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발 무인기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확정됐다”에 합참 “확인해줄 수 없다”

 
 
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이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지난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군부깡패들의 중대 주권침해 도발사건이 결정적 물증의 확보와 그에 대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명백히 확증되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 군당국이 평양에서 한국군이 운용하는 무인기(드론)와 같은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며 관련 사진을 공개하고 재발 땐 “즉시 보복공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합동참모본부(합참) 관계자는 이를 “확인해줄 수 없다”며 무인기 문제를 확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기존 태도를 유지했다.

북한은 2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배포한 김선경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의 담화에서 유엔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한국 군부의 도발 책동을 규탄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앞서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지난 13일 사회안전성 평양시안전국은 평양시 형제산구역 서포1동 76인민반 지역에서 추락된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며 “조사 결과 대한민국발 무인기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확정됐다”고 발표했다고 19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전문가들은 추락된 무인기가 한국 군부의 ‘드론작전사령부’에 장비돼 있는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으로서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차량에 탑재돼 공개된 무인기와 동일한 기종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이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지난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 군부깡패들의 중대 주권침해 도발사건이 결정적 물증의 확보와 그에 대한 객관적이며 과학적인 수사를 통해 명백히 확증되었다”고 발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이 지목한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은 지난해 9월26일 국군의 날 행사 때 공개된 것이다. 국내 한 업체가 만든 무인기를 기반으로 2021년 국내 기술로 개발됐다. 발사대에서 쏘는 방식으로 이륙해 사전 입력된 경로에 따라 자동 비행한 뒤 낙하산을 펴 착륙하는 방식이다.

용도는 ‘유사시 적 종심지역으로 은밀하게 침투하여 적 핵심 표적에 대한 정보 획득’이다. 최대 속도가 시속 150㎞이고 최대 비행시간은 4시간 이상이라 군사분계선 남쪽에서 평양까지 왕복할 수 있다.

이 무인기는 애초 100대가 도입됐으나 운용 중 추락 사고 등으로 현재 90대가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당국이 드론작전사령부의 무인기 보유 현황 등을 확인하면 북한 주장의 사실 여부를 바로 알 수 있다.

하지만 합참 관계자는 북한의 발표를 “확인해줄 수 없고,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군당국은 북한 주장을 확인해주는 것이 곧 북한에 휘둘리는 것이고, 북한이 노리는 ‘남남갈등’의 소지를 만드는 일이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하고 있다.

 
북한이 평양에서 한국군에서 운용하는 드론과 동일 기종의 무인기 잔해를 발견했다고 주장하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한국군의 ‘원거리 정찰용 소형드론’ 사진은 지난해 9월26일 국군의날 행사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와 한국군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이 동일 기종일까.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과거 북한은 미국의 글로벌호크 같은 무인기 외형을 그대로 복제한 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한 무인기도 북한 복제품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자작극’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와 달리 한 민간 군사전문가는 “두 무인기가 단순 외형뿐만 아니라 주요 부품들의 위치와 형태까지 거의 같다”며 “국내 개발 군용 무인기라 민간이나 국외에서 부품을 구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북한이 이를 완벽하게 복제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공개한 추락 무인기가 실제 ‘평양 전단 살포’에 투입됐는지는 알 수 없다.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수거된 무인기가 기체 외형이나 비행 추정 시기, 기체 아래 삐라(전단) 살포통이 그대로 부착돼 있는 점 등으로 볼 때 평양시 중심부에 대한 삐라 살포에 이용된 무인기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리 판단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결론은 아직 미정”이라고 했다.

북한도 이번에 발견했다는 무인기 잔해를 평양 상공에 침투해 전단을 살포한 그 무인기로 확정하지는 않고 있다는 얘기다.            < 권혁철 이제훈 기자 >

CNN, 입수한 설문지 복사본 보도

 
 
러시아가 북한군에게 배부한 것으로 추정되는 설문지. 우크라이나 문화 및 정보정책부 산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CNN 제공

 

러시아가 북한 군인들에게 군복 등 보급품을 지급하기 위해 한글과 러시아어가 병기된 설문지를 준비했다고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보도했다.

시엔엔은 19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문화 및 정보정책부 산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해당 설문지를 입수했다며 설문지 복사본을 보도했다. 설문지에는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러시아어와 함께 한글로 적혀 있다. 공개된 대목은 ‘1.여름용 모자’ 항목과 ‘2.여름용 군복 치수’ 일부분이다.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서 북한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평양/AP 연합]
 

‘여름용 모자’ 항목은 ‘러시아씩 모자 크기’를 54~62까지 제시한 뒤 각 치수 별로 모자둘레를 ㎝ 단위로 표시했다. ‘조선씩 크기’란은 공란이다. ‘여름용 군복 치수’ 항목도 같은 방식으로 작성돼있다. 시엔엔은 “러시아에 도착한 뒤 북한 군인들은 모자, 헤드기어, 군복, 신발의 사이즈를 작성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18일(현지시각) 센터는 러시아 극동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에서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군 장비를 지급받는 영상을 입수했다며 이를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공개했다.

27초 분량의 영상에는 아시아계로 보이는 군인들이 줄을 서서 각종 물품을 받아가는 모습이 담겼는데, “넘어가지 말거라” “나오라, 야” “야, 야, 야” 따위의 목소리가 담겼다.

센터는 “이 영상은 최근에 얻은 것으로 72시간도 지나지 않았다”며 “러시아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장에서 우크라이나전 배치를 준비하는 북한군이 러시아 장비를 착용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 영상 속 아시아계 군인이 러시아에서 대기 중이라는 북한군인인지는 교차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도 “텔레그램의 친러시아군 계정인 ‘파라팩스’(ParaPax)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이 훈련 중이라며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며 “이 영상에서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병사 수십 명이 군사기지에 들어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고 보도했다.   < 김원철 기자 >

한-미 ‘파병’ 다른 반응 이례적
특수부대 아닌 참관단 가능성


미·나토, 미 대선 의식했을수도
윤 정부 ‘국내 정치 이용’ 의심도

 
 
열병식 하는 북한군. 조선중앙통신 [연합]
 

북한이 1만2천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다고 국가정보원이 지난 18일 밝힌 가운데 미국과 서방은 “사실이라면”이라는 단서를 달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다만, 파병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9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 뒤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관련 질문에 “만약 사실이라면 그런 움직임은 우려스럽다”면서도,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은 18일(현지시각) 국정원 발표 관련 질문에 “현재까지 우리의 공식 입장은 ‘확인 불가’”라고 했다.

그동안 한·미 정보당국이 군사위성 등으로 북한군 움직임을 밀착 감시해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긴밀하게 정보 공조를 해온 것을 고려하면, 이는 이례적이다. 한국 발표를 과장됐다고 보거나, 정보 평가를 달리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나토의 한 고위 관리를 인용해, 특수부대가 아니라 러시아에 지원한 북한제 무기를 다룰 참관단이 배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군사위성 사진 등 관련 자료를 지난 18일 공개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은 러시아 군복과 러시아제 무기를 지급받았으며, 북한인과 유사한 용모의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랴티야 지역 주민 위조 신분증도 발급받았다”고 설명하며 “전장 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러시아군으로 위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진은 북한군이 위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야쿠트·부랴트 공화국 주민 외모. 국가정보원 제공
 

북한 파병이 다음달 5일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을 의식해 ‘공식 확인’을 미루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참전을 공식화할 경우, 미국과 나토로선 그에 대응하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일 수 있다. 앞으로 미국과 나토는 북한 병력이 직접 전투에 투입될지 후방 지원에 집중할지에 따라 ‘북한군 참전’ 여부를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전세계가 북한군 파병 사실을 아직 공식 확인한 건 아니다”라며 “당연히 우리는 그렇게 발표하지만 나라마다 입장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위성사진 등 관련 자료를 지난 18일 공개했다. 국정원은 “북한군의 동향을 밀착 감시하던 중 지난 8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해군 수송함을 통해 북한 특수부대를 러시아 지역으로 수송하는 것을 포착, 북한군의 참전 개시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은 동해상 러시아 상륙함의 북한 병력 수송활동 요도. 국가정보원 제공
 

지난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뒤이어 국정원이 ‘북한군 참전 확인’ 보도자료를 낸 것을 두고 북한 정보를 국내 정치에 이용한다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워낙 사안이 엄중하기 때문에 진행된 일”이라고 반박했다. 통일부는 2016년 2월10일 국정원에서 넘겨받은 정보로 ‘북 리영길 총참모장 2월 초 전격 숙청’이란 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배포했는데, 석달 뒤 엉터리 정보로 판명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 발표 뒤 예상된 여론 악화를 국정원이 물타기하려다 벌어진 ‘정보 참사’였다.

한편, 시엔엔(CNN)은 19일 우크라이나 문화 및 정보정책부 산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입수했다며 보급품 지급을 위한 설문지 복사본을 보도했다. 설문지엔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러시아어와 함께 한글로 적혀 있다. 전날인 18일 센터는 러시아 극동 ‘세르기옙스키 훈련소’에서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군 장비를 지급받는 영상을 입수했다며 이를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공개했다. 27초 분량의 영상에는 “넘어가지 말거라” 따위의 목소리도 담겼다.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이날 채널에이(A) 인터뷰에서 “조만간 북한의 (부대)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것”이라며 “러시아가 탈환하려고 애를 쓰는 쿠르스크 지역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 권혁철  정의길
김원철 기자 >

근거로 심는 위성사진과 영상 진위 논란

이해영·한설, 윤석열 정권 의도에 주목
김건희 스캔들·드론 북한 침투 덮기용?
우크라에 살상무기·병력 파견 우려 제기

러시아에 북한의 대규모 파병 공식화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와 한국 단 두 곳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 광장에 올가을 들어 첫눈이 내리고 있다. 2024. 10. 14 [타스=연합]
 

북한이 대규모 병력을 러시아에 파병했다는 국가정보원의 공식 발표는 어디까지 진실일까?

지난 18일 국정원의 발표 내용을 정리하면 △북한이 특수작전부대인 11군단(폭풍군단) 소속 4개 여단 병력 1만2000명을 러시아에 파병하기로 했다 △ 1차로 1500명이 블라디보스토크로 1차 이동했다 △ 청진·함흥·무수단 인근 지역에서 러시아 태평양함대 상륙함 4척과 호위함 3척을 이용했다 △ 지금은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하바롭스크, 블라고베셴스크 등지의 러시아 군부대에 분산돼 적응훈련 중이다 △ 러시아 군복과 무기를 받았고, 시베리아 야쿠티야·부라티야 주민으로 위장하고 가짜 신분증을 받았다 △ 조만간 2차 수송 작전이 진행될 것이다 △ 북한은 지금까지 컨테이너 1만3000개 이상 분량의 포탄·미사일·대전차로켓 등 인명 살상 무기를 러시아에 지원했다 등이다.

 

 국가정보원은 북한이 지난 8일부터 러시아 파병을 위한 특수부대 병력 이동을 시작했다고 밝히며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 위성이 촬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증거 사진을 18일 공개했다. 해당 사진은 지난 12일 북한 병력 수송 목적 러시아 함정 활동. 2024.10.18 [국가정보원 제공]
 

국정원 공식 발표, 어디까지가 진실?

근거 삼은 위성사진·영상 진위 논란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정원은 배포한 '북한 특수부대 러·우크라 전쟁 참전 확인' 보도자료에서이 정보를 뒷받침할 근거로 위성사진 3장을 제시했다. 당시 '북한 병력 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사진에는 출처가 없었고, 이 사진 밑에 러시아 상륙함 2척이 동해상에서 북한 병력을 함흥과 청진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송했다는 내용이 담긴 그림지도를 첨부했다. '연해주 우수리스크 소재 군사시설'과 '하바롭스크 소재 군사시설'에 관한 다른 2장의 사진은 외국 위성사진 제공 민간업체인 'AIRBUS'가 출처로 명기돼 있었다.

'북한 병력 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사진에 출처가 없으면서 '신뢰성'에 의문이 생긴 것을 의식한 탓인지 정부 소식통은 20일 "우리가 운용하는 위성이 촬영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연합뉴스는 "지난 12일 청진항에서 러시아 함정이 북한 병력을 이송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은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합성개구레이더(SAR) 탑재 위성이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 군이 작년 12월과 올해 4월에 각각 발사에 성공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와 2호기도 활용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정부 소식통은 "우리나라가 운용하는 위성과 외국 업체가 운용하는 위성이 촬영한 사진 등 감시자산을 종합 분석해 북한 특수부대가 러시아를 위해 파병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에 의하면, 외국 민간업체(AIRBUS)가 제공한 위성사진 2장에는 러시아 우수리스크와 하바롭스크 소재 군사시설에 북한 인원 각각 400여명, 240여명이 모여있는 모습이 담겼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휘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우리나라를 적국, 타국이라 부르며 "한국이 주권을 침해하면 물리력을 조건에 구애됨 없이, 거침없이 사용하겠다"고 위협했다. 2024.10.18 [연합]
 

러시아에 북한의 대규모 파병 공식화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와 한국 단 두 곳

그러나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한국 국정원과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 단 두 곳만이 사실이라고 주장했을 뿐, 우크라 전쟁에 깊게 개입해 있는 미국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그리고 러시아조차도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라고 하고 있고 북한은 전혀 반응이 없다.

그렇다 보니 국정원 발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이런 내용을 '은밀하게 활동하는' 국정원 답지않게 만천하에 공개한 의도를 문제 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신대의 이해영 글로벌인재학부 교수는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현재 전 세계에서 북한군이 1만 명(우크라이나 측) 혹은 1만2000명(한국 측)이 파병될 것이며 이미 1500명이 도착해서 연해주 인근에서 훈련받는 중이라고 '확인'한 곳은 오직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과 대한민국 국정원 외는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의 소스는 우크라이나 군 정보국(GUR)과 그 산하 '전략소통 정보보안센터'이다. 이 GUR이란 곳은 부다노프가 국장으로 있는데, 요인암살, 테러, 사보타지, 가짜 정보를 제작하는 곳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 출처가 전혀 불분명하고 그 내용마저도 확인될 수 없는 영상을 우크라이나군이 뿌리기 시작하자 특히 한국언론이 이를 대규모로 받아쓰기하면서 이 소동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정원은 새로운 정보라기보다 증거능력이 의심스러운 위성사진 몇 장에다 심야에 간첩선을 연상시키는 지도를 제시하면서 북한 병력 밀수 현장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김홍균 외교부 1차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 외무성 사무차관이 1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홍균 차관,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 오카노 마사타카 일외무성 사무차관. 2024.10.16 [연합]
 

이해영 "한국언론 받아쓰기로 소동 확대"

한설 "서구 언론, 한·우크라 주장 바탕 보도"

한설 전 장군(예비역 준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국정원의 정보가 신뢰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은데도 언론은 문제점을 제기하기보다는 기정사실로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국정원이 '북한군 1500명이 연해주에서 현지 적응훈련을 받고 있으며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야쿠티야, 부리야트 주민 신분증을 받았다'는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제시한 영상은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언론에 제공한 것이며, 그 영상만 보면 등장하는 병사들이 북한군인지 식별이 쉽지 않다.

한 전 장군은 "한국 국정원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내용을 밝힌 이후 우크라이나는 한국 국정원의 출처를 이용해서 다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밝히고 있다. 거기에 조금씩 내용을 더 추가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11월 1일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된다는 것이다"라며 "서구 언론은 한국 국정원과 우크라이나 정보부의 주장을 바탕으로 보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위성이 찍었다는 '북한 병력 수송 러시아 함정 활동' 사진에 대해서도 그는 이날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정보의 신뢰성은 중첩성(크로스 체크)에서 나온다"면서 "나토도 미국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사람의 얼굴 식별도 안 되는 그런 해상도의 위성사진을 가지곤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말한 것처럼 11월 1일 이후 북한군이 전선에 투입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출처도 불명확하고 신뢰성도 떨어지는 동영상과 사진 몇 장으로 북한군을 파병했는지 아닌지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주가조작 연루 사실이 도이치모터스 사건 1심 판결문에 기록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김건희 스캔들·드론 북한 침투 덮기용?

우크라에 살상무기·병력 파견 우려 제기

이들이 더 문제 삼는 건 사실 여부를 떠나 왜 이 시점에 국정원이 '공개'했느냐 하는 점이다.

한 전 장군은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스캔들, 무인기 북한 침투 사건 등을 거론한 뒤 "윤석열 정권은 최근 두 가지 문제로 정치적인 곤경에 처해 있었다"면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를 자신들이 처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정략적 수단으로 사용한 것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해영 교수도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발표하면서 내놓은 증거라는 것을 믿기 어렵다"며 "용산에서 드론 (무인기 북한 침투)사태와 국내 정치적 위기를 덮을 수 있는 대형소재가 필요했던 것 아닌가?. 문제의 핵심은 윤 정권의 의도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준전시, 비상 체제인 북한이 자국군 1만2000명을 파견한다는 게 전략적으로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한 뒤 "11월 1일 전선 투입을 얘기하는 데 밤새 훈련받고 2주 후에 전장 투입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는 18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 계정에 '단독'(Exclusive)이란 표제아래 "러시아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로부터 새로 입수한 영상은 우크라이나 배치 준비를 위해 러시아 군 장비를 보급받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2024. 10. 18. [SPRAVDI 'X' 계정 캡처]
 

지난 18일 윤 정부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기정사실화하면서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전 장군은 "예상할 수 있는 조치는 우크라이나로 포탄을 비롯한 살상무기를 보내는 것, 우크라이나로 한국군을 파병하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 추가하자면 우크라이나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 정도가 될 것이다."라면서 북한이 러시아로 파병한다고 해서 우리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친다고 윤석열이 저렇게 소란을 피우는지 알 수 없다.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교수도 "우리가 이미 우크라이나에 자주포와 포탄, 드론 부품 등 대량살상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 "한국군의 우크라이나 파병도 과연 실익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