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선 개기월식, 달에선 개기일식

● 경제 & 과학 2025. 3. 15. 11:1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곽노필의 미래창
14일 개기월식 때 달 착륙선이 찍은 사진 공개

 

 
 
파이어플라이의 블루고스트 달 착륙선이 14일 오전 3시30분(현지시각) 개기일식이 끝나갈 무렵 포착한 다이아몬드반지의 순간.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지구에서 개기월식이 진행될 때 달에서는 어떤 천문 현상이 나타날까?

14일 새벽(한국시각 14일 오후) 아메리카대륙 전체에서 볼 수 있었던 개기월식을 달에서 본 사진이 공개됐다.

 

지구에서 월식이 발생하면 달에서는 일식이 발생한다. 달이 지구 그림자에 들어갈 때, 지구에선 달이 가려지지만 달에서 보면 지구가 태양을 가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는 태양 광선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고 지구 대기를 통과하는 빛이 지구 주변에 밝은 고리를 형성한다.

 

지난 2일 달에 착륙한 미국의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의 블루고스트 착륙선이 바로 이 장면을 찍었다. 촬영 장소는 착륙지인 달 앞면 북동쪽 충돌분지 ‘마레 크리시움’(위기의 바다)이다.

파이어플라이의 블루고스트 착륙선이 14일 달에서 일식이 시작될 때 촬영한 사진.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지구의 개기일식과 똑같은 ‘다이아몬드 반지’ 포착

 

파이어플라이는 블루고스트가 14일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동안 연속적으로 촬영한 몇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압권은 지구에서 개기월식이 막 끝나가는 시각인 오전 3시30분(현지시각)에 촬영한 사진이다.

 

사진에 찍힌 모습은 지구의 개기일식 때 볼 수 있는 ‘다이아몬드 반지의 순간’과 똑닮았다. ‘다이아몬드 반지의 순간’은 태양 가장자리에서 빛이 새어나와 마치 반지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듯한 형상이 나타나는 순간을 말한다. 달(여기선 지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하고 조금 남아 있을 때 울퉁불퉁한 달 가장자리 사이로 햇빛이 새어나오면서 이런 형상이 만들어진다. 태양을 완전히 가리기 직전 또는 직후에 잠깐 동안 나타나는 매우 특별한 현상이다.

 

달에서 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햇빛이 지구 대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돼 달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햇빛 사라지자 40도에서 영하 170도로

 

파이어플라이에 따르면 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달 표면의 온도는 40도에서 영하 170도로 뚝 떨어졌다. 또 블루고스트는 태양전지를 충전할 수 없었기 때문에 배터리에 의존해 사진을 촬영했다.

 

파이어플라이는 “사상 처음으로 민간 기업의 우주선이 달에서 지구가 태양을 가리고 달 표면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개기일식을 관찰한 순간”이라고 밝혔다.

 

14일 지구에서 본 월식(왼쪽)과 달에서 본 일식. 미 항공우주국, 파이어플라이 제공

 

달에서 일식 장면을 포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67년 미국 항공우주국의 무인 달 착륙선 서베이어 3호가 달 표면에서 개기일식 사진을 처음으로 촬영했다. 이어 2009년 2월18일엔 일본의 달궤도선 가구야 위성이 달 상공에서 개기일식의 전 과정을 포착했다.

 

 

 

 

 

 

 

 

 

 

 

 

 

 

 

 

 

 

 

 

 

 

 

 

 

 

 

 

 

 

 

 

 

 

 

 

 

 

 

 

 

 

 

 

 

 

 

 

 

 

 

 

 

 

 

 

 

 

 

 

 

 

 

 

 

 

 

 

 

 

 

 

 

 

 

 

 

 

 

 

 

 

 

 

 

 

 

 

 

 

 

 

 

 

 

 

 

 

 

 

 

 

 

 

 

 

 

이번 개기월식 때 달과 지구에서 동시에 촬영한 두 장의 사진은 같은 현상(또는 사물)이라도 어떤 장소 또는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는 걸 극적으로 보여준다.  < 한겨레 곽노필 기자 >

 

박정희보다 못한 윤석열 계엄…“경고성? 위헌 자백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선고가 임박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재판의 핵심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자체의 위헌·위법성이 꼽힌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이를 정당화하면서 ‘경고성’ 목적을 강조했지만 이는 계엄의 위헌성을 자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25일 변론 종결 뒤 평의를 이어오고 있는 헌법재판소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77조 1항(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의 요건을 갖췄는지 살펴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애당초 저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과거 계엄과 달리 계엄의 형식을 빌려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들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를 하자고 했다”며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탄핵 재판 최후진술에서도 “무력으로 국민을 억압하는 계엄이 아니라,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론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가지게 하려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 “야당과 반국가세력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한 충격요법이 필요하다는 차원”이었다며 “계몽령이었다”는 주장으로까지 나아갔다.

 

하지만 ‘경고성 비상계엄’이라는 개념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으며, 이 자체가 ‘헌법을 위반했다’는 자백에 해당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경고의 목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법제처가 발간한 헌법 주석서에선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는) 국가의 존립 자체 또는 입헌 체제에 직접적 위해를 가져오는 정도의 교란 상태를 말하며 모든 반정부적 활동을 비상사태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이에 미치지 않은 긴급사태는 계엄 이외의 다른 수단에 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 선포 목적 자체가 모든 행정이 멈춰지고 법원도 작동이 안 될 때 할 수 없이 유일하게 군이 투입되는, 소극적 회복적 목적”이라며 “경고성·계몽 등은 말도 안 되는 표현일뿐 아니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모두 적극적 행위를 상정해 법을 위반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1972년 10월 유신으로 영구집권의 길을 열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가비상사태라는 실체적 요건조차 갖추지 않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희는 ‘친위 쿠데타’였던 10월 유신보다 10개월 앞선 1971년 12월 “현재 대한민국 안보가 중대한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하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국가보위법)을 제정했다. 기존 헌법의 대통령 긴급명령권이나 계엄선포권보다 훨씬 강력한 국가긴급권을 보장하는 법령이었다. 10개월 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유신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라는 외형을 갖춘 것이었다. 국가보위법은 1994년에 위헌 결정이 났다.

이국운 한동대 교수(법학)는 “윤 대통령은 비상사태라는 외관을 갖추려고 하지도 않았고, 하다 못해 과거 친위 쿠데타였던 유신 쿠데타를 참고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라며 “계엄의 형식을 빌린 호소라느니 이런 표현들은 모두 당시 상황이 국가비상사태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자백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한겨레 장현은 기자 > 

 

윤석열 석방 ‘이중 트릭’…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논썰]

 

시간 단위로 계산해도 구속기간은 만료되지 않아, 기묘한 법 술수

 
 
 
[논썰] 윤석열 석방의 ‘이중 트릭’,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한겨레TV

 

검찰이 법원의 대통령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즉시항고할 수 있는 시한인 14일까지 즉시항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까지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의 판단을 받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는데도 검찰은 현행법으로 보장된 즉시항고 권한을 끝내 포기한 것입니다.

 

검찰의 이런 행태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짚어보기에 앞서, 윤석열 구속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이중 트릭’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구속기간 산입 등의 복잡한 법률 문제에 대해 아직 헷갈리는 분들을 위해 최대한 쉽게 설명드립니다.

 

먼저 ‘그림1’처럼 법에 정해진 구속기간은 체포된 날부터 따져 10일간입니다. 그 안에 기소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런데 체포한 뒤 구속하려면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보통 3일에 걸쳐 진행됩니다. ‘그림2’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구속영장실질심사 기간은 구속기간에 산입되지 않기 때문에, 구속기간 만료일은 3일 뒤로 미뤄지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림3’에서 보시듯 빨간색으로 표시된 대통령 윤석열 기소는 구속기간 만료 시점보다 넉넉하게 앞서서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그림4’를 보시죠.

 

지귀연 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에 소요된 기간을 날짜, 즉 3일로 계산하지 않고 서류가 법원에 접수된 시점부터 반환된 시점까지 시간 단위로 계산했습니다. 파란색 부분입니다. 그러면 구속기간 만료시점이 딱 이만큼 뒤로 미뤄집니다. 이렇게 되니 윤 대통령 기소 시점이 파란색 바깥으로 나갑니다. 즉 구속기간이 만료된 뒤에 기소가 이뤄졌다는 겁니다. 계산 방식을 날짜 단위로 다시 바꾸기만 하면 이 문제는 바로 해결됩니다.

 

여기까지만 봐도 문제가 무엇인지 아시겠지만, 한단계 더 들어가 보죠.

사실은 시간 단위로 계산해도 구속기간은 만료되지 않습니다. ‘그림5’를 보시죠.

하얀색 부분이 있습니다. 이것은 ‘체포적부심’이 이뤄진 기간입니다. 체포적부심은 거의 이용되지 않는 제도인데 윤 대통령은 이걸 꺼내들었죠. 어쨌든 이 절차에 10시간가량이 소요됐습니다. 이 기간도 구속기간에서 빼야 합니다. 하얀색 부분만큼 구속기간이 늘어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 기소 시점은 그 하얀색 안에 들어갑니다. 구속만료 전에 기소가 이뤄진 것입니다.

 

여기에서 지귀연 부장판사는 또 하나의 트릭을 씁니다. ‘체포적부심에 소요된 시간은 구속기간에서 빼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겁니다. 기존 법해석과 완전히 다른 입장입니다.

 

이렇게 두단계의 완전히 특이한 해석을 통해, 윤 대통령 기소가 구속기간 만료 뒤에 이뤄졌다는 기묘한 결론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지귀연 판사의 결론이 왜 잘못된 것인지, 또 이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의 결정이 왜 터무니없는 것인지 자세한 내용을 영상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Wz1qZDvo4fs

기획·출연 한겨레  박용현 논설위원 >

 

임은정 검사 “심우정 탓에 후배는 택시도 못 타…망신스러워서”

 

 
 
임은정 대전지검 부장검사가 2024년 8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 ‘탄핵소추사건 조사'와 관련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 연합
 

법원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심우정 검찰총장이 불복 절차 없이 수용하자 검찰 내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은정 대전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는 13일 저녁 문화방송(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과 인터뷰에서 “검찰 구성원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검사들이 너무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며 검찰 내부 반응을 전했다.

 

심 총장은 법원이 70년 넘게 이어져 온 법원과 검찰의 실무례를 뒤집고 시간 단위의 구속 기간 계산법에 근거해 윤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음에도, 구속취소 시 즉시항고 규정에 대한 위헌 논란이 예상된다는 이유만으로 불복 절차인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윤 대통령 석방을 지휘해 ‘노골적 봐주기’, ‘윤석열 맞춤형 포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당연히 심 총장 등 대검 수뇌부가 즉시항고를 결정할 것이라고 봤다는 임 부장검사는 “원포인트로 단 한 사람만을 위해서만 해석례를 유지하겠다는 것인데, 무슨 약점이 잡혔냐는 생각이 들 만큼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앞서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에도 수뇌부의 즉시항고 포기 결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 글들이 여러 개 올라와 이목을 끌었다. 임 부장검사는 “이 정도면 (검찰 내부가) 끓는 게 맞다”며 “어느 검찰 관계자가 자조적으로 말했던 것처럼 검찰은 ‘짖으라고 짖고 닥치라면 닥치는 개’인데, 검사 게시판에 이 정도 글이 부장급들에 의해 올라오는 거는 이례적인 것이다. 말을 안 하면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못들 지경이니 그런 것”이라고 했다.

 

임 부장검사는 ‘택시도 못 탈 정도로 망신스럽다’는 후배 검사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후배 검사가) 검찰청 앞에서 택시를 탔다가 택시 기사분한테 ‘검찰 왜 그러냐’ 한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며 “망신스러워서 검찰청 앞에서 택시를 못 타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임 부장검사는 즉시항고는 하지 않으면서 종전대로 구속 기간을 ‘날’ 단위로 계산하라는 대검의 지시사항을 언급하며 “구속 기간 산정은 검사들 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사관, 실무관들도 매일매일 구속 사건을 배당받아 처리하며 계산한다”며 “워낙 이례적이라서 서로 점심시간에 말하는 것도 민망하다. 그런 사람이 검찰총장을 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