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당사서 선대위 해단식 참석

“국민 뜻 존중하고 성공하는 정부 되길”

 

대선에서 패배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실무진 및 당 관계자들과 인사하며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이재명이 부족해서 패배한 것이지, 우리 선대위,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은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이 후보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 해단식에서 “여러분은 최선을 다했고 또 성과를 냈지만, 이재명이 부족한 0.7%를 못 채워서 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모든 책임은 이 부족한 후보에 있다”며 “우리 선대위 그리고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 이재명의 부족함을 탓하시되 이분들에 대해서는 격려해주시고 칭찬해주시길 바란다. 제 진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는 “저는 우리 국민들의 위대함을 언제나 믿는다”며 “지금의 이 선택도 국민들의 집단지성의 발현이라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부족한 것 때문에 생긴 일이지, 국민 판단은 언제나 옳았다”고 말했다. 그는 “차기 정부가 국민을 보살피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고, 역사의 흐름에 순응하고 그리고 평가받는 성공한 정부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진심으로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해단식에는 이 후보와 송영길 대표,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우상호 총괄본부장, 윤호중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과 당직자,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얼굴은 침통한 기색이 역력했고, 곳곳에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이 후보는 발언을 시작하고 끝맺으며 90도로 인사했고, 발언을 하러 나올 때 당 관계자가 꽃다발을 전달하자 “뭐 진 사람에게 꽃다발을 줘”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송 대표는 “승리를 안겨주지 못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그러나 우리는 정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정권교체 여론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역대 최고의 47%가 넘는 득표율, 1600만명이 넘는 국민이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지지해 주셨고 대통령선거가 생긴 이래 가장 근소한 차이인 24만표, 0.73%포인트 차이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정치개혁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이번 대선이 정권교체를 넘어 정치교체가 돼서 영점 몇 퍼센트 차이로 ‘올 오어 나씽’(all or nothing)이 되는 이런 대통령 구조,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국민적 통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한번 절감한다”며 “저희가 국민들께 약속했던 과제가 민주당에 의해 지속해서 추진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또 “국민들께서 우리에 대한 미움이 다 안 가셨구나 (싶다). 이 후보도 반성하고 모두가 노력했지만 그래도 좀 부족했다”며 “힘을 잘 질서 있게 모아서 지방선거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윤주 기자

 

수사 후폭풍 시달릴까, 2년 뒤 총선 출마할까…이재명의 ‘운명’은

 민주당 역대 후보 중 ‘최다 득표’ 세워

“대선 패배 ‘후보 책임론’ 당내 크지 않아”

 당장 대장동 수사 등 난관부터 극복해야

“엄청난 피바람 불어 재기 어려울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당 관계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분간 공개적인 활동 없이 성찰의 시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24만7천표(0.73%포인트) 차이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패배한 그는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 중 최다 득표(1614만7738표)기록도 함께 세워, 책임론보다는 선전했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민주당 전체적으로 패배의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아직 이 후보의 정치적 재기 시점과 방식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민주당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이 후보는 10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그는 “모든 책임은 이 부족한 후보에게 있다”며 “선대위, 그리고 민주당 당원 지지자 여러분, 이재명의 부족함을 탓하시되 이분들에 대해서는 격려해 주시고 칭찬해 주시기 바란다. 제 진심”이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특혜 의혹과 배우자 김혜경씨에 대한 과잉 의전 논란 등 검증·도덕성 문제로 공격받을 만한 빌미를 제공한 본인의 책임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당 안에서는 ‘이재명 책임론’이 전면 부각되지는 않는 상황이다. 민주당 핵심 지도부는 이날 <한겨레>에 “후보는 최선을 다 했지만 정권교체론을 만든 장본인인 민주당이 제대로 뒷받침을 해주지 못한 탓”이라며 “후보 책임론은 당내에서 큰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다른 핵심 지도부도 “정권교체 여론이 한참 높았던 상황에서의 선거 치고는 선전했다는 측면이 강하다”며 “다른 사람이 후보가 됐어도 이걸 극복할 수 있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가 다시 정치 일선에 나서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선 경쟁 과정에서 불거진 리스크를 정리하는 게 급선무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맞닥뜨린 건 정권심판론과 이 전 후보의 여러 의혹들이었다”며 “정권심판론은 민주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져야 하지만 개인 의혹은 본인이 오롯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이 후보는 그간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대장동 특검’을 주장했고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했다. 당장 검찰·특검 수사 등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도 이날 당선인사에서 ‘부정부패 엄단’을 강조했고 ‘대장동 의혹 수사를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엔 “시스템에 의해서 가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 당선자가 공언했듯이 아마 한동안은 대장동 때문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피바람이 불 수 있다”며 “당장 재기를 노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민주당 경선에서 대세론을 형성해 승리했고 이날 당의 상임고문으로 위촉됐지만 여전히 당내 기반이 부족하다는 점도 그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당 관계자는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원팀’이라고는 했지만 의원들이 한 마음으로 시너지를 냈는지는 의문”이라며 “공고한 ‘이재명 지지세력’을 구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짚었다. 선거운동 중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선대위에 전격 합류하며 ‘원팀’ 구성에는 성공했지만, 실제로 당내 모든 세력이 똘똘 뭉치는 ‘화학적 결합’은 아니었던 만큼 당내 정치 세력화에는 성공하지 못 했다는 것이다.

 

다만,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에 이 후보를 대체할 거물급 인물이 없다는 점은 그가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며 “그만큼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던 거니까 민주당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원”이라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정치적 재기 방식은 2년 뒤 총선 출마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쳤지만 국회의원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아 의회정치를 모른다는 약점을 제거할 수 있어서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새로운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 후보의 재기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며 “국민 편가르기 등 정치적 갈등을 계속 유발시킨다면 이 후보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송채경화 김윤주 기자

 

윤석열, 이재명과 통화…이 “성공한 대통령 되길 바란다”

윤은 위로의 말 전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4개월여 간 치열한 경쟁을 펼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통화를 하며 위로의 인사를 전했다. 이 후보는 “성공한 대통령 되길 바란다”는 덕담을 했다고 한다.

 

전주혜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윤 당선자의 박병석 국회의장 예방 일정 뒤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자가 오후에 이 후보와 통화를 하셨다”며 “이 후보가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에 윤 당선자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고 전 대변인은 덧붙였다.

 

이날 윤 당선자는 박 의장을 예방한 직후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인사들을 방문할 계획을 구상했지만, 민주당 최고위원회 일정이 잡혀있는 관계로 성사되지는 못했다고 한다. 전 대변인은 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가 이날 윤 당선자에게 축하 난을 보냈다고 밝혔다. 김미나 기자

 

민주당 ‘윤호중 비대위’ 체제로…내부서도 “위기 의식 없어 보여”

  송영길 대표 · 최고위원들 ‘총사퇴’ 발표

 “혼란 우려 · 적임자 찾기 어렵다” 이유

  윤호중 원내대표 ‘비대위원장’ 맡기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송영길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0일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모두 물러나기로 했다.

 

송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오후 4시부터 1시간20분가량 비공개 최고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당 대표로서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사퇴하고자 한다”며 “최고의원들도 함께 사퇴 의사를 모아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600만여명 국민께 그리고 당원동지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당 대표로서 승리로 보답하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농부가 밭을 탓하지 않듯이 국민을 믿고 다시 시작하자”고 덧붙였다.

 

송 대표는 대표직 사퇴 뒤 “앞으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반구제기’(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을 탓하지 않고 자기의 자세와 실력을 탓한다는 뜻)의 시간을 갖겠다”며 “평당원으로 돌아가 5년 뒤로 미뤄진 제4기 민주정부의 수립을 위해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가 총사퇴함에 따라, 윤호중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새로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건 혼란·분열을 야기할 소지가 있다고 보고 (당 지도부가) 이렇게 뜻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정부와 여러가지 협의하거나 조속하게 입법해야 할 일이 많은데다, (오는 6월) 지방선거도 치러야 하는 만큼,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하게 되면 많은 무리가 있으니 (오는 5월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를 3월25일 안에 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11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이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하지만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윤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을 두고 벌써 시끌시끌하다. 당 지도부 일원이었던 윤 원내대표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자칫 ‘보여주기식’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맡으면 누가 책임을 지는 걸로 보겠냐. 민주당이 선거에 지고도 위기의식이 없어 보인다 ”고 말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도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임시로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도 아니고, (윤 원내대표가) 계속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국민들 보기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비공개 최고위 회의에서도 이런 문제를 의식해 갑론을박이 오갔다고 한다. 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지방선거가 코앞인 데다가 외부에 (비대위원장을) 할 만한 사람을 점검해 봤는데 없었다. 찾다가 시간이 다 간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게다가 지방선거가 어려운 선거가 될 게 뻔한데 누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려고 하겠느냐”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차선택’을 선택한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재명 대선 후보를 당 상임고문으로 새롭게 위촉했다. 송 대표가 이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상임고문을 맡아 당에 기여해달라고 요청했고, 이 후보가 이를 수락했다고 고 수석대변인이 전했다. 서영지 기자

국힘 당직자들 “젠더갈등 도드라지게” “전략 돌이켜봐야”

윤 당선자 기자회견 “갈라치기 이유 뭐 있나…오해마시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선대위 해단식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2030세대 여성이 남성과 대비된 채 결집 양상을 보이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대신 이재명 대선 후보를 다수가 선택한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에서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같은 날 윤 당선자는 “젠더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젠더 정책이 향후 새 정부에서도 ‘분란’의 요소로 부상할 조짐이 보인다.

 

윤석열 당선자는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가진 당선 기자회견에서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며 “다만 남녀 양성의 문제를 집합적 평등이니 대등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지금 이제 어느 정도 법과 제도가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개별적 불공정 사안들에 대해 국가가 관심을 갖고 강력하게 보호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쭉 가져왔다”고 밝혔다. 여성할당제 등 차별 보완 기제보다 불공정이란 관점에서 역차별적 요소를 적극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책 의지로 읽힌다. 윤 당선자는 이어 “선거 과정에서는 오해도 받고 공격도 받았지만 남녀의 성별을 갈라치기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오해 마시고 오히려 그렇게 하는 것이 여성을 더욱 안전하고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해왔다”고 마무리했다. 기자는 “젠더 갈라치기 전략”에 대한 배경 설명과 함께 “출구조사(에서 드러난) 성별 차이를 어떻게 통합으로 이끌지”를 물었다.

 

하지만 이날 윤 당선자의 기자회견에 앞서 이뤄진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주요 당직자들이 ‘젠더 갈라치기’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선거 초반부터 이어왔던 젠더 전략에 대해 “젊은 여성들, 20대 특히 3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나, 선거전략 과정에서도 조금 더 한번 돌이켜 봐야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대변인도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결과적으로는 이대남, 이대녀라는 그 젠더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이것을 더 도드라지게 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을 해야 된다”며 “저희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젊은 여성들이 가졌을 만한 어떤 소외감이라든지 어떤 배타적인 감정에 대해서 앞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선거 기간 동안 여가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을 강조하고, 성인지 예산 개념 등을 비판해왔다. 선거 막판 외신과의 인터뷰에 “나는 페미니스트”라고 답변했다가, 미완의 답변 서면이 전달된 것이라며 철회하기도 했다. 임인택 곽진산 기자

 

이준석 때문에 질 뻔?…젠더 갈등·호남 득표율에 책임론 ‘솔솔’

 

호남 목표치 ‘30%’ 절반에도 못 미쳐

안철수 대표 · ‘윤핵관’과 불편한 관계

화합 걸림돌 우려에 입지 흔들릴 수도

이 “젊은층 공 크고, 호남 득표율 최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갈라치기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밀어붙인 ‘이대남(20대 남성) 공략 작전’이 이번 대선의 패착으로 판명되면서 당 내부에서 ‘이준석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오로지 표 계산에 따라 갈등을 부추긴다는 외부의 질타가 이어질 때도 그는 승리를 자신하며 ‘세대포위론’를 주장했다. 그러나 출구조사 결과와 득표율을 보면 ‘이대남 몰입 전략’은 20대 여성 표심을 잃은 ‘악수’였다.

 

이번 대선에서 20대 표심은 성별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이하 남성의 경우 윤석열 당선자를 선택했다는 응답이 58.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는 응답이 36.3%였지만 같은 연령대의 여성에선 이 후보가 58%였고, 윤 당선자는 33.8%였다. 20대 이하 남녀 지지율을 합하면 전혀 ‘남는 장사’가 아니었다. 남녀 갈등을 조장하는 ‘나쁜 선동’이라는 비판을 감수했지만 이를 압도할 만한 많은 표를 얻지 못했으니 이 대표로서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것이다. 당 내부에선 갈등을 조장하지 않고 젊은 여성 표심을 정상적으로 얻었으면 이렇게 박빙 승부로까지 내몰리지 않았을 거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젠더 갈라치기’ 캠페인을 반성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0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젊은 여성들, 20대 특히 30대 초반의 여성들에게 좀 더 소프트하게 접근하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나, 선거전략 과정에서도 조금 더 한번 돌이켜 봐야될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앞으로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대본부 대변인도 이날 <교통방송>(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결과적으로는 이대남, 이대녀라는 젠더 갈등이라는 측면에서 이것을 더 도드라지게 했던 부분도 있었다고 인정을 해야 된다”며 “저희의 본뜻은 그게 아니었음에도 결과적으로는 젊은 여성들이 가졌을 만한 어떤 소외감이라든지 어떤 배타적인 감정에 대해서 앞으로 배려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목표치를 30%로 잡았던 호남 득표율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 윤 후보의 이번 득표율은 전북 14.42%, 전남 11.44%, 광주 12.72%였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호남 지역 역대 최고 득표율이지만, 이 대표의 30% 공언 탓에 전략 실패로 인식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지난달 18일 오후 대구 달성군 대실역 사거리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선거 유세를 펼치고 있다.

 

선거에선 승리했지만, 당내에서 ‘이준석 리스크’를 우려하는 지점은 여전히 남아있다. 후보 단일화를 통해 안 대표가 후보 사퇴를 결정하면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합당을 결의했지만 여전히 이 대표와 안 대표의 ‘불편한 관계’는 해소되지 않았다. 안 대표가 당내 주요 인사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 분란은 당 화합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대표가 윤 당선자들의 측근 그룹인 ‘윤핵관’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다. 국민의힘-국민의당 신설합당을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는 방식으로 이 대표의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대표는 전략 실패에 따른 책임론을 의식한 듯 이날 페이스북에 “이번 선거 기간에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온라인 공간에서 네거티브 대응 및 홍보물 제작 등에 기여한 공이 매우 크다”, “우리 윤석열 당선인에게 호남에서 역대 보수 후보 중 가장 많은 표를 주셨다. 목표했던 수치에 미달한 것을 아쉬워하기 전에 더 큰 노력을 해야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고 적었다. 청년층의 선거운동 참여와 호남 최대 득표율이 자신의 공임을 에둘러 강조하며 책임론을 일축한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 결과가 좋아서 책임론이 확산되진 않았지만 조마조마한 상황은 여러 차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준석 리스크를 이준석 효과로 바꾸기 위해 이 대표도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진산 김미나 기자

윤 "그런 모든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서 가야 할 문제 아니겠나” 답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을 찾아 꽃다발을 받은 뒤,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리면서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된 대장동 특혜 의혹과 윤석열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의 주가조작 의혹, 고발사주 의혹을 둘러싼 수사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선거 중립을 고려해 멈춰선 수사가 재개되거나 마무리될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윤 당선자의 대선 승리로 그를 향한 수사기관의 칼날이 무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 당선자는 10일 국회 국민의힘 선거 상황실에서 당선 인사를 한 뒤, 집권 뒤 대장동 수사 방침을 묻는 기자들의 말에 “그 얘기는 오늘은 좀 안 하는 게 좋지 않겠나”라며 즉답을 피한 뒤 “제가 늘 말씀드리지만 그런 모든 문제는 시스템에 의해서 가야 할 문제 아니겠나”라고 답했다. 대장동 관련 의혹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된 사안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둘러싼 특혜 의혹뿐만 아니라, ‘50억원 클럽’으로 거론되는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얽힌 로비 의혹, 그리고 윤 당선자가 연루된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무마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대장동 특혜·로비 의혹은 재수사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당선자는 선거 국면에서 언론 인터뷰나 방송 토론회 등을 통해 ‘대장동 사건 재수사’를 꾸준히 언급해왔다. 법조계에서는 윤 당선자가 취임하면, 검찰 수사팀을 새롭게 꾸려, 이 후보 등 이른바 옛 성남시 ‘윗선’ 인사들을 향한 수사를 어떤 방식으로든 벌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별검사(특검) 도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윤 당선자가 역대 최소 표 차인 24만여표로 당선된 데다, 집권 초기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 국회 협조가 필수적인 만큼, 검찰 재수사가 이뤄지면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국정운영 동력을 잃을 수 있고, 정치보복 수사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 후보나 윤 당선자 모두 선거 과정에서 특검 도입을 찬성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비비케이(BBK) 주가조작, 다스·도곡동 땅 차명 소유 의혹 등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받은 전례도 있다. 물론, 당시 특검은 관련 의혹을 모두 무혐의 처분하는 등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고,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재수사 끝에 2020년 대법원에서 관련 혐의가 인정돼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을 확정받았다.

 

반면, 특검 후보 추천과 수사 대상 등을 두고 여야가 평행선을 달릴 공산이 커 특검이 무산될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특히 윤 당선자 스스로가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수사 무마 의혹을 받는 상황이어서 정치적 이유를 들어 특검 도입을 반대할 수 있다.

 

윤석열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

 

검찰이 수사 중인 윤 당선자 부인 김검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은 답보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는 등 지금까지 이 사건 가담자 14명을 재판에 넘겼으나, 김씨를 두고서는 “계속 수사 중”이라고 밝혀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수사팀이 김씨를 단순투자자로 보고 무혐의 처분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자칫 ‘봐주기 수사’ 논란을 불러 특검 요구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팀이 성급하게 사건을 끝내지 못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중인 고발사주 의혹은 2020년 4월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 등의 고발장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공수처는 손 검사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발장이 전달될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당선자는 무혐의 처분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가 당시 대검찰청 ‘윗선’ 개입 여부를 끝내 밝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지난해 말부터 이 사건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고, 대선 뒤 손 검사 기소 시점만 저울질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공수처가 윤 당선자를 대상으로 한 ‘재판부 성향 분석’(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와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판사사찰 문건 의혹 수사는 공수처가 아직 첫발도 떼지 못한 상황이다. 고발사주 의혹 핵심 인물이자 이 문건 작성 책임자이기도 한 손준성 검사가 올해 초 건강 문제로 이달 초까지 조사에 응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힌 뒤, 공수처는 그를 한 차례도 조사하지 못했다. 공수처 수사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며 판사사찰 문건 작성을 지시한 윤 당선자를 본격적으로 겨누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공수처가 지난해 6월 윤 당선자를 입건한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 역시, 수사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윤 당선자를 불기소 처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현수 전광준 기자

 

대선기간 여야 주고받은 고소·고발건, 어떻게 처리될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0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평가 속에 치러진 20대 대선 과정에서 여야가 주고받은 고소·고발 사건으로 대선 뒤에도 후유증은 불가피해 보인다. 통상 선거가 끝나면 여야가 ‘대승적 차원’에서 서로 합의해 고소·고발을 취하해왔지만, 이번에는 양당 두 후보의 표차가 0.7%포인트(24만7천여표)에 불과한 데다, 오는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대선 기간에 서로 제기한 고소·고발건은 최소 80여건에서 100여건에 달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후보가 선출된 지난해 10월10일부터 지난 9일 선거일까지 민주당이 윤석열 당선자와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은 모두 57건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후보와 민주당을 상대로 한 고소·고발 수치를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법률지원단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관련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의 고소·고발이 이뤄진 같은 기간, 언론에 보도된 국민의힘 명의의 민주당 고소·고발 건수를 집계해보니 28건으로 파악됐다. 이 기간 언론에 보도된 국민의힘을 상대로 한 민주당의 고소·고발건이 29건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소를 포함해 국민의힘의 고소·고발 건수는 민주당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당이 주고받은 고소·고발 대부분의 혐의는 허위사실공표 등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녹취록을 둘러싼 각 당의 주장과 윤 당선자의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둘러싼 해명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일 새벽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들어서며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 당이 고소·고발한 사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수사가 시작됐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검은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혐의 고발 사건을 선거 전담 수사 부서인 공공수사2부(부장 김경근)에 배당했다. “이 후보가 2003년 검사 사칭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누명을 썼다고 선거공보물을 제작한 것이 허위”라며 국민의힘 법률지원단이 대검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윤 당선자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부인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혐의(허위사실공표)로 민주당이 고발한 이양수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본부 수석대변인 등의 사건도 공공수사2부에 배당됐다. 앞서 지난달 말 김건희씨 ‘소가죽 종교행사 후원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공표로 국민의힘이 고발한 김의겸 민주당 의원 사건 역시 이 부서에 배당된 상황이다.

 

역대 대선을 보면, 선거가 끝난 뒤 여야가 ‘상생’과 ‘화합’이라는 명분으로 일괄적으로 고소·고발을 취하하는 것이 관례였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16대 대선이 끝나고, 이듬해 3월 민주당과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은 서로 합의해 대선 기간 고소·고발건 38건 가운데 34건을 일괄 취하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7년 대선 뒤에도 한나라당과 대통합민주신당(더불어민주당 전신)은 서로 고소·고발을 취하했다.

 

다만 이번에는 이런 관례가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두 당이 서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고소·고발한 사건이 대장동 특혜 의혹이나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 대선 과정에서 첨예하게 맞붙은 사안인 데다, 6월1일 시·도지사, 지방의회 의원 등을 뽑는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장동,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은 앞으로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풀이될 수 있는 만큼, 지방선거용으로 두 당이 취하하지 않을 수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미 수사에 들어간 사건은 정치권 취하 여부와 관계없이 검찰 의지에 따라 수사를 계속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