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기천 전 장로회신학대 교수 페이스북 글 파문

 

 
 
소기천 전 장로회신학대 교수. 유튜브 갈무리
 

신학대 교수 출신 목회자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암살 계획의 성공을 빈다”고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내란죄 피고인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극우 개신교계의 선동이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기천 전 장로회신학대(장신대) 교수는 12일 페이스북에 “암살 계획의 성공을 빈다”며 이 대표를 사형시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같은 날 민주당이 최근 이 대표에 대한 신변 위협 제보가 많아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고 밝힌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의원들을 통해 많은 제보가 있었는데, 러시아 권총을 밀수해 암살할 계획이 있다는 등 여러 문자를 받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소 전 교수의 극단적 발언은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야권을 적대시하는 극우 개신교계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그의 페이스북에는 “이재명이 죽어야 문재인도 죽고, 임종석도 죽는다”, “이재명 사형시켜라”, “국민의힘 자폭하라”와 같은 섬뜩한 주장들로 가득하다. 다만 14일 오후 5시 기준 암살 관련 글은 페이스북에서 찾아볼 수 없다. 언론 보도 등으로 논란이 확산하자 글을 삭제하거나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

 

소 전 교수는 이 대표뿐만 아니라 우원식 국회의장,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사형 대상으로 거론했다. 그는 12일 장신대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시국선언에 직접 참여해 기도하기도 했다. 소 전 교수는 1998년부터 장신대에서 목사 후보생을 가르쳐왔고 2023년 은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선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 나왔다. 극단적 주장이 확대 재생산돼 실제 폭력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유정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몇몇 목사들이 이 대표에 대해 험한 말을 할 때 ‘미친 소리다’ 정도로 넘어가서는 안 되는 문제”라며 “이 미친 시그널이 누군가한테는 명령어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고 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비판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목사가 아니라 악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십계명에 살인하지 말라고 분명히 쓰여 있다. 십계명을 안 지키는 목사는 목사가 아니”라고 질타했다. “무슨 종교가 암살과 사형을 외치나”, “목사 입에서 나올 소리냐”는 등의 반응도 나왔다.

 

소 전 교수는 이날 교계 전문 언론 ‘뉴스앤조이’와 인터뷰에서 “시민으로서의 반응이었을 뿐이다. 목사는 욕 못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탄핵반대 시국선언 집회에서 기도 중인 소기천 은퇴교수 ⓒ 평화나무 제공관련사진보기

                           ▲시국선언 집회에 참석해 기도 중인 장신대 김태섭 교수(신약학) ⓒ 평화나무 제공
 

지난 11일(화), 장로회신학대학교 정문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장신대 학생들과 전·현직 교수 3명, 동문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특히 극우 성향의 활동으로 알려진 김철홍 교수와 소기천 은퇴 교수와 달리, 상대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잘 드러내지 않았던 김태섭 신약학 교수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시국선언 참여 이유를 묻는 학생들에게 "집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징계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라며 "윤 대통령 지지 여부를 떠나 탄핵 반대 집회에 나가기로 했다. 교수 단톡방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라는 말이 있었기에 나도 지도하러 나갔다"고 밝혔다.

"이건 선을 넘어선 행동" ...당혹감 감추지 못하는 장신대

그러나 해당 집회에서 기도를 맡았던 소기천 은퇴 교수가 SNS에 야당 대표 살해를 부추기는 극단적인 글을 올리며 논란이 크게 확산됐다. 그는 "암살계획 성공을 빈다. 전과 5범 이재명 내란선동 법치파괴 국기문란 입법독재 사형시켜라"는 게시글을 올린 데 이어, "이재명이 죽어야 문재인도 죽고 임종석도 죽는다"는 등의 거친 표현을 연이어 게재했다.

소기천 교수가 이재명 대표 암살 성공을 빈다며 올린 글 ⓒ 소기천 교수 SNS 갈무리


이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의 반발 댓글이 빗발쳤다. 누리꾼들은 "목사를 떠나 사람도 아닌 듯" "처벌할 방법이 없나"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이 사람이 제정신인가 싶다"고 지적했고, 변상욱 전 기자도 "장신대의 전설... 전공 필수 과목임에도 학생들이 수강을 보이콧하던 수준"이라며 과거 논란을 언급했다.

장신대 내부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A교수는 "동문들에게 많은 전화를 받고 있다"라며 "학교 명예를 위해 본인이 직접 글을 내려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임성빈 전 총장 역시 "이건 선을 넘어선 행동"이라며 "은퇴 교수라 학교 차원에서도 행정적 조치를 취하기 어려워 더욱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동문 역시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송선호 목사는 "장신대가 공작원을 배출하는 것이냐"라며 개탄했고, 정희국 목사는 "나라가 미쳐가니 이런 자들이 나오는 것이 이상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욕이 나온다"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 오마이 정병진 기자 >

 

금요일 밤에도 “윤석열 파면”…마지막일지 모를 100만 집회 예고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행동' 집회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한파 속에서 눈비 맞으며 100일 동안 싸워왔는데 이제 황사 맞으면서 싸워야 한다니, 솔직히 힘듭니다. 하지만 지치진 않습니다. 고작 여기서 지치고 싶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일로 점쳐지던 14일, 여전히 선고일이 안갯속인 가운데 이번 주 내내 광장에 나와 윤 대통령 파면을 외치던 시민들은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될 것 같다”며 각자의 일과를 마치고 다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을 찾았다. 이날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행동’ 집회에는 15만명(주최 쪽 추산, 연인원 기준)이 모였다. 무대에 오른 30대 직장인 ㄱ씨는 “힘들지만 고작 여기서 지치고 싶지 않다”며 “선배님들이 피땀 눈물로 만든 평화로운 광장에서 끝까지 싸우고 끝내 승리를 쟁취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14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주최한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행동’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모습. 고나린 기자

 

윤 대통령이 석방된 뒤 광화문광장에서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지금의 심각한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어” 자리를 지켰고, 시민들은 “단식 농성에 조금이라도 힘을 실어주고 싶어” 부름에 응답했다. 이날로 사흘째 ‘부산 대학생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박도현(21)씨는 “윤석열이 구속 취소까지 된 심각한 상황을 알리고, 광화문의 열기를 부산에도 이어지게 하고 싶어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다”며 “시민분들의 응원 덕에 힘을 내고 있다”고 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박씨를 비롯한 7명의 부산 지역 대학생들을 향해 “파이팅!”, “우리가 미안하다”고 외쳤다.

 

시민들은 거리에 자리한 수십 개의 농성장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박수를 치거나 “고생하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 옆엔 붉은 글씨로 ‘민주화여! 영원한 우리 민족의 소망이여!’라는 문구가 쓰여진 시민항쟁버스가 자리를 잡았다. 서울 은평구에서 온 직장인 김나영(27)씨는 “월요일부터 퇴근하자마자 바로 광화문으로 오고 있다. 단식 농성하는 분들도 있는데 안 오면 더 죄송할 것 같았다.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며 “부디 우리나라가 정상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한다. 악은 항상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밀해 불안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반드시 탄핵 인용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자리한 농성장. 고나린 기자

 

비상행동은 탄핵심판 선고 전 마지막 주말이 될지 모를 15일을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로 정해 대규모 집회를 열 방침이다. 평일 내내 목이 터져라 구호를 외친 시민들은 “내일도 당연히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류상호(72)씨는 “내일은 물론이고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계속 (집회에) 나올 예정이다. 힘이 전혀 안 든다고 할 수는 없지만,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보탰을 때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이 정도 힘든 건 견딜 수 있다”고 했다. 권휘진(44)씨도 “이렇게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이 많다는 걸 보여줘야 극우세력들이 이상한 가짜뉴스를 퍼뜨려도 사람들이 안심할 것 같았다. 더 길어져도 힘낸다는 마음으로 내일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비상행동 공동대표이자 ‘윤석열즉각퇴진 예술행동’의 운영위원장인 송경동 시인은 이날 무대에 올라 “이 추악한 내란 정국이 결국 윤석열 파면과 재구속, 영원한 격리로 이어졌다는 해피엔딩의 노래를, 그림을, 소설을, 연극을 만들어 줄 벗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이 벅차고 신나지 않느냐”며 “내일은 100만 시민 대행진의 날이다. 민주항쟁의 날로 우리 모두가 나아가자”고 했다. 바닥에 앉아 박수와 환호로 발언을 경청하던 시민들은 잠시 응원봉과 조명 등을 끄고 어두워진 광장에서 “주문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후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다”는 사회자의 말에 맞춰 다시 응원봉을 켜고 자신이 가진 ‘빛나는 것’들을 흔들며 “헌재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내란을 끝장내고 민주주의 지켜내자”고 소리쳤다. 이에 맞춰 데이식스의 노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가 흘러나오던 광장 위를, 보름달이 밝게 비췄다.  < 한겨레 고나린 기자 >

14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파면 긴급행동’ 집회 현장을 비추는 보름달. 고나린 기자

 

윤석열 탄핵 선고 앞두고 주말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내란 수괴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 긴급행동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3일 저녁 참석자들이 노래에 맞춰 손팻말 등을 흔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다음 주로 예상되는 가운데, 15일 서울 곳곳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전국 170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15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100만 시민 총집중의 날’ 집회를 열고 광화문에서 헌법재판소 인근까지 행진한다. 신고된 집회 인원은 5만명이다.

 

비상행동을 비롯한 각계 시민 사회 단체들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를 ‘윤석열 탄핵’ 집회에 총집결을 호소하고 있다. 비상행동은 “내란수괴 윤석열 석방과 내란 잔당의 거짓 선동에 우리의 민주주의가 큰 위기에 놓여 있다. 윤석열 파면에 동의하는 모든 시민과 단체들에 호소한다.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모여달라”고 밝혔다. 비상행동 공동의장단은 윤 대통령이 석방된 지난 8일부터 광화문 천막 농성장을 꾸려 무기한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각계의 시국선언도 줄잇고 있다. 14일 영화인 시국선언에 참석한 최하나 감독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윤석열이 아닌 우리들이 될 것”이라며 “내일 광장을 지긋지긋한 내란 정국의 클라이맥스(절정)로 만들자”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광화문 집회에 앞서 1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안국역 1번 출구 앞에서 ‘윤석열 파면 국민의힘 해산 전국집중 촛불문화제’를 연다. 민주노총도 15일 오후 3시 서울 남대문로에서 ‘내란세력 청산! 사회대개혁 쟁취! 3·14 전국노동자대회’를 연 뒤 비상행동 집회에 합류한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는 15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개최한다. 집회 신고인원은 5만명이다. 대국본은 “걸을 수 있는 사람 다 나오라”며 “국민저항권을 완성하자”고 밝혔다.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이끄는 ‘세이브코리아’도 15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에서 국가비상기도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고나린 기자 >

 

마지막일지 모를 ‘윤석열 탄핵’ 주말 광장…“혼신의 힘 다해 준비”

집회를 축제로 만든 비상행동
“K팝에 구호 넣어보다 잠들어”

 

 
 
지난해 12월7일 저녁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자동 폐기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있던 시민들이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12·3 내란 사태 이후 석 달 넘게 광장을 울렸던 “윤석열 탄핵” 구호를 외칠 주말 집회는 어쩌면 ‘단 한 번’ 남았을지도 모른다. 12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70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 활동가들도 초긴장 상태로 ‘마지막이 될지 모를’ 주말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비상행동은 그간 여의도와 광화문 일대에서 많게는 수백만 시민이 참여하는 집회를 준비해왔다. 분노의 마음을 응원봉으로 표출하는 모습은 “집회의 진화”라고 불렸다. 에스파의 위플래시에 맞춰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팔뚝질하는 모습은 집회의 상징적 장면이 됐다. 기상천외한 손팻말과 깃발이 거리를 메웠다. 막바지 집회 준비에 여념이 없는 비상행동 스태프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범시민대행진 사회자 역할을 자주 맡는 박민주 행진팀장. 비상행동 제공

 

한국진보연대 활동가이자 집회 사회자 역할을 자주 맡는 박민주 행진팀장은 센스 있는 선곡으로 집회를 축제로 만든 주역 중 하나다. 세대를 아우른 유행곡에 단순한 율동을 더해 탄핵 구호에 신명을 더했다. 그는 “70대 노인도 따라 부를 정도로 쉬운 가사여야 하고, 구호가 들어갈 틈이 있어야 하고, 행진 속도에 맞는 적정한 빠르기여야 한다. 김수철의 ‘젊은 그대’는 조금 느려서 속도를 조절했다”며 엄정한 집회 선곡 기준을 설명했다. 요즘도 박 팀장은 퇴근 뒤 ‘집회용 케이팝’ 연구에 매진한다. “노래 틀어놓고 박자 타면서 ‘윤석열 탄핵!’ 구호 넣어보다가 잠이 듭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범시민대행진에서 활동가들이 질서 관리를 하는 모습. 비상행동 제공

 

시민이 노래에 맞춰 ‘윤석열 탄핵’을 외치기까지, 활동가와 자원봉사자의 숱한 손길이 필요하다. 비상행동 상황실 활동가 99명과 자원봉사자 150여명이 집회를 준비하려 종일 분투한다. 집회가 있는 날이면 아침 10시부터 회의를 열고 시시각각 바뀌는 정치 상황에 맞게 집회 주요 기조를 정한다. 낮에는 각 단체가 여는 사전집회를 지원한다. 오후 3시께부터 본 집회를 위한 무대, 음향, 조명을 체크한다.

 

그 가운데 핵심은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집회를 만들기 위한 고민이다. 시민발언문을 하나하나 미리 받아 혐오표현이나 비속어가 없는지 검토하고 수정한다. 이를 위해 행사기획팀 안에는 시민발언팀을 따로 뒀다. 집회가 끝나도 회의는 이어진다. 정진임 비상행동 행사기획팀장은 “행진 마치고 마무리하면 밤 10시가 넘는다. 그 뒤에도 끝이 아니다. 밤 11시부터 소셜미디어(SNS)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공유하고 개선책을 논의하다 보면 새벽 1시가 된다”고 했다.

 

그렇게 만든 가장 뜻깊은 순간으로 박민주 팀장은 지난해 12월7일을 꼽았다. “탄핵안이 부결되고 실망감과 분노·좌절이 느껴졌어요. 어려운 순간이었어요. 포기할 수도 있었던 순간 시민들이 ‘위플래시’를 부르고 탄핵체조를 하면서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한 모습을 잊을 수 없어요.” 박 팀장은 “탄핵심판까지 온 것도 그때 포기하지 않은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범시민대행진에서 상황실 활동가들이 상의하는 모습. 비상행동 제공

 

포기하지 않고 이어 온 ‘윤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끝이 보인다. 다음주 중엔 탄핵 선고가 이뤄지리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집회는 이어져도 ‘윤석열 탄핵’ 구호는 이번 주말이 마지막일 수 있는 셈이다. 밍갱 비상행동 활동가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상황실도 바짝 촉각이 곤두서 있다”며 “정말, 반드시, 빠르게 파면시켜야 한다는 마음으로 구성원 모두 혼신의 힘을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상행동은 이번 주말(15일) ‘100만 시민 총집결’을 호소한다. 집회 연출을 맡은 김지호 비상행동 행사기획팀장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집회에 나올 시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려 한다”며 “지난 석달 결정적인 순간마다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번에도 그러리라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 이지혜  정봉비 기자 >

야당은 헌재가 늦어도 다음주에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나오고 있다. 김영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재판 선고가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늦어지자 정치권에선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애초 온국민이 12·3 내란을 목격한 만큼 헌법재판소가 8대0의 만장일치 인용 결정을 내릴 거라고 자신했던 야당 안에서도 ‘기류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긴장이 감도는 분위기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헌재의 윤 대통령 탄핵재판 선고 기일이 지정되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지금 상황에서 언제 선고를 한다 얘기하는 건 별 의미 없는 예측인 것 같다. 실제로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을 지정할 때도 매번 예측이 분분하다가 기일이 지정됐다”고 말했다. 애초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전례와 관행을 들어 늦어도 14일까지는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선고에 나설 거라고 봤지만, 이날 오후까지 헌재는 선고기일을 지정하지 않았다. 헌재가 어떤 입장도 내지 않자 민주당은 빠른 파면을 촉구하며 적어도 16일까지는 당 차원의 도보 행진과 저녁 집회 등 ‘비상행동’을 매일 이어가기로 했다.

 

야당은 헌재가 늦어도 다음주에는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윤 대통령에 앞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한 검사 3인방의 탄핵소추를 기각하는 결정을 내린 것도 먼저 탄핵소추된 이들에 대한 결론을 먼저 내려줌으로써 ‘선입선출’ 방식으로 논란의 여지를 차단한 게 아니냐고 해석하고 있다.

 

민주당 법률위원장인 이용우 의원은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월25일 윤석열 탄핵심판 선고를 변론 종결하면서 헌재가 집중 심리를 하겠다며 다른 사건을 잡지 않았다. 오는 18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 (탄핵심판의) 변론 기일이 잡힌 것을 보면, 18일 전에 윤 대통령 심판의 결론이 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이어 “다섯가지 탄핵 소추 사유에 대해서 의견이 갈리는 것보단, 하나씩 총의를 모아 나가는 과정 아니겠느냐”며 ‘8대0 인용’에는 이변이 없을 거라고 내다봤다. 민주당의 또다른 핵심 당직자도 “헌재 재판 속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보고 있는데, 요소요소마다 재판관들이 윤 대통령 쪽에 핵심적인 질문을 하며 논리를 깬다. 늦어도 다음주 후반에는 탄핵이 인용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야당의 담담한 표정 관리에도 물밑에서는 불안이 감지된다. 헌재 선고가 늦어지는 것은 재판관들의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 아니냐는 것이다. 현재 재판관들은 진보 성향 3명(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이미선·정계선 재판관), 중도 성향 3명(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 보수 성향 2명(정형식·조한창 재판관)으로 구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조국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윤석열 탄핵은 확실하다. 다만 만약 5대3으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면 (만장일치 결론을 위해) 상황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놨다. 혁신당 역시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나올 때까지 삼보일배 등 여론전을 이어가기로 한 상태다.

 

민주당이 최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촉구하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한 탄핵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런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의 한 원외 인사는 “재판 초기도 아니고, 이미 변론이 종결된 상황에서 ‘8대0 인용’을 확신하고 있다면 왜 원내지도부가 마 후보자 임명을 압박하는지 모르겠다. 헌재 쪽의 미묘한 기류 변화를 전해듣고, 진보 성향인 마 재판관을 임명해 안정적인 탄핵 인용을 기대하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  한겨레 엄지원  김채운 기자 >

 

윤석열 석방 나비효과...‘탄핵 기각될라’ 결집한 보수, 불안한 중도·진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돼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며 걸어가고 있다. 김영원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보수층이 윤 대통령 탄핵 반대로 더 결집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중도·진보층은 불안감을 드러내는 현상이 여론조사에서 포착되고 있다. 법원이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하고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채 윤 대통령을 풀어준 것이 헌재의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갤럽이 11~13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인터뷰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3.4%, 휴대전화 가상번호 방식)해 14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58%, ‘반대한다’는 응답은 37%였다. 여전히 윤 대통령을 파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지만, 찬성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줄었고, 반대는 2%포인트 늘었다. 소폭이나마 여론조사 수치가 움직인 건, 보수층의 윤 대통령 탄핵 찬성이 지난주보다 5%포인트 줄어든 24%로, 탄핵 반대가 3%포인트 늘어난 72%로 변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파면돼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51%)도, 여당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답(41%)보다 여전히 많았다. 그러나 이 역시 정권 교체는 1%포인트 떨어진 반면 정권 유지는 4%포인트 올랐다. 중도·진보층의 응답은 지난주와 큰 차이가 없는 가운데, 보수층의 정권 교체(16%)·유지(78%) 응답은 각각 7%포인트씩 빠지고 늘었다.

 

전날 나온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전국지표조사에선 ‘정권 교체’가 47%, ‘정권 재창출’이 42%로 조사돼, 두 응답 차이가 오차범위(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안으로 좁혀졌다. 정권 교체는 전주보다 1%포인트 떨어진 반면, 정권 재창출은 3%포인트 늘어난 결과다. 진보층의 응답은 지난주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중도층에선 정권 교체(61%)가 6% 오르고 정권 재창출(27%)이 4% 포인트 떨어졌는데도 이렇게 된 건 보수층의 응답 때문으로 보인다. 보수층 응답자 가운데 정권 교체를 원한다는 이는 15%로 전주보다 10%포인트 줄었고, 재창출을 원한다는 이는 6%포인트 늘어난 76%였다.

 

이런 여론의 흐름은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석방 탓으로 풀이된다. 서강신 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센터장은 “윤 대통령이 석방돼 대통령 관저로 들어가는 걸 보면서, 유권자들이 ‘어쩌면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기각될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가지 않을까 불안감을 느끼는 거고, 탄핵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센터장은 “특히 보수층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일치하는 쪽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구속 취소와 석방이 헌재 탄핵심판에서 ‘기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보수층의 기대감과 중도·진보층의 불안감을 키우면서 특히 보수층의 결집을 불렀다는 것이다. 전날 전국지표조사에서 나온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해 파면할 것’이라는 응답은 53%,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킬 것’이라는 응답은 39%였는데, 지난주와 비교해 파면은 9%포인트 내려앉았고 복귀는 11%포인트 뛰어올랐다. 이 가운데 진보층(85%)과 중도층(61%)에선 파면될 것이란 전망이 전주보다 각각 1%포인트, 13%포인트 줄었고,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13%와 28%로 전주보다 각각 3%포인트, 10%포인트 늘었다. 지난주 조사에서 파면(42%)과 복귀(49%)가 7%포인트 차이였던 보수층은 이번 조사에서 복귀 전망이 14%포인트 치솟은 63%로, 파면 전망(30%)의 두배 이상 많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 석방에 또 한번 보수층 결집이 이뤄진 것”이라며 “석방의 나비효과”라고 말했다.    < 손현수 기자 >

 

소식 없던 ‘그날’…윤 탄핵심판 선고 다음주 후반에나

통상 2~3일 전 공지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오늘 공지돼도 빨라야 17일에나 선고 될 듯

 

 
 
윤석열 대통령 즉각 파면을 촉구하는 야5당 공동 사전 집회가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3일 저녁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14일까지도 이뤄지지 않으면서 다음주로 넘어갔다. 탄핵소추부터 선고까지 90일을 훌쩍 넘기는 것이어서 역대 대통령 탄핵 심판 중 최장 심리기간을 기록하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14일 오전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을 정하지 않았다. 선고 기일은 통상 2~3일 전에 공지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오늘 중 공지가 돼야 빨라도 17일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주 월요일인 17일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뒤 93일이 지난 날로 이날 선고가 돼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소요일(91일)을 넘기게 된다. 오는 18일은 박성재 법무부 장관의 탄핵심판 첫번째 변론기일이어서 이날까지도 윤 대통령 탄핵 선고일이 공지되지 않으면 선고 일정은 다음주 후반으로 넘어가게 된다.

 

헌재 재판관들은 지난달 25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을 모두 마친 뒤 휴일을 제외하고 거의 매일 재판관 평의를 열고 있다. 평의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하고 논점을 정리한 뒤에는 각자 최종 의견을 내는 평결을 진행한다. 헌재가 만장일치 결론을 내놓기 위해 막판 논의에 들어가느라 심리가 오래 걸린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재판관들은 아직 평결에 돌입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의견을 모으기 전 사실관계와 논점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탄핵 재판에 출석한 몇몇 증인들의 수사기관 진술과 헌재에서의 증언이 다른 상황인데, 이런 부분을 꼼꼼히 짚고 넘어가느라 평의에 시간이 걸리는 상황이다. 법원이 윤 대통령 구속 및 기소 과정을 문제 삼아 윤 대통령 구속 취소 결정을 한 지난 7일 이후 헌재도 심판 절차에 문제점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평의 중에도 재판관들끼리는 파면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드러내는 데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재판과 다른 고위공직자들 탄핵 사건 심리를 병행해서 진행하고 있는 점도 선고가 늦어지는 원인이다. 헌재는 윤 대통령 탄핵 사건 초반부터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때와 달리 국회와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쟁의심판과 다른 공직자 탄핵 사건을 함께 심리하면서 윤 대통령 사건에만 집중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다. 전날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 사건을 선고한 헌재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박성재 법무부 장관, 조지호 경찰청장 탄핵 사건이 남아있다.

앞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론 종결로부터 14일 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11일 만에 파면 결정이 나왔다. 윤 대통령 탄핵 재판은 지난달 25일 변론이 종결됐고 다음주 월요일(17일)이면 20일째가 된다.   < 한겨레 오연서 기자 >