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자 공직 인사검증 구상 뜯어보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당선인 집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 뒤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업무를 법무부와 경찰에 넘기겠다고 밝히면서 수사기관이 인사검증을 명목으로 과도한 정보수집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정수석실은 경찰(세평·범죄), 국세청(세금), 국토교통부(부동산) 등에서 수집한 정보를 총괄해 공직 적합성을 최종 판단하는 기능을 해왔다. 윤 당선자는 민정수석실이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다며 인사검증을 법무부와 경찰에 맡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대통령실에서는 (인사) 추천 기능만 보유하고, 검증 대상자인 고위공직자 등 검증에 대해서는 법무부와 경찰 등에서 상호 견제와 균형 원칙에 따라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16일 김 대변인은 <한겨레>에 인사검증은 “법무부와 경찰이 맡는다”고 재차 확인했다.

 

그동안 수사기관이 인사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았다. 인사검증 명분으로 광범위한 정보 수집에 나서면서 민간인 사찰이나 수사권 오남용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인 김지미 변호사는 “법무부 탈검찰화가 안 된 상황에서 법무부에 인사검증을 주겠다는 건 결국 검찰이 (정보수집에) 나서겠다는 것과 같다. 정보수집과 사찰의 경계는 모호한데 이들 조직이 인사검증에 나서면 수사 외 인적 정보를 무제한으로 수집하는 등 민간인 사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가 나중에 별건 수사 등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경찰이 수사와 범죄예방 등 경찰 직무와 무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수집 기능이 폐지되면서, 세평 수집 등 인사 관련 자료를 정보경찰에게 과도하게 의존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수사권 조정으로 강력한 수사권한을 갖게 된 경찰조직이 윤석열 정부 들어 정보경찰 기능을 확대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정작 윤 당선자는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정보경찰을 동원해 정치 관련 정보 등을 수집하게 한 혐의 등으로 조현오·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을 재판에 넘긴 장본인이다. 경찰개혁위원회 위원을 지낸 양홍석 변호사는 “경찰의 공직자 인사검증을 위한 활동은 정보경찰 개혁 문제에서 늘 걸림돌이 된 문제다. 정보경찰이 비대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정수석실이 인사검증 컨트롤타워를 맡았을 때와 딱히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직 정보경찰은 “새로운 지침이 나오겠지만 기존에 하던 인사검증 업무에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18개 부처 중 하나인 법무부가 모든 부처 장·차관 후보자 등을 검증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 변호사는 “부처 사이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법상 법무부 업무 범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에서는 청와대가 인사검증 컨트롤타워를 맡지 않는다면 인사혁신처나 국무총리 산하 전담기구를 신설해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대통령령인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정보의 수집 및 관리에 관한 규정에는 인사혁신처장이 공직후보자 정보를 수집·관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관련 법규가 바뀌지 않는 한 인사검증 총괄 업무는 인사혁신처 권한이 된다”고 했다. 강재구 손현수 기자

17일 비대위와 초선·재선 연쇄 회동

윤호중 “직접 듣고 입장 얘기하겠다”

비토그룹에선 강금실·강경화도 거론

 

16일 오전 광주 서구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일부 권리당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 현장 회의에 참석하는 비대위원들을 향해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86세대 의원들이 주축으로 더불어민주당 내 최대 의견그룹인 ‘더좋은미래(더미래)’가 16일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에 대한 비토 여론이 끊이지 않고 확산되면서, 민주당 비대위 체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더미래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서울시당 대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사퇴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윤 비대위원장에게 이런 의견을 전달하기로 했다. 더미래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거의 책임을 지고 지도부가 총사퇴했는데, 선거 책임 한복판에 있는 분이 당의 간판이 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을 전달하는 것”이라며 “윤 비대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한다는 의견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더미래 소속 의원 다수가 윤 비대위원장이 비대위를 이끄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지만, 일부는 거취 문제에 신중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더미래는 윤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되 반대 의견도 함께 병기해 전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는 박홍근·기동민·김영호·정춘숙·권인숙·김영호·민병덕·오기형·이수진(비례)·이해식·정필모·진성준·천준호·홍정민 의원 등이 참석했다.

 

앞서 노웅래·김두관 의원 등 개별 의원을 중심으로 비대위원장 교체 요구가 제기된 데 이어 집단적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면서 비대위는 출범 초기부터 위기에 봉착한 모양새가 됐다. 당장 17일로 예정된 비대위와 초선의원·재선의원 연쇄 간담회에서도 거취 논란이 이어질 경우, 당 전반으로 비대위원장 교체 여론이 확산될 수도 있다. 다만 비대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쪽에서도 마땅한 대안을 내세우지 못하고 있어 소모적 논쟁만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 윤 비대위원장 비토그룹 내부에서는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나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이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들 역시 쇄신 드라이브를 이끌 ‘새얼굴’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날 광주 글로벌모터스 현장방문 이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에 대해 “항상 여러 의견이 있다”며 “제가 직접 듣고 제 입장을 얘기하는 것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대선 패배 후 처음으로 광주를 방문하며 쇄신 의지를 다졌다. 윤 비대위원장은 이날 광주시당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호남의 선택이 다시는 아픔이 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각오로 쇄신하고, 또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당원들이 이날 비대위 회의에 앞서 ‘윤호중 비대위 사퇴’, ‘민주당은 각성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여 소란이 일기도 했다. 심우삼 기자

‘비대위 역할론’엔 선긋기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6일 오후 경기도 평택중앙장례식장에 마련된 민주당 여성위원장 ㄱ씨 빈소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ㄱ씨는 대선 낙선 인사 중 교통사고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선 후보가 최근 당 소속 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에게 일일이 전화해 낙선 인사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민주당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이 전 후보는 민주당 의원들과 지역위원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고생하셨다”고 격려하고 “제가 부족했다. 나 때문에 졌다”고 미안한 심경과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지난 9일 대선에서 패배한 뒤 경기도 성남 집에 머물고 있다. 이 전 후보 쪽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 전 지사가 계속 낙선 전화인사를 할 예정”이라며 “자택에서 쉬면서 곳곳에 인사를 드리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이 전 후보의 전화 인사에 일각에서는 ‘조기 등판’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이 전 후보와 가까운 이들은 향후 정치 일정은 “백지 상태”라고 설명한다. 특히 김두관 의원 등이 요구하는 ‘이재명 비대위원장론’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 이 전 후보와 가까운 경기도청 출신 인사는 “대선에서 패배한 후보인데 비대위원장은 할 수도 없고 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라며 “정치일정을 적절한 때 재개해야 한다는 참모들의 공감대는 있지만, 후보가 구체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이 전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에 “미안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부족했습니다”라는 짧은 글을 올리기도 했다. 선거운동 기간 개설했던 정치구독 플랫폼 ‘이재명 플러스’와 온라인 소통 플랫폼 ‘재명이네 마을’이 이날 오후 6시 폐쇄를 앞두고 지지자들은 게시판에 “소통 공간을 유지해달라”는 글을 남기는 등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최하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