낸다" "포승줄을 활용"할 계획이 세워졌다. 특히 좌파 판사, 좌파 검사, 좌파 방송사 주요 간부 등에 대해서는 "김두환('김두한'의 오기로 보임) 시대 주먹들을 이용해 좌파 놈들을 분쇄시키는 방안"을 강구했다. 이뿐 아니라 "막사 내 잠자리 폭발물 사용" "확인 사살 필요" "교도소 한 곳을 통째로 수감 음식물, 급수, 화학약품"이라며 살해 계획을 보이는 문구도 있었다. 

 

수첩에는 체포 대상을 수용할 장소도 구체적으로 적혔다. 일명 '수집소'로 표현된 체포 장소로는 "오음리, 현리, 인제, 강원도 화천, 양구, 울릉도, 마라도, 전방 민통선 쪽" 등이 거론됐다. 검찰과 경찰은 군부대와 군 시설이 다수 있는 접경 지역을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과 접촉해 북한을 이용하겠다는 방법도 적혔다. 수첩에는 "비공식 방법"이라며 "무엇을 내어줄 것이고 (북한) 접촉 시 보안대책"이라고 적었다. 또한, "외부 용역업체에서 어뢰 공격" "엔엘엘(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 등"이라며 북한을 끌어들이려는 듯한 문구도 있었다.

 

23일 오전 경기 안산시 상록구 소재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차린 점집 앞에 제사 용품들이 쌓여 있다. 경찰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12·3 비상계엄 사전 기획 혐의를 받는 노 전 정보사령관의 점집을 압수 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비상계엄 선포 후 군부대가 배치될 목표지와 배치 계획 등이 적힌 수첩 등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2024.12.23. 연합

 

수첩에는 '역행사 대비'라는 문구와 함께 "전담(민주당 쪽)" "9사단 30사단"이라고 적혀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야당을 포함한 국민적 저항이 있을 경우를 '역행사'로 부르며 육군 제9보병사단과 제30기계화보병사단을 동원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두 부대 모두 경기도 고양에 있어 서울과 가깝다. 특히 9사단은 12·12 군사반란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단장으로 있었던 부대로 서울에 진입했던 병력이다. 30사단은 당시 1공수여단의 서울 진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반란군에 동조했다.

 

노 전 사령관 수첩에는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동원 정황도 나온다. 주요 사령관의 이름, 역할과 함께 수첩에 적힌 내용을 보면 "용인 : 역행사 방지 대책 강구"라고 적혀 있다. 경기도 용인은 지작사가 위치한 곳으로, 한반도 전쟁 발발시 한미 연합군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지상구성군사령부 역할을 맡고 있다. <한겨레>는 지작사가 비상계엄 선포 뒤 저항세력을 막고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임무를 맡을 것으로 봤다. 

 

또한 윤 대통령의 재선, 삼선을 위한 헌법 개정 추진 계획을 세운 정황도 있었다. 수첩에는 "헌법 개정(재선~3선)"이라는 문구가 있다. 비상계엄 선포 뒤 "국회, 정치를 개혁"하고, "민심 관리(를) 1년 정도"한 뒤 헌법을 개정해 윤 대통령의 연임을 계획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우리나라 헌법에는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정해져 있다.

 

특히 '행사 후속 조치 사항'이라며 비상계엄 후속 조처로 보이는 부분에는 "헌법, 법 개정"이라며 "3선 집권 구상 방안" "후계자는?"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윤 대통령이 장기 집권한 이후 직접 지목한 후계자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는 또 "국가안전관리법 제정"이라는 문구도 적혔다. 이른바 '수거 대상'으로 지목한 반대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해 근거 법령을 제정하려는 시도로 의심된다.

 

이뿐 아니라 선거제도에도 손대려 했던 정황이 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보면 "중국, 러시아 선거제도 연구"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를 차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는 "국회의원 숫자: 1/2" "선거구 조정" "선거권 조정" 등의 내용도 적혔다.  < 민들레 김민주 기자 >

 

문재인·유시민 ‘수거’ 뜻…전직 HID “흔적 없이 날려버림”

 

 
 
1월25일 방송된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싶다’ 영상 갈무리
 

비상계엄의 비선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수거’라는 표현은 “데리고 와서 흔적도 없이 날려버리겠다는 뜻”이라는 전직 북파공작원부대(HID) 교관의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13일 한겨레가 입수한 70쪽짜리 ‘노상원 수첩’에는 ‘수거’ 대상으로 야권 인사뿐 아니라 ‘좌파 판사’, ‘좌파 연예인’ 등이 포함됐으며 “확인 사살” 등 제거 계획까지 담겨 있어 파문이 일고 있다.

 

앞서 1월25일 방송된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싶다’ 노병이 꿈꾼 신세계-작전명 백령도 편에서는 정보사령부 산하 에이치아이디 부대에서 활동한 전직 교관과 요원이 인터뷰에 응했다. 에이치아이디는 유사시 적진에 들어가 주요 인물을 체포·암살하도록 훈련받은 전문 특수부대로, 과거 북파공작에 투입됐다.

 

‘사람을 수거한다는 건 사람을 체포한다, 확보한다와는 다른 의미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얼굴과 이름을 가린 전직 에이치아이디 교관은 “그렇다. 수거한다는 건 아예 못 쓰게 만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수거라는 말은 가장 위험한 말이다. ‘데리고 와서 흔적도 없이 날려버려’(라는 뜻)”이라며 “우리(에이치아이디 부대)가 제일 잘하는 게 그거다. 흔적도 없이 제거해 버리니까”라고 말했다.

 

이에 ‘그럼 수거는 제거 뒤 뒤처리까지 하는 것을 포함하는 거냐’고 취재진이 다시 묻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1월25일 방송된 에스비에스(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한 전직 HID 요원 백경민씨. 영상 갈무리

 

2004년부터 4년 동안 에이치아이디 부대에서 활동했다는 백경민씨 역시 해당 방송과 인터뷰에서 “몰살한다든지, 싸그리 없앤다든지, 싸그리 가져온다든지 그 흔적 자체를 다 없애버리는 것들을 우리는 ‘수거를 한다’고 말을 하기는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백씨는 “일상적으로 쓰거나 많이 쓰는 단어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노상원 수첩’에는 이들의 증언과 일치하는 총 네가지 “수거 대상 처리 방안”이 적혀 있다. △GOP선상에서 피격, DMZ 공간 △바닷속 △연평도 등 무인도 △민통선 이북 등인데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서 수거 대상을 사살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연평도 이송의 경우 “민간 대형 선박”과 “폐군함”을 이용해 이송하되 폭발물을 “화물칸에 설치”한 뒤 “실미도에서 집행인원은 하차”하고 “적절한 곳에서 폭파”하는 방안이 담겼다. 북한과 인접한 일반전초(GOP)에서 수거 대상 사살 방안으로는 “수용시설에 화재, 폭파”하는 방안과 “외부 침투 후 사살(수류탄 등)”하는 방법이 언급됐다. ‘민통선 이북’의 경우에는 “막사 내 잠자리 폭발물 사용” 방안이 언급됐다. ‘용역, 특수 요원, 예비역, 지원자’ 등을 활용해 수거 대상을 폭발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폭발물을 “막사 시설 보수팀에서 진입 후 설치”하고 “확인 사살”까지 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 밖에도 “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북에서 (수거 대상이 탄 배를)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도 수첩에 적혔다. 또 “교도소 한 곳에 통째로 수감”하는 경우에는 “음식물, 급수,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독극물로 사살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 한겨레  이유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