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에도 '이영림 파문' 계속

'내란수괴'와 '순국선열'을 동렬에 두고 망발 쏟아

'윤석열 사단'으로 검사장 승진, 현직 춘천지검장
추미애 장관 땐 공보관 신분으로 '윤 총장' 엄호
'강원 출신 최초 여성 검사장'…국힘 출마 노림수?

"이런 정치 검사 빨리 파면해야" 각계 집회‧성명
독립운동단체들 "안 의사 존함을 함부로" 격앙
헌재 공격 팩트도 엉망…오히려 윤 방어권 과도

 

이영림(53·사법연수원 30기) 신임 춘천지방검찰청장이 16일 오후 강원 춘천지검 대회의실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24.5.16. 연합
 

2월 14일은 안중근 의사 사형선고일이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일제에 의해 뤼순 감옥에 갇혀 형식적인 재판을 거치다 이듬해 2월 14일 마나베 주조 재판장으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불과 한 달여만인 3월 26일 교수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안 의사 서거 115주년을 맞은 오늘날까지도 매국적 토착 왜구와 내란 세력이 준동하며 안 의사마저 욕보이고 있어 후손들의 부끄러움과 분노를 깊게 하고 있다.

 

이영림 춘천지검장이 '내란수괴' 윤석열 대통령을 '순국선열' 안중근 의사와 동렬에 두고 옹호했던 망발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서 내란에 대놓고 동조하고 있는 인물은 국민의힘 '투톱'인 권성동 원내대표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대리인단의 윤갑근‧석동현‧황교안 변호사, 국가인권위원회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 상임위원 등 여권에 부지기수로 존재하지만 이영림 지검장은 현직 검사, 그것도 지방검찰청을 지휘하는 검사장 신분이라는 점에서 그 노골적인 커밍아웃이 특히 도드라져 보인다.

 

그래서 이영림 춘천지검장이 지난 12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한 헌재를 보며>라는 글을 올렸을 때 조선일보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단독] 현직 검사장 "절차 존중 않는 헌재, 日帝 재판관보다 못해">라는 기사를 재빨리 보도했고, 심지어 <현직 검사장 "일제 재판만도 못한 헌재">라는 사설까지 내 국민 대다수가 모르던 이 지검장을 앞장서 띄워줬다. 대통령 변호인단 역시 잔뜩 고무된 채 <일제 강점기 재판관보다 못하다는 헌법재판관>이라는 입장문을 발표해 '찐윤' 세력끼리 짜고 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이영림 춘천지검장이 서울남부지검 공보관이던 2020년 6월 8일 신라젠 경영진 등의 비리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브리핑하는 모습. 당시 검찰은 "정·관계 로비 의혹은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0.6.8. 연합
 

그도 그럴 것이 이 지검장은 윤 대통령 취임 후인 2023년 9월 검사장으로 승진해 대전고검 차장검사를 거쳐 지난해 5월부터 춘천지검장으로 근무 중인 '윤석열 사단'의 일원이다. 2005년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일했던 직접적인 '근무연'도 있다. 이 지검장은 2020년 8월 서울남부지검 공보관 신분으로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 엄호에 적극 나서 검찰 안팎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 시절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골자로 한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가 나오자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검찰을 다루는 저들의 방식에 분개한다. 그 방식에 기생하려는 몇몇 인사들 또한 검사라는 사실이 한없이 부끄럽다"고 문재인 정부를 거칠게 비난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일 때부터 보직 경로가 풀려 현 정권 출범 뒤에는 더욱 승승장구한 이 지검장은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강릉여고와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강원도 출신 최초의 여성 검사장'으로서 지역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던 이 지검장이 정계 진출을 염두에 두고 보수색이 강한 지역 정서를 고려해 의도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벌인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KBC '여의도초대석'에 출연해 "그분이 다음에 정치에 진출하려고 윤석열 집단에, '윤석열힘당'에 아부하고 있지 않는가"라며 "이런 정치 검사는 하루속히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4일 오전 강원 춘천시 춘천지검 앞에서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최근 헌법재판소를 비판하는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린 이영림 춘천지검장(54·사법연수원 30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2.14. 연합

 

강원지역 시민사회단체들도 이 지검장 행태를 좌시하지 않고 일제히 들고 일어나 사퇴를 압박했다. 지역 내 많은 단체가 연대하고 있는 윤석열 정권 퇴진 강원운동본부, 강원민주재단, 민주주의와 민생사회 공공성 실현을 위한 춘천공동행동은 14일 춘천지검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대검찰청은 내란범을 옹호하고 친일 망언을 한 이영림 지검장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 지검장은 스스로 친윤 검사임을 자임하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헌재 심리 과정을 왜곡했다"면서 "오늘은 안중근 열사가 일제 침략자들에 의해 부당한 판결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날이다. 거짓 선동으로 내란범을 옹호한 이 지검장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견 후에는 춘천지검 민원실을 방문해 '내란피의자 윤석열 비호 및 거짓과 왜곡된 근거에 의한 사법부 폄훼와 고위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에 대한 지검장 사과와 사퇴 촉구' 항의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항의서를 통해 "일본 제국주의 미화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영림 지검장은 스스로 검사복을 벗고 극우 선동가로 나서든, 극우 정치인으로 나서든 선택을 하라"고 꼬집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도 이 지검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성명에서 "헌정 질서를 수호하고 국민을 섬길 것을 다짐한 검사가 내란 범죄자를 옹호하겠다고 안중근 의사의 존함을 함부로 사용했다"며 "안중근 의사는 나라의 독립과 공동체 구성원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일제에 항거한 우리 공동체의 역사다. 내란 범죄자, 헌법파괴자, 국가 공동체의 안녕을 해친 범죄자에 비유해 거론될 수 있는 성함이 아니다"라고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러면서 "검사로서 기본적인 소양조차 없는 무지한 사람이고 고위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정치적 중립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내란을 옹호하는 행위를 자행한 것"이라며 "이영림 춘천지검장은 즉시 사퇴해야 한다. 법무장관 대행과 검찰총장은 즉시 감찰을 하고 일벌백계해 공직자의 위상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다시는 이와 같은 망언과 역사 왜곡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는 대책을 마련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 115주년 기념 특별전시 '안중근 書'에 '독립'이라고 적힌 안중근 의사의 유묵이 전시돼 있다. 2024.10.23. 연합

 

앞서 이 지검장은 12일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절차에 대한 존중이나 심적 여유가 없는 재판관의 태도는 일제 치하 일본인 재판관보다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21세기 대한민국 헌법기관의 못난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헌법재판소 문형배 재판관은 지난 6차 변론에서 증인신문 이후 3분의 발언 기회를 요청한 대통령의 요구를 '아닙니다, 돌아가십시오'라며 묵살했다. 피청구인인 대통령의 3분 설명 기회마저 차단하고 대통령이 직접 증인을 신문한 것도 불허한 것"이라고 헌재를 정면 공격했다.

 

또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 암살로 검거돼 재판받을 당시 일제 재판부가 안 의사에게 1시간 30분에 걸친 최후 진술 기회를 줬다면서 "재판부는 안 의사가 스스로 '할 말을 다 했으니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할 때까지 안 의사 주장을 경청했다. 경청은 타인의 인생을 단죄하는 업무를 하는 법조인의 소양 중 기본"이라고 자신의 궤변에 안중근 의사를 동원했다. 나아가 "일부 재판관들의 자질로 인해 향후 헌재 또한 반헌법적, 불법적 행위로 국민의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지금 헌재가 대한민국 헌법의 수호기관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헌재에 대한 적의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러나 윤석열의 내란 행위를 옹호하며 동시에 일제까지 미화한 이 지검장의 주장은 사실관계부터 엉망이었다. 2월 6일 6차 변론에선 이 지검장이 말한 그런 상황이 아예 없었고, 2월 4일 5차 변론 때 비슷한 상황이 있긴 했지만 당시 '3분 발언'을 요청한 사람은 윤 대통령이 아니라 윤갑근 변호사였다. 당시 윤 변호사는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에 대한 증인신문 뒤 윤 대통령이 8분 넘게 의견 진술을 마쳤는데도 그 직후 재판부에게 다시 3분을 더 달라고 무리하게 졸랐다. '대통령의 발언 기회'를 요청한 게 아니라 변호인이 사전에 합의된 증인신문 시간을 다 쓴 상태에서 '추가 증인신문'을 요구했다가 헌재소장 권한대행인 문형배 재판관에 의해 거절당한 것이다.

 

문형배 "증인 돌아가십시오. 수고하셨습니다."

윤갑근 "재판장님 3분만 질문할…."

문형배 "아닙니다. (증인) 돌아가십시오."

윤갑근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문형배 "아닙니다. 약속을 하셨고요."

 

여기서 문 재판관이 언급한 '약속'은 재판 시작 전에 정해진 신문 시간 제한을 뜻한다. 헌재는 청구인(국회)과 피청구인(대통령) 대리인들이 증인에게 주신문과 반대신문으로 각 30분, 추가 주신문과 반대신문으로 각 15분까지 쓸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헌재는 증인신문 절차가 끝날 때마다 윤 대통령이 직접 의견을 진술할 수 있도록 시간 제한도 없이 발언 기회를 충분히 보장해주고 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매번 헌재에 나올 때마다 "홍장원의 공작과 특전사령관의 '김병주TV' 출연부터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이다" "실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아가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나는 '인원'이라는 말을 써 본 적이 없다" 등 온갖 아무말 대잔치를 장황하게 벌일 수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답변을 들은 뒤 발언을 하고 있다. 2025.2.6. [헌법재판소 제공] 연합

 

국회 측 대리인단의 김진한 변호사는 1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이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 지검장을 향해 "헌재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동영상을 보기를 권한다. 동영상을 보면 본인 생각보다 피청구인(윤 대통령) 방어권이 과도하게 보호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라며 "우리 헌재를 일제 식민지 시대의 총독부 재판소랑 비교하는 잘못된 표현으로 국민을 혼란시키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공직자의 도리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따끔하게 일침을 놨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내란수괴를 향한 현직 검사장의 때아닌 충정이 눈물겹다. 나라를 구하려고 몸을 던진 안중근 의사와 나라를 망치려고 계엄을 던진 내란수괴 윤석열을 비교하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라며 "대한민국의 현직 검사장이 '천황 폐하 만세, 윤석열 만세'를 외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그냥 검사복 벗고 국민의힘에 입당해 한 자리 받고 싶다고 외치라"고 힐난했다.

 

검사 출신인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의를 생각한 적도, 목숨을 바칠 각오도 없는 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반대의 삶을 살아온 자들이 감히 안중근을 입에 올리고 있다"면서 "조직의 명운이라면 정의를 내세우고, 사사로운 생존의 문제에는 부하와 나라를 팔기에 급급하지 않았는가?"라고 냉소했다. 보수 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도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어따 대고 검사장이 헌재 재판이 바르니 아니니 입을 떼고 있나. 검사 주제에 가만히 보자 보자 하니까 요즘 검사나 판사들이 오히려 사법부를 훼손한다"며 "엉터리 같으니라고. 그리고 안중근 재판이라니, 어따 대고 안중근과 윤석열을 비교하나"라고 기막혀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내란 전날 김건희, 조태용에 문자 2통
‘김건희 내란 배후설’ 수사 목소리

김건희 여사가 2023년 3월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조태용 당시 주미대사와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2·3 내란사태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던 김건희 여사가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이 선포되기 하루 전날, 김 여사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에게 두 차례 문자를 보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보기관 수장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국정개입 논란을 빚어온 김 여사와 소통한 것이어서 논란이 증폭될 전망이다.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선 조 원장이 내란 사태 전날과 당일 김 여사와 소통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국회 쪽 대리인인 장순욱 변호사가 윤 대통령 쪽 증인으로 출석한 조 원장을 신문하는 과정에서 나온 내용이다. 장 변호사는 수사기관이 조 원장의 통신내역을 통신사로부터 제출받은 기록을 바탕으로 “계엄 전날인 지난해 12월2일에 영부인으로부터 (조 원장이) 문자 두 통을 받았다. 그날 답장을 못 하고 다음 날 답장을 했다. 기억나는가”라고 물었고, 조 원장은 “(기억이) 잘 안 난다”고 답했다.

 

조 원장은 내란 사태 8개월 전, 윤 대통령이 ‘비상조치’를 언급했다고 알려진 대통령 안가 만찬 참석자 가운데 한 명이며, 비상계엄 선포 직전에 열린 국무회의 참석자이기도 하다.

 

공직자도 아닌 영부인이 국정원장과 소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이례적인 일이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국정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도 있는 지점이다. 조 원장은 ‘계엄 당일에 영부인하고 문자를 주고받은 건 더 이상하지 않나. 국정원장이 영부인하고 왜 문자를 주고받나’라는 국회 쪽 질문에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했다. 조 원장이 김 여사와 어떤 내용의 문자를 주고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여사의 ‘부적절한 문자’가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동훈 전 대표에게 여러 차례 문자를 보내 자신의 명품가방 수수 등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려 한 사실이 여당 전당대회 기간 중에 밝혀져 ‘국정개입’, ‘국정농단’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김 여사는 또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당시에도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였던 한 전 대표와 332건의 카톡을 주고받아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김용남 전 개혁신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국정원장하고 대통령 영부인하고 연락 주고받을 일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조 원장이 다음날 답장을 했다는데 문자 내용이 매우 곤란한 내용일 수도 있다”고 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신인규 변호사도 “(12·3 내란사태와 관련해) 김건희 배후설을 수사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도 비판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한동훈에 카톡 엄청 해댄 거 보면 기본적으로 대통령 부하 직원을 수족 부리듯 하는 게 몸에 밴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나라를 말아먹는데 김건희가 빠질 리가 없다고 생각했지”라는 조롱 섞인 반응도 나왔다. “(김 여사와의 소통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는 조 원장의 말을 두고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면 그 내용이 더 기억이 나야 하는 것 아닌가”, “자주 있는 일 아니었다는 건 처음이 아니라는 뜻” 등의 지적이 나왔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김건희-국정원장 문자…윤석열, 계엄 이유로 ‘개인 가정사’ 언급

 

 
 
김건희 여사가 2023년 3월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초청 만찬에서 조태용 당시 주미대사와 건배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 전날과 당일 국가정보원장과 김건희 여사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계엄 선포 이유를 설명하며 ‘개인 가정사’를 언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태용 국정원장은 1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지난해 12월2~3일 김 여사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을 시인했다. 조 원장 통신기록을 보면, 지난해 12월2일 김 여사는 조 원장에게 두통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조 원장은 이튿날, 즉 비상계엄 당일 김 여사에게 답신 문자를 보냈다.

 

국회 대리인단은 “민감한 시기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거로 의심하면 뭐라고 할 건가”라고 묻자, 조 원장은 “뭐가 남아있다면 의심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계엄 당일에 영부인하고 문자를 주고받은 건 더 이상하지 않나. 국정원장이 영부인하고 왜 문자를 주고받나”라는 질문에 조 원장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조 원장은 김 여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기일인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이 앉아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김 전 청장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윤 대통령이 ‘사적인 가정사’를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들었던 사실도 공개됐다. 국회 대리인단은 김 전 청장에게 “수사기록을 보니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 이유로) 개인 가정사를 얘기했다고 했는데, 가정사가 뭐냐”고 묻자 김 전 청장은 “이 자리에서 답변하기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이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가정사를 말했는데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거냐”는 질문에 김 전 청장은 “네”라고 답했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윤 대통령 체포·수색영장에서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 추진을 비상계엄 선포의 이유로 적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청장은 이날 “뉴스에 나오는 계엄 선포 이유와 결이 다른 부분”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오연서  장현은  손지민 기자 >

 살해 암시  “수거” 대상에 정치인·법조인·방송인·스포츠인...
살해 방법 치밀 “포승줄로 수집소 보내…모든 좌파세력 붕괴”

3선 방안 등 윤석열 장기집권 구상까지,  12.3내란 상세 밑그림

 

 
 
12·3 내란사태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를 모의·실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자신의 수첩에 “500여명 수집”하겠다며 구체적인 체포 계획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노 전 사령관의 ‘수거’ 대상에는 야권 인사뿐 아니라 ‘좌파 판사’, ‘좌파 연예인’ 등이 포함됐으며 구치소 등 ‘수집소’에 보내는 방안도 담겨 있었다. 또 “차기 대선에 대비(해) 모든 좌파세력을 붕괴”시키겠다는 내용도 담아, 윤석열 정권의 장기집권을 꾀했던 것으로 보인다.

 

13일 한겨레가 확보한 70쪽짜리 ‘노상원 수첩’에는 “여의도 30∼50명 수거”, “언론 쪽 100∼200(명)”, “민노총”(민주노총),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어용판사” 등이 ‘1차 수집’ 대상 500여명에 포함됐다. ‘체포조’ 인원 편성은 5명에서 7명씩 한 조로 하고, 버스나 승용차를 이용해 이동시키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는 “여: 행사인원 지정, 수거명부 작성”, “박안수 계룡대: 수집 장소, 전투조직 지원” 등 내란에 가담한 군 장성으로 추정되는 이름과 역할도 적혔다. 실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체포 명단을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불러준 사실이 확인됐다. 수거 조처는 1·2차는 기무사(현 국군방첩사령부), 3∼10차는 경찰을 활용하겠다고 적었다.

 

수첩에 적힌 수거 대상의 상당수가 ‘정치인 체포조’ 명단과 중복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청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방송인 김어준씨 등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유시민 작가의 이름도 있었다. 이 밖에 민주당 소속인 서영교·고민정·윤건영·추미애·박범계 의원, 노영민 전 청와대 비서실장, 그리고 2023년 9월에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유창훈 판사 등이 적혔다.

 

‘대령→해병수사단장’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했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방송인 김제동씨와 유명 축구 선수 출신인 차범근씨의 이름도 언급됐는데 이들도 ‘수거 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가운데 마스크 쓴 이)이 지난해 12월2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에이(A)’급으로 분류되는 대상들에게는 “그룹별로 묶지 말고 섞어서 수집소에 보낸다”, “포승줄을 활용”할 계획이 세워졌다. 특히 좌파 판사, 좌파 검사, 좌파 방송사 주요 간부 등에 대해서는 “김두환(‘김두한’의 오기로 보임) 시대 주먹들을 이용해 좌파놈들을 분쇄시키는 방안”을 강구했다. 이뿐 아니라 “막사 내 잠자리 폭발물 사용”, “확인 사살 필요”, “교도소 한 곳을 통째로 수감 음식물, 급수, 화학약품”이라며 살해 계획으로 보이는 문구도 있었다.

 

수첩에는 체포 대상을 수용할 장소도 구체적으로 적혔다. 일명 ‘수집소’로 표현된 체포 장소로는 “오음리, 현리, 인제, 강원도 화천, 양구, 울릉도, 마라도, 전방 민통선 쪽” 등이 거론됐다. 검찰과 경찰은 군부대와 군 시설이 다수 있는 접경 지역을 뜻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과 접촉해 북한을 이용하겠다는 방법도 적혔다. 수첩에는 “비공식 방법”이라며 “무엇을 내어줄 것이고 (북한) 접촉 시 보안대책”이라고 적었다. 또한, “외부 용역업체에서 어뢰공격”, “엔엘엘(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 등”이라며 북한을 끌어들이려는 듯한 문구도 있었다.

 

비상계엄 후속 조처로 보이는 대목도 있었다. 수첩에는 “헌법, 법 개정”이라며 “3선 집권 구상 방안”, “후계자는?”이라고 적혔다. 헌법을 개정해 윤 대통령의 3선 집권을 밀어붙이려 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 담긴 내용은 지난해 4월 총선 전부터 계획됐던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는 시기를 총선 전과 후로 나누며 “총선 뒤 입법을 해서 집행하는 건 쉽지 않다. 실행 뒤 싹을 제거해 근원을 없앤다”고 적혔다. 비상계엄도 한달 정도로 지속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2시간짜리 계엄이 어딨냐”며 ‘계몽령’을 주장하지만, 이를 실행하는 실무자들의 준비는 달랐다는 게 수첩에 적힌 정황이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서 “김용현 전 장관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적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인 김 전 장관 또한 “노상원 지시가 내 지시”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한 정황이 있는 만큼 수첩 내용이 실제 비상계엄 계획 단계로 이어졌는지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배지현 기자 >

 

노상원 수첩에 ‘윤석열 3선 계획’ 담겼다…“후계자” 구상도

 

 
 
12·3 내란사태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의 ‘비선 핵심’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재선, 삼선을 위한 헌법 개정 추진 계획을 세운 정황이 드러났다.

 

13일 한겨레가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보면 “헌법 개정(재선∼3선)”이라는 문구가 있다. 비상계엄 선포 뒤 “국회, 정치를 개혁”하고, “민심관리(를) 1년 정도”한 뒤 헌법을 개정해 윤 대통령의 연임을 계획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우리나라 헌법에는 ‘대통령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정해져 있다.

 

특히 ‘행사 후속조치 사항’이라며 비상계엄 후속 조처로 보이는 부분에는 “헌법, 법 개정”이라며 “3선 집권 구상 방안”, “후계자는?”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윤 대통령이 장기 집권한 이후 직접 지목한 후계자에게 권력을 이양하는 구상을 한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는 또 “국가안전관리법 제정”이라는 문구도 적혔다. 이른바 ‘수거 대상’으로 지목한 반대 세력들을 척결하기 위해 근거 법령을 제정하려는 시도로 의심된다.

 

이뿐 아니라 선거제도에도 손대려 했던 정황이 있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보면 “중국, 러시아 선거제도 연구”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중국과 러시아의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이를 차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는 “국회의원 숫자: 1/2”, “선거구 조정”, “선거권 조정” 등의 내용도 적혔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수거 대상’으로 야권 인사뿐 아니라 ‘좌파 판사’, ‘좌파 연예인’ 등 500여명을 “수집”하는 등 구체적인 체포 계획이 담긴 것으로도 확인됐다.    <배지현 기자>

 

 이해찬·차범근도 노상원 수첩에…민주당·법조인 대거 등장

노상원 수첩에 담긴 면면 보니

 

 
12·3 내란사태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24일 오전 서울 은평구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
 

‘12·3 비상계엄’의 비선으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이름도 언급된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 수첩에는 정치인뿐 아니라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었던 차범근씨까지 여러 사람의 이름이 등장한다.

 

한겨레가 13일 입수한 ‘노상원 수첩’에는 ‘1차 수집 대상’으로 “이해찬 등, 좌파 골수들”이라고 적혀있다. 이 전 총리 역시 우선 체포대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요 체포 대상으로 보이는 이른바 에이(A)급에는 “좌파판사 전원, 윤미향, 유창훈, 권순일, 이재명, 노랑 판사, 김명수, 황운하, 조국, 문재인” 등이 열거됐다. ‘유창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판사고 ‘권순일’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이 2020년 7월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을 때 대법관이었다.

 

‘노랑 판사’는 민주화 시위 등에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법관으로 추정된다.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에 관대한 판결을 내리는 판사를 노랑 판사로 부르기 때문이다.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를 상징하는 색깔인 노란색에서 따온 명칭이다.

 

이밖에도 에이급에는 “임종석, 이준석, 유시민, 문재인과 그 일당, 이재명 쪽 놈들”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아울러 “정청래, 김용민, 김의겸, 전교조, 민변, 민노총, 문 때 청근무(행정관 이상), 현역 포함(경찰 해경), 좌파 연예인(김제동, 김어준, 방송국)” 등도 에이급을 언급한 대목에 함께 등장한다.

 

이와 별도의 ‘수거 대상’으로는 “사이비 종교단체, 정의사회구현단, 퇴진운동재단 불교, 기독교, 대진연” 등이 언급됐다. ‘정의사회구현단’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으로 추정되고, ‘대진연’은 진보적 대학생 단체인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노상원 수첩’에는 민주당 인사의 이름을 빼곡하게 기록해 둔 대목도 나온다. 이곳에서는 “정청래, 김의겸, 김민국(김남국으로 추정), 서영교, 고민정, 윤건영, 조국, 노영민, 추미애, 박범계” 등의 이름이 적혔다. 이외에도 “문 때 국정상황실장, 문 때 청 행정관 이상(현역 예비역, 경찰 포함), 문 때 차관 이상, 문 때 국정원 차장 이상, 문 때 국정원 하수인들, 문 때 경찰 중 의원된 놈 총경, 문 때 서울청장·경찰청장·기무사령관·총장·의장 등 수뇌부, 문 때 장관들 정책보좌관 한 놈들, 문 때 공기업 인사들, 민노총, 민변, 전교조 핵심들, 좌파유튜버, 좌파 판사(유창훈, 권순일 등), 이재명 지원 판사 검사들, 문 때 정치검찰들(이성윤 등), 좌파 연예인들, 친북좌파·종북 각종 조직, 전장연, 간첩 수사받는 놈들” 등 문재인 정부 시절 주요 관료와 공기업 인사들까지 수첩에 언급됐다. 전장연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 운동을 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의미한다.

 

또 다른 곳에는 “차범근, 좌파연예인”이라는 내용도 나온다. 이는 차범근씨가 지난해 1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아내 정경심씨의 자녀 입시 비리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에 선처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차씨는 당시 “그동안 조국 가족이 받은 고통과 그들이 감수한 징벌은 비슷한 경험을 한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부모에게 큰 경종이 되었으리라 확신한다”고 탄원서에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조 전 장관 등과의 인연이 없다면서도 “조국의 두 아이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 용기와 반성을 깊이 헤아려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리고 싶다”고 적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김명수 대법관 때 좌파 판사, 이성윤 등 좌파 검사, 김남국, 황운하, 조씨 일가, 문 일가 더탐사 일당, 촛불집회 주모자들, 가짜뉴스 양산 공장 김어준, 좌파 방송사 주요간부들”을 적어 놓고 그 아래 “김두환(김두한 오기로 추정) 시대 주먹들을 이용하여 좌파놈들을 분쇄시키는 방안”이라고 썼다. 이들을 상대로 폭력조직을 이용한 ‘백색테러’를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노상원 수첩은 “송영길, 서영교, 윤건영, 윤미향, 유시민, 김민석”의 이름을 열거한 뒤 마무리된다.  < 배지현 기자 >

 

노상원 수첩 “잠자리 폭발물·화학약품”…치밀한 “수거” 계획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현역 시절인 2016년 10월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비상계엄의 비선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이른바 ‘수거 대상’을 “확인 사살”한다는 내용 등 끔찍한 제거 계획이 담겼다. 사살 방법은 폭발물과 화학약품 사용 등 다양한 수단이 강구됐다.

 

한겨레가 13일 입수한 ‘노상원 수첩’에는 총 네가지 “수거 대상 처리 방안”이 적혀있다. △GOP선상에서 피격, DMZ 공간 △바닷속 △연평도 등 무인도 △민통선 이북 등이다. 북한과 인접한 지역에서 수거대상을 사살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연평도 이송의 경우 “민간 대형 선박”과 “폐군함”을 이용해 이송하되 폭발물을 “화물칸에 설치”한 뒤 “실미도에서 집행인원은 하차”하고 “적절한 곳에서 폭파”하는 방안이 담겼다. 폭발물은 “기관 or 배 하부”에 설치하고 “증거물이 잔해로 남지 않게”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또 “발신기에 의한 폭발은 안 될 수도 있다”며 ‘시한폭탄’ 활용이 검토됐다. 인천항에서 출발해 시한폭탄을 설치한 뒤 실미도에서 집행인원이 하차하고 배를 연평도 방향으로 보내면서 폭발시킨다는 것이다.

 

북한과 인접한 일반전초(GOP)에서 수거 대상 사살 방안으로는 “수용시설에 화재, 폭파”하는 방안과 “외부 침투 후 사살(수류탄 등)”하는 방법이 언급됐다. 다만 이 경우 “선수 뽑기가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는 한계가 적시됐다. 이 때문에 “전문 프로가 필요”하고 “외부(중국) 용역업체 또는 북의 침투로 인한 것으로 정리할 것”이라는 극복 방안도 담겼다. 북한에 도움을 요구할 경우 “무엇을 내어줄 것이고, 접촉 시 보안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대목도 포함됐다.

 

‘민통선 이북’의 경우에는 “막사 내 잠자리 폭발물 사용” 방안이 언급됐다. ‘용역, 특수 요원, 예비역, 지원자’ 등을 활용해 수거 대상을 폭발물로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폭발물을 “막사 시설 보수팀에서 진입 후 설치”하고 “확인 사살”까지 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밖에도 “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북에서 (수거 대상이 탄 배를)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도 수첩에 적혔다. 또 “교도소 한 곳에 통째로 수감”하는 경우에는 “음식물, 급수,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독극물로 사살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 배지현 기자 > 

 

노상원 수첩, ‘계엄 타임라인’ 빼곡히…지방선거 무력화 정황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현역 시절인 2016년 10월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비상계엄의 비선으로 꼽히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계엄 이후 상세한 ‘타임라인’도 담겼다. ‘중앙’ 수거를 완료한 뒤 “한달 내로 지방도 수집 대상 수거”하는 등 체포를 전국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한 별도의 “지방 수거팀”을 운용한다는 계획도 적시됐다. 군수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장을 선거로 뽑는 것이 아니라 임명하는 등 지방선거를 무력화하려 한 정황도 나왔다.

 

한겨레가 13일 입수한 ‘노상원 수첩’에는 계엄을 ‘행사’로 표현하며 행사 사전·사후 계획이 정리되어 있다. ‘D-1’일에는 “미국 협조·준비명령·행사준비 점검”이 이행 계획으로 나와 있다.

 

‘D’데이에는 “(명분) VIP 담화 장소 구체화 요망”이라는 문구와 함께 “출금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을 고민한 흔적이 나온다. 출국금지는 ‘①전 국민’과 ‘②선별’ 두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선택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수거대상별 수거팀 차량, 호송, 무장, 사전교육 등”의 계획도 D데이 계획에 포함됐다.

 

이날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는 “0900경 진입”해 “수거대상”을 확보하고 “출입구 등 접수”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를 언급한 대목에는 “모든 민간 출입 통제”, “여의도 매복 점령, 진입은 언제 시키고 무장 정도와 복장은?” 등이 내용이 적혔다.

 

체포한 인물을 다섯곳에 구금할 계획도 나온다. 수첩 중 “수거 후 호송시 대책” 부분에는 “수집소는 5개소, 정찰 준비”라는 문구가 나온다. 수집소로 이름이 오른 곳은 북한과 접경한 지역으로 추정되는 ‘오음리’와 ‘현리’, ‘화천’이 적혔다. 나머지 2개소는 “무인도”를 활용할 계획이었다. 수집소를 운용할 간부는 “특전사 간부와 방첩사 영관 장교 or 헌병”을 활용할 계획이었으며 이들을 “사전 선별”해 “교육”할 계획도 적시됐다.

 

D+1~D+10에는 “추가 수거대상 수거 후 수집소로 이송”할 계획을 담았다. 또 계엄 뒤 10일에서 50일까지는 “서울 외 지역 수집대상 수거작전”이 적혔다. 이 기간에는 “지역별(도) 위원장 임명”과 함께 “지휘소”를 “과천 합참 아래 배속시킨다”라는 계획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을 보면 계엄 때 합동참모본부 지휘소를 경기도 과천에 꾸리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첩에 “과천 지휘소 구성, 별도 사무실 낸다”라는 내용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과천에는 국군방첩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국군지휘통신사령부 등 주요 사령부가 있다.

 

국회 봉쇄 기간을 2~3주로 잡은 정황도 나온다. “여의도 봉쇄”라는 문구 아래에는 △진입로 봉쇄 △울타리 방호 △식사: 도시락 △사복 준비 △봉쇄기간 2~3주라고 적혀있었다. 수거 대상을 구금할 수집소 운용과 관련한 대목에는 △식사는 어떻게 시키나 △목욕은? △군의관 배치 △일과는 어떤 식으로 하나? △주범들 분리시키고 단계별 구치소로 이동 수용 등 상세한 고려 사항들이 나열되어 있다.

 

또 무인도 등 수용 5개소는 △교도간부·근무인원 편성 △경계병력 파견·운용 등 방식으로 관리할 계획이었다. 수첩에는 “특별수사·재판소”를 통해 수거 대상을 “사형·무기형을 받게 한다”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아울러 수첩에는 “행사 후 군수급은 민선 ×, 중앙에서 임명” 등 지방선거 무력화를 계획한 정황도 나타났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은 이처럼 위헌·위법한 내용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 배지현 기자 >

 

노상원 수첩, 계엄 반발 때 “9사단·30사단” 동원 의혹…지작사 활용 정황도

 

노상원 국군정보사령관이 2016년 10월5일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방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12·3 내란사태를 모의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비상계엄에 대한 저항 발생시 서울에서 가까운 9사단·30사단 등을 동원할 계획을 세운 정황이 드러났다.

 

13일 한겨레가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70쪽짜리 수첩을 보면 ‘역행사 대비’라는 문구와 함께 “전담(민주당 쪽)”, “9사단 30사단”이라고 적혔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야당을 포함한 국민적 저항이 있을 경우를 ‘역행사’로 부르며 육군 제9보병사단과 제30기계화보병사단을 동원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두 부대 모두 경기도 고양에 있어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깝다. 특히 9사단은 12·12 군사반란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사단장으로 있었던 부대로 서울에 진입했던 병력이다. 30사단은 당시 1공수여단의 서울 진입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반란군에 동조했다.

 

수첩에는 지상작전사령부(지작사) 동원 정황도 나온다. 주요 사령관의 이름, 역할과 함께 수첩에 적힌 내용을 보면 “용인 : 역행사 방지 대책 강구”라고 적혀 있다. 경기도 용인은 지작사가 위치한 곳이다. 지작사는 원래 한반도 전쟁 발발시 한미 연합군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지상구성군사령부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 뒤 지작사에 저항세력을 막을 대책을 강구하는 임무를 맡기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여의도 30∼50명 수거”, “언론 쪽 100∼200(명)”, “민노총”, “전교조”, “민변”, “어용판사” 등을 1차로 500명을 수집(체포)할 계획이 담겨있다. 이들을 북한 접경 지역으로 추정되는 오음리, 현리, 화천, 무인도 등의 수집소에 보내는 방안도 적혔다.                                                                                   < 한겨레  배지현 기자 >

 

국힘과 언론 '거두절미‧아전인수‧침소봉대' 선동

실제론 '폭력으로 민주 파괴한 외로운 늑대' 지목
"소수 세력으로 고립시켜야 순화‧해체할 수 있어"
앞뒤 맥락 없이 '말라비틀어지게' 표현에 꼬투리

오히려 "신앙고백식 정치 담론 안 돼" 독선 경계
"나만 100% 옳다? 그러면 파시즘 테러 못 막아"

민주당도 보호 안 해 결국 교육연수원장직 사퇴
"계속 싸우려 했지만…폭도 얼버무리면 내란 계속"

 

박구용 교수의 파시즘 및 폭도 비판 발언을 '청년 비하'로 몰아간 언론 보도들

 

민주진보 인사들을 상대로 발언의 원문이나 맥락을 멋대로 왜곡해 마녀사냥을 벌이는 건 수구세력과 언론의 오랜 수법이다. 흔히 '거두절미‧아전인수‧침소봉대'의 방식을 통해 막무가내로 인신공격을 가함으로써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상투적인 선동술을 집요하게 구사해왔다. 그로 인해 명예가 짓밟히거나 급기야 자리에서 물러난 인사들이 부지기수다. 이번엔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던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그 희생자가 됐다.

 

박 교수가 지난 8일 시사 유튜브 채널 <정치오락실>에 출연해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등의 파시즘적 배경을 분석하고 비판하면서 했던 발언은 단순한 보수‧우파 지지층이 아닌 극우 폭도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상당수 언론과 국민의힘은 앞뒤 발언을 거두절미해서 '2030 청년 비하'로 둔갑시켰다.

 

그 시작은 뉴데일리의 <[단독] 민주당 교육원장 "의식 지체된 2030, 고립시켜 말라비틀어지게 해야" 발언 파문> 기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뉴데일리는 10일 낮 12시쯤 출고한 해당 기사에 <與 지지 2030에 "올바름이 포섭돼 사유 못 해"> <野 지지층에는 "예민하게 차이 존중한다"> 등의 부제를 달았다. 정상적인 보수‧우파라면 극우 폭도는 배격하겠지만 이 기사는 박 교수가 '여야 지지층'을 대립시키면서 여당을 지지하는 2030 전반을 비난한 듯이 몰아갔다.

 

국민의힘 '진짜뉴스 발굴단'은 한술 더 떠 <2030세대 비하 발언은 민주당 고질병>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민주당 교육연수원 박구용 원장(전남대 철학과 교수, 68년생)이 2030 세대를 비하하는 발언을 해 파문이 예상된다"면서 박 교수의 출생연도까지 굳이 적시하고 "박구용 원장의 발언은 운동권 586세대의 비뚤어진 선민의식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2030 대 586'이라는 세대 갈라치기로 프레임을 짠 것이다. 국민의힘 미디어특위 위원장 겸 진짜뉴스 발굴단장은 데일리안 대표 출신인 이상휘 의원이 맡고 있다.

 

박구용 교수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뉴데일리의 '단독' 기사. 뉴데일리 홈페이지 갈무리
국민의힘은 박구용 교수가 2030세대를 비하했다는 카드뉴스와 동영상을 만들어 적극 배포했다.

 

이후 박 교수가 2030세대 일반, 또는 보수‧우파 지지 남성들을 싸잡아 매도했다는 아전인수식 제목의 언론 보도가 줄을 이었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는 <2030 세대를 "고립시키자"는 민주당>이라는 제목으로 사설까지 냈다. "2030세대가 고민이나 생각 없이 자기 이익만 챙긴다는 말이다"라며 역시 2030세대 전체를 끌어들인 뒤 "비상계엄 이후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그동안 해온 방탄과 연쇄 탄핵 등 폭주 행태에 젊은 층이 뒤늦게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탄핵소추 뒤에는 민주당의 점령군 행세에 대한 거부감도 더해졌다. 이제는 기성세대가 된 586세대가 민주당에 대해 '묻지 마 지지'를 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고 2030세대를 '고립시키자'거나 탄핵 반대 단체를 극우·내란 세력으로 몰아세워 집회를 불허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박 교수의 파시즘과 폭도 비판 등을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2030세대' 전반에 대한 배제인 것처럼 터무니없이 확대했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그간 '폭주'를 하고 '점령군 행세'를 했다고 전제하며 2030세대의 반감을 의도적으로 부추기려 한 것으로 읽힌다.

 

윤석열 탄핵을 어떻게든 뒤집으려는 국민의힘이 본격적으로 쏟아낸 성토의 목소리 또한 비논리와 적반하장으로 점철되기는 마찬가지다. "이재명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이 우리 2030 청년들에 대해서 망언을 늘어놓았다."(권성동 원내대표) "민주당의 '막가파 내란몰이'에 동조하지 않는 모든 국민을 싸잡아 비난했다. 20·30세대를 바라보는 민주당의 비뚤어진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박민영 대변인) "국민을 분열시키고 특정 집단을 배척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보수의 가치를 믿으면 사유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 되는 거냐."(김채수 중앙대학생위원장) "민주당은 2030 청년세대에게 석고대죄하라."(이철우 경북도지사)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12일 헌법재판소 항의 방문을 마친 뒤 발언하고 다. 2025.2.12. 연합

 

그러나 박 교수가 <정치오락실>에서 실제 했던 발언의 취지나 내용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은커녕 그와 정반대다. 방송 앞부분에서 그는 우선 '키세스 시위대'가 출현하게 된 의미와 함께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는 '문화적 자유주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이어 진행자가 "진짜 충격을 느낀 게 최근 법원 폭동 사태 때 불 지르려고 했던 사람 있었잖아요"라며 10대 나이인 '투블럭남'(구속)을 언급한 뒤 이들의 신념의 위험성에 관해 묻자 박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다소 길지만 전후 맥락이 제대로 드러나도록 요지를 정리했다.

 

"(…) 강대국이 되면 항상 등장하는 게 있어요. 그게 파시즘이죠. 약소국이나 개발도상국에서는 독재가 나타나요. 그런데 파시즘은 다른 거예요. 파시즘은 대개 한 사회가 발전을 하고 주도를 하면서 기존 시스템은 작동이 안 된단 말이에요. 그럼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니까 기존 시스템과 현실 상황이 안 맞아요. 잘 충돌한단 말이죠. 그럴 때 새로운 시대를 맞이해서 좀 더 예민하게 차이를 존중하자, 차이에 예민하자, 이게 아까 키세스 혁명단이에요. 그런데 이 흐름을 못 따라가는 사람이 반드시 생겨요.

 

(…) 10대부터 70대까지 민주주의 훈련이 안 되고 지체된 사람들, 차이에 대한 존중 의식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 민주주의 훈련이라는 건 매 순간 매 상황에 맞게 서로 타협하고 협상하고 존중하고 인정하는 문화거든요. (…) 타협하고 협상하고 존중하고, 그래서 각자의 차이를 인정해주는 게 일상화된 친구들이 문화를 이끌어가요. 그러면 이때 어떤 성향에서 지체된 모나키(monarchy, 군주)들, 이 친구들은 강력하게 뭐에 빨리느냐. 어 이게 뭔가 잘못됐다, 문제가 있다. (진행자 '근데 저기서 부정선거 얘기하고.') 그렇지. 그러면 쏙 빨려 들어가. 개개인으로는 '외로운 늑대'들인데 순간 조직화가 쉬워요. 이게 전체주의의 탄생이에요. 한나 아렌트라는 철학자가 말했던. 그래서 지금 우리는 1990년대생 이후가 가장 앞서 있는 문화적 자유주의, 차이가 희망이라고 말하는 일군의 청년들이 있고 그 상황을 못 따라간, 민주주의 훈련이 안 된 지체된 의식을 가진 친구들이 자유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거예요. 사실은 자유가 아닌 거죠. 폭력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건데 자기들은 자유라고 생각해.

 

외로운 늑대들의 가장 큰 특징은 항상 누군가를 추종하고 싶어 해요. 절대적인 힘이 있는 사람을 좋아해. 그래서 쉽게 조직화가 돼요. 강력한 카리스마가 있는 선동가가 있고 돈이 있으면 돼요. '신남성연대'가 가장 인기 있는 그룹이 10대예요. 이게 심각한 거예요. 최근에 광주의 남자고등학교에서 축제를 하는데 신남성연대 축하 메시지를 틀어줬어요. 충격적이죠. 그러니까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번 2차 내란, 서부지법 폭동 사태는 지금 우리가 정신 차리고 문제를 정확히 보지 않으면 반복해서 나타난다. 제2의 윤석열, 제3의 윤석열이 나타난다. 그래서 아주 심각하게 우리가 이해를 해야 된다.

 

(진행자 '그러면 그들이 신념화가 돼 있는 상태에서 윤석열 같은 인간들이 부정선거 얘기하니까 확 빨려 들어간 거잖아요. 그럼 그들은 대화로 설득이 가능한가요? 민주당이?') 여기서 중요한 게 있어요. 윤석열이 이들을 설득했다고 보면 안 돼요. 이미 자양분이 있고 윤석열이라는 선동가와 결합한 거지. 히틀러 같은. 그러니까 윤석열이 없어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진행자 '그래서 아까 얘기하신 대로 폭동 이 사태를 통해서 제2, 제3의 인물이 나올 걸 조심해야 된다.') 조심해야 되고, 저들을 어떻게 민주당에 끌어들일 것이냐 고민하는 건 굉장히 잘못된 거예요. 왜 잘못됐냐. 아직 이 사태를 정확히 못 보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민주당을 지지하고자 하는 친구들은 지금 저 친구들과 같이 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무서워해요. 그러니까 저 친구들과 같이 하라는 말 자체를 자기들 감각을 이해하지 못한 꼰대들의 얘기로 보는 거예요. 어떻게 민주당으로 끌어올까, 이런 말 하면 안 돼.

 

중요한 건 그 친구들은 그 친구들 나름대로 죽을 때까지 갑니다. 왜냐하면 이 친구들은 사유를 안 해요. 계산만 하지. 머리는 누구보다 많이 굴려요. 그런데 이 뇌를 굴릴 때 두 개의 내가 싸워야 되거든요. 하나는 자기 이익을 도모한다. 하나는 올바른 게 뭔지를 막 얘기한다. 이 두 개가 충돌을 해 사유가 일어나거든요. 근데 올바른 게 뭐냐(고 얘기하는 내가 자기 이익을 도모하는) 얘에 의해서 완전히 포섭돼 버렸어요. 그러니까 사유는 없고 계산만 있는 거죠. 하나의 자아만 있는 거예요. 충돌하는 자아가 있어야 건강한 자아인데. 이건 고쳐지지 않습니다. 희망 갖지 마세요. 그러니까 그들을 어떻게 우리 편으로 끌어올 것이냐가 아니라 그들을 어떻게 하면 소수로 만들 것인가를 해야 돼요. 정치적인 거예요. 제가 아무리 철학하고 대학 교수라고 그래도 펑퍼짐한 상태의 교육학적 제시를 하면 안 돼요. 지금은 그들 스스로 말라비틀어지게 만들어야지, (진행자 '오히려 그들을 고립시키는 방법으로.') 그렇죠. 고립시켜야지, 그래야 그들도 순화돼요. (진행자 '아, 우리가 왜 이렇게 고립됐을까? 고통받고 스스로 약간 자책하게 되고.') 그러면서 흩어지게 되는 거예요.

 

(…) 파시즘이 우리 사회에 싹텄다 하는 얘기는 일상적으로 누구나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사실 그걸 제일 먼저 많이 느낀 것은 지금 2030 여성들이에요. 우리는 남성이니까 못 느끼지만. 지금 점점 우리 사회 전역에서 누구나 그런 피해의 대상자가 될 수 있어요. 이 파시즘에. 그래서 첫째는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정치 이야기를 하더라도, 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신앙 고백을 유도하지 마라. 신앙 고백식의 정치 담론은 하지 말라는 거예요. '빨리 너 누구 지지해, 너는 어느 당이야' 이런 식으로 가지 마라. 뚜렷하게 내가 누구를 지지한다 하더라도 그건 자연스럽게 아는 게 중요한 거지. 그러니까 정치 담론을 조금 수준을 높여보자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습성을 들여야 돼. 이재명이냐 아니냐, 국민의힘이냐 민주당이냐, 이런 거 말고 하나의 사안을 가지고. (예를 들어) 지역화폐. 지역화폐에 대해서 그냥 얘기하는 거예요. 작용과 부작용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가 아니라. 그러니까 작용과 부작용을 함께 검토해 보는 이런 식의 정치 담론을 하려고 노력해야 된다. 정치 얘기를 하더라도. 그러니까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100이 옳고, 상대방 것은 100이 틀리다고 생각하면 파시즘적인 테러 현상을 줄일 수가 없다."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던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가 지난 8일 시사 유튜브 채널 '정치오락실'에 출연해 파시즘과 극우 폭도를 비판하고 있다. '정치오락실' 화면 갈무리

 

보다시피 박 교수는 '민주주의 훈련이 안 되고 지체된 외로운 늑대'들이 조직화해 파시즘과 전체주의로 치닫는 상황을 우려하며 '자유의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서부지법 폭동과 같은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제2‧제3의 윤석열이 나타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미 신념화해 올바른 판단을 하는 '사유'를 하지 못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에까지 포섭된 이들을 억지로 민주당으로 끌어들이는 대신 소수 세력으로 고립시켜야 스스로 순화되고 해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폭력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폭도들을 고립시켜야 한다는 얘기를 '스스로 말라비틀어지게 만들어야 한다'고 표현한 정도가 과격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게다가 2030 청년들을 배척했다고까지 호들갑을 떠는 것은 무조건 꼬투리를 잡자는 침소봉대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오히려 지지 정당을 가르거나 강요하는 '신앙 고백 식 정치 담론'을 경계하며 나는 100% 옳고 상대방은 100% 틀렸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파시즘적 테러 현상을 줄일 수 없다고 충고했다.

 

이처럼 박 교수가 실제 했던 발언은 헌정사 초유의 친위 쿠데타 발생 이후에도 내란 수괴와 극우 세력의 끊임없는 준동으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는 대다수 국민이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아니다. 그럼에도 박 교수의 정치철학적 사유와 엄정한 현실 진단은 엉뚱하게 '청년 비하'로 몰려 언론과 여권으로부터 돌팔매를 맞았다. 민주당은 부당한 공격으로부터 그를 보호해주지 않았고, 결국 박 교수는 12일 교육연수원장 자리에서 자진 사퇴했다. 박 교수는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씁쓸한 심정을 이렇게 토로했다.

 

"고립시켜야 된다, 이런 말을 했어요. 다른 데서도 많이 했는데 최근에 저를 공격하는 게 뭐냐면, 제가 '폭도'라고 말하면 '2030'을 공격했다고 그래요. '외로운 늑대'가 된 이들과 함께 할 수 없다 그러면 '2030 청년'이라고 얘기해요. (…) 더불어민주당이 이 문제에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당 민주주의 체제가 돼 있나? 우리 정치 체계에 그런 기초가 다져져 있나? 다져져 있으면 제가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으로서 계속 이들과 싸우려고 했어요. 지금 현 상황에서, 객관적인 상황을 봤을 때, 나는 폭도를 폭도라고 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근데 더불어민주당 교육연수원장으로서는 폭도를 폭도라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어요.

 

(…) 폭도를 폭도라고 해야 더불어민주당이, 더 나아가서 범헌법수호세력이 다음에 저들로부터 권력을 뺏어 내란을 완전히 종식시킬 수 있는 거예요. 단순한 선거 전략이 아니고 내란을 종결하는 선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거예요. 내란이 종결되더라도 이들은 끝나지가 않아요. 그래서 만약 지금 민주당이, 더군다나 헌법을 수호하려고 하는 세력들이 폭민, 폭도, 파시즘 동원 세력들까지 얼버무리게 되면 내란은 계속됩니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